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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펼쳐지는 독재와 불복종의 잔혹한 이야기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모모 큐레이터'S PICK] 기예르모 델 토로의 최고작 (이상 '판의 미로')가 13년 만에 재개봉했다. 2006년 국내 개봉 당시, '기이한 판타지'라는 단어를 앞세워 어른들 아닌 아이들을 공략하는 오판 마케팅으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었다. 영화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가 21세기 최고의 판타지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는 걸 알겠지만 그러하기에 황당하고 안타까웠던 것이다. 잘 모르고 봤던 이들은, 이 영화가 주는 여러 가지 의미의 잔혹성에 혀를 내두르고 고개를 돌리고 손사래를 치고 말았다. 재개봉하면서 '잔혹'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13년 전 그때 그 배급사는 잔혹함을 내세우면 관객들이 애초에 관심을 두지 않을 거라 판단했던 게 아니었을까. 지금은, 가 갖는 급이 다른 영향력과 작품성과 연출.. 더보기
재패니메이션의 거장 '호소다 마모루'의 평작 <미래의 미라이> [리뷰]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감독으로 평가받으며 2006년 로 가히 센세이셔널하게 등장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 이후 거의 예외없이 3년 만에 한 편씩 내놓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히 구축했다. 호소다 마모루 월드라고 해도 충분하다. 까지 이토록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을 내놓는 것도 쉽지 않을 터,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을 테고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믿고 볼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겠다. 누가 뭐래도 재패니메이션의 거장이다. 그동안의 기록을 깨고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는 부터 시작된 '아이' 시리즈의 연장선상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소다 마모루'라는 이름에 비해서는 평범한 수준에 머물렀다고 말할 수 있겠다. 현실과 판타지의 조화롭고 .. 더보기
판타지로 말하는 현실 커플의 진짜 모습, 영화 <루비 스팍스> [리뷰] 영화 10년 전에 전설의 베스트셀러를 내놓고 다음 책을 내놓지 못한 채 슬럼프에 빠진 천재 작가 캘빈 웨어필드(폴 다노), 여자는커녕 사람 자체를 만나지 않고 지낸다. 그저 친형과 자주 만나고 정신과 의사를 자주 찾아가며 아빠와 사별한 후 재혼한 엄마를 아주 가끔 볼 뿐이다. 10년 전에 내놓은 베스트셀러로 가끔 독자와 출판 관계자를 만난다. 그가 요즘 어느 여자에 대한 꿈을 자주 꾼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그야말로 꿈에나 그릴 그런 이상형의 여자 말이다. 그녀의 이름은 루비 스팍스(조 카잔 분). 캘빈은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에 대해 하나하나 창조하며, 그녀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밤낮 없이 쓰기 시작한다. 와중에 집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최근에 여자를 들인 기.. 더보기
이 시대, 우리 청춘들의 이야기 <초행> [리뷰] 결혼한 지 만 2년에 다가간다. 적어도 나에게는 꿈꾸던 결혼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아, 당연하게 생각되어지기 시작한 이 생활에서 때때로 신기함을 느낀다. 여기서 절대적으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남자'라는 것, 내가 아닌 남자가 꿈꾸던 결혼생활에 가깝다는 건 여자에겐 정반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린 연애 7년 차에 결혼에 다다랐다. 나는 결혼이라는 걸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항상 옆에 있고 싶었다. 무엇을 하든 함께 하고 싶었다. 부부인 건 물론, 친구이자 동반자이자 또 하나의 나였다. 그러나 쉽지 않은 게 있다. 모든 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게 말이다. 영화 은 연애 7년 차에 접어든 30대 커플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선 자연스러운 일일까, 이 정도 시간 동안 .. 더보기
세상에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그리고 제대한 나 <아기와 나> [리뷰] 군대 전역을 앞두고 말년 휴가를 나온 도일, 엄마와 아내가 될 순영과 이제 갓 세상에 나온 아기 예준이 있는 집으로 향한다. 고아 출신인 순영이 엄마와 모녀지간처럼 지내는 건 좋은데, 합세해서 날라오는 잔소리는 듣기 힘들다. 도일은 결혼도 해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는 가장인 것이다. 엄마와 순영이 일을 나간 사이 예준이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예준이의 혈액형이 자신과 순영 사이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일은 이 사실을 순영에게 차마 얘기하지 못하지만, 운은 뗀다. 다음날 갑자기 순영이 사라졌다. 전화도 안 되는 건 물론,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까지 모른댄다. 아는 사람들한테 부탁을 해 예준이를 하루이틀씩 맡기고 도일은 순영을 찾아 삼만리를 감행.. 더보기
길 잃은 바링허우 세대, 어찌해야 할까? [서평]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세대를 규정짓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나라는 '58년 개띠' '386 세대'를 지나 '88만원 세대'와 'N포 세대'에 이르렀다. 일본도 마찬가지, '단카이 세대'를 지나 '사토리 세대'가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생소할 수 있다. 중국은 '링허우'라는 말로 50년대부터 최근 9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세대를 구분한다. 그중에서도 중국의 80년대생을 일컫는 '바링허우'는 특별한 함의를 지닌다. 1980년대 직전, 1978년 10월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을 상징하는 문화대혁명을 부정하고 중국 사회주의의 현대화와 개혁개방정책 노선을 결정한다. 중국사회는 완전한 전환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후 1가구 1자녀 정책 아래 태어난 바링허우들은 '소황제'라 불리며, 나라와 가정의 전과 비교.. 더보기
과학에서 종교로, 종교에서 과학으로의 인정에의 희망 <콘택트> [오래된 리뷰]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1980년대 '스타워즈'와 쌍벽을 이루며 그야말로 역대급 시리즈로 자리매김한 '백 투 더 퓨쳐'. 그 단편적인 재미만큼은 그 어느 콘텐츠도 따라잡을 수 없을 영화 시리즈였다. 스타워즈에 조지 루카스가 있었다면, 백 투 더 퓨쳐엔 로버트 저메키스가 있었다. 이후 그는 작품성으로 선회하는데, 우리가 모를 리 없는 영화들이 포진되어 있다. 1994년 , 2001년 , 2004년 등이 그것이다. 이쯤까지가 그가 1990년~2000년대 초반 우리에게도 익숙한 '할리우드 영화' 도식을 만들고 알린 시기이다. 기본적인 대서사의 지붕 아래, 약간의 사랑과 약간의 유머와 약간의 감동과 약간의 사연과 약간의 전문지식 등이 생동하고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하게 즐기며 동시에 .. 더보기
가난한 이에게 섹스는 돈이 안드는 최고의 놀이? <핸드 투 마우스> [서평] 35여 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잘' 산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여기서 '잘'은 부유하다는 말이니, 정확하게는 부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하겠다. 그 생각이 깊이 박히게 된 연유는 다름 아닌 'IMF', 당시 중학생이었기에 피부에 와닿진 않았지만 엄마가 사주는 신발 브랜드가 바뀌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내가 '가난'했을까? 가난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던 것 같다. 다만, 부모님 직업이 친구들 대다수의 부모님과는 달랐기에(동네 구멍가게), 거기서 느껴지는 기시감은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래도 전혀 모자람 없이 컸다. '잘' 살진 못했지만 '가난'하진 않았던 거다. 뭐, 가난하면 어떠랴. 나중에 부자되면 되는 거지. 가난이란 뭘까. 이제 가난은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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