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 리뷰]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영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카 3>로 잠시 주춤하고선 <코코> <인크레더블 2> <토이 스토리 4>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연이어 최고의 상종가를 치던 디즈니 '픽사', 2020년에 22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야심차게 내놓고자 한 두 작품이 있었다. 각각 3월과 6월이 개봉 예정이었으나, 앞의 작품은 그대로 진행하였고 뒤의 작품은 11월로 미뤄졌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전 세계 극장가가 문을 닫기 직전이었기에, 앞 작품의 흥행이 좋을 리 없었다.
역시 픽사의 작품답게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쓸었지만 성적은 터무니 없었다. 북미 6000만 달러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가까스로 1억 달러를 넘겼다. 2억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갔기에, 최소 4억 달러 이상은 벌어들여야 했다. 그나마 발빠르게 넘어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몬스터 대학교> '댄 스캔론' 감독의 7년 만의 복귀작이다.
픽사의 작품들 중에서도 역대급에 속하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퀄로 악재 아닌 악재를 뚫고 개봉 당시 애니메이션 흥행 역사를 새로 썼던 <몬스터 대학교>의 감독이기에, 퀄리티는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 애어른과 어른애들은 언제든 픽사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3년 만에 속편 아닌 오리지널로 돌아온 픽사라면 더더욱.
엘프 형제와 하반신 아빠의 여정
마법이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마법 덕분에 재미있고 즐거웠던 세계, 하지만 쓰기 어려웠던 마법을 뒤로 하고 세상은 대신할 기술을 발명한다. 시간이 흘러 마법은 사라지고 신화적인 동물들은 남아 있다. 엘프 고등학생 이안과 형 발리, 일찍이 병으로 세상을 뜬 아빠를 그리워하며 엄마 로렐과 살고 있다. 이안은 소심하기 짝이 없는 반면, 발리는 고대의 마법이 현재에도 있다고 굳건히 믿는다. 이안은 형이 부끄럽다.
16살 생일을 맞은 이안, 로렐은 아이들 아빠가 남긴 선물 '마법 지팡이'를 꺼내 보여준다. 보석 피닉스 젬과 아빠의 편지가 함께 있었다. 그에 따르면, 주문을 외워 단 하루 동안 아빠를 되살릴 수 있었다. 발리가 해 보지만 실패하고, 이안이 성공하려던 찰나 실패하여 아빠를 하반신만 되살렸다. 마법의 존재를 확신한 발리는, 이안과 함께 현실 기반 게임에서 착안한 부활마법의 완성을 위해 여정을 떠난다.
형제는 발리의 밴 '귀네비어'를 타고 하반신 아빠와 험난한 여정을 함께한다. 기름이 떨어져 귀네비어가 멈춰서기도 했고, 마법 실수로 발리가 아주 작아지기도 했으며, 수십 마리의 요정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목숨이 간당간당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제대로 된 아빠를 보기 위해서 어떻게든 목표로 하는 지점까지 가야 했다. 과연 헤쳐나갈 수 있을까?
가족, 꿈, 성장
애니메이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은 '앞으로 나아가는' 정도의 뜻을 지닌 제목 'Onward'와 '단 하루의 기적'이라는 부제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 작품으로, 정녕 여러 면에서 '적절' 또는 '적당'하다고 하겠다. 퀄리티도 적절한 정도이고,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적절한 흥행 기록을 보였을 터다. 무리 없이 즐길 만하지만, 기억에 남을 명작은 아니라는 것이다. 픽사 외적으로 보면 '그래도 픽사'라고 하겠지만, 픽사 내적으로 보면 '픽사로서 이 정도밖에...'라고 할 만하다.
하반신밖에 되살리지 못한 아빠의 완전체를 보기 위한 여정이라는 점에서, 작품은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다. 아빠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형제, 그동안 서로를 보지 않고 아빠 만을 생각했는데, 여정을 함께하며 저도 모르게 깨닫게 된다. 그동안 아빠 없이, 알게 모르게 서로 아빠의 빈 자리를 채워주며 지내왔었다는 걸 말이다. 완전하지 않아도, 가족이다.
마법이 사라진 시대에 마법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은, 작품이 '꿈'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는 걸 일깨워준다. '낭만'으로 바꿔 말할 수도 있을 텐데, 삭막한 세상에 빛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입밖에 내지 못하고 행동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것들을 내세운다. 꿈과 낭만은 현실에서 필요 없는 것들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현실을 살아가기에 가장 필요한 것들일지 모른다.
소심하기 짝이 없는 이안과 혼자 만의 망상에 빠져 사는 발리의 여정이,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끄집어낸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안이지만 마법을 쓸 수 있고, 본인은 진지하지만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발리에게 이안의 마법은 꿈의 발현이다. 그들은 각각, 가지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 능력과 바람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잘 못하지 않았고 틀리지 않았다.
생각지 못한 긍정적인 변화들
<온워드>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게 있다면, 이안과 발리 그리고 하반신 아빠의 여정이 비단 이안과 발리 만의 성장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들도 모르게 본인들은 물론 그들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되었던 이들을 변화시킨 것이다. 단지, 단 하루일 뿐이지만 아빠를 보고 싶다는 일념 하나였는데 말이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바뀌나 보다.
전설의 괴수였지만 바뀐 세상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던 맨티코어는 그들을 통해 본래의 괴수다움을 다시 발현할 수 있었고, 날지 못하고 오토바이로 폭주족 행세나 하던 요정들은 그들을 통해 다시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그들의 엄마 로렐은 엄마의 위대함을 뽐냈다. 달리는 게 존재 이유였지만 자동차가 있기에 달릴 이유가 없었던 동네 경찰관도 다시 달리게 되었고 말이다.
함께, 우여곡절 끝에, 앞으로 나아가서, 순수한 목표를 이루었을 때, 과정과 결과에서 생각지도 못한 요소들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하면서 세상이 바뀌면 다른 식으로 세상이 바뀌는 것보다 훨씬 좋을 게 분명하다. <온워드>가 보여주는 방식은 올발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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