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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꿈과 현실, 스릴러와 드라마, 그리고 외로운 인간 <혼자> [리뷰] 2016년 최후의 발견 조그마한 방, 바닥과 책상이 피 칠갑이다. 일정하지 못한 숨소리의 주인공이 당황과 짜증이 섞인 손놀림으로 피를 닦는다. 중도 포기. 그러곤 벽에 붙은 사진들에게로 손을 뻗는다. 수없이 많은 사진들, 동네인 듯한 곳 여기저기를 찍어서 이어 붙여 놓았다. 그 중 한 건물의 옥상에 있는 한 여자, 숨소리는 더욱 거칠어지고 사진으로 뻗는 손은 떨린다. 이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 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시작된다. 그 어떤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영화의 중요 장면이나 끝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이 달랐던 건 '롱테이크', 약 4분 간을 한 번에 보여주며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더불어 그 방식이 점진적이라는 점. 좁은 방을 보여주는 데 1초면 .. 더보기
계속되는 인재, 무너지는 대한민국, 꿋꿋이 버텨 낸 두 인간 <터널> [리뷰] 재난은 해마다 반복된다. 자연재해나 천재지변은 인간의 손으론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될 뿐 피해를 생략할 수도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도 없다. '인재'라 불리는 재난이 있다. 이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도 피해를 생략할 수도 있다. 물론 인간이 하는 모든 일에 실수가 없을 수 없고 완벽할 수도 없다. 하지만 거의 모든 '인재'는 하나같이 너무도 어이 없는 실수나 부주의 때문에 일어난다. 문제는 인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인재가 계속된다는 데 있다. 태초의 원인이 되는 인재가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고, 또 다른 인재가 일어나기도 한다. 차라리 이런 건 양반이다. 종종 인재를 양산시키기도 하니, 새삼 인간이 참으로 대단한 존재구나 싶다. 계속되는 인재, 무너.. 더보기
이 '만화'가 최고의 콘텐츠인 이유, 다시 보는 이유 <마스터 키튼> [지나간 책 다시 읽기] 만화책을 처음 보기 시작했던 중학교 2학년, 등이 주는 '노력이 모든 걸 압도한다' 식의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류의 비현실적인 소년 만화는 조금 뒤에 받아들였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콘텐츠를 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재미'와 '감동'이 된 게 말이다. 무엇보다 캐릭터에 나를 이입할 수 있는 걸 원하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지금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만화가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는, 오랫동안 나의 만화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심각하고 우울하며 재미와 감동과는 거리가 먼 듯한 그의 만화에 관심을 둘리 만무했다. 다 때가 있는 걸까. 어른이 되고서야 그의 만화를 접했고, 나의 모든 콘텐츠 리스트 중 최상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등 영화도 이런 영화가.. 더보기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랑의 위대함 <브로크백 마운틴> [오래된 리뷰] 약관 20세의 두 청년 잭(제이크 질렌할 분)과 에니스(히스 레져 분), 함께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양떼를 몬다. 광활한 대지에 두 사람뿐이라 어색하다. 그것도 잠시, 어느새 친해져 브로맨스를 선보이는 두 사람. 어느 날 잭은 밖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자는 에니스에게 텐트에 들어 오라고 한다. 새벽녘 그들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없었던 일로 하자는 에니스, 받아들이는 잭. 그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자신은 게이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미 그들의 친밀감은 전에 없이 높아져 있었다. 갑작스레 철수하게 되는 그들,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그들은 주체할 수 없는 혼란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들은 헤어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더보기
악을 대하는 데 무슨 생각과 고뇌가 필요할까? <베테랑> [리뷰] 몇 편의 단편 영화를 찍고 2000년 로 화려하게 데뷔한 류승완 감독. 이후 그가 들고 나온 영화들은 거의 여지없이 살아 있는 액션을 보여주었다. 동생 류승범과 함께한 이나 도 있지만, 정두홍 무술감독과 함께한 야말로 그의 액션 스타일의 전형이자 정점이었다. 가 나온 6년 후 그는 또 다른 액션을 선보인다. 다름 아닌 인데,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액션 자체가 주는 쾌감에 집중하기보다 동작이 인물의 목표를 향해 전진해나가는 모양새가 되길" 바랐다고 한다. 앞엣것이 '동작'이나 '몸짓'이라면 뒤엣것은 '행위'나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액션'이라는 이름 하에 취할 수 있는 큰 두 개의 모습을 다 보여주었다. 훌륭하게. 한편 는 누구 뭐라 할 수 없는 월메이드 범죄 영화다. 범죄 오.. 더보기
<나는 전설이다> 종말이 휩쓸고 간 자리에... 혼자 남겨진 나는? [지나간 책 다시읽기] 리처드 매드슨의 지난 2012년 수많은 키워드들 중에서도, 전 세계를 휩쓴 것은 '종말'이었다. 고대 마야 달력이 2012년 12월 21일에서 끝나는 것을 보고, 종말론자들이 지구의 종말을 주장한 것이다. 비록 지금은 2015년이고 지구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종말이 실현되었다면? 그래서 모두 죽고 나 혼자 살아남았다면? 이런 상상력을 두고 펼쳐지는 소설은 많이 나와 있다. 그 중에서도 원조 격이 있다. 리처드 매드슨의 (황금가지). 1954년에 출간되어 60년 여의 역사를 가진 이 소설은, 아직까지도 SF 공포 소설의 전설로 추앙 받고 있다. 그런데 SF 공포라니? 거기엔 이유가 있다. 이 소설은 흡혈 좀비 소설인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오락 소설이라 생.. 더보기
<도서관 옆 철학카페> 철학은 현실의 문제와 싸워 이기게 하는 무기 [서평] 몇 년 전부터 '인문학'이 들어간 책이 쏟아져 나왔다. 2008년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경영 서적이 붐을 이루었고, 이후에 자기계발 시대가 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위기를 벗어났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힐링이 찾아 왔다. 동시에 인문학도 붐을 이루었다. 처음의 인문학에는 힐링의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른바 인문학을 통한 힐링. 그러다가 자기계발적 요소가 다분히 투여되기 시작했다. 인문학을 통한 자기계발. 그야말로 여기저기에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여기에 최대 수혜자들은 인문학자가 아니라 실용학자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철학을 쉽게 풀어 전달하다 철학도 인문학의 일종인지라 엄청 쏟아져 나왔다. 그래도 철학은 '품격'(?)을 유지하고 있었던 바,.. 더보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현실과 이상, 당신은 어느 곳을 택할 것인가 [지나간 책 다시읽기]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2009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예담)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남자, 여자, 침대, 술이라는 욕망의 4대 원소로 삶의 허망한 구조를 드러내온"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또한 프랑스 최고 권위의 일간지 에서는 홍상수 감독을 두고 '그는 현대의 연애와 성생활의 실태에 대한 씁쓸한 페시미즘의 초상을 명료하게 그리면서, 자기표현의 도구를 사상의 방법으로 변형시킬 줄 아는 예술가다'라는 극찬을 하기도 했다. 다소 어려운 말인데, 단적으로 말하자면 홍상수 감독은 현대인에 내재된 욕망을 에둘러 표현할 줄 아는 예술가라는 거다. 그리고 그 모습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우리네 진실된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기에, 그의 영화를 보며 감탄하고 재밌어하면서도 마냥 즐길 수 만은 없다.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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