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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 소울메이트의 사랑 방정식, '따로 또 같이' <원 데이> [오래된 리뷰] 대학 졸업식 날, 엠마와 덱스터는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그렇게 그들은 연인이 아닌 친구가 된다. 1988년 7월 15일이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둘. 엠마는 소설가를 꿈꾸는 다부지고 당찬 여인이다. 다만, 사랑엔 조금 서툴다. 덱스터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방탕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즐긴다. 모든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바람둥이다. 그래도 그들은 인연의 끈을 붙잡고 놓치 않는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지만. 많은 로맨스 영화들이 사랑을 보여줄 때 요긴하게 쓰는 게 '시간'이다. 시간 덕분에 우정이 사랑이 되고, 시간 때문에 사랑이 식기도 하며, 시간이 사랑을 아프게 한다. 무수히 많은 러브스토리를 양산해낼 수 있게 한다. 영화 도 시간과 사랑의 방정식을 아주 훌륭하게 보여준 .. 더보기
삶이 삶을 지탱하고, 사람이 사람을 지켜주는 게 아닐까 <하와이언 레시피> [오래된 리뷰] 하와이 섬 북쪽 끝의 작은 마을 호노카아, 나이 지긋한 미국계 일본인들이 모여 산다. 세상 어디에도 그런 곳은 없을 듯하다. 느리고 말 없고 태평하다. 딱히 뭘 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 그곳에 젋디 젊은 청년 레오가 찾아온다. 그 또한 느리고 태평한 듯하기에 큰 무리 없이 스며든다.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영화관에서 일하게 된 레오, 곧 동네사람들과 친해진다. 그들은 하나같이 천하태평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사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여유롭고 안정된 삶이다. 여자를 밝히지만 파킨슨병에 걸린 아내만을 바라보며 사는 코이치, 팝콘 기계 옆에 앉아 기계가 돌아가기만 하면 잠을 자는 제임스, 먹는 걸 너무너무 좋아하는 영화관 주인 에델리, 과묵한 레오의 상사 버즈, 딱딱 맞는 말만 .. 더보기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랑의 위대함 <브로크백 마운틴> [오래된 리뷰] 약관 20세의 두 청년 잭(제이크 질렌할 분)과 에니스(히스 레져 분), 함께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양떼를 몬다. 광활한 대지에 두 사람뿐이라 어색하다. 그것도 잠시, 어느새 친해져 브로맨스를 선보이는 두 사람. 어느 날 잭은 밖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자는 에니스에게 텐트에 들어 오라고 한다. 새벽녘 그들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없었던 일로 하자는 에니스, 받아들이는 잭. 그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자신은 게이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미 그들의 친밀감은 전에 없이 높아져 있었다. 갑작스레 철수하게 되는 그들,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그들은 주체할 수 없는 혼란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들은 헤어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더보기
시간이 흘러 비로소 알게 된 사랑,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사랑 <중경삼림> [오래된 리뷰] 왕가위 감독의 왕가위 감독을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오르게 한 영화 중 하나인 . 제목을 이야기하지 않고 영화를 이야기하기 힘들다. 중경삼림을 영어로 바꾸면 'Chungking Express'이다. 홍콩에 가면 Chungking Mansion(重慶大廈: 중경대하)이 있다고 하는데, 처음 지어질 당시에는 고급 아파트였던 것이 현대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는 소란스럽고 낡은 건물이 되었다고 한다. 왕가위 감독은 그곳을 중심으로 을 찍었다. 또 하나, Express는 영화에서 주된 장소로 등장하는 패스트푸드점의 이름이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 머무르지 않고 떠나곤 하는 곳이다. '급행의' '신속한' '속달'의 의미를 지닌 Express와 일맥상통한다. 영화에서는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이 찾아.. 더보기
'영생'이라는 아름다운 지옥, 택할 것인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오래된 리뷰] 아무런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영원한 삶을 얻을 것인가. 너무 극과 극에 있지 않은가. 누구라도 영원한 삶을 선택할 것 같다. 나 또한 그럴 것 같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도 그랬고, 중세의 연금술사들도 그랬다. 많은 종교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인간은 죽음 못지않게 영원한 삶에 대해 수많은 콘텐츠들을 양산해냈다. 그 중 하나가 '뱀파이어'다. 그들은 햇빛에 노출되지 않거나 동족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는 이상, 영원한 삶을 보장받는다. (그들의 신체 능력은 발군을 자랑하기에 동족이 아니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뱀파이어가 된 당시보다 더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계속 유지하기에, 경우에 따라 영원한 '젊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정녕 뱀파이어.. 더보기
보편적인 사랑조차 포기해야 하는 청춘을 위해! <사돈의 팔촌> [리뷰] 영화는 종종 금기시된 사랑을 건드린다. 부모님이 반대하는 사랑, 이성이 아닌 동성 간의 사랑, (알고 보니) 이복형제 간의 사랑, 결혼한 이들 간의 사랑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이들 간의 사랑, 친구 엄마 또는 아빠와의 사랑, 죽은 이와의 사랑까지. 이밖에도 수많은 금기된 사랑들이 있을 것이다. 억지로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이니, 사랑은 참 하기 힘든 것 같다. 영화 은 금기시된, 아니 금지된 사랑을 다룬다. 친척이지만 남이나 다름 없는 관계를 뜻하는 '사돈의 팔촌'은, 주인공들이 원하는 그들 간의 관계이다. 그들은 사돈의 팔촌이 아니라 사촌 사이이기 때문이다. '사촌 간의 사랑', 많은 금지된 사랑이 조금씩 이해되고 받아들여지고 있음에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랑이다. 서정적이고 감정이 풍부.. 더보기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봄날의 영화 <브루클린> [리뷰]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여성의 삶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무료한 일상을 뒤로 한 채 막연하게 더 나은 삶을 찾아 떠났거니와 집과 가족과 일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겠지만, 거기에 인생을 건 절박함과 필사적인 모습이 비춰지지 않을 것이기에 쉽게 공감하기 힘들지 않을까. 영화 은 대략 그런 정도의 단펵적인 정보를 얻은 후에 본다면, 훨씬 큰 재미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눈물을 짜내는 절박함 대신 공감 어린 성장 스토리가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놀음과 고민 대신 가족과 집 그리고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진정한 휴먼 스토리가 존재한다. 큰 갈등 없이 잔잔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우울하지 않은, 하지만 눈물샘을 자극하며 미소까지 .. 더보기
"동성 간의 사랑이 아니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거라고." <캐롤> [리뷰] 1950년대 어느 날 미국, 한 남자가 레스토랑에 들어온다. 우연히 한 여자를 발견한다. 그 여자는 어느 여자와 같이 앉아 있다. 여자는 남자와 맞은 편 여자를 서로 소개 시켜준다. 곧 맞은 편 여자가 일어나 가고, 남자가 곧 자리를 뜬다. 그 둘은 자리를 뜨며 여자의 어깨를 살짝 집었는데, 여자가 반응을 보인 건 맞은 편 여자의 손길이다. 여자도 자리를 뜬다. 차를 타고 가면서 회상에 빠져든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테레즈(루니 마라 분), 그 날도 어김없이 개점을 하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한 여자 캐롤(케이트 블란쳇 분). 테레즈보다 족히 열 몇 살은 많아 보이는 캐롤. 차림새는 전형적인 상류층의 그것이다. 캐롤을 바라보는 테레즈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그건 캐롤도 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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