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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잘 만든 영화로 기억될지라도 기억하고 싶진 않은 이유 <매스> [신작 영화 리뷰] 지난 5월 24일,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불과 18살의 남성이었고, 4학년 교실의 학생들에게 소총과 권총을 난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19명의 학생과 2명의 교사가 사망했다. 차마 뭐라고 말하기 힘들 만큼 참혹한 비극이었다. 이에 미국에서 총기 규제 논란이 극으로 치달았는데 상원이 초당적으로 총기 규제 일부 강화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편, 가해자의 어머니는 자신과 아들을 용서해 달라며 아들은 아주 조용한 아이였고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았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벌였는지 알 수 없다고 인터뷰했다. 미국에서 거의 매년 시간과 장소와 대상을 막론하고 발생하는 총기 난사 사건, 원인과 결과에 대해 전국민이 관심을 갖고 들.. 더보기
비트코인으로 벼락부자에서 벼락거지까지 <아무도 믿지 마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지난 2018년 12월 9일, 누군가에겐 지나가는 흔한 뉴스일 테지만 누군가에겐 인생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의 파급력을 지닌 뉴스가 터진다. 한때 캐나다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쿼드리가CX' 설립자 제럴드 코튼(이하, '제리')이 아내 제니퍼 로버트슨(이하, '제니')과 인도 여행 중 크론병 합병증으로 급작스럽게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거대 회사의 CEO가 사망하는 건, 그것도 급작스럽게 사망하는 건 분명 당황스럽고 일면 이상하기까지 한 일이지만 큰 문제로까지 비화될 건 없을 테다. 현대 사회의 핵심이라 할 만한 대기업은 사실상 시스템으로 돌아가기에, 수장이 없다고 해도 큰 이상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쿼드리가CX는 달랐다.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오직 제리.. 더보기
학폭의 복수를 꿈꾸는 연쇄살인마의 노림수 <돼지의 왕> [티빙 오리지널 리뷰] 연상호 감독은 한국에서 일어난 좀비 아포칼립스를 다룬 '연니버스' 세계관을 구축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네임벨류를 갖게 되었다.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스케일인 바 그가 본래 애니메이터 출신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연상호라는 이름을 영화 에서 처음 들어본 이가 절대다수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가 영화판 아니 애니메이션판에 데뷔한 건 자그마치 1997년이다. 그는 1997년 이라는 길고도 범상치 않은 제목을 가진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데뷔한 후, 꾸준히 작업을 이어 갔다.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독보적인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옮기고자 고단한 세월을 보냈을 테다. 그렇게 15년 여의 시간을 보낸 2011년 장편 애니메이션 으로 이름을 크게 알린다. 이후 상업영화로 진.. 더보기
소년법 논쟁을 균형 있게 들여다보려 한다 <소년심판>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우리나라 소년 범죄에 관한 법은 형법과 소년법 두 가지다. 형법 제9조에 따르면,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만 14살 미만으로 정해 그 행위를 벌하지 않는다. 1953년 현행 헌법이 제정된 후, 7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수없이 개정되고 신설되었지만 변하지 않은 조항이다. 한편, 소년법은 보호처분 대상을 만 10살부터 만 18살까지로 설정했다. 그러니, 만 9살 이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사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 즉, 만 10~13살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보호처분을 받고 만 14~18살은 죄질에 따라 형법 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소년법 보호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그나마도 본래 소년법의 '촉법소년'은 만 12~13살이었지만 2007년 12월 소년법 개정으로 만 10~13살로 조정된 ..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의 씁쓸한 끝 <미샤와 늑대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80년대 후반, 미국 보스턴의 작은 마을 밀리스에 새로운 이웃이 온다. 벨기에에서 온 모리스와 미샤라는 중년 부부, 미샤는 동물을 아주 잘 다뤘는데 어느 날엔가 동네 친구와 차를 마시다가 어린 시절 얘기를 건넨다. 전쟁 나고 살아온 얘기였는데, 가히 충격적이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얘기이기도 했다. 이후 회당에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학교를 끝내고 집에 와서 부모님을 기다렸지만, 부모님은 오지 않았고 대신 어느 여자를 따라 나서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살게 되었다. '미샤 디폰세카'인 그녀에게 '모니크 드월'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부여되었다. 하지만, 그 집에서 짐 덩어리 취급을 받던 그녀는 7살 때 집을 나서 강제추방 당한 부모님을 찾아 수년 동안 .. 더보기
그는 기적의 영매인가, 사기꾼이자 성범죄자인가 <신의 주앙>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지난 2018년 12월 16일, 브라질 중서부 고이아스주 경찰당국에 신앙 치료사 '주앙 테이셰리아 지 파리아' 일명 '신의 주앙'이 공식적으로 수배된 지 하루만에 자진 출두했다. 70대 후반으로 향하고 있던 나이 그는 지난 40년 넘게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구루로 이름을 떨쳤는데, 한순간에 범죄자가 된 것이다. 무슨 범죄를 저질렀을까? 체포되기 한 주 전에 몇몇 여성들이 그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한 후 순식간에 수백 명에 이르는 여성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성령의 뜻을 전달하고 능력을 일으키는 영매로 활동하며, 신앙 치료를 명목 삼아 성적 학대를 일으켰다는 것이었다. 이에 파리아는 도주했다가 자진 출두해 그런 짓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발뺌했다. 하지만 결국 재판.. 더보기
부캐의 원조? 환자인가, 사기꾼인가 <빌리 밀리건, 24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77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있는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어느 날부터 여학생들이 사라졌다.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처해야만 하는 일, 결국 세 명이 사라지곤 범인이 잡혔다. 그는 여학생들을 성폭행하고 납치해 감금했는데, '빌리 밀리건'이라는 이름의 22살 남자였다. 그런데, 범인이 심상치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빌리 밀리건이 심각하기 이를 데 없는 해리성 정체 장애 즉, 다중 인격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법정이 인정해 무죄 판결을 받는다. 그는 처음에 10명의 인격이 있다고 했는데, 조사가 더 진행되면서 총 24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에서도 인정한 사실이라고 하지만 도무지 믿기 힘든 이야기. 넷플릭스.. 더보기
범인이나 범죄 아닌 피해자와 여성을 향하다 <우먼 앤 머더러>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영미 지역의 연쇄살인범은 '흔하다'는 표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악명 높은 사례를 많이 보고 들었다. 책,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수많은 콘텐츠에서 다양한 시선과 관점으로 연쇄살인범들의 살인 행각에 관한 이야기들을 접했기 때문이다. 반면, 영미과 함께 '서양'이라고 부르는 유럽 지역의 연쇄살인범은 거의 보고 들은 바가 없다. 선진적인 문화와 시스템 덕분에 실제로 잘 일어나지 않는 걸까,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는 것 뿐일까. 이번에도 범죄 다큐멘터리의 명가 넷플릭스에서 손을 걷어 붙였다. 1990년 중반, 프랑스 수도 파리에 느닷없이 젊은 여성을 노린 범죄가 연달아 일어난다. 처음에는 당연히 연쇄살인이라는 점을 특정할 수 없었지만, 한 건 두 건 발생하며 피해자의 상처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