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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두 형제의 희비극적인 뉴욕 탈출기 <굿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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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굿타임>


영화 <굿타임> 포스터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 닉과 그의 형 코니(로버트 패틴슨 분)는 뉴욕 탈출의 꿈을 꾸며 가면을 쓰고 은행을 턴다. 똑똑한 코니의 기지로 큰 소란 없이 무난하게 성공하는 듯했지만, 은행원의 기지로 엉망이 된다. 이내 닉은 경찰에 잡혀 구치소로 향하고, 코니는 닉을 꺼내오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그의 돈 많고 나이 많은 여자친구에게서 돈을 뜯어내 동생을 가석방시키려고 했다가 실패하고, 동생이 구치소에서 심하게 구타당해 병원에 있다는 걸 알고는 몰래 빼돌리려다가 실패한다. 그야말로 실패의 연속, 그는 이 실패의 굴레에서 탈출해 성공에 안착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코니는 어쩌다가 유대인 범죄자, 마약쟁이 미성년자와 동행한다. 그들은 하는 짓과는 다르게 허세조차 느껴지지 않은 찌질함을 풍기는데, 차라리 코니가 가장 정상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코니는 끝까지 그만의 기지를 발휘해 난관을 타개하려 해보지만, 역시나 실패만 거듭할 뿐이다. 그는 실패에서뿐만 아니라 뉴욕을 탈출할 수 있을까.


탈출


영화 <굿타임>의 한 장면.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 <굿타임>은 쉴 새 없이 달린다. 단 하룻밤의 짧은 시간이거니와 천지를 뒤흔들 사건 따윈 없지만, 주인공에겐 충분히 일생을 뒤흔들 사건들의 연속이다. 코니에겐 최종 지상과제는 동생과 함께 뉴욕 탈출. 그런데 동생이 잡혀 갔으니 동생을 탈출 시키는 게 우선이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기는커녕 지지부진하고 자잘하다. 


코니가 발휘하는 기지들은 참으로 소소하다. 대담하고 영악한듯 보이지만 굉장히 소심하고 착해보이기까지 하다. 그의 기지에 누군가는 직접적 피해를 받고 누군가는 도구로 쓰이고 버려진다. 그럴 때마다 코니의 눈빛은 흔들리고 심히 미안해 하는 듯하다. 뉴욕이라는 도시에 주눅든 그라는 존재의 발현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지적 장애를 가진 동생을 어떻게든 탈출시켜 함께 가려는 행동으로도 코니의 천성을 알 수 있다. 그는 누가 봐도 충분히 착한 사람인 것이다. 비록 행색은 부랑자 또는 동네 양아치와 다름 없지만 말이다. 그는, 그들은 도시가 만들어낸 찌꺼기인 것인가. 그들은 탈출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해야만 하는 것'인가. 


아이러니


영화 <굿타임>의 한 장면.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유색 인종이 유독 자주 나온다. 주요 등장인물 중에 닉과 코니만이 백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코니를 받아주고 그와 함께 하는 이들이 모두 유색 인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에서 벌어지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이런 류의 분위기를 담은 영화들이 충분히 존재했을 줄 안다. 여러 면에서 '스타일리쉬'를 기본 바탕에 두고, 한 인간으로선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거대한 무엇의 압박, 그리고 예견된 비극으로의 길. <굿타임>은 그 전통을 충실히 따르되 개인에게 더 포커스를 맞춘다. 그러다 보니 속도감이 더 붙는다. 


일렉트로니컬한 사운드트랙과 조명이 한 몫, 아니 큰 몫을 한다. 별 일 아닌 듯해보이는 사건사고들도 사운드트랙이 엄청나게 쫄깃하게, 힘겹게,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역시, 강렬한 원색 조명은 별 일 아닌 일을 당한 주인공이 엄청나게 크고 급한 일을 당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실제로 별 일이든 큰 일이든 상관없지 않은가. 충분히 즐겼다. 


로버트 패틴슨


영화 <굿타임>의 한 장면.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사실상 단독 주연이라 할 만한 코니 역의 로버트 패틴슨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겠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너무나 큰 존재감을 선보였던 그는, 사실 그 와중에도 다른 종류의 존재감을 선보였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의 외모가 좀 특별히 튀기에 그의 배역 존재감은 곧 로버트 패틴슨에 가려버리곤 했던 것이다. 


반면 <굿타임>에서는 최대한 버리려, 자신을 버리려 한 것 같다. 지난해 개봉한 <잃어버린 도시 Z>에 이어 당당히 배역으로서의 존재감을 인식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충분히 찬사를 불러일으킬 만한 연기를 해냈다. 그건 또한 이 영화의 감독들의 스타일과도 잘 맞아 떨어진 결과라 하겠다. 


그들은 다름 아닌 조슈아 사프디와 베니 사프디 형제다. 베니 사프디는 이 영화의 닉으로 분하기도 했는데, 지적 장애를 가진 극중 인물을 완벽히 연기해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그들의 영화를 이젠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스타일리쉬의 새로운 장을 연, 아니 새로운 재능을 선보인 그들이다. 주인공들에게 절대 '굿타임'은 될 수 없었던 100분이지만, 관객들에겐 절대적인 '굿타임'을 선사한 <굿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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