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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돈'에 해당되는 글 18건

제목 날짜
  • 아빠 장례날 남의 잔칫집에 가야 했던 한 남자 <잔칫날> 2020.12.23
  • 실상을 대면해 '마약과의 전쟁'의 잘못된 방향성을 고찰하다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 2020.08.07
  • 성매매 사업에 뛰어든 미성년자 이야기 만든, 영리한 청소년범죄물 <인간수업> 2020.05.20
  • 주저 앉은 찬실이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이들의 위로와 용기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20.04.22
  • 근래 보기 드문 완벽한 오리지널 미스터리 탐정물 <나이브스 아웃> 2020.01.13
  •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리한 실험, 블랙코미디 페이크 다큐 <시크릿 세탁소> 2019.10.29
  • 선덜랜드 몰락 과정에서의 다양한 이야기 <죽어도 선덜랜드> 2019.04.08
  • 영화 안팎에 메시지를 던지는 스티븐 소더버그의 실험 <높이 나는 새> 2019.02.15
  • '돈'이 되는 '무명'의 그림을 향한 추악한 욕망 천태만상 <벨벳 버즈소> 2019.02.11
  • 네트워크 혁명의 뿌리와 과정과 역사가, 여자와 콤플렉스와 돈? <소셜 네트워크> 2018.10.24

아빠 장례날 남의 잔칫집에 가야 했던 한 남자 <잔칫날>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12. 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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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잔칫날>


영화 <잔칫날> 포스터. ⓒ트리플픽처스



무명 MC 경만은 온갖 행사를 뛰며 대학교에 다니는 여동생 경미와 함께 뇌졸중으로 2년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빠를 간호 중이다. 엄마는 집을 나가고 없다. 여의치 않지만 한 가족이 서로를 보다듬고 보살피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경만이 일을 하던 도중 경미가 간호 중에 있을 때 아빠가 돌아가신다. 딸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다가 다친 걸로 보인다. 


졸지에 아빠의 장례식을 치르게 된 경만과 경미, 그런데 슬퍼할 겨를도 없이 서슬 퍼런 현실과 맞딱뜨린다. 장례식을 치르는 비용이 뭐 이렇게 많이 들어가는지... 바로 결제를 해야 하는 시스템인데, 경만은 돈이 없다. 그런 와중에, 친한 형이 아내의 출산으로 뛰지 못할 지방의 큰 건을 경만에게 부탁한다. 경만은 당연히 거절하지만, 큰 액수를 듣고 결심한다. 경미에겐 집에 갔다가 병원에 들러 온다고 거짓말을 해 놓고, 팔순 축하연 행사 MC를 맡으러 삼천포로 향한 것이다. 


현장에 가니, 동네 잔치급의 행사에다가 남편을 잃은 후 웃음이 사라진 팔순의 어머니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면 좋겠다는 아들 일식의 특별 주문도 받게 된다. 아빠의 장례날에 생판 모르는 남의 생신 축하연에서 재롱을 피워야 하는 아이러니란... 팔순의 어머니께 웃음을 찾아 주는 덴 성공하지만, 갑자기 쓰러지시니 잔칫날의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한편, 아빠의 장례식장을 홀로 지키고 있지만 경만의 부재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미에겐 온갖 사람들한테서 압박과 잔소리가 들이닥치는데... 애잔한 남매의 짠한 하루의 끝은 어떨까?


김록경 배우의 관록 있는 장편 연출 데뷔작


영화 <잔칫날>은 2004년 데뷔 후 메이저급 영화의 단역과 단편의 주연을 넘나들며 수십 편의 작품에서 얼굴을 비춰 온 김록경 배우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올해 7월 치러진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자그마치 4관왕(작품상, 배우상, 관객상, 배급지원상)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리다 못해 날렸다. 몇 년 전부터 단편 연출로 단단하게 연마해 온 실력을 유감없이 뽐낸 것이리라. 


장례식장과 잔칫집을 오가는 상반된 분위기를 어떻게 표현해 내는지가 관건이었을 텐데, 톤 앤 매너가 굉장히 적절했다. 웃음과 울음, 코믹과 메마름의 경계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해 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애잔한 남매의 끝없이 꼬여만 가는 상황 설정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똑같은 심정을 느끼는 것처럼 만들었다.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까지 도맡아 한 김록경 '감독'의 실력이 드러나는 대목이라 하겠다. 아무도 겪고 싶지 않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인생의 단면을 세밀하게 직조해 낸 바, 그의 다음 연기보다 각본과 연출이 더 기대된다. 비록 한 편뿐이지만, 이 정도면 믿고 볼 수 있는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가 싶다. 그를 향한 찬사는, 자연스레 그의 작품으로 이어진다. 


하준과 소주연 배우 그리고 조연들의 열연


많은 독립영화가 각본과 연출뿐만 아니라 연기도 출중한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본다. 기대와 함께 스포트라이트의 한 가운데에 서 있지 않은 데에서 오는 '힘 빼기'의 결과일까? 메이저로 가는 등용문 또는 관문으로서 출중한 실력자들의 '당연한' 모임이기 때문일까? 여하튼, <잔칫날>도 출중한 각본과 연출 못지 않은 연기가 눈길을 끈다. 


아무래도 가장 눈이 가는 건 두 주연 배우 하준과 소주연, 각각 경만과 경미로 분한 이들이다. 경만으로 분한 하준 배우의 얼굴에는 온갖 감정이 묻어난다. 세상에서 가장 애잔한 얼굴에서 한순간에 세상에서 가장 발랄한 얼굴이 된다. 그 사이 촘촘히 열 맞춰 서 있는 갖가지 감정의 얼굴들은 덤이다. 그 얼굴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하나의 영화가 된다고 할까,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를 알게 되었다. 드라마 쪽에선 주연급의 배우로 우뚝 섰는데, 앞으로가 훨씬 기대된다. 


경미로 분한 소주연 배우는 왠지 익숙하다. 나이도 많지 않고 데뷔한 지도 오래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 배우 역시 하준 배우와 마찬가지로, 얼굴 자체가 주는 매력이 확실한 듯하다. 많은 곳에서 얼굴을 비추지 않았지만, 나온 곳에서 그녀는 항상 빛났으니 말이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얼굴로 보여 준다. 소극적이고 침울했다가, 적극적이고 단단해지는 변화를 말이다. 영화가 아무래도 경만 위주일 수밖에 없는데, 그 사이사이 상대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 장면을 꽉 채웠다. 


그런가 하면, 조연들의 열연이 그 어느 영화보다 빛난다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빛나는 조연들은 경만이 팔순 잔칫집을 하러 찾아간 마을의 청년회장과 부녀회장인데, 얄미워도 이렇게 얄미울 수 있을까 싶게 연기를 했다. 이 영화가 보기 힘들었다면 즉, 경만을 둘러싼 상황들 때문에 너무 애잔하고 답답해 보기 힘들었다면 모두 그 둘 덕분이다. 뿐만 아니라, 종종 얼굴을 비춰 몇 마디 나누지 않는 조연들 모두가 자기 몫을 톡톡히 해냈다. 모두가 신스틸러였는데, 그 누구도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영화 안에서 최대를 발휘했다. 


아이러니에서 끄집어 낸 페이소스


영화 <잔칫날>은 현실과 맞닿아 있는 아이러니에서 진한 페이소스를 끄집어 냈다. 관객으로 하여금 아빠의 장례날에 남의 잔칫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상주의 아이러니한 상황에 이끌리게 한 뒤, 어디까지 뒷걸음질 치고 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애잔하고 지난한 과정들을 뒤로하고 잔잔하게 폭발하는 후반부에선 함께 울지 않을 수 없다. 그 호소력이 강력하다. 


특히 과정을 들여다보고 싶은데, 장례식장에 찾아오는 이들의 면면이 보여 주는 치졸하고 졸렬한 모습이 너무 현실밀착이어서 일면 역겹기까지 했고 잔칫날 한순간에 뒤바뀐 상황 후 마을 사람들의 면면 역시 치졸하고 졸렬하다 못해 역겹기까지 했다. 그 상황에 정면으로 대면한 경만과 경미는 갖가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어른아이'였다. 이는 두 남매의 '성장'을 보여 주기 위한 영화적 장치라고 할 수 있겠는데, 너무 잘 표현해 냈기에 일면 보고 있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마음 졸이며 보고 있던 와중, 그 둘을 살린 건 다름 아닌 그 둘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남는 건 두 남매, 두 남매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는 내 자신,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의 힘이었다. 영화 포스터에 있듯, 누구나 살며 그런 적이 한 번쯤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는 '울고 싶은데 웃어야 하는' 상황으로 빗댔지만, 슬픈 아이러니 말이다. 이 영화에서는 '돈'이 아이러니를 만든 장본인인데, '돈'을 주체로 만들지 않아서 다행이거니와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 돈 대신 '상황'의 아이러니를 주체로 둔 점을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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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록경, 돈, 소주연, 아이러니, 연기, 연출, 잔칫날, 장례식, 조연, 페이소스, 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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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을 대면해 '마약과의 전쟁'의 잘못된 방향성을 고찰하다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0. 8. 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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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 포스터.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역사상 최고 중 하나로 치는 <브레이킹 배드>,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 화학 교사가 남겨질 가족들의 앞날을 위해 졸업한 제자와 함께 마약을 제조·판매한다는 이 이야기는 자타공인 마약을 소재로 한 콘텐츠 중 최고 중 최고이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다섯 시즌 동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평단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한테도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 인기는 프리퀄 스핀오프 <베터 콜 사울>로 이어져, 2015년부터 2021년까지 6 시즌 동안 이어져 큰 인기를 끌며 종영될 예정이다. 속편 영화 <엘 카미노>도 나왔다. 


2015년, 또 하나의 걸출한 마약 콘텐츠가 나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르코스>가 그것으로, 콜롬비아의 악명 높은 전설적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일대기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물이다. 시즌 3까지 이어졌고, 시즌 4부턴 <나르코스: 멕시코>로 바뀌어 올해 두 번째까지 나왔다. 멕시코 카르텔의 창시자 '미겔 앙헬 펠릭스 가야르도' 이야기를 다룬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의 대대적인 인기를 발판 삼아 마약 콘텐츠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음에 분명하다. 이후 넷플릭스에서 '리얼' 마약 콘텐츠가 쏟아져 나와 하나 같이 괜찮은 반응을 얻는다. 


넷플릭스의 리얼 마약 콘텐츠 중 하나가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이다. 세계 마약 산업의 핵심이자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멕시코와 콜롬비아와 페루의 카르텔 내부와 마약 제조 및 판매 현장을 직접 들여다본 결과물인 이 작품, 영국 특수부대 출신으로 10년간 아프카니스탄 마약왕을 추적했던 '제이슨 폭스'라는 사람이 연출하고 또 주연으로 분했다. 2018년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되었으니, <나르코스>의 인기에 힘입은 결과라 아니할 수 없겠다. 목숨 걸고 실제를 들여다본 결과는 어떨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마약 제국' 멕시코를 가다


1화는, '마약 제국'이라는 부제가 붙여진 멕시코. 카르텔 내부에 연락책이 있는 현지 기자를 통해 시날로아 카르텔의 근거지인 쿨리아칸으로 향한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카르텔로, 그들 덕분에(?) 쿨리아칸은 멕시코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경찰 수보다도 많은 10만 명 넘게 마약 산업에 종사하는지라, 일면 아주 잘 통제되어 있지만 또 아주 위험하기도 하단다. 


폭스는, 그곳에서 시날로아 카르텔 경계를 지키는 현지 사령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게로'로 통하는 가장 무자비한 암살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무사히 살아나온(!) 그는, 조직원을 통해 마약 밀매의 실제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텍사스 교도소로 가 전직 청부살인업자를 만나 카르텔이 어떻게 조직원을 살인자로 키우는지 이야기를 들어본다. 밤중엔 DEA(마약단속국) 요원을 따라 카르텔 간의 소소한(?) 전쟁으로 사지가 절단된 채 길가에 버려진 시신을 대면하기도 한다. 


많은 돈을 벌기에 화려한 삶을 사는 마약상들을 우러러 보며 수많은 이가 조직원이 되고자 한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 잡혀 가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삶을 사는 그들이기에, 실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한편으론, 매일같이 이상할 것도 놀랄 것도 없는 '미친 짓'이 일어나는 그곳을 당국이 제재하기 힘들기에 멕시코 마약 단속은 요원해 보인다. 반영구적이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마약 수출항' 콜롬비아를 가다


2화는, '마약 수출항'이라는 부제가 붙여진 콜롬비아. 카르텔 내부에 연락책이 있는 현지 기자를 통해 콜롬비아 최대의 항구 도시로 콜롬비아에서 나오는 코카인의 절반 이상이 밀수되어 전 세계로 향하는 부에나벤투라 항과 콜롬비아 카르텔의 근거지인 메데인으로 향한다. 콜롬비아는 전 세계 마약 산업이 시작되는 곳으로, 지상 최대의 코카인 거래소이기도 하단다. 


폭스는, 마약 밀수업자의 밀수 현장을 밀착 취재한다. 그런가 하면, 한 청부살인업자를 만나 함께 '청부 살인하는 법'(!)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의 속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도 되지 않고 공감도 되지 않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다. 카르텔의 명령 때문에, 자신이 살고자 남을 죽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서 그가 만나는 이는 콜롬비아 말라가 해군 사령관, 그는 카르텔이 마약을 밀수하기 위해 사용하는 특별한 방법을 보여준다. 그건 다름 아닌 '잠수함'이었다. 


마지막으로, 폭스는 메데인으로 가서는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함께 콜롬비아 메데인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약 조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일명 '뽀빠이'를 만난다. 그는 붙잡혀 23년간 복역하고 나온 직후로, 여전히 동네에서 인기가 많았다. 그가 가난에 찌들고 위험했던 동네를, 부유하고 위험한 동네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보기에 그곳과 그는 공포와 폭력과 위험의 대상일 뿐이지만, 내부에서 보기에 그곳과 그는 통제를 통해 동네를 안전하고 부유하게 만든 은인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카르텔은 가진 것 없고 기댈 곳 없는 이들을 포섭한다. 군말 없이 충실하게 목숨을 바쳐서라도 임무를 수행할 이들이기 때문이다. 반문할지 모른다, 왜 죽음을 무릎쓰느냐고 말이다. 가난하더라도 죽음과 눈 맞추며 살아가지 않는 게 낫지 않느냐고. 그들은 답한다, 가난도 가난이지만 지금 이대로의 삶도 충분히 위험하다고 말이다. 똑같이 위험하다면, 이왕이면 가난보다 부유한 삶이 낫지 않겠는가고.


'마약 실험실' 페루를 가다


3화는, '마약 실험실'이라는 부제가 붙여진 페루. 현지 기자를 통해 페루 내 모든 코카인의 공급처인 '브라엠'으로 향한다. 안데스 산맥에 있는 골짜기에 위치해 있다. 페루는 세계 최대의 마약 생산지로, 대부분이 영국으로 밀수된다고 한다. 그 공급망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 삶을 들여다본다. 그들이 길러 가공하면 카르텔이 전 세계로 수출한다고 한다.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를 통해 제이슨 폭스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 메시지에 가장 맞닿아 있다. 지난 두 화로 자극적인 실상을 들여다보고자 했다면, 이번으로 보다 궁극적인 실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폭스는, 태반이 마약의 원료로 쓰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코카잎을 재배하는 농부들을 만나보고 그렇게 재배된 코카잎을 코카인으로 가공하는 현장을 마약조직원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하나같이 들려오는 말은 '어쩔 수 없다.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없다.'였다. 틀린 말이기도 하지만, 일면 맞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그들은 거대하고도 거대한 카르텔 마약 산업의 한없이 밑바닥에 위치한 사람들이 아닌다. 그곳에서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일밖에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어 폭스가 찾아간 곳은 샌프란시스코 외곽의 군사 기지, 브라엠 지역 마약 퇴치를 전담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실제 작전을 따라가 보는데, 허접하기 짝이 없는 작전 상황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그리고 이어진 하나마나한 작전, 엄청나다고도 할 수 있는 부대를 이끌고 덮친 곳이 수없이 널린 조그마한 마약 제조 기지였던 것이다. 폭스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마약 산업과 카르텔 일망타진은 허망한 꿈으로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걸 몸소 보여준 허무맹랑한 작전이었다. 


마약과의 전쟁, 잘못된 방향성


폭스는 말한다. 마약과의 전쟁은 '방향성'이 잘못되었다, 엄청나게 많은 돈을 무기와 군대에 쏟아붓지만, 사실 진짜 마약과의 전쟁은 '빈곤'과의 전쟁이다. 마약 산업에 일조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난'하기 때문에 일하는 것이다, 달리 선택권이 없다. 달리 기회나 희망이 없으니, 그냥 눈앞에 있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게 카르텔을 위해 일하는 것이고, 카르텔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폭스의 당찬 주장을 100% 받아들일 순 없지만 확실히 궁금한 건 있다. '방향성'이라는 것 말이다. 그럼, 정부 당국은 무엇을 원하고 또 하고 있는가? 분명 많은 돈과 인력과 공력을 쏟아부어 마약과의 전쟁에 있어 결코 소홀함이 없을 텐데, 마약 산업은 나날이 번창하고 있으니 말이다. 악순환으로, 마약 산업이 번창한 곳은 나라의 관심이 가닿지 않을 테고 그곳의 사람들을 더욱 가난해질 테며 자연스레 마약 산업으로 이끌리게 될 것이다. 마약 산업이 계속 번창하고 당국이 점점 더 손을 쓸 수 없게 되는 이유이다. 


여기에서, 마약 산업을 근절하는 궁극적이고도 근본적인 방법론을 제시할 순 없을 테다. 대신, 이 작품을 통해 어느 정도의 문제 제기는 달성했다고 본다. 가짜 아닌 진짜를 내부에서 들여다보며 실상과 실체를 대면했으니,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도 되었을 것이다. 마약과의 전쟁은 카르텔과의 전쟁이 아니라 빈곤과의 전쟁이어야 한다는 점,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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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코스, 돈, 리얼 나르코스 리포트, 마약, 멕시코, 빈곤, 살인, 카르텔, 콜롬비아, 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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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사업에 뛰어든 미성년자 이야기 만든, 영리한 청소년범죄물 <인간수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0. 5. 2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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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인간수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 포스터. ⓒ넷플릭스



2018년 예능 <범인은 바로 너>, 2019년 드라마 <킹덤>의 성공 이후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열풍이 시작되었다. 2019년에 몇 편의 드라마와 영화가 나왔고, 2020년엔 그야말로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그리 좋지는 않은 쪽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던 영화 <사냥의 시간> 정도를 제외하곤 <킹덤>에 필적할 만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나오지 않은 실정이다. 


와중에 지난 4월 말경 공개된 드라마 한 편 <인간수업>이 눈길을 끈다. 아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하이틴과 범죄 장르가 섞인 문제작으로, 사회이슈화된 'n번방'이 연상되는 성매매 소재가 주를 이룬다. 전 세계로도 동시에 송출되는 만큼, 영어 제목도 중요할 텐데 'Extracurricular'라는 어려운 단어이다. '학교의 정규 수업 이외에 이루어지는 학습, 즉 과외수업'을 가리키는 동시에 '불법, 부정, 부도덕'의 의미를 가진다. 


한글 제목으론 쉬이 유추하기 어렵지만 영어 제목으론 유추해볼 수 있을 듯, 학생들이 학교 밖 사회에서 배우는 인생을 말하면서 그들이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인생수업'이 아닌 '인간수업'이라 더 처연하고 스산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킹덤>을 이을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의 또 다른 메인으로 충분하다. 아니, 적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성매매 사업에 뛰어든 미성년자 


계왕고등학교, 2학년생 오지수는 아웃사이더이자 조용히 공부 잘하는 남학생이다. 하지만, 그는 일명 '삼촌'이라는 이름 하에 학교 밖에서는 조건 만남을 알선하고 이왕철 실장을 통해 경호까지 책임지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엄마는 없고 아빠는 도박중독자로, 혼자 살며 나중에 평범하게 살고자 9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성매매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6000만원이 넘게 벌었는데, 아빠한테 도둑맞고 만다. 그에게, 반 친구 배규리가 다가온다. 빈털털이가 된 오지수에게 돈을 투자하며 동업해 다시 시작하자는 제안. 


배규리는 엔터테인먼트 CEO를 부모로 둔 부잣집 딸에 학교에서는 누구보다 잘 나가는 인사이더 여학생이다. 하지만, 그녀는 상상 속에서 아빠 엄마를 죽여 버릴 정도로 집과 부모를 혐오한다. 손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한 적도 있다. 하지만, 부모의 배규리를 향한 말 못할 압박은 줄어들지 않는다. 배규리는 돈을 모아 독립하고 싶다. 그때 우연 또는 필연으로 오지수의 사업을 알게 되고, 그의 아빠가 오지수의 돈을 훔쳐갔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며, 그에게 투자 후 동업을 제안한 것이다. 


한편, 서민희는 2학년 짱 곽기태와 사귀며 그에게 조공을 바치고자 조건 만남을 뛰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 또한 오지수, 배규리와 같은 반인데 서민희가 뛰는 조건 만남은 다름 아닌 오지수의 사업 일환이다. 이들 넷은 점점 얽히고설키게 된다. 그런가 하면, 이들 넷의 반 담임이자 배규리와 오지수가 속한 동아리 사회문제연구반 담당 교사 조진우 선생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계왕고등학교 전담 경찰관 이해경은 특유의 촉으로 오지수, 배규리의 사업 끄트머리를 계속 쫓는다. 과연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


뻔하고 흔한 학원물 아닌, 영리한 청소년범죄물


<인간수업>은 한국에선 보기 힘든 청소년범죄 이야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며 뻔하고 흔한 '학원물'에 머물지 않고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호평하는 쪽에서 말하곤 하는 '제2의 킹덤'을 넘어서는 '인간수업'으로 기억될 수 있을 듯하다. 연출과 스토리와 연기와 메시지 등에서 어느 하나 빠진 것 없이 두루두루 좋은 모습을 보였다. 


작품은 섬세함보다는 속도감을, 절제보다는 분출을, 통속보다는 신선을 택했다. 거기에 그야말로 '요즘' 고등학생들이 쓸 만한 말과 할 만한 대화와 생각들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와 현실감을 부여한다. 개성이 투철한 캐릭터들이 아닌 상황에 휘둘리는 캐릭터들이 주를 이루어 답답함을 자아낼 때가 많지만, 현실감을 부여하는 데 크게 한몫했다. 어른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아이도 아닌 고등학생들이니 만큼, 주도적으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세상에 크게 휘둘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범죄 장르인 만큼, 청소년물과 범죄물의 경계에서 교묘하게 줄을 타야 하는 바 섬세함을 발휘해야 할 때는 미시적인 관점보다 거시적인 관점을 택한다. 좋지 않은 선택과 나쁜 답 때문에 수렁으로 빨려들어갈 때, 사회 문제에의 메시지에 천착하기보다 스토리를 끌고 나가 흥미를 주고자 했다. 메시지가 메시지를 담는 연출이 아닌, 스토리가 메시지를 담는 연출을 선보인 것이다. 


작품 중간중간 작가적 요소가 다분한 면모도 자주 보였다. 세상과 담을 쌓고 웅크린 오지수가 유일하게 보살피는 존재인 소라게와 오지수와 배규리를 이어주는 과자봉지, 오지수의 가학적인 꿈과 배규리의 끔찍한 상상 덕분에 풍부함이 곁들여졌다. 장장 10시간 짜리 드라마 <인간수업>이 왠만한 2시간 짜리 영화보다 훨씬 더 짧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 '돈'


평범하게 살고 싶어 '돈'이 필요한 오지수, 죽기보다 싫은 집에서 나오고 싶어 '돈'이 필요한 배규리, 자신을 증명하고자 '돈'이 필요한 서민희 등 작중의 고등학생들은 하나같이 돈이 필요하다. 풋풋한 사랑, 화사한 꿈, 기대되는 미래 따위가 아닌 원하는 나의 삶을 살고자 절실히 필요한 돈 말이다. 그 이면에는 항상 어른이 있다. 어른이 아이들을 보살펴주기는커녕 등을 떠민다. 물론, 아이들을 도우려는 어른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돈 만큼 아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건 어른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사회가 해 주어야 할 문제이지. 


문제는 돈일까,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성매매 사업에 관여하고 운영까지 하는 행위일까. 당연히, 불법적이고 부정하며 부도덕한 짓을 일삼는 행위 자체에 문제의식이 가 닿을 것이다. 돈에는 죄가 없고 돈을 벌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결국 문제의 궁극적인 원인은 돈'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사연에 연민을 가지되 응원을 한다거나 과한 감정이입을 하는 건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돈이 없어도 그들이 평범하게 살고 자기 자신으로 살고 자신을 증명할 수 있으면, 아니 있다고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면 사달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 아닌가. 물론, 돈을 버는 다양한 수단이 있을 텐데 왜 그런 짓을 해야 하는가라고 물어올 수 있다. 청소년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으며, 불법적이지만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에 청소년이 너무 노출되어 있다고 답할 수 있겠다. 이 드라마의 답이기도 하다. 그 안타까움에서 이 드라마가 시작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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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 앉은 찬실이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이들의 위로와 용기 <찬실이는 복도 많지>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4.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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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포스터. ⓒ찬란



2019년은 한국 독립영화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해외 수많은 영화제에서 선을 보이고 뒤늦게 한국에 상륙해 신드롬급 관심을 얻어 흥행까지 이어진 <벌새>를 비롯 <우리집> <메기> <윤희에게>까지. 작품성은 물론 흥행성까지 갖춘 독립영화들이 이어졌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출중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따라와 주지 않은 대다수 작품들이 존재했지만 말이다. 


하여, 2020년은 한국 독립영화계의 진정한 부흥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로 영화계 전체가 주저앉았다. 큰 영화도 버티지 못하는 마당에 작은 영화는 설 자리가 없었다. 와중에 용감하게 무모하게 혹은 전략적으로 개봉을 밀어부친 한국 독립영화들이 몇몇 있다. <기도하는 남자> <이장> <비행> 등이 2~3월에 개봉을 강행했지만, 득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찾아왔다. 제목부터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코로나 국면 한가운데에 개봉하여 자그마치 2만 명을 훌쩍 넘기는 스코어를 기록했다. 몇 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내달려도 100만 명을 넘기지 못하는 이때, 독립영화로서 특출난 흥행 성적이다. 그만큼 영화도 좋을까? 물론이다, 전체적으로 적정선을 지키며 군데군데 보이는 포인트가 와닿는다. 한번 들여다보자. 


집도 돈도 남자도 없고 일자리까지 없어진 40대 찬실


영화 프로듀서로 지명수 감독 하고만 일해 온 이찬실,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그녀에게 청천병력 같은 일이 일어난다. <뒷산에 살리라>라는 작품을 시작하며 고사를 지내고 간략히 회식을 하는 도중 지 감독이 죽고 만 것이다. 작품은 보류되고 한순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찬실, 산 중턱에 있는 집에 세 들어 살게 된다. 돈을 벌어야 했기에 친한 여배우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취직한다. 


찬실은 소피의 불어 선생님으로 소피네를 드나드는 김영에게 마음이 간다. 그도 원래 단편영화 감독으로, 돈을 벌기 위해 소피의 불어 선생님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동질감을 느꼈던 걸까. 계속 생각나고 꿈에서까지 나오는 게 아닌가. 같이 술도 마시면서 심도 깊은 영화 이야기도 나눈다. 얘기가 통하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세 들어 사는 집 주인 할머니하고도 은은하게 말이 통한다. 할머니는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해 주고 응원해 주고 지켜봐 준다. 


어느 날엔 집에 있는데 갑자기 자신을 장국영 귀신이라고 밝힌 남자가 나타난다. 예전부터 옆 방에서 기거하고 있었다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는 찬실이를 한없이 동조해 주고 위로해 주며 힘을 주려 한다. 찬실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고, 주문을 외우듯 볼 때마다 되뇌인다. 이후 뭔가 바뀐 듯한 찬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깨달은 걸까?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어 다시 일어서는 과정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집도 없고 돈도 없고 남자도 없고 일자리까지 없어진 40대 여자 찬실이가 나락에서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 프로듀서로서 영화을 찍는 과정의 어려움과 힘듦을 그린 게 아닌, 영화조차 찍을 수 없는 일상의 지난함을 그린 게 특징적이다. 그렇게 우리네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작품 곳곳에서 영화를 향한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게 또 특징적이다. 그러며 찬실이가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도와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녀야말로 복이 많다는 걸 느끼게 하는 면면들이 아름답다. 


그동안 오갈 데 없거니와 제 한 몸 건사하기 힘들고 아픈 건 청춘의 전유물이었다. 즉, 40대 이전의 2~30대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어느새 아픔과 힘듦의 영역이 40대까지 확장된 느낌이다. 그것도 이질감 없이 매우 자연스럽게. 2~30대도 40대의 찬실이를 보며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이다. 사회에 진입하기 힘든 건 매한가지이니까. 감정적으로 짠하지만, 이성적으로 안타깝다. 


이 영화의 감독은 '영화'를 진짜 좋아하는 것 같다. 영화를 향한 찬사와 헌사를, 시종일관 과도하진 않지만 꾸준하게 내 보인다. 프로듀서 찬실, 감독 영, 배우 소피, 그리고 장국영까지 거의 모든 주요 캐릭터가 영화 관련자이지 않은가. 장치나 장면이나 대사를 따로 꾸며 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와 닿게 한 설정이라 하겠다. 와중에 할머니 캐릭터가 중심 축으로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그녀의 모습 자체에서 찬실은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아름다워야 할 사람들 간의 연대


별 다를 게 없을지 모를 이 영화가 다름 아닌 '지금' 큰 의미를 가지는 건, 찬실이가 복이 많다는 진실에서 그 연유를 찾아볼 수 있다. 누가 봐도 복은커녕 가진 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찬실이야말로, 지금의 우리들 아닌가 싶다. 안 그래도 '없다'는 걸 입에 단 채 몸소 실감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복도 없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지 않은가. 그럴 때 남은 게 뭔가, 뭘 해야 하는가. 


영화는 묻고 답한다. 남은 건 사람이고, 사람들과 함께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찾아야 한다고 말이다. 비록 우린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꽤 오랫동안 시행하며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멀어진 생활을 하고 있다. 하여 물리적인 건 물론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찬실이처럼 말이다. 그럴 땐 시간을 들여 자신을 오롯이 들여다보고 주변을 살피고 가장 나중에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참으로 오랫동안 뒤도 옆도 위도 아래도 살피지 않고 또는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오지 않았는가. 


사람들 간의 연대는 아름다워야 한다. 이후에 실용적일 수 있다. 살아가는 게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그러기가 힘드니 다들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때마침 찾아온 이 영화가, 그래서 축복이다. 시대에 맞는 깨달음을, 거나하지 않고 소소하게 그러나 애매모호하지 않고 확실하게 건네기 때문이다. 영화 속 장국영의 말을 인용해 본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건네는 말일 듯하다. 


"찬실 씨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행복해져요. 당신 멋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좀 만 더 힘을 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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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보기 드문 완벽한 오리지널 미스터리 탐정물 <나이브스 아웃>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1.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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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나이브스 아웃>


영화 <나이브스 아웃> 포스터. ⓒ올스타엔터테인먼트



라이언 존슨 감독, 70년대생의 젊은 감독으로 일찌감치 2000년대에 훌륭한 장편 데뷔식을 치렀다. 이후에도 장르에 천착한 작품을 내놓던 그는, 2010년과 2012년 미국 역사상 최고의 드라마로 손꼽히는 <브레이킹 배드> 시즌 3과 5에 참여했다. 그러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2017년에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로 혹독한 블록버스터 데뷔식을 치렀다. 


그에겐 장르물을 세련되게 직조할 재능이 있었고, 미스터리물로 장편 데뷔를 했던 만큼 관심 또한 많았다. 평소 미스터리 탐정물에 지극히 천착하고 탐닉했다고 하는데, 실로 오랜만에 돌아왔다. 2019년 후반기 북미 개봉작 중 <포드 V 페라리>와 더불어, 평단과 대중 할 것 없이 호평일색임에도 상응하는 폭발적 흥행을 하진 못한 작품 <나이브스 아웃>이다. 상징적인 1억 달러 돌파는 이뤄냈지만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왜 이 영화가 호평일색이었는지 아주 잘 알 것 같은 한편 왜 흥행을 하지 못했는지도 역시 아주 잘 알 것 같다. 기막힌 캐스팅은 차치하고서라도 시종일관 빈 곳 없이 꽉 차고 알찬 스토리가 영화를 접한 모든 이들을 잡아 끌 것이다. 반면, 영화로 이끄는 힘은 부족할 수 있다. 미스터리 탐정물 영화 흥행의 역사가 방증하지 않는가. 물론 근래 보기 드문 완벽한 오리지널 미스터리 탐정물임에는 분명하다. 


대저택에서 사망한 베스트셀러 추리소설가


85세 생일을 맞은 베스트셀러 추리소설가 할런 트롬비는 모든 가족을 불러 대저택에서 파티를 연다. 손자 랜섬과의 다툼이 있었다곤 하지만 별 탈 없이 끝난 파티, 하지만 할런은 다음 날 목의 자상에 따른 과다출혈로 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다. 장례식을 치른 일주일 후 추도식을 위해 모인 가족들에게 경찰과 사립탐정 블랑이 들이닥친다. 자살이 아닌 범죄사건일 수 있다며 가족들 하나하나를 심문한다. 


가족들 모두 뭔가 이상하다. 경찰과 블랑의 심문에, 문제 될 소지가 있지만 중요한 할런과의 대화를 숨기는 게 아닌가. 하나같이 돈에 관련된 것이다. 합리적 의심으로, 가족 중 누군가가 돈 때문에 할런을 살해 또는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겠다 싶지 않은가. 그런데 생각 외로 범인이 금방 밝혀진다. 다름 아닌 할런의 간병인 마르타로, 그녀는 거짓말을 생각만 해도 토를 하는 질환을 앓고 있었다. 


원래는 경찰과 블랑이 거짓말을 못하니 믿음이 가고 가족처럼 지냈지만 가족은 아니니 유산이나 돈을 탐낼 이유도 없는 마르타를 데리고 다니며 저택과 가족을 탐문했는데, 유언장 낭독식에서 가족 중 누구도 아닌 마르타가 모든 유산을 받게 되며 가족들에게 온갖 욕과 시달림을 받아 밖으로 도망친 것이다. 그녀가 도망치게 도운 이가 있으니, 할런의 개망나니 손자 랜섬이다. 그녀는 범죄 사실을 그에게 털어놓고 이상한 동행을 하며, 랜섬이 유언을 그대로 집행하게 도우는 대신 랜섬에게 랜섬 몫의 유산을 주기로 한다. 이 동행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스토리, 반전, 분위기까지 완벽에 가깝게 내보이다


영화는 정통 고전 추리물의 형태를 완벽에 가깝게 내보인다. 이런 말을 굳이 왜 하는고 하니, <나이브스 아웃>은 흔치 않게도 원작이나 실화를 모티브로 재탄생시킨 작품이 아니라 라이언 존슨 감독의 오리지널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단한 원작을 옮긴 영화들도 해내지 못한 걸 이 영화는 해냈다. 이 영화가 대단한 이유, 이 감독이 범상치 않은 이유이다. 


이 영화가 해낸 건, 빈틈 없이 짜맞춘 스토리와 알면서도 당하는 반전과 추리 작품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전하는 사회 비판적 메세지까지 거의 모든 것이다. 스토리는 추리 과정과 다름 아니다. 사립탐정 블랑의 위주로 세밀하게 펼쳐지는 추리 이면에는 심문 당하는 이들의 일그러진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추리 하면 으레 생각나는 반전도 깔끔하다. 마지막에 모든 걸 뒤엎는 반전의 시대도, 시종일관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시대도 갔다. 수준이 한껏 높아진 지금은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의 반석 위에 깨달음과 통찰이 오가는 반전의 시대인데, 이 영화가 보기 좋게 해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심의 시선을 합리적으로 여기저기 향하게 만드는 데 도가 튼 느낌이다. 


분위기야말로 추리 콘텐츠에서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설정과 매우 맞닿아 있다. 대저택에서 벌어진 가족의 절대적 가장에게 벌어진 석연치 않은 죽음이라는 설정이 분위기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하겠다. 심상치 않은 캐릭터들도 한몫하는데, 여지없이 돈으로 똘똘 뭉친 가족들과 돈에는 관심없는 듯한 개망나니와 모든 가족들의 신뢰 또는 무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외부인까지 말이다. 


가족과 욕망과 돈, 그리고 불법체류자의 현실


추리 콘텐츠가 대망의 빛을 발하는 부분은 의외로 메시지에 있다. <나이브스 아웃>은 누구나 느꼈을 만한 가족과 욕망과 돈이라는 명백한 키워드가 있다. 천륜으로 이어진 가족, 각각의 욕망은 다를 테지만, 하나같이 시선이 향하는 건 돈이다. 사실, 영화의 시작과 끝도 이 키워드들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거기에 얹혀지는 건, 얹혀져야 하는 건 당대의 현실이다. 


영화는 지금 가장 첨예한 문제 중 하나인 불법체류자의 현실을 다룬다. 할런의 간병인 마르타는 남미 어딘가의 출신으로, 가족 전체가 불법체류 중이다. 영화 중반도 되지 않아 이미 마르타가 범인이라는 걸 알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스토리에서는 그녀가 거짓말을 못하는 설정 때문이라고 하지만, 메시지에서는 그녀가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작중 인물들 중 그녀가 파라과이 출신인지 우루과이 출신인지 에콰도르 출신인지 브라질 출신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 그녀가 라틴계 남미 사람인 것만 알 뿐 나머진 상관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할런이 자살 아닌 타살 가능성이 높다고 결정되고 나서도 사실상 그녀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해버린다. 이는 그녀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 행위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여 그녀가 할런의 모든 유산을 받게 되었을 때 가족들은 황당, 당황, 분노를 금치 못하지만 보는 이는 통쾌하다. 부정(不正)되었던 존재의 합당한 부상(浮上)은 항상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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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소더버그의 영리한 실험, 블랙코미디 페이크 다큐 <시크릿 세탁소>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 10.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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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시크릿 세탁소>


영화 <시크릿 세탁소> 포스터. ⓒ넷플릭스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를 말할 때 스티븐 소더버그를 지나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온나라가 들썩일 정도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20대 중반의 데뷔작으로 받은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이제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소감을 남겼는데, 이후 10여 년간 내리막길이었다는 걸 부인할 순 없겠다. 이후 2000년대 초와 2010년대 초 다시금 이름을 드높였다. 


그는 할리우드 상업영화판에 대한 깊은 불신과 불만, 그리고 영화를 만들고 대함에 있어 전통적이지만은 않은 여러 방식을 선호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연출은 물론 촬영과 편집을 도맡아 하고, 아이폰으로도 찍고, 넷플릭스와 손잡기도 하는 것이다. 2019년부터 넷플릭스와 손잡았는데, 다작 감독 답게 올해 초에 <높이 나는 새>를 내놓았고 후반기에는 <시크릿 세탁소>를 내놓았다. 


<시크릿 세탁소>는 퓰리처상 수상자인 제이크 번스타인의 2017년작 <시크리시 월드: 자본가들의 비밀 세탁소>를 원작으로 'The Laundromat'가 원제이다. '자동 세탁기' 또는 '빨래방'이라는 뜻의 원제나, '비밀 세탁소'라는 번역 제목이나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돈' 관련 소재와 '고발' 관련 주제로 블랙 코미디 요소를 주로 쓰는 스티븐 소더버그인 만큼 이 영화 또한 그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황당한 돈의 흐름이 낳은 비극


뉴욕, 앨런과 조는 조지호를 건너는 유람선을 탄다. 그런데 갑자기 들이닥친 소소한 파도에 배는 뒤집힌다. 예기치 않게 황당한 사고로 21명이 사망한다.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겠지만, 여하튼 선박 회사는 보험을 들어놨다고 한다. 그리고 그 보험 회사는 또 다른 회사에 재보험을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터진다. 재보험 회사 측에서 말하길 사고 전에 보험이 만료가 되었다는 것. 


앨런은 라스베이거스에 집을 장만하려 한다. 조를 처음 만났던 곳이 보이는 전망 좋은 집으로 말이다. 그런데 러시아인이 현금을 들고 와선 앨런이 사고자 한 방을 가로채버렸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는데, 선박 회사에서 들어온 돈이 턱 없이 부족했다. 앨런은 도무지 설명할 길 없는 이 사건을 직접 파헤치기 위해, 선박 회사가 보험을 든 회사가 재보험을 들었다는 '유나이티드 재보험 그룹'이라는 곳을 향한다. 


한편, 파나마에 위치한 모사크 폰세카 로펌 사무소의 두 대표 변호사 모사크와 폰세카는 돈이란 무엇인지, 돈이 어떻게 흘러 가는지 관객들에게 직접 말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그러면서 극중에서 상대하는 다양한 부류의 고객들의 면면들도 담아낸다. 유나이티드 재보험 그룹을 포함, 그들 모두가 모사크 폰세카 사무소를 통해 페이퍼 컴퍼니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탈세라는 불법이 아닌 절세라는 합법의 방편으로.


파나마 페이퍼즈 사건


영화 <시크릿 세탁소>는 2016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파나마 페이퍼즈' 사건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실제로는 독일의 신문사에 '존 도'라는 익명의 제보자가 자료를 제공하면서 역대 최고의 유출 사건으로 커졌는데, 극중에서는 남편을 잃고 터무니 없는 보험금을 타게 된 앨런이 그 역할을 한다. 한편, 실제로도 수많은 역외회사를 세우는 데 절대적 역할을 했던 로펌 모사크 폰세카는 그 역할 그대로를 수행하며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친절하게 방법을 설명해준다. 


파나마 페이퍼즈 사건을 매우 직접적으로 다루되, 방식은 다큐와 극이 혼합된 페이크 다큐이며, 미국식 유머 다분한 블랙코미디 요소를 띈다. 종잡을 수 없는 연출과 편집과 형식의 영화는, 스티븐 소더버그라는 작가주의 실험영화를 선호하는 감독의 취향이 듬뿍 담겨 있는 한편 혼자서도 영화 한 편쯤 거뜬히 끌고 갈 수 있는 명배우 세 명이 함께 해 중심을 잡아준다. 메릴 스트립, 게리 올드만,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그들이다. 


정극톤의 극영화 또는 정극톤의 다큐멘터리를 혼합했으니 뭐가 뭔지 모르는 게 당연한 와중에, 연출 방향이 영화의 주된 소재인 '파나마 페이퍼즈' 사건이 아닌 주된 주제인 '돈'에 대해 보다 천착하고자 하여 혼란을 더한다. 궁극적으로 하려는 말은 명확하고 정확한 반면, 방식과 과정이 매우 복잡하니 말이다. 나름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들고자 하여 나름 성공한 것 같은데, 재미도 잡지 못했고 지식 전달도 제대로 되지 못했다. 


영화로 쏘는 화살이 향하는 또 다른 곳은 '미국'이다. 영화는 말한다. 세계 최대의 조세피난처는 파나마도 아니고 버진 아일랜드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계 각지에 퍼진 이름도 알 수 없는 섬도 아니라고 말이다. 다름 아닌 미국이 그곳이란다. 이 영화 자체가 내부고발자의 역할을 하는 한편, 고무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실험적 영리함


전반적으로 아쉬움을 남긴 <시크릿 세탁소>, 하지만 실험적 영리함을 칭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어느 누구도, 아니 스티븐 소더버그 정도의 이력과 영향력을 가진 이라면 더더욱 이런 영화를 만들고자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같이 하고 싶은 배우와 같이 하고 하고 싶은 얘기를 한다. 


반대로, 그와 같은 이력을 가졌으니 이와 같은 작업을 할 수 있을 듯도 하다. 일찍이 젊었을 적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거의 모든 걸 이룬 그이니 만큼, 이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아무도 가지 못했고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면서. <시크릿 세탁소>는 금방 잊힐지 모르나, 스티븐 소더버그를 언급할 때 <시크릿 세탁소>는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을 것이다. 


한편, 영화의 아쉬움에 큰 몫을 차지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전달 방식이 프로파간다 요소로는 탁월하게 발휘되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물론 영화가 그러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필자는 이 영화가 완벽히 프로파간다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하여, 적어도 영화적으로는 더 이상 믿을 만한 배우를 찾기 힘들 만큼 대단한 세 명의 대배우가 직접적으로 전해주는 이야기를 신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중요한 건 극중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린 앨런의 이야기도 아니고 실화를 기반으로 절세의 온상을 적나라하게 그린 파나마 페이퍼즈 사건도 아닌 것이다. 모사크 폰세카 로펌 사무소의 두 변호사인 모사크와 폰세카가 직접 설명해주는 이야기들이야말로,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중요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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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덜랜드 몰락 과정에서의 다양한 이야기 <죽어도 선덜랜드>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 4.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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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리뷰] <죽어도 선덜랜드>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 ⓒ넷플릭스



1888년 출범한 잉글리시 풋볼 리그, 4년 후 디비전 1이 출범하고, 100년 뒤 1992년 현재의 프리미어리그가 시작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리그이기에, 잉글랜드는 자타공인 '축구 종가'라는 타이틀을 영원히 지닐 수 있는 것이다. 풋볼 리그와 디비전 1이 시작될 초창기인 19세기 말, 선덜랜드는 절대적 강자였다. 리그 1(3부 리그)으로 떨어진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선덜랜드 AFC는 프리미어리그가 시작된 이래 1부와 2부 리그를 끊임없이 오갔는데, 1부에 잔류할 때는 꽤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2부 리그로 추락할 때는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성적을 기록하곤 했다. 그야말로 중간이 없는 극과 극의 행보. 그러던 중 2007~08 시즌에 1부 리그에 복귀해 자그만치 10년 동안 누볐다. '터줏대감' 이미지는 아니고, '생존왕'의 이미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맨유 다음으로 유명한 이 클럽은 2011년에 지동원을 영입한 바 있고, 기성용이 2013~14 시즌에 임대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생존왕'이라는 별명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붙여졌을 텐데, 전통과 역사와 명성 그리고 투자 대비 좋은 성적은커녕 겨우겨우 잔류만 계속하는 시즌이 이어졌다. 그러던 2016~17 시즌 몰락했다. 최하위로 2부 리그(챔피언십)로 추락한 것이다. 2부 리그에서도 성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구단주 엘리스 쇼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투자를 끊었다. 2017~18 시즌, 이보다 더 처참할 수 없는 바닥의 끝을 경험한다. 선덜랜드 AFC는 2부 리그에서도 믿을 수 없는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3부 리그로 추락. 일명, '백투백 최하위' '백투백 강등'을 당한 것.


선덜랜드의 2017~18 시즌 몰락 과정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이하, '선덜랜드')는 바로 선덜랜드의 2017~18 시즌 몰락과 추락과 수모와 바닥의 과정을 그렸다. 애초에는 1부 리그 10년의 경험을 통해 보란듯이 복귀하는 과정을 그려내고자 기획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보다 더 안타까울 수 없는 과정을 그려낸 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팬들이 더 똘똘 뭉치고 또 더 몰려드는 현상을 일으켰다는 후문. 


<선덜랜드>는 2017~18 시즌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온전히 따라간다. 시리즈의 시작이 기억에 남는데, 선덜랜드 지역의 대표적 성당에서 신께 드리는 '선덜랜드를 위한 기도문'이 그것이다. 다소 길지만 여기에 옮기지 않을 수 없다. 선덜랜드 사람들에게 선덜랜드 AFC가 어떤 의미인지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선덜랜드 축구팀과 우리 도시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축구가 우리 공동체에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축구가 어떻게 우리를 결속시켜줄 수 있는지 보여주시옵소서. 매 경기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인도해주시옵소서. 우리의 팀이 최고의 성적을 내지 못할 때도 분노와 격분의 감정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선덜랜드 시민들이 좌절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모든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도시와 축구팀을 위한 올바른 사랑의 마음을 갖도록 인도해주시옵소서. 그 사랑은 모두 열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아버지 선덜랜드와 우리의 모든 선수들이 모든 경기에서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시옵소서. 그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주시옵소서. 우리 팀의 성공은 곧 우리 도시에게 성공과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멘'


선덜랜드는 영국 북동부의 작은 도시로, 인구가 채 20만 명도 되지 않는다. 예로부터 영국을 대표하는 조선업, 광산업, 유리제조업의 지역이었는데, 20세기 중반 이후 산업 전반의 변화로 급격히 쇠퇴했다고 한다. 그런 선덜랜드 사람들에게 이제 남은 건 축구, 즉 '선덜랜드 AFC'라는 것. 선덜랜드 정도면 유서 깊은 역사와 찬란한 전통을 자랑하며 이름도 높은 클럽이라 할 수 있다. 선덜랜드의 유일한 자랑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이 단순한 팬 수준 이상의 신앙처럼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경기 안팎의 다양한 이야기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의 한 장면. ⓒ넷플릭스



팬들의 바람과 염원과 기도와는 달리, 선덜랜드는 2부 리그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참혹한 성적을 이어나간다.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모든 대회를 통틀어 홈 20경기 무승 기록을 수립했을 정도의 암울한 시기로, 모두의 바람은 프리미어리그 복귀->챔피언십 유지->강등권 탈출->최하위 탈출->홈에서의 1승->1승->1골로 바뀌어 간다. 그저 한 번 이겼으면, 그저 한 골 넣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선덜랜드>는 경기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생각할 수 없었던 모습들 말이다. 선수들과 감독, 그리고 스태프들 말고도 경기장과 클럽이 일터인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과 '죽어도 선덜랜드, 이것이 선덜랜드'라 목놓아 외치는 팬들의 이야기들이 생생하다. <F1, 본능의 질주>를 통해 엿보았던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광팬이 아닌 이상 아니 광팬이라도 팀이 하염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 처음엔 분노를 일으키다가 결국엔 마음이 식어 떠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멀리 타국에서 TV로 시청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초에 잘하는 팀을 응원한다. 선덜랜드를 응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보다 보면 응원하게 된다. 제발 이기라고, 제발 한 골만 넣자고. 선덜랜드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서.  


문제는, 시종일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서 마음 아파했다는 것. 이기고 있어도 마음을 졸이고 지고 있어도 마음을 졸이는 악순환이 시종일관 계속되는 가운데, 대런 깁슨이 구설수와 음주 운전 문제를 일으키고 잭 로드웰이 높은 주급을 받고 있으면서도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아 경기를 뛰지 않고 좋은 선수가 떠나지만 좋은 선수를 데리고 오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분노와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열정적인 팬들과 한없이 좋은 마음가짐을 지닌 클럽 직원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선덜랜드를 응원한다


'빅 클럽'이라고 불러도 누가 뭐라할 수 없는 '선덜랜드 AFC'가 처참하게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작품이 좋을 수 있는,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팬들의 마음에 있다. 선수와 감독과 스태프들, 직원들은 언제든 이 클럽과 이 지역을 떠날 수 있다, 아니 반드시 떠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팬들은 떠나지 않고 남아서 선덜랜드를 응원할 것이다, 아니 응원해야 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인생이니까. 


<선덜랜드>를 보고 있노라면, 비록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고 더 밑바닥을 떨어질 데도 없는 길을 가고 있다고 해도 그 자리에 있고 싶어진다. 이 공동체의 일원이고 싶어지는 것이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하고 분노하는 팬이고 싶고, 한없이 좋은 마음으로 진정 팀을 응원하는 직원이고 싶다. 자연스레 선덜랜드 AFC와 선덜랜드 지역을 우호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물론, 지금의 축구계는 오직 '돈'이다. 많은 돈으로 좋은 선수들을 끊임없이 수급해 좋은 성적을 내고, 선수와 감독들에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팀이자 팬들에겐 인생을 걸고 응원할 가치가 있는 팀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돈이야말로 빅 클럽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절대적 필요 조건이다. 그래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하위 리그로 갈 때면 수많은 직원들이 해고되고 수많은 팬들이 떠나게 된다. 선덜랜드 AFC도 마찬가지. 


그런데, 팬들은 '선덜랜드 AFC'를 떠나지 않는다. '선덜랜드'를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선덜랜드가 곧 선덜랜드 AFC인 것. 3부 리그로 내려갔어도 여전히 팬들의 마음은 식지 않고 끝없이 희망을 보며 평균관중 3만 명 이상을 자랑한다고 한다. 선덜랜드와 선덜랜드 AFC의 주인은 주민들이자 팬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왠지 선덜랜드 AFC를 응원하게 될 것 같다. 선덜랜드도. 선덜랜드 주민들과 선덜랜드 AFC 팬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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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팎에 메시지를 던지는 스티븐 소더버그의 실험 <높이 나는 새>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 2.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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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높이 나는 새>


영화 <높이 나는 새> 포스터. ⓒ넷플릭스



하나의 브랜드가 된 지 오래인 그 이름 '스티븐 소더버그', 그 누구보다 충격적인 센세이셔널한 데뷔 이후 하염없이 '내리막길'만 걷고 있는 불세출의 영화 감독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말만 들어도 알 만한 작품을 수두룩하게 내놓았다. 


그는 할리우드 메인 스트림과 실험정신 가득한 독립영화계를 오가며 연출, 제작은 물론 촬영, 편집까지 도맡아 하는 괴이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영화계에서 이만큼의 천재도 없고 이만큼 노력하는 이도 없으며 이만큼 자유롭게 즐기는 존재도 없다. 


작년에는 본인이 직접 아이폰 7 플러스로 촬영을 도맡아 한 영화 <언세인>을 내놓더니, 올해에는 역시 본인이 직접 아이폰 8으로 촬영을 도맡아 한 영화 <높이 나는 새>를 내놓았다. '내리막길'을 이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각설하고, 영화 <높이 나는 새>는 NBA 직장폐쇄에 당면해 상황을 일소해보려는 차세대 스타 에릭의 에이전스 레이와 그의 전 비서 샘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NBA는 8년 전 2011년 7월 1일을 기해 NBA 역사상 4번째의 직장폐쇄를 단행해 11월 말쯤에야 끝났던 전력이 있다. 


NBA 직장폐쇄 와중에서


NBA 선수 에이전트 레이는 NBA 차세대 스타가 될 재목인 신입 에릭을 맡고 있다. 하지만 리그는 직장폐쇄 6개월 째, NBA와 선수협회의 끝나지 않는 대립으로 개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선수들이나 에이전트들 모두 일도 못하고 돈도 벌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곤란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레이는 회사의 해고 압력에 시달리는 한편 진심으로 선수들을 걱정하고 있다. 선수협회를 대변하고 있는 마이라와 연락하고 만나면서 수시로 상황을 엿보지만 변하는 건 없어 보인다. 


NBA는 오직 돈만 생각하고, 선수협회도 돈을 생각하는 건 매한가지이지만 선수로서의 인생도 생각하고 있다. 선수와 한 몸이나 매한가지인 에이전트는 선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에이전트 회사는 역시 돈만 생각한다. 정작 선수는? 그저 경기를 뛰고 싶을 뿐이다. 


와중에,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이던 레이는 구조 자체를 바꿔보려는 '게임체인저'가 되고자 그만의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을 뛰지 못해 재능 있는 선수들이 파산으로 향해 인생을 말아먹는 걸 두고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는 과연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그건 거시적일까, 미시적일까.


스티븐 소더버그의 실험, 영화 안팍의 메시지


영화 <높이 나는 새>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는 촬영의 한계 때문인지 각본과 연출의 의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어떠한 액션 없이 인물들의 대화를 위주로 진행된다. 의외로 전혀 지루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일말의 스펙터클이나 서스펜스 비슷한 것도 기대할 수 없다. 


영화를 끌고가는 주요 배경이 NBA 직장폐쇄이고 주요 이야기가 에이전트 레이의 워너비 게임체인저 작업이니 만큼, NBA 자체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딱히 그렇진 않고 오히려 영화 외적으로 스티븐 소더버그의 실험행각을 살펴봐야 한다. 


그는 누구도 넘보기 힘든 출중한 실력을 앞세워 영화계를 바꾸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고자 발판과 영역을 마련하려고 하는 것인지, 새로운 걸 시도함에 주저함이 없다. <높이 나는 새>는 그 자장 안에서 영화 안팎으로 동일한 메시지를 던진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본인에게 권리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 그, 아마도 그래서 직접 제작, 연출, 촬영, 편집을 도맡아 하는 것일 테다. 영화에서 레이는 경기를 뛰는 사람 본인에게 권리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것이 비록 아직은 판을 흔들 순 있어도 깰 순 없고, 선각자가 가지는 위험 부담을 지니려는 이가 없기에 실행되려면 아직 멀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말이다. 


시스템을 부수고 시장을 선도하다


익히 잘 알고 있듯 넷플릭스가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판이 깨졌다고 보고 있고, 눈에 보이는 여러 측면에서 직접적으로 보더라도 판이 깨지는 순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기성권력들은 넷플릭스를 따라하는 한편 이왕 깨진 판을 자신들 쪽으로 가지고 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화에서도 보이듯, NBA 직장폐쇄 당시 외부적으로 보이는 대립의 문제는 구단과 선수 간의 수익률 배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구단과 방송사 간의 계약이 문제이다. 무시무시한 금액으로 계약을 하기 전에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수익률을 줄여야 하는 게 진짜 문제이다. 이 치졸하다면 치졸한 머니 게임의 판을 깨는 건 역시 머니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마무리되든 그저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머니 게임에 비상한 관심이 가는 게 이상하다. 팬이 아니라면 아예 관심이 가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스티븐 소더버그는 왜 이 영화를 만들었고 우리는 왜 이 영화를 보고 있는가. 그는 이 영화를 찍는 과정, 보여지는 루트, 소모되는 방향 등을 모두 새롭게 그린 게 아닌가 싶다. 


최소한의 도구와 기술과 자본으로 누구의 입김도 들어가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는, 수익에 있어서도 걱정이 없는 채널과 유통 방식을 채택하였거니와, 영화가 소모되는 방식도 이야기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대신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법과 메시지가 전부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는 말하고 있다. '이제 나의 게임이 시작됐어! 우리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어! 시스템을 부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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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는 '무명'의 그림을 향한 추악한 욕망 천태만상 <벨벳 버즈소>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 2.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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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벨벳 버즈소>


영화 <벨벳 버즈소> 포스터. ⓒ넷플릭스



제이크 젤렌할,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가 된 할리우드 남자 배우다. 일찍이 10대 초반에 할리우드에 진출해 역시 10대부터 여러 영화의 주연을 꿰차고 2000년대 중반 <투모로우>, <브로크백 마운틴>, <조디악> 등을 통해 다재다능함을 인정받았다. 


2010년대부터는 정말 '열일'을 하는 중인데, 2019년까지 10년간 20편에 육박하는 작품에 주연을 맡았다. 한 해 1편에서 4편까지 찍은, 믿을 수 없는 행보인 것이다. 장르 불문, 이미지를 깎아 먹지 않는 와중에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들은 거의 모두 평균 이상의 합격점을 받았다. 


그중 매우 좋은 평가와 함께 제작비 대비 출중한 흥행성적을 거둔 작품 <나이트 크롤러>가 있다. <리얼 스틸> <본 레거시> 등의 각본으로 유명한 댄 길로이의 연출 데뷔작이었는데, 길을 잃은 언론의 천태만상을 특종과 조작과 진실의 소재로 스릴러 장르에 훌륭하게 버무렸다. 


이후 댄 길로이는 덴젤 워싱턴과 함께 법정 영화를 하나 찍었고 올해 <나이트 크롤러>의 히어로 제이크 질렌할과 함께 <벨벳 버즈소>를 내놓았다. 믿고 보는 조합이 된 그들과 넷플릭스의 만남으로 오래전부터 기대작으로 손꼽아온 이 작품은 35회 선댄스 영화제 프리미어로 선보이기도 하였다. 지난번에는 언론계 이번에는 미술계, 또 어떤 섬뜩함을 선보일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무명의 그림을 향한 다양한 욕망들


영화 <벨벳 버즈소>의 한 장면. ⓒ넷플릭스



미국 마이애미, 미술계에서 가장 막강한 입김을 자랑하는 평론가 모프(제이크 질렌할 분)는 독창성 있는 작품을 찾아헤맨다. 와중에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에이전트 로도라(르네 루소 분)와 비서 조세피나, 로도라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유명 아티스트 피어스, 로도라가 새롭게 관심을 두고 있는 길거리 출신 담리시, 피어스를 데려오려는 에이전트 돈돈, 미술관에서 일하다가 에이전트로 전업한 그레천, 여기저기 에이전트를 돌고도는 인턴 코코 등 얽히고설킨 관계의 파장이 사방팔방으로 퍼진다. 


조세피나는 로도라에게 사실상 해고를 당한 후 어느 날 같은 건물의 2층 노인이 죽은 걸 발견하고 신고한다. 그러곤 우연히 그의 집으로 들어가는데, 믿을 수 없이 많은 그림들이 사람을 빨아들이는 미스테리한 색체를 띤 채로 있었다. 그녀는 그날로 바로 작업에 착수해 일가친척은 물론 지인도 없는 노인 디즈의 그림을 가져와 모프에게 소개한다. 


모프의 심미안에도 딱 걸려든 디즈의 그림들은 그 즉시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킨다. 소식은 일파만파로 퍼져 로도라의 귀에도 들어가고 로도라는 즉시 조세피나를 협박하여 그녀의 밑으로 다시 불러들인다. 대신 조세피나는 이전의 비서급 이상이 된다. 한편, 디즈의 그림들은 스스로 움직이는 괴기스러움을 발산하는데 사람들은 알 도리가 없다. 그저 한없이 빨려들어갈 것처럼 들여다볼 뿐이다. 


이제 미술계의 모든 촉각, 즉 돈의 움직임은 디즈로 향한다. 단, 아티스트인 피어스와 담리시만 제외하고 말이다. 와중에 디즈의 섬뜩한 개인사와 본인의 모든 그림을 폐기하라는 유언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사람이라면 빨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디즈의 그림들을 향한 다양한 욕망은 끝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하다...


미술계 상류층의 천태만상


영화는 현대 미국의 미술계 상류층을 형성하고 있는 다양한 부류들의 천태만상을 보여주며, 예술 아닌 돈에 천착하는 비즈니스적 욕망, 오로지 독창성과 자신의 심미안만으로 미술계를 들었다놨다 하는 아트적 욕망의 추악함을 향해 경고를 날린다. 


그 중심엔 그 누구도 작품은커녕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무명의 '디즈' 그림들이 있지만, 그런 디즈의 그림조차 그것을 둘러싼 욕망들에겐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고 또는 채워줄 수단 말이다. 


그들이 자신을 자신으로 알고, 예술을 예술로 알며, 욕망을 욕망으로 알았다면 디즈의 그림이 위대한 그림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디즈의 그림은 무지막지한 돈으로, 미술계에서 내로라하는 명성으로, 한없이 높아진 심미안을 채워줄 수단으로 보였다. 


비단 미술계뿐만 아닐 것이다. 가지각색의 '계'에서 각계각층의 '욕망'들이 돈과 명성과 지위 등을 매개로 모든 것을 다루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문학을 다루는 필자는, 종종 아니 자주 아니 항상 문학작품을 대할 때 욕망이 고개를 쳐들곤 한다. 이 작품은 우리 출판사에 얼마의 돈과 명성을 가져다줄 것인가. 그 가치판단의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예술을 위한 변명 혹은 조언


미술계에 만연한 추악한 욕망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데 주력하는 초반과 달리 중후반은 스릴러 아닌 고어 공포로 내달린다. 온갖 욕망에 몸과 마음을 내맡긴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 앞뒤 재지 않고 보여주는 것이다. 때론 섬뜩하기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때론 굉장히 독창적으로. 


초반과 중후반이 확연히 다른 장르를 내보이는 것처럼, <벨벳 버즈소>는 애매모호한 면들이 다수 보인다. 스토리상 별다른 걸 느낄 새가 없이, 캐릭터들의 관계와 그들을 분한 연기 그리고 장면장면의 연출이 극을 이끈다. 또한 앞서 말한 바처럼 스릴러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굉장한 고어 공포를 선보이고 딱 한 차례 설명되어진 제목 '벨벳 버즈소'의 의미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로도라의 옛날 펑크 시절 그룹 이름이 벨벳 버즈소였다고 하는데, 그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술과 약으로 쪄든 무정부주의자였던 그 시절이 예술을 향한 순수성의 정확하고 정통한 발로였다고 해석하는 게 맞을 듯하다. 그때도 예술을 향한 욕망이 있었을지언정, 그 사이에 돈, 명성, 지위, 심미안, 이기심 등의 이질적인 요소들이 들어앉아 있지 않았다. 


예술을 팔기보다 소개하고, 예술을 판단하기보다 공부하고, 예술에 가치를 매기기보다 감상하는 게 예술계에 종사한 이들이 해야 할 일이겠다. 굉장히 현실지양적이고 허무맹랑하고 지엽적인 얘기처럼 들리는가? 그렇게 그저 스쳐지나가는 얘기처럼 치부할 것인가? 물론 그래도 좋다. 그렇게 살아가도 좋다. 하지만, 남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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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혁명의 뿌리와 과정과 역사가, 여자와 콤플렉스와 돈? <소셜 네트워크>

오래된 리뷰 2018. 10. 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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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


영화 <소셜 네트워크> 포스터.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그가 손을 댄 영화와 드라마에서 단 한 번의 미스도 없었다. CF 감독으로 출발해 광고계를 평정하고 할리우드의 눈에 들어 1992년 <에일리언 3>으로 데뷔한다. 3년 만에 들고온 <세븐>으로 평단과 흥행 대박, 이후 그가 들고온 작품들에게서 실망과 실패의 기운을 느낄 수 없다. 천재 감독 데이비드 핀처 이야기다. 


감각적인 스릴러로 이름을 드날린 후 드라마로 선회해 2008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세련된 영상미와 감각적인 편집은 어디 가지 않고 상향되었다. 2년 뒤 나온 또 다른 드라마 <소셜 네트워크>는 데이비드 핀처의 연출 능력이 최상위로 극대화된 작품이다. 


2010년 당시 페이스북는 유례없는 상종가에 있었다.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는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에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 페이스북로 대표되는 SNS는 그 영향력이 극대로 확대되며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버렸다. 가히 혁명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대격변, 자연스레 부작용이 생겨날 수밖에. 


영화는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창립 과정과 몇 년 후의 2개의 소송 과정을 교차로 보여주며, 동시에 마크 저커버그가 몸소 소셜 네트워크의 실체 또는 이면을 들춰내게 한다. 이보다 시의적절한 콘텐츠를 찾기 힘들 정도로,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가치가 충분하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페이스북 창립과 소송 이야기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한 장면.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하버드에 다니는 마크 저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 분), 여자친구를 비하해 차이고 기숙사로 들어와 블로그에 여자친구를 비방하는 글을 올린다. 그러곤 친구들의 아이디어와 도움으로 하버드 모든 기숙사의 여학생들 사진을 끌어모아 얼굴을 비교하는 사이트 '페이스매쉬'를 만든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그는 유명인사가 된다. 


이에 하버드 내 엘리트클럽 중 하나의 소속이던 엄친아 윙클로스 형제(아미 해머 분)와 디브야 나렌드라가 마크에게 접근한다. 하버드 배타적 커뮤니티인 하버드 커넥션을 만들고자 하는데 프로그래밈을 담당해달라는 거였다. 마크는 곧바로 수락하지만 이후 한 달 넘게 잠수를 타고는, 그 사이 친구 에두아르도 '왈도' 새버린(앤드루 가필드 분)의 투자로 'The Facebook'을 론칭해버린다. 


'The Facebook'은 공전의 히트, 엄청난 인기를 얻고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왈도는 광고를 시작해 돈을 벌자고 반면 마크는 지금의 근사함을 잃지 말자는 부딪힘, 마크가 윙클로스 형제와 디브야의 하버드 커넥션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내용의 소송 등이 진행되며 삐그덕댄다.


와중에 냅스터 창립자 숀 파커(저스틴 팀버레이크 분)가 여러 사업적 제안까지 해온다. 그에 비하면 아마추어 수준인 왈도와 숀의 제안이 솔깃한 마크, 'The Facebook'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여자, 콤플렉스, 돈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한 장면.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소셜 네트워크>는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초창기 유명한 실화를 기반으로 당사자 중 하나인 새버린이 자문한 논픽션 <우연한 억만장자>를 원작으로 했다. 유명한 실화란 다름 아닌 마크 저커버그를 상대로 한 2개의 소송으로, 윙클로스 형제와 디비야가 소송을 건 저작권과 새버린이 소송을 건 주식 계약이다. 


영화는 빈틈 없고 반 박자 빠른 듯한 편집으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의 흥미로울 것 없이 치졸하기만 한 초창기 이야기를 참으로 재미있고 흥미롭게 펼쳐낸다. 그들은 모두 똑똑한 머리와 혹은 좋은 집안까지 등에 업은 채 지금은 초거대 갑부로 군림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거창한 게 아닌 '여자' '콤플렉스' '돈' 등이었다. 소송도 마찬가지이고...


윙클로스 형제와 디비야가 하버드 커넥션을 만들고자 했던 건 보다 손쉽게 여자를 만나려는 이유였고, 마크가 'The Facebook'을 더 키울 수 있었던 발판이 여자였으며 더 키우고자 했던 이유는 콤플렉스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모든 이들의 최종 목표는 물론 더 많은 돈이다. 


우리가 21세기 초에 맞이하게 된 네트워크 혁명의 뿌리와 과정과 결과가 여자, 콤플렉스, 돈이라는 슬픈 결말에 이르는 것이다. 슬프지만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건 그게 인류 역사이기도 하고 인류가 이룩해왔던 혁명의 본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앞을 다퉈 나서서 다방면으로 해석하고 포장하기에 알기 힘든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소셜 네트워크>는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이 아닌 현 시대의 이야기다. 


이 시대의 신화이자 전설이자 혁명의 치졸하고 치명적인 치부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한 장면.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이 영화가 대단한 건 현 시대의 이야기와 본질을 알게모르게 깨닫게 하면서도, 소셜 네트워크 자체가 갖는 본질과 문제점도 영화의 핵심에 가깝게 포진시켜 내보여 포장 아닌 포장을 하는 능력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마크 저커버그를 앞세워 그가 (지금은 훨씬 뛰어넘지만) 당시 5억 명의 친구를 얻고 50조 원이 넘는 자산을 지니게 되었지만, 진짜 친구들은 모두 떠나게 되었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준 것이다. 


SNS를 하는 사람과 SNS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나를 보여주고 싶고 남들이 뭐하는지 알고 싶고 '소통'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나를 보여주기 싫고 남들이 뭐하는지 별로 알고 싶지 않으며 '그런 소통'을 해서 뭐하나 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페이스북 친구들이 3500명, 카카오스토리 구독자가 19000명, 블로그 방문자가 1900000명에 이르지만, 그중에 오프라인에서 만나 '진짜 소통'을 하는 사람은 0%에 수렴한다. 또한 그것과 별개로 친구들이 많은 편은 아니다. 가상의 친구들을 사귀고 '관리'할 동안 실제의 친구들에겐 그만큼 신경을 쏟지 못하게 되는 걸까. 


페이스북 덕분에, 카카오톡 덕분에 전국은 물로 전 세계와 소통이 가능해졌다. 그 부작용을 생각하기도 전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미 깊숙이 들어와버렸다.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가끔 옛날 생각을 한다. "그땐 어떻게 그리 '불편'하게 살았지?" 


우린 애써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일지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불행하게도, 보다 외롭지 않으려고 보다 공감하고 보다 오가는 게 많은 세상을 만들려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반대급부로 말이다. 영화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신화이자 전설이자 혁명의 가장 치졸하고 치명적인 치부를 드러내었다. 이 또한 외면할 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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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데이비드 핀처, 돈, 마크 저커버그, 소셜 네트워크, 소통, 여자, 콤플렉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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