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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꿈과 현실, 스릴러와 드라마, 그리고 외로운 인간 <혼자> [리뷰] 2016년 최후의 발견 조그마한 방, 바닥과 책상이 피 칠갑이다. 일정하지 못한 숨소리의 주인공이 당황과 짜증이 섞인 손놀림으로 피를 닦는다. 중도 포기. 그러곤 벽에 붙은 사진들에게로 손을 뻗는다. 수없이 많은 사진들, 동네인 듯한 곳 여기저기를 찍어서 이어 붙여 놓았다. 그 중 한 건물의 옥상에 있는 한 여자, 숨소리는 더욱 거칠어지고 사진으로 뻗는 손은 떨린다. 이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 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시작된다. 그 어떤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영화의 중요 장면이나 끝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이 달랐던 건 '롱테이크', 약 4분 간을 한 번에 보여주며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더불어 그 방식이 점진적이라는 점. 좁은 방을 보여주는 데 1초면 .. 더보기
이보다 더 '재미'있는 제인 오스틴 원작 영화는 없을 듯 <레이디 수잔> [리뷰] 2017년 사후 200주년을 맞는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 그녀의 작품들은 정전으로 추대되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거의 접해보지 않았다. 18~19세기 영국 귀족의 청춘 연애담을 위주로 하기에 성향 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일 테지만, 그게 하나의 편견으로 작용하고 있을 테다. 왠지 그렇고 그런 연애 이야기일 것 같은 느낌이랄까. 당연히 그녀의 작품을 영화한 것들도 거의 접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살아생전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았고 많은 인기를 끌었거나 좋은 평을 듣지도 않았다. 20세기 들어서야 대대적으로 재조명 되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그녀의 작품뿐 아니라 처럼 그녀의 인생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 정도임에도 거의 접하지 않았다는 건 어지간히도 관심이 없.. 더보기
삶과 죽음의 운명, 그 속박을 풀 수 있을까? <줄리에타> [리뷰] 줄리에타는 로렌조와 함께 마드리드의 삶을 청산하고 포르투갈로 떠나려 한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엔 알 수 없는 수심이 가득한 바 어떤 사연이 있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길을 가던 중 우연히 마주친 베아, 베아로부터 우연히 듣게 된 딸 안티아의 소식을 듣는다. 12년 만에 듣게 된 딸의 소식에 줄리에타는 포르투갈로의 이주를 취소하고 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를 구구절절 풀어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치 그것이 딸을 향한 사죄의 시작인 양. 스페인의 거장이라고 일컬어지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 는 줄리에타가 딸에게 쓰는 편지와 편지를 쓰는 현재가 교차되는 형식을 취한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줄리에타가 있고 감독은 줄리에타의 삶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 더보기
'The KIng'들의 극비 회동, 그들은 왜? <엘비스와 대통령> [리뷰] 1950년대 혜성같이 등장해 'The King'이라 불리웠던 사나이, 엘비스 프레슬리. 사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연예인이다. 넘쳐나는 게 돈이었고, 세계 어딜 가나 당연히 주목을 끌었다. 그야말로 모든 걸 얻은 아쉬울 게 없어 보인다. 그런 그가 강력히 원하는 게 있었단다. 그는 비밀리에 1970년 말 당시 제37대 미국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을 찾아간다. 미국과 소련, 자유세계와 공산세계로 양분되어 첨예하게 대립하던 가운데, 자유세계를 이끄는 지도자인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그야말로 세계를 호령하는 권력의 정점인 'The King'이나 다름 없었다. '닉슨 독트린'으로 역사에 이름을 깊이 아로새기고, 한창 골머리를 썩이고 있을 1970년대 말 엘비스 프레슬.. 더보기
악마와 같은 '자본', 그것이 만들어낸 슬프고 외로운 괴물 <로스트 인 더스트> [리뷰] 태평하기 짝이 없는 동네, 고객이 거의 없는 은행, 느닷없이 복면을 뒤집어 쓴 두 사람이 총을 들이대며 들이닥친다. 그런데 그들 뭔가 어설프다. 반면 강도 습격을 당한 은행 직원은 태연하다. 돈은 금고에 있고 자신은 열쇠가 없다는 것. 조금 기다리니 상급자가 온다. 그들은 그를 가격해 쓰러뜨리고 돈을 훔쳐 달아난다. 강도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그들이, 고객이 없으니 돈도 별로 없을 이 동네의 은행을 왜 털었을까? 이곳은 미국 텍사스의 어느 마을이다. 한편, 신고 전화를 받고 온 텍사스 레인저스 둘. 북미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주 관할 법 집행 조직인 그들은, 그러나 굉장히 태평해 보인다. 시시껄렁 농담이나 주고받고 은퇴를 일주일 앞둔 상사는 부하를 놀려먹는 재미로 사는 것 같다. 그런 그들.. 더보기
가족이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라우더 댄 밤즈> [리뷰] 투철한 종군 사진 작가 이자벨, 그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3년이다. 남편 진은 그녀의 3주기에 맞춰 기념 전시를 열기로 한다. 어린 나이에 교수가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큰아들 조나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 진과 작은 아들 콘래드가 함께 사는 집, 어색하기 짝이 없다. 어색하기보다 서먹하고, 서먹하기보다 반목이 존재한다. 이자벨이 죽기 전에도 그랬을까, 이자벨이 죽고 나서일까. 한편, 이자벨의 동료였던 리차드는 이자벨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죽음의 비밀을 밝히겠다고 말한다. 그게 도리에 맞거니와 이자벨도 그걸 원했을 거라면서. 조나는 알고 있지만 콘래드는 아직 모르는 그 비밀을, 진은 말하고자 하고 조나는 안 된다고 못을 박는다. 그 와중에 조나는 엄마에 대한 진짜 비.. 더보기
조금 떨어지지만 발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고생> [리뷰] 한국영화아카데미, 일명 'KAFA'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교육기관으로 2009년을 시작으로 매년 기획전을 연다. 장편영화제작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를 선보이는 자리로, 일종의 졸업 작품 전시회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우린 은근히 이 기획전에 선보인 영화들을 많이 봐왔다. 작년에는 홍석재 감독이 SNS 마녀사냥을 소재로 한 를 선보였다. 한국 다양성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안국진 감독이 를 선보였다. 이 영화는 한국 독립영화계에 큰 족적을 남기며, 흥행과 비평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연배우 이정현은 이 영화로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11년에는 윤성현 감독이 이라는 한국영화계에 길이남을 명작을 남기며 그해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20.. 더보기
만점에 가까운 평점을 부여하고 싶은 애니메이션 <쿠보와 전설의 악기> [리뷰] 작품 퀄리티와 흥행이 항상 비례하진 않는다. 외려 퀄리티가 좋은 만큼 흥행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대중적인 면모를 저멀리 두곤 하기 때문이다. 흥행으로 옳고 그름이 판가름나는 상업 시장에서 봤을 땐 참으로 안타까운 광경이다. 그 대표격이 여기에 있다. 2005년 미국에서 탄생한 '라이카 스튜디오'. 단 세 편의 영화로 '스톱모션'의 강자로 발돋움했다. 그중 첫 번째 작품인 은 작품 그 자체로서도 빛을 발해, 절대적인 지지와 찬사를 받았다. '스톱모션'은 프레임마다 촬영 대상의 움직임에 미세한 변화를 주어 촬영한 다음 그 이미지들을 연속으로 재생하는 방식으로, 사람이나 동물 또는 기계 등에 센서를 달아 대상의 움직임 정보를 인식해 영상에 재현하는 방식인 '모션캡쳐' 방..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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