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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그에게 교도소는 아버지이자 스승이자 통과의례였다 [영화 리뷰]   10대 때 기억이라곤 소년원을 들락거린 기억밖에 없는 19살 말리크는 성인이 되자마자 6년 형을 받아 감옥에 갇힌다. 아랍계 프랑스인, 부모님은커녕 영치금 넣어줄 사람도 없는 외톨이,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로 모르는 문맹, 할 줄 아는 거라곤 도둑질뿐. 그런 말리크에게 교도소 내 절대 강자 세자르가 접근한다. 그는 코르시카 범죄조직의 두목이다.세자르는 이감해 온 아랍인 레예브를 죽여야 했는데 연루될 수 없으니 대행자를 찾는다. 그게 말리크다. 말리크는 저항하지만 굴복하고 결국 살인을 실행에 옮긴다. 이후부터 세자르 조직이 그의 뒤를 봐주며 그에게 말과 글도 가르치는 한편 교도소 안의 생리를 알려주고 외출을 시켜 교도소 밖에서 심부름도 시킨다. 한편 말리크에게 종종 레예브의 환영이 찾아온.. 더보기
"중요한 건 이기는 것뿐이야, 그게 전부야" [영화 리뷰]   1970년대 미국 뉴욕, 30대의 도널드 트럼프는 아버지가 이끄는 부동산 개발 기업인 트럼프 그룹에서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세입자들에게 밀린 집세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 그마저도 쉽지 않다. 돈이나 제대로 받으면 괜찮다고 할 정도다. 그런 한편 그는 사교 클럽을 드나들며 성공의 물꼬를 트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로이 콘의 눈에 띈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정재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악마의 변호사‘였다. 도널드는 마침 진행 중이던 재판의 변호사로 그를 고용해 기어코 이긴다. 이후 도널드는 로이를 전속 변호사로 데려오고 로이는 도널드의 인생 멘토가 된다. 도널드의 수습생 시절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 더보기
내놓은 손자가 시한부 할머니를 극진히 보살피게 된 속내 [영화 리뷰]   '엠'은 어릴 적 반에서 1등도 할 만큼 똑똑했지만 청년이 된 지금은 학교를 때려치우고 집에서 게임 방송을 하고 있다. 엄마한테 잘될 거라 큰소리를 쳤지만 시청자수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에겐 깐깐한 외할머니가 있는데 청명절에 다쳐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가 대장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의사의 말로는 1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 한편 엠은 친할아버지를 지극정성 보살피는 손녀 '무이'의 연락을 받고 찾아갔는데 그 자리에서 돌아가신다. 친할아버지의 유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을 자식들이 아닌 손녀 무이가 받는다. 무이는 고소득을 얻는 일이라고 자평하고 엠은 그 방법을 외할머니한테 써먹으려 한다. 앞으로 1년 동안 외할머니를 찾아가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척'을 하려는.. 더보기
잊힌 청소년기의 기억을 기록으로 되살린 이유 [영화 리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살면서 태반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 많은 걸 다 기억하고 있다면 미쳐버릴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고 또 이왕이면 기억했으면 하는 행복한 순간들도 있다. 나쁜 기억들도 당연히 태반이 기억에서 사라질 텐데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는 순간들도 있을 테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기록이다. 글, 사진, 영상 등으로 그 순간을 남기는 행위다.물론 기록을 남기는 게 항상 기억에 도움을 주진 않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기억을 취사 선택하는 것처럼 기록은 그 자체로 이미 취사 선택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을 떠올리게 도와줄 뿐 기록에 의존해 기록이 곧 기억인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될 테다. 기억은 조작'될' 가능성이 농후.. 더보기
12세 그녀가 어른아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지독한 이유 [영화 리뷰]   뭇남자들에 의해 서로 떨어지는, 정확히 말해 아빠와 딸이 서로 떨어지는 중에 집이 떠나가라 서로를 애타게 부르짖는다. 그렇게 아빠는 집 밖으로 끌려가고 딸은 집에 혼자 남는다. 곧이어 딸은 어딘가로 향한다. 그곳은 보호센터, 그리고 그녀의 이름은 달바, 나이는 12세다. 그런데 12살에 불과한 달바는 굉장히 성숙해 보인다. 묶어 올린 머리, 짙은 화장, 큰 귀걸이, 몸매가 드러나는 옷차림 때문일까.알고 보니 달바의 부모는 이혼한 후 달바의 양육권을 나눠 가졌는데 남편이 달바를 납치해 달아났고 달바에게 부녀 관계 아닌 연인 관계의 가스라이팅을 시전했던 것이다. 즉 달바는 아빠한테 근친상간을 당해 왔지만 알바는 부녀 관계는 원래 그런 식이라고 학습받았기에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그러니 .. 더보기
수학에 미친 그녀가 수학 밖으로 나갔을 때 얻은 것들 [신작 영화 리뷰]   파리사범학교의 '수학 천재' 대학원생 마거리트, 그녀는 후줄근한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며 항상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오직 수학, 수학, 수학뿐이다. 얼마나 대단하면 교지에서 인터뷰 취재가 나올 정도다. 그녀가 요즘, 아니 평생 연구하고 있는 건 '골드바흐의 추측(1을 소수로 간주했을 때 2보다 큰 모든 정수는 세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로 20세기 수학계 최대 난제로 손꼽힌다.마거리트의 지도교수 베르네르 또한 평생을 골드바흐 추측 연구에 바쳤다. 그들은 드디어 골드바흐 추측 증명의 중간단계에 접어들었다. 유서 깊은 로잔 세미나에서 마거리트가 발표하기로 했다. 순조롭게 이어가는 세미나, 하지만 막바지에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온 베르네르의 또 다른 제자 루카의 .. 더보기
수그리고 안온할 것이냐 저항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신작 영화 리뷰]   시저가 모든 걸 희생하며 유인원 동족을 지켜낸 후 수 세대가 흐른다. 극소수의 퇴화한 인간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유인원이 따로 또 같이 살아가고 있다. 유인원의 일명 '독수리 부족'은 마을을 형성해 살아가고 있는데 족장의 아들인 노아가 결속 의식을 위해 산꼭대기 독수리 둥지에 올라 알 하나를 가져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알이 터지고 다시 길을 떠난다.중간에 가면을 쓴 부족, 일명 '가면 부족'과 조우하고 노아가 타고 온 말을 본 그들은 이내 노아의 독수리 부족 마을로 들이닥친다. 모든 걸 불태워버리고 족장이 죽었지만 노아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정처 없이 길을 떠나는 노아, 현명해 보이는 고전 지킴이 라카를 만나고 여자 인간 메이도 만난다. 그런데 라카가 죽고.. 더보기
그녀의 여성 해방 여정을 마냥 응원하지 못하는 이유 [신작 영화 리뷰] 그리스 출신의 세계적인 명장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8번째 장편 영화로 돌아왔다. 그는 3번째 작품 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석권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후 5번째 작품 부터는 영어로 된 영화를 찍고 있다. 그의 영화는 기괴하거나 기묘하거나 기상천외해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편이다. 천재적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에 이어 연속으로 그가 각본에 참여하지 않은 이 바로 8번째 영화다. 원작은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작가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작품이고 각본은 호주 출신의 토니 맥나마라가 맡았으며 연출은 주지한 대로 그리스를 대표하는 명장 요르고스 란티모스다. 그리고 미국, 영국, 아일랜드의 제작사들이 모였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작품들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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