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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가족'에 해당되는 글 76건

제목 날짜
  • 남편 없이 시아버지 모시고 12년, 이제 독립하다! <웰컴 투 X-월드> 2020.12.09
  • 어떤 미래가 기다리든 '가족 모두'의 유산이라고 말하는 영화 <힐빌리의 노래> 2020.12.04
  • 21세기 오리무중 밀실 살인, 그녀는 누가 왜 죽인 걸까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죽었다> 2020.11.20
  • 이집트 고왕국 사제, 그 화려한 무덤과 평범한 삶의 비밀 <사카라 무덤의 비밀> 2020.11.11
  •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의 한마디, "사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미안해요, 리키> 2020.11.09
  • 화성 탐사 이야기를 표방한 진지하고 단백한 정통 드라마 <어웨이> 2020.09.28
  •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문제들로 '욕창'이 생긴 이 가족 <욕창> 2020.08.03
  • 심리적 불안감이 짙게 깔린 해양 재난 스릴러 <딥워터> 2020.07.24
  • 우리를 보다 인간답게 하는 반려동물의 죽음에 관하여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2020.07.22
  • 엘프 형제의 좌충우돌 여정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 <온워드> 2020.07.08

남편 없이 시아버지 모시고 12년, 이제 독립하다! <웰컴 투 X-월드>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12. 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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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웰컴 투 X-월드>


영화 <웰컴 투 X-월드> 포스터. ⓒ시네마 달



세상엔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한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은 부부를 중심으로 친족 관계에 있는 이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을 일컫는데, 혼인, 혈연 등의 방법으로 이뤄진다. 그러던 게 점차 다양해져, 천륜이라 부르는 혈연이 아닌 관계의 집단이나 구성원들도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대표적인 게 반려동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족에의 다양성과 포용성이 극대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여기 매우 전통적인 가족 개념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사례가 있다. 오히려 그래서, 신기해 보이기도 하고 가족에의 또 다른 다양성과 포용성을 나타내는 것도 같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엄마)와 딸이라는 보고도 믿기 힘든 구성원을 가진 가족. 78세의 시아버지 한흥만, 51세의 며느리 최미경, 23세의 딸 한태의. 최미경은 12년 전 남편을 먼저 보냈지만, 이후로도 계속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다. 


한태의 감독이 제작, 연출, 촬영, 편집, 주연 등 영화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걸 도맡아 한 다큐멘터리 <웰컴 투 X-월드>, 믿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고 답답하고 황당하기까지 한 이 가족의 이야기를 전한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뻔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는 결코 그렇지 않다. 참고로, 주인공은 이 가족이 아니라 최미경이라는 걸 미리 말해 둔다. 


남편 없이 시아버지 모시고 12년


학창시절 전교회장까지 도맡아 했던, 똑똑하고 리더십 넘치고 끼도 다분한 한태의. 하지만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으며 삼수를 했고 결국 엄마의 반대를 무릎쓰고 숭실대 영상과에 진학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두고 기대주에서 웬수가 되었다고 표현한다. 최미경이 시아버지 사이에서만 관계에 차마 표현하지 못하는 뭔가가 있는 게 아니라, 딸과의 사이에서도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하는 것일 테다. 그런가 하면, 아내로서 12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도 있을 것이다. 


시아버지와 며느리, 남편과 아내, 딸과 엄마로서의 최미경, 결혼한 많은 여성이 참으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채 살아갈 텐데 이분의 경우 보다 훨씬 극대화되었다고 하겠다. 남편이 세상에 없은 지 12년이 지났건만, 남편과의 관계로 생긴 관계들을 저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니 말이다. 그것도 남편 없이 12년이고, 남편과 함께였던 세월까지 합치면 18년이라고 한다. 2013년에 호주로 건너간 한태의의 3살 터울 오빠도 함께 살았다고 하니, 최미경이라는 분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한태의는 그런 엄마를 보고 비혼을 결심, 선언하기에 이른다. '나를 위해 살겠다'는 밀레니얼 세대다운 당찬 포부인 동시에, 평생을 지근 거리에서 두고 본 엄마의 행태(?)에 반감이 설 수밖에 없는 합리적이면서 당연한 선택인 듯보인다. 그런 딸과 엄마는 서로를 가까이하지 못할 것 같은데, 세상 어느 모녀보다 친근해 보인다.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관계인 것 같다. 답답하고 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이 영화를 보는 데 있어, 가장 좋은 부분이다. 


그녀는 왜 그렇게 살아왔을까?


어느 날, 한흥만은 최미경과 한태의에게 통보를 한다. 따로 살자고 말이다. 18년을 함께 살았지만 여전히 잘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집은 한흥만의 것이었으니, 최미경과 한태의는 곧 나가야 했다. 최미경으로선 독립한다는 설렘이나 두려움보다 앞서는 건, 한흥만을 향한 서운함. 그 오랜 세월 동안 어떻게 모셔 왔는데, 이렇게 한순간에... 


한태의는 최미경과 함께 집을 알아보며, 엄마에 대해서도 알아보려 한다. 그녀는 도대체 왜 그랬던 걸까? 왜 남편 없이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던 걸까? 스스로 몇 개의 가설을 세워 본다. 첫 번째로는, 돈이 없어서? 아닌 걸로 판명난다. 1억 정도의 돈을 마련할 수 있는 걸로 보아, 어떻게든 둘이 살 집을 구할 순 있었다고 본다. 두 번째로는, 아파트가 좋아서? 그렇다기 보다 주변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듯하다. 세 번째로는, 변화를 싫어해서? 성격으로 보아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네 번째로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려고? 글쎄...


최미경의 생각과 말을 통해 가장 근접한 가설을 세워 볼 수 있었다. 다름 아닌, 머나먼 전북 익산에서 열리는 큰고모의 큰딸의 아들 결혼식을 보러 모녀가 함께 다녀온 후 최미경의 소감을 통해서 말이다. 최미경의 집안과 분위기가 다른, 화기애애하고 웃긴 분위기. 형식적이지 않은 진심으로, 아는 척하고 반가워하고 말 걸고 손 잡아 주고 좋아하는 친척들. 최미경은 말한다, 몸은 힘든데 마음은 너무 편하고 좋다. 최미경으로선, 단순히 시아버지를 모시고자 했던 게 아니라 시댁 가족들이 너무 좋고 그들과 함께하는 관계가 그립고 그 시간들이 좋았던 게 아닐까. 


며느리, 아내, 엄마에서 독립하자


최미경과 한태의의 독립은, 한흥만과 따로 살게 되었다는 형식적인 겉모양의 그것만은 아니다. 작품은 그렇게 말하고, 또 보여 주려 한다. 최미경이 그 오랜 세월 동안 차마 하지 못했던, 할 수 없었던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엄마의 역할에서 독립하는 것 말이다. 외부의 시선에서 보면 하루라도 빨리 벗어날 걸 강력하게 추천하며 그동안 도대체 왜 그랬냐고 따지게 되지만, 내부의 시선에서 보면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다단한 감정이 소용돌이치지 않을까 싶다. 극과 극의 그리고 모순적인 감정들이 부딪히다 보니 진짜 감정을 찾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한태의은 외부의 시선과 내부의 시선을 이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사람이라고 해도 무방한데,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으로서 그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이해하기 힘들고 또 이해하고 싶지도 않지만, 조금은 이해하게 되고 그래서 더욱더 응원하게 되는 과정. 그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텐데, 영화의 끝자락에서 행복하고 긍정적인 면을 보여 준다. 최미경은 독립하고선, 딸의 친구들을 초대하고 강아지를 가족으로 들이고 자전거도 배우고 소개팅도 한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조그마한 카페를 내고 싶다는 구체적인 꿈도 꾼다. 


제목 <웰컴 투 X-월드>에서 'X'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왜 'X-월드'일까. 생각할수록 많은 게 연상된다. '틀렸다'는 의미라면, 그동안의 틀려먹은 삶을 뒤로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 걸 응원한다는 것일 테다. '이전의'라는 의미라면, 독립하기 전의 삶을 뒤돌아본다는 것일 테다. '미지수'라는 의미라면, 영화에선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독립 후의 새로운 인생에 대한 것 그리고 평생 지근 거리에서 봐 왔지만 엄마의 진짜 생각과 모습을 알고 싶은 마음의 발로일 테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맨 마지막 것이 가장 적합하지 않나 싶다. 하여, <웰컴 투 X-월드>는 최미경의 최미경에 의한 최미경을 위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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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독립, 딸, 며느리, 시아버지, 아내, 엄마, 웰컴 투 X-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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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래가 기다리든 '가족 모두'의 유산이라고 말하는 영화 <힐빌리의 노래>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0. 12. 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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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힐빌리의 노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힐빌리의 노래> 포스터. ⓒ넷플릭스



2016년 6월, 미국에서 <힐빌리의 노래>라는 제목의 회고 에세이가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다. 미국 최고 명문 예일 로스쿨을 졸업한 실리콘밸리의 젊은 성공한 사업가 J.D. 밴스가 처절하기 짝이 없던 시절을 뒤로하고 크게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책은 반 년이 지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다시 한 번 크게 주목받는다. 


이 책이 '트럼프 현상'의 현실적이고도 진솔한 분석과 연구의 최전선에 있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으로 호황을 구가하다가 불황을 직격으로 맞아 몰락해 버린 공업 지구인 '러스트벨트'의 한가운데인 애팔래치아 산맥의 힐빌리(산골마을 백인)로서, 가난과 폭력과 우울과 불안와 소외를 온몸으로 맞으며 살아온 삶의 궤적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된 저소득층 백인 노동자와 맞닿아 있었던 것이다. 


<힐빌리의 노래>는 빠르게 영화화가 결정되었는데, 199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좋은 작품을 내놓은 '론 하워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 전설 글렌 글로즈, 대배우 에이미 아담스, 베테랑 헤일리 베넷, 신인 가브리엘 바소가 참여해 조화로운 가운데 기대를 한껏 높였다. 정치사회적인 면모도 상당히 강한 원작에서, 영화는 '가족'에 천착한 이야기와 메시지를 뽑아 냈다고 한다. 기대 반, 불안 반.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고향으로 향하는 J.D.


2011년, J.D. 밴스는 예일대 법대생으로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반드시 합격해야 하는 대형 로펌 인턴십 면접 주간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걸려온 누나 린지의 절박한 전화, 엄마가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입원해 있다는 소식이었다. J.D.는 최종 면접을 앞두고 10시간 거리에 있는 고향 오하이오 미들타운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처절했던 어린 시절과 조우한다. 


1997년, J.D.의 3대 가족은 켄터키 잭슨을 떠나 오하이오 미들타운으로 돌아와 흩어진다. 엄마 베넷, 누나 린지와 함께 살면서 할모라고 부르는 할머니도 근처에서 살았는데, 베넷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해하기 힘든 타이밍에 이해할 수 없는 강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정신이 조금 아팠다고 해야 할까. 언젠가 베넷과 J.D.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남자를 자주 바꾸는 베넷의 행태를 두고 친구가 한 상스러운 말을 J.D.가 그대로 전하는 바람에 폭력 어린 싸움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결국 J.D.가 할모한테 전화하고 경찰에 신고까지 하면서 큰 사건이 될 뻔했다. 


베넷은 아빠, 그러니까 J.D.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걷잡을 수 없는 정신 상태로 추락했다. 오랫동안 간호사로 일하고 있던 그녀는, 약에 손을 대고 만다. 이후 그녀의 삶은 약 없이 지속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탓일까, J.D.는 똑똑한 머리를 갖고 있음에도 활용하지 않고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불량한 짓을 일삼는다. 결국, 보다 못한 할모는 큰 결심을 하고 J.D.를 데려오려고 하는데... J.D.와 베넷의 앞날은?


가족에 대한 깊은 천착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힐빌리의 노래>는 가족에 대한 깊은 천착이 엿보인다. 원작을 읽고 사회·문화·정치의 현실적 인사이트가 인상 깊었다면, 그래서 영화를 통해 영상으로 표현된 바를 느끼고 싶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테다. 반면, 작금 흔들리면서 다양하게 재정립되는 가족의 정의와 형태에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이 영화가 제격이겠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한 과감한 감독의 선택이 엿보인다. 


감독의 선택도 선택이지만,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만큼 각색이 중요하기에 힘을 실었을 텐데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호프 스프링스> 등과 드라마 <왕좌의 게임> <엘리어스> 등에서 각본가로 활약한 '바네사 테일러'가 각색을 맡았다. 그녀가 '가족'을 말하고자 택한 방법은 주요 인물들의 대사이다. 주인공이라 할 만한 J.D. 밴스를 두고 가족들이 한마디씩 하는 데에 통찰과 의미가 엿보인다. 


누나 린지는 "용서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도 없는 거야"라면서 엄마 베넷의 말 못할 행태를 이해할 순 없지만 용서하려 한다. 할머니 할모는 "이 세상에 가족 말고 더 중요한 게 뭐 있니"라며 엄마 베넷을 도와주라고 부탁한다. 엄마 베넷은 "내 평생 잘한 일이라곤 너랑 네 누나 낳은 것뿐이야"라면서 처량한 본인의 신세에서도 한 줄기 빛처럼 쏟은 자식들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그런가 하면 J.D. 밴스는 "사랑해, 엄마.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 행복하면 좋겠고 내가 도와줄게. 근데 여기 있진 못해. 나는 가야 해. 포기하지 마, 엄마"라면서 선택의 기로에서 가족을 위해 가족을 뒤로하고 기회를 잡고자 떠난다. 완벽하기는커녕 콩가루(?) 가족이지만 지금의 그를 만들었고 또 가족에겐 주어지지 않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 어떤 미래가 기다리든 '가족 모두'의 유산이라고 말한다. 


탄탄하진 않지만 울림을 준다


영화가 꽉 찬 느낌이 들거나 탄탄한 느낌이 들진 않는다. 상당히 방대하지만 단단한 서사로 중무장한 원작에서, 어느 한 면을 중점적으로 보여 주며 다른 면들은 간략하게 처리했기에 어딘가 헐거운 느낌이 들 수 있을 테다. 거기에, '가족'의 메시지를 던지는 주요 인물에 방점을 찍고 '사회 성찰'의 메시지를 던지는 지역 배경은 최소화하면서,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전체적인 기조가 너무 가벼워 보여서 꽤나 무거울 주제와 소재를 온전히 품지 못한 것 같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울림'을 준다. 특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영화가 대상으로 한 실제 인물의 사진들과 함께 현재 상황이 소개될 때 '울컥' 했다. '이렇게 살아온 가족들도 있구나' 하면서 나의 삶을 반추해 본다기 보다, '가족' 자체의 의미를 한층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형태의 가족은 전통적으로 당연히되어 왔는데, 가족의 다양성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지금에서 이런 형태의 가족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한편 죄악시까지 되고 있지 않은가. 가족의 다양성에서 비춰 볼 때, 하나의 형태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더불어, 영화에서 J.D.가 3대를 잇는 '여성'들에게 큰 힘을 받는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남자 아이 J.D.가 올바르고 올곳게 자람에 있어, 남성이 준 영향보다 여성이 준 영향이 크다는 점이 말이다. 물론 거기에는 긍정적 영향도 있을 테고 부정적 영향도 있을 테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가족의 다양성과 더불어 여성의 다양성도 살펴볼 필요성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나의 뿌리, 나의 가족을 신성시하며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을 테다. 그러나, 그 유산은 다른 어디로 향하지 않고 나에게로 이어질 것이다. 그 유산을 받아들이는 건 기회이자 운명이 아닐까. 더 나은 삶 혹은 좋은 삶을 살기 위한 기회이자, 그 기회를 잡을 운명 말이다. 성공에의 길은 홀로 짊어졌지만, 성공의 후과는 가족 모두의 것이라고 말하는 J.D. 밴스를 그리고 이 영화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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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글렌 글로즈, 러스트벨트, 론 하워드, 바네사 테일러, 에이미 아담스, 여성, 울림, 유산, 힐빌리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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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오리무중 밀실 살인, 그녀는 누가 왜 죽인 걸까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죽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0. 11. 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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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죽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죽었다> 포스터. ⓒ넷플릭스



2020년 10월 27일 비 오는 일요일, 아르헨티나 카르멜 컨트리클럽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 마리아 마르타 가르시아 벨순세라는 이름의 그녀는, 남편과 함께 친구네랑 점심 식사를 하고는 4시에 다른 친구들과 테니스 시합을 했다. 하지만 비가 내려 가족들이 모여 축구 경기를 보고 있는 제부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축구 경기가 끝난 6시 10분 경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카를로스는 6시 50분 경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하여, 그녀의 잘못된 상태를 최초로 발견하게 된 남편 카를로스, 그가 집에 와 보니 문이 열려져 있었고 가르시아는 욕조에 고꾸라져 있었다. 카를로스는 그녀를 끌어내 눕혔다. 7시면 항상 방문해 안마를 해 주는 안마사가 집에 왔다고 한다. 그는 우선 여동생 이레네에게 전화로 알렸고, 그녀는 집에 오자마자 뛰쳐나가 의사를 찾았다. 카를로스는 구급대에 전화를 걸었고, 7시 30분 경 첫 번째 구급대가 도착했다. 그리고 7시 45분 경 두 번째 구급대가 도착했다. 하지만 둘다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가족들은 한데 모여 밤을 새우며 그녀를 기렸다. 그러던 와중, 가르시아는 어떻게 죽었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기도 했다. 단순히 목욕을 하려던 중 미끄러져 머리를 찧어 사고를 당해 죽은 걸까? 여하튼, 그들은 곧 마리아 마르타 가르시아 벨순세의 장례식을 치른다. 이미 땅에 묻힌 가르시아, 하지만 담당 검사인 몰리나 피코가 관련 증인들을 소환해 신문하면서 사고는 서서히 사건으로 변질된다. 가족들의 이야기와 완전히 딴판인 증언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상류층 공동체 '밀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죽었다>는 2002년 10월 27일 시작해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한 사건의 자세한 전모를 풀어 내고자 했다. 아르헨티나의 카르멜 컨트리클럽이라는, 상류층들이 철저한 보안으로 외부와 단절된 채 편안하게 생활하는 공동체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큰 관심을 끌었다. 


가르시아가 욕실에서 단순 사고사로 숨졌다면 그녀가 살아생전 자선사업가로 좋은 일에 앞장섰던 만큼 모두가 그녀를 기리며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보냈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정황이 없고 당황한 가족들'은 가르시아의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했고, 가르시아 아래에 있던 납 조각을 변기에 버렸다. 경비원한테 말해 경찰이 들어오지 않게 했다고도 하고, 사건 현장을 말끔히 청소해 핏자국 하나 남지 않게 했다. 부검 결과 머리에서 5개의 총알이 발견되었다. 변기에 버려진 납 조각은 튕겨나간 6번째 총알이었다. 이제 가르시아는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가 아니라, 누가 왜 그녀를 죽였는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밀실 살인, 미스터리물의 단골 소재이자 가장 흥미로운 소재이기도 하다. '어떻게' 죽었는지도 궁금하지만, '누가' 죽였는지가 궁금하기 마련이다. 사건에서 '누구'는 자연스레 '왜'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말이다. 동기를 밝히지 못하면 '누가'가 성립되기 힘들다. 그렇다, 카르멜 컨트리클럽은 외부로부터 철저하게 차단된 밀실 그 자체였던 것이다. 정황상, 외부의 소행일리는 희박하고 내부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게 대두될 수밖에 없다. 몰리나 검사, 언론, 대중의 시선이 다름 아닌 가족들에게로 쏠린다. 가족들의 행동이 수상했음은 물론이다. 증거를 은폐하려는 수작으로 봐도 충분한 조치를 취한 게 아닌가. 


그녀는 도대체 누가, 왜 죽인 걸까


몰리나 검사는 기어이 고인의 남편 카를로스와 가족들을 기소한다. 공범과 함께 살인을 저질렀고 이후 증거들을 은폐하려 한 죄였다. 그가 세운 가설 중 하나는 이렇다. 가르시아는 자선사업가로 후원 계좌를 운용하고 있었는데, 평소 카르텔과 거래를 하고 있던 카를로스가 돈세탁에 그 후원 계좌를 이용했다. 이를 알게 된 가르시아는 좌시하지 않을 거라 항변했고 그 과정에서 몸싸움 끝에 살해당한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이지만, 가르시아가 철저한 보안의 카르멜 컨트리클럽 본인 집 욕실에서 6발의 총을 맞고 죽은 것도 절대 흔하지 않지 않은가.


가족의 입장에선, 살인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당연히 황당하기 그지없었을 터. 변호사를 대동해 치열하게 대응해 보지만, 결국 증거 은폐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만다. 이후, 몰리나 검사와 카를로스의 대결 구도가 이어진다. 몰리나는 카를로스가 살인에 가담한 핵심인물이라 주장하고, 카를로스는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한다. 가족들은 카를로스의 편을 들고, 두 번째 구급대 의사와 몇몇 경비원들은 몰리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일 년 전 아르헨티나는 극심한 경제 위기에 봉착해 크게 무너진 적이 있었다. 와중에도 잘 사는 사람은 잘 사는 법, 잘 나가던 증권 중개인으로 큰 돈을 벌고 일찍 은퇴해선 외부와 단절된 채 안전한 소왕국에서 호의호식하는 카를로스와 가족들이 큰 위기에 봉착했다는 소식에 일반 대중들의 시선이 쏠린다. 뿐만 아니라, 이런 '잘 팔리는' 뉴스를 언론이 가만 놔둘 리가 없다. 


시간이 흘러 무죄 판결을 받는 카를로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시 유죄 판결을 받는다. 그러다가 2016년 다시 무죄 판결을 받고 지금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사건은 완전 종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카를로스 등의 가족과 함께 유력한 용의자로 뽑혔던 이웃집의 위험한 남자 니콜라스 파첼로와 경비원들이 계속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사건의 전말은 언제 알 수 있을까. 가르시아는 도대체 누가, 왜 죽인 것일까. 


잘 팔리는 뉴스를 놔두지 않는 언론의 작태


세상엔 정녕 수없이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데, 다큐멘터리 시리즈로까지 만들어질 정도면 반드시라고 할 만큼 그 안에 '흥미거리'가 많아야 한다. <아무도 모르게 그녀가 죽었다>야말로 흥미거리가 많은데,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외부와 단절된 부유층의 소왕국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이라는 점이 가장 흥미를 돋는 가운데 가족들의 수상한 움직임과 컨트리클럽 내 타인들의 수상한 움직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런가 하면, 미스터리 사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언론'의 작태가 아주 볼 만하다. 


저널리즘의 윤리 따윈 싹 무시하고 오로지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을 자극적인 소재들만 찾아 흥미를 돋우는 헤드라인으로 모든 언론지상을 도배하는 것이다. 언론은 사건이 빨리 종결되길 절대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건이 자신들(언론)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려 혼돈으로 치달아 갈팡질팡 못하게 되길 바란다. 그래야 이전보다 더 재밌는 기사거리를 양산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사건은 실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언론의 사건에 대한 중구난방 융단폭격 톱기사들로 대중은 물론 경찰과 검찰과 피의자들이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건의 주요 관계자들은 횡설수설을 면치 못했고 판결은 계속 뒤집혔다. 


그렇다고 언론의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뭣하다. 그들은 자본주의 하에서 살아남고자 전쟁 같은 경쟁의 결과물로 자극적이고 일회성 높은 기사들을 쏟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관심이 없다면, 즉 수요가 없다면 공급도 없을 거라는 점도 생각해야 하고 말이다. 문제는 사건 당사자들에게 더 많았다고 봐야 한다. 왜 그렇게 바보처럼 수상한지, 몰라서 수상한 짓을 한 건지 알고도 저지르고 나서 인맥을 동원한 건지 말이다. 검사 집단은 수상한 가족과 카르멜 컨트리클럽을 왜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는지, 그들과 뒤에서 연결되어 있어 사건 당시 초짜였던 몰리나 검사만이 들쑤시고 다녔던 것인지. 


시리즈에는 카를로스와 가족들 그리고 몰리나 검사와 사건 관계자의 변호사들, 지인들이 대거 출현해, 당시를 상세하게 재연한다. 모두 동일한 사건에 대해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잘 들어 보면 거의 맞지 않다. 철저하게 본인을 위해, 본인에게 해가 되지 않게 말하고 있다. 비록 가족이라고 해도 말이다. 가르시아의 이복 여동생 이레네가 말한다. "형부 카를로스는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저는 검찰에서 부르지도 않았어요!" 이 한마디로도 그들의 치부가 충분히 드러나고도 남는다. 개인적으로, 그들이 살인에 가담했을 것 같진 않고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으로 사건 후의 과정을 헤쳐나갔을 것 같다. 파렴치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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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고왕국 사제, 그 화려한 무덤과 평범한 삶의 비밀 <사카라 무덤의 비밀>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0. 11. 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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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사카라 무덤의 비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사카라 무덤의 비밀> 포스터. ⓒ넷플릭스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 남서쪽에 위치한 '사카라 네크로폴리스(고대 묘지)', 기자와 다슈르 등과 함께 이집트 고왕국의 피라미드 소재지로 유명하다. 이들이 모두 포함된 고왕국 시대 수도 '멤피스'의 피라미드 지역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는데, 단연코 지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명이기도 하다. 배워서 익히 알고 있는 4대 문명(황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중 하나다. 


사카라에는 수많은 유물이 있지만, 지상에서 가장 규묘가 큰 최초의 석조 피라미드가 가장 유명하다. 자그마치 4600여 년 전 이집트 고왕국 제3왕조 조세르왕의 묘지 말이다. 이 피라미드는, 이후 기자 지역에 건립되었던 피라미드들의 원형이기도 하다. 그곳엔 발견되지 않은 유물들이 여전히 많다고 알려져, 현재도 조사·발굴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18년 말경 근래 수십 년 동안의 발견을 압도할 만한 발견이 이루어져 전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집트 고왕국 제5왕조 왕실 사제였던 '와흐티에'의 묘로 추정되는 피라미드 무덤이었다. 4400년 동안 발굴·도굴의 흔적 없이 아주 잘 보관되었다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사카라 무덤의 비밀>에서 그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와흐티에의 무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와흐티에 무덤, 큰 의미를 가진 발견


와흐티에 무덤을 찾은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해석'이었다. 전문가도 결코 쉽게 알아낼 수 없는 수천 년 전 상형문자를 해독하고, 함께 그려진 그림들 그리고 함께 있는 조각상들과 맞춰 봐야 한다. 완벽한 해석일 수 없이 합리적인 추측을 해야 하기에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그 사이 발굴자들은 또 다른 무덤을 찾아 작업을 계속한다. 해독이 끝나면 갱도를 파기 시작할 텐데, 그곳에 유골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조그마한 발굴단에 현실적인 문제가 들이닥친다. 라마단이 시작되는 6주 후에는 발굴 자금이 바닥나게 되는 것이다. 그때까지 작업을 끝마쳐야 하고, 이후 시즌을 이어가기 위해 또 다른 거대 발견을 이뤄내야 한다. 자잘하지만 의미 있는 발굴을 이어가는 와중, 다수의 고양이 미라를 확보한다. 그런데 그중에 유독 크고 또 얼굴 부분에 얼굴 그림이 그려져 있는 미라가 있었다. 


전문가를 통해 정밀하게 알아보니 고양이가 아니라 '새끼 사자'라는 게 아닌가. 적어도 사카라 피라미드에선 최초의 발견으로, 이집트 고왕국 시대의 문화, 경제, 종교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의미를 가지는 유물인 것이다. 그들은 야생동물과도 교감을 나눴고 야생동물을 신께 제물로 바치기도 했을 테다. 그동안엔 합리적인 가설에 불과했지만 이 발견으로 사실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간 것이리라. 와흐티에 무덤과 함께 크나큰 의미를 가진 발견으로 칭송받을 만하다. 


너무나도 비극적인 일가족의 최후


몇 개월의 기다림 끝에, 문자 해독이 끝나고 안전검사가 통과되고 묘실 갱도를 발굴하기 시작한다. 라마단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4개의 갱도 중 우선 2개를 파기로 한다. 시작부터 아주 안 좋은 소식이 들린다. 2번 갱도가 가로세로 1m의 넓이를 자랑하지만 깊이는 불과 60cm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나온 게 거의 없었다. 반면 1번 갱도는 상당히 아래까지 파 들어 갔는데, 심히 가슴 아픈 것들이 발견된다. 


다름 아닌 아이의 유골이 발견된 것이다. 그것도 세 아이, 유골을 맞춰 유추해 보니 동시에 죽어서 묻혔던 것으로 나온다. 묘실의 글, 그림, 조각상 들을 해독한 결과 와흐티에 본인과 함께 어머니와 아내와 네 아이(여자 아이 1, 남자 아이 3)가 묻혔다고 나왔으니, 세 남자 아이의 유골일 것이다. 신과 왕을 잇고 왕과 백성을 잇는 최고위 관리인 사제였던 와흐티에도 아이들의 죽음 앞에선 무력했던 것일까. 얼마나 가슴 아팠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발굴자들의 심정도 다를 바 없다고 한다. 


3번 갱도에서도 3명 분의 유골이 나온다. 모두 여성으로, 와흐티에 어머니와 부인과 딸로 추정된다. 눕혀져 있지 않고 수직으로 묻힌 것으로 보아 급하게 묻은 게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1번과 3번 갱도에서 발견된 유골들을 통해 강한 의구심이 도출된다. 한꺼번에 죽어 묻힌 걸까? 마지막 4번 갱도에서 와흐티에 본인의 유골이 나온다. 그의 유골까지 모두 모아놓고 가설을 도출해 본 결과, 말라리아 전염으로 일가족이 몰살하지 않았을까 싶다는 것이다. 이집트 역사를 뒤흔들 발견인 동시에, 너무나도 비극적인 고위급 일가족의 최후이다. 


삶은 같은 방향으로 지속된다


앞서 글과 그림과 조각상을 해석하여 알 수 없는 일차적 비밀이 드러났었다. 사실 이 무덤은 와흐티에 본인의 묘가 아니라 와흐티에 형제의 묘라는 것. 즉, 와흐티에가 형제의 묘를 가로챘다는 것이다. 뒤이어 갱도에서 발견된 유골들을 해석하여 합리적 가설에 의한 이차적 비밀이 드러난다. 와흐티에 가족이 말라리아로 한꺼번에 몰살했을 거라는 것. 그렇다면, 와흐티에는 어쩔 수 없이 형제의 묘를 가로챈 것일까? 몰살한 가족들을 급하게 매장하기 위해서? 전문가들도 그것까진 알 수 없는 듯하다. 


사실 와흐티에 무덤 발견은 당시 이집트는 물론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아주 중요한 발견이니 말이다. 하여, 검색창에 '와흐티에'라고만 쳐도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당연히 단편적으로만 알 수 있을 뿐 자세한 이야기는 알 수 없다. 이 다큐멘터리로 비로소 자세한 뒷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여러 모습이 엿보인다. 발굴의 진짜 모습, 4400년을 잇는 동질성, 현세와 내세의 비동질성 등. 


'고고학'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세련되고 우아한 모양새가 상상된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에서 보이는 모양새는 정반대에 가까웠다. 몇몇의 전문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술자와 일용노동자였던 것. 책임자들은 위대한 발견뿐만 아니라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위해 발굴을 계속하길 원한다. 위대한 발견이 그 자체로 열렬한 박수를 가져오지만, 발굴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해 주기에 열렬한 박수로 이어지는 것이다.


수천 년 전을 가로지르는 동질성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고고학자라면 잘 알 텐데, 수천 년 전에도 지금과 같은 곳에서 별로 다르지 않은 일을 하며 먹고 살았다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고 사람들은 달라진 생각과 보다 훨씬 편안해진 혜택을 받고 살아가는 듯하지만, 궁극적으론 다를 게 없다. 삶은 같은 방향으로 지속되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현세보다 내세를 중요하게 여긴 이집트인'의 실체도 알 수 있다. 현세에선 지금의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다가, 내세에도 현세의 모든 걸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고 믿었기에 그런 무덤을 만들어, 현실 아닌 꿈을 표현한 것이다. 반면, 우리가 직접적으로 보는 건 사막에서 발굴되는 화려한 무덤이다. 그들의 실체는 아주 '평범'했을 테다. 지금 여기의 우리가 생각하는 그 '평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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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의 한마디, "사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미안해요, 리키>

오래된 리뷰 2020. 11. 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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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미안해요, 리키>


영화 <미안해요, 리키> 포스터. ⓒ영화사 진진



건설 현장을 전전하며 안 해 본 일 없이 온갖 일을 다 한 리키, 이제는 혼자 일하면서 나만의 사업을 하고 싶어 택배 일을 택한다. 면접 담당자이자 지점장으로 보이는 이가 말하길, "고용되는 게 아니라 합류하는 거예요, 우릴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일하는 겁니다"라고 한다. 리키는 한껏 부푼 마음으로 일을 시작한다. 문제는 택배 물량을 실을 수 있을 만큼 큰 밴 차량이 필요하는 것인데, 회사에서 빌리기엔 날마다 드는 돈이 너무 많아 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계약금이 없으니 아내 애비의 차를 팔아야 한다. 애비는 간병인으로 일하는데 하루에도 몇 군데를 돌며 차비를 직접 조달하고 있다. 안 그래도 힘들고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더 힘들어질 것 같다. 남편 리키의 택배 사업이 번창하길 기대해야 한다. 리키와 애비에겐 큰아들 셉과 작은딸 리사가 있다. 엄마, 아빠가 잘 챙겨 주지 못해도 리사가 의젓하게 커 가는 반면 셉은 하염없이 빗나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아빠한테 그러한데, 욕설 섞인 말대답을 하지 않나 그래피티를 한답시고 공공기물을 손상시키지 않나 물건을 훔치지 않나 사람을 때리지 않나...


리키와 애비는 "사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라며 자조하고 위로하고 나아가려 하지만, 자잘한 듯 큰 일들이 계속 터진다. 그런데, 그들이 하는 직업이라는 게 일이 터졌다고 달려갈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특히, 리키는 택배물품들이 정확한 시간에 반드시 고객에게 전해져야 한다는 불변의 철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대체 기사 없이는 절대로 쉴 수 없다. 비록 개인사업자에 개인 차량에 개인 보험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오히려 돈을 더 까먹는 것 같다.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었던 켄 로치 감독


켄 로치 감독의 <미안해요, 리키>는 영국 북동부 뉴캐슬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4인 가족의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기 전, 켄 로치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겐 '좌파 감독' '사회파 거장' '블루칼라의 시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2회 수상'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아무래도 대중보단 평단의 사랑을 받는 느낌인데, 그가 평단의 사랑을 받기 위한 영화를 찍는 건 아니다. 그는 그만의 신념으로 그의 영화를 찍는다. 


1936년생으로 85세의 현역인 켄 로치 감독은, 사실 지난 2014년 은퇴를 선언했었다. 그런데 2년 후 전격적으로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들고 와 10년 만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전 세계 수많은 영화제를 휩쓸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영국 모순투성이 복지제도의 맹점을 파고들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켄 로치 월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서민과 노동자의 현실을 대변하고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시선을 견지한 것이다. 이후 켄 로치는 다시 은퇴를 선언한다. 


하지만, 그는 3년 후 다시 카메라를 든다. 아니 들 수밖에 없었다.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서민과 노동자의 삶을 옭죄어 가족 해체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현실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미안해요, 리키>가 보여주는 처참하고 슬픈 현실이 결코 먼 나라 영국만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더 하면 더 했지 그보다 못하진 않을 것 아닌가.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세상에서의 노동자 현실


코로나 시대 이후 엄청나게 늘어난 택배 물량과 실적에 비해 택배기사 처우는 그대로인 현실에서 올해에만 15명의 택배기사가 사망한 우리나라 택배노동계, 영화에서도 나오듯 '구역 물량 분류 작업' 일명 '까대기'가 택배기사 장시간 노동의 주원인이다.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 해내야 하는 고된 노동, 알바를 쓰더라도 본인의 돈이 나간다. 물론 개인사업자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맞을 것이다. 문제는, 말은 '함께' 일한다고 해놓고 노동자는 권리 없이 책임만 떠앉으며 사측은 대책없이 방관하는 모양새이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불안정과 불확실이 경제 전반을 잠식하는 가운데 '긱 이코노미'(정규직 아닌 비정규직, 계약직, 임시직을 선호하는 현상) 시대가 도래했는데, 불안정과 불확실이 가속화되며 임계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 대상은 서민과 노동자가 아니라 '가난한' 서민과 노동자일 수 있다. 긱 이코노미의 수혜자라고 할 만한 기업이 허울 좋은 말로 상대하고 있는 이들이, 주로 치열하게 일해도 먹고사는 데 빠듯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영화에서 빌런은 택배회사 지점장 멀로니와 리키의 큰아들 셉인 듯하다. 멀로니는 개인사정을 전혀 봐 주지 않고 철저하게 사측의 원칙과 논리와 입장만 고수하며 리키를 압박한다. 그런가 하면 셉은 자잘하게 시작해 큰 사고까지 계속 치르며 리키를 괴롭힌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적어도 셉은 빌런이 아니다. 사춘기 나이 때, 부모님의 무관심 속에서, 그런 일들을 한 번쯤 저질러 보지 않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리키의 잘못이랄 수도 없다.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그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멀로니가 남는다. 본인의 말마따나 "불평불만, 분노, 화, 증오를 모조리 흡수해 전국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지점으로 만드는 연료로 쓴다"는 그는, 이 시대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화신일 것이다. 그는 분명 파렴치한 행동을 일삼지만, 그조차 영화적 존재가 아닌 지극히 일반적이고 평범한 존재이다. 비판의 대상일 뿐, 그를 사라지게 하는 게 대안일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영화에는 비판의 대상이 몇몇 더 나온다. 리키가 강도 일당에게 맞아서 크게 다쳐 병원에 갔는데 엑스레이 결과를 받는 데만 3시간이 걸린다는 황당한 답변이라든지, 리키가 신처럼 떠받들어야 하는 비싼 스캐너는 2분마다 울리며 현재 배송 상황을 모두에게 공유하게 한다든지. 사람 하나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법과 복지, 그리고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디지털.


이 시대 노동과 가족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미안해요, 리키>의 주인공인 네 가족은 모두 일반인이라고 한다. 리키 역의 크리스 히친은 오랫동안 배관공으로 일해 왔고, 애비 역의 데비 허니우드는 돌봄 노동을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아니 다큐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일상생활을 카메라로 담았다고 할까. 우리나라의 그 유명한 <인간극장>이 생각났다. 이 시대 노동의 현실과 가족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이리라. 


켄 로치 감독이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게 60년대 중반, 어언 50년이 훌쩍 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는 참으로 일관되는 시선을 견지했는데,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비판적 시선이 가 닿은 세상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반증이니까 말이다. 올해 11월 13일이 고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고 나아가 권리를 찾고자 분신으로 자신을 희생한 사건의 50주년 되는 날이다. 이후 한국노동운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IMF외환위기와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며 공허해지고 말았다. 세상이 바뀌기는커녕, 어느 면에서는 뒷걸음친 것 같다. 


'각개약진'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아무도 나와 함께하거나 나를 도와줄 수 없고, 나 또한 누구와 함께하거나 도울 마음이 없는 세상. 이제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세상은 꿈쩍하지 않는다. 또는 꿈쩍하지 못한다. 그런 세상에서 <미안해요, 리키> 같은 작품은 '약'이다. 세상이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종류의. 그러니, 누군가는 이런 작품을 계속 만들어야 하고 우리는 이런 작품을 꼭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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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 이야기를 표방한 진지하고 단백한 정통 드라마 <어웨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0. 9. 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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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볼 만한 넷플릭스 드라마] <어웨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어웨이> 포스터. ⓒ넷플릭스



나사 수석 엔지니어 남편과 10대 어린 딸을 둔 에마 그린은 사령관 자격으로 아틀라스호를 타고 인류 최초의 화성 탐사를 나선다. 영국의 식물학자, 러시아의 엔지니어, 인도의 외과의사, 중국의 화학자가 동행한다. 그들은 달을 거쳐 화성으로 가는, 생존 확률 50%의 3년 동안의 긴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화성으로 제대로 된 출발도 하기 전에 난관에 부딪힌다. 그린 사령관의 남편 멧이 해면상 혈관종을 가지고 있었던 바,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이다. 딸 렉스가 혼자 감당하기 벅찼기에, 그린은 포기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때 멧이 의식을 찾아 그린이 화성을 가게끔 한다. 


우여곡절 끝에 화성으로 떠난 아틀라스호와 5명의 대원들, 우주선 안팎에서 갖가지 문제들에 직면한다. 그린 사령관의 흔들리는 멘탈을 불신하는 러시아의 포포프와 중국의 루, 그럼에도 그린을 신뢰하는 또는 신뢰하려는 인도의 람과 영국의 크웨이시. 우주 유영을 하는 것도 모자라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직접 손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생기는 우주선. 지구에서 들려 오는 소식들, 이를테면 멧이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던가 렉스가 C+을 받았다거나 하는 크고작지만 부정적인 얘기들. 


무엇보다 힘든 건 5명의 대원들 각각 직면한 정신적 고통들이다. 다른 이에게 결코 쉽게 말하기 힘든 과거 지구에서의 사연들이, 우주선 안 같은 공간에 오랫동안 있다 보니 증폭된다. 그런가 하면, 생존 확률이 반반인 여정에서 오는 현실적인 문제와 그로 인한 정신적 압박이 그들을 따로 또 같이 괴롭힌다. 과연, 수많은 문제를 뚫고 화성에 발을 디딜 수 있을까. 그리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까. 


힐러리 스왱크가 다시 한 번 큰 족적을 남길 기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어웨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인류 최초의 화성 탐사를 떠난 5명의 우주비행사 이야기를 앞세워 'SF'를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론 더할 나위 없는 '드라마'이다. 극적이고 긴장되기 짝이 없는 문제들과 온갖 절망을 딛고 희망을 찾아가 쟁취하고 마는 '인간'의 이야기 말이다. 근래 보기 드문, 진지하고 단백한 정통 드라마라고 할 만하다. 


거기에 SF적 요소가 듬뿍 담긴 우주 공간과 우주선과 우주비행사들의 이야기가 훌륭하게 곁들여 있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하겠다. 즉, 정작 이 시리즈를 보게 되는 이유는 'SF'에 있지만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의 대부분은 '드라마'에서 기인한다. 이토록 장르적으로 균형 잡힌 콘텐츠를 보기 힘든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을 정도이다.


크게 기여한 이가 있으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에마 그린 사령관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입체적으로 완벽하게 풀어낸 '힐러리 스왱크'다. 아직 50대에 들어서지 않은 젊은 나이지만 이미 올타임 레전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연기파 배우다. 2000년 20대 중반 나이에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석권했고, 2005년 30대 초반 나이에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역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석권했다. 2년 뒤 2007년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했다. 하지만 이후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다가, <어웨이>로 다시 한 번 큰 족적을 남길 기세다. 그녀에게 이 작품이 중요하게 자리 잡을 게 분명하다. 


고뇌하는 리더십, 함께하는 리더십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는 1963년 러시아의 발렌티나 테레시코바이고, 최초의 여성 우주왕복선 사령관은 1999년 미국의 에일린 콜린스이며, 최초의 여성 국제우주정거장 사령관은 미국의 페기 윗슨이다. <어웨이>의 에마 그린이 모티브로 삼은 게 바로 페기 윗슨, '우주에서 가장 오래 머문 미국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 그녀다. 인간 여성으로서 지구 아닌 우주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 주었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고뇌하는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린 사령관은 개인적으로 멘탈이 자주 그리고 심하게 흔들리기도 하거니와 자신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한 대원들을 카리스마 있게 통솔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고는 그녀를 최고의 사령관으로 치켜 세울 수 있는 건, 일방적이고도 수직으로 내리꽂는 리더십이 아닌 그녀'를' 둘러싸지 않고 그녀'와' 함께 각자의 전문 분야를 힘껏 내보이며 나아가기 때문이다. 더 오랜 시간과 더 많은 공력이 들겠지만, 가면 갈수록 탄탄해지고 신뢰와 믿음이 쌓이는 걸 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하는 리더십'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여성 리더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남성은 카리스마로 중무장한 채 센 척하며 명령을 내리고 윽박지르며 리더를 중심으로 뭉치는 리더십을 내보여야 하고, 여성은 혼자 모든 걸 할 순 없으니 도움을 청하며 각각의 특기와 특징을 최대한 내보여 모두가 함께하는 리더십을 내보여야 하는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극중 에마 그린은 여성 리더십이 아닌, 여러 리더십의 하나 또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선보인 것이다. 여성이라서 이런 리더십을 선보인 게 아니라, 이런 리더십을 선보인 게 여성인 것이다.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사실, 이 작품 '여성' 리더십을 앞세워 이 시대의 페미니즘 또는 정치적 올바름을 설파하고 있지는 않다. 독특한 리더십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언급한 것뿐이다. <어웨이>의 강점은, 그보다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와 감동에 있다. 최첨단 우주 시대의 최전선을 달리는 이들이 '한낱' 인간적 고뇌에 시달리고 또 흔들리고 있다는 아이러니 말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시금 바로 잡고난 후에 느끼는 감동까지, 전형적이고 정통적이지만 인간인 이상 그 고뇌와 감동에 자극받고 공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사실상 모든 걸 뒤로 하고 화성 탐사를 결심한 5명의 대원들은, 조국 그리고 지구에의 헌신과 임무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자신과 가족들은 2선에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출발해 육체적 힘듦은 둘째 치고 온갖 정신적 압박과 고통에 시달리니 생각나는 건 사랑하는 이들뿐이다. 물론 대부분이 가족일 테지만, 드라마적 장치로 가족 아닌 사연 있는 타인인 경우도 있다. 이야기를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특별한 사연들 말이다. 


드라마 특성상 어떻게든 화성에 착륙하는 데 성공할 게 뻔하다. 인류 전체의 '희망' 그 자체를 실었으니 말이다. 비록, 수많은 난관을 뚫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구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여정이 모든 이의 인생 여정과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주선 안팎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못지 않게 인생 안팎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도 심각하고 또 풀기 힘들지 않나 싶다. 하물며 이 작품에서도 에마 그린 사령관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게 지구에서 일어나는 하찮다면 하찮은 일들 아닌가. 


작품은 그럼에도 나아가자고 말한다. 대신, 무조건적인 타협과 어쩔 수 없는 좌절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얘기할 건 하고 행동에 옮길 건 옮기며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지켜 내자고 말한다. 인생은 위대하지만, 한편 '인생 뭐 있어' 하는 마음가짐도 필요한 게 아닐까. 적절한 균형 감각을 두루두루 유지하며 살아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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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문제들로 '욕창'이 생긴 이 가족 <욕창>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8. 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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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욕창>


영화 <욕창> 포스터. ⓒ필름다빈



퇴직 공무원 창식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내 길순을 집에서 돌보고 있다. 그 둘을 모두 챙기는 이가 있으니 수옥이다. 조선족 불법체류자 수옥은 월 200만 원을 받으며, 창식을 대신해 길순을 돌보고 집안일을 한다. 언뜻 보기에는, 병든 노모 길순을 모시는 중년 부부 창식과 수옥인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길순의 등 아래 부분에 욕창이 생긴다. 창식은 큰 아들 문수와 막내 딸 지수에게 알린다. 


지수가 와서 엄마의 욕창을 들여다보았더니 자못 심각한 상태였다. 수옥에게 크게 나무라고 돌아간다. 반면 문수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한편, 수옥은 일요일마다 길순의 옷을 잘 차려 입고 외출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 수옥에게 이성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던 창식은, 그녀를 미행하기에 이른다. 알고 보니 그녀는 연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창식은 수옥에게 무뚝뚝하게 굴기 시작한다. 


수옥의 뒤를 밟고 돌아온 창식은 피인지 똥인지 알 수 없는 것들로 칠갑이 되어 있는 아내를 발견하고 오열한다. 다음 날 그는 사소한 이유로 수옥을 나무라고는 뺨을 때리고 쫓아낸다. 큰 며느리와 막내 딸이 집으로 와 대책을 논의한다. 길순이 요양시설로 가길 바라는 그들, 하지만 창식은 극구 반대한다. 결국 수옥을 다시 집으로 들이는 수밖에 없는데... 하지만 곧 수옥의 불법체류자 문제가 터지고, 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가족의 곪은 상처도 터져 버린다. 그들에겐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이 시대 평범한 가족들의 고민


영화 <욕창>은 생각하면 할수록 들여다보면 볼수록 살 떨리게 두렵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안고 사는 이 시대 평범한 가족들을 적확하게 그려냈다. 제목 하나 기가 막히게 지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욕창'이 단순히 다쳐서 나는 상처가 아닌 한 곳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압박으로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조직이 괴사되어 생기는 궤양이기 때문이다. 가족 관계에 생기는 문제를 비유적으로 말하는 데 적합하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를 한 심혜정 감독은, 독문학을 전공하고 엄마의 삶을 살다가 40세를 목전에 두고 늦깎이 미술학도가 되었지만 쉽지 않아 실험 작업을 하며 영상·사운드 쪽에서 길을 찾았다.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를 찾았다가 페르소나가 될 김도영 배우를 만났다고 한다. <욕창>에서 지수 역으로 분한 그는 20여 년간 크고 작은 영화에서 단조주연으로 활동해 오다가 영화 <82년생 김지영>으로 장편 연출 데뷔를 했다.


감독 본인이 오랫동안 병든 어머니를 간병하며 돌봄 노동을 했고 2013년 다큐멘터리 <아라비아인과 낙타>로 돌봄 노동에 단면을 심도 있게 비춘 바 있는 심혜정 감독, 그 경험과 감정을 살려 <욕창> 작업을 했을 터다. 덕분에 우린, 내가 속한 가족의 면면을 다시 돌아보게 됨과 정체되어 있는 '가족'의 모습 그리고 '돌봄 노동'의 모습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욕망과 갈등과 대립의 가족


영화엔 많은 인물이 출현하진 않는다. 직접적 당사자라고 할 만한 이는, 창식과 수옥과 지수 그리고 길순 정도일 뿐이다. 그러니, 이 관계도에서 무엇을 어떻게 뽑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작 영화는 '욕창'을 시발점으로 하여 이들 각각의 욕망을 끄집어 내어서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을 보여준다. 영화적인 걱정은 접어두고, 영화 밖에서 대면하게 될지 모를 우리를 걱정해야 하겠다. 


창식은 병든 길순을 두고 수옥에게 남모를 연정을 품고 있다. 수옥은 불법체류자로 불안에 떨면서도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창식의 집안인을 책임지고 병든 길순을 보살피며 먹고 자고 돈을 받고 있다. 지수는 막내 딸임에도 불구하고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해 부모님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문수는 아버지가 미국에 가 있는 둘째 아들 용수에게만 퍼주고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다고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왔다. 그런가 하면, 지수에겐 자신을 돌 보듯 하는 남편과 딸이 있다. 그녀는 집이 불편하고 일터인 목공소가 편한 듯하다. 


수옥의 불법체류자 문제가 터져 위장결혼이 필요하다 하니 나가야겠다고 하자, 창식이 자신과 결혼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로선 병든 아내를 돌보기 위해 그녀와 이혼하고 수옥과 결혼하려 한 것이다. 가족들이 모여 대책 회의를 갖는다. 자식들은 창식과 수옥의 결혼을 반대하며, 길순은 요양시설로 보내고 창식은 실버타운으로 갈 것을 제안한다. 


가족들은 오랫동안 생각하고 묵혀두고 말하지 못했던 욕망을 꺼내며 갈등의 불을 지피고는 첨예하게 대립한다. 각자의 크고 작은 속사정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들 또한 상처 받는다. 봉합되어 지지도 아물지도 못할 것 같다. 영화는 팽팽하게 당겨져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실을 보여주듯 긴장된 가슴을 부여잡고 놓지 못하게 한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부장제에 가닿는 문제의 근원


<욕창>을 가족 관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만 끝내면 섭섭할 수 있다. 들여다보면 또 다른 생각거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족의 문제에 크게 일조하고 있기도 하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 자신 또한 문제의 발화점으로 상징되고 있는 '수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녀는 일가족 누구도 하지 못하는 두 가지 일을 나름대로 해내고 있다. 길순을 돌보고, 창식을 돌보고. 창식을 포함해, 자식들 모두 돈으로 참으로 엄청난 일을 대체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식들 중 유일하게 막내 딸 지수만이 매우 일요일마다 와서 부모님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수옥을 포함해 '왜 여자들만 돌봄 노동을 하는가' 하는 물음에 가닿게 된다. 큰아들 문수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고, 오히려 큰며느리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병든 아내 길순을 돌보는 건 창식의 일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식들이 부모님의 죽음 이후를 생각하는 게 섬뜩하지만 현실적이라고 한다면, 창식이 아내를 외면한 채 수옥에게 마음이 가닿고 또 표현하는 건 불쾌하기만 할 뿐이다. 


이 가족의 문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길순이 아프지 않았으면 괜찮았을까, 수옥을 들여놓지 않았으면 괜찮았을까, 문수에게도 둘째만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으면 괜찮았을까, 지수로 하여금 자식이 자신 하나뿐인 것인가 하는 마음을 들지 않게 잘 했으면 괜찮았을까. 이 모든 걸 하면서 하지 않았으면 괜찮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조건 다른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가족이라면 반드시 그랬을 테다. 


문제는, 바람과 불만이 욕망으로 변해 가는 와중에 가족들끼리 서로 아무것도 해 주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그 상당 부분은 가장인 창식으로 향했을 터, 가부장제의 원제까지 가야 문제의 근원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욕창'은 겉으로 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하듯, 가부장제 하의 가족도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고 근원을 맞딱뜨린 후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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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불안감이 짙게 깔린 해양 재난 스릴러 <딥워터>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7. 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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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딥워터>


영화 <딥워터>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찬란



올해 여름은 아직까진 괜찮은 것 같다. 종종 더웠지만 대체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졌다. 물론 장마철이 지나 8월의 한여름으로 접어들고 나서는 어떤 무시무시한 더위가 찾아올지 알 수 없다. 지금 선선한 만큼 다음에 무더울까 봐 겁이 난다. 여행을 떠나기도 힘든 시국이니 마음이 종잡을 수 없어지는 요즘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대리만족일 텐데, 영상물이 그 역할을 해 주곤 한다. 


대체로 한여름에 맞춰 블록버스터 액션 대작이 만들어지고 찾아온다. 우리는 그런 작품들을 찾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2020년엔 찾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속을 뻥 뚫어주며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블록버스터 액션 대작이 말이다. 대신 고만고만한 영화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북유럽 스웨덴에서 찾아온 <딥워터>도 그중 하나이다. 


<딥워터>는 제목 그대로 주로 물속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일을 그렸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한여름이 아닌 한겨울이다. 듣고 보니 괜찮은 게, 한여름에 한여름 배경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보다 한여름에 한겨울 배경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게 대리만족이라는 개념에선 더 어울리지 않는가 싶다. 더군다나 보기만 해도 추워지는 북유럽의 한겨울 아닌가. 모든 걸 떠나서 흥미가 가는 요소인 건 분명하다. 


절체절명의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어린 시절 물에 빠진 여동생 투바를 구해내지 못해 엄마한테 존재 가치를 논하며 혼난 게 몇 십 년 동안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이다, 그녀는 이혼 위기에 처한 집을 떠나 엄마, 투바와 함께 여행을 간다. 다름 아닌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 있는 그 해안으로 말이다. 한편, 잠수부로 일하는 투바는 여행을 오기 직전 거대 유람선 프로펠러 청소 일을 하다 프로펠러 오작동으로 죽다 살아왔다. 


심한 감기에 걸린 듯 엄마는 함께하지 못하고 두 자매만 왔다. 함께 물속 깊이 잠수해 엄마와의 옛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을 탐방하기도 하는데, 배 다른 자매인 이다와 투바 사이에는 건너지 못할 강이 있었다. 엄마가 이다 아닌 투바하고만 추억을 남겼던 것이다. 이다로서는 가정 불화에서 거리를 두고자 힐링 여행을 와서 트라우마를 맞딱뜨린 것도 모자라 엄마와 투바와의 거리감까지 느끼게 되고 말았다. 


그러던 차 해안가 절벽에서 돌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거암이 투바를 덮친다. 물속 깊이 추락한 투바, 침착한 투바의 안내와 지시로 이다는 겨우 투바를 찾아낸다. 자그마치 수심 33미터, 이다는 우선 얼마 없는 공기통을 바꾸고자 지상으로 향한다. 하지만, 떨어진 돌들이 공기통을 놔둔 곳을 덮치고 말았다. 꼬이기 시작하는 이다, 점차 심리적 안정감을 잃어가는데... 아무리 프로 잠수부에 침착하고 똑똑하기까지 한 투바이지만 정작 그녀는 물속 깊이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자매는 이 절체절명의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해양 재난? 심리 스릴러?


영화 <딥워터>는 해양 재난 심리 스릴러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하다. 다만, 해양 재난으로선 나쁘지 않은 퍼포먼스를 내보이고 있는 데 반해 그만큼 중요한 심리 스릴러는 제대로 표현해 내고 있진 못한 것 같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시피 한 해안가에서 사람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거암에 깔린 동생을 구하고자 여러모로 심리적 불안정을 안고 있는 언니가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는 나쁘지 않다. 


누구에게라도 충분히 있을 만한 재난 상황이기에 심히 감정 이입이 도출된다. 거암에 깔린 이로서 또는 거암에 깔린 이를 구하고자 하는 이로서 말이다. 누구라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떻게 해도 살아나가기 힘들고 또 구하기 힘들다는 걸 아는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름답기 짝이 없는 설원을 배경으로, 순도 100% 무서운 자연의 힘과 대면한 인간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특별할 수밖에 없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고 하는 건 물론 해양 재난만은 아니다. 오히려 심리 스릴러가 영화의 중심에 가깝다. 원제가 'Deep Water'가 아니라 'Breaking Surface'인 것만 봐도 유추해 볼 수 있듯, 이다의 마음속에 있던 심리적 불안정이 한순간에 폭발해 밖으로 드러나는 과정과 그 마지막까지를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하겠다. <딥워터>는 해양 재난 장르에 천착한, 우리나라에 맞는 제목이라 하겠다. 


답답함과 갑갑함과 분노까지 느끼는 이유


하여, 영화를 보면서 이다의 행동에 한없는 답답함과 갑갑함과 분노까지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분히 감독이 의도한 바였을 테고, 영화는 그 의도한 바를 충분하고도 넘치게 표현해 냈다. 자연의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절대 실수를 하면 안 되는 때에도 거짓말처럼 거대한 실수를 하며 일을 그르치려 한다. 실수는 또 다른 실수를 부르고...


들여다보면 이다의 어리바리한 모습과 계속되는 실수는 능력이 아닌 심리 때문으로 보인다. 정확하게는 투바가 거암에 깔려 물속 깊이 움직이지 못하게 된 상황이 아닌, 오랫동안 계속된 트라우마와 이혼 위기의 가정과 엄마 그리고 투바를 향한 말 못할 질투심 같은 것들이 한데 뭉쳐 한 번에 그녀의 마음에 들이닥쳤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영화를 보고 이렇게까지 생각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데 있다. 설령 가닿았다 해도 남는 건 엉뚱하게도 심리적 안정감에 따른 '가족애'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가족애를 말하고자 이렇게 극한 상황에까지 돌려돌려 보여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표면의 해양 재난에 천착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듯하다. 적당히 수준의 킬링타임용으로 한여름에 나쁘지 않은 정도 아니겠는가 말이다. 


80분 정도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많은 걸 표현해 내는 건 힘들었을 테다. 한편 짧은 러닝타임은 여름용 킬링타임 영화로 좋은 신호인데,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놔두고 장점을 살려 영화를 나름으로 즐기면 어떨까 싶다. 다만, 영화를 보며 너무 답답하고 갑갑해서 분노까지 느낄 때 그 이면의 심리적 불안정을 생각한다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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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보다 인간답게 하는 반려동물의 죽음에 관하여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20. 7.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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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도서 리뷰]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표지. ⓒ유노북스



지난 1월, 세종시의 어느 가정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받았다. 아내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고양이를 데려오기 위해 알아보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운명의 아이를 발견해 아내가 직접 먼 길을 다녀온 것이었다. 암컷으로, 복 복에 기쁠 희로 '복희'라 이름짓고 한 가족이 되었다. 아내는 살아오며 반려동물을 길렀는데, 나로서는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금붕어나 거북이 정도만 길러왔으니 말이다.


처음엔 아이를 제대로 만지기는커녕 쳐다보지도 못했다. 강아지라면 그나마 친근하겠지만 고양이라면 그렇지 못한 탓일까. 이후 조금씩 다가갔고 아이도 조금씩 다가온다는 걸 느꼈다. 나도 아내도 복희도 적응 기간이 필요했을까, 힘든 기간이 있었다. 우리가 자야 할 때 복희는 잠들지 않고 복희가 잘 때 우리는 깨어 있기로서니, 바이오리듬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맞춰갔다. 


이제는 복희의 '골골송'을 들으며 잠들고 복희가 아침 먹고 싶다고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새롭게 정립된 일상에서 인생에서 처음 느끼는 행복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걱정이 생기고 말았다.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수명도 늘어났는데, 집고양이의 경우 15~20년을 산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보단 훨씬 수명이 짧은 건 당연지사, 한 가족이 되면서 마지막을 준비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은 먼 이야기이지만, 복희와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가슴을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끼곤 한다.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지켜본다는 것


생각만 해도 가슴 아픈 반려동물의 죽음, '펫로스'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펫로스 증후군'이라 하여, 가족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후 겪는 상실감과 우울감 증세를 일컬는다. 반려인 1000만 가구 시대, 몇 년 전부터 펫로스 관련된 책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개인의 경험을 살린 슬프고 아련한 이야기 또는 펫로스 후 실용적인 대처 방법이 주를 이루는 와중에,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유노북스)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이목을 끈다. 저자의 이력과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작용하지 않는가 싶다. 


제프리 마송, 프로이트 정신분석 학계의 논란적이면서 세계적인 권위자였다가 일약 모든 걸 내려놓고 동물의 감정 세계로 눈을 돌렸다. 관련 서적을 다수 출간하고 200만 부 이상을 팔아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동물의 정서적 삶에 관한 세계적 권위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마지막을 향해 가는 반려견 벤지를 대하는 와중에 '반려동물의 죽음'에 관한 책을 쓰게 된 것이다. 반려인이라면, 그가 마주한 반려동물과의 마지막을 함께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에겐 다른 종의 동물과 유대감을 느끼고 싶다는 깊고 오래된 열망이 있다. 일종의 본능 같은 것일까, 동물을 대함에 있어 가축->애완동물->반려동물->가족으로 변하는 과정이 당연하게 보이기도 한다. 나아가 생명체들은 죽음이 다가온 순간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말로 설명하거나 묘사하긴 어렵지만,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지켜본 이라면 알 것이라 말한다.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은 마지막을 지켜본다는 것, 다름 아닌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지켜본다는 것에 관한 책이다. 왜 우리는 마지막을 지켜볼 뿐인가? 그들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가? 저자는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순간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의 삶과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난 후의 삶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한 시간,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반려동물과의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그때 '슬픔'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온전히 느낀다는 것 자체가, 그들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이가 반려동물의 죽음 앞에서 부모나 자식의 죽음만큼 또는 그보다 더한 슬픔을 보이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슬픔을 느끼는 스스로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반려인들도 많다. 저자는, 충분히 마음 놓고 슬퍼하라고 말한다. 반려동물도 사람만큼 소중할 수 있고, 사람보다 더 소중할 수도 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전제함에 있어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그러기 위해선 반려동물 살아생전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여겨야 한다. 반려동물은 더 이상 우리 인간만을 향하지 않는다,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 태어나 살아갈 의미가 있고 우리에게로 와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저자가 평생에 걸쳐 주장해 온 '동물에게도 존재하는 감정'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겠다. 그들과 함께할 때, 그들의 마지막을 함께할 때, 우리 인간도 비로소 인간다워진다. 그들 덕분에 온전히 사랑을 느끼고 슬픔을 느끼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난 후 느끼는 상실감과 우울감과 고통의 '펫로스 증후군'에 함몰되지 말고, 충분히 슬퍼하되 그들의 죽음을 기리고 애도하며 그들이 남긴 선물을 기념하고 간직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지속적인 선행을 베푸는 것이야말로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기리는 가장 좋은 일인 것 같다고 한다. 여러 방법과 방식으로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헌신하는 것 말이다. 


사실, 죽음과 죽음이 남긴 슬픔과 고통은 절대로 다른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하여, 책으로 말해본들 책을 통해 위로를 받아본들 소용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 책이 유익하고 또 필요한 건 수많은 사례와 함께 동물 중심의 이론이 주는 합리적 편안함 때문이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걸 반려동물도 똑같이 또는 더 강렬하게 보고 듣고 느낀다는 걸 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할 테다. 언젠가 눈앞으로 다가올 마지막 순간에도 함께 느끼는 감정의 기반 위에서 오롯이 서로만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 10점
제프리 마송 지음, 서종민 옮김/유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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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감정, 반려동물, 우리 개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면, 인간, 죽음, 펫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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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형제의 좌충우돌 여정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 <온워드>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7. 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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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카 3>로 잠시 주춤하고선 <코코> <인크레더블 2> <토이 스토리 4>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연이어 최고의 상종가를 치던 디즈니 '픽사', 2020년에 22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야심차게 내놓고자 한 두 작품이 있었다. 각각 3월과 6월이 개봉 예정이었으나, 앞의 작품은 그대로 진행하였고 뒤의 작품은 11월로 미뤄졌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전 세계 극장가가 문을 닫기 직전이었기에, 앞 작품의 흥행이 좋을 리 없었다. 


역시 픽사의 작품답게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쓸었지만 성적은 터무니 없었다. 북미 6000만 달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가까스로 1억 달러를 넘겼다. 2억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갔기에, 최소 4억 달러 이상은 벌어들여야 했다. 그나마 발빠르게 넘어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몬스터 대학교> '댄 스캔론' 감독의 7년 만의 복귀작이다. 


픽사의 작품들 중에서도 역대급에 속하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퀄로 악재 아닌 악재를 뚫고 개봉 당시 애니메이션 흥행 역사를 새로 썼던 <몬스터 대학교>의 감독이기에, 퀄리티는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 애어른과 어른애들은 언제든 픽사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3년 만에 속편 아닌 오리지널로 돌아온 픽사라면 더더욱. 


엘프 형제와 하반신 아빠의 여정


마법이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마법 덕분에 재미있고 즐거웠던 세계, 하지만 쓰기 어려웠던 마법을 뒤로 하고 세상은 대신할 기술을 발명한다. 시간이 흘러 마법은 사라지고 신화적인 동물들은 남아 있다. 엘프 고등학생 이안과 형 발리, 일찍이 병으로 세상을 뜬 아빠를 그리워하며 엄마 로렐과 살고 있다. 이안은 소심하기 짝이 없는 반면, 발리는 고대의 마법이 현재에도 있다고 굳건히 믿는다. 이안은 형이 부끄럽다. 


16살 생일을 맞은 이안, 로렐은 아이들 아빠가 남긴 선물 '마법 지팡이'를 꺼내 보여준다. 보석 피닉스 젬과 아빠의 편지가 함께 있었다. 그에 따르면, 주문을 외워 단 하루 동안 아빠를 되살릴 수 있었다. 발리가 해 보지만 실패하고, 이안이 성공하려던 찰나 실패하여 아빠를 하반신만 되살렸다. 마법의 존재를 확신한 발리는, 이안과 함께 현실 기반 게임에서 착안한 부활마법의 완성을 위해 여정을 떠난다. 


형제는 발리의 밴 '귀네비어'를 타고 하반신 아빠와 험난한 여정을 함께한다. 기름이 떨어져 귀네비어가 멈춰서기도 했고, 마법 실수로 발리가 아주 작아지기도 했으며, 수십 마리의 요정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목숨이 간당간당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제대로 된 아빠를 보기 위해서 어떻게든 목표로 하는 지점까지 가야 했다. 과연 헤쳐나갈 수 있을까?


가족, 꿈, 성장


애니메이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은 '앞으로 나아가는' 정도의 뜻을 지닌 제목 'Onward'와 '단 하루의 기적'이라는 부제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 작품으로, 정녕 여러 면에서 '적절' 또는 '적당'하다고 하겠다. 퀄리티도 적절한 정도이고,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적절한 흥행 기록을 보였을 터다. 무리 없이 즐길 만하지만, 기억에 남을 명작은 아니라는 것이다. 픽사 외적으로 보면 '그래도 픽사'라고 하겠지만, 픽사 내적으로 보면 '픽사로서 이 정도밖에...'라고 할 만하다. 


하반신밖에 되살리지 못한 아빠의 완전체를 보기 위한 여정이라는 점에서, 작품은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다. 아빠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형제, 그동안 서로를 보지 않고 아빠 만을 생각했는데, 여정을 함께하며 저도 모르게 깨닫게 된다. 그동안 아빠 없이, 알게 모르게 서로 아빠의 빈 자리를 채워주며 지내왔었다는 걸 말이다. 완전하지 않아도, 가족이다. 


마법이 사라진 시대에 마법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은, 작품이 '꿈'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는 걸 일깨워준다. '낭만'으로 바꿔 말할 수도 있을 텐데, 삭막한 세상에 빛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입밖에 내지 못하고 행동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것들을 내세운다. 꿈과 낭만은 현실에서 필요 없는 것들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현실을 살아가기에 가장 필요한 것들일지 모른다. 


소심하기 짝이 없는 이안과 혼자 만의 망상에 빠져 사는 발리의 여정이,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끄집어낸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안이지만 마법을 쓸 수 있고, 본인은 진지하지만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발리에게 이안의 마법은 꿈의 발현이다. 그들은 각각, 가지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 능력과 바람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잘 못하지 않았고 틀리지 않았다. 


생각지 못한 긍정적인 변화들


<온워드>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게 있다면, 이안과 발리 그리고 하반신 아빠의 여정이 비단 이안과 발리 만의 성장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들도 모르게 본인들은 물론 그들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되었던 이들을 변화시킨 것이다. 단지, 단 하루일 뿐이지만 아빠를 보고 싶다는 일념 하나였는데 말이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바뀌나 보다. 


전설의 괴수였지만 바뀐 세상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던 맨티코어는 그들을 통해 본래의 괴수다움을 다시 발현할 수 있었고, 날지 못하고 오토바이로 폭주족 행세나 하던 요정들은 그들을 통해 다시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그들의 엄마 로렐은 엄마의 위대함을 뽐냈다. 달리는 게 존재 이유였지만 자동차가 있기에 달릴 이유가 없었던 동네 경찰관도 다시 달리게 되었고 말이다. 


함께, 우여곡절 끝에, 앞으로 나아가서, 순수한 목표를 이루었을 때, 과정과 결과에서 생각지도 못한 요소들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하면서 세상이 바뀌면 다른 식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보다 훨씬 좋을 게 분명하다. <온워드>가 보여주는 방식은 올발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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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꿈, 단 하루의 기적, 마법, 변화, 성장, 여정, 온워드, 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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