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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쓸데없는 말이 넘치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침묵 [영화 리뷰] 오즈 야스지로는 일본을 대표하는 굴지의 감독 중 하나다. 20세기 전반부에 활동했으나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까지 도달했으니, 2024년 말에 이 수십 년 만에 국내 최초 극장 개봉으로 화제를 모았다.그리고 그의 또 다른 걸작 가 우리를 찾아왔다. 1932년 무성 영화 의 리메이크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2000년대 이후 특별전을 통해서만 소개되었으니 극장 개봉은 최초다. 일찍이 윤가은 감독의 인생 영화로 명성을 떨쳤고 김초희 감독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져 있다.1959년에 제작된 만큼 장장 70년 가까이 지난 작품이지만, 유성 컬러이기에 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오즈 야스지로 감독 특유의 완벽주의가 최대치로 발현되어 불.. 더보기
할리우드 톱스타에게 불어 닥친 중년의 위기 혹은 필연적 회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족히 수십 년간 할리우드 톱배우의 위치를 사수해 온 제이 켈리. 그는 쉼 없이 이어지는 촬영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다음 영화 촬영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게 버릇이 될 정도, 그때마다 헌신적인 매니저이자 친구 론이 어르고 달랜다. 그러던 중 그를 데뷔시켜 준 피터 슈나이더 감독이 별세한다.장례식에서 우연히 마주친 옛 친구, 티모시와 술 한잔을 기울이는 켈리. 옛이야기로 잘 흘러가다가 끝이 좋지 못해 싸우기까지 한다. 티모시가 켈리의 딸 데이지와 페이스북 친구인데, 그녀가 아빠를 두고 ‘빈 그릇’이라고 말했다며 “네 안에 사람이 있긴 해? 아마 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어.”라는 식으로 시비를 건다.이튿날 켈리는 차기작 미팅에 참여하지 않고 난데없이 유럽에 가겠다고 한다... 더보기
크고, 대담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잊히지 않는 여행의 초대 [영화 리뷰] 데이비드는 지인의 결혼식에 가려는데 자동차가 불법주차되어 당장 사용할 수 없다. 하여 렌터카를 찾았는데 어딘가 수상해 보인다. 그는 특이한 내비게이션이 달린 1994년형 새턴 SL을 렌트한다. 그렇게 향한 결혼식에서 우연히 사라와 만난다. 결혼식 이후 우연히 다시 만난 둘은 운명처럼 데이비드의 차를 타고 함께 여행 아닌 여행을 떠난다. 이상한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그들이 다다른 곳에는 '문'이 하나 덩그러니 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완전히 다른 세상, 그러니까 데이비드 혹은 사라의 지나간 옛 시절의 한때에 가 있다. 그곳의 사람들은 그때 그 시절 그대로이고, 데이비드 혹은 사라를 그때 그 시절로 인식한다. 신비로운 체험.그들은 그와 같은 체험, 기억을 온전히 따라가는 체험을.. 더보기
관계의 부재가 관계를 진정으로 깨닫게 하는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뉴욕의 집에 모인 세 자매 케이티, 레이철, 크리스티나. 아버지 빈센트의 임종이 가까워졌다는 말을 들은 터였다. 하여 사실상 처음으로 함께 기거하게 되었다. 케이티와 레이철은 빈센트의 첫 부인 자식들이고, 사별 후 재혼한 두 번째 부인의 자식이 크리스티나였던 것이다. 그 때문인지 케이티와 크리스티나는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아 보인다. 병원이 아닌 집에서 호스피스를 하기로 선택했기에 호스피스 간병인 앤젤과 미라벨라가 매일 와서 보기로 한다. 앤젤이 말하길 곧 돌아가실 듯하나 언제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케이티는 근처 브루클린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핑계로 아버지를 잘 들여다보지 못했고 크리스티나는 너무 먼 곳에서 살고 있어 잘 오지 못했다. 반면 레이철은 대마초.. 더보기
나만의 세계를 당신에게 소개하는 어려움에 대해 [영화 리뷰]   미국 오리건주 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열댓 명 남짓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프랜, 그녀는 서류 작업 하나는 기막히게 해낸다. 하지만 다른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하는 시답잖은 이야기에 끼지 못한 채 눈치만 보곤 한다. 굳이 끼고 싶어 하진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대신 그녀는 창문 밖을 바라보며 남모를 은밀한 상상에 빠지곤 한다.아무도 없는 곳, 이를테면 바닷가나 숲 속 또는 집이나 텅 빈 사무실에서 홀로 있는 상상이다. 그것도 죽어 있는 모습을 말이다. 그런데 우울해 보인다기보다 오히려 굉장히 편안해 보인다. 신기하게 생기가 도는 것 같기도 하다. 죽음을 상상하는 모습이나 상상 속 죽어 있는 모습 모두 말이다. 그런데 그녀의 일상을 뒤흔드는 이가 나타난다.정년퇴임을 하게 된 캐롤의 후임으로 온.. 더보기
일찍이 본 적 없는 섹시하고 농염하고 화려한 15세 영화 [신작 영화 리뷰]  아트 도널드슨은 유명 테니스 선수로 US오픈만 제외하곤 다른 그랜드 슬램 대회를 모두 석권한 슈퍼스타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의 아내이자 코치 타시 덩컨이 제안 하나를 한다. 자신감을 회복하고자 소규모 챌린저스 대회에 출전해 보란 듯이 우승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뉴욕의 뉴로셀 챌린저스 대회에 참여하는 아트, 그런데 그 대회에 하필 패트릭 즈바이크가 출전한 게 아닌가?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비록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선수에 불과하지만 십수 년 전에 아트와 함께 주니어 US오픈 복식 우승을 달성하고 아트와 맞붙어 단식 우승도 달성했던 (걸로 예상되는) 초특급 영재 출신이다. 아트와 패트릭은 12살 때 테니스를 함께 시작해 18살 때 주니어 US오.. 더보기
1960년대 미국의 빙퉁그러진 자화상을 그린 식상한 웰메이드 [신작 영화 리뷰]   1960년대 미국, 정치부 기자 출신 셀린과 간호사 출신 앨리스는 회계사 남편과 약사 남편을 두고 동갑내기 아들 맥스와 테오를 키우고 있다. 그들 가족은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지간으로 각별히 가깝게 지내고 있다. 와중에 앨리스는 다시 정치부 기자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진다.셀린이 집안일을 하고 있던 사이 맥스가 지붕에 올랐다가 떨어져 죽고만 것이다. 사고 전 맥스의 마지막을 본 유일한 이는 다음 아닌 앨리스였다. 사고의 충격으로 셀린은 큰 충격에 빠지고 앨리스를 멀리 했다가 한 달여 후 정신을 차린 듯 돌아온다. 하지만 테오가 땅콩버터 쿠키를 먹어 알레르기 반응으로 죽었다 살아나고 앨리스의 시어머니가 약을 제때 먹지 않아 심장마비로 죽는 등의 일이 .. 더보기
관계가 이어지는 인연은 곧 삶을 지속한다는 것 [신작 영화 리뷰] 24년 전 서울, 12살 동갑내기 단짝친구 문나영과 정해성은 서로를 향한 감정을 키워가던 중 어쩔 수 없이 헤어진다. 나영네 가족이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지 못한 채 헤어졌고 그렇게 연락이 끊긴다. 이후 12년의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고 그들은 재회한다. 해성이 오랫동안 페이스북으로 나영을 찾고 있었는데 당연히 찾을 수 없었다. 나영이 노라로 이름을 바꿔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노라가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해성에게 연락이 닿아 스카이프 영상통화를 시작한다. 이후 밤낮없이 영상통화를 이어가는 둘. 하지만 비대면이 아닌 대면하기 힘듦에 지쳐 각자의 삶을 살기로 하고 연락을 끊는다. 노라는 아서와 만나고 해성도 다른 여성과 만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