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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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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그려 내지 못한, 일본 '전국 3영걸의 시대' <사무라이의 시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1. 3. 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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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사무라이의 시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사무라이의 시대> 포스터. ⓒ넷플릭스

 

역사는 평화와 혼란의 반복이다, 통일과 분열의 반복이기도 하다. 평화 시대에는 문(文)이 득세하지만, 역설적으로 평화 시대를 이룩하기 위해선 절대적인 무(武)가 필요할 테다. 당대에는 당연히 평화의 시대가 좋겠지만, 시간이 흘러 역사를 들여다볼 땐 혼란의 시대가 재밌기 마련이다. 수많은 호걸이 온갖 전략으로 머리를 써 가며 서로 죽고 죽이는, 인간 본성을 자극하는 짓들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를 돌아 보면, 거의 모든 나라에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혼란과 분열의 시대가 존재했다. 그중 단연 가장 유명한 건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중 '전국시대'일 것이다. 기원전 1046년부터 기원전 256년까지 지속된 주나라 시대의 후반부 격인 '동주' 시대의 후반부에 해당되는데, '전국칠웅'으로 묘사되는 일곱 나라가 온갖 권모술수와 피 튀기는 전쟁으로 수많은 소국을 흡수하며 살아남아 시대를 이어갔다. 전국(戰國)시대, 말 그대로 나라들끼리 전쟁을 일으키는 게 상시적인 시대를 말한다. 

 

이 전국시대의 타이틀을 그대로 물려받은(?) 때가 또 한 번 존재한다. 바로 일본으로, 15세기 중반에 시작되어 17세기 초반에 비로소 종결된 '전국시대'를 말한다. 중국의 전국시대 못지 않게 친숙하며, 일면 무(武)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였기에 마니아들이 많다. 하여, 일본 전국시대는 중국 전국시대보다 삼국시대에 대치 혹은 버금간다고 할 수 있겠다. 

 

일본 전국시대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사무라이의 시대>는 일본의 전국시대(이하, '전국시대')를 다룬다. 다만, 통상적으로 전국시대의 시작이라 하면 1467년의 '오닌의 난'을 말하는데 이 작품은 1551년 오와리의 다이묘 오다 노부히데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그 유명한 오다 노부나가의 아버지 말이다. 그의 죽음 후 둘째 아들 노부나가는 우여곡절 끝에 가문의 일인자가 되었다. 물론, 가문 내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겪어야 했다. 이 시대, 주군을 내치는 하극상과 가족을 죽이는 행위는 비일비재했다. 

 

오다 노부나가 하면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더불어 일명 '전국 3영걸'이라 불리며 일본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인물 중 하나이다. 100년 가까이 지속되던 전국시대를 종결시키며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건 다분히 외적으로 쉽게 드러난 모습이고, 그는 당시 그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파격을 앞세워 중세였던 일본에 근세를 안겼다고 말할 수 있겠다. 문제는, 이 작품에서 노부나가의 그와 같은 면모는 일절 찾아보기 힘들었다. 

 

작품에는 노부나가의 파천황적인 생애만 부각된다. 아무리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제작했다기로서니, 이 정도로 얼렁뚱땅 편파적으로 생애를 보여 줄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여하튼, 노부나가는 파죽지세로 전국을 통일하다시피 했고 1568년에 교토에 입성해 1573년엔 교토에서 무로마치 막부의 쇼군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쫓아내 버린다. 무로마치 시대가 확실히 막을 내리고, 전국시대도 사실상 막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휘하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두고 동맹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두며 후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인생의 끝은 가히 좋지 않았다. '혼노지의 변'으로 명명된, 최측근의 반란으로 죽임을 당한 것이다. 때는 1582년, 노부나가는 서부 원정 중인 히데요시의 원군 요청에 최측근 아케치 미츠히데를 투입한다. 오래전부터 주군에 대한 불만이 쌓인 미츠히데는 돌연 노부나가 토벌을 꿰한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당하고 만 노부나가, 이후 천하는 또 한 번의 혼란으로 접어드는 듯했다. 

 

오다 노부나가 그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

 

일본 천하 통일을 목전에 두고 최측근에게 암살당한 오다 노부나가, 그 혼란을 완벽하게 다잡은 이가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다. 빠른 상황 판단에 이은 속전속결로 서쪽을 공략하던 군사를 교토로 돌려 미츠히데를 격파한다. 이후 오다 가문의 분열 와중을 수습하며 히데요시는 명실공히 새로운 천하인으로 정권을 수립한다. 훗날, 이때를 여전히 전국시대로 두기도 하지만 오다 정권과 더불어 '쇼쿠호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히데요시는 전국시대에서 찾아 보기 힘든 삶을 살아왔는데, 평민에서 시작해 똑똑한 머리와 탁월한 군사적 재능과 뛰어난 상황 판단 능력 등으로 노부나가의 오른팔 자리까지 올랐고 급기야 천하 통일 후 관백의 자리까지 올랐다. 천황을 대신하며 정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일본 천하의 일인자 말이다. 그는 아마도 우리나라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일본인, 아니 외국인 중 하나일 텐데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통일 후, 평생 전쟁만 해 온 사무라이들의 힘을 분출할 방법을 찾다가 고안해 낸 비책이었다. 

 

명나라를 치기로 결정한 히데요시는, 조선에게 길을 내 줄 것을 요청하는데 조선 왕이 거절하자 조선을 먼저 치기로 결정한다. 그러곤 주로 측근 다이묘들로 구성된 대군을 파병해 파죽지세로 한반도를 유린한다. 곽재우 등의 의병과 이순신을 위시한 수군의 활약으로 패퇴하고 마는 일본군, 평생 영민하게 살아온 히데요시 인생 후반부 최대·최악의 실책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선 임진왜란에 대해 거의 또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 곽재우의 의병 활동이 잠시잠깐 그려질 뿐 이순신의 이름 석 자로 나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조선인과 조선 복장과 조선 왕실을 말도 안 되게 그려 내 작품 자체에 대한 의구심까지 들게 만들었다. 

 

여하튼, 1598년 히데요시에게도 죽음이 찾아온다. 노부나가처럼 불시에 죽음을 맞아 후대를 챙기지 못하지 않았고 철저하게 챙겼다. 오른팔 격이자 오랜 동맹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필두로 '오대로' 섭정 체제를 수립해 어린 아들 히데요리를 보필하며 정무를 보게 한다. 서로의 힘이 비슷해 서로를 완벽하게 견제하는 균형 잡힌 체제였는데, 참으로 오랫동안 기회를 엿본 이에야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일본 천하는 안정기에 접어 들었지만, 일본 천하를 완전하게 지배할 이는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듯보였다. 

 

전국 3영걸의 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기다림과 인내의 상징과도 같다. 오다 노부나가나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천하를 주무를 영향력을 행사해 본 적은커녕, 오다 노부나가와 전국시대 최강의 다이묘 다케다 신겐 사이에 껴서 이리저리 치이다가 노부나가의 동맹 자격이지만 사실상 휘하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 없는 생활을 시작한다. 이후엔 그런 관계를 자연스레 히데요시와 맺게 되었고 말이다. 평생을 치이고 수그리고 기다리다가, 히데요시가 죽고 난 후 드디어 기회를 잡게 되었다. 

 

이에야스는 공공연히 세력들을 규합하고 천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준비에 들어간다. 이에 히데요시 살아생전 '오봉행' 즉 가장 막강한 실무 담당자 중 한 명이었던 이시다 미츠나리가 나서서 오대로의 나머지 세력을 주축으로 한 반대 세력을 규합한다. 이 두 세력, 동군과 서군은 1600년 세키가하라에서 맞붙는다. 서군 측이 우위를 점했지만, 이내 유력 다이묘들의 배신으로 급격히 무너진다. 사실상 이 전투 하나로 일본 천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가져가게 된 것이다. 비록, 1603년에 도쿠가와 막부를 세우고 1615년에는 도요토미 히데요리를 중심으로 다시 모여든 다이묘 세력과 '오사카 전투'를 치러야 했지만 말이다. 

 

이 작품의 주요 세 인물 중 이에야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적다. 실제로도 가장 인기가 적고 앞선 두 인물보다 개인적인 능력치도 떨어진다. 일본이라는 건물을 부숴 버린 오다 노부나가와 황무지나 마찬가지인 터를 마련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리드미컬하고 흥미로운 인물상과 인생에 비해, 앞서간 이들이 마련해 놓은 터 위에 건물을 올렸을 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물상과 인생은 상대적으로 재미도 없고 별 볼일 없게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개인 대 개인으로 보아 '그렇게 살고 싶은' 인물은 이에야스가 아닐까 싶다. 

 

제목 '사무라이의 시대'가 이 작품의 내용이나 메시지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일본에 사무라이가 출현한 건 헤이안 시대로 10세기쯤이라고 하는데, 도쿠가와의 에도 막부 이전에도 가마쿠라 막부와 무로마치 막부를 거치면서 일본에 이른바, '사무라이의 시대'가 도래한 만큼 아무리 전국시대가 사무라이의 전성기라고 해도 온전히 '사무라이의 시대'라고 말할 순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사무라이의 정치·사회·문화적 변화와 속성을 깊숙이 들여다보지도 않았고 말이다. 

 

차라리 '전국 3영걸의 시대'처럼 구미가 당기는 제목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역사 다큐멘터리치고 고증 면에서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면에서나 전달력 면에서나 가히 형편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니, 재밌는 척이라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개인적으로 아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본 전국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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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사무라이의 시대, 오다 노부나가, 일본, 재미, 전국 3영걸, 전국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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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작가가 훑어내린 내 몸 구석구석 이야기 <내 몸 내 뼈>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21. 2. 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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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 베스트셀러 의사가 쓴 몸 에세이 <내 몸 내 뼈>

 

에세이 <내 몸 내 뼈> 표지. ⓒ유노북스

 

잘 만들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나름 에세이 팀을 맡고 있으니 에세이 베스트셀러를 자주 훑어 봅니다. 최신작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점령하는 속도가 '경제경영'보단 못하지만, '인문' '역사'보단 빠르며, '자기계발'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독자들한테 사랑받는 분야로 중간은 간다고 판단할 지표라고 볼 수 있겠지요. 

 

에세이라는 분야가 품을 수 있는 한도가 워낙 넓어, 종종 타 분야를 넘나드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엔 자기계발 분야와 발을 걸치고 있는 책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인문, 가정살림, 건강 분야까지 넘나드는 책도 나오곤 합니다. 출판사에선 당연히 한 가지 분야를 상정하고 책을 만들었겠지만, 서점에서 자의적으로 추가 분야를 상정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에 만들어 낸 에세이 <내 몸 내 뼈>(유노북스)도 '하이브리드'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제목만 봐도 연상되는 '건강' 분야 그리고 저자와 편집자와 출판사에서 상정한 '에세이' 분야가 걸쳐져 있는 것이죠. 내용도 그러합니다. 대만 문학상을 휩쓴 작가이자 의사가 쓴 몸 구석구석의 이야기들이니까요. 신체 부위 이야기도 하고, 임상 이야기도 하고, 일상생활 이야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몸'을 매개체로 온갖 것과 온갖 데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것이죠. 

 

이 책 정말 재밌네요!

 

원고를 제대로 접하기 전에 샘플로 검토했을 때 느낌이 왔습니다, 재밌다고요. 읽을 맛이 나겠다고요. 이 책이 대만 현지에서 처음 출간된 건 2013년이고 2020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 저자가 1982년생이라니 갓 서른이 넘었던 때 지은 것이죠. 그래서인지 책 곳곳에 이른바 젊은 감각이 넘쳐 흐릅니다. 저자가 부끄러움을 많이 탈 것 같은 성격임에도 말이죠. 

 

사람은 유머러스해도 글로 뿜어져 나오는 형태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표현력이 약하면 전혀 다른 느낌이 표출되곤 하죠. 이 저자는 언행문일치를 선보입니다. 글을 잘 써서인 것 같아요. 현 가정의학과 의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음에도 유수의 대만 문학상을 석권하고 문학교과서에도 글이 실릴 정도의 빼어난 글짓기 실력을 자랑하죠. 물론 번역하면 그 맛을 100% 살리기 힘들지만, 번역가의 실력도 상당해서 저자의 읽을 맛 나는 글솜씨를 상당 부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간 계약 전 마케팅팀에게서 "이 책 정말 재밌네요, 잘 팔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예요. 그런 말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죠. 문제는, 그 말을 한 당사자는 정작 이 책을 담당하지 못하게 되었죠. 이 책의 담당 마케터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그때 그 확신에 찬 말을 듣는 건 힘들겠죠. 그래도, 좋은 책이 많은 분께 읽히길 바람입니다. 이 책은 재밌고 좋습니다.

 

의사 출신 작가의 에세이

 

우리나라에도 작가이자 의사인 분들이 계십니다. 여기서 말하는 작가는, 자기계발서나 인문서나 건강서를 낸 의사가 아닌 최소한 '에세이'를 포함한 범문학에 발을 걸친 이들을 지칭합니다. 바로 떠오르는 이는 남궁인 의사와 이국종 의사,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들이기에 기억에 남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김강 의사는 등단 후 장편소설까지 냈고 이낙준 의사는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하는 네이버 웹소설의 지은이이며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의사 곽경훈은 에세이를 내며 어느 정도의 꿈을 이뤘죠. 

 

한편 대만에는 소설가, 시인과 함께 문단에서 활동하는 의사 출신 문학가들이 다수 있다고 합니다. <내 몸 내 뼈>의 저자 황신언도 그중 한 명으로, 의사로서의 이성과 작가로서의 감성을 두루두루 갖춰 서로 도움을 준다고 하죠. 이를테면, 의사 일을 할 때 작가적 감성에서 도움을 받고 작가 일을 할 때 의사적 이성에서 도움을 받는 식입니다. 그래서 이 책이 여타 일반적인 에세이들보다 더 풍부하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의학과 문학이 따로 또 같이 혼합하여 빛을 발하는 장면이 몇몇 있습니다. '귀'에 관한 이야기에서 저자와 할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잘 들리지 않아 답답한 저자가 아니라 할머니의 입장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할머니는 전화를 받을 때 수화기 저편의 멀고 낯선 세상과 마주하는 일이 얼마나 두렵고 불안하셨을까, 그런가 하면 세상의 모든 논쟁과 시비에서 벗어나 고요함에 몸을 맡기게 된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합니다. 상당한 통찰력이죠. 

 

'폐'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폐를 얘기하자면 담배가 빠질 수 없을 텐데요. 저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깁니다. 세상 모든 구석에 정체되어 있는 공기를 휘저어 서로의 호흡 기관으로 들어가 소통하려는 것만 같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각자의 이야기를 깊숙이 품은 채 바깥세상이나 타인과 인생을 나눌 수 있는 신체 기관은 폐뿐이라고 말합니다. 머리로 이해하게 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만들고 싶었던 책

 

이 책은 4부로 구성해 신체 기관 32가지 부분을 들여다봅니다. 크게 머리와 목, 가슴과 배, 몸통과 사지, 골반과 회음으로 나눠 머리카락, 얼굴, 어깨, 허리, 엉덩이, 발가락, 배꼽, 자궁, 포피 등을 다루죠. 몸을 조각내듯 나눠 다루니, 이 책은 '몸' 에세이일까요? 위에서 나열한 의사 작가들의 에세이들처럼 다분히 의사의 일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루는 '의학' 에세이일까요? 둘다 맞지만 또 둘다 아니기도 합니다. 이 책의 실체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평범한 에세이입니다. 

 

에세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쓸 수 있는지라, 수많은 사람의 수많은 에세이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내 몸 내 뼈>는 작가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뿐입니다. 하여, 저자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함에 있어 몸 자체에 대한 해부학적 이야기를 다루고 의사로서 환자와 대면한 이야기를 다루며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자연스레 떠오르는 다분히 의학적으로 치우친 생각들을 다룹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되, 생각지도 못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지혜까지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에세이를 계속 만들게 될 텐데, 이 책처럼 소구점이 있어 호기심을 끄는 저자와 이야기와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을 만나고 싶습니다. 저도 독자이지만, 독자들은 어떤 책을 좋아하고 또 즐길지 알기가 힘듭니다. 그래서일까요, 출판계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네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어라"라고 말이죠. 내가 좋아하지 않는 책을, 읽고 싶지 않은 책을 남들이 좋아하길 바랄 순 없겠죠. 남들이 읽게끔 만들 자신도 없을 테고요. <내 몸 내 뼈>는 제가 만들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내 몸 내 뼈 - 10점
황신언 지음, 진실희 옮김/유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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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내 몸 내 뼈, 몸, 문학, 세상, 에세이, 의사 작가, 일상, 재미, 해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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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을 오가는 그녀 '래치드'가 펼치는 사이코 드라마 <래치드>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0. 10. 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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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래치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래치드> 포스터. ⓒ넷플릭스



1960년대 전 세계는 참으로 많은 것이 휘몰아쳤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이 전 세계 패권을 차지하고자 모든 분야에서 대결하는 가운데, 어떤 나라의 어떤 사람들은 신세계를 맛보고 어떤 나라의 어떤 사람들은 전에 없는 파멸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히피 문화는 미국의 신세계라고 할 수 있을 텐데, 1950년대 저항의 분위기에서 도피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1962년 나온 소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1950년대 비트 세대의 저항 문화를 구속하고 억압하는 미국 사회와 권력에 대한 안티테제의 성격을 띄고 나왔다. 또한 이어질 1960년대 히피 세대의 도피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15년 뒤에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밀로스 포먼 감독에 잭 니콜슨 주연으로 비록 원작자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영화는 길이남을 명작으로 뽑힌다. 


와중에, 정신병원 간호사 밀드러드 래치드는 역대 최고 또는 최악의 '빌런'으로 손꼽힌다. 지금에 와선 빌런이라 칭하지만, 수십 년 전 당시만 해도 '악인'에 다를 바 없었을 테다. 그래도 빌런이라 칭하기 위해선 사연이 필요할 터, 소설이 나온 지 어언 60여 년이 지나고 영화가 나온 지 45여 년이 지난 2020년 '래치드'라는 타이틀로 시리즈가 선보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래치드>이다. 


자그마치, 라이언 머피가 총괄제작과 약간의 에피소드 연출을 맡고 그와 최고의 조합을 선보인 바 있는 세라 폴슨이 래치드 역을 맡았다. 그런가 하면,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연극과 영화 판권을 소유해 그 옛날 제작까지 했었던 마이클 더글라스가 이번에도 제작에 참여했다. 신시아 닉슨, 주디 데이비스, 샤론 스톤 등 쟁쟁한 여배우들이 주연급으로 세라 폴슨과 함께한다.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모양새. 


선악의 마음을 가진 그녀,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194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루시아 정신병원, 원장 하노버 박사와 수간호사 벳시의 진두지휘 아래 잘 돌아가고 있다. 어디선가 나타난 래치드라는 이름의 간호사가 다짜고짜 하노버 박사에게 자신을 뽑아달라고 한다. 매몰차게 거절하지만, 그녀의 카리스마와 매력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와중에,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공보 비서 그웬돌린을 앞장 세워 루시아로 와선 재선을 위한 담금질에 손을 잡고자 한다. 


여러 이유가 있었을 테지만, 무엇보다 신부들을 참혹하게 살해한 살인마 에드먼드가 루시아 정신병원에 임시수감되었기 때문이었다. 주지사로서는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에드먼드를 죽이고자 했고 하노버 박사의 정신감정이 필요했다. 한편, 래치드는 하노버와 벳시는 물론 여타 간호사들과 환자들을 상대로 누군가한테는 천사같이 누군가한테는 악마같이 대하며 루시아를 점령해 나간다. 


그녀의 목적은 명확했는데, 동생 에드먼드를 사형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법적으로만 친남매였던 바, 어릴 적 어느 위탁가정에서 만나 함께 참혹하기 그지없는 생활을 함께했다. 이후 래치드가 에드먼드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되었고, 래치드는 한없이 미안한 감정을 지닌 채 에드먼드를 찾기로 다짐했던 것이다. 하지만 루시아 정신병원 안팎에서 수많은 실타래로 엮인 관계들 때문에 에드먼드를 되찾기가 쉽지 않다. 래치드가 직접 나서서 실타래를 풀 수밖에 없다. 과연 그녀는 특유의 선과 악이 모두 어린 마음을 가지고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라이언 머피'의 색채가 묻어 있는 사이코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래치드>는 다분히 '라이언 머피'의 색채가 묻어 있는 작품이다. 화려하기만 한 게 아니라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완벽하게 정제된 미장센과 색감을 앞세워, 서사와 메시지 보다 순간순간 번뜩이는 기지와 반전의 보는 재미로 중무장한 채, 어김없이 빠질 수 없는 LGBTQ 요소를 과하다 싶을 만큼 넣어서는, 신경을 긁는 또는 신경을 날카롭게 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하여, 이보다 더 갈리기 힘들 만큼의 호불호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원작 또는 영감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소설과 영화가 모두 당대 사회적 메시지가 다분한 형태를 취하기로서니, <래치드> 또한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인 것이다. 이 작품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당대를 그리고자 한다. 눈에 보이는 복장과 화장과 제스처와 대사로 말이다. 즉, 캐릭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이다. 


캐릭터성으로 들여다보면 보이는 게 있다. 종잡을 수 없는 주인공 래치드와 그녀의 살인마 동생 에드먼드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이 '또라이'다. 보는 내내 '이 사람이야말로 진짜 또라이네'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었는데, 이 정도면 집단 정신 착란 증세가 아닐까 싶었다. 진정한 '사이코 드라마'가 이런 게 아닐까. 1940년대 후반 미국은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였을 테다. 하지만 전후 혜택을 최대로 받는 와중에, 혼란은 혼란대로 느끼고 또 상대적 박탈감은 전에 없이 커졌을 것이다. 세상이 급작스럽게 바뀌니, 어떤 나이 든 사람들은 옛날을 그리워하고 어떤 어린이들은 미래가 혼란스러웠을 거다.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거나 간접적으로나마 표현되진 않지만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러하다. 와중에, 래치드 선의를 보이는 이와 악의를 보이는 이 그리고 입체적으로 다가가는 이가 갈린다. 잘못이 없는 이에겐 선의를 보인다, 그들이 누구라도 다른 이들이 그들을 뭐라고 하든 말이다. 소수자에 향한 한없이 따뜻한 시선이 엿보인다. 잘못이 있는 이에겐 악의를 보인다, 그들에겐 공통적으로 사연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입체적인 캐릭터에겐 그녀 또한 입체적으로 다가간다. 선의와 악의를 동시에 보이기도 하고 선의에서 악의로 또는 악의에서 선의로 선회하기도 한다. 이 시리즈의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다. 


'재밌다' 보다는 '흥미를 돋운다' 정도


<래치드>를 한마디로 재밌다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다. 화려하기 그지 없는 포장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둘러싼 예쁜 선물이 두고두고 보고 쓰면서 간직할 만한 것인 줄 알았더니 몇 번 쓰고 버릴 만한 수준의 것이었다라고 할 수 있을까. 콘텐츠를 두고 '재밌다' 한마디면 모든 게 정리되는 시대에 이 작품은 재밌다기보다 흥미롭다 아니, 흥미를 돋우다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라이언 머피는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그는 그의 작품들을 '예술' 아닌 '상업'의 범주에 넣어 둘 게 분명하다. 수없이 많이 쏟아지는 영상 콘텐츠들, 뭘 봐야 할지 선택하기가 너무 힘든 와중에, 본인 작품이 최고는 아닐지언정 중간은 간다고 천명하고 있는 게 아닐까. 중간이라도 가려면, 어떤 면에서는 최고여야 하는 건 잘 알고 있을 테고 말이다. 선택과 집중이 뭔지 아는 사람인 것이다. 


시즌 1의 8화에 이어 시즌 2의 10화 제작이, 작품 공개 이전에 확정되었다고 한다. 포장 하나는 '기똥차게' 하는 이의 기대작답다. 개인적으로, 시청하기 전에 기대했던 면이 전혀 없어서 당황하고 실망하기도 한 반면 얽히고설킨 관계들 사이에서 예측하기 쉽지 않은 반전이 끊임없이 이어져 계속 볼 수밖에 없기도 했다. 작품을 보는 사람보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한테 더 좋은 콘텐츠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솔직히, 시즌 2가 나오면 '보기 싫은데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라고 할까... 작품을 접하면 무슨 말인지 납득이 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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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 감독이 보여주는 반전 밀리터리 호러 <고스트 오브 워>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9. 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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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고스트 오브 워>


영화 <고스트 오브 워> 포스터. ⓒTHE픽쳐스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나치 독일 점령 하의 프랑스, 크리스와 4명의 미 육군 병사가 전초기지를 향해 간다. 가는 길에 소수의 독일군을 일망타진하고 피난 가는 유대인 모녀에게 온정도 베푼다. 드디어 도착한 전초기지, 으리으리한 대저택으로 나치가 프랑스 귀족에게서 빼앗았다가 미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전쟁 상황에서 편안해 보이는 그곳, 하지만 기존의 교대 병사들은 이들에게 기지를 넘기고 황급히 가 버린다. 


석연치 않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저택을 수색한다. 각기 다른 곳을 둘러 보던 그들, 뭔가 으스스하다. 유령인지 뭔지 모를 형체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누군가가 알 수 없는 말을 무섭게 전하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5명에 불과한 그들에게 50명에 달하는 독일군이 올 거라는 소식을 듣는다. 그들은 떠나야 하나 지켜야 하나 고심하다가, 떠나면 군법회의에 회부될 거니와 이곳을 지키는 게 그들의 의무이자 위에서 떨어진 명령이기에 지킬 것을 다짐한다. 


5명이 따로 또 같이 50여 명의 독일군을 방어한다. 그런데 몇몇 독일군이 유령에 의해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게 아닌가. 각각 다른 모습을 목격한 대원들, 알고 보니 독일군이 죽어간 모습이 이 저택의 주인인 프랑스 귀족 가족이 독일군에게 죽은 모습과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이 저택엔 진정 유령이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크리스 일행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떠나야 하는가, 지켜야 하는가, 애도해야 하는가. 


<나비효과> 감독의 영국판 <알 포인트>?


영화 <고스트 오브 워>는 <데스티네이션 2>와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의 각본을 쓰고 그 유명한 <나비 효과>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에릭 브레스 감독의 실로 오랜만의 복귀작이다. 직전 작업한 작품이 2009년작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4> 각본이니 자그마치 10년이 넘은 것이다. 이 작품이 너무나도 별로였기에, 오랫동안 활동을 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다. 


한편, <고스트 오브 워>는 전쟁이 한창인 때에 저택을 기반으로 한 기지 내에서 일어나는 호러라는 점에서 많은 이에게 기시감을 전한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고 생각하면 바로 <알 포인트>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공교롭게도 <나비 효과>가 개봉한 2004년에 개봉한 국내 최고의 밀리터리 공포물 말이다. 베트남 전쟁에의 비판과 극강의 공포를 내세운 분위기와 스토리가 어우러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영화는 어떨까. 어떤 이야기를 내세우고 어떤 메시지를 함의하며 어떤 분위기를 전할까. 그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히 존재한다. 충분히 즐길 만한 구석도 있을 테지만, 단편적인 이야기로만 우리를 끌고 가진 않을 거라는 걸 말이다. 입체적인 이야기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분위기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을 동반한 메시지로 중무장했을 테다. 다만, 그것들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것인지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2000년대 반전 영화의 묘미가 되살아나다


영화는 꽤나 단출하다. 5명의 대원들이 저택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하고 일면 믿을 수 없는 현상에 휩싸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보다 보면 공포를 대하는 그들의 행동에서 이상한 모습이 눈에 띈다. 공포에 벌벌 떨어도 이상하지 않은 현상에 마주하고서도 상대적으로 큰 동요를 하지 않는 것이다. 전쟁을 겪으며 그보다 더한 공포와 충격을 경험해 왔기에 신경이 무뎌진 것일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그런가 하면, 중간에 대원 중 한 명의 말마따나 그들은 몇날 며칠 밥을 먹지 않는다. 물론 영화적 설정 상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볼일을 보는 등의 행위는 충분히 생략할 수 있는데 그래서 별 의구심 없이 지나가기 마련인데, 굳이 언급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대반전의 순간이 오면 주마등 스치듯 깨달을 테지만, 그 말을 했을 때는 의구심과 불안이 함께 자리 잡아 묘한 긴장감이 알게 모르게 서려 있다. 


전체적으로 상당한 재미와 흥미를 전한다. 2000년대 반전 영화의 묘미를 한껏 살린 느낌이다. 하여,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지우기 힘든 것이다. <알 포인트>에의 기시감과 다른, 요즘 느낌이 아닌 옛 것의 느낌에 동반하는 기시감일 테다. 그래서 익숙한 듯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지만, 다 본 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영화가 함의하는 메시지의 괜찮은 질에 비해서 말이다.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재미만큼 설득력이 있을까?


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니 만큼 나치 독일과 유대인에 얽히지 않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는 당연한 듯 그렇게 흘러간다. 독일군에 처참하게 짓밟히고 죽임을 당한 유대인 그리고 그들을 숨겨줬다가 봉변을 당한 프랑스 귀족 가족, 그들 사이에서 미군이 취해야 할 스탠스는 명백하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바, 독일군을 죽이고 유대인에게 온정을 베푼다.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전부라면 식상하기 짝이 없는 영화가 될 요량이 다분하다. 절대 그럴리가 없다. 뭔가가 더 있을 테다. 생각이 가 닿기 쉬운 건, <알 포인트>처럼 대원들이 직접적으로 따로 또 같이 사건에 개입되어 있다는 얼개다. 즉, 독일군이 유대인과 프랑스 귀족을 죽이는 데 있어 대원들이 연류되어 있다는 것 말이다. 그들은 그 사실을 은폐하거나 기억에서 지워진 게 아닐까. 분위기상 그럴 것 같진 않다. 


그렇다면, 감독의 대반전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분명 뭔가가 있는데 명백하게 알기 힘드니 말이다. 끝을 본 입장에서, 충격적이라기보다 탄성이 나오는 쪽이라 말하고 싶다. 어떤 식으로든 일차원적 생각에서 한 발 더 나아갔고 장르조차 파괴하는 신기를 보여 주었다. 확실한 재미를 보장하지만, 얼마만큼 설득력이 있을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혹시 설득력이 부족하다면, 부디 부족한 설득력이 부족한 재미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설득력도 충분하다면 금상첨화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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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의 모양새를 지닌 코믹 범죄 스릴러 <루스에게 생긴 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 10.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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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루스에게 생긴 일>


영화 <루스에게 생긴 일> 포스터. ⓒ넷플릭스



한국영화를 말할 때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로 나누고 독립영화를 다양성영화라든지 예술영화라든지 작은영화로 부를 수밖에 없는 반면, 미국영화를 말할 땐 상업영화조차 영화의 한 부류로 취급한다. 그만큼 비상업영화의 비중과 역할이 커졌다. 영화라는 게 상업과 예술의 한 분야로 동시에 출발했지만, 세상이 자본주의화되면서 상업영화가 주류가 된 것이다. 미국과 한국 독립영화 모두 1980년 들어 부각되었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시작된 선댄스 영화제의 영향이 긍정적으로 크게 작용했다. 물론 후엔 상업영화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독립영화가 부각되며 상업영화와 맞먹는 기조를 형성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0년대 들어 미국에 두 개의 독립영화 제작사가 설립된다. 안나푸르나 픽처스와 A24가 그들로, 1990년대 미라맥스 필름와 2000년대 와인스타인 컴퍼니를 이은 2010년대 절대적 신흥강자이다. 독립영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 공급과 수요가 잘 맞아떨어진 사례로,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영화들을 다수 제작/배급하고 있다. 한편, 스트리밍 거인 넷플릭스도 창작자에게 많은 돈과 무한정에 가까운 자유를 선사하며 작가주의 독립영화들을 쏟아내고 있다. 때문에 형편없는 콘텐츠도 다수 내놓지만 굉장한 콘텐츠도 많다. 


2017년작 <루스에게 생긴 일>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독립영화'에 속하는 모양새를 지녔다. 당해년도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미국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에 인디 감성이 자르르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극치를 뽑아내는 상업영화에 반하는,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를 톡톡 튀는 스토리가 영화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도둑 맞은 루스의 여정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루스, 그날도 평범하게 일을 하는데 갑자기 담당 환자가 죽는다. 퇴근을 하는데도 참으로 촘촘히 그리고 자잘하게 그녀를 괴롭히는 일들이 생긴다. 주차장에서도, 마켓에서도, 술집에서도. 집에 왔는데 뭔가 이상하다. 도둑이 든 것이다. 도둑은 처방받은 약품과 노트북과 할머니가 물려주신 은식기 세트를 훔쳐갔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루스가 문단속을 잘 하지 않았다고 추궁하곤 가버린다. 


황당한 그녀, 그날 밤 친구네로 건너가 한을 풀며 한바탕 자초지종을 얘기하곤 하룻밤 신세를 진다. 다음 날 집으로 향하는 루스, 집 앞마당에 개똥을 투척하곤 갈 길 가는 놈한테 한 마디 한다. 집에 와선 이것저것 철저히 대비를 하지만 그 사이 도둑이 또 오간 것 같다. 그녀는 발자국을 본따고는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직접 탐문에 나선다. 당연히 아무도 모른단다. 


그녀는 개똥투척남의 집에도 가보지만 그런 놈을 어떻게 믿냐 하며 돌아간다. 그날 밤 안 잡힐 것 알면서도 해본 노트북 추적기에 신호가 잡혀 경찰에 신고했지만 돌아오는 건 출동할 수 없다는 대답뿐이다. 화가 난 루스는 끊어버리곤 개똥투척남에게 가서 도움을 청한다. 그래도 그가 운동도 열심히 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토니라고 자신을 밝힌 그와 루스는 함께 루스 집에서 물건들을 훔쳐간 도둑을 찾으러 여정을 떠난다. 금방 끝날 것 같던 여정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코믹 범죄 스릴러의 여성서사


영화 <루스에게 생긴 일>은 루스와 토니의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는 코믹한 범죄 스릴러이다. 별 것 아닌 일에서 시작해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방식은 꽤나 전통서사적이지만, 일이 시작된 계기의 하찮음과 일의 과정이나 결말의 황당함은 현대적이다. 또한 한계가 그어진 울타리 안에서의 안정적인 흐름을 원하고 또 그렇게 진행하는 상업영화와 다른 노선을 띈다. 


적어도 영화에서는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평범한 등장인물보다 뭔가 모자라고 비루해 보이는 주인공들의 생각과 행동이 이해할 순 있지만 참으로 하찮게 느껴지는 것이다. 사실 그들은 영화 아닌 현실의 우리네와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평범한 인물이니, 그동안 비현실적 영화를 봐왔던 이들에겐 오히려 그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테다. 이처럼 티 내지 않고 드러내는 영화를 오랜만에 본다. 


한편, 영화는 루스라는 평범의 가장 밑바닥처럼 보이는 여성이 서사를 이끌어간다. '여성서사'로 불릴 만한데, 그나마 있는 남성 일행 토니가 정녕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인물인 게 더욱 크게 작용한다. 그는 있으나 없으나 한 만큼 영화의 코믹한 재미를 위해 존재하며, 루스 혼자서 도둑 든 물건들을 찾아오게 될 것이다. 루스는 꼬일대로 꼬였다고 생각한 인생을 하나씩 둘씩 물건을 찾으러 다니며 푼다. 외면적 사건과 내면적 심리의 조우를 영화적으로 매우 훌륭하게 형상화 시켰다. 


쏠쏠한 재미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본인들은 뜻하지 않았겠지만 영화적으론 필연적으로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한 곳에 모이게 된다. 루스의 황당한 여정이 막바지로 치닫는 한편, 소심하기만 했던 그녀가 반격에 반격을 거듭하고선 외면적 사건과 내면적 심리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지점일 테다. 그곳에서 사건의 전말은 매우 잔인하게 진행되고 또 마무리된다. 예상치 못한 잔인함은 의외의 카타르시스와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루스가 찾으려 한 도둑 맞은 물건을 의미가 없어진다. 대신, 루스 자체에 의미가 부여된다. 그녀가 찾으려 한 건 물건이라기 보다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목적이나 목표를 향해 쉼없이 나아가다가 어느 순간 의미가 없어진다. 이미 과정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를 깨닫게 될 때가 있는 것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캐릭터성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영화 밖 배우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꽤나 쏠쏠할 테다. 루스 역의 멜라니 린스키는 <코요테 어글리> 주연을 비롯 <아버지의 깃발> <인 디 에어> <월플라워> 등에서 조연으로 활약했고, 유명 미드 <두 남자와 1/2> 시리즈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췄다. 그녀가 주연으로 분한 영화들 면면으로 보아, '독립영화의 여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하겠다. 


한편, 토니 역의 배우는 눈에 상당히 익다. 일라이저 우드, 다름 아닌 역사상 가장 위대한 트롤로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프로도'이다. 사실 그는 90년대 꾸준히 주조연으로 배우 생활을 해왔는데, 오히려 <반지의 제왕> 이후 잘 풀리지 않았다. 아직 40대도 되지 않은 그이기에 <루스에게 생긴 일>에서처럼 특이하면서도 눈에 띄어 쉽게 잊히지 않는 배역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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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의 걸출한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

오래된 리뷰 2019. 9. 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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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저수지의 개들>


영화 <저수지의 개들> 포스터. ⓒ미라맥스



2020년대를 코앞에 둔 지금,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감독들 중 1980~90년대에 걸쳐 걸출한 데뷔를 한 이들이 많다. 코엔 형제의 <블러드 심플>이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스티븐 소더버그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90년대로 넘어가면 기예르모 델 토로의 <크로노스>, 크리스토퍼 놀란의 <미행>, 가이 리치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스파이크 존즈의 <존 말코비치 되기> 등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90년대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을 넘어설 데뷔작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아니, 그 영향력으로만 따진다면 전후로 그런 데뷔작이 나오긴 결코 쉽지 않다. 이 영화로 데뷔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그는 최근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까지 10여 편의 작품을 내놓았는데, 2번째 작품인 <펄프 픽션>과 함께 <저수지의 개들>을 최고작으로 삼는 이들이 많다. 


물론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고 할 순 없는 것이, 그는 2010년대 들어서도 꾸준히 좋은 작품을 내놓고 있다. 그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이후 한 작품만 연출하고 감독에서 은퇴해 책과 연극 각본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과연 이루어질지 의문이긴 하나 과연 그다운 생각이라고 본다. 여전히 막강한 파급력이 있는 '건강한' 모습으로 뒤로 물러선다면 그것 만큼 완벽한 게 어디 있겠는가. 


다이아몬드 도매상 털기, 하지만 스파이가...


쿠엔틴 타란티노가 <저수지의 개들>을 만들기 전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던 영화광 점원이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유명한 사실이다. 그는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건 물론 주연의 소소한 한 축으로도 활약한다. 불과 수천 만원의 소규모 독립영화로 만들 예정이었던 이 영화는, 우연이 겹쳐 예산이 10억 단위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영화를 만들기엔 터무니 없이 적은 예산이었지만. 


영화는 여덟 명의 사내들이 식당에서 시시콜콜한 잡담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별다른 내용 없이 지나간 후, 배에 총을 맞은 미스터 오렌지를 미스터 화이트가 차에 태우고 은신처 창고로 향하는 장면이 나온다. 죽어가는 오렌지, 괴로워 하는 화이트, 이내 미스터 핑크가 오고 미스터 블론드가 온다. 미스터 블루와 미스터 브라운은 죽은 듯하다. 


그들은 조 캐봇과 그의 아들 에디의 수주를 받고 다이아몬드 도매상을 털고자 모인 이들이다. 혹시 잠복해 있을지 모를 경찰 스파이 때문에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게 했다. 하지만, 작업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떼로 몰려 총을 겨누고 있는 경찰들로 보아선 여덟 명의 공모자들 중 스파이가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일행은 창고에 모여 네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하며 옥신각신한다. 그런가 하면 화이트, 블론드, 오렌지 순으로 어떻게 조와 에디를 만나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한편, 다이아몬드 도매상을 털고 난 직후의 모습들도 볼 수 있다. 정작 중요한 듯한 작업의 순간만을 빼놓은 채 전후 사항을 다(多) 시점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분히 쿠엔틴 타란티노가 의도한 게 아닐까 싶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연출 스타일 정립


쿠엔틴 타란티노는 <저수지의 개들>로 사실상 영화 연출 스타일을 정립했다. 이후 그가 꾸준히 보여주는 연출 스타일이 총망라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전매특허이다시피 한 잔인하고 잔혹한 폭력 위의 범죄, 뭔가 있을 것 같아서 영화 내용과 이어질 만한 게 나올 것 같아서 유심히 들어 보지만 아무 상관 없는 잡담인 게 드러나는 비속어 다분히 섞인 대사, 실명이 거론되며 광범위하게 인용되는 다방면의 대중문화코드. 


무엇보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시점과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이야기가 특출나다. 서사가 있는 영화라면 왠만하면 순서대로 진행될 텐데, 이 영화는 퐁당퐁당 형식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것도 아닌 것이 몇 가지 시점을 넘나드는 것도 모자라 시점 속에 가짜 이야기까지 넣는 대범함을 보였다. 우리는 그게 가짜 이야기라는 걸 알지만 극중 인물들은 진짜라고 믿는 게 재밌다. 


이쯤 되면 알아차릴 수 있는 건, 그 '가짜' 이야기들은 영화에서 있으나 마나 할지 모르지만 쿠엔틴 타란티노가 전하고자 하는 게 바로 거기에 있다는 점이다. 그는 다름 아닌 그 가짜 이야기를 팔고 있는 것이니까. 우리는 가짜 같은 진짜 혹은 진짜 같은 가짜에 열광한다. 그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와 함께 놀고 있는 거다. '내가 기가 막힌 이야기 한 편 들려줄까? 재미있을 거야.'


재미있는 이야기


우린 언제든 그가 건넨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까지 30여 년 가까이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그를 '이야기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리 불러도 이상한 게 없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는 이야기꾼이라기보다 '영화꾼'이다. 영상이 아닌 글로만 봤으면 이 만큼의 환희를 맛보진 못했을 거다. 그는 영화를 위한, 영화에 의한, 영화를 만든다. 


<저수지의 개들>에서 통상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강탈 장면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예산이 부족해 찍지 못했다고도 하는데, 그는 그런 현실적인 제약을 영화적 장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강탈 장면의 삭제라는 선택을 했고, 대신 강렬한 캐릭터들 하나하나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서도 딱히 이상하다는 걸 느끼진 못할 것이다. 우린 그가 의도한대로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놀이동산에 온듯, 우린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든 영화 세상에서 영화 기구를 타며 즐기기만 하면 된다. 다방면의 다양한 대중문화 코드들과 쌈박하다 못해 웃기기까지 해 속이 시원해지는 비속어들이 반길 것이다. 굳이 깊이 해석하려 들지 말고 의아해하지 말고. 혹시 이상한 게 있으면 지체 없이 그에게 말하라. 그는 언제나 아주아주 심도 깊은 토론을 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결코 못 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안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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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타짜>

오래된 리뷰 2017. 11. 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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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최동훈 감독의 <타짜>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과는 다른 스타일로 한국 영화를 할리우드에 가깝게 한 최동훈 감독의 정점 <타짜>. ⓒCJ엔터테인먼트



2004년 <범죄의 재구성>으로 혜성같이 등장해 스타감독의 반열에 올라선 최동훈 감독. 데뷔 13년이 된 현재까지 불과 5편의 작품밖에 내놓지 않았지만 단 한 편도 흥행에서 고배를 마시지 않았다. 더욱이 최근 내놓은 두 편 <도둑들>과 <암살>이 1000만 명을 넘으며 윤제균 감독과 더불어 현재까지 유이한 2편의 1000만 이상 관객 동원 감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야구로 치면 홈런왕과 장타율 1위의 최강 거포다. 


그 흥행 이상 가는, 아니 버금 가는 작품들이었을까?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이 던진 웰메이드 충격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세련'된 영화라는 게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감히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과는 다른 스타일로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공교롭게도 한국영화 흥행에 새역사를 쓴 최근 두 작품이 그의 역량을 가장 집약시켰음에도 오히려 그의 역량이 퇴보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게끔 한다. '최동훈 스타일'은 확립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각인되었지만, 사실 데뷔작과 두 번째 작품인 <타짜>에서 이미 확립되어 있었기에 진정 긍정적 진보가 될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최동훈의 인생작이자 정점은 <타짜>이다. 


타짜 인생


도박판에서 모든 걸 잃고 나서 타짜로의 길에 들어선 고니. 그에게 타짜 인생은 무엇인가. ⓒCJ엔터테인먼트



허영만·김세영 원작, 전설의 만화 <타짜>의 존재에 최동훈 감독이 직접 각본까지 진행해 안 봐도 100% 충만한 기대감이 용솟음친다. 가구공장에서 일하며 그런저런 인생을 살아가는 고니(조승우 분)는 우연히 공장 한 편에 차려진 도박판에 낀다. 3년 모은 돈을 한 번에 날리고도 모자라 누나의 이혼 위자료도 모두 날려먹는다. 뒤늦게 모두 타짜들의 짜고 친 판이었다는 걸 알고 그 일행을 찾아 전국을 헤맨다. 


더이상 잃을 게 없는 고니, 어느 도박판에서 모든 걸 잃고 여지 없이 깽판을 치고 있던 와중 전국 최고의 타짜 평경장(백윤식 분) 눈에 띈다. 고니는 득달같이 달려가 제자로 받아들일 것을 부탁하고 타짜로의 길에 들어선다. 지방원정 중 알게된 설계자 정마담(김혜수 분), 그녀에게로 향하는 욕망과 그녀가 내뿜는 욕망에 끌려 평경장을 떠나 그녀와 함께 하게 된 고니다. 잘나가는 그들, 하지만 경찰의 단속을 피할 순 없다. 


이번에는 경찰 단속을 피하던 와중 만나게 된 소시민적 타짜 고광렬(유해진 분)과 파트너가 되어 전국을 유랑하는 고니, 우연히 술집에서 만나게 된 화란과 안정적인 삶을 꿈꾸지만 정마담이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정마담 뿐이랴? 그를 도박의 길로 들어서게 한 일당, 평경장, 정마담, 고광렬 등과 얽히고 설킨 모든 이들이 그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 것이다. 그에게 이 타짜 인생은 무엇인가. 


순간의 욕망


타짜에게 있어 '순간의 욕망'은 모든 것이다. ⓒCJ엔터테인먼트



총 4부로 구성된 만화 <타짜>의 1부인 '지리산 작두'를 영화화한 영화 <타짜>는, 만화와 같이 주인공 고니의 타짜인생을 그렸다. 정확히는 고니가 타짜의 길로 들어선 후 그의 타짜인생 1막 정도에 해당한다 할 수 있겠다. 그러하기에 이 영화에서 고니의 타짜인생은 곧 '욕망'이다. 


도박의 길에 한 번 들어서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말, 몸소 겪어봐서 잘 알고 있다. 외국에서 1년 여 살았을 때 일이 끝나면 카지노에 매일 '출근해' 블랙잭을 했다. 매일 지니고 가는 돈은 지금 생각해도 매우 큰 10만 원. 10만 원을 따던지 10만 원을 잃던지. 그러던 중 하던 일을 떼려친 직후인 연말, 하루밤새 100만 원을 잃는다. 수중에 돈이 없는 상황,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위기에 겨우 다시 일을 잡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일을 잡고 돈이 조금씩 생기니 다시 카지노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다. 마음잡고 철저한 자기관리 하에 '투 잡'으로서의 블랙잭을 다시 시작하지만, 잘 될 턱이 있나. 고니가 계속해서 파트너를 바꿔 가면서까지 전국 도박판을 유랑하는 이유가 뭔가. 누나에 대한 미안함? 돈을 향한 소유욕? 스승님의 복수? 사랑? 우정? 이 모든 게 조금씩은 투영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 '순간'이다. 수많은 종류와 이유의 욕망이 들끓는 도박판에 자리하고 있는 그 순간 말이다. 승리의 짜릿함과 황홀감, 패배의 쓰라림과 무력감, 그 모든 걸 넘어선 도박판의 흥분. 도박판이야말로 내가 진정 나일 수 있는 유일한 자리라는 느낌과 믿음의 발로다. <타짜>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즉 페이소스를 서사와 이야기와 캐릭터의 향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놓았다. 


서사와 이야기와 캐릭터


최동훈 감독의 스타일, 서사와 이야기와 캐릭터를 최우선적으로 추구한다. 그 최후의 목적은 '재미'가 아닐까. ⓒCJ엔터테인먼트



<타짜>를 보고 가장 와닿는 건 페이소스 이전의 서사와 이야기와 캐릭터의 향연이다. 서사와 이야기는 고니의 타짜인생역전으로 완성된다. 계속되는 우연의 연속으로 다른 파트너와 다른 인생을 사는 듯하지만, 또 다른 필연의 연속으로 이전의 파트너를 만나고 이전의 파트너와 관련된 이를 만나 내려가고 올라가는 일을 반복한다. 


천부적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최동훈 감독의 이야기는 보는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만하다. 마음 놓고 즐기되, 기본 이상의 질적 양적 퀄리티로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다. 그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건, 최동훈 스타일의 기반이 되는 캐릭터와 대사에 있다. 


최동훈 감독 작품들이 꽉 차 있다고 느끼는 건 기본적으로 캐릭터들의 빈틈없는 생각과 행동과 대사에 있다. 상당한 숫자의 주연급 조연들이 출연해 각자의 개성을 최대치로 발휘하며 하나같이 영화 스토리라인에 주요하게 기여하는데, 그래서 시종일관 어느 한 장면, 어느 한 캐릭터에도 집중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타짜>는 최동훈 감독의 그런 감각과 역량이 최대한으로 완벽에 가깝게 구현된 영화라 하겠다. 몇 번을 봐도 새로운 게 보이고, 몇 번을 봐도 뒤가 궁금해지고, 몇 번을 봐도 끝나는 게 아쉬운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에게서 '스티븐 킹'의 향기가 스멀스멀 나는 건, <타짜>에서 가장 압도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건 비단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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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청춘영화 계보에 '병맛' 추가요!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7. 5.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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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


<말할 수 없는 비밀>로 대표되는 대만 청춘영화 최신판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 ⓒ(주)해머픽쳐스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안다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청춘영화'의 대명사로 사랑과 음악과 시간여행과 반전이 조화를 이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어느 나라 태생인지 아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동양인 것만은 분명한데, 한국은 당연히 아니고 일본도 아니거니와 중국도 아닌 것 같다. 홍콩인 듯 태국인 듯하지만, 정답은 대만이다. 대만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 주걸륜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으니 사실 알 만도 하다. 


지난해 혜성처럼 개봉해 '왕대륙 신드롬'을 일으키며 소위 대박을 낸 <나의 소녀시대> 또한 대만에서 날아온 청춘영화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가지고 있던 대만영화 최고 흥행 스코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새로운 전설이 된 작품인데, 그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 우리 모르게 많은 대만 청춘영화들이 방문했다. 거의 매년 찾아왔는데, 그래도 이름 한 번 들어본 영화는 2, 3년에 하나 정도는 된다. 


<청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정도는 한 번쯤 들어봤음직하다. 가장 최신에 우리를 찾아온 대만 청춘영화는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라는 제목의 작품인데, <나의 소녀시대> 히로인 송운화의 데뷔작이다. <나의 소녀시대>가 대만에서 대박을 내고 한국에 상륙해 역시 대박을 내니까 비슷한 느낌의 데뷔작을 늦게나마 들여온 것이겠다. 


대만 청춘영화의 최신판 


판타지와 병맛 같은 면모 아래 의외로 슬픔이 깔려 있다. ⓒ(주)해머픽쳐스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는 진중하다 못해 진지하기까지 한 제목과는 다르게 코믹이 작품 전체를 아우른다. 나아가 판타지적인 면모도 선사하는 바, 그 면모가 '병맛'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판타지로맨스를 기본 장착하고, 그 뒤로 나온 대만 청춘영화의 면면들을 두루두루 차용한 듯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재밌었다.


리 쓰잉(송운화 분)은 부푼 기대를 안고 대학에 입학한다. 어느 날 차에 치일 뻔한 일을 당했을 때 손을 내밀어준 이 택우가 있다. 쓰잉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그를 마음에 둔다. 한편, 학교에 이상한 남학생이 있다고 한다. 비키니를 입고 배추를 들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는데,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 출몰한다. 쓰잉은 그를 두둔하고 그들은 종종 만나면서 친해진다. 


쓰잉이 일하는 카페엔 사연이 있는 듯한 사람들 투성이다. 그녀가 마음에 두고 있는,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택우와 비키니를 입고 배추를 들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는 아토우(브루스 분)를 비롯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카페사장과 여자임이 분명하지만 남자처럼 행세하는 선임 아르바이트생까지. 그 둘은 모두 말수가 적고 음침하기까지 하다. 혹시 이 네 명이 서로 얽혀 있는 게 아닐까?


쓰잉을 통해 우리는 네 명의 사연을 하나하나 들어볼 수 있다. 서로 연관이 있었지만 지금은 끊기고 앞으로도 없을 관계이지만, 조금 다르다. 중요한 건 현재 아토우가 쓰잉을 좋아한다는 것. 하지만 쓰잉의 눈은 택우를 향해 있기에, 병맛 같이 느껴지기까지 한 이들의 알콩달콩 사랑놀음은 그저 웃기기만 하진 않다. 의외로 슬픔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지나간 청춘의 시간을 되돌려 지금의 우리 앞에 놓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지나간 청춘의 시간을 불러내는 데 성공한 한국에 <나의 소녀시대>에 이어 상륙했다. ⓒ(주)해머픽쳐스



아토우가 쓰잉을 좋아하지만 쓰잉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중 짝사랑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스토리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지만 슬픔은 거기에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토우가 이상한 차림으로 다니게 된 이유에도 슬픈 사랑이 있고, 쓰잉이 좋아하는 카페 남자가 항상 그 자리에 앉는 이유에도 슬픈 사랑이 있으며, 카페 사장이 가끔 멍하게 있는 이유에도 슬픈 사랑이 있다. 심지어 선임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남자처럼 행세하는 이유에도 슬픈 사랑이 있는 것이다. 


그 하나하나, 소소하게 지나갈 청춘의 통과의례와 같은 사랑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무엇 하나 같은 사연이 없고 같은 기분이 없고 같은 아픔이 없다. 소소할지 모르고 보편적일지 모르나 각자에겐 아주 특별한 사랑의 형태다. 비록 영화에서는 '카페'라는 공간에 모여 있지만 말이다.  


이 영화,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가 대만 청춘영화의 한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나간 청춘의 시간을 되돌려 지금의 우리 앞에 놓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이미 청춘의 시간을 받아들인 바 있는 우리는, 그 시간의 다양한 변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비록 여러 사정으로 이 영화가 큰 인기를 끌 것 같진 않지만, 적어도 본 사람이라면 실망을 하진 않을 것이다. 대만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어느 부분을 건드린다. 아마도 청춘하면 가장 먼저 생각 날 '첫사랑'이 가장 큰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런저런 해석과 영화의 재미


청춘의 시간에 대한 이런저런 해석을 달 수 있지만, 그저 보기만 해도 충분하다. 재밌다. ⓒ(주)해머픽쳐스



한편으론 '청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과거로 눈을 돌린다는 건, 그것이 역사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려 하는 노력이 아닌 이상 도피 성격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영화라는 콘텐츠 성격상 있는 그대로의 청춘을 보여주진 못할 것이다. 어느 부분을 극대화시켜 보여주려 함이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대만 청춘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또 많은 인기를 끄는 이유에는 현재의 척박함이 반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그런 영화들이 한국에도 건너와 어김 없이 많은 관심을 받는 것도 그런 이유의 한 면이다. 그런 모습이 슬플 것까진 없지만 씁쓸하게 다가온다. 


물론 이런저런 해석 없이 그저 보고 재밌으면 그만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지극히 현실에 발을 디딛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황당하기 그지 없는 판타지적 성격을 보이기도 한다. 위에서 '병맛'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말이다. 그게 B급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 의도했다면 충분히 제 몫을 다한 것 같다. 몇몇 장면은 로맨틱하게 다가오기도 하는 바,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듯하다. 


이참에 명품 청춘영화들 몇 편을 다시 찾아 봐야겠다. 어느 것은 슬프고 어느 것은 아련하고 어느 것은 아름다울 것이다. 이 영화는 어느 편에 속하게 될까? 아마 새로운 챕터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결코 '명품'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기억에 남는 영화일 듯하다. 그 기억에는 언제나 웃음이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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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져 있는 작은 힘들이 모여 소소한 혁명을 일으킨다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7. 2.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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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


<족구왕>의 히트로 <걷기왕>이 개봉했는데, 이젠 <장기왕>까지 나왔다. 독립영화계의 한 지류를 담당하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과연? ⓒ하준사


2014년 <족구왕>의 성공으로 2016년 <걷기왕>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다. 그리고 2017년 초 급기야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이상 '장기왕')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했는데, 독립영화계의 한 축을 이루는 듯하다. 비단 제목뿐만 아니라, 제목에서 풍겨져 나오는 코미디 요소를 듬뿍 품은 공통점이 있다. 또한 이들은 우중충하고 직설적으로 사회 고발을 하는 기존의 독립 영화와 다른 면모를 선보인다.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장기'와 '가락시장'과 '레볼루션'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나열이 이 영화의 제목을 이루는데, 아마 그대로 영화를 구성할 듯하다. 아마 주인공은 장기를 엄청나게 잘 둘 것이고, 배경은 가락시장일 것이며, 일상의 소소한 혁명을 이루며 끝날 것이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데엔 일단 성공, 끝까지 잘 이어나갈 수 있을까?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좋은 영화인듯


가락시장에서 장기왕을 꿈꾸는 한 젊은이로부터 시작해 여러 파편화된 이야기들이 나열된다. 각자의 피곤한 이야기들이 있다. 잘 만든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좋은 영화인듯? ⓒ하준사



내년이면 서른인 두수는 가락시장에서 일한다. 밤 12시에 출근해 다음날 아침 10시에 출근하는 고된 일이지만, 이 시대에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어디냐 하는 고마움과 왠만한 중소기업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체 게바라의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는 명언을 간직하고 있다. 


두수가 일하는 청과물 가게의 사장이 어느 날 가게에서 내기 장기를 두고 있었다. 훈수를 두는 두수, 이를 고깝게 본 사장은 두수와 장기 한 판을 둔다. 손쉽게 사장을 이겨버린 두수, 이때부터 두수의 장기왕 레이스가 시작된다. 가락동 일대를 제압, 탑골공원에 진출한다. 그는 불가능한 꿈을 장기로 이룰 수 있을까.


한편 그에겐 누나가 한 명 있다. 힘들게 일하고 매일 같이 성추행을 당하지만 이도저도 할 수 없는... 그에겐 친한 친구도 한 명 있다. 배우지망생으로 열심히 데뷔를 준비하지만 여의치 않아 중국집 배달을 하고 있는... 그에겐 짝사랑하던 첫사랑 친구도 있다. 캐나다로 이민을 갔지만 휴가로 한국에 와서 노숙자들을 돕고 있다는... 이 불완전한 청춘들은 한데 뭉쳐 꿈을 이루려 한다. 


두서가 없는듯 이야기들이 파편화되어 여기저기 흩어진듯, 그렇지만 '장기'라는 소재를 끝까지 밀고나가며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들추려는 노력이 예쁘다. 엄밀히 말해서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좋은' 영화인 것 맞다. 잘 만들지도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영화가 많은데,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매력적이다. 


흩어져 있는 작은 힘들이 모여 소소한 혁명을 일으킨다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티끌 모아 태산?' 다만, 극을 잘 이끌어나가지 못하는 것뿐. 그래도 가능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하준사



'장기'는 바둑이나 체스, 하다 못해 오목보다도 더 비주류의 보드게임이다. 당연히 더 비활성화가 되어 있고, 손쉽게 다가가기도 힘들며, 주위에서 흔히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장기'를 주요 소재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창 잘 나가는 바둑을 소재로 차용해 '바둑왕'이라 했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었을 텐데 말이다. 


장기가 가진 비주류적이고 소외된 이미지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가락시장이라는, 젊은이라면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을 곳에서 일하는 주인공 두수. 회사에서의 상사에 의한 추행이라는, 어디 가서 말을 꺼낼 수조차 없는 짓을 당하지만 회사를 다닌다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주인공의 누나 두희. 언젠가 반드시 영화에 출현해 배우로 성공하고자 하지만, 현실은 중국집 배달원인 주인공의 친구 낙훈. 소외당하고 보호받지도 못할 노숙자들을 데리고 연극을 준비하려는 주인공의 여자친구 민주. 그리고 그들이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돕고자 하는 노숙자들까지. 


공통적으로 '소외'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이들끼리 뭉쳐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주인공이 '장기'로 여는 것이다. 이 영화의 핵심적 메타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사실 적절하게 쓰인 것 같진 않다. 영화 초반에 흥미로운 소재로 등장해 시선을 끄는 데 성공한 장기는, 후반부엔 그 빛을 급격히 잃는다. 대신 주인공의 여자친구 민주의 급작스러운 등장과 함께, 역시 급작스러운 등장인물들의 결합이 장기를 대신해 '레볼루션'을 향해 간다. 장기보단 연극이 더 좋았을 것 같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해 보인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작은 힘들이 모여 소소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 것이다. 그 구심점이자 소재로 장기를 택한 것이고. 하지만 그 연결고리가 그리 매끄럽지는 않았다. 영화 <족구왕>이 준 스토리적 감동을 주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는 말이다. 러닝타임이 90분이 채 되지 않는데, 연결고리에 시간을 더 할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면 등장인물들의 흩어진 이야기들을 조금 더 빨리 주워담았으면 어땠을까. 


감동 대신 재미, 감동 대신 씁쓸함


분명 감동을 추구했을 텐데, 감동이 없다. 아니 애초에 감동이 없을 수도 있었겠다. 대신 재미가 있고, 씁쓸함이 있다. 매력도 있고. ⓒ하준사



감동을 받을 만한 주제임에도 감동을 받을 만한 여지가 별로 없었다. 이젠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흩뿌려 놓았을 뿐이기 때문인데, 대신 적정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순 있었다. 그건 순수하게 연기에서 비롯된 바, 특히 주인공 두수와 주인공의 친구 낙훈의 천연덕스러움은 발군이었다. 이 시대가 낳은 불행한 청춘들의 상징과도 같은 그들이지만, 주눅들지 않고 한껏 유쾌함을 발산하는 모습에 슬픈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애드리브가 상당했을 것 같다. 


얼핏 어설퍼 보이지만 능력껏 발휘한 영화적 스킬도 재미의 한 요소였다. 기본적으로 장기두는 모습이 상당히 나오기 때문에 그 모습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데, 만화 <고스트 바둑왕>의 장면들이 연상케 했다. 오마주이자 패러디인듯, 귀엽게까지 느껴져 영화를 매력있게 보이는 데 한몫했다. 


어쩌면 애초에 감동을 느낄 수 없는 영화였을지 모른다. 그들의 소소한 혁명이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바꾸기는커녕 현실의 높은 벽에 가로막혀 처절한 좌절을 겪지 않으면 다행이겠다. 그래서, 두수는 가락시장을 벗어났을까? 두희는 회사를 잘 다니고 있을까? 낙훈은 영화배우가 되었을까? 민주와 노숙자들은?


과연 바뀐 게 있을지? 그들의 소소한 혁명은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었을지? 물론 최소한의 변화는 있을 것이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변화에서 감동을 받는다. 내 인생에서 결코 오지 않을 크나큰 변화를 말이다. 이 영화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소소한 변화조차 꿈꾸기 힘든 세상이라고, 그 정도로도 위대한 진척이라고. 그들의 코믹한 모습을 보니 왠지 더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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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말을 빌려 50년의 기행적 소설 쓰기를 해명하다 <모나드의 영역>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7. 1.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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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쓰이 아스타카의 <모나드의 영역>


소설 <모나드의 영역> 표지 ⓒ은행나무



독자가 책을 접할 때 출판사의 홍보 마케팅 전략 바깥에 있기는 결코 쉽지 않다. 어떤 상품이 그러지 않겠냐마는 책은 다르다. '책'이라는 단일 상품군 안에 샐 수 없이 많은 상품이 존재하는 것이다. 특별한 상품이자 특별한 사업 생태계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거기엔 정녕 수많은 '최고'들이 존재한다. 


'책', 그 중에서도 '소설'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읽을 거리와 각종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정보는 주지 못하고 읽는 데에 방점을 둔 '소설'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에서 '일본 소설'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북유럽 소설의 인기가 수직 상승 중이지만 한계가 분명한 반면, 일본 소설은 꾸준히 인기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등은 그들의 거의 모든 소설이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일본 소설만이 갖는 정서가 작금의 한국 독자에게 잘 들어맞는 것 같다. 일본 SF 거장 '쓰쓰이 야스타카'의 소설도 그 성격에 비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SF적 상상력에 기반한 블랙유머와 넌센스는 얼핏 난해하지만, 인간사회에 대한 지극한 관심이 내포되어 있다. 


쓰쓰이 야스타카는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유명한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파프리카>의 원작자로 유명한데, 80세가 훌쩍 넘은 고령임에도 장편소설을 써냈다. 제목도 다분히 쓰쓰이스러운 <모나드의 영역>(은행나무). 마지막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쓰쓰이 야스타카의 50년 작품 세계의 집대성'이라는 홍보문구가 눈에 띈다. 


쓰쓰이 야스타카만의 진지하지만 기상천외한 상상력


개인적으로 쓰쓰이의 작품을 매우 오랜만에 접하는 바, 이번에도 그 특유의 진지하지만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발휘했을지 기대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숙하게 발휘했다고 할 수 있겠다. 미스터리와 SF의 결합, 그리고 인간 세계를 재조명하는 각종 지식들의 총집합이 자못 흥미롭게 진행된다. 


어느 날 강변 둔치에서 발견된 여성의 한쪽 팔, 수사를 맡은 꽃미남 형사 신이치는 '아주 커다란 어떤 사태의 시작처럼 느껴진다는' 상사의 말에 조심히 수사를 한다. 한편 역 앞 로터리 상가에 위치한 빵집 두 곳 중 하나 '아트베이커리', 미대생 알바를 둔 덕분에 평소 동물 모양의 빵을 팔고 있다. 갑자기 휴가를 신청하는 알바 둘, 자기들보다 실력이 더 좋은 친구를 알아봐뒀다고 호언장담한다. 


실력이 더 좋다는 친구 구리모토, 어딘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과연 실력은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여성의 한쪽 팔과 똑같은 모양의 빵을 만든 게 아닌가? 자기도 모르게 만들었다는 그, 그 와중에 단골 손님인 미대 유이노 교수가 그 빵을 본다. 그 정교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는 칼럼에 개재한다. 곧 팔 모양 빵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고 방송도 탄다. 


구리모토 때문에 잘리게 된 알바 둘과 망하게 생긴 맞은 편 빵집 주인은 이 상황을 보고, 그 빵 모양이 강변 둔치에서 발견된 여성의 한쪽 팔과 완전히 똑같다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 신이치는 빵집으로 향하지만, 구리모토는 찾을 수 없고 어딘지 이상한 미대 유이노 교수를 만나게 된다. 곧 유이노 교수는 공원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영문을 알 수 없는 행동을 거듭하는데...


'신'의 말을 빌려 해명하는 쓰쓰이의 50년 기행적 소설 쓰기


소설은 여느 추리소설처럼 흥미롭게 시작된다. 여성의 한쪽 팔에 이어 한쪽 다리까지 발견된 상황, 그런데 그와 똑같이 생긴 빵을 만드는 빵집이 있다? 그 와중에 기이한 행동으로 의심을 받고 또 사람들의 이목도 끄는 미대 학생 구리모토와 미대 교수 유이노까지. 다 갖춰진 느낌이다. 그런데 사건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지점에서 쓰쓰이 야스타카만의 상상력이 빛을 발한다. 진지하지만 기상천외한, 즉 일상생활을 파괴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아니 일상생활은 그대로 둔 채 그를 둘러싸고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지극히 마니아적이라고 하겠는데, 그만의 세계가 하나뿐이 아니고 참으로 다채로워 그 층위가 높고 넓다. 


단도직입적으로 소설은 '신의 강림'이라는 소재를 주요 위치에 두었다. 신은 세상의 비밀을 무참히 폭로한다. 그 방법은 다분히 인간적인데, 마지막 장편 소설까지 참 쓰쓰이답다. 상해죄라는 죄목으로 법정에 끌려나온 'GOD', 신은 인간의 말을 빌려 신과 인간세계를 말하고, 그 말들은 조목조목 쓰쓰이가 지난 50년 동안 계속 해온 기행적인(?) 소설 쓰기의 변명 또는 해명처럼 들린다. 그 중심에는 '다중우주'가 있다. 


말인즉슨,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 수많은 '가능세계'가 존재하고, 그 각각이 각각의 세계로 존재하며, 신은 이 세계의 근본 원리인 '모나드'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신은 모든 것들을 '사랑'함으로. 신은 쓰쓰이 야스타카의 현현이다. 쓰쓰이가 만든 확고한 세계, 참으로 다양한 그 확고한 세계. 그는 '다중우주' 또는 '다중세계'를 문학 세계 전체에 걸쳐 만들어냈지만, 작품마다 소재로 종종 써 왔다. 그는 '작품의 조물주가 신'이라는 명제를 가장 잘 구현해냈다. 


소설의 '읽는 재미'를 완벽하게 느낄 수 있는 소설


이 소설을 진정 '집대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바로 이 점에 있다. 작가가 신이라는 개체의 목소리를 빌려 자신의 문학 세계를 돌아보고 또 인간 세계를 다시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굳이 '소설'이라는 장르를 빌리지 않고 훨씬 더 잘 표현해낼 수 있었겠지만, 그가 굳이 소설을 이용한 건 그가 다른 누구도 아닌 쓰쓰이 야스타카이기 때문이다. 


초를 치는 것 같지만 말해두지 않을 수 있다. 흥미를 끄는 초반의 사건, 그러곤 갑자기 신이 강림하는 그 연계점이 상당히 부실해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후반부에서 이를 신다운 명철함으로 훌륭히 봉합하지만, 그때까지 꺼림칙함을 벗어버릴 수 없을 거다. 이 또한 그의 대단함으로 치환할 수 있는 바, 이밖에도 여러 점들이 눈에 띄어 상당히 괴롭히지만 우리는 그가 가리키는 달을 보고 있지 달을 가리키는 손을 보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 알면서도 여유작작하게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작가다. 


'이 소설을 보고 쓰쓰이의 전작들에 눈길이 갈까?' 하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는데, 그리 가능성이 높진 않은 것 같다. 적어도 이 소설 자체로만 본다면 말이다.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실망으로 다가올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열광할 부분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우린 이 얇은 소설에서 천재적인 상상력이 선사하는 인류적 반전을 맛볼 수 있을 테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선사했던 따뜻함의 업그레이드 버젼을 받을 수 있을 테며, 일본 소설의 한 축을 단 번에 흡수하는 황홀감을 얻을 수 있을 테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무너져 가는 '소설'의 자존심인 '읽는 재미'를 완벽하게 느낄 수 있을 게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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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다중 우주, 모나드의 영역, 반전, 상상력,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신, 쓰쓰이 야스타카, 재미, 집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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