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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현실'에 해당되는 글 27건

제목 날짜
  •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의 한마디, "사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미안해요, 리키> 2020.11.09
  • 대만 계엄령 시대의 지옥 같은 학교를 공포로 빗대다 <반교: 디텐션> 2020.08.27
  • 야구밖에 없는 '그녀'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야구소녀> 2020.07.20
  • 흑백의 성혜를 통해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직시하는 청춘 <성혜의 나라> 2020.02.24
  • 이룰 수 없는 꿈과 두 발 딛고 선 현실 사이에서 <8마일> 2019.09.10
  • 택시기사 맥스와 청부살인업자 빈센트의 황량하고 건조한 동행 <콜래트럴> 2019.09.07
  • 환상적이고 완벽한 외연미와 현실적인 내연의 조화 <쉘부르의 우산> 2019.08.29
  • '계획' '계단' '계시' 세 키워드로 들여다보는 <기생충>(2) 2019.06.10
  •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펼쳐지는 독재와 불복종의 잔혹한 이야기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2019.05.10
  • 재패니메이션의 거장 '호소다 마모루'의 평작 <미래의 미라이> 2019.02.22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의 한마디, "사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미안해요, 리키>

오래된 리뷰 2020. 11. 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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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미안해요, 리키>


영화 <미안해요, 리키> 포스터. ⓒ영화사 진진



건설 현장을 전전하며 안 해 본 일 없이 온갖 일을 다 한 리키, 이제는 혼자 일하면서 나만의 사업을 하고 싶어 택배 일을 택한다. 면접 담당자이자 지점장으로 보이는 이가 말하길, "고용되는 게 아니라 합류하는 거예요, 우릴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일하는 겁니다"라고 한다. 리키는 한껏 부푼 마음으로 일을 시작한다. 문제는 택배 물량을 실을 수 있을 만큼 큰 밴 차량이 필요하는 것인데, 회사에서 빌리기엔 날마다 드는 돈이 너무 많아 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계약금이 없으니 아내 애비의 차를 팔아야 한다. 애비는 간병인으로 일하는데 하루에도 몇 군데를 돌며 차비를 직접 조달하고 있다. 안 그래도 힘들고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더 힘들어질 것 같다. 남편 리키의 택배 사업이 번창하길 기대해야 한다. 리키와 애비에겐 큰아들 셉과 작은딸 리사가 있다. 엄마, 아빠가 잘 챙겨 주지 못해도 리사가 의젓하게 커 가는 반면 셉은 하염없이 빗나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아빠한테 그러한데, 욕설 섞인 말대답을 하지 않나 그래피티를 한답시고 공공기물을 손상시키지 않나 물건을 훔치지 않나 사람을 때리지 않나...


리키와 애비는 "사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라며 자조하고 위로하고 나아가려 하지만, 자잘한 듯 큰 일들이 계속 터진다. 그런데, 그들이 하는 직업이라는 게 일이 터졌다고 달려갈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특히, 리키는 택배물품들이 정확한 시간에 반드시 고객에게 전해져야 한다는 불변의 철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대체 기사 없이는 절대로 쉴 수 없다. 비록 개인사업자에 개인 차량에 개인 보험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오히려 돈을 더 까먹는 것 같다.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었던 켄 로치 감독


켄 로치 감독의 <미안해요, 리키>는 영국 북동부 뉴캐슬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4인 가족의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기 전, 켄 로치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겐 '좌파 감독' '사회파 거장' '블루칼라의 시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2회 수상'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아무래도 대중보단 평단의 사랑을 받는 느낌인데, 그가 평단의 사랑을 받기 위한 영화를 찍는 건 아니다. 그는 그만의 신념으로 그의 영화를 찍는다. 


1936년생으로 85세의 현역인 켄 로치 감독은, 사실 지난 2014년 은퇴를 선언했었다. 그런데 2년 후 전격적으로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들고 와 10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전 세계 수많은 영화제를 휩쓸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영국 모순투성이 복지제도의 맹점을 파고들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켄 로치 월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서민과 노동자의 현실을 대변하고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시선을 견지한 것이다. 이후 켄 로치는 다시 은퇴를 선언한다. 


하지만, 그는 3년 후 다시 카메라를 든다. 아니 들 수밖에 없었다.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서민과 노동자의 삶을 옭죄어 가족 해체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현실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미안해요, 리키>가 보여주는 처참하고 슬픈 현실이 결코 먼 나라 영국만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더 하면 더 했지 그보다 못하진 않을 것 아닌가.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세상에서의 노동자 현실


코로나 시대 이후 엄청나게 늘어난 택배 물량과 실적에 비해 택배기사 처우는 그대로인 현실에서 올해에만 15명의 택배기사가 사망한 우리나라 택배노동계, 영화에서도 나오듯 '구역 물량 분류 작업' 일명 '까대기'가 택배기사 장시간 노동의 주원인이다.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 해내야 하는 고된 노동, 알바를 쓰더라도 본인의 돈이 나간다. 물론 개인사업자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맞을 것이다. 문제는, 말은 '함께' 일한다고 해놓고 노동자는 권리 없이 책임만 떠앉으며 사측은 대책없이 방관하는 모양새이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불안정과 불확실이 경제 전반을 잠식하는 가운데 '긱 이코노미'(정규직 아닌 비정규직, 계약직, 임시직을 선호하는 현상) 시대가 도래했는데, 불안정과 불확실이 가속화되며 임계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 대상은 서민과 노동자가 아니라 '가난한' 서민과 노동자일 수 있다. 긱 이코노미의 수혜자라고 할 만한 기업이 허울 좋은 말로 상대하고 있는 이들이, 주로 치열하게 일해도 먹고사는 데 빠듯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영화에서 빌런은 택배회사 지점장 멀로니와 리키의 큰아들 셉인 듯하다. 멀로니는 개인사정을 전혀 봐 주지 않고 철저하게 사측의 원칙과 논리와 입장만 고수하며 리키를 압박한다. 그런가 하면 셉은 자잘하게 시작해 큰 사고까지 계속 치르며 리키를 괴롭힌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적어도 셉은 빌런이 아니다. 사춘기 나이 때, 부모님의 무관심 속에서, 그런 일들을 한 번쯤 저질러 보지 않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리키의 잘못이랄 수도 없다.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그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멀로니가 남는다. 본인의 말마따나 "불평불만, 분노, 화, 증오를 모조리 흡수해 전국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지점으로 만드는 연료로 쓴다"는 그는, 이 시대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화신일 것이다. 그는 분명 파렴치한 행동을 일삼지만, 그조차 영화적 존재가 아닌 지극히 일반적이고 평범한 존재이다. 비판의 대상일 뿐, 그를 사라지게 하는 게 대안일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영화에는 비판의 대상이 몇몇 더 나온다. 리키가 강도 일당에게 맞아서 크게 다쳐 병원에 갔는데 엑스레이 결과를 받는 데만 3시간이 걸린다는 황당한 답변이라든지, 리키가 신처럼 떠받들어야 하는 비싼 스캐너는 2분마다 울리며 현재 배송 상황을 모두에게 공유하게 한다든지. 사람 하나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법과 복지, 그리고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디지털.


이 시대 노동과 가족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미안해요, 리키>의 주인공인 네 가족은 모두 일반인이라고 한다. 리키 역의 크리스 히친은 오랫동안 배관공으로 일해 왔고, 애비 역의 데비 허니우드는 돌봄 노동을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아니 다큐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일상생활을 카메라로 담았다고 할까. 우리나라의 그 유명한 <인간극장>이 생각났다. 이 시대 노동의 현실과 가족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이리라. 


켄 로치 감독이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게 60년대 중반, 어언 50년이 훌쩍 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는 참으로 일관되는 시선을 견지했는데,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비판적 시선이 가 닿은 세상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반증이니까 말이다. 올해 11월 13일이 고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고 나아가 권리를 찾고자 분신으로 자신을 희생한 사건의 50주년 되는 날이다. 이후 한국노동운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IMF외환위기와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며 공허해지고 말았다. 세상이 바뀌기는커녕, 어느 면에서는 뒷걸음친 것 같다. 


'각개약진'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아무도 나와 함께하거나 나를 도와줄 수 없고, 나 또한 누구와 함께하거나 도울 마음이 없는 세상. 이제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세상은 꿈쩍하지 않는다. 또는 꿈쩍하지 못한다. 그런 세상에서 <미안해요, 리키> 같은 작품은 '약'이다. 세상이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종류의. 그러니, 누군가는 이런 작품을 계속 만들어야 하고 우리는 이런 작품을 꼭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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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노동자, 미안해요 리키, 블루칼라,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칸 영화제, 켄 로치, 택배,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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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계엄령 시대의 지옥 같은 학교를 공포로 빗대다 <반교: 디텐션>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8. 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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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반교: 디텐션>


영화 <반교: 디텐션> 포스터. ⓒ찬란/(주)팝엔터테인먼트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거의 매년 꾸준히 관객을 찾았다. 비록,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관객으로부터 많은 인기를 받은 작품은 찾기 힘들지만 말이다. 그 시작은 1990년대이다. 최초는 아니지만 시작점에서 유명한 건 <모탈 컴뱃> 시리즈가 있을 테고, 2000년대 들어 <툼 레이더> 시리즈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있을 테다. 이중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15여 년간 6탄까지 나오며 나름의 인기를 끌었다. 2010년대 들어 <페르시아의 왕자> <잉그리버드 더 무비>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명탐정 피카츄> 등이 쏟아져 나왔다. 


2020년대를 시작하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는데, 2월의 <수퍼 소닉>이 그 작품이다. '전설'이라고 이름 붙여도 충분한 게임 원작을 바탕으로 했지만, 내부 시사에서 반려 당해 다시 만들다 시피 하여 뒤늦게 개봉했지만 역대 게임 원작 영화 중 최고의 흥행을 올리는 등 파란만장한 제작·개봉 역사를 자랑(?)한다. 한편, 이번 8월에도 명작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반교: 디텐션>이 찾아왔다. 흔히 접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대만 게임을 원작으로, 대만에서 실사화했다.  


영화 <반교: 디텐션>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었고, 대만의 흑역사라고 할 만한 20세기 계엄령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무엇보다 공포 장르이다. 2019년 제56회 금마장 영화제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아호, 나의 아들>과 양분하다시피 했기로서니, 신인 감독의 작품으로 쾌거를 이룩한 것이리라. 그런가 하면 제22회 타이베이 영화제에서는 대상과 최우수영화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석권했다. 개봉 직후 대만 박스오피스 1위는 물론 2019년 개봉한 대만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고 하니, 대만 영화계를 뒤짚어 놓은 게 확실하다. 


비 내리는 지옥 같은 학교,,, 탈출할 수 있을까


비가 매섭게 내리는 밤, 텅비고 음산한 교실에서 잠이 깬 팡루이신은 영문을 모른 채 헤매다가 한 학년 후배 웨이충팅과 마주친다. 그들은얼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선생님과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얼굴 없는 여학생과 마주치기도 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는데, 거대한 유령의 모습을 한 경찰이 간첩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죽여 버렸다. 


간신히 유령에게서 도망친 팡루이신과 웨이충팅, 여전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헤맨다. 밖은 매섭게 내리는 비 때문에 홍수가 나 학교에서 탈출하긴 요원하니, 어떡하든 학교 안에서 버티며 사람들을 찾아야 했다. 그들 앞에 나타나는 친구들 덕분에 그들은 하나하나 기억을 되찾지만, 생각하기 싫은 기억들 뿐이다. 이건 현실이 아닌 꿈, 악몽이 분명하다. 


때는 1962년 서슬 퍼런 계엄령이 한창인 때 대만의 취화고급중학교, 장 교사와 인 교사는 웨이충팅을 비롯한 몇몇 학생들과 지하 독서부를 이끌고 있다. 그들은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는 서적을 몰래 들여 공부했는데, 누군가의 밀고로 한순간에 와해되어 모조리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정황상 팡루이신과 웨이충팅이 연류된 것으로 보이는데... 팡루이신과 웨이충팅은 지옥 같은 학교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지하 독서부가 와해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밀고자는 누구일까? 


대만 계엄령 시대의 아픔과 슬픔


영화 <반교: 디텐션>은 악몽의 공포와 그보다 더한 현실의 공포를 따로 또 같이 적절하게 보여 주며 대만 계엄령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자연스레 그려 낸 수작이라 할 만하다. 다만, 일반적인 호러 영화를 대할 때 바라게 되는 심장까지 쫄깃한 공포를 만끽하긴 힘들다. 눈에 보이는 공포의 요소보다 현실 상황의 공포와 마음을 어지럽히는 공포가 훨씬 더 공포스러운 시대와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1962년이라고 하면, 비단 대만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냉전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 대다수 일반 국민들이 피해를 봤다. 정부를 비롯 위정자·권력자들은 공산주의 세력 또는 자본주의 세력에 대한 대항을 빌미로 독재를 펼치곤 했다. 대만의 경우, 1949년 말 공산당과의 국공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대만으로 본거지를 옮기면서 국민당 일당 독재가 시작되고 전국적으로 살벌하고도 강력한 반(反) 공산화·민주화 정책을 펼쳤다. 같은 해 5월부터 계엄령이 실시되었는데 자그마치 87년까지 40여 년간 계속되었다. 


이와 같은 시대에, 학생은 가장 살펴봐야 하는 대상 중 하나이다. 삶의 기조가 형성되는 시기이기에, 학교의 방침과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정부는 계엄령을 바탕으로 용공분자와 간첩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붙잡아 손쉽게 죽일 수 있었다. 그저 금지 서적을 몰래 들여와 공부한 죄밖에 없는 독서부 멤버들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들 입장에서 금지 서적이란 보다 넓은 세상에의 순수한 앎을 의미할 수 있겠지만, 정부 입장에서 금지 서적이란 곧 친(親) 공산화·민주화를 의미했다.


그 어떤 공포보다 삶을 옥죄고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이제 막 10대 중반을 지나가는 학생들은 삶이란 게 무엇인지 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죽음의 공포부터 먼저 알아야 했으니, 그 알 수 없고 손도 닿지 않는 공포란 상상하기 힘든 무엇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영화를 보며 호러 영화에서 흔히 가 닿기 힘든 종류의 생각이 스멀스멀 끝없이 올라왔다. 


현실과 악몽을 오가는, 빠져나가기 힘든 공포


영화는 현실과 악몽(이라고 생각되는)을 오가는데, 현실은 상당히 밝은 반면 악몽은 말할 수 없이 기괴하다. 이는 주인공 팡루이신의 상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바, 현실에서의 로맨스가 어느 정도 빛을 발하고 있는 반면 그의 의식은 황폐하기 이를 데 없다는 반증이다. 이 영화의 공포가, 현실이 주는 죽음에의 공포와 함께 주인공 팡루이신의 피폐하기 이를 데 없는 내면을 비추는 악몽 속 공포의 두 축으로 이루어져 비할 바 없이 탄탄해 보이는 이유이다. 빠져나가기 힘든 이중, 삼중의 공포. 


그런가 하면, 영화는 공포를 유발하기까지 또 공포 이후에도 계속되는 아픔과 슬픔을 다루었다. 공포는 나를 해치고 누군가를 해치게 한다는 명제를 대입해 보면, 계엄령 공포 정치가 계속될 때 국민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아픔을 겪고 슬픔까지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 지하 독서부가 누군가의 밀고로 와해되고 잡혀 가고 또 죽음을 면치 못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밀고자 또한 피해자일 뿐이다. 


이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살아남는 자가 있다면, 아픔과 슬픔을 오롯이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죽고 없는 수많은 이의 삶도 짊어져야 할 것이다. 비록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 그 시절 공포의 근원은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공포들이 우리를 짓누른다. 인간은 정녕 공포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인가. 아픔과 슬픔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영화는 거기에까지 생각이 가 닿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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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계엄령, 대만 영화, 반공, 반교: 디텐션, 시대, 죽음, 현실, 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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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밖에 없는 '그녀'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야구소녀>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7. 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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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야구소녀>


영화 <야구소녀> 포스터. ⓒ 싸이더스



'이주영'이라는 배우를 KBS 드라마 스페셜 2019 <집우집주>라는 제목의 단막극에서 처음 보았다. 연기력과 생김새와 목소리까지 인상적이었는데, 얼마 후 영화 <메기>를 통해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아니, 눈에 띄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드라마와 영화는 하루를 차이로 방영되었고 개봉하였다. 이후 그녀의 필모를 되짚어 보니 여기저기에서 자주 봤던 게 확실했다. 


2016년 <춘몽>, 2017년 <꿈의 제인>, 2018년 <협상> 그리고 2019년 <메기>까지 주로 메이저급 독립영화에서 주요 캐릭터로 얼굴을 비췄던 것이다. 나로서는 그녀를 2019년에야 '발견'하게 된 것이리라. 그녀에게 2020년은, 2019년에 이어 또 다른 도약의 해라 할 만하다. 그동안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오늘의 탐정> 등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비추다 <이태원 클라쓰>로 크게 빛을 본 것이다. 


그리고 영화 <야구소녀>로 다시 한 번 독립영화계의 '원톱'임을 확실히 했다. 앞으론 그녀를 메이저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급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야구소녀>는 그녀만의 독보적인 캐릭터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라 하겠다. 20년 만에 탄생한 여자 고교야구 선수 '주수인'으로 분해, 남자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야구라는 운동 종목에서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홀로 이끌어가다시피 했다. 끌리는 스토리와 그에 걸맞는 캐릭터가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예측은 가지만 어떻게 던질지는 궁금하다. 


야구밖에 없는 '그녀',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


백송고교 야구팀, 주수인은 졸업반이지만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대다수가 지명받는 데 실패했고, 단 한 명 그녀와 함께 어릴 때부터 함께 야구를 해 온 이정호만 지명받았을 뿐이다. 그녀는 최고 구속 134km에 볼회전력이 일품인 천재 야구'소녀'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그녀만큼 던질 수 있는 '여자'는 전 세계에서도 몇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프로의 발밑에 다가가기도 힘들다. 


야구팀에 새로 부임해 온 코치 최진태, 그는 프로 출신도 아니고 코치 경력도 없지만 감독의 백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래도 실력은 있었던 듯 주수인을 전담한다. 처음엔 감독의 말마따나 본인의 생각에 따라 주수인으로 하여금 프로야구선수를 포기하게 하려 했지만, 주수인의 진심과 일말의 희망을 보고 마음을 고쳐 먹는다. 그녀가 시속 134km라는 '빠른' 구속을 자랑하지만 프로에는 턱 없이 모자랐기에, 그녀의 강점인 볼회전력을 살려 '너클볼'을 개발한다. 


프로의 지명은 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트라이아웃이라는 구단 개별 입단테스트를 받게끔 하려 한다. 물론 그 또한 너무나도 높은 벽임엔 틀림없지만 말이다. 그녀는 최진태 코치의 전담마크로 특훈에 들어간다. 한편, 그녀에겐 무능하지만 자신을 응원해 주는 아빠와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면서 열심히 살지만 자신을 응원해 주지 않는 엄마가 있다. 야구밖에 없는 그녀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자, 엄마의 현실에 기반한 잔소리와 걱정과 협박이 날아든다. 그녀는 과연 프로야구선수가 될 수 있을까? 


소수자로서의 여성 성장 스포츠 드라마


1904년 한국 땅에 처음 야구가 도입되고 1915년 최초의 대회가 열리고 19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되며, 한국 야구의 역사가 100년 이상 흐르면서 여자가 프로 선수로 뛴 적은 한 번도 없다. 엄연히 여자야구 국가대표팀도 존재하지만, 프로팀은커녕 실업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팀과 리그만 존재한다. 농구나 배구처럼 프로여자팀과 리그가 존재하거나 축구처럼 실업팀이 존재하는 타 구기 종목과 달리 여전히 보수적이기 짝이 없다고 하겠다. 


실제로, 1999년 안향미 선수가 대통령배 전국고교 야구대회에 출전해 여자로서는 '처음' 공식 대회 출전 기록을 남긴 바 있다. 영화 <야구소녀>가 바로 안향미 선수를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영화 속 '20년 만에 탄생한 여자 고교야구 선수'라는 타이틀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영화의 주요 스토리라인과 메시지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려는 소녀. 


프로야구 선수는, 되고자 하는 모든 이의 꿈이지만 되고자 하는 거의 모든 이가 도달하지 못한다. 일례로 작년 전국 초중고 야구선수 수는 8000여 명, 그중 프로야구 선수로 뛸 수 있는 수는 200여 명으로 4%에 불과하다. 그 희박한 가능성을 뚫고 '여자'로서 프로야구 선수가 될 가능성은 한없이 0%로 수반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영화를 보면 보다 많은 감정이 소용돌이치지 않을까 싶다. 


하여, <야구소녀>는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고 모두 알맞다. 스포츠 영화로 보아도, 여성 영화로 보아도, 성장 영화로 보아도, 소수자 영화로 보아도, 드라마 영화로 보아도 좋은 것이다. 영화엔 최소한의 박진감과 감동이, 극적인 요소와 응원하게 만드는 연기와, 생각할 거리와 변화구 없이 직구로 승부하는 연출력이 두루두루 보인다. 개인적으론, 소수자로서의 여성 성장 스포츠 드라마라고 생각하며 보았다. 


빈 구석이 있지만 응원하게 되는 영화


아직까지 남자만의 전유물이라 할 만한 프로야구로의 짐념 자체가 여자에겐 소수자로서의 차별을 뚫고 나아가려는 의지로 보인다. 영화는 '환경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시선이 아니라 '남자든 여자든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라는 시선을 전제한다. 여자는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아닌, 기본적으로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지 못하면 프로야구 투수로 두각되기 힘들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한 것이다. '여자'로선 특출나게 빠른 속구를 뿌리는 주수인이지만 그래서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신기해하지만, 그대로는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여기에서 빛을 발하는 게 '강속구'에서 '너클볼'로의 전환이다. 성장으로서의 변화가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강속구는 명백히 그녀의 장점이지만, 그녀가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데는 장점이 아닌 단점이 되고 만다. 하여, 그녀'만'의 장점이라 할 만한 볼회전력을 살린 것이다. 자신을 버리고, 자신도 몰랐던 또 다른 자신을 불러내어, 자신이 되게 하는 건 정녕 어려운 일이 아닌가. 누구보다 강한 의지와 신체와 자기확신으로 이뤄낼 거라 믿으며 응원하게 된다. 비록 영화 속 캐릭터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스토리와 메시지와 연기력, 그리고 연출력에 비해 영화 자체는 빈 구석이 종종 눈에 띈다. 주수인의 여성으로서 스포츠 선수로서의 성장에 있어 부모님이 자못 큰 역할을 하는데 그 방향성이 잘못 되었다기 보다 어설펐다. 부모님은 이상으로서의 프로야구 선수와 대조되는 현실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는데, 너무 예측가능했거니와 앞뒤를 연결하는 사연이 부족했다. 또한 주수인의 절친 이정호와 한방글은 서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 거의 소모품처럼 쓰였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런가 하면 전체 스토리의 큰 분기점들 간에 이어짐이 매끄럽지 않기도 했다. 급작스러운 전개가 종종 보였다. 어리둥절하여 스토리를 따라가기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빈 구석들이 영화를 감상하는 데 있어 치명적이진 않았다. 그럴 때마다 영화가 말하고 보여주려는 바를 정확하고 명확히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걸로 충분하다 싶었다. 예측가능하지만 긍정적이고 올바른 바를 흔들림 없이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건 정녕 어려울 텐데 이 영화는 해냈다. 논란의 여지 없고 생각할 거리를 주지 않는 대신, 나의 생각이 너의 생각이 우리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고 말하고 있어서 좋았다. 이 영화는 할 수 있는 최선을 충분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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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성혜를 통해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직시하는 청춘 <성혜의 나라>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2. 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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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성혜의 나라>


영화 <성혜의 나라> 포스터. ⓒ아이 엠



스물아홉 성혜는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새벽 신문배달 일을 하는 공무원 준비생이다. 그녀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바 앞날이 창창했다. 하지만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하곤 신고 절차를 밟았는데, 반강제로 퇴사당하고 말았다. 이후 그녀는 회사 면접에서 족족 떨어졌는데, 성추행 사건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걸로 생각된다. 


한편, 그녀에겐 7년 동안 사귀고 있는 찌질한 남자친구 승환이 있다. 그도 그녀처럼 공무원 준비생인데, 바쁜 성혜를 훼방놓질 않나 구차하게 모텔비 얘기를 꺼내질 않나, 하등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녀는 고향에 있는 부모님께 매달 돈을 부치는데, 용돈이 아니라 아버지의 병원비이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먹는 거라곤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뿐인 성혜가 힘든 이유들이랄까. 


친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다녀온 성혜, 알 수 없는 복통에 시달리다가 병원을 찾으니 공황장애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갑자기 숨이 가쁘고 머리가 어질하고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도무지 답이 없는 세상살이에 지쳐가고 있을 때 집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그때,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며 사망보험금으로 5억이 생기는데... 그녀의 선택은 가히 충격적일 수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에 빛나는...


영화 <성혜의 나라>는 2018년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차지한 작품이다. 영화판에서는 1990년대부터 주로 단역으로 출연해 왔지만, 연극판에서는 2010년대부터 연출과 각본으로 잔뼈가 굵은 정형석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주연으로도 분한 데뷔작 <여수 밤바다>로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진출한 바 있다. 차기작 <앙상블>도 전주국제영화제에 소개되어 인연이 깊다. 


전주 한국경쟁 대상 작품임에도, 자그마치 2년만에 정식 개봉에 성공한 <성혜의 나라>는 독립영화의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작년 이른바 대형 독립영화들이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으며 이슈를 일으켰는데, 그 틈바구니에서 예년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본 독립영화들이 더 많아졌다는 아이러니가 함께했다. 소수의 성공작들이 전체 파이를 키우진 못했기로서니 역효과를 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혜로 분한 배우 송지인은 낯이 익을 만하다. 2008년부터 영화와 드라마, 단역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해 오다가 <성혜의 나라>에서 첫 주연으로 활약했다. 표정이 지워진 현시대의 청춘을 상징하는 '성혜'로 제 역할을 다했다. 사실, 그녀보다 눈에 띄는 이는 승환으로 분한 배우 강두이다. 어느새 배우로 변신해 재작년 <대관람차>에서 주연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강두, 이 영화에서도 캐릭터를 정확히 캐치한 물 오른 연기로 입체적 활기를 불어넣었다. 어서 빨리 그의 다음 영화를 보고 싶다.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직시하는 청춘의 현실


영화는 컬러 아닌 흑백을 택했다. 명백히 대놓고 의도한 바가 있는 듯, 성혜의 지난하고 짠내나고 한숨나는 삶의 면면에 너무 감정이입하여 깊숙이 들어갈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일면 객관적으로, 최소 한 발자국 이상은 떨어진 곳에서 바라볼 수 있게 말이다. 감독은 그런 방식으로 바라보는 게, 현시대 청춘을 보다 정확하게 직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테다. 


하여, 영화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죄책감 또는 공감의 마음이 덜 느껴진다. 시선이 나로 향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시선이 영화로 향하는 영화가 있는데, <성혜의 나라>는 비록 겉모양은 마음을 움직이는 청춘 이야기로서니 감정을 뒤흔들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명제가 철저히 통용되어지는 느낌이다.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청춘 영화이다. 


시선이 감독에게로 향한다. 감독은 왜 이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청춘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직시하려는 의도가 전부였을까? 아니면 그 자신이 기성세대 남성으로, 당연히 현시대 여성의 청춘을 전혀 겪어보지 못한 채 그저 보고 듣고 느낀 것만 영화로 옮긴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영화는 너무 좋았지만, 더 깊고 세밀하고 마음을 두드리는 무엇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랬기에 이 영화가 좋았다는 걸 부인할 수 없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성혜의 선택을 아무도 탓할 수 없다


매년, 매 십년, 매 세대마다 청춘은 당연히 존재했다. 그리고, 청춘은 언제나 힘들었다. 비록, 지나가면 한없이 소중하고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로 남아 '그땐 그랬지' 정도로 치부되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청춘과 앞으로의 청춘은 다를 것 같다. 적어도 <성혜의 나라> 속 성혜를 보면 차원이 다르다. 더 이상 '청춘'이라는 단어에 모든 걸 때려넣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회사에서 성추행을 당해 정당한 절차를 밟았더니, 돌아오는 게 보복 차원의 퇴사와 계속되는 면접 탈락이란 말인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며 밤낮 없이 일해서 번 돈으로 자기 몸 하나 뉠 집 하나 찾기 힘들단 말인가. 돈 없고 백 없어도 몸 하나로 버티고 이겨낼 수 있다는 청춘은 옛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 견고하게 망가진 시스템에서 청춘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이 영화의 결말이 충격적이고 황당하고 안타깝기까지 하지만 한편으론 너무나도 이해 가능하게 다가오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겠다. 그 누구도 성혜의 선택에 왈가왈부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많은 청춘들이 그녀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모두가 그런 선택을 하면, 이 시대가 이 사회가 이 나라가 발전은커녕 제자리걸음도 힘들게 될 테지만 절대 청춘들을 탓할 수 없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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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룰 수 없는 꿈과 두 발 딛고 선 현실 사이에서 <8마일>

오래된 리뷰 2019. 9.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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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8마일>


영화 <8마일> 포스터. ⓒUPI 코리아



미국의 래퍼로 힙합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아티스트 중 하나인 '에미넴', 그의 이름 또는 그의 노래 한 번쯤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빌보드 선정 2000년대 아이콘이기도 할 정도로 2000년대 초반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인기를 구사했고, 2010년대에도 여전히 활동하며 전설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그 누구보다 암울했다고 전해진다. 


에미넴은 5살 때 디트로이트 슬럼가로 이주해 '백인 쓰레기' 계층으로 살았다고 한다. 흑인 빈민보다 아래에 위치한 도시 지역 백인 빈민. 생후 6개월 때부터 아버지 없이 어머니의 한부모 가정이었는데, 어머니조차 백인 마약중독자였다. 희망 없는 디트로이트 슬럼가의 유일한 성공 창구는 힙합이었는데, 그나마도 백인 아닌 흑인이 잡고 있었다. 백인 에미넴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란 너무나도 힘들었을 것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에미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본격적인 래퍼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언더에서의 고난 너머 고난, 현실과 꿈의 간극이 멀게만 느껴진다. 그때 그 시절이 어땠을지 대략이나마 상상이 가는데, 영화로 접할 수 있다. 에미넴의 언더그라운드 시절을 모티브로 한 <8마일>이다. 2002년작으로, <L.A. 컨피덴셜>로 유명한 커티스 핸슨 감독이 연출했다. 모든 힙합퍼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디트로이트 빈민가의 힙합 청년


디트로이트 빈민가의 이동식 트레일러에서 엄마, 어린 여동생과 함께 사는 지미 스미스 주니어(에미넴 분), 'B. 래빗'으로 불리는 그는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며 래퍼로 성공하려는 꿈을 꾸는 백인 청년이다. 절친 중 한 명인 퓨처의 설득으로 쉘터에서 펼쳐지는 랩배틀에 출전하지만 긴장한 것도 모자라 관객들의 일방적인 야유로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한 채 내려온다. 현실로 돌아간 그는 우연히 만난 알렉스에게 첫눈에 반한다. 


래빗은 엄마에게 시달리며 여동생을 돌본다. 돈 벌어올 궁리는 하지 않고 빙고로 한 탕을 꿈꾸며 아들 래빗의 고등학교 동창이 보험금을 크게 탈 거라는 이유로 동거를 시작한 엄마다. 한편, 친구 윙크는 인맥을 이용해 래빗을 성공시켜줄 수 있다고 꼬득인다. 절친들은 윙크의 믿을 수 없는 헛소리에 속지 말라고 래빗에게 당부한다. 래빗은 꿈과 현실에서 방황한다. 


계속해서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난다. 공장, 집, 쉘터에서 가족, 절친, 알렉스 그리고 래퍼 갱 집단 프리월드 크루와 말이다. 즐겁고 설레고 열받고 암울한 일들이다. 하지만 래빗이 현실에 두 발 붙인 채 공장을 다니며 가장 역할을 하고 동시에 더욱더 뛰어난 실력을 선보여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꿈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래퍼로서의 끈을 놓지 않는 걸 저지할 수 없다. 


유명한 대사와 주제곡 


영화 <8마일>은 여러모로 유명하다. 에미넴이 단독 주연이다시피 한 점도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대사이자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품은 대사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가 유명하다. 무엇보다 그가 직접 만들고 부른 주제곡 'Lose Yourself'는 힙합 장르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했고, 12주 동안 빌보드 1위를 기록했던 에미넴 최고의 흥행곡이기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수놓은 'Lose Yourself'의 인트로와 아웃트로는 곱씹을 만하다. 'Look, if you had on shot, one opportunity. To seize everything you ever wanted, in one moment. Would you capture it or just let it slip? yo,'(이봐, 네가 단 한 번, 단 한 번의 기회로 원했던 모든 걸 얻을 수 있게 된다면 그 기회를 잡겠어, 아니면 그냥 날려버리겠어?) 'You can do anything you set your mind to, man'(마음만 먹으면 너도 뭐든 할 수 있다고, 친구) 


극중에서 많은 이들이 디트로이트를 떠나고 싶어 한다. 힙합을 하고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이들 모두가, 진정 힙합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성공하여 디트로이트를 벗어나려는 목적으로 그러고 있을 것일 테다. 힙합이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성공의 수단이자 도구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런 와중에 래빗은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한다. 여기에서 '방황'이란, 진정 힙합을 좋아하는 래빗으로서는 수단이자 도구로 전락한 '힙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래빗에겐 기가 차는 가족과 집이라는 성공의 이유가 있지 않는가. 하여 <8마일>에서 현실과 꿈은 단순히 이룰 수 없는 높은 꿈을 꾸는 패배자 혹은 일반인의 그것이 아니다. 


현실과 꿈


대다수의 사람들이 꿈은 꾸지만 도달하지 못하고 현실에서 살아간다.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꿈은 높이 가져야 해' 혹은 '헛 꿈 꾸지 마'라고 극단적인 생각을 서슴없이 전한다. 둘다 꿈 또는 현실이 '네 자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의 대부분은 꿈과 현실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꿈은 꿈인 채로 준비를 계속하되 너무 높이 가지 않고 언제든 현실로 돌아가 삶을 지탱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8마일>이 전하는 바도 이와 다름없다. 래빗도 당연히 성공해서 디트로이트를 떠나고 싶지만, 엄마의 허무맹랑하고 이기적인 행각 즉 말도 안 되는 꿈을 좇긴 싫은 것이다. 그럴 수도 없고 말이다. 그는 단 한 번의 기회도 놓치지 않게 모든 게 완벽해질 때까지 실력을 갈고닦으며 준비하고 동시에 삶을 지탱할 수 있게 뒤돌아보지 않고 현실로 향한다. 그 단단한 모습이, 겉멋만 잔뜩 들어간 곳에서 일면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존경스러울 정도인 건 부인할 수 없다.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절대 실패자이자 패배자일 수 없다. 다만, 꿈을 꾸지만 기회가 왔을 때 놓친다면 실패자이자 패배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누구의 시선도 빗겨가고 비난도 담아두지 말고 자신만의 꿈을 꾸되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기회를 준비하라. 누구나의 성공이 아닌 자신만의 성공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투박하지만 진실 어린 조언이 몸소 담겨 있는 영화 <8마일>을 새삼 다시 다르게 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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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맥스와 청부살인업자 빈센트의 황량하고 건조한 동행 <콜래트럴>

오래된 리뷰 2019. 9. 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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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콜래트럴>


영화 <콜래트럴> 포스터. ⓒUIP 코리아



마이클 만 감독, 연배는 위대한 감독들인 마틴 스콜세지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비슷하지만 영화에는 훨씬 늦게 뛰어들었다. 40대를 바라보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의 연출 필모는, TV 시리즈 제작을 거쳐 90년대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시작될 수 있었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라스트 모히칸> <히트> <인사이더>가 90년대 만들어졌고, 2000년대 들어서도 주기적으로 작품을 내놓았다. 


사이사이 연출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에도 손을 댔고 최초에 연기자로 시작한 필모답게 가끔은 출연도 하였다. 70대인 2010년대에도 여전히 TV와 영화 모두에서 연출과 제작을 진행하고 있는 그, 정력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영화 연출에 있어 사실상 그의 전성기는 15년 전에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04년도 영화 <콜래트럴>을 마지막으로 말이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를 전면 투톱으로 내세운 <콜래트럴>은,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대도시 LA를 배경으로 한 범죄 드라마 영화이다. 범죄 영화로서 남성다운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마이클 만 감독의 스타일이 일면 엿보이는 한편, 대도시의 황량함과 대립되는 인생 추구 방식이 특별하다면 특별하게 다가온다. 


맥스와 빈센트


맥스(제이미 폭스 분)는 LA에서 12년째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잘 알고 잘 하는 그이지만, 언젠가 돈을 모아 리무진 렌탈 서비스 업체를 차리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그래서 택시기사를 그저 임시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밤 우연히 양복 입은 사내 빈센트(톰 크루즈 분)가 탄다. 그는 700달러를 주며 하룻밤 새 다섯 군데에 들러 일을 보고 공항으로 갈 테니 함께 다닐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아는 맥스지만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처음에 들른 곳부터 일이 꼬인다. 빈센트가 일을 보러 들어간 뒤 얼마 되지 않아 택시로 사람이 떨어진 것이다. 그러곤 바로 나온 빈센트는 당황한 맥스에게 명령해 함께 죽은 사람을 트렁크에 실는다. 그들의 하룻밤 동행은 곧 죽음의 동행이 된다. 알고 보니 빈센트는 살인청부업자로 다섯 군데에 들러 다섯 명을 죽이고 떠나야 했던 것이다. 


죽기 싫은 맥스는 어쩔 수 없이 동행하지만 틈만 보이면 도망칠 궁리를 한다. 실패하지만 빈센트는 그를 죽이지 않는다. 그런 한편, 맥스 때문에 중요한 자료를 모두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하지만 역시 죽이지 않는다. 다만, 빈센트를 대신해 맥스가 얼굴을 팔고 자칫 누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게 되었다. 빈센트는 한 명씩 죽여가며 점차 목적을 달성하고, 맥스는 빈센트 덕분에(?)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버리고 점차 대범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들의 동행은 어떻게 끝날까? 


하드보일드한 대도시와 인생 자세의 대립


영화 <콜래트럴>은 깔끔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한편 황량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다.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만큼 '누와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건조하고 비정하고 냉혹한 분위기가 보다 알맞는 듯하니 '하드보일드'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영화가 액션보다 분위기와 결이 닿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중심 내용은 주지했다시피 빈센트의 다섯 명 청부살인 작업에 택시기사 맥스가 껴든 모양새이지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건 LA로 대변되는 대도시와 그들이 추구하는 인생 자세의 대립이다. 빈센트는 말한다. LA라는 도시가 싫다고, 누구 하나 남에게 관심을 두는 일 없이 건조하기 짝이 없다고 말이다. 아이러니한 건 그 자신이 비정하고 냉혹한 냉혈한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대도시인 그 자체이다. 하지만, 그는 본인의 일 외에도 다른 일에 관심이 많고 잘 알기도 한다. 


맥스는 승객들에게 관심이 많은 듯하다. 자신의 꿈을 가감없이 전하는 것이다. 다만, 비루한 현재는 숨긴 채.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소시민 그 자체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오히려 남들이나 다른 일에 관심이 없고 잘 알지 못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소심하면 자신에게 천착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맥스가 빈센트를 만난 건, 겉으로는 죽음의 동행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틀 또는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가는 동행일지 모른다. 참으로 얄궂게 말이다. 그 동행이 맥스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전적으로 그 자신에게 달렸다. 


빈센트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아마도 평소와 다름 없이 작업을 했을 것이다. 누구나 일을 하면 루틴이 생기는 것처럼, 당연한듯 오랫동안 해왔을 게 분명하다. 거기에,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맥스라면 안성맞춤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결론적으로 '하필 맥스'였다. 그리고 맥스가 변할 수 있게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다름 아닌 빈센트이고 말이다. 아이러니는 이 영화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겠다. 


마이클 만 감독 스타일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를 과도하게 추구하는 마이클 만 감독답게, 더욱이 '총'에 있어 더욱 그런 면모를 추구하는 그의 작품답게, 총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청부살인업자 맥스의 솜씨는 일품이다. 잘 몰라도, 총질하는 액션 영화를 봐왔던 이라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자세가 완벽하다. 극중에서 맥스는 모든 대상에게 가슴에 두 발, 머리에 한 발을 쏘아 죽이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모잠비크 드릴'이라는 기술이라고 한다. 더블탭, 즉 가슴에 두 발을 쏘고 쓰러지지 않은 적을 확인하고 머리에 한 발을 쏴서 확실히 죽이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후 개량되어 가슴에 두 발을 쏘고 확인하지 않은 채 곧바로 머리에 한 발을 쏘는 형식이 되었다고 한다. 


모잠비크 드릴이라는 총격술이 일반인에게 알려진 게 다름 아닌 <콜래트럴> 덕분이라고 한다. 마이클 만 감독이 추구하는 리얼리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사실이다. 빈센트로 분한 톰 클루즈가 어느 정도의 훈련을 받았을지 짐작되는 바이기도 하다. 한편, 극중에서 이 모잠비크 드릴 총격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는데, 그 자체로 범행 흔적이 된 것이다. 추측할 그 어느 것도 남기지 않는 그이지만, 고도의 훈련을 받아 습관이 되어버린 총격술을 바꾸는 건 어려웠을 테다. 


<히트>가 앞서 존재하기에 <콜래트럴>을 마이클 만 감독 스타일의 집대성이라고 할 순 없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독립적으로 충분히 훌륭한 걸작이다. 또한 독특하기까지 하니 범죄 영화를 좋아하지만 단순한 액션 범죄 영화는 저어한다면 단연콘 <콜래트럴>을 추천한다. 오래오래 지속될 여운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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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이고 완벽한 외연미와 현실적인 내연의 조화 <쉘부르의 우산>

모모 큐레이터'S PICK 2019. 8.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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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큐레이터'S PICK] <쉘부르의 우산>


영화 <쉘부르의 우산> 포스터. ⓒ에스와이코마드



프랑스 현지 개봉 55년 만에 <쉘부르의 우산>이 한국에 두 번째로 재개봉했다. 프랑스에서는 1964년, 한국에서는 1965년과 1992년 개봉했던 이 영화는, 누벨바그 대표 감독 중 하나인 자크 데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그는 또 다른 누벨바그 대표 감독으로 유명한 아녜스 바르다와 부부로도 유명하다. 자크 데미는 1990년 세상을 등졌고, 아녜스 바르다는 불과 반 년 전 세상을 등졌다. 


영화는 제3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외국어 영화상, 제3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각본상, 주제가상, 음악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진 못했다. 프랑스 뮤지컬 영화의 대표작으로서 노미네이트에 그친 게 의아하지만,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을 대표한 영화들이 그 유명한 <사운드 오브 뮤직>과 <닥터 지바고>인 걸 확인하면 수긍이 간다. 하지만, <쉘부르의 우산>은 제17회 칸영화제에서 대망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이 멜로 영화가 어떻게 칸의 황금종려상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 


한편, 이번에 <쉘부르의 우산>이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하면서 자크 데미의 다른 네 작품도 '특별전'으로 함께 소개되기도 했다. <롤라> <로슈포르의 숙녀들> <당나귀 공주> <도심 속의 방>이 그것들인데, 하나같이 전설적인 작품들이다. 단순히 오래되었다고 해서 전설적이라고 칭할 수 있는 게 아닌, 오래 회자되고 계속 사랑받아 왔기에 전설적이라는 칭할 수 있는 것이리라. 


기와 주느비에브


영화는 제1부 이별, 제2부 고독, 제3부 재회로 이루어져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항구도시 쉘부르, 우산가게를 하고 있는 에머리 부인의 하나밖에 없는 17살 딸 주느비에브는 주유소의 자동차 정비공 20살 기와 사랑에 빠져 있다. 그들은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에머리 부인은 어린 나이의 딸이 앞길이 창창하지만은 않은 기와 결혼하는 걸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어느 날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의 독립운동 여파로 기에게 징집명령이 떨어진다. 기의 입대 하루 전 그들은 뜨거운 밤을 보낸다. 


위험한 곳으로 발령이 난 듯한 기, 주느비에브는 기에게서 통 연락이 오지 않는 걸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녀의 뱃속엔 기와의 결실이 자라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에머리 부인은 형편이 어려워져 가지고 있던 보석을 팔고자 하지만 여의치 않다. 파리와 런던을 오가는 젊은 보석상 카사르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에머리 부인은 카사르를 딸 주느비에브와 엮으려 한다. 연락도 없는 기를 기다리기 힘든 주느비에브는 결국 카사르에게 간다. 카사르는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기까지 책임지겠다고 한다.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제대한 기, 다리를 조금 저는 걸 보니 의과사제대인 듯하다. 그는 제대하자마자 주느비에브의 우산가게로 간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다. 주느비에브는 결혼했고 얼마 안 있어 에머리 부인은 우산가게를 닫았다는 소식을 들은 기는 망연자실하여 하릴 없이 거리를 떠돈다. 기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주느비에브는 행복할까. 기와 주느비에브의 자식은?


혁신적 시도와 완벽한 미(美)


영화 <쉘부르의 우산>은 하찮은 줄거리조차 차별화 시키는 혁신적 시도와 완벽한 미(美)를 장착한 걸작이다. 이미 뮤지컬 영화계의 신화적 존재로 오랫동안 유명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영화이지만, 현대에 와서 <라라랜드>에 큰 영향을 끼친 영화로 더욱 유명하다. 색감, 음악, 노래 면에서 다시 없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엑스트라조차 거의 없는 한정적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열연이 빛을 발한다. 


주조단역 할 것 없이 모두, 모든 대사를 음악에 맞춰 노래 형식으로 내보낸다. 지극히 단편적인 대화조차 노래로 하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특별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 고로 대사가 때론 단편적일지 모르나 절대 평범하진 않은 것이다.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대사들로 꽉 짜여져 있다. 55여 년 전에 프랑스에서 시도한 혁신적 개념이다. 


이 영화를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코 색감 즉, 영상이다. 색감이 영상을 절대적으로 대체하는 <쉘부르의 우산>은 의상과 벽지와 실내외 장식품과 거리 풍경까지 일체감을 선사한다. 빨강, 초록, 노랑, 파랑 등의 원색을 바탕으로 한 파스텔톤이 시종일관 영화를 장악한다. 당연히 보는 이의 시각도 장악한다. 감탄, 또 감탄하며 감상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기는커녕 오히려 더 고급지고 세련되어 보이는 의상은 크리스찬 디올에서 맡았다고 하는데, 등장인물의 의상 색과 배경이 되는 각종 소품들의 색이 인위적으로 어우러지게 하는 건 감독의 솜씨인 듯하다. 색감으로만 보여지는 미장센의 향연이 황홀하기까지 하다. 영화의 다른 모든 걸 제쳐두고서라도 색감만 감상해도 충분하다. 


환상적인 외연과 현실적인 내연


영화의 환상적인 외연과 달리 별 것 없어 보이는 스토리의 내연은 현실적이다. 그러하기에 한 번쯤 들여다볼 필요는 있겠다. 우선, '남자' 주인공 기가 아닌 '여자' 주인공 주느비에브가 주(主)가 된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녀는 기와 결혼하지 않은 채 아이도 가졌지만, 기가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걸 '선택'한다. 엄마 에머리 부인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는 한편 연락이 닿지 않는 기와의 불우한 현실이 존재하지만, 카사르가 다른 남자의 아이도 받아준다면 결혼하겠다고 한 본인의 정확한 선택이 작용했다. 


그런가 하면, 주느비에브의 현실적 판단과 선택과 더불어 기의 판단과 선택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는다고 했던가. 그는 주느비에브와의 사랑을 잊기 위해 빠르게 다른 사랑을 찾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러곤 우연히 마주친 주느비에브와 별다른 느낌 없이 대화를 나누고는 주느비에브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기가 군대에 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주느비에브의 가정 형편이 어렵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기가 다치지 않고 계속 연락이 닿았으면 어땠을까, 그들의 아이를 카사르가 받아주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사람의 힘으론 어찌 해볼 수 없는 운명의 길이라고밖에 설명할 도리가 없다. 더불어 그 길을 속절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영화의 외연이 환상적인 만큼 내연은 한 치의 환상도 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 아이러니야말로 이 영화를 걸작의 반열에 올린 결정적 요인이 아니었을까. 색감과 음악과 노래만으로도 충분한 이 영화를 영원히 남게 해준 일등공신이 아닐까. <쉘부르의 우산>을 좋아하는 사람 수없이 많을 테고 이 영화를 수없이 본 이들도 많을 텐데, 이 참에 한 번 더 감상하며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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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누벨바그, 뮤지컬 영화, 색감, 쉘부르의 우산, 자크 데미, 현실, 황금종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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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계단' '계시' 세 키워드로 들여다보는 <기생충>

모모 큐레이터'S PICK 2019. 6. 1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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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큐레이터'S PICK] <기생충>

 

영화 <기생충>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이제 막 50대에 접어든 젊은 감독, 장편 연출 필모가 채 10편이 되지 않는 그는 봉준호다.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던가, 본인은 부끄러워 하지만 새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에 내놓은 <플란다스의 개>부터 달랐다. 이후 3~4년을 주기로 내놓은 작품들, 이를 테면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까지 하나같이 평단과 대중 모두의 입맛을 충족시켰다. 어느 하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봉준호 하면 박찬욱, 김지운과 더불어 2000년대 한국영화 감독 트로이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하지만 박찬욱처럼 전 세계 영화제와 씨네필이 사랑한다고 하기엔 좀 애매하고 김지운의 미장셴처럼 그만의 독창적인 영화 스타일을 구축했다고 하기에도 좀 애매하다. 대신 그는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완벽함을 자랑한다. 굳이 '봉테일'이란 별명을 가져오지 않아도 그가 영화를 완벽하게 만든다는 걸 잘 안다.

 

사실 그는 저 둘뿐 아니라 한국영화 감독들을 통틀어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감독 중 하나이다. 6편의 장편을 내놓으며 약 31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옥자>는 32만 명을 동원했는데, 넷플릭스 배급작이었거니와 당시 모든 멀티플렉스들이 상영을 반대했음에도 거둔 성과였다. <옥자>가 멀티플렉스에도 정상적으로 개봉했다면 730만 명 정도의 관객이 들었을 거란 예측도 있다. 여기에, <기생충>이 1000만 명 이상 관객이 들 게 확실시되는 상황이니 만큼 흥행에서 비교불가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국영화 100주년이라는 적절한 타이틀이 붙은 시기에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탄 것이다.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 베니스, 베를린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칸영화제의 명명백백 최고의 상인 황금종려상. 이미 흥행에서 비교불가가 된 봉준호 감독에게 평단의 비교불가 딱지가 붙어버렸다. 일찍이 임권택,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등이 세계 3대 영화제를 휘젓고 다녔지만 해당 영화제 최고 상을 탄 건 김기덕의 <피에타>가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탄 게 유일하다.

 

계획 

 

키워드 1 '계획'.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식탁에 앉아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끝이 보이는 반지하 집에 사는 기택(송강호 분)네 네 식구, 어쩌다 보니 네 명 모두 백수로 지낸다. 돈이 없으니 핸드폰은 있는데 인터넷을 신청하지 못하니 윗집이나 근처 카페 와이파이를 빌리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짠하다. 그들에게도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있으니 기택 아들 기우의 절친 민혁이다. 그는 기택네를 잘 챙겨주는 것 같은데 곧 유학을 떠난다며 기우에게 본인이 하던 부잣집 딸 과외를 부탁한다. 비록 기우는 대학을 다니지 않지만 네 번이나 수능을 본 경험으로 충분히 거짓말을 칠 수 있다.

 

<기생충>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몇몇 단어들을 자주 언급하는데 '계획'이 그중 하나다. 보아 하니 기택네 네 식구가 굶어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계획인 듯한대, 그 시작이 우연히 그리고 거짓으로 시작된 부잣집네 딸 과외인 것이다. 기우의 말마따나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 계획적 행위는 현실 탈출 아닌 현실 유지의 의지에 맞닿아 있다. 반'지상' 아닌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건 언감생심, 지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그들이다.

 

영화 속 기택네 식구들의 계획이 잘 성공하길 바라면서도, 그런다고 무엇이 바뀔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들을 응원하고 동조하고 공감하고 있는 내 자신이 싫어지기도 한다. 아직은 영화가 불편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씁쓸하지만 자못 웃기기까지 하다. 한편, 영화 속 이들의 계획과는 달리 영화 밖 봉준호 감독의 계획은 시작부터 완벽해 보인다. 현실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하면서도 다분히 판타지적인 <기생충> 속 세계는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직조된 직물과 같다. 기택네라는 씨실과 박사장네라는 날실의 교차가 너무나도 정교하다.

 

계단

 

키워드 2 '계단'.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잘 나가는 IT기업 CEO 박 사장(이선균 분)네 역시 네 식구다. 아내 연교(조여정 분)는 착하고 쿨하고 나이스한데 남편도 그러하다. 흔히 생각하는 상류층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박 사장은 '선'을 중요시한다. 층과 단과 급을 구분짓는 선을 넘나드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기택네는 그걸 이용해 계획을 짰고 성공한다. 과연 그들도 박 사장의 선을 잘 지킬 수 있을까? 똑똑한 그들이니 이성적으로 잘하겠지만 그만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면 선이 허물어지는 건 한순간이 아닐까.

 

<기생충>의 또 다른 중요 키워드는 '계단'이다. 기택네 계획이 계단으로 상징되는 계급·계층을 허물거나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게 아니라는 건 앞서 언급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똑똑한 그들이니 만큼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았을 테다. 그러하기에 이 영화에서 계단은 감독이 다분히 일부러 만들어놓은 상징이다. 그 자체로 특별한 뜻이 있다기 보다 기택네와 박 사장네를 오가고 교차하고 비교하는 표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다. 기택네는 계단을 비롯해 끊임없이 이곳저곳을 오르내리지만 결국 원래대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봉준호 감독은 필모를 통해 일관적으로 사회 비판적 성격을 유지해왔다. 자연스레 대안 없는 자본주의 하에서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극명하게 나뉘어져 있는 계급·계층을 형상화하여 드러내고자 했다. <설국열차>가 기차라는 수평적 구조의 소재를 가져와 아이러니하게도 촘촘히 나뉘어져 있는 계급·계층의 단면을 보여주려 했다면, <기생충>은 계단이라는 수직적 구조의 소재를 가져온 듯하다.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구조는, 그래서 더욱더 극명하게 대조되며 한편 절대 서로 맞닿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 이쯤 되면 불편하다.

 

계시

 

키워드 3 '계시'.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기택네와 박 사장네의 조우는 자못 훌륭해 보인다. 별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다. 기택네는 기필코 선을 넘으려고 하진 않고 박 사장네는 선만 넘지 않으면 쿨하고 나이스하지 않나. 그냥 그렇게 제 자리를 지키며 살면 만사형통할 것이다. 하지만,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지 않나. '지상'의 박 사장네와 반'지하' 또는 반'지상'의 기택네라면, '지하'에도 누군가가 존재해야 하지 않겠나. 수직적 구조가 완성되어야 한다면 말이다.

 

<기생충>을 이루는 세 개의 '계'가 있다면 '계획' '계단'과 함께 '계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선 알 수 없는 진리를 신이 가르쳐 알게 한다는 뜻의 계시. 영화에서 '선'과 함께 박 사장네를 통해 자주 언급되는 '냄새'가 깨달음을 준다. 그건 영화 속 기택네에게도 영화 밖 우리네에게도 동일하게 통용될 수 있을 듯한대, 씁쓸과 불편을 넘어 불쾌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이다. 99%라고 일컬어지는 절대다수 소시민이 이 영화를 보고 깨닫게 되는 그것, '계급·계층은 냄새로 구분지어 진다'는 섬뜩하고 불쾌하지만 부정하기 힘든 명제.

 

기택네가 박 사장네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라는 1차 현실적 깨달음, 박 사장네가 사회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라는 2차 자조적 깨달음, 층과 단과 급을 구분짓는 선이 사실 본능적 냄새로 구분짓게 된다는 3차 명제적 깨달음. 물밑듯이 들이닥치는 개인 정신파괴적이지만 사회 체제파괴적이지는 않은 깨달음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영화는 결코 부정적이기 짝이 없는 암흑세계가 아닌 다분히 지금 여기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명백한 디스토피아 영화이다. 지금 여기의 현실이야말로 최악의 디스토피아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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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여강여호
    2019.06.10 15:12 신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너무 무겁지 않게 비판하는 게 봉준호만의 매력인 듯 합니다.
    이 영화만은 꼭 봐야지 했는데 여태 못 보고 있네요..ㅎㅎ..

    • BlogIcon singenv
      2019.06.10 16:02 신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안 볼 수가 없었어요~ 개봉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되었는데, 무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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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펼쳐지는 독재와 불복종의 잔혹한 이야기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모모 큐레이터'S PICK 2019. 5.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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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큐레이터'S PICK]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영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포스터. ⓒ디스테이션


기예르모 델 토로의 최고작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이상 '판의 미로')가 13년 만에 재개봉했다. 2006년 국내 개봉 당시, '기이한 판타지'라는 단어를 앞세워 어른들 아닌 아이들을 공략하는 오판 마케팅으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었다. 영화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판의 미로>가 21세기 최고의 판타지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는 걸 알겠지만 그러하기에 황당하고 안타까웠던 것이다. 잘 모르고 봤던 이들은, 이 영화가 주는 여러 가지 의미의 잔혹성에 혀를 내두르고 고개를 돌리고 손사래를 치고 말았다.  


재개봉하면서 '잔혹'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13년 전 그때 그 배급사는 잔혹함을 내세우면 관객들이 애초에 관심을 두지 않을 거라 판단했던 게 아니었을까. 지금은, <판의 미로>가 갖는 급이 다른 영향력과 작품성과 연출력과 풍부함을 알기에 한편으론 익숙하게 한편으론 새롭게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재개봉작들이 과거 큰 흥행과 파급력을 기대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다시금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는 것에서 진정한 의미의 재개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기예르모 델 토로는 그 사이 21세기 최고의 감독 중 하나라 불러도 손색없는 커리어를 쌓았다. 재작년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거머쥐었으며 베니스에서도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인 것이다. 역시 오스카를 평정한 알폰소 쿠아론과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와 더불어 멕시코 출신 영화감독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는 그(3명이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2017년을 제외하고 오스카 감독상을 독식했다)의 자타공인 최고작이니만큼 기대해도 좋다. 


오필리아의 세 가지 과제와 스페인 내전의 연장 전투


오필리아는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하고자 하고, 스페인 내전의 후과는 계속된다. 영화 <판의 미로>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먼 옛날 지하왕국, 행복과 평화로 가득 찬 그곳에 인간 세계를 동경하는 공주가 있었다. 햇빛과 하늘과 바람을 꿈꾸던 공주는 지상의 인간 세계로 도망친다. 하지만 너무나 눈부신 햇살에 공주는 눈이 멀고 기억을 잃은 채로 죽고 만다. 1944년 스페인, 스페인 내전은 프랑코군의 승리로 막을 내리지만 반란군은 산속에서 여전히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반란군 소탕을 위해 산밑으로 군대를 파견한다. 그곳은 비달 대위가 이끌고 있고, 어린 소녀 오필리아는 임신한 엄마와 함께 새아버지 비달 대위가 있는 그곳으로 향한다. 


도중에 요정을 만나는 오필리아, 산밑 주둔지 침소에 찾아든 요정을 따라 산속 신비의 세계로 진입한다. 현실의 반란군이 있기도 한 그곳에서 숲의 요정 판을 만나 그에게서, 자신이 원래 지하 세계 공주 모안나이며 지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선 보름달이 뜨기 전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녀는 판의 말을 굳건히 믿고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이어간다. 


한편, 산밑에서 비달 대위가 이끄는 정부군은 산속의 반란군과 계속해 대치하면서 잔인한 짓을 일삼는다. 무고한 이를 죽이고, 반란군 포로를 고문하며, 반란군과의 전투에서 이기고 난 후 확인사살도 잇지 않는다. 비달 대위는 사실 오필리아는 물론 아내가 된 카르멘도 안중에 없다. 그에겐 오직 카르멘의 뱃속에 있는 아들(아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만 있을 뿐이다. 


영화는 오필리아와 판을 필두로 하는 환상 세계와 비달 대위를 필두로 하는 현실 세계를 자연스레 오간다. 두 세계는 엄연히 다른 곳에 있는 듯하지만, 비단 산속과 산밑이라는 절대적 공간만 다를 뿐인 듯도 하다. 더불어 오필리아의 하염없이 한가해 보이는 듯한 세 가지 과제 수행기와 두 집단의 피비린내 나는 대치 사이가 굉장히 큰 차이와 간격이 있어야 마땅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는 건 여러 맥락들의 일치 덕분일 것이다.


환상과 현실


환상과 현실을 환상적으로 오간다. 영화 <판의 미로>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영화를 구성하는 여러 맥락들엔 아무래도 오필리아와 비달 대위가 있을 것이다. 이 두 인물은 단순히 인물로서 존재하는 게 아닌 투철한 상징성을 획득해 환상과 현실에서 활약한다. 오필리아는 현실의 비달 대위라는 존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환상을 택했고, 진정한 환상의 세계로 즉 모안나 공주로서 지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무모한 환상과 어두운 욕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오필리아가 보고 듣고 행하는 환상의 세계란 것이 오직 그녀에게만 보이는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무모한 환상인지, 그 환상에의 여정에 우리도 동참해 지친 심신을 희한하게 위로받고 있는 게 아닌지. 그런가 하면, 비달 대위는 단순히 정부군 소속의 투철한 군인으로서만 비춰지지 않는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폭군이자 지배자로, 오필리아나 카르멘이 위협을 느낄 만한 느낌이 전해져 오는 것이다. 신념을 넘어선 뒤틀리고 어두운 욕망 덩어리가 아닌가. 


영화는 미장센보다 몽타주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고전적으로 정통하게 접근했다고 볼 수 있겠다. 환상의 세계를 신화적 요소들로 채워넣었다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을 텐데, 이 시대 새로운 고전이자 신화를 쓰고자 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스페인 내전이라는 20세기 최악의 사건은 충분히 신화의 요건을 갖췄거니와, 그 후과는 신화의 소재로 쓰일 만한 자질(?)을 갖췄다.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을 내리기 불가능하게 종과 횡으로 복잡다단하게 비극적인 사건인 것이다. 


독재자와 불복종의 신념


독재에 맞선 불복종의 신념. 영화 <판의 미로>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스페인 내전으로 프랑코는 정권을 장악해 1970년대까지 독재를 계속한다. 영화 속 비달 대위는 프랑코 정권 독재의 현현(顯現)이다. 프랑코가 정권을 장악하게 도와준 이들이 다름 아닌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비롯 파시스트들이었기에, 넓은 의미로 독재 그 자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프랑코가 정권을 탈취한 이들은 좌익연합인 인민전선 내각으로, 그 때문에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다방면의 이슈가 생겨나고 말았기에 영화에서는 정부군과 대치하는 반란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도로 그친다. 


영화에서 반란군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대신하는 이가 오필리아이다. 그리고 오필리아는 다시 그 역할을 한 번 더 대신하여 현실 아닌 환상의 세계에서 수행한다. 이 영화가 대단한 점, 연출과 각본과 제작을 맡은 기예르모 델 토로가 대단한 점은 이 지점이다. 오필리아가 반란군의 역할을 우회하고 우회해서 수행하는 게 세 가지 과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과제를 실패하면서 그 역할이 이루어진다. 물론 오필리아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위대하면서도 위험한 불복종의 신념을 지켜나간 것이었다. 


한편, 불복종의 신념은 현실에서 투철한 스파이들에 의해서도 지켜진다. 독재 지배에 맞서는 방법은 오직 불복종일 뿐이다. 독재에 독재로 맞서서는 안 되는 것이고, 독재에 테러와 전쟁으로 맞서는 건 한계가 있을 뿐더러 또 다른 독재를 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고, 독재에 평화로 맞서는 건 성립이 불가능한 것이다. 볼복종에 이은 희생, 그 굴하지 않는 끝없는 신념에의 무모함이 궁극적으로 독재를 물리칠 방법이다.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지만, 독재라는 초유의 사태에 맞서기 위해서 수행해야 할 일이겠다. 


영화가 수많은 비극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와중에도 빛을 잃지 않는 희망을 얘기하고자 한다면, 독재자 비달 대위는 죽고 오필리아는 세 가지 과제를 모두 수행하여 지하 세계로 돌아가는 스토리일 것이다. 문제는, 신화란 그렇게 단면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비달 대위는 죽겠지만, 오필리아는 과연? 그녀가 다른 이유 아닌 비달 대위에게 죽는다고 상상해보자. 적어도 맥락을 아는 관객들에겐 불복종의 신념을 지키다가 독재자의 손에 죽은 어린 순교자가 아니겠는가. 기예르모가 그것까지 노렸다면, 그는 천재가 확실하다. 어떤 결말일지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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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델 토로, 독재, 불복종, 스페인 내전, 잔혹,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현실,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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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패니메이션의 거장 '호소다 마모루'의 평작 <미래의 미라이>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9. 2.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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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미래의 미라이>


<미래의 미라이> 포스터.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감독으로 평가받으며 2006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가히 센세이셔널하게 등장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 이후 거의 예외없이 3년 만에 한 편씩 내놓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히 구축했다. 호소다 마모루 월드라고 해도 충분하다. 


<썸머 워즈>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까지 이토록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을 내놓는 것도 쉽지 않을 터,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을 테고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믿고 볼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겠다. 누가 뭐래도 재패니메이션의 거장이다. 


그동안의 기록을 깨고 <괴물의 아이>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미래의 미라이>는 <늑대아이>부터 시작된 '아이' 시리즈의 연장선상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소다 마모루'라는 이름에 비해서는 평범한 수준에 머물렀다고 말할 수 있겠다. 


현실과 판타지의 조화롭고 유기적 결합, 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메시지는 여전하고 원숙해지기까지 했지만, 그동안 그가 보여준 것들에 비해 흡입력과 상상력이 조금 미흡하다. 하지만, 호소다 마모루 월드에 입문하는 이라면 역시 물론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4살 아이 쿤, 생의 최초 위기


<미래의 미라이>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유독 기차를 좋아하는 4살 남자아이 쿤에게 여동생 미라이가 생겼다. 엄마, 아빠 그리고 반려견 윳코와 함께 행복하기만 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난데 없이 나타난 미라이의 존재는 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혼자서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 쿤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라이에게 엄마, 아빠의 시선과 관심이 쏠린다. 쿤으로선 이해할 수도, 이해하기도 싫은 그 모습은 단순히 시선과 관심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느낀다. 엄마, 아빠는 쿤이 아닌 미라이만 사랑하게 된 것이다. 


행복하기만 했던 삶에 위기가 찾아온 쿤, 건축가 아빠가 지은 집 안의 마당에 나갈 때마다 가족들을 만난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사람의 말을 하는 윳코, 미래에서 온 미라이, 그리고 다른 가족들의 과거 모습들까지. 


그래도 바뀌지 않는 건, 바뀌지 않는다고 쿤이 느끼는 건 엄마, 아빠의 사랑이 자신이 아닌 미라이에게만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쿤이는 자의 또는 타의로 가족의 역사를 들여다보며 생의 최초 위기를 잘 타개할 수 있을까? 


단절과 상실을 채우는 가족의 면면들


<미래의 미라이>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장남·장녀의 삶에 최초의 존재론적 위기가 닥치는 건 동생의 출현이다. 그건 단순히 개인의 지엽적이라 할 수 있는 물리적·정신적 위기가 아닌 , 총체적 위기인 것이다. 더 이상 내가 나일 수 없을 것만 같은 불안감으로 시작해 외로움과 고독감과 단절감까지 느낄 수 있다. 


쿤의 입장에서 미라이의 출현은 그 자체로 존재 말살의 위협까지 느낄 수 있는 '폭력'일 수 있다. 머리가 커갈 수록 '모르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알게 되지만, 흔히 어린 아이들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친하게' '사이좋게' 지내보라고 한 마디 하면 잘 지낼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쿤은 미라이와 잘 지내보려 한다. 생명의 신비에 대한 신기함, 한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입장에서의 동질감 등이 발현되어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부모, 즉 어른이다. 그들은 큰 아이의 작은 아이를 향한 관심의 모양이 위태롭고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그게 비록 사실일지라도 진실은 아닌데 말이다. 


이후 큰 아이는 작은 아이와의 관계가 단절됨을 느끼고, 이미 단절되었다고 느끼는 어른들과의 관계에 더해 더할 나위 없는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 <미래의 미라이>는 큰 아이의 관점으로 보는 가족의 면면들이다. 가족의 면면은 곧 가족의 역사가 되고 가족의 역사는 곧 큰 아이와 작은 아이 그리고 엄마, 아빠와의 관계 형성 또는 복구로 이어진다. 아니, 이어지길 바라는 듯이 보인다. 


상상력과 통찰력의 조화는 훌륭했으나, 구성과 방식이 별로였다


<미래의 미라이>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는 쿤의 현실과 머릿속 생각 즉 판타지를 위화감 없이 조화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이'는 엄마 뱃속이 기억나고 동물은 물론 식물과도 얘기가 통한다고 하지 않는가. 아마 아이들의 머릿속은 어른들보다 훨씬 무궁무진하고 정교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계들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구성과 판타지를 구성하는 방식이 훌륭하진 못했다. 그 자체가 가지는 훌륭함, 그 본질이 보여준 통찰력에도 불구하고 거기까지 가는 데 느끼는 지루함이 뒤로 갈수록 다른 모든 걸 압도했다. 


가족의 역사를 통해, 세세하고 복잡다단한 것들이 모여 지금의 우리 즉 쿤과 미라이를 만든 것이라는 깨달음이 참으로 대단하지만 그 대단함을 위해 포기한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소다 마모루의 전작들에 비해서 이 작품 <미래의 미라이>는 균형적이지 못했다. 한층 원숙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택한 방식에의 오류가 크게 다가온 것이다. 


여기에,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미화까진 아니라 할지라도 미묘하게 대하는 듯한 태도와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에게 떠맡기는 듯한 태도 등에서 제대로 되지 못한 비성숙한 느낌을 받았기에, 차마 '그럼에도'라는 말을 붙이기가 망설여진다. '그럼에도 삶에 대한 예리하고 묵직하고 원숙한 통찰력을 선보였기에 충분히 가치 있고 좋은 영화였고 여전히 차기작을 기대케 한다'든가 하는 따위의 문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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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구성, 동생, 미래의 미라이, 상상력, 위기, 통찰력, 판타지, 현실, 호소다 마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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