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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연극톤의 재미있는 웰메이드 블랙 코미디 <완벽한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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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완벽한 타인>


영화 <완벽한 타인>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성형외과 의사 석호(조진웅 분)와 정신과 의사 예진(김지수 분)은 속도위반으로 낳은 딸이 스무 살이 되면서 빚어진 남자친구 문제로 소소한 갈등을 보인다. 그럼에도 그들은 석호의 40년 지기 친구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성공적으로 치러야만 한다. 


왁자지껄, 화기애애, 7명이서 너나 없이 한 마디씩 한다. 와중에 석호는 우리들 사이에 비밀은 없다며 우정을 자랑하고, 예진은 믿을 수 없다며 게임을 제안한다. 지금부터 7명 모두 각자의 전화, 문자, SNS, 이메일을 여과없이 공개·공유하자는 것. 꺼림칙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부인 속옷도 간섭하는 보수의 화신 변호사 태수(유해진 분)와 세 아이들과 시어머니 그리고 남편 태수까지 모시고 사는 와중에도 문학적 감수성을 유지하는 수현(염정아 분) 부부.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잘 나가는 사업가로 딱 봐도 바람둥이의 강한 캐릭터 준모(이서진 분)와 준모만 바라보며 준모를 한없이 믿는 세경(송하윤 분) 부부. 그리고 이혼 후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지만 보여주지 않으려는 영배(윤경호 분)까지. 


40년 지기의 화기애애한 식탁이 불안하다. 어느 누구에게도 비밀은 있다지만, 그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지만, 막상 내보이는 건 그것도 비밀이 없을 것 같은 비밀이 없어야 하는 친구들한테 내보이는 건 파국에의 전조나 다름 아니다. 이 집들이의 끝이 벌써부터 섬뜩하고 서늘하게 궁금하다. 


웰메이드 블랙 코미디


영화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비밀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핸드폰, 왠지 비밀이 없어도 비밀이 생길 것 같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한정된 공간에서 최소한의 인원 사이에 최대한의 비밀이 퍼지는 연극톤의 웰메이드 블랙 코미디이다. 


영화를 단계를 밟아간다. 밝은 것도 밝은 거지만 이제는 한 가닥씩 하는 삶을 살게 된 그들 삶의 겉은 화려해 보인다. 특히 성형외과와 정신과 의사 부부인 석호와 예진 부부는 딸의 소소한 사정 말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집들이가 시작되며 몇몇만 알아차릴 수 있는 금이 가는 느낌이 다음 단계이다. 집들이 선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친구들 아내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뼈 있는 한 마디들이 소소한 '빠직'들을 형성한다. 


핸드폰을 공개하면서 비록 한 단계를 넘어갈 뿐이지만 그 폭이 전에 없이 커진 느낌이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을 이런 걸 두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정작 크나큰 암초는 미지의 그 다음 단계에 있었다. 


서사 단계와 메시지 단계


영화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말한다. 40년 지기는 물론이고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사이도 '타인'이라고 말이다. 그것도 '완벽한' 타인. 사실 완벽한 비밀은 없다. 비밀은 반드시 누군가와 공유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 비밀이 나와 가장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이와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완벽한 타인>는 서사 단계에 빚대어 메시지의 단계도 이어진다. 양파 껍질을 벗기든. 서사 단계보다 메시지의 단계가 이 영화를 향한 평과 흥행을 좌우하는 요소일 터, 얼마나 흥미를 끌고 얼마나 긴장 어리고 얼마나 기대에 미칠 것인가. 


처음에는 단연 핸드폰으로 대변되는 현대사회 현대인의 지극히 '비밀스러운' 개인주의이다. 핸드폰 하나에 나의 모든 것들이 들어 있는 이 세태, 가면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핸드폰, 불안을 유지하고 불만을 직조하고 불쾌가 오간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의 단계는 핸드폰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러 지극히 사적인 비밀의 줄기가 각지로 퍼져나간다. 여기서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그 줄기들이 주체가 되어 서사를 이끌게 되면 불호가 될 요량이 크고, 객체가 되어 서사를 뒷받침하게 되면 호가 될 요량이 큰 것이다. 


아주 재미있는 영화


영화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볼 때는 느끼지 못했다. 어느새 그 줄기들이 주체가 되어 서사를 이끌고 있구나 하는 걸 어렴풋이 느끼기만 했을 뿐, 각자의 사정들이 주는 긴장감과 재미가 쏠쏠해서 자세하게 느끼고 분석할 새가 없었다. 혼자 봤으면 그럴 새가 있었겠지만, 영화관에서 많은 관객들과 함께 보니 분위기에 쏠린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겠다. 


마지막 반전, 비록 티나게 특정 영화에서 대놓고 그대로 가져온 클리셰가 심히 걸리긴 하지만 꽤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영화 중반 이후의 서사와 메시지의 따로 노는 자못 어설픈 느낌이 한순간 풀어졌다. 비단 탁월한 선택이 영화의 탁월함으로 이어지진 않았을지언정 최소한의 짜임새를 선사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막장의 아우라는 '역시'라는 생각을 비껴가지 못한다. 여기서 영화는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이할 수 있는데, 그 아우라가 거대하게 느껴지면 영화는 그저 그런 막장 코미디가 될 것이고 그 아우라가 그저 영화가 말하는 수많은 메시지 중의 하나이거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게 느껴지면 영화는 웰메이드 블랙 코미디가 되는 것이다. 


참으로 여러 면에서 경계에 서 있는 이 영화, 개인적으로 경계를 오가는 미묘함 자체가 긴장감과 재미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선 이 영화이 맞이하는 여러 위기들이 의미가 없어진다. 막장이든 웰메이드이든, 사적인 비밀들의 줄기가 객체가 되든 주체가 되든. <완벽한 타인>을 본 대부분의 관객들은 거기에 천착하게 될 것이고, 고로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