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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관계가 이어지는 인연은 곧 삶을 지속한다는 것 [신작 영화 리뷰] 24년 전 서울, 12살 동갑내기 단짝친구 문나영과 정해성은 서로를 향한 감정을 키워가던 중 어쩔 수 없이 헤어진다. 나영네 가족이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지 못한 채 헤어졌고 그렇게 연락이 끊긴다. 이후 12년의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고 그들은 재회한다. 해성이 오랫동안 페이스북으로 나영을 찾고 있었는데 당연히 찾을 수 없었다. 나영이 노라로 이름을 바꿔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노라가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해성에게 연락이 닿아 스카이프 영상통화를 시작한다. 이후 밤낮없이 영상통화를 이어가는 둘. 하지만 비대면이 아닌 대면하기 힘듦에 지쳐 각자의 삶을 살기로 하고 연락을 끊는다. 노라는 아서와 만나고 해성도 다른 여성과 만난다.. 더보기
부유하고 침입하는 현대인을 괴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신작 영화 리뷰] 기홍은 목수로 일한다. 나이는 30대 중후반쯤으로 보이고 회사를 때려치운 지 2년밖에 안 되지만 벌써 사람도 부리며 돈도 하루에 40만 원씩 번다. 친구를 만나 비싼 식사도 척척 사줄 정도는 된다. 집도 좋다. 경기도 과천 외곽에 멋들어진 집에 세 들어 사는데 집 구조도 특이하고 집 근처 풍광은 감탄이 들며 심지어 집주인도 좋다. 그런데 기홍은 그의 말마따나 '노가다 중 그나마 엘리트'인 인테리어 목수다.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되었으니 아는 건 별로 없고 약간의 기술과 많은 장비가 있다. 친구 한 명을 부린다.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자세히 모르는 친구한테는 허세를 부리기 일쑤다. 세 들어 사는 집을 마치 자기 집인 양 떠들어 대기도 한다. 덥수룩한 수.. 더보기
그녀는 왜 비닐하우스에서 살며 자신의 뺨을 때리는가 [신작 영화 리뷰] 문정은 비닐하우스에서 기거하며 소년원에 가 있는 아들과 함께 사는 날을 꿈꾼다. 은퇴한 시각장애인 교수 태강네로 출근하며 요양보호사로 치매를 앓는 그의 아내 화옥을 돌보는 일을 한다. 문정은 비닐하우스에선 자신의 뺨을 때리는 행위를 하염없이 이어가는 반면, 태강네 집에선 두 노인을 돌보며 태강한테서 자동차도 빌리곤 한다. 한편 문정은 자조 모임에 참석하는데 그곳에서 순남과 친해진다. 순남은 3급 장애인으로 지정 보호자의 도움으로 살고 있는데 차마 말 못 할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 문정이 그녀에게 무심코 말한, 도망치지 말고 해결해 보라는 한마디에 순남은 바뀌려고 노력하면서 문정에게 의지한다. 하지만 문정은 순남을 돌볼 여유가 없다. 문정은 순남이 귀찮아진다. 어느 날, 태강이 오랜만.. 더보기
"잘 지내?" "응, 잘 지내"의 대화에서 빚어지는 인생 <컨버세이션> [신작 영화 리뷰] 은영, 명숙, 다혜가 오랜만에 은영네 모였다. 이런저런 말이 오가는 와중 대화의 주제는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이다. 그들은 예전 파리에서 함께 유학을 했더랬다. 지금은 은영만 결혼해 아기를 낳았고 명숙과 다혜는 솔로다. 그럼에도 대화는 구심점 없이 겉도는 것 같다. 이후 시공간이 달라져, 은영이 파리로 떠날 때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 안의 대화, 파리에서 은영과 다혜의 대화가 등이 이어진다. 승진, 필재, 대명이 대명네 모여 놀고 먹고 마시고 있다. 승진과 필재는 대명의 친한 동생들로 처음 만났다. 서로를 향해 위세를 부리는 건지, 재밌어 하는 건지, 관심이 많은 건지, 티격태격하는 듯 티키타카가 잘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전에 결혼하고 아이도 낳은 승진과 필재의 대화가 있고, 이후 .. 더보기
그들은 왜 영화 '필름'에 집착했을까 <원 세컨드> [신작 영화 리뷰] 지난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서 개·폐회식 총연출을 맡았던 장이머우 감독은 이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개·폐회식 총연출을 맡았다. 14년 전에는 웅장하게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섬세하게 표현했다. 중국의 기조가 변했는지 장이머우의 기조가 변했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올해 개막식에서 중국 내 소수민족의 단결을 강조한 걸 보면 표현 방식만 다를 뿐 중국 우월주의 또는 애국주의로의 길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단단해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가 하면, 장이머우는 2010년대 들어 '문화대혁명' 시기를 다룬 이야기들을 다수 만들고 있다. 등이다. 물론, 그 사이사이 같은 애국주의 물씬 풍기는 영화들도 내놓았다. 이 두 집단 영화들의 기조는 다른 듯하지만 같은 곳을 향한다. 바.. 더보기
섬세하고 내밀하게 그려 낸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이야기 <폭포>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당연한 듯 쪼그라든 국내 영화계, 대만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그 와중에 넷플릭스가 앞장 서(?) 유수의 대만 영화들을 전 세계에 소개했는데 상당히 괜찮은 작품들만 포진되어 있다. 2019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걸로 기억하는데, 당해에 가 있었고 2020년엔 이 있었으며 2021년엔 가 있었다. 모두 대만 영화 특유의 독특한 맛을 한껏 드러내 보이면서도 우리나라의 보편적 정서와 비슷한 결을 선보이기도 했으니, 계속해서 꾸준히 소개되고 또 인기를 끌 만하다. 그런 가운데 2022년 올해에도 어김없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찾아온 대만 영화가 있으니 중멍훙 감독의 다. 베니스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되었고 제94회 아카데미 시.. 더보기
이 영화가 위대한 발견을 그리는 법 <더 디그>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의 서퍽 주 입스위치, 젊은 미망인 이디스 프리티는 어린 아들 로버트와 함께 대저택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사유지에 있는 둔덕 아래에 뭔가 있을 거란 확실한 느낌을 갖고, 고고학자이지만 스스로를 발굴가라고 소개하는 배질 브라운을 고용한다. 그는 비록 정식교육을 받진 못했지만 선대부터 살아온 서퍽을 꿰고 있으며 독학으로 지독하게 쌓아올린 지식과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현장에서 쌓아올린 경험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전쟁 준비로 모조리 불려가는 와중에, 적은 인력과 비용과 시간 속에서 작업에 뛰어든 배질은 머지않아 큰 발견이 될 전초를 발굴한다. 다름 아닌 배를 발굴해 낸 것, 곧 입스위치 박물관과 대영 박물관에서 달라 붙는다. 박물관 측.. 더보기
경이로운 야생동물 '문어'와의 특별한 교감이 선물하는 감동! <나의 문어 선생님>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 케이프 주, 남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아프리카 끝자락 해변가에 영화감독 크레이그 포스터가 기거한다. 그곳은 '폭풍의 곶' 또는 '희망봉'으로 유명한데, 포스터의 어린 시절은 그곳의 기억으로 점철되어 있다. 바다 그리고 물과 친숙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특히 다시마숲에서의 생활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하지만, 커서는 그 생활과 멀어졌다.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며 처음에는 덤덤하게 지내다가 20년 전 아프리카 남서쪽 칼라하리 사막에서 심경의 변화를 느낀다. 최고의 사냥꾼들을 촬영하며, 그들이 자연과 치밀하게 공조하며 자연의 경이롭고 미묘한 징후를 포착하는 모습을 지켜 보게 된 것이다. 자연 안에서 사는 놀라운 광경, 이후 2년간 힘들어하고, 근본적인..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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