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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꿈'에 해당되는 글 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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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룰 수 없는 꿈과 두 발 딛고 선 현실 사이에서 <8마일> 2019.09.10
  • 택시기사 맥스와 청부살인업자 빈센트의 황량하고 건조한 동행 <콜래트럴> 2019.09.07
  • 꿈과 현실을 오가는 환상적 이야기와 치명적인 디스토피아 세상 <인셉션> 2019.08.27
  • '잘돼가? 무엇이든'이라고 묻는 배려 2018.12.18
  • 꿈을 찾아 떠날 때 내가 누군지 알게 된다, 영화 <대관람차> 2018.10.05
  • 꿈과 현실, 스릴러와 드라마, 그리고 외로운 인간 <혼자> 2016.12.28
  • 이 '만화'가 최고의 콘텐츠인 이유, 다시 보는 이유 <마스터 키튼> 2016.08.05
  • <팝, 경제를 노래하다> 오죽했으면 예술로 까지 경제를 말할까?(4) 2014.11.01
  • <족구왕> 유쾌한 분위기와 뻔한 스토리의 시너지(6) 2014.10.13
  • 스티븐 스필버그가 칭송했던 이 사람, 그의 자서전(4) 2014.03.24

이룰 수 없는 꿈과 두 발 딛고 선 현실 사이에서 <8마일>

오래된 리뷰 2019. 9. 10. 08:00



[오래된 리뷰] <8마일>


영화 <8마일> 포스터. ⓒUPI 코리아



미국의 래퍼로 힙합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아티스트 중 하나인 '에미넴', 그의 이름 또는 그의 노래 한 번쯤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빌보드 선정 2000년대 아이콘이기도 할 정도로 2000년대 초반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인기를 구사했고, 2010년대에도 여전히 활동하며 전설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그 누구보다 암울했다고 전해진다. 


에미넴은 5살 때 디트로이트 슬럼가로 이주해 '백인 쓰레기' 계층으로 살았다고 한다. 흑인 빈민보다 아래에 위치한 도시 지역 백인 빈민. 생후 6개월 때부터 아버지 없이 어머니의 한부모 가정이었는데, 어머니조차 백인 마약중독자였다. 희망 없는 디트로이트 슬럼가의 유일한 성공 창구는 힙합이었는데, 그나마도 백인 아닌 흑인이 잡고 있었다. 백인 에미넴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란 너무나도 힘들었을 것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에미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본격적인 래퍼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언더에서의 고난 너머 고난, 현실과 꿈의 간극이 멀게만 느껴진다. 그때 그 시절이 어땠을지 대략이나마 상상이 가는데, 영화로 접할 수 있다. 에미넴의 언더그라운드 시절을 모티브로 한 <8마일>이다. 2002년작으로, <L.A. 컨피덴셜>로 유명한 커티스 핸슨 감독이 연출했다. 모든 힙합퍼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디트로이트 빈민가의 힙합 청년


디트로이트 빈민가의 이동식 트레일러에서 엄마, 어린 여동생과 함께 사는 지미 스미스 주니어(에미넴 분), 'B. 래빗'으로 불리는 그는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며 래퍼로 성공하려는 꿈을 꾸는 백인 청년이다. 절친 중 한 명인 퓨처의 설득으로 쉘터에서 펼쳐지는 랩배틀에 출전하지만 긴장한 것도 모자라 관객들의 일방적인 야유로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한 채 내려온다. 현실로 돌아간 그는 우연히 만난 알렉스에게 첫눈에 반한다. 


래빗은 엄마에게 시달리며 여동생을 돌본다. 돈 벌어올 궁리는 하지 않고 빙고로 한 탕을 꿈꾸며 아들 래빗의 고등학교 동창이 보험금을 크게 탈 거라는 이유로 동거를 시작한 엄마다. 한편, 친구 윙크는 인맥을 이용해 래빗을 성공시켜줄 수 있다고 꼬득인다. 절친들은 윙크의 믿을 수 없는 헛소리에 속지 말라고 래빗에게 당부한다. 래빗은 꿈과 현실에서 방황한다. 


계속해서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난다. 공장, 집, 쉘터에서 가족, 절친, 알렉스 그리고 래퍼 갱 집단 프리월드 크루와 말이다. 즐겁고 설레고 열받고 암울한 일들이다. 하지만 래빗이 현실에 두 발 붙인 채 공장을 다니며 가장 역할을 하고 동시에 더욱더 뛰어난 실력을 선보여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꿈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래퍼로서의 끈을 놓지 않는 걸 저지할 수 없다. 


유명한 대사와 주제곡 


영화 <8마일>은 여러모로 유명하다. 에미넴이 단독 주연이다시피 한 점도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대사이자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품은 대사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야'가 유명하다. 무엇보다 그가 직접 만들고 부른 주제곡 'Lose Yourself'는 힙합 장르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했고, 12주 동안 빌보드 1위를 기록했던 에미넴 최고의 흥행곡이기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수놓은 'Lose Yourself'의 인트로와 아웃트로는 곱씹을 만하다. 'Look, if you had on shot, one opportunity. To seize everything you ever wanted, in one moment. Would you capture it or just let it slip? yo,'(이봐, 네가 단 한 번, 단 한 번의 기회로 원했던 모든 걸 얻을 수 있게 된다면 그 기회를 잡겠어, 아니면 그냥 날려버리겠어?) 'You can do anything you set your mind to, man'(마음만 먹으면 너도 뭐든 할 수 있다고, 친구) 


극중에서 많은 이들이 디트로이트를 떠나고 싶어 한다. 힙합을 하고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이들 모두가, 진정 힙합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성공하여 디트로이트를 벗어나려는 목적으로 그러고 있을 것일 테다. 힙합이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성공의 수단이자 도구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런 와중에 래빗은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한다. 여기에서 '방황'이란, 진정 힙합을 좋아하는 래빗으로서는 수단이자 도구로 전락한 '힙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래빗에겐 기가 차는 가족과 집이라는 성공의 이유가 있지 않는가. 하여 <8마일>에서 현실과 꿈은 단순히 이룰 수 없는 높은 꿈을 꾸는 패배자 혹은 일반인의 그것이 아니다. 


현실과 꿈


대다수의 사람들이 꿈은 꾸지만 도달하지 못하고 현실에서 살아간다.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꿈은 높이 가져야 해' 혹은 '헛 꿈 꾸지 마'라고 극단적인 생각을 서슴없이 전한다. 둘다 꿈 또는 현실이 '네 자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의 대부분은 꿈과 현실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꿈은 꿈인 채로 준비를 계속하되 너무 높이 가지 않고 언제든 현실로 돌아가 삶을 지탱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8마일>이 전하는 바도 이와 다름없다. 래빗도 당연히 성공해서 디트로이트를 떠나고 싶지만, 엄마의 허무맹랑하고 이기적인 행각 즉 말도 안 되는 꿈을 좇긴 싫은 것이다. 그럴 수도 없고 말이다. 그는 단 한 번의 기회도 놓치지 않게 모든 게 완벽해질 때까지 실력을 갈고닦으며 준비하고 동시에 삶을 지탱할 수 있게 뒤돌아보지 않고 현실로 향한다. 그 단단한 모습이, 겉멋만 잔뜩 들어간 곳에서 일면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존경스러울 정도인 건 부인할 수 없다.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절대 실패자이자 패배자일 수 없다. 다만, 꿈을 꾸지만 기회가 왔을 때 놓친다면 실패자이자 패배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누구의 시선도 빗겨가고 비난도 담아두지 말고 자신만의 꿈을 꾸되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기회를 준비하라. 누구나의 성공이 아닌 자신만의 성공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투박하지만 진실 어린 조언이 몸소 담겨 있는 영화 <8마일>을 새삼 다시 다르게 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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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마일, lose yourself, 꿈, 빈민, 에미넴, 현실,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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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맥스와 청부살인업자 빈센트의 황량하고 건조한 동행 <콜래트럴>

오래된 리뷰 2019. 9. 7. 12:21



[오래된 리뷰] <콜래트럴>


영화 <콜래트럴> 포스터. ⓒUIP 코리아



마이클 만 감독, 연배는 위대한 감독들인 마틴 스콜세지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비슷하지만 영화에는 훨씬 늦게 뛰어들었다. 40대를 바라보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의 연출 필모는, TV 시리즈 제작을 거쳐 90년대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시작될 수 있었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라스트 모히칸> <히트> <인사이더>가 90년대 만들어졌고, 2000년대 들어서도 주기적으로 작품을 내놓았다. 


사이사이 연출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에도 손을 댔고 최초에 연기자로 시작한 필모답게 가끔은 출연도 하였다. 70대인 2010년대에도 여전히 TV와 영화 모두에서 연출과 제작을 진행하고 있는 그, 정력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영화 연출에 있어 사실상 그의 전성기는 15년 전에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04년도 영화 <콜래트럴>을 마지막으로 말이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를 전면 투톱으로 내세운 <콜래트럴>은,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대도시 LA를 배경으로 한 범죄 드라마 영화이다. 범죄 영화로서 남성다운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마이클 만 감독의 스타일이 일면 엿보이는 한편, 대도시의 황량함과 대립되는 인생 추구 방식이 특별하다면 특별하게 다가온다. 


맥스와 빈센트


맥스(제이미 폭스 분)는 LA에서 12년째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잘 알고 잘 하는 그이지만, 언젠가 돈을 모아 리무진 렌탈 서비스 업체를 차리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그래서 택시기사를 그저 임시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밤 우연히 양복 입은 사내 빈센트(톰 크루즈 분)가 탄다. 그는 700달러를 주며 하룻밤 새 다섯 군데에 들러 일을 보고 공항으로 갈 테니 함께 다닐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아는 맥스지만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처음에 들른 곳부터 일이 꼬인다. 빈센트가 일을 보러 들어간 뒤 얼마 되지 않아 택시로 사람이 떨어진 것이다. 그러곤 바로 나온 빈센트는 당황한 맥스에게 명령해 함께 죽은 사람을 트렁크에 실는다. 그들의 하룻밤 동행은 곧 죽음의 동행이 된다. 알고 보니 빈센트는 살인청부업자로 다섯 군데에 들러 다섯 명을 죽이고 떠나야 했던 것이다. 


죽기 싫은 맥스는 어쩔 수 없이 동행하지만 틈만 보이면 도망칠 궁리를 한다. 실패하지만 빈센트는 그를 죽이지 않는다. 그런 한편, 맥스 때문에 중요한 자료를 모두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하지만 역시 죽이지 않는다. 다만, 빈센트를 대신해 맥스가 얼굴을 팔고 자칫 누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게 되었다. 빈센트는 한 명씩 죽여가며 점차 목적을 달성하고, 맥스는 빈센트 덕분에(?)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을 버리고 점차 대범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들의 동행은 어떻게 끝날까? 


하드보일드한 대도시와 인생 자세의 대립


영화 <콜래트럴>은 깔끔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한편 황량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다.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만큼 '누와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건조하고 비정하고 냉혹한 분위기가 보다 알맞는 듯하니 '하드보일드'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영화가 액션보다 분위기와 결이 닿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중심 내용은 주지했다시피 빈센트의 다섯 명 청부살인 작업에 택시기사 맥스가 껴든 모양새이지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건 LA로 대변되는 대도시와 그들이 추구하는 인생 자세의 대립이다. 빈센트는 말한다. LA라는 도시가 싫다고, 누구 하나 남에게 관심을 두는 일 없이 건조하기 짝이 없다고 말이다. 아이러니한 건 그 자신이 비정하고 냉혹한 냉혈한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대도시인 그 자체이다. 하지만, 그는 본인의 일 외에도 다른 일에 관심이 많고 잘 알기도 한다. 


맥스는 승객들에게 관심이 많은 듯하다. 자신의 꿈을 가감없이 전하는 것이다. 다만, 비루한 현재는 숨긴 채.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소시민 그 자체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오히려 남들이나 다른 일에 관심이 없고 잘 알지 못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소심하면 자신에게 천착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맥스가 빈센트를 만난 건, 겉으로는 죽음의 동행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틀 또는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가는 동행일지 모른다. 참으로 얄궂게 말이다. 그 동행이 맥스에게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전적으로 그 자신에게 달렸다. 


빈센트 입장에서 보자면, 그는 아마도 평소와 다름 없이 작업을 했을 것이다. 누구나 일을 하면 루틴이 생기는 것처럼, 당연한듯 오랫동안 해왔을 게 분명하다. 거기에,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맥스라면 안성맞춤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결론적으로 '하필 맥스'였다. 그리고 맥스가 변할 수 있게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다름 아닌 빈센트이고 말이다. 아이러니는 이 영화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겠다. 


마이클 만 감독 스타일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를 과도하게 추구하는 마이클 만 감독답게, 더욱이 '총'에 있어 더욱 그런 면모를 추구하는 그의 작품답게, 총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청부살인업자 맥스의 솜씨는 일품이다. 잘 몰라도, 총질하는 액션 영화를 봐왔던 이라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자세가 완벽하다. 극중에서 맥스는 모든 대상에게 가슴에 두 발, 머리에 한 발을 쏘아 죽이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모잠비크 드릴'이라는 기술이라고 한다. 더블탭, 즉 가슴에 두 발을 쏘고 쓰러지지 않은 적을 확인하고 머리에 한 발을 쏴서 확실히 죽이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후 개량되어 가슴에 두 발을 쏘고 확인하지 않은 채 곧바로 머리에 한 발을 쏘는 형식이 되었다고 한다. 


모잠비크 드릴이라는 총격술이 일반인에게 알려진 게 다름 아닌 <콜래트럴> 덕분이라고 한다. 마이클 만 감독이 추구하는 리얼리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사실이다. 빈센트로 분한 톰 클루즈가 어느 정도의 훈련을 받았을지 짐작되는 바이기도 하다. 한편, 극중에서 이 모잠비크 드릴 총격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는데, 그 자체로 범행 흔적이 된 것이다. 추측할 그 어느 것도 남기지 않는 그이지만, 고도의 훈련을 받아 습관이 되어버린 총격술을 바꾸는 건 어려웠을 테다. 


<히트>가 앞서 존재하기에 <콜래트럴>을 마이클 만 감독 스타일의 집대성이라고 할 순 없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독립적으로 충분히 훌륭한 걸작이다. 또한 독특하기까지 하니 범죄 영화를 좋아하지만 단순한 액션 범죄 영화는 저어한다면 단연콘 <콜래트럴>을 추천한다. 오래오래 지속될 여운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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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꿈, 대도시, 리얼리즘, 마이클 만, 범죄, 청부살인업자, 총, 콜래트럴, 택시기사,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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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을 오가는 환상적 이야기와 치명적인 디스토피아 세상 <인셉션>

오래된 리뷰 2019. 8. 27. 08:00



[오래된 리뷰] <인셉션>


영화 <인셉션> 포스터. ⓒ워너브라더스코리아



2008년 <다크 나이트>라는 슈퍼 히어로 영화로 '천재'에서 '거장'으로 거듭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이 영화의 흥행과 비평 양면 큰 성공을 바탕으로 워너브라더스에서 큰 돈을 투자받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해보라는 전언과 함께. 그에 놀란은 10여 년 동안 갈고 닦은 시나리오로 2년 만에 <인셉션>을 들고 와 또 한 번 흥행과 비평 앙면에서 거대한 성공을 거둔다. 


놀란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터스텔라> <덩케르크>까지 워너와의 윈윈 작업을 이어나간다. <다크 나이트> 이전, <배트맨 비긴즈> <프레스티지> 또한 함께 한 그들이다. 그리고 내년 개봉 예정인 국제 첩보 액션물 <테넷>도 함께 할 예정이다. 15년 여를 함께 한 놀란과 워너의 작업물들 중 최고는 단연 <다크 나이트>일 테지만, 놀란의 독자적인 천재성이 돋보이는 <인셉션>도 또 다른 최고가 아닐까 싶다. 


범죄 및 스릴러 장르에 천착해 온 놀란은, <인셉션>을 기점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를 선보였다. 그러는가 하면, 기획과 제작과 프로듀서 방면으로도 발을 넓히기도 했다. 놀란에게 <인셉션>은, 그의 이름을 알린 <메멘토>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는 평을 듣는 <다크 나이트> 이상 가는 의미를 지닌 영화라 하겠다. 그 놀라운 이야기의 간략한 줄거리를 살펴보겠다. 


꿈속에 침입해 생각을 주입하는 '인셉션'


코브는 드림머신이라는 기계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과 꿈을 공유하고 타인의 꿈속에 침입해 비밀을 추출해내는 추출자이다. 그는 사이토라는 일본 기업가의 비밀을 추출해내려 하지만 실패해 고용주 코볼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코브의 실력에 감탄한 사이토는 역으로 그에게 협박 및 제안을 한다. 코브는 죽은 아내와 얽힌 사건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처지인데, 사이토가 해결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대신, 코브가 해야 할 일은 꿈속에 침입해 비밀을 추출해내는 게 아니라 생각을 주입하는 '인셉션'이었다. 


사이토가 제안한 일은, 사이토 기업의 경쟁 기업이자 세계 에너지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는 피셔 모로우의 후계자 피셔의 머릿속에 '물려받은 기업을 분할하겠다'는 생각을 심는 것이었다. 코브는 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위해 드림팀을 조직한다. 기존의 한 팀인 포인트맨 아서와 함께 하고, 교수인 장인에게 설계자 아리아드네를 소개받고, 위조꾼 임스와 약제사 유서프를 물색해 찾아낸다. 사이토는 관광객이지만 직접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함께 한다. 


한편, 코브는 팀원들 몰래 매일 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아내 맬과의 기억을 투영한 꿈의 세계를 유영하며 기억의 최하층에 맬의 무의식을 가둬놓는 실험도 병행하고 있었다. 때문에 맬은 코브가 임무에 임할 때마다 무의식 형태로 등장하며 방해를 했고 그 방식은 점차 대담·대범해졌다. 불가능에 가까운 인셉션 임무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이 끝없는 난관 위의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절대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 그곳엔 무엇이 있는지. 


꿈과 현실의 환상적 이야기의 이면, 디스토피아


영화 <인셉션>의 주된 내용 자체는 거창하지 않다. 드림팀을 조직해 불가능에 가까운 큰 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는,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나 최동훈 감독의 '케이퍼 무비'를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영화 내적으론 팀을 조직해 강탈을 주된 목적으로 활동하고, 영화 외적으론 치밀한 각본과 화려한 촬영 테크닉을 자랑한다. <인셉션> 또한 여기에 거의 완벽히 부합한다. 다만, 그 안에 들어찬 이야기 및 의미가 전혀 다르다. 


영화는 우선 강탈이 아닌 주입이 목적인 점이 다르다. 이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인데, 한 사람을 규정하거나 망가뜨릴 수 있는 생각 자체를 주입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 작업이 가능하다면, 가능하다는 점 자체로 이미 전에도 후에도 없을 디스토피아이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했다손 쳐도, 세상이 아무리 파멸에 가까워진다손 쳐도 꿈속에 침입해 생각을 주입한다는 게 가능할까. 또한, 그건 어떤 세상을 불러올까. 생각하기도 힘들고, 생각하기도 싫다. 


영화는 그러니까 놀란 감독은, 아주 흥미진진하게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 세상을 우리 앞에 내보였던 것이다. 큰 범위에서 그가 <인셉션> 이전까지 선보였던 '인간 타락'의 끝이자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나의 것이 아니고, 나의 세상이 나의 것이 아니며, 결국 나의 것은 나의 것이 아니라는... 끔찍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만다. 우리는 영화의 치밀하게 직조된 각본과 화려하기 그지 없는 촬영 테크닉에 압도되고 '꿈과 현실'이라는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환상적 이야기에 경도되어 그 이면을 살피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환상적이고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고, 있어 보이는 영화


'영화는 영화다'라는 명제 하에 이 영화를 본다면, 이 만큼 환상적이고 흥미진진하고 쫄깃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찾기도 힘들다. 영화 외적으로 파고들어도 양파 껍질처럼 한없이 뭔가가 나올 것 같은 이 영화는, 그 반대로 영화 내적으로 즐기고 즐겨도 한없이 즐거울 것 같다. 꿈속에 침입해 비밀을 추출하고 또 생각을 주입하는 과정과 방식과 그에 따른 단어들은 마니아틱한 상상력과 DB력을 불러일으키고, 꿈속의 꿈속의 꿈속의 꿈까지 들어가 찰나의 찰나까지 쥐어짜는 쫄깃함을 맛볼 때는 그야말로 100% 이입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해석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다양한 '떡밥'들은 그 자체로 영화를 둘러싼 재미요소다. 예를 들어, 작년에 8년 만에 밝혀진 결말 부분의 '꿈과 현실 논쟁'이 그것인데 코브가 꿈과 현실을 구분짓는 토템을 돌려놓고는 끝까지 보지 않고 가버렸고 결말이 나지 않은 채 영화가 끝나버렸다. 사실 별거 아닐 수 있음에도 <인셉션>의 가장 큰 논쟁이 그 부분이었는데, 이 영화의 아우라가 어느 정도인지를 반추하는 결정적 모습이라 하겠다. 


한편 이 영화를 보다 훨씬 '있어 보이게' 한 결정적 요소가 음악이다. 각본에 더해 촬영까지 있어 보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한스 짐머 특유의 웅장하면서도 긴장감 어린 음악이 없었다면 상당히 밋밋했을 게 분명하다. <배트맨 비긴즈>를 시작으로 <덩케르크>까지 짐머는 놀란의 음악적 페르소나로 6편을 함께 했다. <인셉션>은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와 더불어 놀란 보다 짐머가 더 돋보이는 영화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인셉션>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에디트 피아프의 마지막 대히트곡 <아뇨, 전 후회하지 않아요 Non, Je Ne Regrette Rien>이다. 극중 꿈에서 나올 때면 어김없이 울려 퍼지던 노래, 그 구슬픈 음색 안의 가사는 코브와 맬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에디트 피아프를 그린 영화 <라 비 앙 로즈>는 물론, 영화 <몽상가들>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청춘의 지난날을 감싸기도 했던 이 곡은 참 절묘하다. <인셉션>과 <몽상가들> 모두 꿈에서 빠져나오는 데 이 곡을 쓰지 않았는가. 그러고 보니, 우리네 인생이 그 옛날 장자가 들여다봤던 것처럼 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현실이면 또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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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디스토피아, 떡밥, 생각, 음악, 인셉션, 촬영, 크리스토퍼 놀란,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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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돼가? 무엇이든'이라고 묻는 배려

오래된 리뷰 2018. 12. 18. 08:00


[리뷰] 이경미 감독의 데뷔작이자 첫 책 <잘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감독, 한국 영화계에서 굉장히 특이한 존재이자 케이스이다. 많지 않은 여자 감독이라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다섯 글자 짜리 장편영화 단 두 편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로 마니아까지 양산시킨 장본인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이경미 월드'가 존재한다.


이런 경우가 흔치 않은데, 그녀의 작품들은 관객 평점과 기자·평론가 평점이 비슷하다. 대중이 평단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방증인가, 그녀의 작품들은 수작임에 분명하지만 별개로 기막히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기막히게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일까. 둘 다 맞는 말일 테다. 그녀의 작품들은 흥행에 참패했지만 무수히 많은 상을 탔다. 


그녀가 최근에 책을 냈다. 지난 15년 동안의 끼적거림을 모아 놓은 에세이 <잘돼가? 무엇이든>(아르떼), 나와 하등 상관없을 것 같은 그녀의 지난 편린들이 무슨 의미일까. 그래도 그녀의 영화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아 집어들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위로를 받았고,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주고 싶다. 


그런데, 그녀의 첫 책 <잘돼가? 무엇이든>의 '잘돼가? 무엇이든'은 그녀의 또 다른 처음과 겹친다. 뒤늦게 들어가 꿈을 펼친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 <잘돼가? 무엇이든> 말이다. 이 작품으로 대대적인 호평을 받으며 수많은 상을 탔고 결국 지금의 그녀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경미 월드'의 시작이랄까. 


기묘하게 함께인 지영과 희진


이경미 감독의 공식 데뷔작 <잘돼가? 무엇이든>의 한 장면. ⓒ빵미필름



'주성쉬핑'에서 근무 중인 4개월차 경력사원 지영, 사장의 말마따나 영리하고 일도 잘하는 믿음가는 일꾼이지만 정작 본인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불만이고 못마땅하다. 반면, 지영보다 2살 어린 3년차 희진은 아무 생각도 눈치도 없이 자기 일 욕심만 많다. 


희진을 지영은 당연히 극도로 싫어하지만, 사장은 그런 둘을 붙여 비밀스럽게 장부 조작 일을 시킨다. 공평하게 일을 나눠 각자 하자는 지영, 같이 하자고 하기도 하면서 모른 척 함부로 지영의 자리와 일 영역을 침범하는 희진. 잘 맞을리가 없는 둘이다. 


어쨋든 중요하게 시킨 일이라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둘. 하지만 지영은 이 일을 용납할 수 없어 꿈자리도 뒤숭숭한 와중에 희진은 계속 자신의 영역을 이래저래 침범하고 이어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를 뒤죽박죽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결국 회사에 큰 사단이 벌어지고, 무너지는 지영과 그런 지영이 버티게 도와주는 희진이다. 역시 아무 생각이 없는 희진은 자기 갈 길을 가고자 하는데, 예민하게 날 서 있는 지영이 무너지니 기댈 곳이 희진밖에 없다. 그들은 기묘하게 함께다. 


이경미 감독의 공식 데뷔작 <잘돼가? 무엇이든>


영화 <잘돼가? 무엇이든>은 이경미 감독의 공식적 데뷔작이다. 졸업 작품이기에 그러한대, 졸업하기 전 몇 편의 영화들을 내놓기도 했었다. 그녀는 20대 중반이 넘어 뒤늦게 한예종에 입학했는데, 이전엔 해운회사를 3년 다녔고 그 이전엔 한국외국어대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이 작품은 그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그녀는 책에서 이 작품을 얘기하는데, 성공 신화를 이룬 거대 중소기업을 다닌 그녀이지만 그곳에서의 이십대 회사 생활은 끔찍하고 암울했다고 한다. 그때 회사에서 그녀의 유일한 친구들 둘이 있었고 나중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만들어서 대히트를 쳤다고 밝힌다. 


이 영화에 대해 '미래에 대한 작은 기대도, 설레는 희망 한 조각도 없이 그저 살아야 되니까 살던 그 시절의 나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다'(본문 99쪽 중)고 하는 그녀, '싫다는 감정에는 삶을 달리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cine21 2016.1.13. 인터뷰 중)고 연출의도를 밝히는 그녀. 앞엣것이 그녀가 오랜 후에 이 영화를 뒤돌아본 느낌일 테고, 뒤엣것이 그녀가 한창 '이경미 월드'를 구축하고 있던 때의 생각일 테다. 


한편 이 영화는 버팀목 하나 없이 얇디얇은 현대사회에 내던져진 두 여직원의 이야기로도, 하찮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권력 관계를 치밀하게 그려낸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다. 앞엣것이 그녀가 회사를 다닐 당시 피부로 직접적이게 느꼈던 바일 것이고, 뒤엣것이 그녀가 그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당시 간접적이게 느꼈던 바일 것이다. 


단편이라 하면, 단편소설이 인생의 어느 한 지점이나 순간을 포착해 치밀하게 드러내는 작업이듯 단편영화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완벽에 가깝다 하겠는데, 그래서 소위 '킬링 포인트'가 몇몇 장면들에서 보인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3분이 가장 좋다. 지난 30분의 짜증과 갈등이 터져 나오는 이야기를 한 소구점으로 모아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는 듯하면서 기묘하게 봉합되고는 한순간에 환한 위로를 건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여운은 처음 느껴본다. 


이경미 감독의 첫 책 <잘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감독의 첫 책 <잘돼가? 무엇이든> 표지. ⓒ아르테



그녀는 책에서, 누군가가 '잘돼가? 무엇이든.' 하고 물으면 갈대 무성한 망망무제한 벌판에서 낫을 들고 서서 외치겠다고 말한다. "어떻게 이렇게 평.생.을 살아요, 아저씨이??!"(본문 102쪽 중에서) 그러면서, '나는 염치 불고하고 조금 행복한 편이다.'(본문 126쪽 중에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무엇이 진담인지 무엇이 농담인지 모를, 꿈과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이경미 월드' 그 자체가 아닌가. 


그런가 하면, 곧 그 절정의 문구들을 발견한다. JTBC 대선 토론을 보고 그녀가 머릿속으로 외친 말들, '나는 조금 행복한 편이다. 그러니까, 오늘 낸 세금, 행복한 내일로 돌려줘! 제발 우리 모두에게 수치심을 되돌려줘! 내가 먹기 싫은 우유를 돈이 없어서 굶는 아이에게 버리는 일이, 돼지발정제를 먹이고 강간을 시도하는 일이, 동성애를 차별하는 일이 없기를, 그게 자랑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도와줘. 제발 고양이들아!!!! .......으응?'(본문 129~130쪽 중에서)


'엔딩 크레디트에 넣을 '고마운 사람들'을 정리하려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지나온 시간이 길기도 하고, 여기까지 오기 위해 완성하고 버리기를 반복했던 시나리오들까지 떠올리자니 좀 많긴 많다. 특히나, 이번 작품에는 '고마운 사람들'과는 별도로 '고맙고 미안한 사람들' 항목을 따로 만들어야 할 지경이다. 덕분에 좋은 친구들을 얻기도 했다. 그 친구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줘야 할 텐데...... 그 부분은 조금 걱정이다. 아무튼 사랑한다. 쓰다 보니 유서 같다? 그럼 안녕. (으응?)'(본문 153~154쪽 중에서)


3부로 구성된 46개의 글들과 수많은 일기들은 얼핏 별 게 아닌 듯하다. 쉽게 읽히기도 하거니와 편린에 불과한 것들이 많아 이해하고 지나가 머리에 남는 게 아닌 스치고 지나가 머리에 남지 않게 된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보고 나면 정말 신기한 것이, 그 하나하나가 지나가버리지 않고 남아 뭉쳐져 하나의 형체를 이룬다. 뒤죽박죽 뒤섞임들이 일관되게 이어지니 그 자체로 하나의 길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아, 영화 아닌 책으로도 이경미 월드는 보다 공고해졌구나, 앞으로 보다 공고해지겠구나, 난 이경미 감독의 팬이 되어버렸구나.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장편 두 편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를 아직 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단편 데뷔작으로 사로잡다니 대단한데... 


종국에 그녀가 묻는 건 '잘돼가? 무엇이든.'이다. 자신은 힘들고 슬프고 아프고 죽고 싶어도 어쨋든 가고 있다고, 그러니 너는 잘돼가냐고 안부를 전하는 것이다. 전하는 방식이 특이해, 자신의 평범한 일상과 기괴한 머릿속을 뒤섞어 보여주고 있다지만... 그녀의 농담들이 이제 불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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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찾아 떠날 때 내가 누군지 알게 된다, 영화 <대관람차>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8. 10. 5. 13:00



[리뷰] <대관람차>


영화 <대관람차> 포스터. ⓒ무브먼트



오사카에 출장 온 선박회사 대리 우주(강두 분), 출장 마지막 날 낮에는 덴포산 관람차를 타고 저녁에는 일본 쪽 담당자 스즈키와 저녁을 먹는다. 스즈키와 헤어진 후 술에 취한 채로 핸드폰도 팽개치고는 선배인 과장 대정을 닮은 사람을 보고 무작정 쫓아간다. 우주는 선박 사고로 실종된 대정을 대신해 오사카에 출장을 왔었다. 


자전거 탄 사람을 쫓는 건 역시 무리, 놓치고는 근처의 고즈넉한 바 '피어 34'를 찾아들어간다. 이곳은 '대정'이라는 곳이란다. 익숙한 이름이다. 맥주 한 잔을 걸치고 뻗어버린 우주는 다음 날 깨어난다.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 시간을 놓쳐버렸다. 주인장의 말 때문인지 평소 생각 때문인지 대정과의 진지한 대화 때문인지 그저 홧김인지, 우주는 회사를 그만둔다. 무작정 피어 34로 찾아가 대정을 찾을 때까지 지내기로 한다. 


대정은 음악을 하고 싶어 했고 우주는 음악을 했었고 피어 34에서 주인장 스노우의 소개로 만나게 된 하루나는 음악을 하고 있지만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피어 34는 예전엔 공연을 자주 하고 관객도 많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곳이 되었다. 우주는 한편 대정을 찾는 한편, 부인과 함께 음악을 했었지만 동일본 대지진으로 부인을 잃고 음악을 놓아버렸다는 하루나 아버지의 사정을 듣고 공연을 기획하는데... 


오직 한 명을 위한 음악


영화 <대관람차>의 한 장면. ⓒ무브먼트



영화 <대관람차>는 '더 자두'로 익숙한 강두가 처음으로 영화 주연을 맡은 것, 적지 않은 대사의 90% 이상을 일본어로 선보인 것, 일본 오사카 현지 올로케이션, 한국영화인지 일본영화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감성, 강두의 목소리로 듣는 루시드폴의 음악 등 독립영화로선 상상하기 힘든 즐길 거리들이 가득하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 양국의 21세기 가장 큰 비극인 세월호 참사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누군가를 잃고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음악과 노래로 따로 또 같이 위로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음악 영화를 표방하지만 일반적인 음악 영화와 결이 조금 다르다. 


들어줄 이 없는 개인의 음악은 그 영향력이 본인을 포함해 몇몇 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뮤지션들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물론 그것이 정답이고 그래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직 한 명을 위한 음악을 선보이는 데 중점을 둔다. 그 한 명은, 그 한 명이 겪은 아픔은 만인을 대변하는 것이다. 


철학적인 영화


영화 <대관람차>의 한 장면. ⓒ무브먼트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점점 어려워졌다. 좁은 의미에서 보자면, 음악을 하고 싶어 회사를 때려친 우주의 방황과 나아감과 깨달음을 아픔, 성장, 사랑 등의 키워드와 함께 적절히 접목시킨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철학적이기 그지 없다. 연고 없는 해외에 와서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미아가 된 우주, 언어유희적으로 '우주 미아'가 된 그는 더욱이 멘토와 같았던 회사 선배 대정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우주는 대정의 실존을 찾는 대신 대정의 꿈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곧 자신의 실존인 것처럼. 


하루나는 어떨까. 본인은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도 모두 음악을 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황망하게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는 아예 음악을 놔버렸고 하루나는 기타만 칠 뿐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음악을 되찾는 게 곧 자신의 음악을 되찾는 것이고 곧 그들의 실존을 되찾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알고 있더라도 그녀로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들의 실존을 압도하는 거대한 아픔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에. 


피어 34와 주인장 스노우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느낌의 아픔이 있는 것 같다. 피어 34는 한때 수많은 공연과 수많은 관객으로 잘 나갔지만 이제는 동네 단골만 찾는 바가 되었고, 스노우는 멀리 캐나다로 보트를 타고 떠나고 싶지만 보트가 말을 듣지 않는다. 피어 34를 두고 떠날 수 없는 걸까, 피어 34가 떠나지 못하게 하는 걸까.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고 싶은가


영화 <대관람차>의 한 장면. ⓒ무브먼트



해야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게 힘이 쎄다. 우주는 해야 했던 일을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서 훨씬 더 월등한 능력을 선보인다. 그런 우주 덕분에 하루나와 스노우는 본인들 마음속 깊은 곳에 묵혀두었던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일들과의 끈이, 하루나는 아버지 때문에 끊어져 있었거나 보이지 않았고 스노우는 현실에 안주하고 그러면서도 과거를 향수하는 것 때문에 그러했다. 우주야말로 하루나와 스노우 덕분에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그에게 대정이라는 존재는 선구자와 다름 아니었다. 


선구자라는 존재의 부재는 두 가지 극단적인 행동을 수반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찾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그 자리에 다가가려는 수고, 또는 소극적으로 침참하면서 좌절과 자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고수. 


미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게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 영화는 알려주려 하지 않고 보여주며 보여주려 하지 않고 들려준다. 잘 알아들을 수 있었고 잘 느낄 수 있었고 잘 간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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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 스릴러와 드라마, 그리고 외로운 인간 <혼자>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6. 12. 28. 08:00



[리뷰] 2016년 최후의 발견 <혼자>


근래 본 적이 없는 강렬한 포스터다. 헤어나올 수 없는 악몽에 갇혀 괴로워하는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디스토리



조그마한 방, 바닥과 책상이 피 칠갑이다. 일정하지 못한 숨소리의 주인공이 당황과 짜증이 섞인 손놀림으로 피를 닦는다. 중도 포기. 그러곤 벽에 붙은 사진들에게로 손을 뻗는다. 수없이 많은 사진들, 동네인 듯한 곳 여기저기를 찍어서 이어 붙여 놓았다. 그 중 한 건물의 옥상에 있는 한 여자, 숨소리는 더욱 거칠어지고 사진으로 뻗는 손은 떨린다. 이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 <혼자>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시작된다. 그 어떤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영화의 중요 장면이나 끝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이 달랐던 건 '롱테이크', 약 4분 간을 한 번에 보여주며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더불어 그 방식이 점진적이라는 점. 좁은 방을 보여주는 데 1초면 끝났을 텐데 말이다. 아무래도 롱테이크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주는 점진적인 방식의 주요 수단이 될 것 같다. 여러모로 기대되는 첫 장면이다. 


꿈 속의 그것들은 무엇인가


첫 시퀀스에서 복면남자들에게 당하는 수민.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가장 궁금하다. 이 시퀀스는 꿈일까 현실일까. ⓒ인디스토리



사진으로 뻗은 손이 닿은 옥상, 장면은 실제 옥상으로 옮겨간다. 한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데 세 명의 복면 남자들이 쫓아와 여자를 죽인다. 맞은 편에서 그 장면을 사진 찍는 남자, 길가는 사람에게 소리쳐 도움을 청하려는데 복면남자들에게 들키고 만다. 길을 건너 곧 들이닥치는 복면남자들, 남자는 급히 집 안으로 들어가지만 복면남자들은 유리창을 부수고 집안으로 들이닥친다. 그러곤 망치로 남자를 가격한다. 


다음 순간 발가벗은 채 어느 정자에서 깨어난 남자, 얼어 죽지 않으려면 무작정 길을 나설 수밖에. 정자가 있는 곳은 산동네로 보이는 어느 동네의 중간 이상 쯤으로 보인다. 남자는 길을 나서 내려간다. 도중에 만나는 칼을 든 남자아이,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우는 어른여자. 그리고 망치를 들고 쫓아오는 복면남자. 


영화는 비교적 초반에 정체를 보여준다. 모르긴 몰라도 남자가 깨어나는 정자부터 꿈이 계속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분명 칼을 든 남자아이, 우는 어른여자, 그녀가 변한 엄마, 망치를 들고 쫓아와 남자를 죽이려는 복면남자는 꿈에 나오는 이들다운 상징이 있을 것이다. 이 상징들을 하나하나 해석하는 건 큰 의미가 없을 듯. 


피 칠갑 되어 있는 남자의 좁은 방, 머리에서 갑자기 흐르는 엄청난 피, 무엇보다 미로처럼 나갈 길이 없을 것만 같은 산동네의 골목길까지, 온통 상징투성이다. 이 역시 해석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건 큰 의미가 없을 듯하다. 다만,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들, 그 중에서도 알면 좋을 것들은 있다. 칼을 든 남자아이는 주인공 남자의 어린 시절을, 우는 어른여자는 남자의 여자친구라는 걸. 남자를 죽이려는 복면남자는 죄의식으로 똘똘 뭉친 남자를 무너뜨리려 오는 저승사자들이라는 걸, 미로같은 골목길은 남자 내면의 헤어나올 수 없는 혼란을 뜻한다는 걸. 


꿈과 현실의 경계가 자아내는 매력


꿈과 현실의 경계를 표현함에 있어 가장 큰 공을 세운 게 바로 산동네다. 미로처럼 꼬이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그곳, 수민의 내면과 같다. ⓒ인디스토리



그렇다. 영화는 주인공 남자 수민이 꾸는 꿈으로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누구나의 내면이 그렇듯 수민의 내면도 인간의 뇌처럼 생겼다는 산동네 골목길만큼 꼬이고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그러면서 서로 이어져 있으니 답을 구할 수 없는 와중에 문제들만 계속 쌓이는 느낌이다. 


결국 영화가 끝날 때까지 꿈만 꾸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꿈이라고만 하기에도 미심쩍다. 종종 꿈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꿈 속의 꿈이 아닌. 그렇다고 현실처럼 보이나? 그건 또 절대 아니다. 여기서 롱테이크 기법이 빛을 발하는데, 장면의 전환이 거의 보이지 않으니 분명히 꿈으로 끝나는 한 장면의 시작이 현실이 아닌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기 위한 기막힌 수법이다. 


왜 감독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려 했을까. 그건 비단 꿈과 현실뿐만 아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들의 경계가 모호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수민의 여자친구를 죽인 게 수민인지 복면남자들인지 알 수 없고, 칼을 든 남자아이가 아버지를 죽인 것인지, 즉 수민이 아버지를 죽인 게 맞는지 알 수 없고, 수민을 찍는 카메라가 수민과 함께 하는지 수민 자체인지 수민이 속한 세계 바깥에 속하는지 알 수 없다. 


경계는 불안해서 절묘하고 미스터리해서 궁금증을 자아내곤 하는데, 이 영화도 그런 매력을 발산하고자 했는지 모른다. 무슨 내용인지, 무엇을 말하려는지 잘 모르지만 절묘하게 궁금증을 자아내는 그런 영화 말이다. <혼자>는 초반에 지극히 스릴러적인 면모를 뽐내며 당장의 궁금증과 추후 계속 이어질 것 같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가슴을 조이면서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스러운 스릴러가 아닌, 미스터리에 추격 아닌 추격이 가미된 서스펜스가 주를 이루는 재밌는 스릴러 말이다. 


우리의 본 모습 '혼자', 하지만 가장 멀리하고 싶은 모습


언제나 혼자가 되는 그, 아무리 혼자로 태어난 인간이라지만 혼자가 되고 싶은 인간은 아무도 없다. '인생은 혼자 왔다가 혼자 간다'는 말이 무섭게 다가온다. ⓒ인디스토리



꿈을 꿀 때마다 혼자가 되는 수민, 그는 왜 혼자일까. 그 또한 그의 꿈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꿈에서만인지 현실에서도인지 알 수 없지만 아버지를 죽인 어린 수민, 그는 아마도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컸을 거다. 지금은 혼자 사는 수민 그리고 꿈에서 나와 수민을 책망하는 어머니, 아마도 그는 아버지에게 당하고 사는 어머니를 놔두고 집을 나왔을 거다. 수민이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헤어지려는 여자친구 지연과 돌변하는 수민, 아마도 수민이 지연에게 돌변하여 상처를 주었을 거다. 


그의 잘못이 아니었든 그의 잘못이었든, 수민은 상처가 쌓이고 죄의식이 쌓이고 불안이 쌓이고 불만이 쌓인다. 그건 곧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과거의 나에게, 꿈 속의 사람들에게까지 전달되었을 것이다. 그는 어떻게 하든 혼자가 될 수밖에 없다. 타임루프처럼 꿈 속에서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지지만 언제나 혼자가 될 뿐이다. 


영화는 초반의 스릴러를 뒤로 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드라마에 치중한다. 아무래도 혼자가 되어 가는 남자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를 역시 롱테이크로 차분하게 따라가기 위해서는 스릴러 형식이 아닌 드라마 형식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중반 이후 지루한 맛이 있는 컷이 나오는데, 바로 그 컷이야말로 수민의 의식 가장 밑바닥에 있는 상처와 죄의식을 드러내니만큼 중요하다 하겠다. 그 컷을 여지 없이 스릴러로 표현했다면, '혼자'라는 느낌이 많이 퇴색되었을 거라 예측해본다. 


영화가 끝날 때 쯤이면 골목길이 낀 사거리 언저리에서 그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고개만 숙일 뿐인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되는데, 나 또한 언젠가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도무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었던. 그 누구한테도 손을 내밀지 못했었던. 이 세상에 오로지 나 혼자만 있었던 것 같은. 


외로움은 인지하지도 못한 채 그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것 같다. 그 외로움을 몸소 겪을 때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미로 속을 헤매는 것 같다. 인지하지 못하는 건, 인지할 수 없는 건, 외로움을 발산시키는 그 무엇들이 무의식에 오랫동안 쌓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것들은 오랫동안 쌓이는 만큼 한 번에 없애버릴 수도 없다. 그것들은 '외로움'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오지도 않는다. 다양한 이름과 모습으로 찾아와 외로움의 무리를 이루어 우리를 조금씩 괴롭히는 것이다. '혼자'는 이 세상에 홀로 던져진 우리의 본모습이지만, 우리가 가장 멀리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구한테서 자신을 찾으려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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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드라마, 롱테이크, 산동네, 스릴러, 외로움, 현실,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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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가 최고의 콘텐츠인 이유, 다시 보는 이유 <마스터 키튼>

지나간 책 다시읽기 2016. 8. 5. 08:00



[지나간 책 다시 읽기] <마스터 키튼>


어른이 되고서야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를 접했고, 나의 모든 콘텐츠 리스트 중 최상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중에 특히 <마스터 키튼>은 특별하게 남아 있다. <마스터 키튼> 표지 ⓒ대원씨아이



만화책을 처음 보기 시작했던 중학교 2학년, <미스터 초밥왕> <더 파이팅> 등이 주는 '노력이 모든 걸 압도한다' 식의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드래곤볼> 류의 비현실적인 소년 만화는 조금 뒤에 받아들였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콘텐츠를 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재미'와 '감동'이 된 게 말이다. 무엇보다 캐릭터에 나를 이입할 수 있는 걸 원하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지금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만화가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는, 오랫동안 나의 만화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심각하고 우울하며 재미와 감동과는 거리가 먼 듯한 그의 만화에 관심을 둘리 만무했다. 다 때가 있는 걸까. 어른이 되고서야 그의 만화를 접했고, 나의 모든 콘텐츠 리스트 중 최상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마스터 키튼> <몬스터> <20세기 소년> <플루토> 등 영화도 이런 영화가 없었고, 소설도 이런 소설을 접하기 힘들었다. 그중에 특히 <마스터 키튼>은 특별하게 남아 있다. 


최고의 자리에 있던 그에게도 '꿈'이 있다


<마스터 키튼>은 히라가 키튼이라는 영국인과 일본인 혼혈 보험조사원의 활극을 다룬다. 세계 최고의 보험사인 로이드에서 일하면서, 파트너 다니엘 오코넬과 자체적으로 보험조사회사를 차려 운영하고 있다. 매 에피소드마다 완결성을 갖는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로, 심리 추리 스릴러가 주를 이루는 그의 만화 중에서 그나마 가볍게 볼 수 있다. 


키튼은 굉장히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데, 세계적인 명문 옥스퍼드 대학교 고고학과를 졸업했다. 학생 시절에 옥스퍼드 최고의 미인과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지만 오래 가지 않아 파경을 맞아 이혼하고 만다. 그는 군대로 도망간다. 다름 아닌 SAS(영국육군특공대), 세계 최고 최악의 특수부대다. 키튼은 그곳에서 서바이벌 교관으로 있었다. 한편 포클랜드 전쟁과 이란대사관 점거사건에서 부사관으로 활약한 경력도 있다. 그야말로 '전투의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을 하든 '최고'의 자리에 있던 그이지만, 그에게는 꿈이 있다. 고고학자. 그것도 학계에서 이단 취급을 받을 정도로 비주류인 '유럽 문명의 도나우 강 기원설'을 지지하는. 그가 위험한 보험조사원 일을 계속하는 것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할 게 뻔한 유적 발굴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대학교에 강사 자리를 얻는 게 어렵거니와, 얻는다 해도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키튼의 고민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나의 현실과 꿈을 되새김질하게 된다. 그렇다고 그가 현실을 멀리하고 있지도 않은 바, 그동안의 경력을 살리며 목숨까지 내놓고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불가능을 꿈꾸는 리얼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했던 체 게바라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허구와 진실, 현실과 비현실의 조화


만화는 세계 정세가 급변하는 1989년에 시작되었거니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보험조사원 일을 하는 히라가 키튼을 주인공을 내세웠기에 그야말로 스케일이 크다. 더욱이 당대 세계 정세와 유럽 역사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취재가 엄청나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여서, 단순한 만화 읽기로 완전히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세계 정세와 유럽 역사만 보면 대하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데, 만화라는 장르 특성상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판단할 수 없다. 그것도 이 만화를 읽는 큰 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반면 주인공의 활약을 보면 누가 보아도 만화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무슨 일을 하든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헤쳐 나간다. 


그 중심이 아주 잘 잡혀 있다. 허구와 진실, 현실과 비현실이 서로의 자리를 아주 잘 커버한다. 궁금할 필요 없이 그냥 키튼을 따라 가면 된다. 정 궁금하면 찾아 봐도 되고 직접 해봐도 된다. 그것도 이 만화를 읽는 한 방법일 터, 작가가 의도했을 법하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학력과 이력, 경험을 가졌지만, 정작 자신은 그런 것들을 크게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는, 비현실과 현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가 히라가 키튼이다. 정녕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 만화를 계속 다시 보는 이유


20년이 훌쩍 지났으며, 당시의 시대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만화. 거기에 진지하고 때때로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제 아무리 고증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만화이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굳이 만화로 이런 내용을 들여다볼 이유는 하등 없어 보인다. 역사를 좋아하고, 진지한 리얼극을 좋아한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이 만화에는 여타 어느 콘텐츠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주인공 '키튼', 그리고 그의 주변 사람들.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 어느새 극을 이끌고 있는, 허술한 듯 허당인 듯 행동으로 믿음을 안기는, 모르는 게 없고 못하는 게 없지만 굉장히 여린 마음을 가진 캐릭터다. 특히 아이들에게 '멋진' 사람인 그다. 


3대 째 이혼의 아픔이 있지만, 그가 대면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불행에 비해서 더 하다고 할 수가 없다.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픈 거다. 멋진 사람이지만 잘못도 많이 저지르고 후회도 많이 하고 아픔도 많이 있다. 이 시대 현대인의 자화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지만 키튼은 현대인에게서 점점 사라지는 것들을 간직하고 있다. 꿈, 이상, 동심 따위들이다. 굉장히 복잡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이 만화를 계속 다시 보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거다. 어느 콘텐츠에서도 찾아 보기가 힘들다. 지독한 현실을 헤쳐나가면서도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들을 지켜나가는 캐릭터가 말이다. 아마 중심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욕 먹기 딱 좋기 때문일 텐데, <마스터 키튼>은 참으로 적절하다.


얼마 전에 <마스터 키튼> '리마스터'가 출간되었다고 한다. <마스터 키튼>이 끝나고 20년 후가 배경인데, 그가 지켜왔던 것들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지 궁금하다. 20년이면 모든 게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모든 게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게 있다는 걸 일깨워줬으면 좋겠다. 그걸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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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마스터 키튼, 만화, 세계 정세, 우라사와 나오키, 최고, 현대인,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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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경제를 노래하다> 오죽했으면 예술로 까지 경제를 말할까?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4. 11. 1. 07:00




[서평] <팝, 경제를 노래하다>


<팝, 경제를 노래하다> 표지 ⓒ아트북스

예술은 가치는 무엇인가? 먼저 미적 가치가 있다. (위대한) 음악을 들으면, 그림을 보면, 건축물을 감상하면 거기서 느낄 수 있는 미(美)로 황홀함을 느낄 수 있다. 마냥 기분이 좋아지고, 차분해지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우리가 예술 작품을 보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다음으로 해석 가치가 있다. 예술 작품을 보고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들여다보고 숨겨진 메시지를 푸는 것이다. 예술의 해석 가치를 더욱 높이 사는 사람들은 예술의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깎아내리곤 한다. 어찌 보면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도 해석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말이다. 여기서 많이 쓰이는 해석은 시대적 배경과 맥락이다. 그 중에서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경제, 정치 등이 핵심이 아닐까 한다. 


돈에 대한 찬가를 '비틀스'가 노래했다?


현존 최고의 대중음악 평론가라 할 수 있는 임진모 평론가의 신작 <팝, 경제를 노래하다>(아트북스)는 예술의 해석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팝(노래)로 경제(정치와 사회도 포함)를 해석하려는 시도이다. 또는 반대로 경제를 통해 노래를 해석하는 시각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책은 일단 팝이 주(主)가 되고 경제가 부(副)가 되는 양상이다. 겉으로 보나 안에서 보나 노래가 원문과 함께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노래의 가사만 읽어봐도 당시의 시대가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다. 그만큼 직설적인 노래 가사가 많다. 예를 하나 들어 본다. 


사랑이 나를 설레게 하지만 / 그렇다고 내 청구서를 내주는 것은 아니야 / 내게 돈을 주라구 / 

돈이 내가 원하는 거라구 / 돈이 내가 유일하게 원하는 거야 /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 

물론 돈이 모든 걸 다 주지는 않아, 그건 사실이야 / 하지만 돈이 없으면 아예 쓸 수도 없어


'(내가 원하는 것은) 돈'이라는 제목의 이 직설적인 노래는 누구의 노래일까? 영국 리버풀 출신의 찢어지게 가난한 노동계급의 후손들이자, 역사상 최고의 슈퍼스타(모든 방면을 막론하고)인 '비틀스'의 노래이다. 그들은 1950년대 중반에서 1960년대 초반 전후 영국의 오랫동안 계속되는 차가운 경제 현실 속에서 오로지 성공을 위해 내달렸다. 당시 정반대로 호황의 절정에 있었던 미국의 슈퍼스타 '엘비스 프레슬리'를 동경하면서 말이다. 


임진모 평론가의 대중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 특유의 과도함에서 한 발자국만 물러서 있는 화려한 수식어들, 그리고 손에 잡힐 듯 읽히는 경제까지. 특별하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구성이고 진행이다.  평소 그의 평론에서 보았던 남다른 시각과 지식이 빛을 발하고 있는 듯하다. 


음악과 경제의 균형 잡힌 이야기


책은 그러나 읽다 보면 경제가 주(主)가 된다. '팝을'이 아니라 '팝으로'이기 때문이다. '팝으로' 또는 '팝을 통해서' 경제를 읽는 기획이기 때문에, 사실 경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더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식의 기획은 많은 단행본에서 접할 수 있다. 특히 철학을 주로 영화, 그림 등을 접목 시키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진다. 그런 책들을 보면 단연 철학 이론들이 눈에 띈다. 즉, 영화나 그림 등은 어려운 철학 이론을 가리기 위한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얼마 전에도 그런 책을 읽다가 얼마 못 읽고 접고 말았다. 시작과 끝은 영화 얘기로 하면서 하고자 하는 얘기는 전부 철학으로 채워 놓지 뭔가. 


반면 이 책 <팝, 경제를 노래하다>(아트북스)는 균형을 잘 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행히(?) 저자가 경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 관련된 어려운 용어를 늘어놓지 않고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쉽게 풀어 쓰려는 듯한 뉘앙스가 풍긴다. 한편 음악 관련해서는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쉽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고 또 쉽게 풀어 쓸 능력도 있다. 


오죽했으면 예술로 까지 경제를 말할까?


하지만 읽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아쉬움, 그리고 안타까움이 있다. 아쉬움은 반복되는 경제의 순환 때문이다. 1930년대 대공황부터 시작해 2008년 세계금융위기까지 17개의 파트로 나뉘는 이 책은, 거의 완벽한 순환을 보인다. 무슨 말인고 하면, 경제의 폭락과 폭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것도 미국과 영국이 번갈아 가면서 말이다. 


대공황의 폭락, 아메리칸 드림의 폭등, 같은 시기 영국의 폭락, 1970년대(베트남 전쟁, 오일 쇼크 등)의 폭락, 레이건과 대처 시대의 폭등,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의 폭락, 그리고 다시 클린턴과 토니 블레어 시대의 폭등, 이후도 계속되는 폭락과 폭등, 다시 폭락... 이 끝없이 이어지는 폭락과 폭등의 순환은 자연스레 시대를 해석하는 음악들의 지루함으로 이어진다. 즉, 음악은 다르지만 옛날에 했던 말을 다시금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안타까움은 예술로 까지 경제를 말해야 할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비롯된다. 현재 우리의 상황이 그야말로 '다시는 겪지 못할 것 같은 호황'을 뒤로 한 채 '다시는 겪기 싫은 불황'을 몸소 겪고 있지 않은가. 그 어느 때보다 '경제'에 목을 메고 '경제'가 중요해진 시기라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는 어떤 무엇을 가져다 놓든 전부 경제와 연관 시키게 되는 것일까. 책을 덮고 나면 뜻하지 않은 곳에서 진하게 묻어 나오는 안타까움이 있다. 저자의 마지막 말이 그래서 더욱 쓸쓸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다시 일어서기 위한 버팀목은 분명 희망과 꿈일 것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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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조아하자
    2014.11.01 18:40 신고

    쩝... 오죽하면 음악으로까지 경제를 말해야 할까? 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이런 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시대를 탓해야 할듯요.

    • BlogIcon singenv
      2014.11.05 12:48 신고

      굳이 그런 해석을 안한다면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ㅋ

  •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11.03 10:54 신고

    예술은..시대적상황을 담지않을수는 없을듯해요..
    경제가 그 한꼭지이겠지요..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우야튼.. 아픈시대를 살아가면서..생활토대인 경제부분을 벗어난채..예술을 할수있다는건..불가능이라는 생각인데..
    꺼꾸로 예술이 경제를 노래한다는건.. 너무 과한것 아닌가...싶기도하구..
    뭐..서평만으로 ..제가 의견을 내기는 어려운듯하네요.. 암튼 잘 읽구가요~~
    간만이쥬? 벌써 11월이여요.. 한해마무리도 힘차게!!!

    • BlogIcon singenv
      2014.11.05 12:49 신고

      안녕하세요 ㅋㅋ
      시간이 참 빨리 갑니다~
      점점 추워지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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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왕> 유쾌한 분위기와 뻔한 스토리의 시너지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4. 10. 13. 07:04




[리뷰] <족구왕>



영화 <족구왕> 포스터 ⓒ 광화문시네마



중학교 2학년 때 족구라는 걸 처음 해봤다. 자발적으로 좋아해서 했던 축구를 제외하곤, 발야구와 피구에 이어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축구를 테니스 코트로 옮겨 왔다고 할까? 의외로 재밌었고, 정말 의외로 잘했다. 대회 비슷한 경기였는데, 우승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봤자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었고, 이후 군대에서 하게 될 때까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다. 


군대에서 다시 접한 족구.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원래 못했던 건지, 소위 '개발'로 통하게 되었다. 내가 찬 공은 어디로 튈 지 나도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도 계급이 오르면서 점점 잘 하게 되었다. 그럼 뭐하나? 이제 슬슬 자신감이 붙고 재미있어 지려니 제대를 하게 되었다. 사회에 나오니 아무도 족구를 하지도 찾지도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족구하자고 하면, 백이면 백 비웃을 것이 뻔했다. 복학을 했으면 정신 차리고 열심히 공부해 취직할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왜 하필 족구지? 축구, 농구, 야구, 탁구, 당구 등 할 게 이리도 많고, 그나마 할 사람도 많은데? 족구는 찬밥 신세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누구나! 족구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을 터였다. 


족구라는 소재로 풀어낸 복잡다단한 청춘


영화 <족구왕>은 족구라는 소재로 이 복잡다단한 상황과 심리를 풀어냈다. 제대한 복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낭만을 청춘을 애써 외면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남들 이목이 두려워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지 못하는' 못난 이들을 유쾌하게 꼬집는다. 


갓 제대한 만섭은 족구장이 테니스장으로 탈바꿈한 것을 보고 아쉬워하며 친구 창호와 함께 '총장과의 대화'를 통해 총장에게 족구장 건립을 제의한다. 여기서 뜻하지 않게 미래라는 친구가 합류한다. 만섭은 수업 시간에 첫눈에 반한 안나에게 솔직한 감동을 선사해 족구 패밀리로 데려온다. 학교 체육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이들은 열심히 대회 준비를 하며 동시에 족구장 건립을 위한 서명 운동까지 벌인다. 



영화 <족구왕>의 한 장면 ⓒ 광화문시네마



한편, 전직 축구 국가대표 출신 강민은 부상으로 꿈을 잃고 방황 중이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여자친구 안나에게 보여줄 자신감도 없다. 그런 그의 앞에 만섭이 나타나 안나에게 작업을 거는 것이 아닌가? 강민은 안나에게 모질게 대하고, 이에 만섭은 강민에게 족구 한 판을 제의한다. 별 거 없을 거라고 생각한 강민. 하지만 그는 만섭에게 처참하게 깨진다. 이 영상이 학교 전체에 퍼지며, 학교에 족구 열풍이 분다. 남자들에게 진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던 걸까. 


직접적인 대사로 주제를 전하다


영화는 족구라는 알레고리를 제외한 어떤 어려운 알레고리 없이 쉽게 말을 전한다. 만섭이 복학 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처음 만나게 된 선배는 "족구 같은 소리 하지 말고, 공부해서 공무원이나 돼."라고 말하고, 만섭과 창호가 족구 연습을 할라 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한 여학생도 "여기서 족구 같은 거 하지 마세요. 남에게 피해를 주잖아요."라고 말한다. 


또 학교 교직원 한 명은 "학교에 족구 열풍이 불면 안 됩니다.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헤치고, 결국엔 취업률이 떨어질 것입니다."라고 열을 낸다. 안나도 족구를 두고, "더러워요. 복학생들이 족구하고 나서 땀내 풀풀 풍기며 강의실에 들어 오잖아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족구는 그야말로 취업을 하기 위해서, 연애를 하기 위해서, 결혼을 하기 위해서, 인생에서 정답을 찾아가기 위해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영화 <족구왕>의 한 장면 ⓒ 광화문시네마



그렇다면 만섭에게는 이런 무시무시한 뜻이 감춰져 있는 족구를 굳이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선배의 물음 "너에게 족구는 뭐냐?"에, 만섭은 "그냥, 재밌잖아요."라고 대답할 뿐이다. 재미라. 주구장창 의미를 부여한 그 어떤 명언보다 명확하고 정답에 가까운 대답이다. 살인자에게 같은 물음을 던지고 이에 살인자가 재미를 운운한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마는, 여기서 중요한 건 족구이다. 영화에서 족구는 많은 사람들 안에 공통적으로 살아 숨 쉬고 있는 꿈, 열정, 낭만이다. 


유쾌한 분위기와 뻔한 스토리의 시너지


이후의 영화 스토리는 뻔하게 흘러간다. 만섭은 대회 결승을 황홀하게 마무리하고, 만섭을 제외한 이들 모두가 사랑을 찾아간다. 반면 만섭은 바닷길 드라이브로 자신만의 낭만을 즐긴다. 그동안 보아왔던 독립영화, 즉 감독의 의중이 크게 영화를 좌지우지 했던 영화 중에서 가장 뻔한 스토리인 듯하다. 그런데 그 뻔한 스토리가 독이 된 것이 아니라, 득이 되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여타 (필자가 보아온 묵직하고 어둡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독립영화와 다른 유쾌상쾌통쾌함인데, 그 유쾌함이 뻔한 스토리와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다고 본다. 이 유쾌함에 얽히고 설킨 또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를 얹혔으면 굉장히 이상했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영화 <족구왕>의 한 장면 ⓒ 광화문시네마



기분이 우울해 질 때면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다. 현재의 청춘을 다루면서 이리도 우울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우리 청춘의 일면 우울한 모습을 보여주는 연출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는 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것이지 않을까?


언제부터 청춘이 우울했는가? 청춘은 우울하지 않다. 

누가 청춘이 아프다고 했는가? 청춘은 아프지 않다. 

설령 우울하고 아픈 청춘이라 해도, 그조차 부럽기만 한 청춘이다. 

그 어떤 모습도 너무나 아름다운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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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꿈, 낭만, 복학, 열정, 유쾌상쾌통쾌, 족구, 족구왕, 청춘, 취업
  • BlogIcon 노지
    2014.10.13 07:42 신고

    청춘은 참 멋진 건데...
    하아....
    왜 이렇게 답답한 걸까요... 현실은.

    • BlogIcon singenv
      2014.10.19 16:39 신고

      흠... 힘냅시다!

  •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10.15 09:46 신고

    마지막글이 명답입니다~~
    청춘은 어떠해도 아름답습니다. 아팠어도, 비참했어도..그래도 가장 아름다워요..
    청춘을 살아가는 모든이들이..행복할수는 없지만, 청춘 그순간만큼은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길...

    • BlogIcon singenv
      2014.10.19 16:40 신고

      저도 청춘의 한복판에 살고 있지만,
      한 번쯤은 멀리서 떨어져 바라보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 BlogIcon 조아하자
    2014.10.17 11:17 신고

    전 청춘인데도 우울하네요. 취업안되서... ㅠㅠ

    • BlogIcon singenv
      2014.10.19 16:41 신고

      취업이 모든 거라고 말하기도, 아니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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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가 칭송했던 이 사람, 그의 자서전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4. 3. 24. 07:03

 

 

 

[서평] <구로사와 아키라 자서전 비슷한 것>

 

<구로사와 아키라 자서전 비슷한 것> ⓒ모비딕

어느 하나에 깊게 몰입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일본. 일본은 이런 오타쿠적인 능력을 앞세워, 전 세계적으로 질 좋기로 소문난 '일제' 상품들을 많이 배출했다. 그 부분은 자동차, IT, 애니메이션, 소설 등 참으로 다양했다. 그런데 유독 영화는 다른 부분들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전국시대나 에도시대, 그리고 메이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주로 시대극이 주를 이루어서 대중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하지만 이는 많은 시대극 애니메이션들이 (전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것과는 너무나 상충되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그 이유를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영화의 신'이라 칭송받는 구로사와 아키라(이하 '아키라') 감독의 사례에서 역으로 추적해볼 수 있다. 그는 1943년에 처음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서, 1990년대까지 50여 년간 계속했다. 이후 채 10년이 가기 전에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다. 아키라는 이상하게도 일본에서보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는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원안으로 차용하되, 지극히 일본적인 것을 배경으로 하였다. 즉, '세계 영화'를 표방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을 띄고 있다. 일본 영화의 힘을 세계 만방에 떨치기 충분한 것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해서 일본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키라의 영화이다. 이를 거꾸로 적용시켜 보면, 일본 영화 특징의 일면을 알 수 있다. 일본인들만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영화가 주를 이룬다는 특징 말이다.

 

아키라가 그런 영화, 그러니까 지역과 시대를 초월한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그가 직접 쓴 자서전 <구로사와 아키라 자서전 비슷한 것>(모비딕)에서 자세히 접할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해서 그의 영화적 힘은, '인간'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주로 그의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한 어린 시절 그에게 영향을 끼쳤던 사람들 말이다. 가족(그 중에서도 아버지와 형), 친구, 스승. 그는 비록 영화인이지만, 누군가처럼 처음 본 영화에서 지대한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야말로 진솔하면서도 수긍이 가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자서전은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로 하여금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해준 작품인 <라쇼몽>(1951)의 촬영 당시까지만 서술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책의 상당 부분을 어린 시절에 할애하고 있다. 그때가 자신의 영화적 상상력의 원천이라는 뜻일 게다. 정확히는 어린 시절 형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아 많은 관심을 쏟게 된 문학과 예술로 부터이다. 시대와 지역은 지금의 나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지만, 왠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건 그의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과 그것을 맛깔나는 전달하는 글 솜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 '자서전 비슷한 것'에서 영화의 신 아키라가 영화 이야기를 안 하고 있지는 않다. 아니, 안 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겉으로는 영화와 전혀 관계가 없는 시절을 말하고 있는 전반부와는 달리, 후반부에 들어서는 거의 영화 얘기뿐이다.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 2, 3장과 4, 5, 6장으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그는 여전히 그와 영향을 주고 받은 영화인들을 말하고 있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말이다. 그는 충분히 주인공일 수 있지만, (더욱이 자서전에서) 결코 주위 사람들을 조연으로 배치하지 않는다. 그들을 동반자로서 그의 인생에서 그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놓고 바라본다. 그의 영화적 위대함은 이처럼 영화 밖에서 더욱 크게 빛을 낸다.

 

그런데 책 후반부의 영화 이야기가 <라쇼몽>에서 끝나고 있는 것이 조금 아쉽게 다가온다. 필자의 경우 아키라의 영화를 조금이나마 아는 편인데, 대부분 1980년대 이후의 것들(<카게무샤>, <란>, <꿈> 등)이다. 하다못해 <7인의 사무라이>, <거미의 성> 등도 <라쇼몽> 이후의 영화들이다.

 

반면에 아키라의 영화가 대중적으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 거라 가정한다면, 더더욱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이는 그의 영화를 더 알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굳이 표현하자면 긍정적인 아쉬움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구로사와 아키라를 이미 알고 있는 분이라면 그의 영화적 힘이 궁극적으로 어디서부터 기인되었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또는 영화에 관심이 있으나 아키라를 모르는 분이라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마틴 스콜세지 등의 감독들이 칭송했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라는 사람 자체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무엇을 하든 혼자 또는 한 가지로만 성취할 수 있는 건 없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삶을 통해 이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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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7인의 사무라이, 거미의 성, 구로사와 아키라 자서전 비슷한 것, 꿈, 라쇼몽, 란, 영화의 신, 일본영화, 카게무샤
  •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03.24 08:01 신고

    저는..잘 모르지만..
    우야튼 잘 읽고 갑니다ㅎㅎ

  • BlogIcon mindman
    2014.03.24 09:13 신고

    이 인간의 영화를 과거에 본 적이 있지요.
    어렸을 때 봤으니 멋있다고 느꼈지요.

    그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의 문화를 차용해서 자기 문화화시키면서 '고마움을 모르는 전형적인 일본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돌쇠
      2014.03.25 19:28

      영화라는 예술작업에, 그것도 동서고금의 경계를 자기만의 시선으로 탈주해서 몰입하는 작업을, '고마움을 모르는' 혹은 '전형적인'이라는 표현을 하시는 게 오히려 일본인에 대한 전형적인 반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 BlogIcon 노지
    2014.03.24 09:28

    언젠가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에 대해 이 같은 책을 만나게 된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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