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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이 소울메이트의 사랑 방정식, '따로 또 같이' <원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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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원 데이>


시간과 사랑의 방정식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20년 넘는 7월 15일 하루를 보여주며 소개하는 그들만의 특별한 사랑, 영화 <원 데이> ⓒ(주)팝 파트너스



대학 졸업식 날, 엠마와 덱스터는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그렇게 그들은 연인이 아닌 친구가 된다. 1988년 7월 15일이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둘. 엠마는 소설가를 꿈꾸는 다부지고 당찬 여인이다. 다만, 사랑엔 조금 서툴다. 덱스터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방탕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즐긴다. 모든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바람둥이다. 그래도 그들은 인연의 끈을 붙잡고 놓치 않는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지만. 


많은 로맨스 영화들이 사랑을 보여줄 때 요긴하게 쓰는 게 '시간'이다. 시간 덕분에 우정이 사랑이 되고, 시간 때문에 사랑이 식기도 하며, 시간이 사랑을 아프게 한다. 무수히 많은 러브스토리를 양산해낼 수 있게 한다. 영화 <원 데이>도 시간과 사랑의 방정식을 아주 훌륭하게 보여준 작품 중 하나다. 1988년부터 2011년까지 20년이 넘는 7월 15일 하루를 보여주며 그 둘만의 특별한 사랑을 소개한다. 


이들의 사랑 방정식, '따로 또 같이'


'따로 또 같이'만큼 이들의 사랑을 잘 표현한 말이 없다. 이들의 사랑 뿐일까? 사랑이란 본래 '따로'만 존재하지도 그렇다고 '같이'만 존재할 수도 없다. 변화무쌍할 것까진 없지만 기본적으로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유명한 대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라, 변하는 사랑인 거다. 사랑은 변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사랑이 변하니?'에 대한 그들만의 답.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서로를 향한 알듯 모를듯한 사랑. ⓒ(주)팝 파트너스



엠마와 덱스터의 사랑은 어떨까. '사랑은 다시 돌아오는 거야!'에 가깝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서로를 궁금해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가끔은 서로를 의지한다. 누가 봐도 사랑하는 것 같은데 그들은 결코 사랑을 속삭이지 않는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순간이 몇 번 찾아오지만 번번이 놓치고 망치고 밀친다. 


삶은 계속되는 법. 그들은 서로를 마음에 또는 속 깊이 또는 전체에 두고 각자의 길을 간다. 엠마는 소설가의 꿈을 간직한 채 일을 계속한다. 현재에 두 발을 굳건히 디딘 채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느리지만 차근차근. 덱스터는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바람둥이끼는 여전하며 허영심은 극에 달해 있다. 


영화는 매년 7월 15일만을 보여준다. 둘의 모습은 알게 모르게 바뀌고 상황은 알아차릴 만큼 바뀐다.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서로를 향한 알듯 모를듯한 사랑이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는 사랑의 애뜻함과 애절함을 그린다. 시간과 사랑의 방정식을 적절하게 풀어낸 것 같다. 


마음처럼 쉽지 않은 소울메이트의 사랑법


영화의 본판은 '사랑과 우정 사이' 또는 '밀고 당기기(밀당)'이라고 할 수 있다. 흔하디 흔한 사랑의 모습 중 하나인 것이다. 거기에 풍덩 빠질 것인가 휙 돌아서 갈 것인가 하는 건 공감과 카타르시스의 여부에 있겠다. 엠마와 덱스터는 영혼의 단짝이라 할 수 있는데 '소울메이트'라고 하면 알맞겠다.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보여준 평생동안 잊히지 않는 단 한 번의 만남과 헤어짐이 강렬하다면, 이 영화는 잔잔하다. 이들도 그렇게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후 헤어지고는 다시 못볼 수도 있었다. 


소울메이트끼리의 사랑은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지 않을까. 그건 그거대로 또 사랑은 사랑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주)팝 파트너스



여기서 소울메이트의 사랑법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소울메이트는 소울메이트로 평생을 살아가는 게 좋을까, 같이 살며 끊임없이 서로를 확인하고 사랑하는 게 좋을까. 어디서도 소울메이트끼리 서로의 마음을 안 후 합일을 이룩하고는 잘 되었다는 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오롯이 그(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그녀)는 또 다른 나이기에, 그(그녀)를 사랑하는 건 나를 사랑하는 것과 다름이 아닐까?


소울메이트끼리의 합일은 비추천이다. '따로 또 같이'가 아니라 '같이'만으론 오래 이어가기가 힘들다는 거다. 인생이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사랑은 사랑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딜레마가 반드시 찾아올 거라는 거다. 인생에서 소울메이트를 찾는 게 힘들지만, 찾고 나서 더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이? 따로? 따로 또 같이?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이런 논리라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소울메이트가 아닌가. 아닐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둘 다 좋다. 아니라면 아닌데로 난 온전히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 거다. 맞다면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자신같이 사랑할 수 있을 거다. 다만, 명심해야겠지.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을. 


촉촉해지고 훈훈해지는 센스 있고 아름다운 영화


영화의 여러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었다. 장면 하나하나에 힘을 불어 넣은 듯, 오랫동안 서로를 사랑했음에도 항상 같이 있지 못한 그들을 잘 표현한 듯. ⓒ(주)팝 파트너스



음악, 배경, 의상, 배우, 대사, 분위기가 이렇게 조화를 이루기 힘들다. 거기에 일 년에 단 하루만을 배치해 앞뒤 상황을 전달하고 마음을 보여주기란 정말 힘들었을 거다. 그걸 해냈기에 참으로 센스 있고 아름다운 영화가 탄생했다. 모든 면에서 과하지 않고 적절한 조화가 주는 센스와 아름다움이다. 


사실 로맨스 영화가 적절하기 쉼지 않다. 그래서 아름답기 쉽지 않다. 많은 로맨스 영화들이 눈물 바다를 선사하기 때문인데, 거기엔 과한 설정이 뒤따른다. <원 데이>도 보는 이에 따라 과하고 말도 안 되는 설정이라 하기 쉽다. 20년 이상 이어지는 '사랑과 우정 사이'라. 그렇지만, 그 20년을 '기다림'으로 채웠기에 과하다는 생각 전에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이다. 일년에 하루만 보여주는 설정도 한몫 했다. 


마음이 잔잔했다가 파도쳤다가 가라앉았다가 촉촉해진다. 촉촉하게 적셨으면 그건 좀 과한 건데, 이 영화는 적시지 않는다. 촉촉해지고 또 훈훈해진다. 결국엔 모든 걸 다 잊고 '나도 저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로 귀결될 것이다.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넘어선, 강점이입이자 바람일까. 


그들의 사랑을 한마디로 정의내려 본다면, '엠마는 덱스터를 사람이 되게 하였고, 덱스터는 엠마를 행복하게 했다.' 지금 나의 사랑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사랑의 방식이 모두 다르듯, 사랑을 주고 받고 그 사랑을 어떻게 체화하는지도 모두 다를 것이다. 중요한 건 사랑을 하라는 것, 사랑을 찾아 떠나라는 것, 사랑을 지키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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