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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만의 길을 응원할 수밖에 없게 한다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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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오리지널 리뷰]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

 

왓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 포스터.

 

1986년 한국프로야구 제7의 구단으로 창단한 후 2년 차에 탈꼴찌를 달성한 '한화 이글스', 이후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까지 전성기를 누리고 새천년이 임박한 1999년에는 우승을 달성한다. 2005~7년도에도 상위권을 달성했고 2018년에도 깜짝 상위권을 달성했다. 이를 반대로 보면, 한화 이글스는 2008년부터 2021년까지 단 한 차례만 제외하곤 하위권이었고 꼴찌는 자그마치 7차례였다. 

 

2008년부터 대략의 순위표를 들여다보면, 2009~12년까지 LG와 넥센과 한화가 최하위권을 형성하다가 2013년 들어 거짓말처럼 두 팀 다 상위권으로 올라가 버렸다. 그 자리를 기아와 롯데가 잠시 거쳐 간 후 2015년 kt와 2016년 삼성이 이어받아 2019년까지 함께했다. 2018년에 롯데가 내려오더니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고, 2019년에 기아가 내려와 진을 치고 있다. 그 유구한 세월 동안, 2018년만 제외하곤 꾸준히 하위권을 지키고 있는 팀이 바로 '한화'이다. 

 

하위권에 맴돌기 때문에 리빌딩을 하는 것인지 리빌딩에 실패해서 하위권에 맴도는 것인지 상관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여하튼 한화 이글스는 지금도 활발하게 리빌딩 중이다. 왓챠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는 2021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고 팀의 기둥이자 레전드 김태균이 은퇴하고 젊은 피들로 팀을 꾸리는 등 대대적인 리빌딩을 강행한 '한화 이글스'의 1년을 들여다본 결과물이다. 이번에는, 이번에야말로 기대에 걸맞는 모습을 보였을까?

 

한화 이글스의 2021 시즌 리빌딩 계획

 

박찬혁 대표이사와 정민철 단장은 카를로스 수베로 前 베네수엘라 국가대표팀 감독을 2021 시즌 신임 감독으로 내정한다. 한화 이글스 역대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자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초의 非 미국인 감독으로, 얼마나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한 3년 계약 기간은 2020 시즌 꼴등을 차지한 한화의 3개년 리빌딩 계획과 맞아떨어지기에 수베로 감독이 핵심이라 할 만했다.

 

수베로 감독은 육성 전문가답게 젊은 선수들에게 '너희에겐 실패할 자유가 있으니, 비록 패배할지라도 최선을 다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한다. 그 신념에 보답이라도 하듯 시범경기에서 10년만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다. 기대가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를 통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생존왕' 선덜랜드 FC의 2017~19 두 시즌 추락과 수모와 몰락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데, 그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진한 페이소스를 느낄 것이다. 선수와 감독, 스탭, 팬 모두의 강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나락으로 떨어진 팀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누구나의 '내'가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팬'의 이야기는 눈물 없이 보기 힘들다. 반면,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에선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긴 힘들었다. 담백하다고 해야 할까?

 

'실패할 자유'의 명과 암

 

'실패할 자유'라는 심플한 전언 아래 1군에 입성한 유망주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수베로 감독, 그 기세로 팀은 반짝 중위권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정민철 단장의 걱정대로 반드시 그래프가 꺾일 때가 올 텐데 그때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어떻게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야구는 5할 싸움 아니던가. 승률이 5할만 넘어도 상위권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은 와중에 144경기를 치르며 몇 번 이기고 지는 건 별 문제가 아닐 터, 문제는 떨어졌을 때 다시 올라가는 능력의 유무다. 

 

기대 아닌 걱정이 현실이 되고 만다. 시즌 중반 꼴등으로 내려앉고는 10연패를 이어간다. 2018년의 18연패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 선수들은 자신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울음을 터뜨리고 스스로에 대한 분을 못 이겨 클럽하우스에서 배트가 부러지고 고성이 오간다. 대부분 경험이 많지 않기에 팀 내에 꺾인 기세를 다잡아 줄 이가 없다시피 했던 것이다. 

 

꺽인 기세가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수베로 감독의 말마따라 비록 스크린을 통해서이지만 '절실함'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을 때 1군에 와서 선발로 출전했기 때문일까, 프로야구 선수조차 되지 못한 이의 염원과 2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선수들의 염원과 선발 엔트리에 올라가지 못한 후보 선수들의 염원과 팬들의 염원까지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일까, 싹수가 보이지 않으면 바로 내쳐 버리는 한국의 시스템상 엄청난 부담감으로 몸이 굳어졌기 때문일까. 총체적 난국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한화 이글스이다.

 

한화만의 길을 간다

 

어느덧 시즌 막바지, 한때나마 치열하게 9위 기아와의 차이를 좁히며 싸웠지만 다시 벌어지더니 꼴등이 기정사실화되어 버린다. 모든 구성원이 크게 낙담하지 않은 가운데, 위로하고 격려하고 화이팅하며 훈련하고 경기하고 울고 웃으며 방출하고 트레이드하고 신인 드래프트로 신인을 데려온다. 그렇게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준비한다. 

 

성적은 다를 바 없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달라졌고 내야수의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무엇보다 신인 유망주들에게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은 밑바닥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올라갈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한화 이글스는 절망에 갉아 먹히고 있는 걸까 희망을 먹고 사는 걸까. 적어도 지금은 성적이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신념이 최우선인 것 같다. 한화 이글스의 2021 시즌 슬로건 'THIS IS OUR WAY'가 결을 같이 한다. '한화만의 길'에서 첫발을 뗀 셈이다. 

 

만년 1위 팀을 응원하든 만년 꼴등 팀을 응원하든, 팀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보면 큰 의미가 없을 테다. '응원'이라는 게 잘하면 더 잘하길 바라는 면보다 못하면 잘하길 바라는 면이 더 크지 않은가. 그러니 1위 팀보다 꼴등 팀을 응원하는 게 인지상정, 한화 이글스를 향한 팬들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간다. '볼 맛이 안 난다'고 하면서도 챙겨 보고, '쟤가 다 망쳤네'라고 하면서도 그의 이름을 외치니 말이다.한화의 경기는 응원하는 재미가 있는 걸까?

 

2022 시즌이 시작되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개막 6연패 후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외부 FA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시즌을 시작해, '시작부터 꼬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찍이 최하위 후보로 전락했다. 수베로 감독의 2년 차이자 한화 이글스 3개년 리빌딩 계획의 2년 차이기도 한 2022 시즌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소박한 소원, '탈꼴찌'를 이룰 수 있을까? 쉽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