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리뷰] <콜래트럴>
영화 <콜래트럴> 포스터. ⓒUIP 코리아
마이클 만 감독, 연배는 위대한 감독들인 마틴 스콜세지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비슷하지만 영화에는 훨씬 늦게 뛰어들었다. 40대를 바라보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의 연출 필모는, TV 시리즈 제작을 거쳐 90년대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시작될 수 있었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라스트 모히칸> <히트> <인사이더>가 90년대 만들어졌고, 2000년대 들어서도 주기적으로 작품을 내놓았다.
사이사이 연출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에도 손을 댔고 최초에 연기자로 시작한 필모답게 가끔은 출연도 하였다. 70대인 2010년대에도 여전히 TV와 영화 모두에서 연출과 제작을 진행하고 있는 그, 정력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영화 연출에 있어 사실상 그의 전성기는 15년 전에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04년도 영화 <콜래트럴>을 마지막으로 말이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를 전면 투톱으로 내세운 <콜래트럴>은,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대도시 LA를 배경으로 한 범죄 드라마 영화이다. 범죄 영화로서 남성다운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마이클 만 감독의 스타일이 일면 엿보이는 한편, 대도시의 황량함과 대립되는 인생 추구 방식이 특별하다면 특별하게 다가온다.
맥스와 빈센트
맥스(제이미 폭스 분)는 LA에서 12년째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잘 알고 잘 하는 그이지만, 언젠가 돈을 모아 리무진 렌탈 서비스 업체를 차리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그래서 택시기사를 그저 임시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밤 우연히 양복 입은 사내 빈센트(톰 크루즈 분)가 탄다. 그는 700달러를 주며 하룻밤 새 다섯 군데에 들러 일을 보고 공항으로 갈 테니 함께 다닐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아는 맥스지만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처음에 들른 곳부터 일이 꼬인다. 빈센트가 일을 보러 들어간 뒤 얼마 되지 않아 택시로 사람이 떨어진 것이다. 그러곤 바로 나온 빈센트는 당황한 맥스에게 명령해 함께 죽은 사람을 트렁크에 실는다. 그들의 하룻밤 동행은 곧 죽음의 동행이 된다. 알고 보니 빈센트는 살인청부업자로 다섯 군데에 들러 다섯 명을 죽이고 떠나야 했던 것이다.
죽기 싫은 맥스는 어쩔 수 없이 동행하지만 틈만 보이면 도망칠 궁리를 한다. 실패하지만 빈센트는 그를 죽이지 않는다. 그런 한편, 맥스 때문에 중요한 자료를 모두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하지만 역시 죽이지 않는다. 다만, 빈센트를 대신해 맥스가 얼굴을 팔고 자칫 누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게 되었다. 빈센트는 한 명씩 죽여가며 점차 목적을 달성하고, 맥스는 빈센트 덕분에(?)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버리고 점차 대범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들의 동행은 어떻게 끝날까?
하드보일드한 대도시와 인생 자세의 대립
영화 <콜래트럴>은 깔끔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한편 황량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다.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만큼 '누와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건조하고 비정하고 냉혹한 분위기가 보다 알맞는 듯하니 '하드보일드'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영화가 액션보다 분위기와 결이 닿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중심 내용은 주지했다시피 빈센트의 다섯 명 청부살인 작업에 택시기사 맥스가 껴든 모양새이지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건 LA로 대변되는 대도시와 그들이 추구하는 인생 자세의 대립이다. 빈센트는 말한다. LA라는 도시가 싫다고, 누구 하나 남에게 관심을 두는 일 없이 건조하기 짝이 없다고 말이다. 아이러니한 건 그 자신이 비정하고 냉혹한 냉혈한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대도시인 그 자체이다. 하지만, 그는 본인의 일 외에도 다른 일에 관심이 많고 잘 알기도 한다.
맥스는 승객들에게 관심이 많은 듯하다. 자신의 꿈을 가감없이 전하는 것이다. 다만, 비루한 현재는 숨긴 채.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소시민 그 자체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오히려 남들이나 다른 일에 관심이 없고 잘 알지 못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소심하면 자신에게 천착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맥스가 빈센트를 만난 건, 겉으로는 죽음의 동행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틀 또는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가는 동행일지 모른다. 참으로 얄궂게 말이다. 그 동행이 맥스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전적으로 그 자신에게 달렸다.
빈센트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아마도 평소와 다름 없이 작업을 했을 것이다. 누구나 일을 하면 루틴이 생기는 것처럼, 당연한듯 오랫동안 해왔을 게 분명하다. 거기에,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맥스라면 안성맞춤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결론적으로 '하필 맥스'였다. 그리고 맥스가 변할 수 있게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다름 아닌 빈센트이고 말이다. 아이러니는 이 영화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겠다.
마이클 만 감독 스타일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를 과도하게 추구하는 마이클 만 감독답게, 더욱이 '총'에 있어 더욱 그런 면모를 추구하는 그의 작품답게, 총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청부살인업자 맥스의 솜씨는 일품이다. 잘 몰라도, 총질하는 액션 영화를 봐왔던 이라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자세가 완벽하다. 극중에서 맥스는 모든 대상에게 가슴에 두 발, 머리에 한 발을 쏘아 죽이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모잠비크 드릴'이라는 기술이라고 한다. 더블탭, 즉 가슴에 두 발을 쏘고 쓰러지지 않은 적을 확인하고 머리에 한 발을 쏴서 확실히 죽이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후 개량되어 가슴에 두 발을 쏘고 확인하지 않은 채 곧바로 머리에 한 발을 쏘는 형식이 되었다고 한다.
모잠비크 드릴이라는 총격술이 일반인에게 알려진 게 다름 아닌 <콜래트럴> 덕분이라고 한다. 마이클 만 감독이 추구하는 리얼리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사실이다. 빈센트로 분한 톰 클루즈가 어느 정도의 훈련을 받았을지 짐작되는 바이기도 하다. 한편, 극중에서 이 모잠비크 드릴 총격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는데, 그 자체로 범행 흔적이 된 것이다. 추측할 그 어느 것도 남기지 않는 그이지만, 고도의 훈련을 받아 습관이 되어버린 총격술을 바꾸는 건 어려웠을 테다.
<히트>가 앞서 존재하기에 <콜래트럴>을 마이클 만 감독 스타일의 집대성이라고 할 순 없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독립적으로 충분히 훌륭한 걸작이다. 또한 독특하기까지 하니 범죄 영화를 좋아하지만 단순한 액션 범죄 영화는 저어한다면 단연콘 <콜래트럴>을 추천한다. 오래오래 지속될 여운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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