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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정부가 잘못하면 국민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 <브이 포 벤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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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브이 포 벤데타>

 

영화 <브이 포 벤데타> 포스터.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지난 2006년 개봉해 당시에는 간신히 손해 보지 않을 정도의 흥행과 원작자 앨런 무어의 다분히 적의 있고 이유 있는 비판 등으로 필수 관람의 이유가 없었던 <브이 포 벤데타>가 16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비록 기획전 형식의 소규모 개봉이지만 오히려 지금은 봐야 할 이유가 확실하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명작으로 취급되고 있으니 말이다.

<브이 포 벤데타>는 제작과 각본에 당시 ’워쇼스키 형제(지금은 자매다)‘참여한 걸로도 유명한데, 그들의 전성기 끝자락을 감상할 수 있다. 파시즘과 혁명을 두고 오가는 수많은 명대사와 잊을 수 없는 폭파 장면, 그리고 두 주연 배우 나탈리 포트만과 휴고 위빙의 뛰어난 연기가 빛을 발하는 바, 충분히 재밌게 즐기면서도 영화가 던지는 심각한 메시지를 이리저리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명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되어 뇌리에 박히는 메시지는 시간이 꽤 흐른 지금에도 통용되고도 남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통용될 것 같다. 불길하기 짝이 없거니와 불손하기까지 한 예측이건만, 영화를 보면 정녕 누구나 똑같은 예측을 할 것이다. 이 영화(또는 이 영화의 원작인 그래픽 노블)이 대단한 건지 이 세상이 별로인 건지 알 길이 없는 와중에, 그래도 이 영화가 잊히지 않고 계속해서 재소환되는 건 희망적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독재에 저항해 자유를 되찾는 일

 

제3차 세계대전으로 최강대국 미국이 몰락하고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영국에선 파시즘 성격이 강한 정당 노스파이어가 정권을 잡고 아담 서틀러가 의장 자리에 앉는다. 이후 각종 사건을 만들어 사회 전체를 억압하며 BTN 방송국을 앞세워 대놓고 국민들을 호도한다. 그런가 하면 이민자, 무슬림, 테러리스트, 성소슈저, 에이즈 환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인다. 통금 시간도 만들어 밤에는 돌아다니지 못하게 한다.

그러던 어느 11월 4일 밤, BTN 방송국에서 일하는 이비 해몬드는 통금 시간을 어기고 PD 고든 디트히리릉 만나려다가 비밀경찰 핑거맨들에게 붙잡힌다. 그들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험에 처하는 이비, 그때 어디선가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구한다. 그러곤 함께 중앙 형사 재판소가 폭발하는 광경을 관람한다. 알고 보니 ‘V(이하 ‘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남자가 계획했다는 것이었다.

곧 브이와 이비는 재판소 폭파 용의자 선상에 오르는데, 와중에 몸에 폭탄을 두른 브이가 홀로 BTN 방송국에 처들어와 비상 채널로 전국에 자신의 정체와 함께 정부의 실체를 폭로하고 1년 뒤 11월 5일에 결기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곤 스튜디어를 나가려는데 충돌한 경찰에게 붙잡힐 위기에 처하고 마침 근처에 있던 이비가 브이를 구한다. 브이는 경찰에게 머리를 맞아 실신한 이비를 데리고 아지트로 향한다.

노스파이어의 주요 인사들이 하나둘 브이에 의해 살해되는 가운데, 어느덧 이비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그녀는 어디론가 끌려가서 삭발당하고 모진 고문을 받으며 브이의 행방을 밝히면 풀어줄 것을 종용받는데… 과연 이비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브이의 정체는 뭐며 그는 왜 그런 일을 벌이는 걸까? 1년 뒤 11월 5일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가이 포크스와 에드몽 당테스의 의미

 

11월 5일의 의미 그리고 브이가 쓴 가면의 정체는 하나로 이어진다. 1605년 11월 5일, 제임스 1세가 가톨릭과 청교도를 탄압하자 그에 맞서 영국 국회의사당 지하에 화약을 설치했다가 발각되어 죽음을 맞이한 ‘가이 포크스‘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다. 여러 제반 사항들이 있지만 그는 이후 자유와 저항의 상징으로 굳어져 11월 5일을 ’가이 포크스 데이‘로 기리며 그의 가면을 쓰고 화려한 불꽃놀이를 즐긴다. 화약 테러를 대신 해 주는 듯.

가이 포크스의 자유와 저항 상징을 완벽히 이용하고 또 이어받은 브이는 독재 정부가 정권을 잡고자 저지른 파렴치한 짓에서 살아남아, 개인적으로 복수를 저지르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나쁜’ 정부에 저항해 국민들이 일어날 것을 촉구한다. 독재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되찾으려는 의도인 듯하다. 하지만, 원작의 ‘아나키스트‘로서의 브이와 비슷한 듯 완전히 다른 지향점이 눈길을 끈다. 물론 영화만 본다면 이질감이 없겠지만 말이다.

아울러 브이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에드몽 당테스를 직접적으로 모티브로 삼기도 했다. 당테스가 모함으로 14년간 감옥에 갇혔다가 극적으로 탈출해 10년간 암중모색한 후 원수들에게 피의 복수를 이어가는데, 브이의 개인적인 서사 흐름이 비슷하다. 가이 포크스가 브이 그릭고 작품 전체의 상징과 맞닿아 있다면, 에드몽 당테스는 브이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또 두 캐릭터의 상징과 이야기가 맞물려 시너지를 낸다. 영화적으로 볼 만한 구성을 도출한다.

 

정부의 범죄에 국민은 들고 일어나야 한다

 

21세기에 들어선 지도 한참이 흘렀건만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로운 것 같지만 한편으론 억압적이기 짝이 없는 것 같고, 영화에서처럼 전쟁과 전염병과 기근이 만연해 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정부든 위기일발의 현재를 빌미로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잡고 국민들을 호도하며 권력을 마구 휘두를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하는 행태만 봐도 알 수 있을 테다. 

 

브이는 중앙 형사 재판소를 폭파하고 국회의사당까지 폭파시키며 독재 권력 집단을 몰살하는 데 삶의 의의가 있는 것 같은데,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정부를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무서워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그런데 그의 바람이 비단 독재 시대에만 통용되는 걸까? 그나마 그러면 좋겠냐마는, 실상 민주주의가 확립되어 완전히 자리를 잡은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에도 통용되는 바람이 아닌가 싶어 섬뜩하고 또 씁쓸하다. 정부에게 권력을 쥐어 준 건 분명 국민인데 말이다. 

 

<브이 포 벤데타>에 명장면과 명대사가 즐비한 가운데 명확하고 또 현재적인 메시지를 담은 명연설을 옮겨 본다. 누구든 깨닫는 바가 크고 깊을 거라고 확신한다. 극중에서 브이가 BTN 방송국에 처들어와 비상 채널로 전국에 송출한 말이다. 너무 길어 핵심만 편집했다. 

 

"잔학함, 부정, 편협함, 탄압이 만연하고 한땐 자유로운 비판과 사고, 의사 표현이 가능했지만 이젠 온갖 감식 속에 침묵을 강요당하죠. 어쩌다 이렇게 됐죠? 누구 잘못입니까?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고 대가를 치르겠지만 이 지경이 되도록 방관한 건 바로 여러분입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두려웠던 거죠. 누군들 아니겠습니까? 전쟁, 테러, 질병 등 수많은 문제가 연쇄 작용을 일으켜 여러분의 이성과 상식을 마비시켰죠. 공포에 사로잡힌 여러분은 서틀러 의장한테 구원을 요청했고 그는 질서와 평화를 약속하며 침묵과 절대 복종을 요구했지요. 눈을 가리고 살았고 정부의 범죄를 알지 못한다면 11월 5일을 무시하고 지나가십시오. 하지만 나와 생각이 같고 내가 느끼는 것과 추구하는 것에 공감한다면 들고 일어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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