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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동안 어디서 뭐하다가 이제야 내 앞에 나타났니? 지난 주에 20년 만에 친구를 만났어요. 정녕 20년 동안 보지 못했었죠.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내내 제일 친했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각자 다른 학교로 가게 되었고 그 친구는 이사까지 갔어요. 그동안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좋더군요. 신기한 건,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도 어색하지 않다는 거였어요. 마치 어제도 만난 사이인 듯 했지요. 며칠 전에는 여자친구와 사귄 지 1800일 되는 날이었어요. 분명 의미 있는 날이지만, 기념할 만한 무엇도 하지 않았어요. 귀찮아서? 사랑이 식어서? 원래 기념일을 챙기지 않아서? 그렇지는 않아요. 앞으로 새로 만들 기념일이 있기에, 이 정도의 기념일은 지나쳐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나 혼자만의 생각인가?)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단순한 연인 이상.. 더보기
그녀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뭘까 그녀가 원하는 건 뭘까. 참으로 오랫동안 고심해왔다. 고심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흔적의 하나가 변하고자 노력한 거다. 그녀의 바람에 맞게, 우리의 미래를 위해. 그런데 노력을 어필하려 할 때마다 그녀가 하는 말이 있었다. "변하려고 노력하지마. 오빠의 본 모습도 사랑해야 진짜 사랑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난 그러려고 하니까. 그녀의 어떤 모습이든 다 사랑스러우니까. 물론 바꼈으면 하는 모습도 있지만, 바뀌면 더 이상 그녀는 내가 아는 그녀가 아니다. 내가 택한 그녀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어김없이 또 다툼이 생기면 다른 말을 한다. "너무 노력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 아냐? 내가 변하지 말랬다고 노력하지 말라는 건 아니잖아. 우리를 위해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 흠... 그녀가 원하는 .. 더보기
잔잔함 속에 묻어나는 잔임함, 그마저도 이해할 수 있는 아름다움 <그해 여름> [서평] 일 년 동안 지치고 힘들었던 심신을 편히 쉬게 하기 위해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 매년 새로운 곳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익숙한 곳으로 가는 사람들도 많다. 익숙한 곳이란 다름 없는 '고향'. 하늘 맑고 물 좋은 그곳으로 가는 건 심신을 쉬게 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 나 또한 어릴 때면 온 가족이 모여 그곳으로 향했다. 아버지의 고향이자 할아버지·할머니, 증조할아버지·증조할머니의 산소가 있는 강원도 평창으로. 언제나 먼저 할아버지 내외, 증조할아버지 내외 분께 인사를 드리고 휴가를 즐겼다. 나에게 그때 그 시절들은 완벽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없이 편안한 공간, 그곳에서의 여름 (이숲)은 그 시절의 완벽한 기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로즈는 가족과 함께 매년 여름 아와고 비치(미국 온타리오 주.. 더보기
6년차 커플의 '100일 처럼 사랑하기' 일전에 25년여 만에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본 적이 있어요. 그때가 일요일 저녁에서 밤 사이였는데, 생각도 정리할 겸 산책도 하자는 취지였죠. 그런데 생각이 정리되기는 커녕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이 동네에서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거죠. '우리 동네가 이런 곳이었구나. 이런 분위기였구나. 예쁘다.' 한 달 정도 후에 한번 더 다녀왔어요. 더 오래 걸려 더 많은 곳을 다녀 봤는데요. 왠지 시들하더라구요. 벌써 지루해진 걸까요? 처음만큼 재미있지가 않았어요. 여자친구한테 말했더니 한번 더 가보라는 거예요. 큰 기대없이 한번 더 다녀왔죠. 같은 장소인데 또 다르더라구요. 제가 변한 건지, 동네가 변한 건지~ 저희 관계가 딱 이래요. 2010년부터 지금까지 햇수로 6년차에 접.. 더보기
사랑으로 귀결되는 평등과 자유에의 투쟁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오래된 리뷰] 오랫동안 풀지 않았던 숙제를 푼 기분이다. 오랜 숙원을 푼 기분이다. 영화 를 본 후 느낀 기분이다. 영화를 즐겨 보는 만큼, 추천도 받고 추천도 많이 해준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를 추천 받아 볼 때는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맛 본 것 같다. 추천해준 이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좋은 영화 한 편에는 뭔가 있는 게 분명하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분께 영화 추천을 받는 경우가 드문데, 두 분께 받은 두 편의 영화가 생각 난다. 중학교 2학년 때 큰이모부께서 추천해주셨던 영화, . 이 영화 덕분에 톰 행크스를 좋아하게 되었고, 이후 그의 영화를 챙겨봤었다. 그리고 는 그야말로 내 인생 최고의 영화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리고 15년 이후 첫 회사의 사장님께서 추천.. 더보기
<모던 아트 쿡북> 그림 그리고 글과 함께 먹는 음식은 어떠신지? [서평] 경제가 안 좋아지면 제일 먼저 문화 활동을 줄인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독서 활동. 같은 문화 활동인 영화나 TV가 시간 죽이기를 겸한 스트레스 해소로 오히려 수요가 느는 것과는 다르게, 책은 스트레스를 가중 시킨 다는 것이다. 먹고살기도 힘든 데 무슨 책을 보느냐... 그렇다면 먹고살기 힘들 때조차도 줄이지 않는 게 있을까? 있다. 먹고살기 힘들 때도 '먹는' 건 줄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니까. 먹지 않으면 죽고 말 테니까. 그래서 인가? 경제 불황기에는 먹는 사업이 (상대적) 호황이라고 한다. 이를 이용해 역으로 추적해보자면 요즘은 확실한 불황인가 보다. 수많은 앱 중에서도 음식 관련 앱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 않은가. CF를 통해 알 수 있다. 배우 류승룡을 앞세운 .. 더보기
<스틸 앨리스> 그녀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도 연기는 남을 것이다 [리뷰] 알츠하이머병. 각종 콘텐츠의 단골 손님이다. 2004년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영화 , 같은 해 같은 달에 개봉해 진검 승부를 벌였던 영화 , 2013년 김영하 작가의 소설 , 그리고 작년 2014년 장예모와 공리의 재결합 까지. 이 밖에도 셀 수 없을 정도이다. 그만큼 '기억의 소멸'은 그 자체로도 깊은 슬픔을 안겨준다. 알츠하이머병 못지 않게 루게릭병 또한 단골 손님인데, 알츠하이머병이 정신적으로 기억이 쇠퇴해 소멸되어 가는 거라면 루게릭병은 육체적으로 세포가 쇠퇴해 소멸해 가는 것이다. 20세기 공전의 베스트셀러 이 대표적이다. 이 병이 무서운 건 거의 무조건 사망에 이른 다는 점이다. '기억의 소멸'과 '육체의 소멸'. 우열을 가릴 수 없겠지만, 인간으로서 기억의 소멸이 더욱 치명적일 것.. 더보기
<퍼펙트 센스> 감각의 실종, 그리고 일찍이 접하지 못한 감동과 공포 [오래된 리뷰] 사랑에 대한 영화, 정말 많다. 사랑에 대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의 모든 걸 다루었다. 이제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을 듯하지만 여전히 사랑은 모든 콘텐츠의 핵심이다. 인간은 사랑 만으로 살 수 있는가?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있는가? 개인적인 생각으로 인간은 사랑 만으로 살 수 있고,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것 같다. 여기서 뜬금없이 질병 창궐에 대해 말해 본다. 알 수 없는 질병에 관한 영화 또한 무수히 많다. 질병 때문에 인류가 망해가고, 질병 때문에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간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싸운다. 여기에 사랑이 낄 틈은 없어 보인다. 일단 살아야 하니까. 감각의 실종, 그리고 사랑 영화 는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사랑'과 '질병'을 소재로 썼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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