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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엄마를 둔 청춘의 잔혹사 <혜옥이> [신작 영화 리뷰]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라엘은 신림동 고시촌의 더럽기 이를 데 없는 가파른 언덕의 방 하나를 얻어 행정고시 준비를 시작한다. IMF 때 남편과 이혼한 후 딸 하나만을 바라보고 힘들게 살아온 엄마의 바람이 절대적으로 반영된 것이었다. 엄마는 딸에게 “넌 최고니까, 일류니까, 다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하며 힘을 북돋아 준다. 라엘은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한 듯 첫 번째 시험에선 1차에서 떨어지고 만다. 엄마는 딸에게 변함없이 똑같은 응원의 말을 전한다. 라엘은 힘을 얻어 두 번째, 세 번째 시험을 이어간다. 1차 정도는 합격할 만한 실력과 요령을 갖췄다. 엄마는 여전하다. 라엘은 서서히 지쳐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라엘에게 ‘혜옥’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준다. 지.. 더보기
송태섭의 이야기로 다시 시작하는 '슬램덩크' <더 퍼스트 슬램덩크> [신작 영화 리뷰] 1990년대 초중반 일본과 한국 양국의 만화계, 아니 문화계 전반을 지배했던 는 21세기가 한창인 지금도 여전히 크나큰 인기를 끌고 있거니와 영향력도 끼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앙케이트 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만화 순위 최상단에 위치했고, 역시 최근에 모바일 게임으로 재탄생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신극장판 가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화, 각본, 감독으로 찾아온 게 크다. 궁극의 인기 만화답게 그동안 극장판이 없었던 건 아니나, 연재가 한창이던 1994년~1996년 공개한 네 편의 구극장판들은 길지 않은 분량으로 원작에선 짧게 스쳐지나가듯 다룬 에피소드를 자세히 다룬 정도의 의미였다. 그런가 하면 는 구극장판의 기조, 즉 원작에선 크게 다루지 않은 에피소드를 자세히 다룬다.. 더보기
혼란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여성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을 때 <나나> [신작 영화 리뷰] 동남아시아 지역의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 그나마 태국이 장르에 특화된 영화를 앞세워 우리나라에도 많이 소개되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여타 나라들의 영화는 접하기가 여의치 않다. OTT나 영화제 등으로 제3세계 영화가 많이 소개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런 와중에 인도네시아 영화는 10여 년 전의 정도밖에 모르겠다. 인도네시아 다큐멘터리로 잘못 알고 있는 유럽 다큐멘터리 이 가장 유명한 실정이다. 2011년 데뷔한 카밀라 안디니 감독은 꾸준히 영화를 만들며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을 섭렵한 몇 안 되는 인도네시아 영화 감독이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정식 개봉된 적은 없지만 매번 부산국제영화제로 국내 영화팬들을 찾아왔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의 4번째 작품 가 국내에서 정식 개봉에 .. 더보기
술 마시다가 깨어나 보니, 눈앞에 시체가 딱! <옆집사람> [신작 영화 리뷰] 5년 차 경시생 찬우는 원룸에서 기거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그런데 옆집에서 남녀가 싸우는 듯한 목소리가 크게 들려와 도무지 집중하기가 함들다. 찾아갈 용기도 없고 또 찾아가면 안 되니 괴로워하다가, 집주인 아주머니한테 조치를 취해 달라고 부탁할 뿐이다. 시험 원서 접수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느 때보다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 잡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시험 접수가 되지 않는다. 통장을 들여다보니 시험 접수비 만 원이 남아 있지 않다. 엄마가 올해까지만 하고 안 되면 내려오라고 하니, 엄마한테 부탁할 수가 없다. 친구한테 전화해 보니, 일단 나와서 밥 같이 먹으면 돈을 빌려 준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나가는 찬우, 딱 한잔만 하려고 술잔을 들었는데 눈을 떠 보.. 더보기
정부가 잘못하면 국민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 <브이 포 벤데타> [신작 영화 리뷰] 지난 2006년 개봉해 당시에는 간신히 손해 보지 않을 정도의 흥행과 원작자 앨런 무어의 다분히 적의 있고 이유 있는 비판 등으로 필수 관람의 이유가 없었던 가 16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비록 기획전 형식의 소규모 개봉이지만 오히려 지금은 봐야 할 이유가 확실하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명작으로 취급되고 있으니 말이다. 는 제작과 각본에 당시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자매다)‘참여한 걸로도 유명한데, 그들의 전성기 끝자락을 감상할 수 있다. 파시즘과 혁명을 두고 오가는 수많은 명대사와 잊을 수 없는 폭파 장면, 그리고 두 주연 배우 나탈리 포트만과 휴고 위빙의 뛰어난 연기가 빛을 발하는 바, 충분히 재밌게 즐기면서도 영화가 던지는 심각한 메시지를 이리저리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 더보기
생존, 성장, 사랑으로 홀로선 한 여성의 이야기 <가재가 노래하는 곳> [신작 영화 리뷰] 1969년 10월 3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바클리 코브에서 아이들에 의해 젊은 남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경찰이 출동해 감식해 본 결과 소방용 망루에서 떨어진 걸로 죽은 걸 보였는데, 누군가가 밀친 것 같았다. 아무런 흔적이 없는 게 이상했지만 곧 ‘습지 여자’ 카야 클라크를 유력한 용의자로 점찍어 체포해 구금한다. 모두가 그녀를 범인으로 확인하는 가운데 국선변호사 톰 밀턴맘이 그녀의 편에 선다. 카야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습지에서 홀로 살고 있는 여자로, 어렸을 때 아버지의 폭력으로 다른 가족이 모두 도망갔는데도 홀로 그곳을 지켰고 곧 아버지마저 도망갔지만 그곳을 지켰다. 완전히 혼자가 되어 자연과 맞닥뜨린 어린 카야는 홍합을 따서 도심으로 가 친절한 흑인 부부의 상점에 팔아 .. 더보기
연쇄 살인마 '찰스 컬런'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냈을까 <그 남자, 좋은 간호사> [신작 영화 리뷰] 2003년 미국 뉴저지의 파크필드 기념병원에서 중환자실 간호사 에이미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규정을 어기고 보호자가 밤새 환자 옆에 머무를 수 있게 해 주는 걸 보니 좋은 간호사인 듯하다. 상사에게 들켜 꾸중을 듣지만 인력이 충원될 거라는 소식도 듣는다. 한편 에이미는 심근경증을 앓고 있어 자주 호흡곤란이 찾아오는데, 홀로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쉴 수도 없다. 계속 이런 식으로라면 수개월 내에 죽을 수도 있고 그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질 수도 있거니와 심장 이식 수술밖에 답이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인력 충원이 되어 남자 변호사 찰리가 출근한다. 그는 그동안 여러 병원에서 일했다고 했는데, 편안한 듯 싹싹해서 에이미와 금방 친해진다. 찰리는 에이미의 환자까지 대신 챙.. 더보기
평범한 시골 마을 대가족에게 생긴 일들 <알카라스의 여름> [신작 영화 리뷰] 2018년 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카를라 시몬' 감독, 그녀는 이 작품으로 전 세계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십 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일일이 세기도 힘든 만큼 많은 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아이의 시선을 따르며 정제되지 않은 가운데 최선·최고의 결과물을 도출해 냈으니, 대단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그야말로 연출력의 승리겠다. 4년 후 카를라 시몬 감독은 정제되지 않았지만 최선·최고의 결과물을 또 하나 들고 돌아왔다. 제72회 베를린 영화제 황금공상(최고상)에 빛나는 이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점과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마을에서 촬영되었다는 점이 과 동일하다. 주연 배우를 의 경우 오디션으로 뽑았고 의 경우 감독이 직접 물색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완전히 생소한 얼굴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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