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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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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능적인 동작으로 몸과 다시 교감하라! <폴 위의 그녀들> 2021.02.26
  • 21세기 인도에서 벌어지는 믿지 못할 일들 <화이트 타이거> 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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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하고자 하기 전에, 위기를 들여다보자(2) 2019.07.01

관능적인 동작으로 몸과 다시 교감하라! <폴 위의 그녀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1. 2.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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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폴 위의 그녀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폴 위의 그녀들> 포스터. ⓒ넷플릭스

 

'봉춤'이라고 불리는 '폴댄스'라는 이름의 운동은 곡예의 일종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여러 갈래로 갈라졌는데, 그 관능성 짙은 자세와 느낌을 알아 챈 스트립 클럽에서 스트립쇼의 일환으로 폴댄스를 가져왔고, 기계체조의 일환으로 일반인이라면 하기 어려운 동작을 주로 연마했으며, 격조 높은 예술성을 지닌 채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일반인 대상으로 한 피트니스의 한 방면으로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폴댄스를 '야하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폴댄스 아닌 '봉춤=야하다'라는 선입견을 뚫고 다분히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의 의한 피트니스로 폴댄스를 대중에 알리고자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폴 위의 그녀들>은 할리우드 배우 실라 켈리가 만든 인기 최고의 피트니스 'S 팩터 스튜디오'의 폴댄스 초급반 6개월 과정을 따라간다.

 

여성 몸의 곡선이 S선 같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라는 'S 팩터', 다양한 도시에서 여성들은 그곳에 왜 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실라 켈리는 그들에게 어떤 새로운 삶을 선사해 줄 수 있을까. 과연 폴댄스만 춘다고 몸과 마음과 인생이 송두리째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변호사 직업을 가진 폴댄스 선수 에이미가 5주 뒤에 있을 금문교 봉춤 챔피언십을 준비하는 여정을 따라가는데 그녀의 삶이 참으로 기구하다. 폴댄스로 치유받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몸과 다시 교감하기 위한 폴댄스

 

S 팩터의 6개월 초급자 과정의 처음은 몸과 마음을 열고 터놓는 것이다. '왜'를 먼저 정립한 후 본격적으로 '어떻게'를 시작해야 한다. 우선 실라 켈리가 밝힌 S 팩터의 이유는, 관능적인 동작으로 몸과 다시 교감하는 것이다. 하여 거울도 없고 평가도 없다. 이후 참가자들이 풀어놓는 참여의 이유는 비슷한 듯하면서 다르다. 

 

살쪘다는 수치심으로 언젠가부터 거울을 보지 않게 되었다는 참여자, 평생 자신의 몸을 부정하면서 살아왔다는 참여자, 자신을 사랑하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다는 참여자, 몸이 너무 조숙하게 태어나 놀림받지 않으려 평생 몸을 멀리했던 참여자, 최근 남편을 잃고 자신 그리고 사람들과 다시 친밀해지고 싶다는 참여자, 어린 나이에 지울 수도 잊을 수도 없는 끔찍한 성추행을 당해 몸과 마음으로 '성'을 표출할 수 없게 된 참여자 등 다른 듯하나 비슷한 점이 보인다. 

 

그들은 폴댄스를 통해 몸의 족쇄를 풀고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지 배우고 싶어 한다. 섹시해지자는 게 목적이 아니라, 섹시한 동작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또 자신의 몸을 편하게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체력을 기르는 등 역량 강화의 역할도 뒤따른다. 몸과 마음을 두루두루 챙기고자 하는 바람이다. 

 

한편, 대회를 준비하며 남다른 자세로 폴을 대하는 에이미도 S 팩터의 초급자들과 다름 없는 마음가짐이다.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부차적인 것이고, 사실 자신의 몸과의 관계를 재발견하려는 마음에서 시작해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잘 알지 못하는 것, 알면서도 숨겨 왔던 것, 알고 싶은 것들을 관능적인 동작의 폴댄스로 알아가고 또 정립시키려는 것이다. 

 

몸의 변화에서 삶의 변화까지

 

실라 켈리는 말한다, 우린 생명력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이 문화는 여성들의 생명력을 뺏기만 한다고 말이다. 그녀는 폴댄스를 여성들의 생명력을 되찾는 여정의 중심축으로 잡고 몸의 성적 매력을 극대화시키고자 한다. 몸의 변화가 마음의 변화를, 마음의 변화가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여정이 계속될수록 참여자들의 분위기와 표정과 몸짓이 달라지는 게 보인다.

 

S 팩터는 변화하고 치유하고 자신을 되찾아가는 게 진정한 목적이기에 폴댄스 강사뿐만 아니라 심리학자이자 상담사인 버먼 박사를 대동해 얘기를 듣는데, 그녀가 말하길 과정의 목적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참여자들의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으니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많은 참여자들이 그 어디서도 말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풀어놓는데,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 참으로 많았다. 성적인 폭행 말이다. 하여, 여'성(性)'을 멀리하고 억누르고 감추려 했다. 그녀들은 폴 위에서 비로소 여'성(性)'을 가까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폴댄스를 기술적으로 그리고 예술적으로 대하는 이들에게 '제닌 버터플라이'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태양의 서커스단에서 5년 동안 공중 곡예사로 공연했던 그녀는 세계 폴댄스 챔피언이기도 하다. 그녀 또한 폴댄스가 치유이자 해방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다른 일은 전부 잊고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덕분에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제닌 버터플라이가 폴댄스를 공연의 일환으로만 대할 때 실라 켈리는 폴댄스를 교육의 일환으로 확장시킨 것. 그들은 따로 또 같이 폴댄스의 지평을 넓히고 폴댄스만의 깊이를 개척하고 있다. 

 

몸을 돌보듯 마음을 돌보고, 마음을 챙기듯 몸을 챙긴다

 

내 몸 내 뼈를 좋아하고 신뢰하고 자랑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대다수가 꼴 보기 싫어하고 멀리하며 보여 주기 꺼려 할 것이다. 외형만을 중시하는 시대에 내면을 받아들이고 챙겨야 한다는 생각의 발현이 잘못 받아들여진 게 아닌가 싶다. '몸=외모'인 건 분명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몸만 중시하는 세태를 멀리해야 하는 것이지 겉으로 드러난 '몸'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다큐멘터리가 지향하는 바가 '몸'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몸을 경시해 마음이 다친 이들을 치유하려는 목적이기에, 마음보다 몸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말이다. 또는 몸을 우선 챙겨 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하고 있다. 몸을 챙기듯 마음을 챙기고, 마음을 돌보듯 몸을 돌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몸과 마음, 즉 '심신(心身)'은 따로 아닌 같이 있어야만 한다. 

 

필자 또한 봉춤 또는 폴댄스를 대하거나 생각할 때 부정적인 면모 혹은 일반적이지만은 않은 면모만 떠올랐었다. 몸에 대해 보수적이고 '잘못된' 선입관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폴 위의 그녀들>로 한순간에 180도 달라지진 못하겠지만 상당 부분 돌려놨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누군가도 그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럴 만한 충분한 힘을 가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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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팩터, 관능, 마음, 몸, 변화, 봉춤, 삶, 여성, 폴 위의 그녀들, 폴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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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인도에서 벌어지는 믿지 못할 일들 <화이트 타이거>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1. 2. 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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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화이트 타이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화이트 타이거> 포스터. ⓒ넷플릭스

 

노벨문학상과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이라 일컬어지는 '부커상'은, 본래 영연방 국가의 작품만 대상으로 하다가 2005년에 이으러서야 비영연방 국가의 작품도 대상으로 하는 국제상을 신설해 수상하고 있다. 2016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바로 그 상의 수혜자인 것이다. 하여, 부커상을 수상한다는 건 당해년도의 전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점을 넘어 역사에 길이남을 만한 명성을 얻는다. 영연방이라 하면, 옛 영국 식민지 국가들을 위주로 결성된 국제기구인데 영국부터 시작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인도, 파키스탄, 남아공, 나이지리아 등 전 세계에 걸쳐 족히 몇십 개국에 이른다. 

50년이 넘는 부커상의 역사에서 인도 출신 작가가 수상의 쾌거를 안은 건 네 번뿐이다. 1981년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 1997년 수잔나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 2006년 키란 데사이의 <상실의 상속>, 그리고 2008년 아라빈드 아디가의 <화이트 타이거>.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하며 더 높일 수 없는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앞선 두 명과 달리, 뒤의 두 명은 앞의 두 선배만큼의 국제적인 명성을 이어가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와중에, <화이트 타이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소개되어 다시 한 번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화이트 타이거>는 이란 출신의 미국 감독 라민 바흐러니의 최신작으로, 그는 원작자와 똑같이 미국 뉴욕의 콜럼비아 대학교를 나온 수재로 데뷔 후 수많은 영화가 각종 영화제에 초대되어 전 세계적인 관심과 갈채를 받은 바 있다. 특히 베니스영화제에 자주 초청되었고 그중에서도 오리종티 경쟁부문에서 눈에 띄었는데, 세계 영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겠다.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화이트 타이거>가 그의 손에서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똑똑하지만 하인이 되어야 했던 발람


2010년 인도 뱅갈루루, 자수성가한 사업가 발람은 중국의 총리 원자바오가 인도의 기업가 정신을 배우기 위해 인도를 방문한다는 뉴스를 듣고 그 자리에서 중국 총리에게 이메일을 쓴다. 그리고 원래 하인이었던 발람의 인생이 펼쳐진다. 어둠의 인도에서 태어난 그, 아버지는 릭샤를 몰았고 형은 찻집에서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를 찾은 공무원 앞에서 멋지게 영어를 읽어 내는 발람, 그에게서 정글의 짐승 중 가장 희귀한 종류이며 한 세대에 딱 한 번만 나타나는 '화이트 타이거'라는 극찬을 받는다. 하지만, 가족의 멸시와 무관심으로 발람은 찻집에서 일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클 만큼 큰 발람, 석탄으로 큰 돈을 번 지주 일가를 보고 그들을 모셔야 할 것 같다는 운명의 손길이 뻗쳐온다. 마침, 지주 일가의 두 번째 아들 야속의 두 번째 기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이 들려온 바 발람은 가족들의 반대를 무릎쓰면서 번 돈을 모조리 가족에게 준다는 전제 하에 운전을 배워 야속의 두 번째 기사로 채용된다. 문제는, 단순히 기사가 아닌 하인의 신분이었던 것. 하지만, 발람으로선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야망에 찬 발람은 첫 번째 기사이자 하인이 되고자 수를 써서 자리를 차지한다. 지주 일가의 아버지와 첫째 아들은 그를 대놓고 하인 취급하지만, 미국 물을 먹은 둘째 아들 야속과 아내 핑키는 그를 최대한 존중한다. 그들은 짐승처럼 자란 발람에게 사람으로서의 의식을 주입한다. 급기야 그를 친구 취급까지 하더니, 술에 취한 어느 날엔 그를 모시고 직접 차를 몰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사고를 내 지나가는 천민 소녀를 죽이고 만다. 하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처리하려는 발람, 지주 일가는 그런 그를 범죄자로 몰고 간다. 발람은 역시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뼛속 깊이 주인을 모시는 하인이니까. 하지만, 이 상황을 참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핑키가 뉴욕으로 돌아가 버린 후 사건 양상이 달라지는데...

 

어찌 왕후 장상의 씨가 따로 있겠소?

 

영화 <화이트 타이거>는 영물이라고 할 만한 '화이트 타이거'의 칭호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자랑하는 소년 발람이 천민이라는 태생과 태생의 한계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가족의 무지와 무시와 무관심을 뚫고 나온 이야기를 전한다. 발람이라고 하는 천민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1만 년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의 사회 문화 역사를 아우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충격적인 건, 인도의 그 유명한 카스트 제도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지켜지며 사람들을 철저히 구분짓고 있다는 것. 작품의 내레이션을 책임지고 있는 자수성가한 발람이 말하길, 1만 년 역사의 인도가 낳은 최대의 유산이 '닭장'이라는 것. 닭장 속 닭들은, 눈앞에서 죽어가는 닭의 피냄새를 맡고도 탈출할 마음이 들지 않을 뿐더러 당연히 행동으로도 옮기지 않는다. 아주 충실하게 주인을 모시며 곧 찾아올 죽을 날을 목 놓아 기다리고 있단다. 인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하인들도 닭장 속 닭과 하등 다르지 않다. 그렇게 태어나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죽는 것이다. 


발람도 당연히 그럴 운명이었지만, 어릴 때 들었던 화이트 타이거라는 칭호가 그를 조금씩 끌어당긴다. 행동에 옮기는 것도 중요하고 또 매우 힘들겠지만, 보다 중요하고 힘든 건 '의식'이 바뀌는 것. 누구도 하인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한 번 하인은 영원한 하인이 아니다, 하인도 주인이 될 수 있다, 탈출할 기회는 언제든 있다, 기회는 멀리 있지 않다, 주인의 돈은 정당하게 번 게 아니다, 주인은 죽어 마땅하다... 발람의 의식이 천천히 그리고 알차게 변하고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소름끼치게 정교하다. 


고려의 무신정권시대 혼란기 대표적 반란인 '만적의 난'은 "어찌 왕후 장상의 씨가 따로 있겠소?"라는 연설로 유명하다. 60년 최씨 무신정권시대의 기틀을 세운 최충헌의 사노비였던 만적이 주축이 되어 정권 탈취의 꿈을 꿨지만, 사전에 발각되어 몰살되고 말았다. 800여 년 전 철저한 신분 계급 시대였던 때의 이야기인 바, 경제와 문화와 영향력 등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인도의 현재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바뀔 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원작이 번역되어 나온 지도 10년이 훌쩍 지나기도 했고 영화의 초반에 몇 번 언질이 되는 바 결론을 말하자면, 발람은 주인 야속을 죽이고 엄청난 양의 정치자금을 훔쳐 스타트업의 초기 자금으로 쓴다. 이성이 지배하는 법과 질서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철저히 지켜지는 현재, 발람의 행동은 절대 용서받지 못할 짓인가? 아니면, 그 옛날 수많은 노예와 노비들이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인식 대전환으로 당연히 누려야 할 인생을 되돌려 받고자 주인을 죽이고 세상 밖으로 나갔던 것처럼 필수불가결한 일의 일환이었는가?


발람의 이후 삶을 비춰 볼 때 어느 한쪽의 생각을 100% 편들 수 없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살인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용인되지 않을 짓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인류가 지난 수천 년을 지내 오며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지켜져야 할 것으로 '인권'이 생긴 후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인도의 상황에서 비춰 볼 때 하인의 주인 살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발람이 주인을 살해한 후 돈을 훔쳐서는 주인과 다를 바 없이 불법적인 짓으로 돈을 불려 성공한 사업가 행세를 하는 걸 보면 인류 역사의 진보적 맥락으로만 다룰 순 없다.


인도의 터무니없는 계급 사회가 제 아무리 수천 년 전통의 힌두교가 뿌리 내린 카스트 제도에 기반하는 터라 전 세계적인 변화 추이와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해도, 바뀔 건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 싶다. 도무지 용인이 될 수 없는 부분이다. 뇌 속 그 어디에도 '탈출'이 들어 있지 않은 닭장 속 닭의 존재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 설령 작품 속 발람처럼 잘못된 길로 빠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발람은 계급 사회이자 자본주의 시대의 두 사회와 시대의 피해자로서, 자본주의의 욕망과 계급 철폐가 빙퉁그러지게 합류한 지점에서 일을 저질러 버렸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겠다. 


개인과 역사의 관점에서 논란거리가 다분하고 기득권층로선 반대의 여지가 확실한 이야기, 어떤 논조의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지 확실히 알겠다. 하지만, 상당히 완곡하고 에둘러서 그리고 현실과 시대의 세태를 제대로 비판하고 풍자하고자 블랙코미디 장르를 택했는 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발람이 천천히 변해 가는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원작의 내용과 분위기를 거의 훼손하지 않고 충실히 따른 점이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 현재 인도의 진짜 모습을 보고자, 꼭 한 번 봐야 할 영화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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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닭장, 변화, 부커상, 의식, 인도, 주인, 카스트제도, 하인, 화이트 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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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람을 치유하기에 충분하다! <블라인드>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1. 2. 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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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블라인드>


영화 <블라인드> 포스터. ⓒ(주)컨텐츠썬



설원 한가운데의 대저택, 눈먼 청년 루벤은 씻기 싫다며 울부짖고 날뛴다. 엄마가 보듬으려 하지만 소용이 없다. 진정제를 맞고 겨우 안정을 취할 수 있을 뿐이다. 엄마는 루벤을 위해 책 읽어 주는 사람을 새롭게 고용한다. 다들 루벤을 버티지 못하고 금방 그만두고 말았는데, 마리는 루벤을 완력과 카리스마로 가볍게 제압한다. 마리는 기가 막힌 목소리로 루벤에게 '눈의 여왕'을 읽어 주고, 루벤은 마리에게 반한다. 


마리는 어릴 때 당했던 학대의 흔적으로 얼굴을 포함한 온몸에 상처가 있는데, 화장도 하지 않고 거울도 못 보며 누가 자신을 건드리는 걸 두고 보지 못한다. 그리고, 온몸을 꽁꽁 감춰 누구에게도 쉬이 보여 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루벤에게는 가감없이 보여 줄 수 있었다. 아니, 볼 수 없으니 보여 주는 게 아니라 감추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마리는 평생 받아 보지 못한 관심을 루벤에게서 받았다. 


루벤 또한 평생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마리에게서 받을 수 있었는데, 시각을 제외한 청각과 후각과 촉각이 예민해진 루벤으로선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좋은 향기를 풍기며 자신을 강하게 제압한 마리를 선망하게 된 것이다. 많은 나이 차이, 상처로 얼룩진 마리와 앞이 보이지 않는 루벤은 곧 사랑에 빠진다. 그런 그들 앞에 희소식이자 비소식이 들려 온다. 루벤의 눈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루벤은 한없이 기뻐하는 반면 마리는 떠나 버리고 만다. 루벤은 마리를 찾아 방황한다. 과연 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펼쳐질까?


'눈의 여왕'의 창의적 재해석


영화 <블라인드>는 네덜란드에서 자그마치 15년 여 전에 만들어져 실로 오랫동안 국내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2008년에 <KBS 프리미어>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번 소개한 적이 있고, 2008년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초청된 적이 있다. 그리고, 2021년 1월 드디어 국내에서 정식 개봉되어 보다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로 많은 영화가 '재개봉'되는 것과 다르게 이 작품은 '최초 개봉'이다.


보기만 해도 추위가 엄습할 것 같은 하얀 설원이 주 배경인 <블라인드>, 작품 속 책 읽어 주는 마리가 택한 안데르센의 동화 책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친구 카이와 게르다, 어느 날 트롤이 모든 걸 추하게만 비추는 거울을 깨뜨리고 파편이 카이의 눈과 심장에 박혀 차갑게 식는다. 눈의 여왕이 카이를 데려가고 게르다는 카이를 찾아 나선다. 얼음 궁전에 도착한 게르다는 카이를 발견해 안고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카이의 심장에 박힌 거울 파편을 녹였고 감정을 되찾은 카이가 눈물을 흘리자 눈에 박힌 거울 파편도 빠져 나온다. 둘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간다. 


거울 파편이 심장에 박혀 감정이 없어지고 눈에 박혀 눈이 먼 카이가 루벤이 아닐까 싶다. 운명인 듯 필연처럼 그를 찾아온 마리와의 사랑을 통해, 짐승처럼 울부짖고 날뛰기만 하던 루벤에게 다시 감정이 생기고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되며 어떤 식으로든 아름다운 세상을 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후반부에서 떠나 버린 마리를 찾아 방황하는 루벤을 보면 반대인 것도 같다. <블라인드>는 '눈의 여왕'를 모티브 삼아 곧이곧대로 1대1 대응하듯 짜맞춘 게 아니라 창의적으로 재해석했다고 본다. 


변화를 눈여겨 보자


영화의 주요 스토리 라인 뼈대를 두고 다양한 '변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의 입장에 서게 되기도 하는데, 우중충하고 흐릿했던 배경이 점점 색채를 띄며 화사하게 변하고 풍부한 시각적 상상력으로 원 톤의 아름다운 장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무엇보다 루벤과 마리의 감정이 긍정적으로 변한다. 


색이랄 게 없다시피 한 흰색 설원 바깥 배경에 우중충하고 흐릿한 저택 안쪽 배경은, 앞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마음도 황폐한 루벤과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마음을 닫아 버린 마리의 현재를 반영한다. 그런 둘이 만나 사랑하게 되며 배경은 점점 색채를 띄고 루벤의 머릿속 시각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아름답기까지 한 것이다. 모두 사랑의 위대함, 위대한 사랑의 힘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마리의 변화 또한 아름다운데 절대 남한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또 자신한테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녀가 루벤에게는 몸과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는 한편 '거울'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에게 거울은 언제나 '추한 나'만 보여 줬기에 절대적으로 멀리해야 했던 물건이건만, 루벤의 사랑을 한몸에 받게 된 그녀는 치유되고 용기를 얻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비록, 물리적·정신적 상처를 가진 이와 앞이 보이지 않는 이의 불완전하고 불안한 사랑이지만 '사랑'은 사람을 치유하기에 충분하다. 


아름답고 슬픈 잔혹 동화


2008년 설원이 지배하는 북유럽 스웨덴에서 건너온 슬픈 잔혹 동화 <렛 미 인>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우리나라의 <늑대소년>이 생각나기도 한다. 로맨스 장르를 기반으로, 시간·공간적 배경을 정확히 하기 힘든 와중에, 아름다움과 슬픔과 잔혹이 공존하는 동화 말이다. 하나같이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영화들이기도 하다. 이성이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감성이 작품 전체를 감싸는데, 정해진 듯한 서사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직진하여 깔끔한 한편 분명 호불호가 갈릴 만한 지점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조차 직진으로 돌파하려는 듯, 엄청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음악'을 투입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 음악가 '정키 XL'한테 음악을 맡겼는데, 그로 말할 것 같으면 <툼 레이더> <300> <왓치맨> <매드 맥스> <데드풀> <배트맨 대 슈퍼맨> 등의 대형 블록버스터를 맡아 온 유명인이다. 이 영화에선 영화의 분위기에 맞추는 정도가 아니라 가히 영화의 분위기를 이끄는 음악들을 선보였다. 때론 서정적으로, 때론 슬픔이 극대화 되게, 때론 환희에 차게, 때론 대범하기 그지없게, 때론 절망에 빠질 듯... 


누구나 한 번쯤 사랑이 인생의 전부일 때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사랑이 어떤 식으로든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랑을 기다리고 꿈꾸고 추억한다. 영화가 해 줄 수 있는 많은 것 중에 하나가 우리에게 그 사랑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영화로 다시금 감정을 생생시키고 공유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블라인드>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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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형제의 좌충우돌 여정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 <온워드>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7. 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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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카 3>로 잠시 주춤하고선 <코코> <인크레더블 2> <토이 스토리 4>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연이어 최고의 상종가를 치던 디즈니 '픽사', 2020년에 22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야심차게 내놓고자 한 두 작품이 있었다. 각각 3월과 6월이 개봉 예정이었으나, 앞의 작품은 그대로 진행하였고 뒤의 작품은 11월로 미뤄졌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전 세계 극장가가 문을 닫기 직전이었기에, 앞 작품의 흥행이 좋을 리 없었다. 


역시 픽사의 작품답게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쓸었지만 성적은 터무니 없었다. 북미 6000만 달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가까스로 1억 달러를 넘겼다. 2억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갔기에, 최소 4억 달러 이상은 벌어들여야 했다. 그나마 발빠르게 넘어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몬스터 대학교> '댄 스캔론' 감독의 7년 만의 복귀작이다. 


픽사의 작품들 중에서도 역대급에 속하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퀄로 악재 아닌 악재를 뚫고 개봉 당시 애니메이션 흥행 역사를 새로 썼던 <몬스터 대학교>의 감독이기에, 퀄리티는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 애어른과 어른애들은 언제든 픽사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3년 만에 속편 아닌 오리지널로 돌아온 픽사라면 더더욱. 


엘프 형제와 하반신 아빠의 여정


마법이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마법 덕분에 재미있고 즐거웠던 세계, 하지만 쓰기 어려웠던 마법을 뒤로 하고 세상은 대신할 기술을 발명한다. 시간이 흘러 마법은 사라지고 신화적인 동물들은 남아 있다. 엘프 고등학생 이안과 형 발리, 일찍이 병으로 세상을 뜬 아빠를 그리워하며 엄마 로렐과 살고 있다. 이안은 소심하기 짝이 없는 반면, 발리는 고대의 마법이 현재에도 있다고 굳건히 믿는다. 이안은 형이 부끄럽다. 


16살 생일을 맞은 이안, 로렐은 아이들 아빠가 남긴 선물 '마법 지팡이'를 꺼내 보여준다. 보석 피닉스 젬과 아빠의 편지가 함께 있었다. 그에 따르면, 주문을 외워 단 하루 동안 아빠를 되살릴 수 있었다. 발리가 해 보지만 실패하고, 이안이 성공하려던 찰나 실패하여 아빠를 하반신만 되살렸다. 마법의 존재를 확신한 발리는, 이안과 함께 현실 기반 게임에서 착안한 부활마법의 완성을 위해 여정을 떠난다. 


형제는 발리의 밴 '귀네비어'를 타고 하반신 아빠와 험난한 여정을 함께한다. 기름이 떨어져 귀네비어가 멈춰서기도 했고, 마법 실수로 발리가 아주 작아지기도 했으며, 수십 마리의 요정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목숨이 간당간당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제대로 된 아빠를 보기 위해서 어떻게든 목표로 하는 지점까지 가야 했다. 과연 헤쳐나갈 수 있을까?


가족, 꿈, 성장


애니메이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은 '앞으로 나아가는' 정도의 뜻을 지닌 제목 'Onward'와 '단 하루의 기적'이라는 부제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 작품으로, 정녕 여러 면에서 '적절' 또는 '적당'하다고 하겠다. 퀄리티도 적절한 정도이고,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적절한 흥행 기록을 보였을 터다. 무리 없이 즐길 만하지만, 기억에 남을 명작은 아니라는 것이다. 픽사 외적으로 보면 '그래도 픽사'라고 하겠지만, 픽사 내적으로 보면 '픽사로서 이 정도밖에...'라고 할 만하다. 


하반신밖에 되살리지 못한 아빠의 완전체를 보기 위한 여정이라는 점에서, 작품은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다. 아빠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형제, 그동안 서로를 보지 않고 아빠 만을 생각했는데, 여정을 함께하며 저도 모르게 깨닫게 된다. 그동안 아빠 없이, 알게 모르게 서로 아빠의 빈 자리를 채워주며 지내왔었다는 걸 말이다. 완전하지 않아도, 가족이다. 


마법이 사라진 시대에 마법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은, 작품이 '꿈'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는 걸 일깨워준다. '낭만'으로 바꿔 말할 수도 있을 텐데, 삭막한 세상에 빛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입밖에 내지 못하고 행동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것들을 내세운다. 꿈과 낭만은 현실에서 필요 없는 것들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현실을 살아가기에 가장 필요한 것들일지 모른다. 


소심하기 짝이 없는 이안과 혼자 만의 망상에 빠져 사는 발리의 여정이,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끄집어낸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안이지만 마법을 쓸 수 있고, 본인은 진지하지만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발리에게 이안의 마법은 꿈의 발현이다. 그들은 각각, 가지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 능력과 바람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잘 못하지 않았고 틀리지 않았다. 


생각지 못한 긍정적인 변화들


<온워드>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게 있다면, 이안과 발리 그리고 하반신 아빠의 여정이 비단 이안과 발리 만의 성장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들도 모르게 본인들은 물론 그들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되었던 이들을 변화시킨 것이다. 단지, 단 하루일 뿐이지만 아빠를 보고 싶다는 일념 하나였는데 말이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바뀌나 보다. 


전설의 괴수였지만 바뀐 세상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던 맨티코어는 그들을 통해 본래의 괴수다움을 다시 발현할 수 있었고, 날지 못하고 오토바이로 폭주족 행세나 하던 요정들은 그들을 통해 다시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그들의 엄마 로렐은 엄마의 위대함을 뽐냈다. 달리는 게 존재 이유였지만 자동차가 있기에 달릴 이유가 없었던 동네 경찰관도 다시 달리게 되었고 말이다. 


함께, 우여곡절 끝에, 앞으로 나아가서, 순수한 목표를 이루었을 때, 과정과 결과에서 생각지도 못한 요소들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하면서 세상이 바뀌면 다른 식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보다 훨씬 좋을 게 분명하다. <온워드>가 보여주는 방식은 올발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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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후반 일본 청춘영화계의 적통 명작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5.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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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포스터. ⓒ(주)디오시네마



동양 대표 3국, 한국 일본 중국(대만)의 청춘영화 최근 동향을 되뇌어 본다. 이중 의외로 최근 가장 활발하고 핫한 나라는 중국 아니, 대만이다. 2007년 혜성 같이 등장한 <말할 수 없는 비밀> 이후 2010년대 꾸준히 비슷한 느낌의 청춘영화들이 찾아왔다. 고등학생 나이, 풋풋한 사랑, 약간의 코미디 등이 뒤섞여 우리네 8~90년대를 연상시키는 화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한국의 경우, 청춘영화라고 할 만한 장르적 집합체가 사라진 것 같다. 학원물, 로맨스, 액션, 공포 등의 확고한 장르가 청춘이라는 장르와 겹치면서 힘을 더했던 예가 많아, 오롯이 청춘 소재만으로는 영화를 만들지 않게 된 것이다. 아니, 만들지 못하게 되었을 수도. 영화를 '잘' 만듦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되었지만, 장르적 다양성에서는 후퇴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런가 하면, 일본 청춘영화는 점점 멜랑꼴리해지는 것 같다. 무기력하고 무심하고 무료하고 애매하다. 상실과 허무를 동반하기도 한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발설하기가 두려운 듯하다. '오그라드는' 대사와 상황연출이 주를 이루기도 했던 일본영화의 기조에서 조금씩 탈피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 청춘영화만의 느낌이 확실히 나타나면서 기대하게 된다. 일본 현지에선 지난 2018년 개봉했지만, 우리나라엔 2년이 지난 후 소개된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일본 청춘영화에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 한 여름, 서점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나'는 친구 시즈오와 같이 산다. 어느 날 나는 무단결석을 하곤 밤에 서점으로 찾아와 아르바이트 동료 사치코와 데이트 약속을 잡는다. 그러곤 시즈오와 놀다가 사치코와의 약속을 잊어 버린다. 다음 날 민망하지만 민망하지 않은 척 사치코와 재회하는 나, 이내 질척거리지 않는 쿨한 관계로 진척된다. 함께 다니고 몸을 섞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닌 관계.


나와 사치코 그리고 시즈오, 세 명이 친해진다. 셋이서 함께 당구도 치고 클럽에도 가고 집에서 술도 마시며 논다. 예기치 않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시즈오가 사치코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나는 괜찮다고, 그렇게 하라고 한다. 시즈오와 사치코는, 영화도 보고 노래방도 가고 급기야 둘만 캠핑에 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셋은 함께 놀고 먹고 웃고 떠드며 시간을 보낸다. 


사건이 하나둘 발생한다. 사치코는 점장과의 관계를 정리하려 한다. 사치코와 점장 관계를 눈치챈 서점 아르바이트 동료 모리구치의 눈치 없는 발언에 발끈한 나는 모리구치를 구타한다. 시즈오는 엄마가 갑자기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엄마에게로 향한다. 나의 심경에 변화가 생기려고 한다. 무심한 나는 어떻게 대처해 행동해야 하는가. 


청춘, 청춘, 청춘!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41세 나이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일본의 천재 작가 사토 야스시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원작의 70년대 도쿄 배경에서 현재 하코다테 배경으로 옮겨왔음에도,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청춘'이라는 불완전하고 불안정하고 불안한 객체를 완벽히 표현해낸 원작자의 천재성 덕분인지, 50여 년의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표현해낸 연출가의 천재성 덕분인지. 누구 덕분인지는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결과물이 하염없이 좋다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영화의 원제가 'And Your Bird Can Sing'이다. 원제를 충실히 옮긴 제목이구나 싶겠지만, 원제가 다름 아닌 비틀즈의 노래 제목이다. 1966년에 발표한 노래로, 유튜브를 통해 들어보면 전형적인 비틀즈 팝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영화와는 분위기나 결이 다르지만, 표현하는 방식만 다를 뿐 '청춘'이라는 범 주제의 유추가 가능하다. 청춘을 생각하고 표현하고 보여주고 노래하고 고찰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이들이 관심을 가진 게 확실하다. 그리고 비슷비슷하다, 청춘도 청춘을 바라보는 시선도.


청춘은 방황하며 혼란스럽기 마련, 돌이켜 보면 한없이 돌아가고 싶은 그때이지만 정작 그때엔 너무 힘들어서 벗어나고 싶다. 그래서, 청춘 이야기는 대부분 청춘이 지난 세대가 얘기하기 마련이다. 그럴 땐 '청춘'이 아닌 '꼰대'의 이야기가 될 것이기에, 청춘이 청춘 이야기를 해야 한다. 문제는, 청춘은 정작 청춘의 '진짜' 가치를 알기 힘들다는 아이러니다. 그걸 해낸 이들이야말로 정녕 위대하다. 


무심하고 무기력하고 무료하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무(無)'의 아우라를 풀풀 풍긴다. 나는 누가 뭘하든 관심없다는 '무심'을, 시즈오는 무엇도 하기 싫은 '무기력'을, 사치코는 심심하고 지루해 보이는 '무료'를 상징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불완전하고 불안정하고 불안한 객체로서의 흔들리는 청춘에서, 무심하고 무기력하고 무료하게 흐르는 청춘으로서의 변화된 모습이다. 일본 청춘만의 모습일지 모르겠으나, 청춘을 바라보는 시선과 표현 방식이 다를 뿐 청춘의 본질은 똑같다는 걸 상기한다면 비단 일본 청춘만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영화의 세 주인공 중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는 '나'야말로 청춘의 핵심과 연결되어 있다. 그는, 우리로선 알 수 없는 본심을 감춘 채 그 무엇과도 '연결'되는 걸 꺼려하는 것 같다. 연결되어 관계를 형성시킨 후,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상실과 허무가 두려운 것이리라. 이 시대의 청춘으로선 그런 류의 감정 소모를 받아들이고 헤쳐나갈 여유도 용기도 없다. 적어도, 청춘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역사상 최악의 청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이때, 벌어먹고 살기도 힘든데 우정과 사랑의 금자탑을 쌓으라니?


그런데, 사람이 왜 사람인가. 오가는 감정으로 연결되고 관계를 형성하며, 지지고볶고 살아가는 게 인간 세상과 인생 아닌가. 청춘영화가 존재하는 이유, 청춘영화가 해야 할 일이 그것이다. '청춘은 이래야만 한다'고 선언하는 게 아니라, '청춘들아, 많이 힘들지?'라고 위로하는 게 아니라, 청춘들이 이렇다는 걸 그저 보여주는 것이다. 본질은 같지만, 시대마다 장소마다 다른 청춘의 모습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를 잇는 2010년대 후반 일본 청춘영화계의 적통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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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없고 생각 없는 어른들의 폭력 앞에 마음 둘 곳 없는 아이 <와일드라이프>

모모 큐레이터'S PICK 2020. 1.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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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큐레이터'S PICK] <와일드라이프>


영화 <와일드라이프>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



폴 다노, <옥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고 그 전에 이미 <미스 리틀 선샤인> <데어 윌 비 블러드> <유스> 등 명작의 주연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배우이다. 큰 영화보단 내실 있는 영화의 비중 있는 역할을 맡으며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왠만한 배우들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필모를 쌓았다. 여담으로 2021년 개봉 예정인 <더 배트맨>에 주요 빌런 중 하나인 리들러로 출연한다고 한다. 


그가 지난 2018년 내놓은 연출 데뷔작 <와일드라이프>가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우리나라에선 명성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퓰리처상 수상작가이자 가장 미국적인 작가라고 불리는 리처드 포드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폴 다노와 함께 그의 오래된 연인 조 카잔이 각색을 맡았다. 칸, 뉴욕, 선댄스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어 좋은 평가를 받으며 훌륭한 데뷔 퍼포먼스를 보였다. 


여기에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파 배우들인 제이크 질렌할과 캐리 멀리건이 부부로, 폴 다노와 생김새뿐 아니라 분위기까지 닮은 호주 출신의 신인 배우 에드 옥슨볼드가 사실상 주인공인 아들 조로 열연했다. 감독으로선 배우에게로 향하며 튈 수 있는 연기를 작품으로 당겨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게끔 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다. 자칫 연기만 남은 구멍 숭숭 뚤린 영화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이 떠난 아빠와 마음이 떠난 엄마 사이의 어린 아들


1960년 미국 서부 몬태나, 제리(제이크 질렌할 분)와 자넷(캐리 멀리건 분) 부부와 외동아들 조가 이사온다. 평범할 것 같았던 가족에게 실직이라는 불행이 닥친다. 제리가 식료품점에서 해고 당한 것이다. 절망에 빠져 있는 제리를 대신해, 먹고 살아야 하기에 자넷은 수영강사로 취직하고 조도 사진관에서 일을 시작한다. 와중에 제리에게 식료품점으로 다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지지만 제리는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곧 이어지는 제리의 폭탄선언, 하늘의 도움 없이는 진화가 될 것 같지 않은 위험한 산불 현장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돈도 많이 주지만,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터였다. 조는 아빠의 멋있고 이상적인 선택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자넷은 남편이 식료품점을 마다 하고 굳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으로 향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 그녀는 그가 가족을 말 그대로 떠난다고 인식한다. 


제리가 떠나자마자 자넷은 전에 없이 한껏 차려입고 새로운 사람으로 변신한다. 이내 수영을 배우러 오는 갑부 워렌 밀러와 가까워진다. 그들은 서로의 집을 오가는데, 그 자리에 조가 함께 한다. 조는 아빠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기에 엄마가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와중에 자넷은 조를 데리고 산불 현장으로 향하기도 한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해 볼 수 없을 것 같은 산불을 두 눈으로 목격한 조는 갈팡질팡 마음 둘 곳을 잃고 헤매는데... 제리는 돌아올까? 자넷도 돌아올까? 어린 조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시대와 조우하는 캐릭터들과 상황


영화 <와일드라이프>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직면한 가족의 이야기이자 철 없는 어른 부모를 둔 어린 아들의 안타까운 성장 이야기이다. 가족에게서 물리적으로 떨어져 돈과 자부심을 택한 제리와 기다렸다는 듯 아들을 내팽겨둔 채 돈과 외로움을 채워줄 불륜에의 길을 밟아가는 자넷 모두 철 없는 걸로는 모자란 생각 없는 폭력적 어른들이다. 그들의 이기적인 말과 행동 모두가 조에겐 상시적 폭력으로 다가왔을 테다. 


직접적이지도, 물리적이지도 않은 일반적 폭력 같지 않은 폭력 앞에서 조는 자신보다 가족을 택한다. 즉, 아빠와 엄마를 모두 지켜 한 울타리 안에서 어떻게든 같이 살아보려 한 것이다. 학교 공부는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일에 전념해 돈을 벌어오고, 물리적으로 없는 아빠와 정신적으로 없는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하며, 해체되어 가는 가정을 지키려 한 것이다. 


영화는 개인적으로 아쉽게도 당대 미국의 자화상을 펼쳐놓지 않는다. 그저 변화에 직면한 가족의 갈등과 노력과 해체를 비유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1960년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최고의 황금시대 한 가운데였다. 다만, 1950년대 물질적·정신적으로 최고의 절정기를 보낸 직후로 변화의 시기가 눈앞에 다가왔으니 1960년대는 격변과 혁명과 위기의 시대였던 것이다. 


영화에선 제리는 돈도 많이 받으면서 원하는 일을 하려는 물질적 자부심의 발로일 테고, 자넷은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다는 명분 하에 자유분방의 자유를 만끽하는 정신적 자부심의 발로일 테며, 워렌 밀러는 두 번의 전쟁에 출전해 다른 사람들의 무능함 덕분에 갑부가 된 정통 기득권의 모습일 테다. 조는 불안한 만족의 시대에 10대 중반을 맞이한 불행의 청소년으로 곧 다가올 변혁의 시대 직전 봉합의 의무를 스스로 떠안은 세대라 하겠다. 제리와 자넷은 다가올 시대의 기치가 될 '와일드라이프'의 선경험자일까, 앞 세대의 풍요로움을 받기만 한 없어져야 할 대상일까.


개인적인, 가족의 성장 이야기


<와일드라이프>를 보는 시선의 눈높이 또는 깊이가 제각각 다를 수 있겠다. 주지한 것처럼 캐릭터들과 상황을 시대상과 조우시킬 수도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가족의 이야기로 바라볼 수도 있다. 제리와 자넷의 행동 모두 일면 이해가 간다. 개인이기 이전에 가족의 일원이라고 하지만, 가족의 일원이기 이전에 개인이기도 한 것 아닌가. 가장 중요한 게 다름 아닌 내 자신이라고 본다면, 그들의 행동은 자신을 찾아가는 일이다. 


문제는, 세상에 태어나게 했으면 최소한의 보살핌과 챙김을 주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 그들의 눈엔 차분하고 조심성 있고 착하고 말썽 없는 조가 다 큰 것처럼 보이겠지만, 조로선 14살의 어린이로 부모가 세상의 전부인 나이이다. 그가 보는 세상은, 그들이 보여주는 세상임과 동시에 그들이 만든 세상인 것이다. 그들의 '와일드라이프'적인 세상이 정상적이라고 할 순 없을진대, 그가 받아들이는 세상의 전부가 될 수밖에 없다. 조를 향한 안타까움의 원천이다. 


공감이라는 차원에선 위의 시대 이야기보다 아래의 개인 이야기가 앞선다 하겠다. 시대와 장소와 사람을 불문하고 누구나에게 가닿을 수 있는 이야기, 가족 이야기 말이다. 가정 환경이야말로 가장 절대적으로 그 사람을 규정한다. 그저 중요하단 말로는 완전히 표현할 수 없다. 영화는 그 중요성과 과정을 밀도있고 세밀하게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폴 다노 '배우'의 연기뿐만 아니라 폴 다노 '감독'의 연출이 심히 기대된다. 그만의 특유의 분위기에 압도되지 않는 단단한 연기 공력이 연출에도 이어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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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성장, 사회 변화와 함께 하는 산타 클로스 전설의 재해석 <클라우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 12.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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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클라우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클라우스> 포스터. ⓒ넷플릭스



산타클로스, 매년 12월이 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심을 자극하는 그 이름이다. 성 니콜라오라는 기독교 성인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는데, 그는 4세기 동로마 제국 대주교로 축일이 12월 6일이다. 수녀들이 전날 12월 5일에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면서 전설이 시작되었고, 네덜란드에서 성 니콜라오 축일을  'Sinter Klaas'라는 이름으로 기렸다. 


사실 크리스마스와는 상관이 없었지만, 근대 들어 미국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Santa Claus'라는 이름으로 크리스마스와 접목시켰다. 산타클로스의 특유의 후덕한 할아버지 인상에 길고 하얀 수염과 붉은색 바탕에 하얀 장식을 한 복장 또한 만들어진 모습이다. 성 니콜라오가 살아생전 대주교였다는 점에서 착안, 주교의 의복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지만 말이다. 


<클라우스>는 산타클로스 전설과 기원을 새롭게 혹은 다시 해석한 넷플릭스 최초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다.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넷플릭스가 받아줘 겨우 선보일 수 있었다는 후문이 전하는데, 작품을 접하면 그들의 안목이 굉장히 후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수많은 애니메이션이 쏟아질 텐데 그중 단연 군계일학이겠다. 


금수저 안하무인 제스퍼가 향한 곳


왕립우편사관학교, 우정공사 총재 아들 제스퍼는 아버지만 믿고 제대로된 훈련을 받지 않는다.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못하니 이 일을 어찌 하나. 제스퍼 아버지는 그에게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홀로 임시 우체국을 세워 1년 안에 6000통의 편지를 처리해야 하는 곳으로, 스미어렌스버그를 낙점시킨 것이다. 어길 시 그가 누리는 모든 것을 빼앗고 아무것도 물려주지 않는다는 약속과 함께. 


으스스하고 춥고 사람도 많지 않으며 사람들이 찾아올 것 같지도 않은 외딴 섬 스미어렌스버그, 알고 보니 그곳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크롬 가문과 엘링보 가문이 아주 오랫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하며 지내왔기로서니, 서로가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그런 곳에서 편지란 게 오갈리 없었을 터, 제스퍼는 우연히 발견한 '산지기의 오두막'으로 향한다. 그곳엔 거대한 체구의 길고 하얀 수염을 가진 클라우스 씨가 수많은 장난감을 만들며 지내고 있었다. 그들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친해진다. 


두 가문의 오랜 적대 관계 때문에 친구들과 제대로 놀지 못하는 어떤 아이에게 장난감을 전달하게 된 클라우스와 제스퍼, 아이는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클라우스에게 쓴 편지를 제스퍼에게 가져가서 보내면 장난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제스퍼는 6000통 프로젝트를 시작하고는 클라우스를 찾아가 제안한다. 클라우스는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제스퍼와 함께 한다.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제스퍼는 착한 아이만 장난감을 받을 수 있다고 소문을 퍼뜨린다. 아이들은 크롬 가문과 엘링보 가문을 아우르며 착한 행동을 시작한다. 미스 크롬과 미스터 엘링보가 이를 두고 보진 않는데... 제스퍼와 클라우스는 아이들에게 계속 장난감을 선물할 수 있을까? 스미어렌스버그엔 평화가 찾아올까?


개인적·사회적 성장의 면면


영화 <클라우스>는 여러모로 새롭고 영리하다. 제목이 '클라우스'인 만큼, 당연히 클라우스가 시작과 끝을 함께 하며 극을 이끌 것 같지만 제스퍼가 대신한다. 한 마디로 그가 클라우스 신화의 산증인이자 화자가 되는 것이다. 동시에, 영화는 제스퍼의 이야기로도 클라우스의 이야기로도 읽힌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군더더기 없고 빈 곳 없이 꽉 차고 찰진 느낌이다. 


단편적으로, 제스퍼의 성장이 보인다. 금수저 집안의 못난 놈이 세상을 깨닫고 자기를 돌아보며 진짜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 말이다. 전형적이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스토리라인일 것이다. 영화는 영리하게도 전형에 새로움을 얻힌다. 우연이라고 하지만, 그의 개인적 성장에 반목과 고정관념과 차별 등의 부정이 긍정으로 바뀌는 사회적 성장이 함께 한다. 


제스퍼가 파견된 곳은 참으로 오래전부터 전통적으로 반목을 해온 두 집안이 있고, 그가 아무것도 모른 채 찾아간 산지기의 오두막 클라우스 씨는 모두가 꺼려하는 외향을 가졌으며, 다르게 생겼고 다른 문화를 가졌으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가 있다. 제스퍼가 자신을 위해 '이기적으로' 시작한 일이 결국 화합을 가져오고 고정관념을 타파하며 차별의 개념을 가질 수 없게 하는 것이다. 


하여, 제스퍼의 성장은 그 자체로 보수적인 외딴 섬에 '진보'로 작용한다. 자의든 타의든, 이기적이든 이타적이든, 그 시작의 모양새와 이유가 어떻든, 외부인의 새로운 관념은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가 변화의 모습을 띤 진보를 보여줌에 있어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에 탁월함을 발휘했다. 


산타 클로스 신화·전설의 재해석


한편, 영화는 제목에 걸맞게 산타 클로스 신화 또는 전설을 새롭게 혹은 다시 해석하는 데도 탁월함을 발휘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크리스마스의 산타 클로스에 대한 이야기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말이다. 어이없지만 재밌게도 제스퍼의 별 생각 없는 행동들을 두고 아이들끼리 모여 소곤소곤 대며 떠들어댔던 것. 신화나 전설의 시작이 대부분 거창하기는커녕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

그런가 하면, 마냥 제스퍼의 황당한 행동들만이 아닌 클라우스 또는 클라우스와 제스퍼의 진심 어린 생각과 행동 그리고 슬픈 이야기에서 나온 것도 있으니 균형이 맞춰졌다 하겠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다고 생각되는 게 바로 '균형' 덕분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 메시지, 상징 모두에서 억지 아닌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재미와 감동, 상승과 하락, 위기와 해결, 갈등과 화해 등. 


<클라우스> 하나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향한 믿음은 확고해졌다. 애니메이션으로 출발하지 않은 콘텐츠 기반 스튜디오가 애니메이션을 출범하는 시기는 굉장히 중요한데,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자 하는 목적은 갖지만 기존의 콘텐츠 시장에서 완전히 확고한 자리를 잡고 난 이후던가 경쟁에의 위기를 느낀 이후라고 하겠다. 지금의 넷플릭스 행보로 보아선 둘다에 해당하지만, '디즈니+'의 진출로 보아 후자에 조금 쏠려 있는 듯하다. 그런 면을 고려해서 봤을 때 <클라우스>라는 작품의 선택은 훌륭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차기작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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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위대한 왕 헨리 5세의 인간적 성장 <더 킹: 헨리 5세>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 11.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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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더 킹: 헨리 5세>


영화 <더 킹: 헨리 5세> 포스터. ⓒ넷플릭스



호주 출신으로 2000년대 들어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와 TV를 오가며 감독과 각본은 물론 배우로까지 종횡무진 활약한 데이비드 미쇼, 정확히 10년 후 장편영화 연출에 성공한다. 결과는, 비평적 성공으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심사위원대상을 석권한다. 훌륭하고 유명한 배우들이 다수 참여했는데, 재키 위버는 골든글로브와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여러모로 화제를 모은 데뷔. 


이후 미쇼 감독은 주기적으로 영화를 내놓았는데, 비평적 성공이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몇몇 배우들이 얼굴을 비췄는데 가이 피어스, 앤소니 헤이스, 스쿳 맥네이리, 로버트 패틴슨, 조엘 에저튼, 벤 멘델슨 등이 그들이다. 유명 배우들이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그의 영화에 다수 출연한 모습을 보아, 데이비드 미쇼 감독 작품을 향한 신뢰를 가늠할 수 있겠다. 


한편, 2017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워 머신>의 주연과 제작을 맡은 브래드 피트는 최신작이자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킹: 헨리 5세>의 제작까지 연거푸 데이비드 미쇼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작품성 있는 작품을 보는 눈이 출중한 제작자 '플랜 B'의 선택인 만큼, 기대가 가지 않을 수 없는 <더 킹: 헨리 5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동명 제목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자유인 '할'에서 국왕 '헨리 5세'로


1400년대 초반 잉글랜드, 국왕 헨리 4세의 폭거가 계속되는 와중에 왕자 할(티모시 샬라메 분)은 퇴역해 한물 간 전쟁영웅 존 팔스타프(조엘 에저튼 분)와 함께 궁 밖에서 자유분방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반란 세력의 위협과 죽어 가는 헨리 4세 때문에 궁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 그는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존이 적극적으로 타진한다. 


할은 탁월한 전투 능력으로 반란 세력을 진압하지만, 그의 능력을 시기한 왕위계승자 동생 토마스가 무리한 전진 끝에 죽고 만다. 고뇌에 빠진 할, 대법관 윌리엄이 그를 수렁에서 건져올린다. 할은 곧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헨리 4세의 뒤를 이어 헨리 5세로 즉위한다. 그는 카리스마와 선의를 두루 갖추려 노력하면서, 헨리 4세의 전철을 따르지 않으려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하나둘 오는 조롱과 위협을 그냥 넘기기가 쉽지 않다. 평화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헨리 5세는 프랑스로의 진격을 명하고 친히 진군한다. 존 팔스타프를 총사령관으로 두고 윌리엄을 총참모격으로 둔다. 무리없는 전투로 시작해 성공을 거두지만, 프랑스 왕자 도팽의 출현으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헨리 5세는 도팽 때문이라도 프랑스군을 반드시 격파해야 했지만, 멀리서 온 만큼 병사도 보급도 많이 밀렸다. 이에 존은 많은 희생이 뒤따르는 필승의 전략을 제안하는데... 


티모시 샬라메에게 빚진, 할과 헨리 5세의 성장


영화 <더 킹: 헨리 5세>는 희곡을 원작으로 한 시대극이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예측이 가능하다. 더욱이 역사적으로도 너무나 유명한 왕(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칭송받는 한 명)의 이야기이자, '백년 전쟁'이라는 역시 너무나도 유명한 시대를 다루기에, 명백한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헨리 5세' 이전 '할'이라는 인간의 성장을 다루기 때문이다. 


우린 '할'을 통해 지금 우리를 구성하는 한 단면을 들여다보는 한편, '헨리 5세'을 통해 알 수 없는 그 옛날 먼 타국 왕의 한 단면도 들여다본다. 영화는 묵직하게 끌고나가는 서사, 서사를 구성하는 인물, 인물들에 의한 사건으로 우리에게 그의 성장을 표나지 않게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할, 즉 헨리 5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가 들여다보고 발을 디뎠다가 고뇌하고 중심을 잡으려다가 휘둘리고 희생과 실패를 겪으며 승리한다.  


자유인으로서의 할과 왕으로서의 헨리 5세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에게 영화가 큰 빚을 졌다고 아니할 수 없는 게, 그의 표정과 말투와 몸가짐과 분위기 등에서 묻어나오는 변화가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알아차릴 수 있는 만큼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유인이었고 어설픈 왕이었으며 진중하면서도 제 몸 사리지 않고 앞장 서기에 믿을 수 있는 왕이었으며 궁극적으로 평화를 가져왔기에 위대한 왕이었다. 


극사실주의라는 장점과 헨리 5세라는 단점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아무래도 극사실주의 전투 장면들이다. 수많은 전쟁 영화를 봐온 입장에서, 이 영화의 전투만큼 리얼한 장면을 본 적도 드물다. 할이 참전한 전투에서의 1대1 장면과 헨리 5세가 참전한 전투에서의 진흙탕 장면이 뇌리에 남는데, 앞엣것은 느리고 어설플 수밖에 없는 갑옷 기사들의 대결을 여지없이 보여주었고 뒤엣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난장판 그 자체였다. 


온몸에 무겁기 짝이 없는 갑옷을 두른 중세 기사들의 전투라고 해도, 영화에서는 훨훨 날아다닌다고 표현하기 일쑤인데 이 영화에서는 어기적 어기적 걸어다니며 피하기 힘든 만큼 느리게 칼을 휘두르는 것이다. 이전 영화 <워 머신>에서도 전쟁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바 있는 데이비드 미쇼 감독의 의도라면, 그는 천재인 게 분명하다. 역사상 아쟁쿠르 전투로 유명한 후반부 헨리 5세의 진흙탕 전투 장면은 또 어떤가. 제 아무리 '전투의 신'이 와도 진흙탕에선 기어다니며 멋있는 장검을 제대로 휘두를 수도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게 오직 헨리 5세를 위한 장치처럼 보이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할이 자유인에서 왕이 되어 위대해지기까지의 서사, 존 팔스타프와 윌리엄과 도팽이라는 뚜렷한 역할의 인물(그들이 서로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헨리 5세 사이에만 관계가 형성된다), 완성도 높은 전투 장면들까지 모두 헨리 5세의 성장과 변화라는 목적을 위한 도구였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영화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끝까지 어떤 식으로든 헨리 5세의 고뇌와 성장을 보여주려 한다. 지루하게 다가갈지 참신하게 다가갈지, 그냥 그럭저럭 별 것 아니게 다가갈지 관객들마다 다르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최소한 지루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분위기 연출의 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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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 사랑과 파멸적 변화에 직면한 여성 서사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9. 8. 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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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


영화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 포스터. ⓒ CGV아트하우스



프랑스 파리, 엘라는 바쁘게 돌아가는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다. 아빠가 운영하는 곳이니 만큼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며 홀서빙과 재무도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날 한 남자가 불쑥 찾아와 당당히 일자리를 요구한다. 면접 볼 것도 없이 한 번 써보고 못하면 내치라고 하면서. 엘라는 그 모습에 매료된 듯 아벨을 고용한다. 


다음 날 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정산을 할 때 아벨은 레스토랑의 하루 번 돈을 모조리 갖고 도망간다. 엘라는 그를 쫓아 그의 앞에 당도하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 그 돈을 세 배 이상으로 불려주겠다는 허무맹랑하지만 왠지 이끌리게 되는 말에 함께 불법 하우스에 들어간다. 거짓말처럼 엄청난 돈을 따서 돌아온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일을 하고 저녁에는 함께 도박을 하러 간다. 


엘라는 단조롭고 힘들지만 안정적이고 평범한 레스토랑 후계자를 뒤로 하고 '도박'에 빠짐과 동시에 아벨과 '사랑'에 빠진다. 곧 헤어나오기 힘든 '중독'에의 길에 들어선다. 도박과 아벨, 아벨과 도박, 둘 중 하나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내 아벨은 파괴적이고 파렴치한 본색을 드러내 엘라를 인생의 큰 위기에 빠뜨리는데... 


누아르멜로, 다양한 사랑의 모습


영화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의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영화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는 프랑스 파리의 어두운 뒷골목을 배경 삼아 펼쳐지는 두 남녀 혹은 한 여자의 치명적이고 파멸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어두운 뒷골목과 도박을 다루는 만큼 '누아르' 장르로 볼 수 있겠고, 비록 마냥 아름답지는 않지만 사랑의 한 단면을 다루는 만큼 '멜로' 장르로 볼 수도 있겠다. 물론 그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면면은 '치정극'으로 폄하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기도 하다. 


따라서 적당히 '누아르멜로' 또는 '멜로누아르'로 뭉뜽그릴 수 있겠으나, 어떤 외피를 쓴 어떤 장르이겠냐 하는 게 중요하다면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필자가 보기에 이 영화는 다분히 멜로이다. 굳이 누아르의 외피를 쓰지 않더라도 당연히 멜로이다. 누아르 요소는 모두 사랑의 단면을 설명 아닌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누구나 사랑을 한다. 하지만 단언컨대 누구나의 사랑은 모두 다르다. 크게 보면 비슷할지 모르나 세세하게는 반드시 다를 것이며,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비슷한 것들이 보일지 모르나 그 세세한 걸 이루는 미세한 것들조차 전혀 다를 것이다. 이 영화는 사랑의 모습 중, 다름에의 동경과 중독의 면면과 맹목적인 위험성 등을 보여준다. 치명적인 매력의 결정체가 아닐까 싶다. 


중독된 사랑의 여성 서사


영화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의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중독된 사랑을 말하기에 앞서, 엘라의 변화 양상을 들여다보자. 엘라의 뜻밖이지만 운명적이라고까지 보이는 일탈과 중독을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속담에 비견할 수 있을까. 억눌렀던 또는 억눌러져 있던 욕망이 분출된 양상이라고 봤을 때, 인간이라면 누구나 중독을 경험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결론에 다다른다. 나아가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과도하든 적절하든 억눌린 무엇은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분출되기 마련이다. 엘라도 마찬가지였으니, 하필 그때 그녀 앞에 아벨이 나타난 것이리라. 이를 운명이라고 치부하는 것도 틀린 건 아니지만, 그녀의 주체적 선택이 운명 이후를 결정지었다고 보는 것도 틀린 건 아닐 것이다. 영화가 말하고자 한 것도 아니고 영화에서 드러난 것도 아니지만, 그 앞에 '여성으로서'를 붙여도 크게 흐트러지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여성으로서'를 붙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운명 앞에 휘둘린 가녀린 한 여자 또는 파멸적이고 위험하지만 매력적이고 인생을 즐기는 여유 있는 남자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바친 한 여자의 이야기로 비춰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게 아니라, 영화는 파괴적 중독과 중독된 사랑과 사랑을 가장한 욕망과 욕망도 울고 갈 파멸을 선택해 온전히 끌어안은 한 여자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렇게 보니, 누아르의 외피를 쓴 멜로가 아닌 누아르멜로의 외피를 쓴 특별한 여성서사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중독된 사랑'을 따로 떼어내 말할 필요가 없다. 다분히 그녀 엘라의 입장과 시선에서 바라보면, 누아르고 멜로고 모두 수단에 불과한 게 아닌가. 가멸찬 운명 앞에서도, 파멸적 중독 앞에서도, 지리멸렬한 사랑 앞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자신을 책임진 한 여자. 한 인간. 


그런 경험, 그런 카타르시스


영화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의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감독은 작정하고 영화를 만든 것 같다. 관객으로 하여금 시종일관 입에 욕을 단 채 영화를 보게 말이다. 한순간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아벨의 파렴치한 행동에 이은 이해할 수 없는 엘라의 행동까지. 처음에는 아벨을 보고 욕하다가 엘라를 보곤 안타까워한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누가 나와 무슨 행동을 하든 욕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무슨!


그런데 '이 무슨!' 뒤에 '말도 안 되는 짓거리야!'라고는 말하기가 힘들다. 영화에서처럼까지는 아니겠으나 누구든 비슷한 경험을 해봤음직 하니까. 알면서도,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식이라면 어떤 결말에 다다른다는 걸 알면서도, 제어하지 못하고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겨본 경험 말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고, 끝이 나야 끝나는 그런 경험. 


그 때문인지 영화를 통해 별안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지 모른다. 통상 엘라의 삶을 살고 있을 텐데, 그녀의 파괴적이고 파멸적이고 뒤가 없는 극렬한 변화는 '한 번쯤'은 꿈꾸게 되는 매력을 담고 있다. 가진 건 없지만 인생을 즐기고 여유가 꽉 차 있는 듯한 아벨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한 번쯤'은 그런 식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공상 아닌 공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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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르, 멜로, 변화, 사랑, 여성서사, 카타르시스, 트리트 미 라이크 파이어, 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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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하고자 하기 전에, 위기를 들여다보자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9. 7. 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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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대변동>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대변동> 표지. ⓒ김영사


 

1998년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로 유명한 세계적인 석학이자 세계를 이끄는 최고의 지식인으로 우뚝 선 '지리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그의 인생에도 큰 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1950년대 후반 생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따려던 과정에서 실패를 맛보고 과학자로 계속 살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학자의 길을 포기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아버지와의 진심 어린 대화로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1980년의 연구 방향 전환과 2000년의 이혼이라는 큰 위기도 있었다고 전한다.

 

그는 예컨대 이런 류의 개인 위기라는 렌즈를 통해 국가 위기를 보는 게 유익하다고 말한다. 국가와 개인이 엄연히 다르다는 걸 아주 잘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역사학자에게는 개인 위기가 더 친숙하고 이해하기도 쉽다는 것, 학자들이 찾아낸 개인 위기 연구 성과 12가지 요인이 국가 위기에서 비롯된 결과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 요인을 찾아내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 연구자로서 연구목적과 방법에 철저하기 위한 방안임과 동시에, 철저히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수준높은 교양서를 집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최신작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김영사)로 몇몇 국가들의 과거와 현재의 위기를 들여다보고 그에 대응한 선택적 변화를 비교했다. 그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분명, 그가 제시한 국가들의 과거와 현재 위기 면면들이 너무 쉽게 다가오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즉, 익히 들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 사실들 자체에 주목한 게 아니라 사실들에서 도출된 '위기'의 면면들에 주목했다. 나아가 개인 위기와 결을 같이하는, 국가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요인들도 제시했다.

 

12가지로, 다음과 같다.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책임의 수용, 해결해야 할 문제를 규정하기 위한 울타리 세우기, 다른 국가의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지원, 문제 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국가의 사례, 국가 정체성, 정직한 자기평가, 역사적으로 과거에 경험한 위기,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 국가의 핵심 가치, 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

 

국가의 위기와 선택과 변화

 

책은 3부,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곧 1장인데, 앞에서 언급한 개인 위기를 다룬다. 2부는 2~7장으로, 6개 국가의 과거 위기를 다룬다. 핀란드,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독일, 오스트레일리아(이상 "호주")가 그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의 과거 위기 양상은 다시 두 나라씩 짝지어져 있다. 3부는 8~11장으로, 일본과 미국 그리고 세계의 현재 위기를 다룬다. 2장부터 11장까지 공통적으로, 장의 마지막에 '위기의 기준틀'이라는 소제목으로 주지한 12가지 요인에 맞춰 국가 위기를 들여다보며 요약·정리한다.

 

2부의 2장부터 차례대로 간략히 들여다보자. 핀란드와 일본은 외부 충격으로 급작스럽게 위기를 맞은 사례다. 1939년 11월 30일 소련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위기를 맞은 핀란드, 엄청난 손실을 입었지만 독립을 유지한다.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핀란드는 독재국가 소련의 신뢰를 얻어 살아남기 위한 외교정책을 추진했다. 지금은 부유한 산업국가가 되었다. 1953년 7월 8일 미국 함대의 출현 이후 일본은 지배 체제가 전복되고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일본만의 전통적 특징도 보존하였기에 고유한 특징을 지닌 부유한 산업국가로 살아남았다.

 

칠레와 인도네시아는 내부 요인으로 급작스럽게 위기를 맞은 사례다. 1973년 9월 11일 민주적으로 선출된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가 군부 쿠데타로 전복되었다. 이후 쿠데타 지도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십 수 년 동안 권좌에 머물렀다. 칠레는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자랑했지만, 한순간에 가학적 독재 정부로 전락했다. 1965년 10월 1일 인도네시아 쿠데타는 이후 생각지 못하게 흘러갔다. 쿠데타를 진압한 세력이 쿠데타를 지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력을 학살한 것이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군부 독재가 이어진다.

 

독일과 호주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스트레스로 점진적 변화 또는 위기를 맞은 사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나치 유산, 계급 충돌, 동서독 간 정치분할 등의 문제에 시달렸다. 세대 충돌, 지리 제약, 나치 화해 등의 변별적 선택 변화로 위기를 해결했다.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호주는 국가 정체성 위기 문제에 시달렸다. 영국과 백인이라는 정체성이 지리와 외교와 국방과 경제와 인구 등과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백호주의(백인호주주의)'를 채택했는데, 결국 선택적 변화로 백호주의를 폐지했다.

 

일본과 미국과 세계가 직면한 문제는 한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직낙하한 경제라고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중 하나인 일본, 하지만 일본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인구가 가장 크고 근본적인 문제이고, 아울러 과거사와 정부부채와 자원관리 등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로 보았다. 여전히 비교불가 세계 최강대국 미국, 첨예한 정치적 양극화 현상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양극화가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있다는 점이다.

 

나의 경험, 우리나라의 사례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책을 통해, '위기'란 긴 간격으로 드물게 일어나는 극적인 변동이라고 말한다. 빈도와 기간과 영향력에 따라 위기를 다르게 정의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고 또 다소 빈번하게 일어났던 작은 전환점 경험을 부인하지도 않지만, 이 책에서 채택한 위기는 빈도와 기간과 영향력 면에서 매우 중대했다. 그가 그동안 많은 저작물들을 내보이면서 추구한 폭넓고 축약적인 방법론을 이번 책에서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수준 높은 교양입문서로 손색없다.

 

그가 개인 위기에서 출발해 국가 위기로 나아갔듯, 나의 경험을 대조해보고자 한다. 지극한 개인 위기는, 30대 중반인 지금까지 딱히 찾아보기 힘들다. 시간이 좀 더 흐른 시점에서 돌아본다는 가정 하에, 군 제대 후 대학교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몇 년 동안 복학하지 않았던 20대 중반 또는 10여 년 가까이 2곳의 회사 생활을 하며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뼈저린 통감을 하곤 실행에 옮긴 지금 30대 중반이지 않을까 싶다.

 

한편, 사회국가 위기와 개인 위기가 맞물려 닥친 사례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이 아닐까 싶다. 완연한 어른이 된 후 처음 겪는 미증유의 사태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이고 국내 사태로는 처음인 듯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재(人災), 15년 여 전 1993~1997년까지 이어진 일련의 재앙적 사고들이 떠오른다. 거기엔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이 있다. 그 종착점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위기 중 하나로 기억될 1997년 12월 3일 'IMF 외환 위기'일 것이다.

 

우린 아직 IMF 외환 위기의 유산에서 완전히 헤어 나오지는 못했다 또는 못했다고 한다.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경제 위기는 이어질 것이기에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제시한 국가 위기 중 칠레와 인도네시아의 내부 요인에 의한 위기 이후 모습이 그리 좋지 않은 것처럼 우리나라가 직면했던 위기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핀란드나 일본, 독일이나 호주처럼 확고한 정책 시행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일본과 미국이 직면한 문제들이 고스란히 지금의 한국에도 통용되는 불행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는 근현대사 내내 국권침탈, 남북분단, 6.25전쟁, 쿠데타 등으로 이어지는 국가적 위기를 겪었다. 모두 <대변동>에서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예로 든 국가 위기들에 맞먹는다. 그 결과 위기를 기회의 원조로 삼으며 위기-선택-변화로 이어지는 단계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그저 위기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저자에 따르면,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게 될 때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하고자 하기 전에, 위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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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국가, 대변동, 독일, 미국, 변화, 선택, 위기, 인도네시아, 일본, 재레드 다이아몬드, 칠레, 핀란드, 한국, 호주
  • BlogIcon 여강여호
    2019.07.01 14:31 신고

    짧은 생각이지만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었지 않았나 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 BlogIcon singenv
      2019.07.01 16:41 신고

      위기는 항상 생기기 마련인데, 위기가 닥칠 때마다 똑같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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