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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의 복수를 꿈꾸는 연쇄살인마의 노림수 <돼지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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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리뷰] <돼지의 왕>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 포스터.

 

연상호 감독은 한국에서 일어난 좀비 아포칼립스를 다룬 '연니버스' 세계관을 구축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네임벨류를 갖게 되었다.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스케일인 바 그가 본래 애니메이터 출신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연상호라는 이름을 영화 <부산행>에서 처음 들어본 이가 절대다수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가 영화판 아니 애니메이션판에 데뷔한 건 자그마치 1997년이다. 

 

그는 1997년 <D의 과대망상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막 치료를 끝낸 환자가 보는 창밖풍경>이라는 길고도 범상치 않은 제목을 가진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데뷔한 후, 꾸준히 작업을 이어 갔다.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독보적인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옮기고자 고단한 세월을 보냈을 테다. 그렇게 15년 여의 시간을 보낸 2011년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이름을 크게 알린다. 

 

이후 상업영화로 진출해 천만 관객을 넘기며 메이저 감독의 반열에 오르고 드라마와 만화로까지 진출하며 그만의 세계관을 전 세계 만방에 떨쳤지만, <돼지의 왕>을 그의 최고작으로 치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그의 필모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하여, <돼지의 왕>이 드라마화되어 나온다고 했을 때 기대도 기대지만 걱정부터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 <돼지의 왕>은 어떤 모습으로 찾아왔을까?

 

복수를 위한 연쇄살인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괜찮아져 나름 행복하게 살아가던 황경민은 어느 날 집 창고에서 발견한 앨범으로 20년 전 중학생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망상과 환각에 사로잡힌 채 복수를 결심한 가운데, 아내 박민주가 동반자살을 꾸미지만 정작 아내는 죽고 황경민은 살아나 사라진다. 현장에 적혀 있는 문구가 심상치 않다. "종석아, 오랜만이다. 나 황경민이야, 잘 지내지?"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 강진아 형사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그리고 황경민의 살인 사건 현장에 오게 된 정종석 광수대 형사는 "종석아 우리 중학교 때 기억 나? 너도 함께 해야지"라는 문구와 함께 야구공을 보고는 알 수 없는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느끼며 현장을 뜬다. 황경민과 정종석은 옛날에 무슨 관계였으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20년 전, 둘도 없는 단짝 황경민과 정종석은 처음으로 같은 반이 된 걸 너무나도 좋아한다. 특히 경민은 자신을 괴롭히던 일당과 떨어질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이번에도 같은 반이 된 일진 일당 때문에 절망에 빠진다. 여지없이 이어지는 차마 말로 옮기지 못할 괴롭힘, 경민은 절망에 스며들고 종석은 처참하게 당하는 경민을 보고만 있지 못해 폭발한다. 일진 일당의 몹쓸 짓이 한계로 치닫고 있을 때, 영웅처럼 나타난 이가 있었으니 김철이다. 

 

황경민은 철저한 계획으로 20년 전 영혼까지 파괴될 정도로 끔찍하게 당한 학교 폭력의 처절한 복수를 착착 실행한다. 연쇄살인마의 등장으로 경찰은 경계 태세에 만반을 기하는 한편,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듯한 정종석은 황경민을 잡으려 애쓰지만 종종 알지 못할 행동을 한다. 강진아 형사만이 그의 이상한 행동을 유심히 살필 뿐이다. 황경민은 왜 정종석을 계속 찾고 김철의 이름을 계속 소환할까? 과연, 이 처절한 복수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

 

파괴적인 학폭의 기억

 

<돼지의 왕>을 끌고 가는 원동력이자 <돼지의 왕>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는 구심점은 명명백백하다. 흔히 '학폭'이라고 일컫는 '학교폭력', 정도만 다를 뿐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당해 봤거나 행해 봤거나 지켜 봤을 테다.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을 다 안다고 생각할 만한 나이에 일어나는 일인 만큼, 강력하기에 누구도 평생 그 기억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작품 속 연쇄살인마 황경민의 복수가 유치하고 황당하게 느껴지기보다 처절하고 처연하기까지 한 이유다. 

 

그때 그 시절 나를 괴롭혔던 놈이 생생하다. 학교 가기가 싫었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게 쪽팔렸다. 돌이켜 보면 정도가 심하진 않았는데, 왜 그때만 생각하면 한없이 움츠려드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복수를 생각했다. 어른이 되어 보란듯이 성공해 찌질하게 살고 있을 놈의 앞에 당당히 서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데, 작품 속처럼 영혼을 뒤틀리게 하고 파괴할 정도의 심각한 괴롭힘이었다면 과연 복수의 상상이 그렇게 건전했을까 생각해 본다. 결코 그럴 수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사람을 무참히 죽이고 다니는 황경민을 차마 응원은 못하겠지만 또 그의 살인을 정당화시킬 마음도 없지만 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을 죽였다는 실제가 아닌 학폭을 근절한다는 상징으로서 말이다. 비록 극단적인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실제가 아닌 작품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웠기에, 외려 적절했다고 본다. 

 

대중적인 하드코어 스릴러

 

아무래도 원작이 유명하기도 하고 워낙 잘 만들어졌기에 비교할 수밖에 없다. 우선, 숨이 턱턱 막힐 것만 같은 원작과 다르게 드라마 시리즈 <돼지의 왕>은 어린 시절 폭력의 기억뿐만 아니라 현재의 복수 이야기까지 스릴러 장르로 하드코어하게 밀고 나간다. 기본 뼈대만 같고 거의 모든 게 다른 별개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작은 원작대로 이 작품은 이 작품대로 나름의 장점이 확실하다.

 

둘 다 각각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가운데, 드라마 시리즈 <돼지의 왕>은 장르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굉장히 뛰어나다. 지금 이 시대 누구나 원 없이 즐길 수 있고 가슴 한 켠에 지니고 있던 응어리를 해소하게끔 하면서도 나름의 인사이트를 주니 말이다. 상당히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지만 매우 빠르고 깔끔한 전개로 오히려 짧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이 작품을 본 웬만한 이라면 최소한 2022년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 시리즈로 뽑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누가, 무엇을, 왜'를 생각해 본다. 영혼을 파괴할 정도의 폭력을 당했던 이가 단죄를 하고자 철저한 계획으로 가해자에게 처절한 죽음의 복수를 행하는 이야기. 이런 류의 이야기는 세상이 단죄하지 못한 또는 않은 가해자를 개인이 행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다룬다.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피해자의 이야기 말이다. 처연한 감성과 쾌감 어린 이성이 맞닥뜨리며 복잡다단한 감정을 전한다. 

 

그 끝엔 무엇이 있을까. 그 기원엔 누가 있을까. 피해자로서 어떻게 하는 게 맞는 일이었을까. 그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쯤 이토록 예리하고 극단적이며 무지막지하게 집고 넘어가야 했다는 데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돼지의 왕>은 누구나 원하고 원했던 바를 실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