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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선

인간의 도리인가, 파렴치한 범죄일 뿐인가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신작 영화 리뷰] 명문으로 이름 높은 '한음 국제중학교' 교장실에 학보모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영문을 모른 채 앉아 있는 그들, 곧 교장과 임시 담임 교사 송정욱이 들어온다. 교장은 '김건우'라는 학생이 같은 반 친구 4명의 이름이 담긴 편지를 송정욱에게 남긴 채 호숫가에서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되었고, 4명은 따로 모아 놓았다고 한다. 그는 송정욱을 통해 김건우의 편지를 읽게 한다. 송정욱이 읽은 편지는 일동을 경악시키게 하기에 충분했는데, 4명의 친구에 의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도윤재, 박규범, 정이든, 강한결이었다. 각각 병원 이사장 도지열의 아들, 전직 경찰 치안감 박무택의 손자, 한음 국제중학교 학생부장의 아들, 접견 변호사 강호창의 아들이었다. 이들은 곧바로 대응에 .. 더보기
비트코인으로 벼락부자에서 벼락거지까지 <아무도 믿지 마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지난 2018년 12월 9일, 누군가에겐 지나가는 흔한 뉴스일 테지만 누군가에겐 인생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의 파급력을 지닌 뉴스가 터진다. 한때 캐나다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쿼드리가CX' 설립자 제럴드 코튼(이하, '제리')이 아내 제니퍼 로버트슨(이하, '제니')과 인도 여행 중 크론병 합병증으로 급작스럽게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거대 회사의 CEO가 사망하는 건, 그것도 급작스럽게 사망하는 건 분명 당황스럽고 일면 이상하기까지 한 일이지만 큰 문제로까지 비화될 건 없을 테다. 현대 사회의 핵심이라 할 만한 대기업은 사실상 시스템으로 돌아가기에, 수장이 없다고 해도 큰 이상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쿼드리가CX는 달랐다.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오직 제리.. 더보기
역사상 가장 논란의 죽음에 대하여 <마릴린 먼로 미스터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어느덧 60년이 되었다. '마릴린 먼로'가 온갖 논란을 뒤로 한 채 세상을 등진 지 말이다. LA에서 태어난 그녀는 LA에서 죽었고 LA에 묻혔다. 영원한 할리우드의 상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식적으로 마릴린은 1962년 8월 4일 저녁, 약물 과다 복용으로 자택 방 침대에서 숨졌다. 이튿날, 가사도우미 유니스 머리가 발견해 경찰해 신고했다. 젊디젊은 36세 여인의 허망한 죽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엔 사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다. 담당 검사는 마릴린의 죽음을 약물 과도 복용에 의한 자살이라고 종결해 버렸는데, 그녀가 죽기 직전까지 삶의 태도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꾸려 했는지 알면 결코 '자살'이라는 결론에 도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애.. 더보기
한국판 '백년의 고독'을 목도하라 <파친코> [애플TV+ 오리지널 리뷰]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조선의 부산, 선자는 부모의 사랑 어린 보살핌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싹싹하고 굽힐 줄 모르는 심성이, 어디 내 놔도 잘살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숙녀가 된 선자, 잘 차려 입고 잘생기고 수완 좋고 사람들 잘 챙기는 생선중개상 한수가 눈에 띈다. 한수 또한 순사가 지나가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선자가 눈에 띈다. 그들은 산기슭에서 종종 만남을 갖고 급기야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까지 진전된다. 결국, 선자는 한수의 아기를 가지고 한수한테 얘기하지만 한수는 유부남이었고 오사카에 아이들도 있었다. 실의와 절망에 빠진 선자, 아기를 낳으려면 집을 나와야 했다. 싱글맘으로 있는 한 부모한테 해를 끼칠 게 뻔했다. 그때, 그녀 앞에 구원자가 나타난다. 전도사 이삭.. 더보기
"당신은 마술을 믿습니까?"에 얽힌 이야기 <안나라수마나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하일권 작가는 웹툰계에서 일정 정도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제목만 들어도 웬만하게 웹툰 보는 이라면 알 만한 작품들이 즐비하다. 등, 중편 정도의 길이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후 빠르게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기에 부담 없이 두루두루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확실하다. 다만, 캐릭터성이 확실하진 않고 색감이 화려하진 못하다. 하여, 스토리와 연출로 부족한 캐릭터성을 커버하고 쨍하지 않은 파스텔톤으로 화려하지 못한 색감을 커버한다. 가 대표적인데, 전반적으로 무채색의 흑백이 주를 이룬다.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다크스러운 판타지 장르에 꽤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와 주제를 웹툰스러운 연출로 적절하게 엮어 냈다. 수많은 웹툰이 연극,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으로 미디어 믹스되고 있는 와중에.. 더보기
'아무렇게나 잊혀도 무방한 이름은 없다'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편집자가 독자에게] 작년 말에 출판사를 옮기고 가장 빠르게 해야 했던 일이 기획·계약·원고였습니다. 경제경영이 주력 분야인 출판사에서 저는 인문·역사·에세이를 맡게 되었는데,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죠. 이쪽으론 진행된 원고가 거의 없었기에 경제경영 책을 만들며 기획도 빠르게 진행했습니다. 경제경영 책을 만든 지 오래라서 부담감이 상당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연재물 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소한의 기획과 어느 정도의 원고가 이미 나와 있으니, 계약하고 진행하면 책이 빠르게 나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행본 출간에 최종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질 좋고 단행본에도 안성맞춤인 연재물을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꽤 오래 전부터 눈여겨 봐온 사이트가 떠올랐습.. 더보기
인생 최악의 날이 전성기의 순간일 수 있으니... <봄날> [신작 영화 리뷰] 어느 장례식장, 가족이 모였다. 8년 만에 출소한 큰아들 호성,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작은아들 종성, 몸을 좋지 않은 엄마 정님,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호성의 큰딸 은옥과 작은아들 동혁까지. 호성은 조직의 큰형님이기도 한데, 조직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가서 8년 만에 돌아와 보니 설 자리가 없어졌다. 조직에서는 2인자가 1인자 자리를 꿰찬 것 같고, 가족에서는 동생 종성이나 큰딸 은옥이나 작은아들 동혁이나 다 호성을 별 볼 일 없는 존재이자 꼴보기 싫은 존재이자 꿔다 놓은 보릿자루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도 엄마 정님은 호성을 여전히 어린아이 취급하며 걱정한다. 그런 와중에 은옥이 남편 될 사람을 소개시켜 주는데, 호성으로선 딸에게 해 줄 게 없으니 그만이 할 수 있.. 더보기
학폭의 복수를 꿈꾸는 연쇄살인마의 노림수 <돼지의 왕> [티빙 오리지널 리뷰] 연상호 감독은 한국에서 일어난 좀비 아포칼립스를 다룬 '연니버스' 세계관을 구축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네임벨류를 갖게 되었다.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스케일인 바 그가 본래 애니메이터 출신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연상호라는 이름을 영화 에서 처음 들어본 이가 절대다수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가 영화판 아니 애니메이션판에 데뷔한 건 자그마치 1997년이다. 그는 1997년 이라는 길고도 범상치 않은 제목을 가진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데뷔한 후, 꾸준히 작업을 이어 갔다.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독보적인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옮기고자 고단한 세월을 보냈을 테다. 그렇게 15년 여의 시간을 보낸 2011년 장편 애니메이션 으로 이름을 크게 알린다. 이후 상업영화로 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