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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여성의 인생, 그 한 단면을 현실적으로 그리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리뷰] 안생과 칠월, 열세 살에 우정이 시작된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칠월과 달리 집안은 잘 살지만 외로움에 떨며 빗나가기 일쑤인 안생이다. 그래서 안생은 칠월의 집에 자주 놀러가고 칠월의 엄마 아빠는 안생을 친딸처럼 생각한다. 3년이 지나 칠월은 명문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안생은 직업고등학교에 진학하며 그들의 인생이 갈린다. 그리고 열일곱에 칠월은 가명에게 첫사랑을 느낀다. 그들은 곧 사귄다. 하지만 모범생 가명은 모범생 칠월보다 자유분방하고 털털한 안생에게 끌린다. 이성으로서 끌리는 것인지,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자유와 행할 수 없는 분방함을 향한 열망인지는 알 수 없다. 스무살이 되어 안생이 고향을 떠나 북경으로, 밖으로 향할 때 칠월은 알게된 듯하다. 칠월과 가명 사이에 무슨 일이.. 더보기
태국산 웰메이드 케이퍼 무비 <배드 지니어스> [리뷰] 태국영화하면 '장르'가 떠오른다. 매년 우리나라에도 한 편 이상 개봉될 정도로 많은 나쁘지 않을 퀄리티를 자랑하는 공포물, 2000년대 중반 '옹박' 신드롬을 일으켰던 액션 등이 그렇다. 거기에 작년말에는 라는 괜찮은 로맨스도 선보였다. 적어도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는 태국영화의 손꼽히는 행보, 태국영화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영화다. 역시 태국영화답게 장르적 특성을 살린 '스릴러' 장르로, 세계 영화산업을 선도하는 할리우드 영화 장르 중에서도 가장 할리우드적인 '케이퍼 무비'를 선보인다. 치밀한 각본과 기민한 촬영기술을 앞세워야 하는 만큼 어려운 작업이다. 영화는 여러 가지 의미로 탈 태국을 표방한다. 나아가 탈 아시아까지 성공하는데, 지금까지 보여왔던 태국영.. 더보기
박정희를 향한 여러 '미스'들로 박근혜 시대를 엿보다 <미스 프레지던트> [리뷰] 어릴 때부터 부모님 세대에게 옛날 얘기를 자주 들어왔다. 당신들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그보다 살 만해졌지만 엄청난 고생을 했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후자의 끝은 박정희 또는 전두환이었던 것 같다. 그들의 이름을 대며 그들을 추모하지도 추앙하지도 않았지만, 흠모의 기운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또 하나 명백했던 건, 모두 평범하다는 것. 작년 이맘때 축제 같은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에 갔었다. 한번은 너무 일찍 도착해 시청 쪽으로 가게 되었는데 뜻하지 않게 어르신들의 행진에 휩쓸릴 뻔했다. 박사모 집회였던 것 같은데, 어느 어르신께서 아내와 나에게 박근혜 홍보를 하는 것이었다. 우린 당황했지만 그분은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그분은 매우 평범해 보였다. 김재규가 쏜 총탄에 박정희가 쓰러진 1.. 더보기
기억은 사라질 거지만 기억하고 싶다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리뷰]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아버지조차 말도 못 할 아기 시절에 돌아가신 할머니를 내가 기억할리는 없다. 그런 할머니가 나는 익숙하고 그런 할머니의 형상이 그려지는 건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었을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아버지한테 전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그렇게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 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모두 정확할리 만무하다. 머릿속 어딘가엔 정확한 기억이 있지만 능력 상 꺼내지 못하는 것이든, 애초에 걸러서 기억하거나 어느 한 순간 또는 마지막 순간만 기억하는 것이든, 원본의 기억이 아닌 편집본의 기억이라는 것이다. 마치 역사와 같지 않은가. 사실도출에의 노력을 추구하지만, 영원히 그렇게는 불가능하다. 영화 은 기억의 취사선택과 기억의 이어짐이라는 다분히 추상적인 주제를 가장 앞.. 더보기
폭력의 악순환이 시작된, 뜻밖의 그곳 <폭력의 씨앗> [리뷰] '폭력', 인류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주제이다. 그 어느 누구도 이 폭력이라는 놈이 쳐놓은 그물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폭력이라는 소재와 주제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천착해왔다. 영화, 그중에서도 한국 독립영화에 국한한다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폭력의 악순환이 가장 큰 주제를 형성했다. 윤종빈 감독, 하정우 주연의 가 그 시작으로 보는데, 여기서 '용서받지 못한 자'는 누구일까. 구성원 모두가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용서받지 못한 자이자 가해자라 할 수 있는 이 영화에서, 결국 진정한 최후의 가해자는 '군대' 그 자체이다. 그들이 군대라는 곳이 아니었다면 그 정도의 폭력을 휘두르고 그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그런 극단적 후회를 했었을까? 이후 한국.. 더보기
힘겨운 시대의 젊은이들을 위한 현실공감판타지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리뷰] 파라다이스 같은 곳에서의 뜬구름 잡는 희망섞인 대화에서, 썩어가는 포도와 출근 준비를 하는 찌든 얼굴의 남자로 이어진다. 그리고는 좁은 사무실에 우루루 모여 있는 직장인들의 모습들까지. 아오야마는 홀로 도쿄에 올라와 자취를 하며 오랜 취업활동 끝에 영업사원으로 발탁되었다. 하지만 상사에 의한 일방적인 갈굼, 당연히 수당을 받을 리 없는 야근, 한밤중까지 걸려오는 상사의 전화로 더 이상 살아갈 마음이 없다. 어느 날 밤늦게 퇴근하던 그, 너무 힘들어서 쓰러진 것인지 자살하려고 했던 것인지 지하철이 들어오던 찰나 선로로 떨어지려 한다. 간발의 차이로 그를 살려내는 이, 야마모토. 다짜고짜 만면의 웃음을 띄며 아오야마의 초등학교 동창이란다. 그러며 한잔 하러가 서로를 알아간다. 그것도 모자라 아오야마.. 더보기
어떤 길을 가든 우리는 그녀를 응원한다 <어메이징 메리> [리뷰] 몸에서 힘을 빼면 더 좋은 연기를 선 보일 수 있을 거라는, 알듯 말듯한 조언이 있다. 비단 연기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통용되는 조언이겠다. 이는 다분히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말일 텐데, 진짜로 힘을 잔뜩 들인 것들만 맡다가 가끔 전혀 힘이 실리지 않은 가벼운 것을 맡기도 한다. 분위기 전환이랄까, 쉬어가는 시간이랄까, 아니면 그것이 진짜 하고자 하는 바일까. 마크 웹 감독은 데뷔작 로 또 하나의 현대판 클래식 주인이 되었다. 매우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특유의 감각으로 특별함을 끄집어 냈다. 그런 그를 할리우드가 가만히 놔두지 않았던 바, 그만의 감각만 쏙 빼어내 블록버스터를 만들게 했다. 다. 극히 나쁘진 않았지만, 전혀 좋지 않았다. 라는 작품으로 데뷔적의 감성과 감각을 다시 선보이려 한다... 더보기
위대한 실화가 전하는 가족, 동물, 유대인을 향한 무한 애정의 의미 <주키퍼스 와이프> [리뷰] 흔한 소설의 구성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또는 '기-승-전-결'을 소설을 위시한 콘텐츠들에서 그대로 발현하는 건, 이제 식상하다 못해 능력의 부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끊임없이 새롭고 참신한 걸 원하는 이 시대에 형식의 파괴는 어느 정도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보수(변하지 않는 것)에 가깝고 보수가 편한 인간의 성향에 부합하는 건 오래전부터 내려온 구성과 형식이다. 주제와 소재가 확실히 정해져 있는 경우엔 더욱 그러할 것이다. 20세기를 넘어 21세기에도 최고의 화두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는 샛길로 새면 안 되는 성역이다. 제시카 차스테인이 열연한 는 동물을 향한 무한애정과 함께 홀로코스트를 비당사자이지만 가장 위험하게 관련된 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정면으로 바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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