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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책 다시읽기

지금까지도 통용되고 있는 무서운 말, '노동자는 물건일 뿐' [지나간 책 다시읽기] 대한민국 역사 중에서 몇몇 굵직한 시위나 농성은 전환점을 마련해 흐름이나 방향을 바꾸곤 했다. 1960년 4.19 혁명,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1987년 6월 항쟁,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등. 그 시위나 농성에 가담한 사람들의 숫자도 숫자지만, 그 의미나 성과가 남다르다. 1987년 6월 항쟁에 이어 7, 8, 9월에 있었던 노동자대투쟁 역시 그 규모면에서나 의미, 성과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이 투쟁을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투쟁으로 민주화 열기로 고양된 노동자들의 생존권 확보 및 노조 결정 움직임이 분출된 결과였다. 그 움직임의 격렬함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정도였다고 한다. 비록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중산층.. 더보기
중국과 친하고, 일본과 맺고, 미국과 이어라 [지나간 책 다시읽기] 1880년 5월 제2차 수신사로 김홍집은 일본에 파견된다. 약 1개월간 머무는 동안 청국 공관을 자주 왕래하면서 주일 청국공사 하여장(何如璋), 참사관 황준헌(黃遵憲) 등과 외교정책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귀국하는 길에 황준헌이 지은 을 얻어와 고종에게 바친다. 이 책은 조선이 러시아를 방어하기 위해 '친중(親中), 결일(結日), 연미(聯美)'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얼핏 보면 조선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며 지은 책인 듯하다. 하지만 기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중국이) 속국으로 여기는 조선에 미국과 일본 등을 끌어들여 앞날을 도모하자는 계산이었다. 러시아를 막는 책략 황준헌의 은 러시아를 막는 책략을 의미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조선이 아닌 중국이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 더보기
<1942년을 돌아보다> 류전윈 작가의 후련한 반전을 기대하시라 [지나간 책 다시 읽기] 작년 여름, 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중국 정부가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던,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상 최악의 대기근이었다는 허난성 대기근을 복원해낸 책이었다. 이 책은 중국에서는 2012년에 출간되었는데, 당시 류전윈의 소설 를 원작으로 한 펑샤오강의 영화 가 개봉되어 '홍콩금상장영화제', '중국, 대만 최고의 영화' 등에서 상을 타는 등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관련된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세 명의 기자가 급하게 관련 자료를 찾아 책으로 낸 것이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류전윈의 중편소설 가 나온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1942년의 허난성 대기근은 중편소설로는 담을 수 없는 방대한 이야기들이 있을 진대, 작가는 이를 어떻게 담아냈을까? 류전윈은 중국 사실.. 더보기
선진국들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궁금해? [지나간 책 다시읽기] 지난 2008년 9월, 미국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을 시작으로 세계는 80여 년 전의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여파는 5년이 다 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시에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파산하면서 결국은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자유방임주의 정책이 또 다시 철퇴를 맞게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유방임주의 정책을 통해 급격한 경제 발전을 이루어 지금의 선진국을 건설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알려져 있다(1980년대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이 신자유주의 아래의 자유방임경제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이런 인식을 더욱 굳힌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도 당연하게 그렇게 생각해왔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그.. 더보기
<닭털 같은 나날> 현실에 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위대한' 이들의 이야기 [지나간 책 다시읽기] 다들 그렇게 사는데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곤 한다. 매일 지근거리에서 보게 되는 부모님의 삶을 보면서, 절대 부모님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설마 그렇게 살게 될까 하며 지나가 버리곤 하는 것이다. 그들의 삶은 너무나 재미없고 단순하며 천편일률적이고 희망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나을 거 없는 다를 거 없는 삶이란 말이다. 반면 부모님 세대의 다음 세대는 상당히 많은 이들이 대학을 나왔고 지식의 함량이 출중하다. 생각하는 것도 웅대하진 않아도 소시민적이지는 않다. 적어도 부모님 세대와는 다른 삶을 그리고 더 나은 삶을 당연하게 기대한다. 이는 부모님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자녀 세대가 그런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고 자부하는 당신들이다. 그런데.. 더보기
행복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 '스티븐 킹'의 글쓰기 [지나간 책 다시 읽기] 무수한 밀리언셀러 발표, 세계 35여 개국 번역, 전세계 3억 5천만여 부 판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화려한 기록과 함께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소설가는 누구일까? 그 이름에서 이미 '최고'를 느낄 수 있을 법한데, 그는 '스티븐 킹'이다. 2000년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를 고르라고 하면 또는 를 말하는 게 맞다. 는 시리즈 자체로만 5억여 부가 팔렸고, 는 1억 부 가까이 팔렸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 또는 '성경의 판매량을 뛰어 넘은 책'이라는 비정상적인 수식어는 이 책들의 출현 이후 생긴 것이다. 그런데 나 의 '소설가'는 소설보다 유명세가 한참 떨어진다. 조앤 롤링이 의 후속으로 낸 소설들인 , 이 전작에 한.. 더보기
부정확한 기억과 불충분한 문서가 만든 역사의 한가운데 [지나간 책 다시 읽기] 난 현재 평범하기 그지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남들처럼 아침에 지친 몸을 일으켜 세워 아침도 먹지 않은 채 출근길을 재촉해 출근을 완료하고 정신없이 오전을 보낸다. 점심을 먹고 졸음을 참아가며 오후를 보내고 퇴근을 기다린다. 퇴근길에는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책을 탐독하고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컴퓨터를 하고 TV를 보다가 잠자리에 든다. 너무나 단조롭고 평범한 일상이 계속 되다보니, 이 범주 밖에서의 기억들은 자연스레 해체된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한 시간이 흘러 온전히 기억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누군가 나의 말이나 행동에 상처 받거나 감동을 받았을지 모른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내 평생에 걸쳐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장면이 있지만, 정작 장면 .. 더보기
"내가 그린 미래는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주는 사회였다" [지나간 책 다시 읽기] 조지 오웰의 조지 오웰의 은 계속해서 진화 또는 변화해왔다. 인격화된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교훈을 주기 때문에 이솝이야기처럼 '우화'로 읽히며 어린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로 읽혔고, 누가 보더라도 정치적 현실과 세상에 대한 비판적 또는 조소적인 이야기였기에 '풍자' 소설로 읽혔다. 여기서 정치적 현실이라 함은 이 출판되었을 1945년 당시의 현실이라 하겠다. 그 중에서도 꼭 집어 말하자면 러시아의 스탈린 독재의 전체주의에 대한 통렬한 풍자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은 여기서 진화한다. 말하자면 재조명된 셈인데, 조지 오웰이 우크라이나 서문에서 밝혔듯이 "비록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러시아 혁명의 실제 역사에서 따온 것이지만" 단순히 당시의 정치적 현실 풍자를 넘어 '독재 일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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