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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언론이 질문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해요" <공범자들> [리뷰] 최승호 감독의 지난 9월 4일, KBS와 MBC 노조는 공영방송을 회복하기 위한 파업에 돌입했다. 실질적 목표는 고대영 KBS 사장과 MBC 김장겸 사장의 퇴진, 그리고 불공정 보도 시정 등이겠다. 대한민국에 큰 소용돌이가 지나가고 이전보다 좋은 세상으로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와중에 대대적인 언론 총파업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뭣 모르고 봤을 땐 KBS와 MBC 모두 공영방송인 만큼 정부에 반하는 파업이기 때문이다. 한꺼풀만 벗겨보면 알 수 있다. 두 방송국의 현 사장이 전 정권의 하수인이었다는 걸. 정부의 충실한 하수인으로서 언론의 자유를 묵살하고 통제해왔는데, 정부가 바뀌고서도 그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이젠 현 정부의 언론 자유 불가침을 이용해 스스로가 권력의 정점이 되어 전횡.. 더보기
대중을 향한, 대중에 의한, B급의 메이저화 <킬러의 보디가드> [리뷰] 저급하리만치 돼먹지 못한 말들의 향연에 의한 코믹, 지극한 사실성과 과도한 잔인성을 앞세워 오히려 현실감 없이 재밌게만 느껴지는 액션의 극단적이고 모순적인 조합의 영화가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15년 과 2016년 이 그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데, B급의 메이저화 또는 메이저의 B급화이겠다. 공교롭게도, 아니 의도한 것이겠지만 두 영화에서 극단적 조합에 결정적 역할을 한 두 배우가 한 영화에서 뭉쳤다. 제목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는, . 의 라이언 레이놀즈와 의 사무엘 L. 잭슨이 그들인데, 성공적 캐릭터를 거의 그대로 가져 왔다. 백인과 흑인의 버디 케미 코믹 액션은 1980~90년대 시리즈, 1990~2000년대 시리즈로 상종가를 쳤다. 자신의 한계를 완벽히 깨닫고.. 더보기
입체적 인물 캐서린의 체제 전복 <레이디 맥베스> [리뷰] 온몸을 뒤덮는 베일을 쓴 한 소녀, 불안한 눈빛으로 두리번 거린다. 보이진 않지만 옆에는 남편될 사람인 듯하고, 뒤에는 늙은 남자와 흑인 여자가 서 있다. 결혼식이다. 뭔가가 빠져 있는 결혼식. 곧이어 첫날밤, 모습을 드러낸 남편은 소녀 캐서린(플로렌스 퓨 분)에게 벗으라고 명령하고는 혼자 침대로 들어가 몸을 돌려버린다. 이해할 수 없는 첫날밤. 일반적인 결혼식과 첫날밤의 모습이 아니다. 19세기 영국, 알고 보니 캐서린은 탄광을 소유한 명가에 팔려온 이였다. 남편은 원하지 않았고 남편이 극도로 싫어하고 증오하는 아버지가 사온 것. 일련의 이상함들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캐서린이 이 집에서 할 일은 없다. 집에서 나가지 말고 가만히 성경이나 읽고 있으면 된다. 여자로서의 본분을 지키면 되는 것이.. 더보기
전에 없는 '날 것'의 공포를 선사하는 프랑스산 카니발리즘 <로우> [리뷰] 완고한 채식주의자 부모님 밑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쥐스틴, 어쩐지 불안한 심리와 어딘지 불편한 몸의 상태가 엿보인다. 그들은 함께 쥐스틴이 입학할 생텍쥐베리 수의학교로 향한다. 그곳은 다름 아닌 쥐스틴의 부모님이 다녔던 데는 물론 언니 알렉스도 다니고 있는 데다. 그녀에겐 광란에 찬 오리엔테이션과 혹독한 신고식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동물의 피를 흠뻑 뒤집어쓴 채 토끼 생간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쥐스틴은 채식주의자가 아닌가? 채식주의자일 언니 알렉스는? 칸, 토론토, 런던, 선댄스, 시체스 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를 섬렵하고 한국의 부천 영화제에 상륙해 호평을 받은 영화 의 시작이다. 프랑스 태생인 이 영화는 자그마치 '줄리아 듀코나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흔치 않은 프랑스 호러공포.. 더보기
말끔한 신원 미상 시체와 함께 하는 공포의 밀실 <제인 도> [리뷰] 화창한 날씨, 반듯하고 깔끔한 집, 한 점 싸늘한 기운조차 없어 보이는 그곳에서 일가족이 처참하게 몰살당했다. 그리고 지하실 땅 속에서 발견된 외상 하나 없고 매끈한 여성의 시체. 보안관은 도무지 그녀의 신원을 알아낼 수 없다. 신원 미상, '제인 도'다. 그래도, 아니 더욱더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야 하기에 평소 믿고 맡기는 토미와 오스틴 부자의 부검소로 보낸다. 신원 미상 여성 시체의 부검이 시작된다. 토미와 오스틴 부자는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시체를 부검할 만큼 열정적이고 자신들의 일을 사랑한다. 오스틴은 다만 아버지 일을 거들어 드리는 것뿐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들이 하는 일은 명확하다. 부검을 하여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낼 뿐, 그 외 '왜' 죽었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더보기
파격의 거장 프랑수아 오종의 전환점 <프란츠> [리뷰]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프랑수아 오종은 프랑스가 낳은 작금 세계적인 작가주의 감독이다. 갓 20살이 넘은 1980년대 후반부터 활동했지만 2002년 에 이르러 그 이름을 알렸다. 그 이전까지 그의 작품이 국내에 개봉된 적이 없고, 그 이후로 그의 모든 작품이 국내에 개봉된 사례만 보아도 어림직잠할 수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뛰어 오른 건 아니고, 1990년대부터 비평계에 그 이름을 드높여 왔다. 그는 매 작품마다 파격적 소재를 기본 장착하고 개성있는 상상력과 풍자를 선사했다. 비평가들이 좋아마지 않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할까.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종을 상징하는 건 섹슈얼리티 기반의 욕망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된 그의 작품 이 당대를 대표할 만한 섹슈얼 미스터리라는 점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이 먼저.. 더보기
예쁜 공감 판타지 하이틴 영화 <지랄발광 17세> [리뷰] "선생님, 시간을 뺏고 싶진 않은데 저 자살할 거예요." 네이든이 귀중한 점심 시간을 빼앗으면서까지 담임 선생님을 찾아와 다짜고짜 이런 황당무계한 말을 하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담임은 "나도 지금 막 유서를 쓰는 중이었어"라며 네이든을 세차게 나무라는데, 그래도 거기에 사랑이 묻어나 있어 다행이다. 네이든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당연히 학교를 가기 싫어 했는데, 아빠는 다정하기 그지 없게 그녀를 대해주었던 반면 엄마는 마구잡이였다. 그런 그녀에게 천사같은 친구 크리스타가 다가왔는데, 이후 몇 년간 그녀의 말마따나 최고의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찾아오는 아빠의 죽음으로 최악의 나날이 시작된다. 엄마는 집안의 어른이랍시고 간섭을 일삼지만 사실 가족에겐 관심이 없다. 그저 잘 커준 오.. 더보기
살아남는 게 이기는, 비인간적인 전쟁의 한 가운데 <덩케르크> [리뷰] 크리스토퍼 놀란의 크리스토퍼 놀란은 작가주의 감독이 아니다. 분명 그의 영화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명명백백하게 담겨 있지만, 많은 부분들이 영화를 만드는 이와 영화를 보는 이에게 맞춰져 있는 듯하다.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이 중 하나로서, 놀란은 굉장히 사려 깊은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의 영화들에는, 특히 그가 단독으로 각본을 맡은 영화들은 사실 이야기를 이야기답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다. 대신 그 빈자리를 제대로 된 영화적 감각으로 채워 모자람이 없게 한다. 배경, 촬영, 음악, 음향, 편집, 캐릭터, 상황 등 영화에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지 않은가. 놀란은 누구보다 잘 활용할 줄 안다. 그 와중에도 그는 반드시 무엇 하나를 던진다. 절대 장황하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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