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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아트 쿡북> 그림 그리고 글과 함께 먹는 음식은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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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모던 아트 쿡북>



<모던 아트 쿡북> 표지 ⓒ디자인하우스



경제가 안 좋아지면 제일 먼저 문화 활동을 줄인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독서 활동. 같은 문화 활동인 영화나 TV가 시간 죽이기를 겸한 스트레스 해소로 오히려 수요가 느는 것과는 다르게, 책은 스트레스를 가중 시킨 다는 것이다. 먹고살기도 힘든 데 무슨 책을 보느냐... 그렇다면 먹고살기 힘들 때조차도 줄이지 않는 게 있을까?


있다. 먹고살기 힘들 때도 '먹는' 건 줄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니까. 먹지 않으면 죽고 말 테니까. 그래서 인가? 경제 불황기에는 먹는 사업이 (상대적) 호황이라고 한다. 이를 이용해 역으로 추적해보자면 요즘은 확실한 불황인가 보다. 


수많은 앱 중에서도 음식 관련 앱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 않은가. CF를 통해 알 수 있다. 배우 류승룡을 앞세운 <배달의 민족>, 배우 차승원을 앞세운 <요기요> 등. 한편 요리 프로그램이 육아 프로그램을 이어 TV를 장악하고 있다. <삼시세끼>를 시작으로 <냉장고를 부탁해>, <수요 미식회>, <오늘 뭐 먹지> 등, 어림 잡아도 10개는 넘을 것 같다. 


음식을 먹되, 그림 또는 글과 함께 하자


그럼 한 발 더 나아가 죽지 못해 먹을 거라면 이왕이면 맛있는 걸 먹어야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맛있게 먹는 법은 사람마다 다를 진데, <모던 아트 쿡북>(디자인하우스)이라는 책이 상당히 고상한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되, 그림이나 글과 함께 하라는 것이다. 


단순히 먹을 것을 그린 그림, 음식을 먹고 있는 장면을 그린 그림, 혹은 재료나 식기를 그린 그림도. 글은 더 다양하다. 물론 음식과 관련된 글이겠지만, 시도 있고, 레시피도 있고, 산문도 있고, 소설도 있고, 노래도 있다. 이렇게 그림 또는 글과 함께하는 요리는 특별할까? 더욱 맛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특별한 질감과 풍미를 더해 주는 것 같다고 한다. 음식에 관한 글을 읽고 그림을 보면 음식에 대해 즐거움을 얻을 테고, 자연스레 음식에 완벽함을 더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번 해보았다. 음식에 대한 기가 막힌 묘사 글을 읽거나, 완벽하게 짜인 레시피를 접하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 본다. 음식을 만들기도 전에 묘사 글에서 이미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어떻게 만드는 지 레시피를 보고 있을 때는, 어서 빨리 요리를 해서 먹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을 대할 때의 행복함이란...




<모던 아트 쿡북> 중에서 ⓒ디자인하우스



반면 생각과는 다르게 그림을 볼 때는 별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거니와 냄새도 맡을 수 없는 그림에서는 별 느낌이 없다. 오히려 글에서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림 또는 사진의 연사체라고 할 수 있는 TV를 본다. 눈앞에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있으니 본능적으로 참기가 힘들다. 거기에 얼마든지 글을 얹힐 수 있다.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 그들이 하는 요리를 따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 또는 글과 함께 하는 음식과 요리는 '특별하다'


이를 테면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바는 정확하다. 그림 또는 글과 함께하는 요리는 특별하며 더욱 맛있게 해준다. 그걸 함께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이 책에는 다른 게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과 글은 누가 그리고 누가 썼겠는가? 당연히 유명한 이들일 테고, 그들은 여지 없이 음식과 요리를 좋아했다. 이 책을 보면 누가 어떤 음식과 요리를 좋아했고 잘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아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에 나온 레시피 하나만 간단히 소개해본다. 레시피를 쓴 이도, 레시피의 주인공도 너무 유명하다. 피카소의 상그리아다. 냄비에 와인 1병을 붓고 막대 계피 1개를 넣은 다음 센 불에서 가열한다. 와인이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바로 오렌지 3개분의 껍질과 정향 3개를 넣고 다시 한 번 끓어오르게 둔다. 여기에 아카시아 꿀 4큰술과 코냑 2큰술, 끓는 물 반 잔 정도를 넣고, 아주 뜨거운 상태에서 두꺼운 와인 잔에 담아 낸다. 


아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전형적인 상그리아이지만, 피카소의 레시피라고 하니 왠지 특별해 보인다. 그림과 글이 함께 하는 요리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유명한 이의 그림과 글이라는 점도 있지만, 누군가와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 말이다. 누군가도 나와 같은 요리를 하는 구나, 나와 같은 음식을 먹는구나. 



<모던 아트 쿡북> 중에서 ⓒ디자인하우스



참으로 사랑스러운 음식이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한편 저자는 음식에 대한 찬사를 아낌없이 하는데, 소개해본다. 우리가 흔히 즐기는 그런 음식에 이런 면모가 있을 줄이야. 저자는 달걀에게 다음과 같은 찬사를 건넨다. 심히 동의하는 바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문제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둘 다 하루 중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구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할 뿐이다." (본문 중에서)


그런가 하면 버섯에 대해서는 첼리스트인 필립스의 회고록 <쇼베네 과수원에서 딴 체리>를 인용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버섯이 없으면 우리는 척박한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다른 생물이 만들어 내는 온갖 쓰레기를 분해하는 것이 바로 버섯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버섯은 땅속에서 뿐 아니라 땅 밖으로 나와서도 모든 종류의 식물에 영양을 공급하고 키운다는 점이다." (본문 중에서)


참으로 사랑스러운 음식이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저자의 사랑스러운 글과 유명 화가들의 그리 사랑스럽지는 않은 그림, 그리고 유명 작가들의 사랑스러운 글이 한데 어울린다. 결론적으로는 여기에서 사랑이 배어 나온 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이기도 한데, 독자 입장에서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바이기도 하다. 


이제 음식을 접하기 전에, 요리를 하기 전에 한 번쯤 그림(이건 쉽지 않으니 TV 요리 프로그램으로 대체!)이나 글로 음식의 '사랑스러움'을 느껴보시라 권하고 싶다. 죽지 못해 먹고살아야 하니 이왕이면 맛있는 걸로 맛있게 먹어보자 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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