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루카의 두 반구>
바르바라는 힘겹게 아이를 낳지만 출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아이 루카의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산소 부족으로 뇌에 상처가 생겨 심각한 뇌성 마비 증세를 보인 것. 바르바라는 제대로 힘을 주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루카를 고치겠다고 다짐한다. 끝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겠다고.
몇 년이 지났지만 할 수 있는 건 병원을 전전하며 밤낮없이 루카를 케어하는 것. 그럼에도 루카는 뇌전증을 수시로 일으키며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곧 위루관을 달아야 할 것이다. 어느 날 바르바라가 회사일로 미팅을 했는데 상대가 인도의 멕시코인 명의를 알려준다. 그 덕분에 실제로 호전된 뇌성 마비 환자가 있다고 말이다.
그녀는 곧바로 알아보고 남편을 설득한다. 하지만 그런 기적을 바라고 모든 걸 뒤로 한 채 온 가족이 인도로 향하며 5만 달러가 넘는 비용을 지불하기가 꺼려진다. 그럼에도 이제 물러날 곳도 없다는 걸 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루카를 위해 해 볼 수 있는 건 모두 해 보려 한다. 우여곡절 끝에 인도로 향하는 일가족, 하라미요 박사와 쿠마르 박사를 만나 치료를 진행하는데…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멕시코 영화 <루카의 두 반구>는 아르헨티나 저널리스트 바르바라 앤더슨이 아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은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한다. 아르헨티나 원작에 멕시코 영화지만 주요 배경은 인도라는 점에서 신선함을 도출할 수 있는데, 정작 영화는 우직하기 이를 데 없는 드라마다.
자신 때문에 아들 루카가 아프다는 죄책감으로 회사를 다니면서도 루카를 챙기는 와중에 둘째까지 키워야 하는데, 다리가 불편한 남편은 일자리를 잡기 힘들다. 힘들고 지치지만 나아가는 와중에 인도에 있는 멕시코 명의가 '사이토트론'이라는 의료기기로 기적을 행한다니, 그곳으로 향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런데 돈도 돈이지만 가족이 흩어질 순 없다. 결국 다 같이 가는데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자칫 가족 전체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결정, 그럼에도 루카를 조금이라도 되돌릴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자 다 함께 한다. 가족의 한 구성원을 위한 일에 가족이 함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요 결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바르바라는 우직함을 발휘한다. 오로지 한 곳만 보고 나아간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오로지 바르바라의 가족 이야기에만 천착하며 우직하게 서사를 전개한다. 바르바라 가족을 위기에 빠뜨리고 다시 우뚝 서게 하고자 충분히 다른 캐릭터와 이야기를 다룰 수 있었을 텐데도 말이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집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니 이른바 기적을 행한 '사이토트론'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데 실존하는 의료기기다. 지난 2019년에 쿠마르가 발명한 사이토트론은 간암, 췌장암, 유방암 치료에 있어 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뇌성 마비 환자에겐 뇌세포 간의 연결을 도와 큰 효과를 봤지만 승인을 받진 못한 모양이다.
바르바라의 실낱같은 희망의 끈이 끊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물론 루카가 완벽한 치료를 받아도 여타 비장애인처럼 생활하긴 힘들 것이다. 하여 영화는 '극복'이 아니라 '과정'을 보여준다. 장애를 가진 채 태어난 아들을 키우는 현실, 현실을 받아들이는 한편 현실을 타개하려는 노력,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집념까지.
울컥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아프게 태어난 루카를 보고 반드시 되돌려 놓겠다고 다짐하는 바르바라, 너무너무 힘들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우는 바르바라, 언제 어디서든 함께하겠다고 다짐하는 가족, 아주 조금의 차도가 보이기 시작하는 루카. 가족 영화의 전형이나 우직하게 밀고 나가 진짜 감동을 주는 데 성공한다.
억지 실화, 억지 감동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울컥은 할 수도 있겠으나 여운은 길게 남지 않을 것이다. 가슴을 울린 게 아니라 머리를 흔들었을 뿐이니까. 그런 만큼 이 영화는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온 가족의 바람, 갑자기 다가온 우연, 실낱같은 희망, 포기 없는 노력, 선한 이의 도움 등이 긍정적 현실로 나아갔으니 말이다. 기적은 존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02명의 죽음을 불러온 사이버 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한 일 (1) | 2025.03.24 |
---|---|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F1 그랑프리 2024 시즌을 목도하라! (0) | 2025.03.21 |
수학 천재 아누자가 꼭 기숙학교 입학시험을 치렀으면 하는 바람 (0) | 2025.03.14 |
시대가 낳은 괴물인가, 사상 최악의 저질 막장 토크쇼인가 (0) | 2025.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