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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희망'에 해당되는 글 27건

제목 날짜
  • 지금, 여기, 우리는 진정으로 중요한 걸 깨닫고 해야 할 때 <미드나이트 스카이> 2021.01.01
  • 화성 탐사 이야기를 표방한 진지하고 단백한 정통 드라마 <어웨이> 2020.09.28
  • 피폐한 삶을 살았던 할리우드 스타 주디 갈란드를 세련되게 추모하다 <주디> 2020.03.25
  • 재미와 메시지를 만족시키는, 세련된 오락영화 <벌룬> 2020.02.10
  •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름의 해답을 찾고자 한다 <내 몸이 사라졌다> 2019.12.13
  • 유령이 되어서 비로소 인간의 희망을 말하다 <밤의 문이 열린다> 2019.10.02
  • 사랑 없는 세상에서 찾는 사랑 그 자체로 충만한 사랑 <러브리스> 2019.04.26
  • 독이 든 성배를 든 제임스 완, 기대와 걱정을 희망으로 <아쿠아맨> 2018.12.31
  • '잘돼가? 무엇이든'이라고 묻는 배려 2018.12.18
  • 반란 이야기로 성공시킨 스타워즈 시리즈의 확장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2018.07.18

지금, 여기, 우리는 진정으로 중요한 걸 깨닫고 해야 할 때 <미드나이트 스카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1. 1. 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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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미드나이트 스카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포스터. ⓒ넷플릭스



조지 클루니가 어느덧 60세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그는 신뢰감 풍부한 목소리에 자타공인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외모'를 지녔으며, 그에 못지 않은 출중한 연기력은 물론 사업가 기질이 남다르고 정치적으로도 올바름을 추구한다. 단순히 할리우드 스타로만 그를 지칭할 수 없고, 시대를 아우르는 아이콘이 되어 가는 중이라고 본다. 본인도 잘 아는지 이미지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같다. 


그는 20대 때 무명 시절을 보내고 30대에 <ER>을 만나 꽃을 피운다.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만나 할리우드 스타로의 길을 간다. <오션스> 시리즈로 유명세의 방점을 찍었고, <시리아나>로 미국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석권하며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마이클 클레이튼> <인 디 에어> <디센던트> 등에서도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컨페션>부터 시작된 감독으로서의 여정으로 진정한 능력이 드러났다. <굿나잇 앤 굿럭> <킹 메이커> <서버비콘> 등으로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어 후보에 오르고 또 수상했다.


최근 들어 제작, 연출, 주연 3종 세트에 각본까지 맡는 경우가 있었는데, <서버비콘> 이후 실로 오랜만에 돌아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에서도 제작에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그가 연출하고 또 주연도 맡았던 작품들이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는 보면 이 작품 또한 괜찮을 거라는 기대를 가진다. 평단과 대중의 고른 평가를 받았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지구 종말 후 북극과 우주의 교신


2049년, 오거스틴 박사는 원인불명의 재앙으로 종말을 맞이한 지구를 뒤로 하고 북극 바르보 천문대에 홀로 남았다. 다른 이들이 철수 명령에 따라 살기 위해 어디론가 떠난 반면, 말기 환자인 그로선 떠날 이유가 없었다. 천문대에 마련된 시설과 약으로 겨우 버티며, 지구로 돌아오는 중인 에테르호에게 지구의 소식을 알리려 한다. 하지만 교신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7살 소녀 아이리스와 조우한다. 그녀는 이곳에 있으면 안 되었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 오거스틴은 그녀를 챙기며 에테르호와 교신하고자 노력한다. 


한편, 에테르호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목성의 위성 K-23에서 2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질문보다 많은 해답을 가지고 돌아가는 중이다. 그곳에선 생명체가 살 수 있고 확장도 가능하며 삶의 터전으로도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지구상의 그 어떤 곳에서 그 어떤 답도 없는 것이다. 너무 조용하고, 너무 이상하다.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아니면, 에테르호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방법은 하나뿐이다, 지구와 교신하고자 계속 노력하며 어떻게든 교신에 성공하는 것.


오거스틴은 바르보 천문대에선 에테르호와 교신할 수 없다고 판단, 아이리스와 함께 북쪽에 있는 하젠 호주 기상 관측소로 먼 길을 떠난다. 그곳에 가면 먹을 것도 풍부하거니와 무엇보다 에테르호와 교신할 수 있다. 오거스틴과 아이리스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을 텐데, 과연 도달할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에테르호도 많은 문제에 봉착한다. 본인들은 모르지만,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랄 수 있는 그들은 문제들을 뚫고 오거스틴과 교신해 희망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고독, 연결, 전달의 미학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조지 클루니의 다방면에 걸친 역량을 한껏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SF 드라마를 표방하지만 실상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분위기를 풍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별로였다. 글로만 쓰인 원작이 북극과 우주라는 거대하고 장엄하기까지 한 곳에 남겨진 극소수의 사람들의 '고독'을 아름답고 처절하게 표현해 냈다면, 영상미 가득한 영화는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살리면서 원작의 장점까지 살리려다가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되었다. 영상미는 완벽에 가까웠지만 서사와 표현과 캐릭터 등은 낙제점을 겨우 면한 정도이다. 


일례로, 조지 클루니 주연작 <그래비티>는 완벽한 영상미는 영상미대로 둔 채 우주에서의 지독한 '고독'을 서사와 캐릭터 등으로 완벽히 표현해 냈다. 결국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고독의 두려움을 이겨 내고 살아 내고야 마는 한 인간의 숭고한 '의지'까지 드러냈고 말이다. 반면,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오거스틴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에테르호를 오가며 이야기에 집중하기 힘들었고 핵심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었으며 무슨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는지 알고 싶지 않은 지경에 이른다. 


마지막에 가서 '아!' 하는 짧은 탄성을 자아 내며 감동의 클라이막스를 전하지만, 아주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거니와 결과만 좋고 과정은 별로였다는 심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보다 과감한 연출과 편집으로 '고독에의 희망 어린 연결'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으면 어떨까 싶다. 물론 고독을 전하고자 많은 공을 들인 게 보이지만, 방향이 잘못되었다. 단순히 북극이나 우주에 홀로 있는 느낌이 고독의 전부일까? 고독은 그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에 처한 '사람'의 감정이다. 바로 그 '감정'을 전달하려 했어야 했다. 


영화적 만듦새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들여다보자. 주지했듯, 영화는 원작의 장점을 살리려 했다. 춥디 추운 북극에 홀로 남겨진 '차가운 고독'의 심정과 장엄하기 이를 데 없는 우주에 홀로 남겨진 '절망적인 고독'의 심정을 따로 또 같이 보여 주며, 인간의 심연 또는 인류의 마지막에 있는 무엇을 들여다보고자 한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연결'될 때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또한, 고독에서 그치지 않고 연결되어 희망이 '전달'될 때 의미가 있다는 걸 말이다. 


지금, 여기, 우리를 반영한 이야기이자 메시지


보다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이 메시지가 더 와닿는데, 이 또한 잘 연출해 냈다고 말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제작과 연출과 주연까지 도맡은 조지 클루니가 던지는 것이기도 한데, 기성세대이자 어른 세대로서 지구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걸 후회하고 자책하고 있다. 영화 외적인 '올바름'의 행보를 영화 내적으로 가져와, 언행일치 또는 영화 안팎의 일치를 이루려 한 것이다. 


그러며 그보다는 다음 세대라고 할 수 있을 에테르호 승무원들에게 유일할 만한 희망의 방법을 전하고자 한다. 구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니면, 오거스틴 본인과 인류 전체에 대한 구원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후회와 회한으로 점철된 마지막에 이를 것인가? 영화는 '희망'이라는 단어로 구원을 대신하려는 것 같다. 자신의 목숨을 던져 '구원'에의 희망을 다음 세대로 전하는 걸로 기성세대가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소임을 그나마 이루려고 한 게 아닐까. 


지금, 여기, 우리를 반영한 이야기이자 메시지라고도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대면하지 못하는 소통의 방식과 그 소중함 그리고 전 인류에게 경고하는 초유의 위기, 환경 문제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근 미래 언젠가 닥칠지 모를 <미드나이트 스카이> 속 인류의 종말까지. 미래의 시점에서 지금을 후회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구원에의 희망을 말하며 방법과 대안을 전하고 있다. 하여 다음 세대에겐 한없는 미안함과 자책이 어린 위로를 보내고 기성세대, 어른 세대, 부모 세대로서 지금, 여기,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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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기성세대, 다음세대, 미드나이트 스카이, 북극, 연결, 우주, 전달, 조지 클루니, 종말, 환경,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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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 이야기를 표방한 진지하고 단백한 정통 드라마 <어웨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0. 9. 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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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볼 만한 넷플릭스 드라마] <어웨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어웨이> 포스터. ⓒ넷플릭스



나사 수석 엔지니어 남편과 10대 어린 딸을 둔 에마 그린은 사령관 자격으로 아틀라스호를 타고 인류 최초의 화성 탐사를 나선다. 영국의 식물학자, 러시아의 엔지니어, 인도의 외과의사, 중국의 화학자가 동행한다. 그들은 달을 거쳐 화성으로 가는, 생존 확률 50%의 3년 동안의 긴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화성으로 제대로 된 출발도 하기 전에 난관에 부딪힌다. 그린 사령관의 남편 멧이 해면상 혈관종을 가지고 있었던 바,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이다. 딸 렉스가 혼자 감당하기 벅찼기에, 그린은 포기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때 멧이 의식을 찾아 그린이 화성을 가게끔 한다. 


우여곡절 끝에 화성으로 떠난 아틀라스호와 5명의 대원들, 우주선 안팎에서 갖가지 문제들에 직면한다. 그린 사령관의 흔들리는 멘탈을 불신하는 러시아의 포포프와 중국의 루, 그럼에도 그린을 신뢰하는 또는 신뢰하려는 인도의 람과 영국의 크웨이시. 우주 유영을 하는 것도 모자라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직접 손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생기는 우주선. 지구에서 들려 오는 소식들, 이를테면 멧이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던가 렉스가 C+을 받았다거나 하는 크고작지만 부정적인 얘기들. 


무엇보다 힘든 건 5명의 대원들 각각 직면한 정신적 고통들이다. 다른 이에게 결코 쉽게 말하기 힘든 과거 지구에서의 사연들이, 우주선 안 같은 공간에 오랫동안 있다 보니 증폭된다. 그런가 하면, 생존 확률이 반반인 여정에서 오는 현실적인 문제와 그로 인한 정신적 압박이 그들을 따로 또 같이 괴롭힌다. 과연, 수많은 문제를 뚫고 화성에 발을 디딜 수 있을까. 그리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까. 


힐러리 스왱크가 다시 한 번 큰 족적을 남길 기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어웨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인류 최초의 화성 탐사를 떠난 5명의 우주비행사 이야기를 앞세워 'SF'를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론 더할 나위 없는 '드라마'이다. 극적이고 긴장되기 짝이 없는 문제들과 온갖 절망을 딛고 희망을 찾아가 쟁취하고 마는 '인간'의 이야기 말이다. 근래 보기 드문, 진지하고 단백한 정통 드라마라고 할 만하다. 


거기에 SF적 요소가 듬뿍 담긴 우주 공간과 우주선과 우주비행사들의 이야기가 훌륭하게 곁들여 있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하겠다. 즉, 정작 이 시리즈를 보게 되는 이유는 'SF'에 있지만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의 대부분은 '드라마'에서 기인한다. 이토록 장르적으로 균형 잡힌 콘텐츠를 보기 힘든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을 정도이다.


크게 기여한 이가 있으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에마 그린 사령관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입체적으로 완벽하게 풀어낸 '힐러리 스왱크'다. 아직 50대에 들어서지 않은 젊은 나이지만 이미 올타임 레전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연기파 배우다. 2000년 20대 중반 나이에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석권했고, 2005년 30대 초반 나이에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역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석권했다. 2년 뒤 2007년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했다. 하지만 이후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다가, <어웨이>로 다시 한 번 큰 족적을 남길 기세다. 그녀에게 이 작품이 중요하게 자리 잡을 게 분명하다. 


고뇌하는 리더십, 함께하는 리더십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는 1963년 러시아의 발렌티나 테레시코바이고, 최초의 여성 우주왕복선 사령관은 1999년 미국의 에일린 콜린스이며, 최초의 여성 국제우주정거장 사령관은 미국의 페기 윗슨이다. <어웨이>의 에마 그린이 모티브로 삼은 게 바로 페기 윗슨, '우주에서 가장 오래 머문 미국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 그녀다. 인간 여성으로서 지구 아닌 우주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 주었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고뇌하는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린 사령관은 개인적으로 멘탈이 자주 그리고 심하게 흔들리기도 하거니와 자신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한 대원들을 카리스마 있게 통솔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고는 그녀를 최고의 사령관으로 치켜 세울 수 있는 건, 일방적이고도 수직으로 내리꽂는 리더십이 아닌 그녀'를' 둘러싸지 않고 그녀'와' 함께 각자의 전문 분야를 힘껏 내보이며 나아가기 때문이다. 더 오랜 시간과 더 많은 공력이 들겠지만, 가면 갈수록 탄탄해지고 신뢰와 믿음이 쌓이는 걸 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하는 리더십'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여성 리더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남성은 카리스마로 중무장한 채 센 척하며 명령을 내리고 윽박지르며 리더를 중심으로 뭉치는 리더십을 내보여야 하고, 여성은 혼자 모든 걸 할 순 없으니 도움을 청하며 각각의 특기와 특징을 최대한 내보여 모두가 함께하는 리더십을 내보여야 하는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극중 에마 그린은 여성 리더십이 아닌, 여러 리더십의 하나 또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선보인 것이다. 여성이라서 이런 리더십을 선보인 게 아니라, 이런 리더십을 선보인 게 여성인 것이다.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사실, 이 작품 '여성' 리더십을 앞세워 이 시대의 페미니즘 또는 정치적 올바름을 설파하고 있지는 않다. 독특한 리더십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언급한 것뿐이다. <어웨이>의 강점은, 그보다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와 감동에 있다. 최첨단 우주 시대의 최전선을 달리는 이들이 '한낱' 인간적 고뇌에 시달리고 또 흔들리고 있다는 아이러니 말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시금 바로 잡고난 후에 느끼는 감동까지, 전형적이고 정통적이지만 인간인 이상 그 고뇌와 감동에 자극받고 공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사실상 모든 걸 뒤로 하고 화성 탐사를 결심한 5명의 대원들은, 조국 그리고 지구에의 헌신과 임무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자신과 가족들은 2선에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출발해 육체적 힘듦은 둘째 치고 온갖 정신적 압박과 고통에 시달리니 생각나는 건 사랑하는 이들뿐이다. 물론 대부분이 가족일 테지만, 드라마적 장치로 가족 아닌 사연 있는 타인인 경우도 있다. 이야기를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특별한 사연들 말이다. 


드라마 특성상 어떻게든 화성에 착륙하는 데 성공할 게 뻔하다. 인류 전체의 '희망' 그 자체를 실었으니 말이다. 비록, 수많은 난관을 뚫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구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여정이 모든 이의 인생 여정과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주선 안팎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못지 않게 인생 안팎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도 심각하고 또 풀기 힘들지 않나 싶다. 하물며 이 작품에서도 에마 그린 사령관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게 지구에서 일어나는 하찮다면 하찮은 일들 아닌가. 


작품은 그럼에도 나아가자고 말한다. 대신, 무조건적인 타협과 어쩔 수 없는 좌절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얘기할 건 하고 행동에 옮길 건 옮기며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지켜 내자고 말한다. 인생은 위대하지만, 한편 '인생 뭐 있어' 하는 마음가짐도 필요한 게 아닐까. 적절한 균형 감각을 두루두루 유지하며 살아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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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어웨이, 여성 리더십, 우주, 우주 비행사, 일, 일상, 화성 탐사, 희망, 힐러리 스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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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한 삶을 살았던 할리우드 스타 주디 갈란드를 세련되게 추모하다 <주디>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3.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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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명작 리뷰] <주디>


영화 <주디> 포스터. ⓒ TCO(주)더콘텐츠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어 있기도 한 세기의 명화 <오즈의 마법사>, 1900년부터 20년 동안 계속된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소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빅터 플레밍 감독의 1939년작 이 영화가 워낙 유명하여 '오즈의 마법사' 하면 떠올리기 마련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할리우드의 최고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품이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 하면 회오리바람과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 등이 생각나지만 역시 뭐니뭐니 해도 주인공 도로시가 인상에 남는다. 도로시는 당시 17살의 주디 갈란드가 맡았다. 그녀는 13살 때 이미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MGM와 계약을 맺었으니, 모자랄 것 없이 확실한 미래가 보장된 유망주 스타였을 테다. 하지만, 결코 그러지 않았다는 걸 지금의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영화 <주디>는 주디 갈란드의 힘들고 치열했고 지난했던 생애 6개월 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 촬영 당시의 이야기도 간간이 떠올리기에 엿볼 수 있다.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 중 한 명인 르네 젤위거가 주디를 맡아 '완벽'을 초월한 연기를 펼쳤다. 수많은 영화제에서 당연한듯 여우주연상을 독차지했다. 영화는 어땠을까 궁금하다. 


할리우드 스타 주디 갈란드의 피폐한 삶


1969년 미국, 주디 갈란드는 아이 둘과 호텔을 전전하며 무대에 오른다. 어마어마한 옛 명성에 기대 근근히 맥을 이어가는 느낌이긴 하나,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아닌가. 하지만, 네 번째 남편과의 이혼 후 두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와 함께 정착하여 살 만한 여건이 그녀에겐 없다. 방도를 못 찾고 헤매고 있던 그녀에게 영국 런던 공연 투어 제의가 들어온다. 런던에선 여전히 그녀의 인기가 먹혔던 것이다. 


주디는 아이들과 함께 살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들을 전 남편에게 잠시 맡기고 런던으로 떠난다. 아이러니한 상황이거니와 런던 투어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많은 돈을 얻을 유일한 기회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일상생활을 거의 유지하기 힘든 만큼 피폐해진 그녀이지만, 무대에서는 세상 그 누구보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버티며 해나갈 수 있다. 와중에 그녀의 팬을 자처하는, 어려 보이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옛 기억과 그때 세뇌된 몸과 마음이 여전히 그녀를 괴롭힌다. 


30년 전 주디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촬영하고 있다. 문제는 촬영이 아닌 촬영 전후 과정으로, 그녀는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자지 못하는 건 당연하거니와 생각과 시간의 자유까지 빼앗긴 채 노예처럼 부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그녀의 의견은 무시당했다. 엄마의 적극적인 협조와 묵인이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그녀에게 할리우드 스타라는 자리를 보장하고 영원히 길이남을 명성을 주었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누구보다 피폐하고 힘든 삶을 살았던 것이다. 


주디의, 주디를 위한, 주디에 의한 영화


주디 갈란드를 지칭해 '할리우드를 위해 태어났고 할리우드에 의해 죽었다'고 한다. 정확한 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할리우드 최고의 전성기를 든든히 뒷받침한 대표 영화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어 철저히 길러졌지만 다름 아닌 바로 그 때문에 평생 힘들게 살다가 이른 나이에 죽었기 때문이다. 말로만으로는 크게 실감이 되지 않겠으나, 영화 <주디>를 통해 최소한으로 실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주디>는 주디의, 주디를 위한, 주디에 의한 영화라 하겠다. 하여, 주디로 분한 르네의, 르네를 위한, 르네에 의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르네는 곧 주디였다. 르네를 보고 한 번 생각한 후에 주디에 도달하지 않았다. 르네를 보면 곧바로 주디가 생각났다. 심지어 르네를 잘 알고 주디를 거의 모름에도 말이다. 이어서 주디의 신선한 삶이 뼛속 깊이 박힌다. 쉽게 달아나지 않을 것 같다. 


<오즈의 마법사> 촬영 당시 제작자는 주디에게 주입시킨다. "밖에 나가면 넌 아무것도 아니다. 여기서 연기를 잘 끝마치면 넌 스타가 될 것이다. 너보다 예쁘고 연기 잘하는 애들은 숱하니 내 말을 철저하게 따라야 한다." 그녀의 어리고 순수한 심리를 이용한 어른들의 파렴치한 술수이다. 주디는 외모 콤플렉스를 지닌 채 배우가 되고 싶었고, 엄마는 자신이 못한 꿈을 딸을 통해 이루고자 딸을 스타로 만들고 싶었으며, 제작자는 다루기가 비교적 쉽고 출중한 재능도 있는 주디를 데려다가 떼 돈과 길이남을 명성을 얻고 싶었다. 


세 주체가 각각 바라는 걸 세 주체가 골고루 가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주디만은 크나큰 문제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영화에선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녀는 영화 촬영 과정에서 폭력적 학대는 물론 외모 때문에 마약을 섭취시켰고 터무니 없는 하루 식사량을 재단했으며 엄청난 양의 담배를 피우게끔 강요당했다고 한다. 얼마나 잠을 재우지 않았으면, 극중에서 주디가 "어린 시절을 통틀어 5시간도 못 잤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47세의 주디가 매일같이 담배와 술을 달고 살면서 잠을 거의 못 자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다. 


주디를 세련되게 추모하다


영화는 할리우드를 향한 메시지가 투영되어 있긴 하나 명백하진 않다. 대신 2019년을 기해 사망 50주기가 되는 주디 갈란드를 향한 헌사의 메시지가 보인다. 하여 영화적으로 보다 세련되었다고 하겠다. 직접적이지 않은, 해당 사안의 대표적 인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양새가 말이다. 우리는 <주디>를 통해 주디 갈란드를 추모하면서 할리우드의 비인간적 작태의 역사를 되짚고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도출할 수 있다. 


주디 갈란드는 출중한 배우였지만 동시에 출중한 가수이기도 했다. 오히려 스크린에서의 배우보다 무대에서의 가수로 보다 출중함을 뽐냈다고 한다. 영화에서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어떤 배우보다도 노래를 잘하는 배우도 손꼽히는 르네 젤위거의 철저함 덕분에 주디 갈란드의 황홀한 노래들을 마음껏 듣고 보고 느낄 수 있다. 특히, 누구나의 마음속에서 희망으로 살아 숨쉬는 <Over the Rainbow>는 참으로 오래 기다린 느낌이다. 그 노래 하나만으로 이 영화는 충분하고도 충만하다. 


주디는 진실에 맞닿아 있는 친구가 필요했을 테다. 영화에서도 잠깐 비추는데, 그녀의 진실한 팬을 자처하는 한 게이 커플의 진심 어린 기쁨과 기쁜 슬픔이 그녀를 감동시키는 유일한 마음이었다. 그녀를 주디 갈란드로 생각하든 스타로 생각해든 괜찮다. 거기서 더 나아가지 말고 그저 그대로 바라봐 주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이용하여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 했다. 그 괴리에서 그녀는 괴로워했다. 


비록 한없이 늦었지만, 이 영화로 그녀를 제대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이 영화가 그녀의 신산하고 피폐했던 인생을 이용해 할리우드를 비판하려 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겠다. 오롯이 그녀를 그녀로 바라보며 추모하려는 의도가 다분했으니 말이다. <주디>는 좋은 영화임에 분명하다. <주디>를 봐야 할 이유가 생겼고, 봐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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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메시지를 만족시키는, 세련된 오락영화 <벌룬>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2.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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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벌룬>


영화 <벌룬> 포스터. ⓒ세미콜론 스튜디오



1976~88년까지 38,000여 명의 동독시민이 서독으로 탈출하려다 실패했고 그중 46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1979년 독일민주공화국(동독) 청소년 헌신의 날 포즈넥 시, 평범해 보이는 피터네 가족은 하늘로 날아간 풍선이 서쪽으로 향하는 걸 보고는 퀸터를 만난다. 벌룬(열기구)도 준비되어 있으니 타기만 하면 독일연방공화국(서독)으로 탈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퀸터는 모든 걸 다 계산해봤는데 너무 위험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결국 퀸터네는 남고 피터네는 탈출을 계획한다. 


어렵지 않게 벌룬을 타고 하늘로 오른 피터네, 문제 없이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국경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추락하고 만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빠르게 대처해 뒷수습 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낌새를 눈치챈 비밀경찰이 움직인다. 피터네로서는 시시각각 조여오는 비밀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어떻게든 탈출을 해야 한다. 미국 대사관을 통해 접선해 보지만, 실패하고 만다. 


정말에 빠져 있던 피터네, 언제 찾아올지 모를 비밀경찰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시안부 인생인 것이다. 그때 큰아들이 용기를 불어넣는다.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하지만, 다시 할 수 있다고 해야 한다고 말이다. 늦었지만 늦지 않았다고 말이다. 그들은 퀸터를 다시 찾아가 설득한다. 이번에는 다 같이 탈출하자고. 퀸터는 군에 징집되어 함께 갈 수 없지만, 밤낮 없이 벌룬을 만들어 아내와 아들을 피터네 가족과 함께 탈출시킬 거라 공언한다. 비밀경찰의 좁혀 오는 수사망을 피해 불가능에 가까운 시간 내에 벌룬을 만들어 탈출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과연 가능할까?


이 영화가 지금 다시 돌아온 이유


독일에서 건너온 영화 <벌룬>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79년 동독에서 벌룬을 이용해 서독으로 탈출을 시도한 이들이 있었다. 명백한 스포일러가 될 테지만,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하지 않았다면 영화가 만들어지진 않았을 테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이미 40여 년 전에 있었으니, 영화 역사상 유일무이한 칸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동시 석권의 델버트 맨 감독 작품 <심야의 탈출>이 그것이다. 


이 영화가 지금 다시, 독일 영화로 돌아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독일에선 2018년에 개봉했고 한국에선 2020년에 개봉했지만, 의미 있는 건 2019년이다. 영화 배경이 되는 해가 1979년이니 만큼 40주년이겠고, 독일 통일의 상징적 사건인 베를린 장벽 붕괴가 1989년에 있었던 만큼 30주년이 되겠다. 독일에선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고, 세계 현대사에서도 가장 극적인 사건이었다. 


영화로 들어가 보면, 정치 사상적 메시지를 내보이려는 우를 범하지 않고 지극히 영화적으로 자연스럽게 내보이려 했다. 제목이 '벌룬'인 게 잘 어울리고 또 잘 통한 것인데, 자유를 위해 탈출하는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고 조여오는 비밀경찰의 수사망과 교차하는 모습에 집중하게끔 하였다. 영화적 재미를 최우선으로 했다는 걸 명백히 하였고 관객은 잘 알아차렸으며 서스펜스 듬뿍 담긴 스토리를 즐길 수 있었다.


충분히 세련된 오락영화


영화는 투박할 거라 지레짐작해도 충분할 독일과는 거리가 먼 세련됨을 자랑한다. 이야기를 천천히 탄탄하게, 하여 예상 가능하고 지루할 수 있는 계단식 단계를 밟지 않는다. 시작부터 벌룬을 이용한 동독 탈출을 시도한 것도 모자라 실패해 돌아와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불안과 절망 속에서 다시 절치부심, 영화 중반에 보다 심각하게 다시 시작된다. 


'쌈박한' 탈출 영화를 두 편 연달아 본 느낌이다. 비밀경찰의 용의주도한, 또는 연출과 편집으로 만들어낸 용의주도함으로 실패와 성공을 가늠하지 힘들게 한다. 시종일관 긴박감 넘치는 배경음악, 긴박감을 배가 시키는 주변인물들의 의심화, 의심을 현실로 만드는 분위기 조성,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교묘한 교차 편집 등 알게 모르게 영화적 기술을 총동원했다. 


문제는, 이렇게만 보면 영락없는 오락영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목숨 걸고 탈출을 시도한 실화를 가져와, 긴장감과 긴박감과 쫄깃함 등을 오락적 요소로만 사용했을까 하는 점이다. 영화를 보는 흥미를 위해 메시지를 최대한 배제시킨 건 부인하진 않겠다, 아니 부인할 순 없다. 하지만, 곳곳에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제목부터 자유를 갈망하지 않는가. 


자유, 진실, 희망


오직 국가를 위한 충실한 일꾼으로 살아가며, 국가가 모든 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당시 동독의 전체주의 사상이다. 개인과 사조직의 권리는 없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본능적으로 자유를 갈망하지 않는가, 의무를 실행하는 만큼 권리도 가지고 싶지 않는가. 일반인들에겐 민주주의라든지, 사회주의라든지 하는 개념이 하등 필요하지 않았을 테다. 


자유를 향한 갈망과 곁가지로 뻗어나가는 개념이 있다. 그들의 탈출에 결정적 계기가 되는 것들, 진실과 희망이 그것들이다. 그들이 사는 나라는, 국가의 통제 아래에서 만들어진 진실이 진실한 진실을 대체한다. 인지하고도 남으면서도 폭거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진실을 알고 또 말하고 싶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희망이 그들을 부추긴다. 갈망과 열망이 지대해도 희망이 없다면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올바른 건 끊임없는 되새김이 필요하다. 지금도 올바름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메시지 전달에 힘 쓴 영화들보다 오히려 더 잘 와 닿았다고 본다. 간간이 찾아오는, 미국 아닌 제3세계 영화들을 기대해본다. 훌륭한 재미와 메시지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충분한 결실을 본 영화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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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름의 해답을 찾고자 한다 <내 몸이 사라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 12.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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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내 몸이 사라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내 몸이 사라졌다> 포스터. ⓒ넷플릭스



지난 5월 개최된 제72회 칸 영화제는 많은 화제를 뿌렸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유례 없이 국내에서 많이 회자되었다. 이 뿐만 아니라, 엘르 패닝은 약관 20살이 막 넘은 나이에 역대 최연소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으며 프랑스 애니메이션 <내 몸이 사라졌다>는 역대 최초로 비평가주간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가 하면, <내 몸이 사라졌다>는 일본 히로시마, 캐나다 오타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와 더불어 국제애니메이션협회가 공인한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군림하는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장편부문 안시 크리스탈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장편부문에 3개 섹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할 때 속된 말로 싹쓸이 수준인 것이다. 작품 퀄리티는 보장된 셈. 


2019년 넷플릭스 연말 프로젝트 중 애니메이션 부문 대표격이라고 할 만한 <내 몸이 사라졌다>, 꾸준히 단편 애니메이션을 내놓으며 좋은 평가를 받아온 제레미 클라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원작이 있는데, 2001년작으로 오래된 영화이지만 여전히 회자되는 <아멜리에> 각본에 참여해 아카데미 각본상 노미네이트까지 되었던 기욤 로랑의 소설 <행복한 손>이다. 


잘린 손의 여정과 손 주인의 일상


잘린 손이 해부학실에서 빠져 나온다. 그것이 향하는 곳은 아마도 주인일 터, 하지만 여정이 평탄하지는 않다. 해부학실도 겨우 빠져나왔는데, 비둘기 둥지와 쓰레기차와 지하철과 쥐 떼와 개미 떼와 얼음물 속과 개와 아기 등을 차례로 맞닥뜨린다. 모두 일신에 조금의 피해도 주지 못할 것 같은 별 게 아닌 존재들이지만 한낱 손목 잘린 손한테는 크나큰 위협일 수 있겠다. 


한편, 손의 주인 나우펠은 어릴 때 꿈이 피아노 치는 우주비행사였다. 두 부모님의 영향을 두루두루 받은 결과였으리라. 하지만, 사고로 나우펠 혼자 살아남고 부모님 모두 돌아가신다. 이후 그는 희망 없이 살아가다 오토바이 피자 배달부로 연명하고 있다. 어느 비 오는 날 약간의 접촉 사고 후 당도한 오피스텔에서 목소리로만 고객과 실랑이 끝에 진심이 묻어나는 대화를 나눈다. 


나우펠은 그녀 가브리엘을 그냥 잊을 수 없었고 도서관 사서라는 사실만으로 뒤를 캐내어 만난다. 그러곤 그녀가 자주 방문하는 삼촌의 나무 공장에 무작정 취직하고 그곳에서 숙식하며 가브리엘의 도서관을 자주 드나든다. 문제는, 나우펠이 그녀에게 자신이 피자 가게가 아닌 초밥 가게에서 일한다고 속였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와 잘 이어질 수 있을까? 그의 손은 주인의 손목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영화는 잘린 손과 손의 주인 나우펠의 이야기 모두 의미다운 의미를 띄고 있다. 또한 누구든 이 둘 모두 또는 둘 중 하나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콘텐츠답게 기괴하지만 아름답고 철학적이지만 현실적이며 처연하지만 희망적이다. 개인적으로 손의 여정에 더 공감이 되는 한편 영화적으로 더 재미 있었다. 


잘린 손이 주인공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나우펠의 일부이지만 본인만의 정체성이 있는 것으로도 보이는데, 일단 태어난(!) 이유는 주인의 손목에 다시 붙는 것이다. 그 어떤 난관이라도 당연한 듯 맞서며 뚫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 생각 없이 의미도 모른 채 과정이야 어떻든 앞만 보고 가는 우리네 삶이 겹쳐진다. 


그런가 하면, 그런 우리네 삶이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태어난 것인지,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엔 깨달을 수 없는 것인지, 깨닫기 전엔 알 수 없는 것인지, 사회나 시대가 그렇게 만든 것인지. 처음엔 손만 있는 기괴한(?) 모습에 놀라고, 가면서 손에 땀을 쥐게 되고, 종국엔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다름 아닌 나를 돌아본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왜 가고 있는 것인지. 이 짧고 굵은 애니메이션 한 편이 나를 잠시 멈추게 한다. 보는 모든 이도 한 번쯤 멈춰서고 돌아봤으면 한다. 


나름의 해답을 찾아서


한편, 나우펠의 희망 없고 처연한 삶의 종적도 공명을 자아낸다. 세계 최고 선진국 중 하나인 프랑스의 절망적인 젊은이라는, 한국 젊은이로선 선뜻 공감하기 힘든 주인공의 면면이지만 이야기 자체로 울림을 주는 건 분명하다. 그건 아마 모든 인간이 지니고 있는 선천적 결함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단순히 같은 상황에서만 이어지는 공감의 끈이 아니라는 말이다. 


극 중에서 나우펠은 자신의 꿈의 실현자인 부모님을 어렸을 때 잃고 꿈 없이 살아가지만, 사실 모든 인간이 꿈을 꾸고는 이내 잃고 만다. 어디로, 어떻게, 왜 가야 하는지 모르는 건 모두 마찬가지인 것이다. 누군가는 그럴 틈이 어디 있느냐고, 먹고사는 데 바쁘다고 하겠지만 그것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건 인류의 오랜 역사가 방증한다. 인간이 무엇인지, 무엇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답의 변주는 끊임없이 나왔고 나오고 있고 나올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도 그 일종이다. 


이렇게 보니, 나우펠의 잘린 손의 여정과 나우펠 본인의 삶은 다른 듯 똑같다. 생존을 위해 쉴 틈 없이 나아가는 손과 끝없이 안으로만 천착하는 나우펠, 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모르고 삶도 모르며 세상도 모른다. 단지, 하나는 하염없이 갈 뿐이고 다른 하나는 멈춰서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 둘 중 하나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둘 모두의 모습을 띄고 있을 것이다. 그 무엇도 정답일 수 없다. 다만, 나름의 해답을 찾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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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되어서 비로소 인간의 희망을 말하다 <밤의 문이 열린다>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9. 10.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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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밤의 문이 열린다>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 포스터. ⓒ씨네소파



도시 외곽 동네, 공장에서 일하는 혜정은 3명이 방 한 칸씩 사용하며 쉐어하는 집에서 지낸다. 그녀는 민성한테 고백을 받는다. 그녀는 연애나 결혼엔 관심이 없다. 일만 해도 피곤하고 혼자가 편하다. 10월 10일 그녀는 잠에 들고 깨어 보니 유령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후 그녀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기 시작한다. 10월 11일이 되어야 하는데, 10월 9일이 되는 식이다. 그렇게 추석 당일인 10월 4일까지 역행한다. 


"내일이 없는 유령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왔던 길을 반대로 걷는다. 잠들어 있던 모든 어제의 밤을 지켜본 후에야 걸음을 멈출 수 있다. 멈춰선 끝에 유령은 문 하나를 만난다. 언제든 열 수 있었지만 열지 못했던 밤의 문을." 그녀는 여전히 유령인 채로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지만 점차 진실 속으로 들어간다. 자신이 유령이 된 이유, 즉 삶과 죽음 사이에서 헤매게 된 경위를 훑는다. 그에 얽혀 있는 사람들의 사연도 알게 된다. 그러며 혜정은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혜정과 한 집에서 사는 지연과 그녀의 동생 효연이 있다. 효연도 혜정처럼 가난하지만, 효연은 혜정과는 달리 삶에의 욕망이 엄청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사채업자 광식에게서 많은 사채빚이 있다.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혜정에게 상당한 돈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가 하면, 동네에 어슬렁거리며 아빠를 찾는 소녀 수양이 있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그녀는 폐가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어느 날 사고를 당한다. 


한국 독립영화 소빅뱅 틈바구니에서


지난 8월, 한국 독립영화가 소빅뱅을 이루었다. <우리들>로 독립영화계의 히로인이 된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과 정식 개봉 전 전 세계 유수 영화제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김보라 감독의 <벌새>가 일주일 새로 개봉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이다. <우리집>은 5만 명을 넘겼고, <벌새>는 10만 명을 넘겼다. 독립영화로선 특출난 성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틈바구니에서 먼저 개봉한 한국 독립영화가 있다. 다수 단편영화들로 이름을 알려온 유은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 <밤의 문이 열린다>로, 지난해 치러진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장편 관객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혜정과 효연의 두 주연 캐릭터를 맡은 한해인 배우와 전소니 배우가 눈길을 끈다. 


한해인은 데뷔한 지 얼마되지 않는 배우로 주로 단편영화에 출연하다가 이 영화를 계기로 장편에 진출했다. 안정적인 연기, 열정적인 출연으로 앞으로가 기대된다. 전소니는 메이저 영화 단역으로 출발해 메이저 영화 주연까지 꿰찬 배우이다. <아저씨> 이정범 감독의 <악질경찰>이 그 작품인데, 작년 독립영화계를 수놓은 작품인 <죄 많은 소녀> 주연으로도 얼굴을 비춘 적이 있는 전소니 배우의 인상적인 연기를 기대한다. 


미스터리 판타지 드라마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는 미스터리 판타지 드라마 장르를 표방한다. 생전에는 있는 듯 없는 듯 유령처럼 지냈던 혜정이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되고선 유령이 되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며 자신과 효연과 수양의 일을 목격하고 행동한다. 살아 있을 때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들이 유령이 되어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이다. 


유령이 된 혜정이 거꾸로 시간을 거스르는 이유는 영화의 처음과 끝의 내레이션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내일이 없는 유령, 생각해 보면 실제 유령에게 내일은 없을 것이지만 영화 속 유령처럼 살아온 혜정에게도 내일이 없다. 유령에게 내일은 사라짐과 같다. 하여 시간을 반대로 걷는다. 그 끝에 다다른 유령이 만난 밤의 문은, 혜정에게 자기 밖의 세상이다. 아무에게도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았던 혜정이 관심을 두게 되는 세상. 


그 세상에는 살아생전 바로 옆에 있었고 조금만 관심을 두었다면 누군가를 죽이지 않아도 되었고 또 죽지 않았을지 모를 효연과 수양이 있다. 혜정은 각박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의 현실에서 벗어나 유령이 되어서야 비로소 인간다운 인간으로서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아이러니가 우리에게 던지는 바는 비인간화되어 가는 인간에의 안타까움이다. 혜정을 보고 있노라면 확실히 전해진다. 


비안간화되어 가는 인간, 그리고 환경


영화는 비인간화되어 가는 인간으로 하여금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환경에의 서글픔도 비춘다. 효연을 보고 있노라면 사무치게 전해진다. 재개발 지역에 살며 빛 더미에 앉은 해체된 가족상의 단면을 그리며, 그런 환경에선 절대 살 수 없는 욕망 어린 개인의 단면이 담겨 있다. 그는 잘못한 게 없다. '500만 원'이 없어서 사채를 썼고 오랫동안 갚지 못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뿐이다. 


그런가 하면, 수양은 순수하고 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이다. 세상 때가 묻지 않은 어린이들은 인간 아닌 동식물들의 말을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영화에서 수양은 유령이 된 혜정의 이야기를 듣고 볼 수도 있다. 이는 한편 혜정이 살아생전 수양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지만 수양은 혜정의 말을 들어주는, 혼자가 아니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류시화 시인의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은 제목이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다. <밤의 문이 열린다>는 이 제목이 발하는 안타까움과 성찰을 영화로 변형 또는 승화시키는 듯한 느낌을 준다. 미스터리 판타지 장르의 속성을 띄면서도, 먹먹한 여운이 오래토록 남는 드라마로도 손색이 없다. 


영화는 마지막 즈음 처음으로 돌아가 다르게 진행되는 혜정과 민성의 대화를 통해 궁극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들의 대화에서 피어난 조그마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 널리 퍼뜨릴 수 있으면 좋겠다. "몰랐는데, 많이 힘들었겠어요. 워낙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서 누구한테 힘이 되어주지도 못하고." "괜찮아요. 혜정 씨 매일 자기 자리에서 되게 한결 같이 일하시잖아요. 혜정 씨를 보고 있으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삶이 초라하고 헛된 게 아니라는 살아가는 게 그냥 그 자체로 빛이 나는 거구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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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세상에서 찾는 사랑 그 자체로 충만한 사랑 <러브리스>

모모 큐레이터'S PICK 2019. 4.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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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큐레이터'S PICK] <러브리스>


영화 <러브리스>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



전 세계 영화제가 사랑하는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비안긴체프, 2003년 장편영화 데뷔작 <리턴>으로 베니스를 석권하며 국내에 개봉되기까지 했다. 이후 2편은 국내에 개봉되지 않았고 2014년작 <리바이어던>으로 다시금 소개되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진정한 거장으로 거듭났다는 평이다. 그리고 2017년 <러브리스>로 다시금 거장의 면모를 선보였다. 우리나라엔 2년 만에 소개되었다. 


안드레이 즈비안긴체프 감독의 <러브리스> 소식은 일찌감치 들어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정식으로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통에 보지 못할 줄 알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차 <러브리스> 개봉 소식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 말할 수 있겠다. 국내 예술영화 시장이 아직은 존재하고 있구나 하는 반증이랄까. 


가깝지만 먼 나라 러시아의 영화를 접하기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 할리우드의 유수 영화들이야 러시아와 우리나라가 공유하겠지만 왠만한 러시아 영화들을 우리나라가 공유하긴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건 반대도 마찬가지일 듯. 와중에 예술영화라는 카테고리 안에 다양한 외국 영화들이 소개될 수 있다는 건, 영화가 갖는 상업적 속성의 아이러니다. 


이혼 진행 중 부부와 가출한 아이


부부의 이혼과 아이의 가출. 영화 <러브리스>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영화는 눈 쌓인 삭막한 숲 속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풍요롭고 평화로운 숲 속이 아니다. 이어 역시 삭막해 보이는 학교의 전경에서, 수업이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학생 중에 12살 남자아이 알로샤의 모습이 보인다. 소년은 숲 속을 지나 집으로 간다. 집에는 엄마 제냐가 있다. 그녀는 알로샤가 진절머리 나는 것 같다. 안 그래도 남편 보리스와 이혼을 진행 중이다. 


제냐와 보리스는 만날 때마다 싸운다. 서로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다. 특히 제냐는 보리스를 사랑하지도 않는 상태에서 아이를 갖고 결혼하여 13년을 지내왔다는, 그래서 인생을 망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알로샤는 어느 날 저녁 그 얘기를 듣고 정말에 차서 울다 잠이 든다. 자신이 아빠와 엄마의 사랑의 결실은커녕 불행의 씨앗이었다니. 다음 날 아침 알로샤는 집을 튀쳐나가다시피 한다. 학교에 간 것인지?


제냐와 보리스는 알로샤는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각자의 '사랑'을 키우는 중이다. 보리스는 이미 그 사랑과 아이까지 가진 상태이다. 이틀 후, 알로샤가 이틀 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는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는 제냐와 보리스는 알로샤를 찾아 나선다. 곧 경찰에 신고해 조사를 시작하지만, 담당 경찰의 말마따라 제대로 된 조사와 수색을 기대할 수 없다. 


경찰은 수색구조팀에 연락해 보라고 한다. 그들은 자원봉사자 집단으로, 정부에서 하는 일이 아니기에 관료주의도 없고 24시간 무료라고 전해준다. 제냐와 보리스는 수색구조팀과 함께 체계적으로 꼼꼼하게 알로샤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쉽지 않은 듯하다. 문제는, 제냐와 보리스가 진실로 알로샤를 찾을 마음이 있는가이다. 그들의 말과 표정과 행동을 보면 의무감으로 하는 것 같다. 찾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정된 이야기에서 보편적인 이야기로


한 가족의 한정된 이야기는, 시대의 보편적 이야기로 발전된다. 영화 <러브리스>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러브리스>는 별거 아닌 소재와 고급스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소재와 구조가 이원화 아닌 일원화되어 있다. '이혼을 앞두고 있는 부부, 걸림돌이라 생각하는 아들의 가출'이 곧 소재이자 구조인 것이다. '별거 아닌' 이유는 요즘 시대에 이혼과 가출이 큰 일이 아니라는 점이고, '고급스러운' 이유는 별거 아닌 소재 두 개를 투 트렉으로 사회 나아가 시대까지 조망하게 되기 때문이다. 


제목이 직설적이다. 'Loveless', 사랑이 없다는 뜻이다. 이혼을 앞둔 부부는 물론, 부부가 아들을 대하는 태도와 부부가 각각의 새로운 상대와 함께 그들의 부모를 대하는 태도에서 사랑 비슷한 것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제냐와 보리스가 각자의 새로운 '사랑'을 키우는 상대와도 결국은 어떤 결말을 겪을지 상상이 간다.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가 될 테지만, 알로샤가 집에 돌아올 것 같지도 않다. 


이혼과 가출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때 먼저 드는 생각이 씁쓸함이다. 어쩌다가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 하는 도의적 생각의 연장. 곧바로 수긍이 가면서 공허함이 대신 그 자리를 채운다. 결국은 내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시대적 조류와 인간적 본능의 결합 이후, 사랑을 사랑으로 채우는 불합리성의 역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곤 제냐와 보리스로 상징되는 당사자들이 아닌 알로샤로 상징되는 '피해자'를 향한 안타까움이 남는다. 알로샤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나 자신을 태어나게 한 사람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며 존재까지 부정당해야 하는가. 


이 감정의 흐름은, 영화를 보면서 드는 감정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영화는 분명 러시아라는 한정된 나라 안 한정된 지역의 한 부부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고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을 것이다. 그건 인종과 나라와 지역과 나이를 막론하고 이 영화를 보는 누구라도 느낄 만한 감정이다. 한정에서 보편으로 이르는 흐름 또한 이 영화의 특징이다. 


사랑 그 자체로 충만한 사랑에의 희망


사랑 없는 세상에서, 사랑이란? 영화 <러브리스>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사랑과 행복과 희망을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이 영화에서 유일한 희망은 자원봉사자 집단 수색구조팀이다. 영화는 경찰의 입을 통해 간략하게 설명해줄 뿐, 사실상 그들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전해주지 않는다. 그건 극 중 그들이 행하는 무조건적인 자원봉사의 입장과도 일치한다 하겠는데, 이는 곧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사랑 없는 이 시대의 해법이 아닌가 싶다. 


사랑으로 대체하는 사랑, 후회하는 사랑, 조건 있는 사랑 등 이 시대를 지탱하는 사랑의 방식은, 여러 유형이 있고 선택의 여지가 많으며 보다 개인의 삶에 나은 쪽으로 발전해가는 것 같다. 그래서 굉장히 민주주의적이고 '좋은' 쪽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 그 자체로 충만한 사랑 말이다. 다른 무엇도, 어떤 수식어도 불필요한 사랑. 


말이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러브리스>는 그 말이 안 되는 소리를 전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집단 수색구조팀의 무료, 무조건적인 활동이라는 소재로 특이하다면 특이하게, 고급스럽다면 고급스럽게 말이다. 수시로 생각해본다. 나와 아내는 '사랑'을 하고 있는가, 그게 아니면 무엇일까. 이게 '사랑'이라는 것인가,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지금은 사랑을 하더라도 나중엔 사랑을 하지 않게 될까. 사랑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을까. 꼭 사랑을 하는 것만이 정답일까. 


그야말로 중구난방 횡설수설, 사랑을 생각할 때는 이렇게 되고 마는 것 같다. <러브리스>가 보여주는 이 시대의 사랑과 행복과 희망, 그 단면은 결코 전부라 할 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편적으로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이 많아지며 눈썹을 지푸리고 있다면, 결코 단면일 뿐이라고 안심할 순 없다. 우린 사랑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게 맞다. 사랑이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영화 한 편을 추천해주시길 바란다. 단,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보편적 사랑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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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러브리스, 러시아 영화, 사랑, 이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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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를 든 제임스 완, 기대와 걱정을 희망으로 <아쿠아맨>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8. 12. 3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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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DC의 마지막 희망 <아쿠아맨>


영화 <아쿠아맨> 포스터. ⓒ워너브러더스코리아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슈퍼히어로 영화계를 넘어 영화계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파워를 얻게 되었다. 마블 코믹스 원작은 이전에도 계속 영화로 만들어져 왔는데, <판타스틱 4> <데어데블> <엘렉트라>처럼 완전히 망해버린 영화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무렴 DC만 하랴. 


2013년 <맨 오브 스틸>로 시작된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DCEU)는 시작부터 삐그덕거려 이후 2년 동안 영화가 나오지 못했고 2017년 <원더우먼>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 망작으로 분류되는 참혹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유니버스를 만들기 이전엔 슈퍼맨과 배트맨만을 앞세워도 마블보다 훨씬 인지도가 높았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지. 


DCEU는 단순히 절망의 수준을 넘어 존폐 위기로 몰렸고 '마지막 희망'으로 제임스 완을 불러들여 <아쿠아맨>을 만든다. 사실 <아쿠아맨>은 잘 알지도 못하는 캐릭터와 세계관일 뿐더러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제임스 완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공존했다. 


제임스 완이 누구인가. <쏘우> 시리즈, <인시디어스> 시리즈, '컨저링' 유니버스를 창조하고 모조리 성공시킨 공포영화의 귀재이자, '분노의 질주' 최고의 흥행작이자 수작인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연출한 차세대 명감독이 아닌가. 그가 만든 <아쿠아맨>은 어떨까. 


괜찮은 슈퍼히어로 오락영화


DC로선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할 괜찮은 슈퍼히어로 영화 <아쿠아맨>. 영화 <아쿠아맨>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쁘지 않은' DC치고는 '굉장한' 오락영화였다. 영화사적으로나 영화 내적으로 논할 가치는 없다고 해도, 그럴 바엔 차라리 재밌게 즐길 만하면 되지 않겠나 싶은 마음을 대변해줬다 하겠다. 스토리라고 해봐야 역시 별 말 할 게 없지만 소소한 소구점은 있다. 


아틀란티스 왕국의 공주 아틀라나(니콜 키드만 분)는 정략결혼을 피해 육지로 온다. 평범한 등대지기 토마스에 의해 발견되어 이후 둘은 사랑에 빠지고 아이 커리가 태어난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아틀라나는 아틀란티스로 돌아가 정략결혼을 하고 옴을 낳지만 결국 쫓겨난다. 


이 세계와 저 세계, 바다와 육지를 잇는 유일한 다리 커리는 커서 근육질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분)이 된다. 무지막지한 힘과 함께, 바다와 육지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다. 한편, 육지의 공격에 옴(패트릭 윌슨 분)은 아틀란티스 7왕국을 모아 육지와의 전쟁을 치르려 한다. 


이에 옴의 약혼녀이자 동맹국 제벨의 공주 메라(앰버 허드 분)는 아쿠아맨을 찾아와 옴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라 육지와의 전쟁을 멈출 것을 간청한다. 아쿠아맨은 옴의 최측근이지만 사실은 아틀라나와 아쿠아맨의 최측근인 벌코(윌렘 대포 분)에게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러기 싫다고 거절한다. 하지만 옴의 야망이 도를 지나쳐 수많은 이들이 죽고 다칠 게 분명하기에, 아쿠아맨은 메라와 함께 벌코의 지원을 받으며 육지와의 전쟁을 멈춘다는 명분을 앞세워 왕위를 찬탈하기 위한 먼 여행을 떠난다. 


볼 거리 반석 위에서 순혈주의 비판


화려한 액션과 볼 거리를 장착하곤 순혈주의 비판에 힘을 기울인다. 영화 <아쿠아맨>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아쿠아맨>은 가장 걱정거리이자 가장 기대되기도 하는 바닷속 화려한 액션과 전투를 기본 장착인 것처럼 자유자재로 내비친다. 바닷속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랄까. 바닷속 액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 반석 위에 영화는 하고픈 얘기를 마음껏 펼치고 보여주고 싶은 소소한 장면들을 마음껏 내보인다. 좋고 말고 할 것 없이 '짬뽕'이라고 해두자. 시작부터 다른 세계, 다른 계층의 두 남녀가 결혼하여 낳은 혼혈이 주인공이 되어 왕위에 오르려 하고 나아가 영웅이 되려 한다니. 


제임스 완 감독 본인이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의 말레이시아 태생 호주인으로 미국에서 살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해 하고 싶은 말도 해야 될 말도 많았을 것이다. 더욱이 그가 살고 있는 곳은 미국, 미국은 트럼트가 대통령이 되고 난 후 이른바 순혈주의 노선이 주가 되었다. 순혈주의는 국수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도 난민 문제가 괘를 같이 한다. 


영화 시종일관 대사와 행동과 캐릭터를 통해 순혈주의를 비판하고, 정녕 장면장면마다 위에서 언급한 두 영화 말고도 <아바타>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심지어 <타이타닉> 등 온갖 영화들이 생각나는 건 또는 생각나게 하는 건 전부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걸 스토리와 따로 또 같이 노골적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건 감독의 능력이라 하겠다. 


후속편, 명배우, DC의 희망


후속편을 염두에 둔 점, 명배우들이 출연한 점, DC의 희망으로 작용한 점 등 할 얘기가 많은 영화다. 영화 <아쿠아맨>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는 후속편을 염두해두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옴의 야망을 실현시킬 명분이자 아쿠아맨이 왕위에 오를 명분이기도 한 육지와의 전쟁이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던 점이다. 이를 어떤 식으로 풀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육지의 공격 양상이 현재 인간이 자행하는 자연을 향한 수많은 만행과 다름 아니고 이에 바다가 대항하는 양상이 인간이 말하는 자연재해와 다름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2편이 만들어진다면, 1편에선 '그들'과 '우리'의 좁은 의미로 순혈과 혼혈이 싸우는 양상이었다면 2편은 보다 넓은 의미로 인간과 자연이 싸우는 양상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큰 희생을 막기 위한 작은 희생, 큰 전쟁을 막기 위한 작은 전쟁,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평화를 위한 전쟁을 어떤 식으로 내보일지도 궁금하다. 


2010년대 들어서 영화계를 뒤흔드는 슈퍼 히어로 영화, 단순히 무지막지한 자본을 앞세워 화려한 볼거리와 수많은 흥밋거리로 관객들을 불러오는 게 아니다. 명감독과 명배우들이 함께 한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아쿠아맨>에도 명배우들이 함께 했다. 


아카데미, 골든글러브, 베를린를 석권한 명배우 니콜 키드만과 베를린, 베니스를 석권한 명배우 윌렘 대포가 아쿠아맨과 메라와 옴을 보필한다. 물론 옴을 분한 패트릭 윌슨은 연극과 뮤지컬과 드라마 부문에서 자타공인 최고의 연기파 배우이기도 하다. 


<아쿠아맨>은 DCEU 이전부터 꾸준히 DC가 추구했던 특유의 '진지함'을 한껏 몰아내고 명품 오락영화 감독에게 전권을 주어 보다 대중친화적으로 세계관 자체를 살려낸 케이스이다. 한편 씁쓸하지만, 한편 이후 마블과의 훌륭한 라이벌 관계로 보다 건설적인 앙상블이 기대된다. 관객으로선 볼 거리가 많아져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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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명배우, 순혈주의, 슈퍼히어로, 아쿠아맨, 제임스 완, 후속편,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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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돼가? 무엇이든'이라고 묻는 배려

오래된 리뷰 2018. 12.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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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경미 감독의 데뷔작이자 첫 책 <잘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감독, 한국 영화계에서 굉장히 특이한 존재이자 케이스이다. 많지 않은 여자 감독이라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다섯 글자 짜리 장편영화 단 두 편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로 마니아까지 양산시킨 장본인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이경미 월드'가 존재한다.


이런 경우가 흔치 않은데, 그녀의 작품들은 관객 평점과 기자·평론가 평점이 비슷하다. 대중이 평단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방증인가, 그녀의 작품들은 수작임에 분명하지만 별개로 기막히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기막히게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일까. 둘 다 맞는 말일 테다. 그녀의 작품들은 흥행에 참패했지만 무수히 많은 상을 탔다. 


그녀가 최근에 책을 냈다. 지난 15년 동안의 끼적거림을 모아 놓은 에세이 <잘돼가? 무엇이든>(아르떼), 나와 하등 상관없을 것 같은 그녀의 지난 편린들이 무슨 의미일까. 그래도 그녀의 영화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아 집어들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위로를 받았고,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주고 싶다. 


그런데, 그녀의 첫 책 <잘돼가? 무엇이든>의 '잘돼가? 무엇이든'은 그녀의 또 다른 처음과 겹친다. 뒤늦게 들어가 꿈을 펼친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 <잘돼가? 무엇이든> 말이다. 이 작품으로 대대적인 호평을 받으며 수많은 상을 탔고 결국 지금의 그녀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경미 월드'의 시작이랄까. 


기묘하게 함께인 지영과 희진


이경미 감독의 공식 데뷔작 <잘돼가? 무엇이든>의 한 장면. ⓒ빵미필름



'주성쉬핑'에서 근무 중인 4개월차 경력사원 지영, 사장의 말마따나 영리하고 일도 잘하는 믿음가는 일꾼이지만 정작 본인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불만이고 못마땅하다. 반면, 지영보다 2살 어린 3년차 희진은 아무 생각도 눈치도 없이 자기 일 욕심만 많다. 


희진을 지영은 당연히 극도로 싫어하지만, 사장은 그런 둘을 붙여 비밀스럽게 장부 조작 일을 시킨다. 공평하게 일을 나눠 각자 하자는 지영, 같이 하자고 하기도 하면서 모른 척 함부로 지영의 자리와 일 영역을 침범하는 희진. 잘 맞을리가 없는 둘이다. 


어쨋든 중요하게 시킨 일이라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둘. 하지만 지영은 이 일을 용납할 수 없어 꿈자리도 뒤숭숭한 와중에 희진은 계속 자신의 영역을 이래저래 침범하고 이어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를 뒤죽박죽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결국 회사에 큰 사단이 벌어지고, 무너지는 지영과 그런 지영이 버티게 도와주는 희진이다. 역시 아무 생각이 없는 희진은 자기 갈 길을 가고자 하는데, 예민하게 날 서 있는 지영이 무너지니 기댈 곳이 희진밖에 없다. 그들은 기묘하게 함께다. 


이경미 감독의 공식 데뷔작 <잘돼가? 무엇이든>


영화 <잘돼가? 무엇이든>은 이경미 감독의 공식적 데뷔작이다. 졸업 작품이기에 그러한대, 졸업하기 전 몇 편의 영화들을 내놓기도 했었다. 그녀는 20대 중반이 넘어 뒤늦게 한예종에 입학했는데, 이전엔 해운회사를 3년 다녔고 그 이전엔 한국외국어대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이 작품은 그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그녀는 책에서 이 작품을 얘기하는데, 성공 신화를 이룬 거대 중소기업을 다닌 그녀이지만 그곳에서의 이십대 회사 생활은 끔찍하고 암울했다고 한다. 그때 회사에서 그녀의 유일한 친구들 둘이 있었고 나중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만들어서 대히트를 쳤다고 밝힌다. 


이 영화에 대해 '미래에 대한 작은 기대도, 설레는 희망 한 조각도 없이 그저 살아야 되니까 살던 그 시절의 나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다'(본문 99쪽 중)고 하는 그녀, '싫다는 감정에는 삶을 달리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cine21 2016.1.13. 인터뷰 중)고 연출의도를 밝히는 그녀. 앞엣것이 그녀가 오랜 후에 이 영화를 뒤돌아본 느낌일 테고, 뒤엣것이 그녀가 한창 '이경미 월드'를 구축하고 있던 때의 생각일 테다. 


한편 이 영화는 버팀목 하나 없이 얇디얇은 현대사회에 내던져진 두 여직원의 이야기로도, 하찮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권력 관계를 치밀하게 그려낸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다. 앞엣것이 그녀가 회사를 다닐 당시 피부로 직접적이게 느꼈던 바일 것이고, 뒤엣것이 그녀가 그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당시 간접적이게 느꼈던 바일 것이다. 


단편이라 하면, 단편소설이 인생의 어느 한 지점이나 순간을 포착해 치밀하게 드러내는 작업이듯 단편영화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완벽에 가깝다 하겠는데, 그래서 소위 '킬링 포인트'가 몇몇 장면들에서 보인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3분이 가장 좋다. 지난 30분의 짜증과 갈등이 터져 나오는 이야기를 한 소구점으로 모아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는 듯하면서 기묘하게 봉합되고는 한순간에 환한 위로를 건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여운은 처음 느껴본다. 


이경미 감독의 첫 책 <잘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감독의 첫 책 <잘돼가? 무엇이든> 표지. ⓒ아르테



그녀는 책에서, 누군가가 '잘돼가? 무엇이든.' 하고 물으면 갈대 무성한 망망무제한 벌판에서 낫을 들고 서서 외치겠다고 말한다. "어떻게 이렇게 평.생.을 살아요, 아저씨이??!"(본문 102쪽 중에서) 그러면서, '나는 염치 불고하고 조금 행복한 편이다.'(본문 126쪽 중에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무엇이 진담인지 무엇이 농담인지 모를, 꿈과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이경미 월드' 그 자체가 아닌가. 


그런가 하면, 곧 그 절정의 문구들을 발견한다. JTBC 대선 토론을 보고 그녀가 머릿속으로 외친 말들, '나는 조금 행복한 편이다. 그러니까, 오늘 낸 세금, 행복한 내일로 돌려줘! 제발 우리 모두에게 수치심을 되돌려줘! 내가 먹기 싫은 우유를 돈이 없어서 굶는 아이에게 버리는 일이, 돼지발정제를 먹이고 강간을 시도하는 일이, 동성애를 차별하는 일이 없기를, 그게 자랑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도와줘. 제발 고양이들아!!!! .......으응?'(본문 129~130쪽 중에서)


'엔딩 크레디트에 넣을 '고마운 사람들'을 정리하려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지나온 시간이 길기도 하고, 여기까지 오기 위해 완성하고 버리기를 반복했던 시나리오들까지 떠올리자니 좀 많긴 많다. 특히나, 이번 작품에는 '고마운 사람들'과는 별도로 '고맙고 미안한 사람들' 항목을 따로 만들어야 할 지경이다. 덕분에 좋은 친구들을 얻기도 했다. 그 친구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줘야 할 텐데...... 그 부분은 조금 걱정이다. 아무튼 사랑한다. 쓰다 보니 유서 같다? 그럼 안녕. (으응?)'(본문 153~154쪽 중에서)


3부로 구성된 46개의 글들과 수많은 일기들은 얼핏 별 게 아닌 듯하다. 쉽게 읽히기도 하거니와 편린에 불과한 것들이 많아 이해하고 지나가 머리에 남는 게 아닌 스치고 지나가 머리에 남지 않게 된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보고 나면 정말 신기한 것이, 그 하나하나가 지나가버리지 않고 남아 뭉쳐져 하나의 형체를 이룬다. 뒤죽박죽 뒤섞임들이 일관되게 이어지니 그 자체로 하나의 길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아, 영화 아닌 책으로도 이경미 월드는 보다 공고해졌구나, 앞으로 보다 공고해지겠구나, 난 이경미 감독의 팬이 되어버렸구나.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장편 두 편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를 아직 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단편 데뷔작으로 사로잡다니 대단한데... 


종국에 그녀가 묻는 건 '잘돼가? 무엇이든.'이다. 자신은 힘들고 슬프고 아프고 죽고 싶어도 어쨋든 가고 있다고, 그러니 너는 잘돼가냐고 안부를 전하는 것이다. 전하는 방식이 특이해, 자신의 평범한 일상과 기괴한 머릿속을 뒤섞어 보여주고 있다지만... 그녀의 농담들이 이제 불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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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 이야기로 성공시킨 스타워즈 시리즈의 확장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오래된 리뷰 2018. 7.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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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포스터. ⓒ월트디즈니코리아



스타워즈 시리즈에 온갖 최초와 최고의 수식어를 붙인다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영화'라는 걸 본다는 사람이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필수코스 중 하나인 것이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시리즈들인 <007>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쥬라기>, '마블' 등이 모두 영화 아닌 원작이 있는 반면 <스타워즈>는 영화가 원조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정도가 완벽한 원작 없이 영화로 만들어진 유명 시리즈이다. 


<스타워즈>라고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할 순 없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신화 연구자의 필수코스인 미국의 비교신화종교학자 조지프 캠벨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으니 말이다. 조지프 캠벨의 신화연구 자체가 <스타워즈>의 원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역사가 짧아 신화라고 할 것이 마땅치 않은 미국에게 선사한 현대 신화라고 할까. 미국은 <스타워즈>를 시작으로 수많은 현대 신화를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전혀 접하지 않았다. 못한 건 아니니 일부러 접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너무도 방대한 세계관에 압도 당해 부담을 느꼈다. 한참 전에 끝난 시리즈를 이제 와서 다시 보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2015년 10년 만에 오리지널로 돌아왔고 이듬해에는 최초로 스핀오프를 선보이며 최소 2020년 이후까지 매년 오리지널과 스핀오프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사라진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오리지널과 세계관은 동일하지만 독립된 이야기를 내세우는 스핀오프를 보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었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이하, '로그 원')는 나의 스타워즈 시리즈 입성의 시작이 되었다. 


실패 없는 성공을 위한 작전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코리아



제국이 하는 일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 숨어 살던 제국군 과학자 겔렌 어소 가족은 결국 제국군 크레닉 국장에게 걸리고 만다. 겔렌은 제국으로 끌려가는 한편 겔렌의 아내는 죽고, 겔렌의 딸 진은 탈출한다. 시간은 흘러 15년 후, 겔렌은 제국에서 행성 하나를 파괴해버릴 치명적인 무기 '데스 스타' 개발에 다시 투입되고 반군은 이 사실을 알고는 그의 딸 진을 이용해 저지하려 한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이내 설득 당하고 만 진은 호기롭게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 하지만 완성단계에 있는 데스 스타를 파괴하는 건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때 갤런이 극비리에 남긴 비밀 영상을 보고 데스 스타의 설계도 존재와 위치를 알아낸다. 설계도를 탈취할 가능성은 불과 2.4%, 즉 이 작전에 투입된 모든 이들의 죽음을 뜻했다. 


더군다나 반군 의장단 내에서는 그냥 항복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아니 그럴수록 진은 강경하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그녀를 따르는 일행이 있다. 정보 요원 카시안, 무술 전사 치루트, 전투 전사 베이즈, 전향한 제국군 파일럿 보디, 그리고 새롭게 프로그래밍 된 제국군 안드로이드 K-2SO까지. 이들은 실패 없는 오직 성공을 위해 작전에 투입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확장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코리아



<로그 원>의 시작은 상당히 중구난방이다.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오리지널 스토리와 동떨어진 '스핀오프'를 선보임에 따른 딜레마가 존재했을 것이다. 오리지널 스토리를 전혀 몰라도 즐기는 데 큰 문제가 없게끔, 즉 새로운 팬을 위한 영화가 되어야 하면서도, 기존의 스타워즈 팬들에게 다시 없을 선물로 다가와야 했기 때문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라는 큰 골격과 세계관에 속해 있거니와 스토리를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 최소한의 설명이 필요했기에 영화 초반 이곳 저곳, 이 사람 저 사람을 수시로 오가는 것이다. 제국군과 반군, 이 행성과 저 행성. 그것도 모자라 <로그 원>의 주인공들, 즉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처음 선보이는 캐릭터들까지. 


영화는 다양한 종류의 관객들에게 다양한 상황과 관계와 캐릭터를 최소한으로라도 보여주고 난 초반 이후에 비로소 날개를 핀다. 밉상 하나 없는 캐릭터 구성,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하거니와 한없이 직진에 가까운 작전 수행 과정, 이전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소규모 전투신과 볼 수 없었다는 대규모 전투신까지. 압도적이다. 


스타워즈를 모르는 이들과 잘 아는 이들 모두를 만족시킨 결과물이었다고 할까. 이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확장과 관련이 깊다. 스핀오프의 가능성은 스타워즈 팬의 유입을 크게 도울 것이다. 동시에 그동안 비울 수밖에 없었던 구멍들을 메울 수 있게 되었다. 기존 팬들에게 큰 즐거움과 기쁨을 줄 것이다. 


'희망' 하나에의 반란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코리아



로그(rogue)는 악당이라는 뜻이다. 악질적이고 악마적 기질이 있는 류의 것이 아니고 악동에 가깝다고 보면 되겠다. 극 중에서 전 제국군 파일럿 보디가 순간적으로 생각해낸 일당의 이름이다. 이들이 수행하는 건 '반란'이다. 아직 혁명이 일어나기 전, 반대를 무릎쓰고 자신들만의 신념으로 수행하는 반란 말이다. 그래서 이들의 반란은 제국에의 물리적 반란뿐만 아니라 반군연합에의 정신적 반란이다. 


이들의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 수행의 원동력은 오직 '희망' 하나다. 제국의 최종병기 데스 스타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작동되지 않게 하지 않는 이상 단순히 반군연합뿐만 아니라 이 은하계에 아무런 희망이 남지 않게 된다는 생각, 그 생각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희망으로 수행한다.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고, 개인보다 집단이 더 이성으로 수렴된다고 하지만, 현실을 바꾸는 건 이성이 아닌 이상이다. 실행되기 어려운 이상의 실행이야말로 그러하다.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을 실행에 옮겨 성공해내고야 마는 그 사람들이 있어서 이 세계는 끊임없이 바뀌고 그래서 지탱해나가는 게 아닐까. 


로그 원 일당은 스타워즈 세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이들로 남을 것이다. 한국 영화 <아나키스트> <암살>의 주인공들이 생각난다. 자신만의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죽게된 그들. 하지만 그들은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자신만의 삶을 살아 왔기에, 죽음도 자신만의 죽음이었을 것이다. 그건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스스로의 선택과 신념. 사사(私事)와 대의(大義)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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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스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반란, 성공, 스타워즈, 스핀오프, 팬,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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