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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다양한 시선'에 해당되는 글 142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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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율'이라는 괴물 앞에 모든 게 무색하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2021.03.03
  •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 그럼에도 단단한 영화 <세자매> 2021.03.01
  • 관능적인 동작으로 몸과 다시 교감하라! <폴 위의 그녀들> 2021.02.26
  • 포기하고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대만 여성의 삶 <고독의 맛> 2021.02.24
  • 의사 작가가 훑어내린 내 몸 구석구석 이야기 <내 몸 내 뼈> 2021.02.22
  • 크랙과 미국은 어떻게 가난한 흑인 사회를 파괴시켰나 <크랙의 시대> 202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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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개월 시한부의 할머니를 위한 하얀 거짓말? <페어웰> 2021.02.15
  • 아쉬움을 뒤로한, 한국 우주 SF의 신기원 <승리호> 2021.02.13
  • 까치와 함께 집단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가족의 이야기 <펭귄 블룸> 2021.02.10

'효율'이라는 괴물 앞에 모든 게 무색하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1. 3. 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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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포스터. ⓒ영화사 진진

 

박정은 대리는 7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 지방의 하청업체로 파견 명령을 받아 내려온다. 현장 소장은 물론 직원들도 반기지 않으며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지만, 그녀는 1년만 버텨 다시 돌아가자는 일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뭘지 해야 할 일이 뭘지 찾는다. 와중에 원청에서 하청업체에게 파견직의 급여까지 책임지라 하고는 예산을 줄여 버린 것이다. 누구 하나는 나가야 할 판이 되었다. 

 

온갖 유무형의 압박 속에서 정은은 송전탑 수리 현장에 함께하고자 한다. 비록 아무것도 모르고 할 줄 모르고 하기에도 힘들지만, 그곳에서 하는 일이 그것이기에 그녀로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하지 않거나 못한다면 근무 평점이 낮게 나올 것이고, 그녀는 잘리거나 원청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 그녀는 원청에서 명령하고 하청 소장이 따를 수밖에 없는 '짜고 치는 고스톱'의 희생양인 것이다. 

 

정은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정신적으로 꿋꿋하게 버티며 육체적으로 지치지 않고 일적으로 잘 해내는 것. 그때 막내가 손을 내민다. 그는 자식 셋을 건사하고자 두 개의 알바를 더 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아이러니하게 그 때문에 근무 평점이 가장 낮아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더욱이 정은이 파견나왔으니 자리가 가장 위태롭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는 정은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둘, 적응해 가는 정은, 변하지 않는 원청의 자세,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이태겸 감독, 그리고 유다인과 오정세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 중 하나로 이태겸 감독이 꾸준히 추구해 온 '노동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만든 작품이다. 한국 영화 최초로 송전탑을 소재로 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런가 하면, 작은 영화답지 않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자그마치 유다인 배우와 오정세 배우. 둘 다 스펙트럼이 넓으면서도 좋은 연기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유다인 배우는 2011년 최고의 한국 영화 중 하나로 봐도 무방한 <혜화, 동>으로 당시 거의 모든 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라 몇몇에서 수상한 적이 있다. 연극, 뮤직비디오, 광고, 드라마, 영화 등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자기 몫을 다하고 그중에서도 영화계에서 큰 영화와 작은 영화를 막론하고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주저없이 출연하는 것 같다. 

 

오정세 배우는 최근 유독 눈에 많이 띄었는데 '대박'이 터진 드라마들인 <동백꽃 필 무렵> <스토브리그>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주연으로 활약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야말로 연극, 드라마, 영화 가릴 것 없이 정녕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지만 흔들림 없이 자기 몫 이상을 다하는 배우가 아닐 수 없다. 특유의 분위기로 중무장한 채 작품 보는 눈까지 갖췄으니,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앞으로가 기대된다.

 

'효율'이라는 괴물 앞에 모든 게 무색하다

 

영화는 제목에 확고부동한 메시지가 들어가 있어 매우 직선적이고 스피디하며 화끈하기까지 할 것 같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해고하지 않을 것이다!' 같이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하나의 이야기만 들어가 있지 않았다. 생각해 볼 만한 여지가 있는 이야기가 곳곳에 있었다. 부당하게 하청업체로 파견된 어느 직원의 이야기로만 읽힐 수 없었다. 

 

자세한 뒷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추측해 보건대, 정은은 좋지 않은 학력과 스펙으로 입사해 오랫동안 피나는 노력으로 모든 입사 동기들이 우러러 마지 않은 직원이었다. 그런데, 모종의 이유로 혹은 여자라는 이유로 퇴사 압박을 받았고 그녀가 버티자 하청업체로 파견시켜 버린다. 원청의 상사는 하청업체의 소장을 압박해 그녀에게 일을 가르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일을 주지 않아 '합리적으로' 그녀의 근무 평점을 낮게 줘서 그녀를 잘리게 만드려고 한다. 

 

원청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던 정은에게 하청업체의 열악한 실태가 보이기 시작한다. 감전과 낙하 사고의 위험이 매 작업마다 도사리는 송전탑 관리라는 중요한 일을 하지만, 작업복도 지급되지 않고 '안전'의 중요성은커녕 오로지 '효율'이라는 괴물의 중요성만 날아올 뿐이다. 안전 수칙보다 우선되는 게 효율 수칙이고, 작업자의 안전보다 중요시되는 게 빠르면서도 정확한 작업이다. 

 

'누구 하나 죽어야 정신을 차리지'라는 말이 있는데 그조차 통하지 않는 게 이 바닥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송전탑과 노동자를 생각하면 생각나는 게, 2012년 '송전탑 농성' 사건이다. 당시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 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은 사측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구하며 송전탑에서 장장 296일 동안 농성했다. 위험천만한 곳에서 목숨을 걸고 농성하는 모습에서 영화 속 막내의 대사가 겹친다. 

 

"우리 같은 사람은 두 번 죽는 거 알아요? 한 번은 전기구이, 한 번은 낙하. 345000볼트에 한 방에 가거든요. 근데, 그런 거 하나도 안 무서워요. 우리가 무서운 거는... 해고예요. (중략) 박 대리는 해고보다 사망이 문제겠네요."

 

영화적으로 볼 만한 구석들

 

이 영화는 비단 화려한 캐스팅과 확고한 메시지뿐만 아니라 영화적으로도 볼 만한 구석이 있다. 시종일관 신경을 긁어 대는 것 같은 음악이 그중 하나인데, 일면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정은과 막내의 위태로운 심리와 현 상황이 반영된 듯도 하다. 그런가 하면, 정은이 처음 송전탑을 눈앞에서 대면했을 때의 아찔한 느낌이 기억에 남는다. 종종 멀리서 보이곤 하는 송전탑은 흥미의 대상 정도로 그치곤 하는데, 막상 눈앞에서 봤을 땐 누구도 설명하지 못할 두려움을 피해가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잘 표현해 냈다. 

 

영화의 중후반, 도무지 오르지 못할 것 같던 송전탑을 천천히 오르고야마는 정은의 '여정'이 참으로 길게 이어지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영화를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장면이라는 걸 누가 봐도 알 정도인데, '상승'이라는 단어로 연상되는 카타르시스는 주지 못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준다. 하청업체로 '하강'한 정은이 송전탑을 오르며 자신을 되찾았기 때문일까, 비로소 송전탑 노동자로서 한 발을 내디뎠기 때문일까. 보는 이마다 다를 것 같다.

 

2012년 송전탑 농성 사건을 연상시키는 것 외에 '왜 송전탑이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영화가 최초로 송전탑을 소재로 했으니 만큼, 영화 작업을 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게 정평 나 있었을 테고 잘 알았을 텐데 말이다. 송전탑의 또 다른 특징을 캐치한 걸까. 송전탑은 송전탑으로만 가늠하기 힘들 테다, 송전탑과 송전탑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을 함께 가늠해야 한다. 모든 이가 송전탑의 수혜를 받지만 정작 송전탑에 관심 가지는 이는 없듯이, 많은 노동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위험천만한 일을 하지만 관심 가지는 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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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송전탑, 안전, 오정세, 유다인, 이태겸, 하청업체, 해고, 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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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 그럼에도 단단한 영화 <세자매>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1. 3. 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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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세자매>

 

영화 <세자매>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일부러 꾸긴 듯한 느낌의 배경에, 세 여성의 얼굴이 나란히 있다. 일면 평온해 보이는 얼굴들, 눈을 감고 있다. 메인 카피 두 줄이 보인다. '어쩌겠어요 이렇게 다른 걸?' 다르지 않고 비슷해 보이는 얼굴이라 매치가 잘되진 않지만, 이 영화가 하려는 말인 것 같아 마음속에 저장해 둔다. '세자매'라고 크게 쓰여 있는 제목을 보고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의 이름을 본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간 보도자료를 훑어본다. 완벽한 척하는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 괜찮은 척하는 소심덩어리 첫째 희숙, 안 취한 척하는 골칫덩어리 셋째 미옥이라고 세 자매를 소개하고 오랜만에 맞이한 아빠 생신에 모여, 부모에게 사과받고 싶었던 자매가 폭발한다고 한다. 웬만한 가족 영화는 중간 이상할 테고, 배우 면면도 화려하며, '척하며' 살다가 한데 모여 폭발한다는 시나리오에 흥미가 돋는다. 

 

영화 <세자매>는 사전 정보 하나 없이 포스터와 보도자료 등으로 대략의 느낌만 파악한 후 보게 되었다. '파란만장' '좌충우돌'이라는 단어가 연상되어 봤건만, 정작 영화는 정녕 '고통'스러웠다. 영화의 만듦새나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내내 마음을 너무나도 힘들게 했다. 세 자매의 일상 그리고 삶의 단면만을 보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뭔가 다른 세 자매의 면면

 

첫째 희숙은 작은 꽃집을 운영하며 말할 수 없이 막돼먹은 딸과 함께 살고 있다. 희숙이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들어도 별생각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폐륜아라는 느낌보단, 겉은 자랐지만 속은 아직 유아기에 머무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희숙은 버는 족족, 그리고 빌려서라도 사업을 말아 먹고 별거하는 남편에게 상납하듯 돈을 준다. 그녀는 누가 뭐라 하든 하염없이 웃으며 지나갈 뿐이다. 

 

둘째 미연은 대형 교회 집사이자 성가대 지휘자로 뼛속 깊이 투철한 기독교 신자인데 교수 남편을 둬 잘 살기까지 한다. 가정을 이끄는 데 있어서도 기독교 정신으로 사랑을 실천하려 한다. 그야말로 두루두루 완벽한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바람 핀 흔적과 현장을 목격한 후 꼬여 간다. 그녀의 완벽함 뒤에 가려진 가식의 진짜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셋째 미옥은 극작가로 너무나도 심각한 슬럼프에 빠져 있다. 주위 모든 사람을 힘들게 한다. 어딜 가나 누구한테고 욕을 하는 게 다반사이다. 애 딸리고 돈 많은 야채 유통업 사장님과 결혼했는데, 엄마 노릇을 할 줄도 모르고 하기도 싫은 그녀는 매일같이 막무가내로 난장판을 만들 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말 상대는 둘째 언니 미연뿐,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취해서 전화해 옛날 얘기를 꺼낸다. 

 

가족 영화의 외형, 심리 영화의 내형

 

영화 <세자매>는 완벽한 '가족 영화'의 외형을 띄고 있다. 세 자매를 통해 판이하게 다른 이 시대의 가족상 그리고 인간군상을 보여 주며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뜻밖에도 '심리 영화'였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는 개개인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아픔'이 준 영향 그리고 '아픔'을 견디는 법을 세 자매를 통해 각기 다르게 보여 주고 있다고 보았다. 

 

희숙은 자신감뿐만 아니라 자존감이 아예 없어 보인다. 한없이 속으로만 넣어 두며 절대 밖으로 표출하지 못한다. 그저 실없는 웃음으로 대체할 뿐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고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미연은 모든 희로애락을 투철한 기독교 사상으로 치환한 듯하다. 그 덕분에 그녀는 겨우겨우 버티고 억누르며 살아왔다고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미옥은 반대로 그 무엇도 담아 두려 하지 않고 모든 걸 표출한다. 문제는 부정적이고 과격하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영화의 시작에서, 오밤중에 겉옷을 걸치지 못한 채 두 여자아이가 손을 잡고 급하게 뛰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세자매 중 둘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고 그들이 어째서 그 시간에 그 차림으로 그렇게 뛰어 가야 했을까 생각하니 '가정폭력'밖에 답이 나오지 않는다. 세 자매는, 하나같이 빙퉁그러진 성격이 형성되고 삶의 형상까지 나쁜 영향을 미쳤을 정도의 경험을 했던 걸까. 추측하건데 그랬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추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았다. 

 

너무 힘든 감상이었지만, 잘 만든 영화다

 

'내면아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개인의 정신 속에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재하는 모습의 아이로, 어린 시절의 주관적인 경험이 평생 동안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극중에서 이 모습이 가장 적확하게 나오는 건 첫째 희숙 모녀인데, 희숙은 내면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듯한 모양새다. 그런가 하면, 그녀의 딸은 고어틱하게 치장하고 막막을 서슴지 않는 겉모습과 달리 엄지를 물고 자는 등 역시 내면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듯하다. 내면의 성장이 멈춰 버린 엄마와 역시 내면의 성장이 멈춰 버린 딸.

 

미연과 미옥도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또는 벗어나려 하지만 당하고 봤던 걸 답습하는 모습을 보인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지만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아빠를 쏙 빼닮은 삶을 사는 듯한 미연, 아주 온화한 외면에 온화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내면이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미옥은 아마도 '폭력'이라는 두 글자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녀가 가정폭력을 목격했을 당시 그녀는 아직 제대로 자아를 형성시키기 전이었을 테니 말이다. 희숙은 당했고, 미연은 배웠으며, 미옥은 답습한 게 아닐까.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찢어지고 머리가 웅웅 울리는 영화, 시종일관 힘들었고 아팠다. 그렇지만 이건 '감정'적인 면이고 '이성'적으로 접근해 보자면 매우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건 내 마음이지, 영화가 아니었다. 영화는 아주 단단하고 탄탄했다. 감정이입이 최대치로 되게끔 만든 영화라서 이성적으로 보기 힘든 아이러니가 힘들게 했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다분하다. 

 

어떤 식으로 감상하든 결국엔 '우리' 세 자매를 응원하게 된다. 그들의 일상을 보면 치가 떨리고 답답하고 짜증나지만, 그들의 삶 전체를 들여다보면 그저 불쌍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 전체를 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세 자매를 완벽하게 연기한 세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지만, 각본과 연출을 도맡아 한 이승원 감독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그의 차기작을 꼭 챙겨 볼 것이고, 그의 이전 작품들도 챙겨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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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가족영화, 감정, 고통, 내면아이, 세자매, 심리영화, 이성,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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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인 동작으로 몸과 다시 교감하라! <폴 위의 그녀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1. 2.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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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폴 위의 그녀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폴 위의 그녀들> 포스터. ⓒ넷플릭스

 

'봉춤'이라고 불리는 '폴댄스'라는 이름의 운동은 곡예의 일종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여러 갈래로 갈라졌는데, 그 관능성 짙은 자세와 느낌을 알아 챈 스트립 클럽에서 스트립쇼의 일환으로 폴댄스를 가져왔고, 기계체조의 일환으로 일반인이라면 하기 어려운 동작을 주로 연마했으며, 격조 높은 예술성을 지닌 채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일반인 대상으로 한 피트니스의 한 방면으로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폴댄스를 '야하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폴댄스 아닌 '봉춤=야하다'라는 선입견을 뚫고 다분히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의 의한 피트니스로 폴댄스를 대중에 알리고자 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폴 위의 그녀들>은 할리우드 배우 실라 켈리가 만든 인기 최고의 피트니스 'S 팩터 스튜디오'의 폴댄스 초급반 6개월 과정을 따라간다.

 

여성 몸의 곡선이 S선 같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라는 'S 팩터', 다양한 도시에서 여성들은 그곳에 왜 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실라 켈리는 그들에게 어떤 새로운 삶을 선사해 줄 수 있을까. 과연 폴댄스만 춘다고 몸과 마음과 인생이 송두리째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변호사 직업을 가진 폴댄스 선수 에이미가 5주 뒤에 있을 금문교 봉춤 챔피언십을 준비하는 여정을 따라가는데 그녀의 삶이 참으로 기구하다. 폴댄스로 치유받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몸과 다시 교감하기 위한 폴댄스

 

S 팩터의 6개월 초급자 과정의 처음은 몸과 마음을 열고 터놓는 것이다. '왜'를 먼저 정립한 후 본격적으로 '어떻게'를 시작해야 한다. 우선 실라 켈리가 밝힌 S 팩터의 이유는, 관능적인 동작으로 몸과 다시 교감하는 것이다. 하여 거울도 없고 평가도 없다. 이후 참가자들이 풀어놓는 참여의 이유는 비슷한 듯하면서 다르다. 

 

살쪘다는 수치심으로 언젠가부터 거울을 보지 않게 되었다는 참여자, 평생 자신의 몸을 부정하면서 살아왔다는 참여자, 자신을 사랑하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다는 참여자, 몸이 너무 조숙하게 태어나 놀림받지 않으려 평생 몸을 멀리했던 참여자, 최근 남편을 잃고 자신 그리고 사람들과 다시 친밀해지고 싶다는 참여자, 어린 나이에 지울 수도 잊을 수도 없는 끔찍한 성추행을 당해 몸과 마음으로 '성'을 표출할 수 없게 된 참여자 등 다른 듯하나 비슷한 점이 보인다. 

 

그들은 폴댄스를 통해 몸의 족쇄를 풀고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지 배우고 싶어 한다. 섹시해지자는 게 목적이 아니라, 섹시한 동작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또 자신의 몸을 편하게 느끼고자 하는 것이다. 체력을 기르는 등 역량 강화의 역할도 뒤따른다. 몸과 마음을 두루두루 챙기고자 하는 바람이다. 

 

한편, 대회를 준비하며 남다른 자세로 폴을 대하는 에이미도 S 팩터의 초급자들과 다름 없는 마음가짐이다.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부차적인 것이고, 사실 자신의 몸과의 관계를 재발견하려는 마음에서 시작해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잘 알지 못하는 것, 알면서도 숨겨 왔던 것, 알고 싶은 것들을 관능적인 동작의 폴댄스로 알아가고 또 정립시키려는 것이다. 

 

몸의 변화에서 삶의 변화까지

 

실라 켈리는 말한다, 우린 생명력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이 문화는 여성들의 생명력을 뺏기만 한다고 말이다. 그녀는 폴댄스를 여성들의 생명력을 되찾는 여정의 중심축으로 잡고 몸의 성적 매력을 극대화시키고자 한다. 몸의 변화가 마음의 변화를, 마음의 변화가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여정이 계속될수록 참여자들의 분위기와 표정과 몸짓이 달라지는 게 보인다.

 

S 팩터는 변화하고 치유하고 자신을 되찾아가는 게 진정한 목적이기에 폴댄스 강사뿐만 아니라 심리학자이자 상담사인 버먼 박사를 대동해 얘기를 듣는데, 그녀가 말하길 과정의 목적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참여자들의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으니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많은 참여자들이 그 어디서도 말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풀어놓는데,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 참으로 많았다. 성적인 폭행 말이다. 하여, 여'성(性)'을 멀리하고 억누르고 감추려 했다. 그녀들은 폴 위에서 비로소 여'성(性)'을 가까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폴댄스를 기술적으로 그리고 예술적으로 대하는 이들에게 '제닌 버터플라이'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태양의 서커스단에서 5년 동안 공중 곡예사로 공연했던 그녀는 세계 폴댄스 챔피언이기도 하다. 그녀 또한 폴댄스가 치유이자 해방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다른 일은 전부 잊고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덕분에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제닌 버터플라이가 폴댄스를 공연의 일환으로만 대할 때 실라 켈리는 폴댄스를 교육의 일환으로 확장시킨 것. 그들은 따로 또 같이 폴댄스의 지평을 넓히고 폴댄스만의 깊이를 개척하고 있다. 

 

몸을 돌보듯 마음을 돌보고, 마음을 챙기듯 몸을 챙긴다

 

내 몸 내 뼈를 좋아하고 신뢰하고 자랑하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대다수가 꼴 보기 싫어하고 멀리하며 보여 주기 꺼려 할 것이다. 외형만을 중시하는 시대에 내면을 받아들이고 챙겨야 한다는 생각의 발현이 잘못 받아들여진 게 아닌가 싶다. '몸=외모'인 건 분명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몸만 중시하는 세태를 멀리해야 하는 것이지 겉으로 드러난 '몸'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다큐멘터리가 지향하는 바가 '몸'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몸을 경시해 마음이 다친 이들을 치유하려는 목적이기에, 마음보다 몸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말이다. 또는 몸을 우선 챙겨 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하고 있다. 몸을 챙기듯 마음을 챙기고, 마음을 돌보듯 몸을 돌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몸과 마음, 즉 '심신(心身)'은 따로 아닌 같이 있어야만 한다. 

 

필자 또한 봉춤 또는 폴댄스를 대하거나 생각할 때 부정적인 면모 혹은 일반적이지만은 않은 면모만 떠올랐었다. 몸에 대해 보수적이고 '잘못된' 선입관만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폴 위의 그녀들>로 한순간에 180도 달라지진 못하겠지만 상당 부분 돌려놨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누군가도 그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럴 만한 충분한 힘을 가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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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고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대만 여성의 삶 <고독의 맛>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1. 2. 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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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고독의 맛>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고독의 맛> 포스터. ⓒ넷플릭스

 

대만 타이난,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유명한 음식점의 사장 린쇼잉의 칠순 잔치가 열린다. 남동생 가족과 세 딸, 사위와 손녀가 모인다. 물론 손님들도 많이 찾아 그녀를 축하해 준다. 그런데, 정작 그녀의 남편이 보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그녀의 남편 천보창은 하필 그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것이다. 알고 보니 보창은 불교에 귀의해 차이라는 여인과 타이베이에서 살고 있었다. 남편의 죽음 따위에 자신의 칠순 잔치를 망칠 수 없다고 생각한 쇼잉은 행사를 강행한 후 장례식을 준비한다. 

 

열흘 동안 음식점 문을 닫고 일가족이 모여 천보창의 장례식을 준비하는데, 세 딸과 손녀가 제각기 다른 성격과 인생사를 펼쳐놓는다. 첫째 딸은 아빠와 비슷한 성향을 지녔기로서니 결혼 후에도 계속 밖으로 싸돌아다니다가 유방암에 걸려 큰일을 치렀는데 재발하고 만다. 둘째 딸은 성형외과 의사로 암 전문의 남편과 함께 잘 사는 듯보이지만 딸을 미국으로 보내 의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셋째 딸은 어린 나이에 엄마의 음식점을 물려받고자 하는데 아빠에 대한 좋은 기억만 간직해 엄마와 대립하는 형국이다. 그런가 하면, 둘째 딸의 딸인 손녀야말로 쇼잉을 가장 지근 거리에서 챙기며 그녀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것 같다. 

 

린쇼잉과 가족들에게 천보창의 죽음은, 오랜 세월 함께하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생각도 하기 힘들었던 그의 살아생전보다 더 많고 큰 감정을 전한다. '곁에 있지도 않았던 작자가 애들 아빠이자 남편이랍시고 죽어서 돌아왔네' '그래도 아빠는 아빠고 돌아가셨으니까 챙길 건 챙기고 기릴 건 기려야지' 등. 평생 밖으로만 싸돌았던 남편을 뒤로하고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야 했고 엄마로서 아이들 뒷바라지까지 해야 했던 린쇼잉으로선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특히, 천보창과 진심 어린 사랑을 나눴다는 차이라는 여인의 존재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녀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걸까.

 

2020년 대만 최고 흥행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고독의 맛>은 공학도 출신의 젊은 실력파 감독 조셉 수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2017년 동명의 단편 영화로 선보였다가 2020년 장편 연출 데뷔작으로 다시 선을 보였다. 그녀가 손녀로 할머니의 이야기를 가져온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2020년 대만에선 넷플릭스 아닌 극장에서 개봉했다가 2021년 넷플릭스로 전 세계에 소개되었다. 

 

대만 현지 영화계에선 <고독의 맛>이 몇몇 이슈를 뿌렸다. 제57회 금마장 영화제에서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여우주연상 1개 부문밖에 수상하지 못했는데, 린쇼잉 역을 맡은 천수팡(1935년생)으로 수십 년 역사를 자랑하는 금마장 영화제 최고령 여우주연상 수상자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2020년 대만에서 1억 대만 달러를 돌파한 영화가 단 두 편인데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과 <고독의 맛>이다. 그중에서도 <고독의 맛>은 2020년 대만의 최고 흥행작으로 이름을 남겼다. 

 

넷플릭스가 소개하는 대만 영화의 퀄리티가 나날이 상향되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 그 척도가 금마장 영화제로 대표되는 비평 면이고 대만 현지 수익으로 대표되는 흥행 면인 듯하다. 어느 한 면에서도 어중간하지 않은 확실한 영화들만 소개하는 것 같아, 보는 사람도 믿음직하고 대만 영화계 자체도 날개를 펼치는 것 같다. 대만이야말로 중국과 한국과 일본의 문화와 느낌을 고루고루 받아서 고유하게 승화시킨 동북아의 진정한 대표적 나라가 아닌가 싶다. 

 

누가 칠순 린쇼잉을 위로해 주나

 

영화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다양한 감정선에 따라 다르게 감상할 수 있다. 물론, 린쇼잉이 중심이 되겠지만 말이다. 린쇼잉의 삶은 우리네 한국의 여느 동년배 여성의 삶과 매우 흡사한 것이, 평생을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만 하다가 어느덧 삶의 끝자락에 이르게 되는 모양새가 그렇다. 그럼에도 그들은 누구한테도 동정이나 응원이나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아이들한테도 말이다. 

 

영화 속 세 딸도 똑같다. 평생 옆에서 힘들게 노역하며 버젓이 키워냈 엄마의 칠순 잔치이건만, 평생 밖에서 싸돌아다니면서 돈과 마음만 축냈던 아빠가 죽어서 돌아오자 그에게 일방적인 동정표를 날리는 게 아닌가.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는 말의 의미일까, 엄마와는 오만가지 것들을 함께하며 좋은 감정이 쌓일 수도 있겠지만 나쁜 감정이 쌓일 수도 있는 반면 종종 보는 아빠와는 좋은 시간만 보내며 좋은 감정만 쌓았으니 좋은 기억밖에 남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제목 '고독의 맛'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도움을 주진 못했을 망정 피해만 끼친 남편을 원망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을 긍정받기는커녕 부정을 당하니 진정 고독하기 짝이 없다. 마음 챙길 겨를이 없고 마음 둘 곳이 없으며 아려 오는 마음을 어찌 할 수 없어 아프기만 하다. 누가 린쇼잉의 마음을 알아 주고 챙겨 주고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자신밖에 없는 것 같다. 

 

정리와 선택의 순간, 포기하고 내려놓기

 

인생은 매순간 정리과 선택이 뒤따른다. 린쇼잉은 지나온 세월을 뒤로 하고 오래 남지 않은 시간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정리하고 선택해야 했다. 남편이 죽을 때까지 이혼해 주지 않고 붙들고 있었던 그 감정, 그를 진정으로 사랑한 것인지 그에게 집착한 것인지 자신의 지난 세월이 불쌍해 쥐고 있던 것인지. 그가 죽을 때 곁에서 끝까지 있었던 차이라는 여인을 보곤, 그녀의 진심 어린 사랑 나아가 그들의 진심 어린 사랑을 느꼈다. 더욱더 고독해진 린쇼잉, 감정을 정리하고 '내려놓기'를 선택한다. 

 

그녀는 사면초가의 고독에서 오랫동안 붙들고 있던 감정을 '포기'하고 남편을 보내줬을까, 남편과 차이의 사랑과 세 딸 제각각의 인생에서 파생된 어쩔 수 없는 마음가짐이 주는 고독의 맛을 음미하며 남편을 진정으로 '용서'했을까. 남편을 용서했을 거라고 보지만, 그렇다면 그녀의 인생이 너무 슬프다. 그렇다고 감정을 포기하고 남편을 보내줬다고 하기엔, 그 또한 그녀의 인생이 너무 안쓰럽다. 하여, 영화는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지만 찝찝한 뒷맛 또한 남긴다. 우리네와 비슷한 구석이 많아 더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겠다. 

 

어떤 식으로든 '내려놓기'를 선택한 린쇼잉, 종국에 그녀는 '나 혼자만 희생하면 만사가 좋아' '나 혼자만 입을 다물고 귀를 닫고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모든 이가 행복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동양적인, 대만적인, 여성으로서, 그 나이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방식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메시지를 던질 만한 이야기로 충분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쉬움 아닌 안타까움이 드는 건 사실이다. 안타까움이 아쉬움으로 번지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지 못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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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맛, 금마장, 내려놓기, 돌봄, 마음, 장례식, 천수팡, 칠순 잔치, 포기,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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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작가가 훑어내린 내 몸 구석구석 이야기 <내 몸 내 뼈>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21. 2. 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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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 베스트셀러 의사가 쓴 몸 에세이 <내 몸 내 뼈>

 

에세이 <내 몸 내 뼈> 표지. ⓒ유노북스

 

잘 만들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나름 에세이 팀을 맡고 있으니 에세이 베스트셀러를 자주 훑어 봅니다. 최신작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점령하는 속도가 '경제경영'보단 못하지만, '인문' '역사'보단 빠르며, '자기계발'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독자들한테 사랑받는 분야로 중간은 간다고 판단할 지표라고 볼 수 있겠지요. 

 

에세이라는 분야가 품을 수 있는 한도가 워낙 넓어, 종종 타 분야를 넘나드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엔 자기계발 분야와 발을 걸치고 있는 책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인문, 가정살림, 건강 분야까지 넘나드는 책도 나오곤 합니다. 출판사에선 당연히 한 가지 분야를 상정하고 책을 만들었겠지만, 서점에서 자의적으로 추가 분야를 상정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에 만들어 낸 에세이 <내 몸 내 뼈>(유노북스)도 '하이브리드'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제목만 봐도 연상되는 '건강' 분야 그리고 저자와 편집자와 출판사에서 상정한 '에세이' 분야가 걸쳐져 있는 것이죠. 내용도 그러합니다. 대만 문학상을 휩쓴 작가이자 의사가 쓴 몸 구석구석의 이야기들이니까요. 신체 부위 이야기도 하고, 임상 이야기도 하고, 일상생활 이야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몸'을 매개체로 온갖 것과 온갖 데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것이죠. 

 

이 책 정말 재밌네요!

 

원고를 제대로 접하기 전에 샘플로 검토했을 때 느낌이 왔습니다, 재밌다고요. 읽을 맛이 나겠다고요. 이 책이 대만 현지에서 처음 출간된 건 2013년이고 2020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 저자가 1982년생이라니 갓 서른이 넘었던 때 지은 것이죠. 그래서인지 책 곳곳에 이른바 젊은 감각이 넘쳐 흐릅니다. 저자가 부끄러움을 많이 탈 것 같은 성격임에도 말이죠. 

 

사람은 유머러스해도 글로 뿜어져 나오는 형태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표현력이 약하면 전혀 다른 느낌이 표출되곤 하죠. 이 저자는 언행문일치를 선보입니다. 글을 잘 써서인 것 같아요. 현 가정의학과 의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음에도 유수의 대만 문학상을 석권하고 문학교과서에도 글이 실릴 정도의 빼어난 글짓기 실력을 자랑하죠. 물론 번역하면 그 맛을 100% 살리기 힘들지만, 번역가의 실력도 상당해서 저자의 읽을 맛 나는 글솜씨를 상당 부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간 계약 전 마케팅팀에게서 "이 책 정말 재밌네요, 잘 팔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예요. 그런 말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죠. 문제는, 그 말을 한 당사자는 정작 이 책을 담당하지 못하게 되었죠. 이 책의 담당 마케터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그때 그 확신에 찬 말을 듣는 건 힘들겠죠. 그래도, 좋은 책이 많은 분께 읽히길 바람입니다. 이 책은 재밌고 좋습니다.

 

의사 출신 작가의 에세이

 

우리나라에도 작가이자 의사인 분들이 계십니다. 여기서 말하는 작가는, 자기계발서나 인문서나 건강서를 낸 의사가 아닌 최소한 '에세이'를 포함한 범문학에 발을 걸친 이들을 지칭합니다. 바로 떠오르는 이는 남궁인 의사와 이국종 의사,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들이기에 기억에 남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김강 의사는 등단 후 장편소설까지 냈고 이낙준 의사는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하는 네이버 웹소설의 지은이이며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의사 곽경훈은 에세이를 내며 어느 정도의 꿈을 이뤘죠. 

 

한편 대만에는 소설가, 시인과 함께 문단에서 활동하는 의사 출신 문학가들이 다수 있다고 합니다. <내 몸 내 뼈>의 저자 황신언도 그중 한 명으로, 의사로서의 이성과 작가로서의 감성을 두루두루 갖춰 서로 도움을 준다고 하죠. 이를테면, 의사 일을 할 때 작가적 감성에서 도움을 받고 작가 일을 할 때 의사적 이성에서 도움을 받는 식입니다. 그래서 이 책이 여타 일반적인 에세이들보다 더 풍부하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의학과 문학이 따로 또 같이 혼합하여 빛을 발하는 장면이 몇몇 있습니다. '귀'에 관한 이야기에서 저자와 할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잘 들리지 않아 답답한 저자가 아니라 할머니의 입장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할머니는 전화를 받을 때 수화기 저편의 멀고 낯선 세상과 마주하는 일이 얼마나 두렵고 불안하셨을까, 그런가 하면 세상의 모든 논쟁과 시비에서 벗어나 고요함에 몸을 맡기게 된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합니다. 상당한 통찰력이죠. 

 

'폐'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폐를 얘기하자면 담배가 빠질 수 없을 텐데요. 저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깁니다. 세상 모든 구석에 정체되어 있는 공기를 휘저어 서로의 호흡 기관으로 들어가 소통하려는 것만 같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각자의 이야기를 깊숙이 품은 채 바깥세상이나 타인과 인생을 나눌 수 있는 신체 기관은 폐뿐이라고 말합니다. 머리로 이해하게 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만들고 싶었던 책

 

이 책은 4부로 구성해 신체 기관 32가지 부분을 들여다봅니다. 크게 머리와 목, 가슴과 배, 몸통과 사지, 골반과 회음으로 나눠 머리카락, 얼굴, 어깨, 허리, 엉덩이, 발가락, 배꼽, 자궁, 포피 등을 다루죠. 몸을 조각내듯 나눠 다루니, 이 책은 '몸' 에세이일까요? 위에서 나열한 의사 작가들의 에세이들처럼 다분히 의사의 일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루는 '의학' 에세이일까요? 둘다 맞지만 또 둘다 아니기도 합니다. 이 책의 실체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평범한 에세이입니다. 

 

에세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쓸 수 있는지라, 수많은 사람의 수많은 에세이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내 몸 내 뼈>는 작가가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뿐입니다. 하여, 저자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함에 있어 몸 자체에 대한 해부학적 이야기를 다루고 의사로서 환자와 대면한 이야기를 다루며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자연스레 떠오르는 다분히 의학적으로 치우친 생각들을 다룹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되, 생각지도 못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지혜까지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에세이를 계속 만들게 될 텐데, 이 책처럼 소구점이 있어 호기심을 끄는 저자와 이야기와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을 만나고 싶습니다. 저도 독자이지만, 독자들은 어떤 책을 좋아하고 또 즐길지 알기가 힘듭니다. 그래서일까요, 출판계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네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어라"라고 말이죠. 내가 좋아하지 않는 책을, 읽고 싶지 않은 책을 남들이 좋아하길 바랄 순 없겠죠. 남들이 읽게끔 만들 자신도 없을 테고요. <내 몸 내 뼈>는 제가 만들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내 몸 내 뼈 - 10점
황신언 지음, 진실희 옮김/유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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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과 미국은 어떻게 가난한 흑인 사회를 파괴시켰나 <크랙의 시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1. 2. 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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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크랙의 시대: 코카인에 물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크랙의 시대> 포스터. ⓒ넷플릭스

 

1981년, 로널드 레이건은 모두에게 부와 삶의 개선을 약속하는 캠페인을 벌이며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성공한다. 주 대상은 정치에 관심 없는 백인층이었다. 레이건은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가난에서 구제한다며 자유 시장을 부추긴다.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한다. 돈의 흐름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탐욕'은 '좋은 것'이 되는 것이다.

 

도시는 활기를 되찾고 낙관주의가 팽배하고 사람들은 클럽을 찾는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미국을 위한 축하의 방식으로 말이다. 코카인은 그 일부였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영화 <스카페이스>가 유행시켰는데, 주류 백인층이 하는 일탈의 방식이자 상징이 되었다. 물론, 너무나도 비싸서 도시빈민가 유색인은 즐길 수 없었다.

 

한편, 빈민층을 향한 레이건 정부의 방침은 방임이었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부추기는 와중에 가난한 이를 챙기지 않았다. 급기야 1982년 실직자가 850만 명에 이르렀고 미국 역사상 손꼽히는 실업률을 기록한다. 사람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빈민층 유색인들은 '생존'하기 위해 위험하고 나쁜 짓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미국에 사상 최고 물량의 코카인이 유입되기 시작한다. 정부도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의 무차별 유입,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꿍꿍이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여하튼, 코카인 값은 하락했고 부유한 백인층 말고도 코카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런 와중에, 가루 코카인의 베이스만 추출해선 저렴하고 휴대하기 쉽지만 효과는 강력한 '크랙'을 만들어 낸다. 이제 가난한 사람도 코카인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크랙과 미국은 어떻게 흑인 사회를 파괴시켰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크랙의 시대: 코카인에 물들다>는 빈부격차가 사상 최악으로 치달은 1980년대 미국 전역에 값싸고 강력하기까지 한 크랙(코카인)이 퍼지며 일어난 변화의 과정과 그 끝에 있는 진실을 파헤친다. 미국 정부와 긴밀하게 얽혀 있고, 크랙으로 큰 변화가 일게 된 가난한 흑인 사회가 주 타깃이다. 크랙 그리고 미국 정부는 어떻게 가난한 흑인 사회를 파괴시켰을까.

 

지금은 각계각층에 있는 수많은 '한때 중독자'들이 대거 출현해 크랙에 처음 발을 들이고 난 후 돌이킬 수 없을 중독으로 빠지게 된 때를 회고한다. '하늘을 나는 기분' '오르가즘' '주변 모은 게 빙!' 같은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었다고 한다. 일단 수요는 어마어마하니 공급만 하면 되었다. 저렴하고 간편했으니, 생존을 위해 뭐든 해야 했던 가난한 흑인들이 뛰어들었다.

 

한때 중독자들이 대거 출현한 것처럼, 한때 마약 중개상들이 대거 출현해 당대를 회고한다. 그들은 가난한 흑인 사회에서도 특출나게 가난하고 힘든 경우가 많았는데, 생존을 위해 마약을 팔기 시작해 돈을 긁어 모았고 막대한 부를 쌓아 거부가 되기도 했다. 마약이라는 게 마피아라는 거대 조직에 어떤 식으로든 연류되어 있던 것과는 다르게, 크랙은 어떤 조직과도 연류되어 있지 않았고 중간에 누가 껴들지도 않았다. 요령만 있으면 누구나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마약상은 LA 최연소 갑부였다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크랙은 어디서, 왜 온 걸까?

 

큰 명엔 큰 암이 뒤따르는 법. 단숨에 큰 돈을 만졌지만, 돈을 지키기 위해 무장을 해야 했다. 즉, 그들 스스로가 조직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조직들이 생겨나 대치하며 폭력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서로를 헤쳤다. 가난한 흑인 사회는 더 이상 예전만큼 가난하진 않았지만, 대신 도처에 죽음이 넘쳐 났다. 매일 같이 시체가 거리 곳곳을 피로 장식했던 것이다.

 

마약으로 생겨난 너무 많은 돈이 거리에 넘쳐나 동네 전체와 모든 사람들을 타락시켰다. 심지어 경찰의 고위 간부까지 마약 비리에 연류되기도 했다. 흑인 사회의 마약상과 중독자들을 돌보고 '치료'할 주체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마약 자체에 있었다. 마약 중독자들은 모든 걸 잃었다. 돈을 벌고자 범죄를 저질렀고, 주위 사람들을 잃었으며, 본인의 건강은 물론 목숨까지 잃는 게 허다했다.

 

한때 중독자의 한마디가 귀에 꽂혀 남아 있다. "이건 흑인 사회를 상대로 벌인 화학전이나 다름없었어요. 크랙은 어디서 온 걸까요? 무엇보다도 이유가 뭘까요?" 1986년 영부인 낸시 레이건은 미국 역사상 최대의 마약 퇴치 운동인 '크랙 퇴치 운동'을 시작한다. '마약을 거부하세요'라는 위선적이고 효용성이 없을 슬로건은 마약을 거부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는 흑인이 대다수인 도심 빈민가를 돕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도 그 시기는 미 정부가 코카인 밀반입을 눈감아줬을 시기였다. 전말은 이렇다. 당시 중앙아메리카에선 내전이 한창이었는데, 미 정부는 쿠바-소비에트 연합의 지원을 받는 좌파와 마르크스주의자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정부에 반대하는 콘트라 반군을 물심양면 지원한다. 하지만 의회가 반대하고 정부는 이란에 무기를 불법적으로 팔아 생긴 수익을 불법적인 콘트라 반군 전쟁 자금으로 돌렸다. 그 대신 역시 불법적인 니카라과 코카인 미국 밀반입을 눈감아줬다. 당시 미국의 지상 최대 목표는 공산주의 박멸이었고, 니카라과에서 산디니스타 정부를 몰아 내는 대신 코카인이 밀반입되어 미국 젊은이들이 중독되고 또 피해를 본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약에 관한 사회병리학적·사회정치학적 접근

 

와중에 미국 전역을 강타할 큰 일이 발생한다. NBA 굴지의 팀 보스턴 셀틱스가 왕년의 명성을 되찾고자 드래프트 최대어 렌 바이어스를 전체 1순위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 찰나, 불과 다음 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원인으로 '크랙'이 지목되었다. 이후 언론지상은 크랙으로 도배가 되었다. 문제는, 서사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갔다. '유행병'과 '전염병'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크랙 위기를 강조하며 사람들을 겁 줬다. 그리고 자연스레 '흑인'이 대두되었다. 크랙이 야기하는 문제가 바로 여기, 흑인에 있다고 말이다. 흑인이 곧 유행병이자 전염병이 되었다.

 

1980년대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유색인종의 빈민층을 중심에 둔 빈부격차 정책을 내세우고, 마약 밀반입을 묵인해 그들로 하여금 마약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해 놓곤, 대대적인 마약 퇴치 운동으로 마약을 몰아 내게 했다. 그 결과, 마약과 동일시되던 흑인 빈민층은 가난해졌을 뿐만 아니라 삶의 방향성을 잃고 건강과 목숨까지 잃게 되어 완전히 수렁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크랙의 시대, 미국의 1980년대가 남긴 지독한 자화상이다. <크랙의 시대>는 사회병리학적이고 사회정치학적인 맥락에서 마약에 관한 꽤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풀어 내 보여 줬다.

 

일련의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풍부한대 짧은 시간 내에 핵심만 간추려 설명하려니 더욱더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졌다. 시간을 2~3배로 늘려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구성해, 보다 자세하게 관련된 거의 모든 걸 설명하며 천천히 맥락을 짚어갔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내용과 메시지가 워낙 탄탄하고 확고해 잊히지 않을 인사이트가 확 와 닿았다. 미국이라는 나라, 미국을 이끌었던 정부, 세계 어느 곳보다 풍성한 다양성을 품고 있지만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대책 없이 보수적인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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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위대한 발견을 그리는 법 <더 디그>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1. 2. 1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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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더 디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디그> 포스터. ⓒ넷플릭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의 서퍽 주 입스위치, 젊은 미망인 이디스 프리티는 어린 아들 로버트와 함께 대저택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사유지에 있는 둔덕 아래에 뭔가 있을 거란 확실한 느낌을 갖고, 고고학자이지만 스스로를 발굴가라고 소개하는 배질 브라운을 고용한다. 그는 비록 정식교육을 받진 못했지만 선대부터 살아온 서퍽을 꿰고 있으며 독학으로 지독하게 쌓아올린 지식과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현장에서 쌓아올린 경험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전쟁 준비로 모조리 불려가는 와중에, 적은 인력과 비용과 시간 속에서 작업에 뛰어든 배질은 머지않아 큰 발견이 될 전초를 발굴한다. 다름 아닌 배를 발굴해 낸 것, 곧 입스위치 박물관과 대영 박물관에서 달라 붙는다. 박물관 측에서 몇 명이 와서 작업에 참여하고, 이디스는 사촌 로리를 불러 작업에 합세하게 한다. 아무리 사유지라고 해도 국가적 유물인 만큼 주인 이디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최초 발굴자 배질에게 크나큰 공을 돌리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디스는 심장에 돌이킬 수 없는 질환이 생기고, 배질은 자부심과 돈과 열정의 경계에서 흔들리며, 로버트는 아픈 이디스에 슬퍼하며 배질을 따른다. 그런가 하면, 로리와 박물관 측에서 참여한 작업자 중 유일한 여자 페기는 알 수 없는 로맨스 관계에 빠지는 듯하다. 과연, 이들은 안팎의 난관을 넘어 영국 역사상 최대의 발견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발견을 이룩해 낼 수 있을까?

 

지금, 이 영화가 울림을 주는 이유

 

영화 <더 디그>는 앵글로 색슨 유물 발굴의 실화를 다룬 존 프레스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스위스 출신으로 호주에서 배우와 감독을 역임하는 젊은 감독 사이몬 스톤이 연출했다. 주연으로는, <쉰들러 리스트> <잉글리시 페이션트> 그리고 <해리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 등으로 잘 알려진 랄프 파인즈와 <드라이브> <위대한 개츠비> 등으로 잘 알려진 캐리 멀리건이 열연했다. 

 

탄탄한 원작, 역시 탄탄한 캐스팅으로 괜찮은 외형을 꾸린 영화는 사실 그보다 더 빛나는 걸 우리에게 선사한다. 한 컷 한 컷이 작품과 다를 바 없을 정도의 카메라 워킹, 영화의 상당 부분이 내부 아닌 외부의 뻥 뚫리고 광활한 대지임에도 어색하지 않은 조명, 그리고 전쟁 직전의 암울한 상황에서도 인류 역사의 숭고함을 위해 꿋꿋하게 나아가는 분위기를 한껏 살리는 음악까지 손색이 없다. 

 

은은하고 잔잔하게 시대와 조우하고 개인끼리 연대하며 시공간을 한순간에 뛰어넘어 지금 여기 우리 앞에 나타난 1500년 전 유물의 존재가 전쟁 직전의 암울함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21세기도 한참 지나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지 100년 되는 해를 향해 가는 지금에 이 영화가 울림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화려하고 웅장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위대한 발견의 막전막후

 

영화에서 발견하게 되는 앵글로 색슨 유물의 존재는 '암흑시대'라고 일컬는 시대와 맞닿는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476년 이후 시작되어 십자군이 득세할 때까지 500여 년간 계속된 '중세 초기'를 가리키는데, 그때의 기록이나 유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문화와 예술은 물론 주화도 없었을 거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영화에서처럼 1939년 영국에서 6세기 것으로 보이는 유물이 발견된 것이다. 가히 역사적 가치가 드높은 전무후무하고 위대한 발견이라고 한다. 

 

그런데 영화는 '역사적 가치가 드높은 전무후무하고 위대한 발견'의 과정과 결과를 메인에 두지 않는다. 위대한 발견의 막전막후를 두고 관계자들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충분히 스펙터클하고 긴장감 있고 흥미진진하게 꾸며 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또한 위대한 발견의 과정과 결과 그 자체에 천착해 '이 유물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 유물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에 자세하게 풀어 내어 지식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방향을 가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더 디그>가 지향한 건 유물이 아닌 '사람'이다, 사람들 간의 관계가 아닌 '연대'이다. 입스위치 박물관과 대영 박물관의 압박에도 직접 택했던 배질을 끝까지 믿어 주는 이디스, 위대한 발견의 소명도 있지만 이디스의 믿음에 흔들리는 열정을 다잡는 배질, 금지된 사랑의 영역에 들어섰지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 하나로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로리와 페기, 그리고 하늘과 우주를 동경하며 엄마 이디스를 지켜 주고 싶은 마음과 고고학자 배질을 존경하는 마음이 가닿으며 이어지길 바라는 로버트까지 캐릭터들이 혼자 튀거나 나대지 않고 유기적으로 서로 잔잔하고 은은하게 이어지는 면면이 크게 와닿는다. 

 

호기심, 감성, 응어리

 

제목 속 'dig'는 '땅을 파내다' 또는 '발굴' 등의 뜻을 지닌다. 예견된 전쟁이 터지기 직전의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고대의 유물을 반드시 발굴해야 하는 이유가, 함축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다가왔기 때문에 오히려 옛것의 의미가 부각된다. 지금 이 땅의 모든 인간이 사라질 먼 미래에도 여전히 존재해 과거와 현재를 전해 줄 유물을 있는 그대로 발굴해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 모든 걸 앗아갈 수 있는 전쟁에 대항하는 유일무이할 방법이 아닌가. 

 

영화 속 실존 인물의 캐릭터들이 전하는 메시지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일맥상통한다. 장면 하나하나를 허투루하지 않는 장인정신의 카메라 워킹이 인상적인데, 특히 광활한 대지의 순간순간을 카메라로 모두 잡고 싶은 열정이 보이는 듯하다. 그 열정을 뒷받침하고자 자연광이 철저하게 투영된 장면만을 보여 주려는 듯했고, 완벽에 가까운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 줄 때 감동을 극대화시키고자 그에 걸맞는 음악을 입혔다. 때론 호기심을 자극하고, 때론 감성을 자극하고, 때론 저 밑바닥의 응어리를 자극한다. 

 

위대한 발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제외하곤 특별한 이야기나 특출 난 인물이나 특수한 상황이 드러나지 않는다. 위대한 발견조차도 영화의 메인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더더욱 특별한 걸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의 여운이 오래 지속되는 건 특별한 걸 특별하다고 강조하거나 떠벌리지 않는 용기 덕분일 테다. 특별하고 위대한 건 그 자체로 빛나며 알아봐 주지 않겠는가. 이 특별한 영화가 그럴 테고, 이 영화가 전하는 위대한 발견이 그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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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더 디그, 발견, 사람, 실화, 암흑시대, 앵글로 색슨 유물, 연대, 제2차 세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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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시한부의 할머니를 위한 하얀 거짓말? <페어웰>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1. 2.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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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페어웰>

 

신작 영화 <페어웰> 포스터. ⓒ오드(AUD)

 

여기 독특한 삶의 이력을 가진 영화배우가 있다. '노라 럼'이라는 본명을 가진 아콰피나가 그녀이다.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에 거주하고 있지만, 서양 아닌 동양의 피가 흐른다. 중국계 미국인 아빠와 한국 사람 엄마를 뒀는데, 4살 때 엄마를 여의고 바쁜 아빠를 대신해 할머니 손에서 키워졌다. 그녀의 혈통은 엄연히 중국과 한국에 걸쳐져 있지만, 할머니와 아빠의 절대적 영향으로 중국계 미국인 문화 속에서 자랐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 비로소 한국에의 정체성도 찾아갈 수 있었다. 

 

10대 초때부터 랩을 시작했고 '아콰피나'라는 예명도 10대 중반에 만들었다. 실제하는 생수 브랜드 이름에 '거북하다, 서툴다'의 뜻을 가진 영단어를 결합·변형시킨 말장난으로, 그녀의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시니컬하고 예민하기도 한 복잡다단의 정체성을 드러낸 예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2년 여성의 성기를 소재로 한 자작 랩이 유튜브에서 크게 히트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이후 꾸준히 곡을 내고 TV와 영화에 출현하다가 2018년 <오션스 8> 주연으로 발탁되어 또 한 번 크게 이름을 알렸다. 

 

2018년 이후 아콰피나의 필모는 그야말로 쾌속질주, 특히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페어웰> <앵그리버드 더 무비 2> <쥬만지: 넥스트 레벨> 등에서 활약했고, 앞으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상치 앤 레전드 오브 텐 링즈> <인어공주> 등의 메이저 영화 등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2020년에는 <페어웰>을 통해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했던 아시안 최초의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21세기 할리우드 최고의 아시안 스타로 우뚝섰다. <페어웰>이 어떤 영화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할머니를 위한 하얀 거짓말

 

빌리는 뉴욕에서 중국계 미국인 이민자 가족의 딸로 살아간다. 중국에 사는 할머니와 자주 통화를 하는 걸로 봐선 미국으로 이민 오기 전까지 할머니 손에 키워진 게 아닌가 싶다. 그런 그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할머니의 여동생, 즉 빌리의 이모 할머니한테서 소식이 전해진 듯한데 할머니가 폐암 4기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드리고 바로 할머니를 뵈러 가야 한다는 빌리를 만류하는 부모님, '사람을 죽이는 건 암이 아니라 공포'라는 이유였다. 그리고 표정 관리가 안 될 빌리는 가지 말고 부모님만 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할머니의 큰아들의 아들이 결혼한다는 걸 핑계 삼아 가족들이 모여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뵙기로 했다. 결혼한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그래서 가족들만 모여 조촐하게 보여주기 식으로 치르려고 했지만, 할머니는 가족들이 모이기 전에 이미 다 예약해 놓고는 성대하게 치르기로 결정했다. 

 

할머니와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보내고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보고자 모인 가족들은 난감하고 민망하기 짝이 없게 되었지만, 할머니의 뜻을 거스를 순 없었다. 호기로운 할머니의 성격도 한몫했지만, 티를 내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주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25년 이상 산 빌리는 이 상황이 점점 불편하게 느껴지고 가족들과 소소하게 부딪힌다. 할머니가 본인의 몸 상태를 알게 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겪기도 한다. 그들은 무사히 가짜 결혼식을 치르고 거짓말을 끝까지 지켜 낼 수 있을까?

 

경계에서 난감한 고민을 이어가다

 

영화 <페어웰>은 중국계 미국인 룰루 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는데, 영화 속 빌리가 그 자신이 아닐까 싶다. 그런가 하면, 빌리 역을 맡은 아콰피나의 실제 삶과도 이어지니 좋은 각본과 좋은 연기가 당연한 게 아닌가 싶다. 그걸 반영한 듯 영화는, 전 세계 영화제에서 자그마치 157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33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영화 <미나리> 논란과 같은 맥락으로 <페어웰>도 미국 영화로 인정받지 못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뜨는 어리둥절한 메시지, '실제 거짓말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가 재밌고 신선하게 다가왔다가 영화가 끝나면서 되새겨 보면 슬프게 다가오는데 이쯤 되면 고민의 영역으로 확장될 터다. 부정의 기운이 다분한 '거짓말'이지만 할머니를 위한다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입장과 선의의 거짓말도 결국 거짓말이라는 입장이 대립하고,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양과 중국·일본(할머니의 큰아들은 일본으로 이민)으로 대표되는 동양의 의견이 충돌하며, 무엇이 진정 할머니를 위한 길인가를 고민한다. 

 

제목 'farewell'은 '작별(인사)'의 의미를 가지지만 'fare well'은 '잘 해나간다'라는 의미를 가지는데, 가족 입장에서는 할머니께 작별 인사를 건네지만 할머니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평소와 다름 없이 잘 해나가고자 할 뿐이다. 할머니도 가족들에게 그리고 자신의 삶과 작별 인사를 하고 싶지 않을까? 그렇게 하는 게 법적으로든 도의적으로든 맞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몸은 미국에 속해 있지만 마음만은 중국으로 향하는 빌리로선 경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난감한 고민을 이어가는 게 역력하다. 

 

존중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영화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소소하게 대립하고 충돌하는 의견과 사상과 문화들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거나 치우쳐 옹호하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합당하고 확고한 이유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에 충분하게 마련되어 있다. 하여, 둘다 이해하지만 또 둘다 이해하지 못하는 빌리의 고뇌가 일리 있게 다가오며 공감을 얻는다. 

 

'글로벌' '지구촌'이라는 단어를 내세우기에도 엄할 정도로 모든 방면에서 매우 밀접해진 지구이지만, 나름의 역사와 언어와 문화가 존재하는 나라와 지역권이 존재하기에 파생되는 고민들이 있다. 과연, 완전히 정반대의 이해 관계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가치가 대립하고 충돌했을 때 서로를 존중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게 다름 아닌 '가족' 내에서였을 땐 더욱 어려울 테다.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묻어 버리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여, <페어웰>은 '알콩달콩' 또는 '티격태격' 정도의 외형을 가진 가족 이야기로 비춰지지만 그 이면엔 참으로 풀기 힘든 거대한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 매우 유머러스한 이야기로 재밌게 즐길 수 있지만, 매우 어려운 이야기로 심각하게 고민할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추구하고 또 던지는 질문의 형태와 똑 닮아 있다. 규정하지 않고 제단하지 않으며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은 채,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제각기 다른 나름의 답을 고민해 보게끔 하는 것. 정답 없는 질문에 당신은 어떤 해답을 추려 볼 것인지? 감독은 답을 내리기 힘들다던가 답을 내릴 수 없다는 답 또한 상정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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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경계, 고민, 공감, 아콰피나, 존중, 중국계 미국인, 페어웰,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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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뒤로한, 한국 우주 SF의 신기원 <승리호>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1. 2. 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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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승리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승리호> 포스터. ⓒ넷플릭스

 

코로나 19 판데믹이 시작된 지도 1년이 훌쩍 지나 2021년도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 2020년 영화계를 돌이켜 보면, '황폐'라는 한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거의 매년 1000만 영화들을 양산하며 역대 최고의 관객몰이를 경신시키더니, 한순간에 역대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게 된 것이다. 단적으로, 2020년 한국영화 최대 흥행작이 <남산의 부장들>로 채 500만 명도 동원하지 못했다.

 

2020년을 건너 뛰어 거슬러 올라간 2019년, 2020년에 우리를 찾아와 영화를 보고 즐기는 행복을 한껏 선사할 거라고 예상해 마지 않았던 기대작들 태반이 지금까지 개봉을 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언제 개봉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그중 <승리호>는 자타공인 최대 기대작이었는데, 2020년 여름에 1000만 관객 동원은 따놓은 당상의 텐트풀 영화로 예정했다가 추석 시즌으로 미뤄졌었고 다시 무기한 연기되었다가 결국 넷플릭스와 손잡고 해를 넘겨 설날 시즌에 맞춰 공개되었다. 

 

'한국 최초의 우주 SF'라는 타이틀과 함께, 감독과 주연이 큰 수혜를 봤던 영화 <늑대소년> 이후 실로 오랜만에 함께하게 된 조성희 감독과 송중기 배우, 그리고 김태리, 유해진, 진선규, 리처드 아미티지 등이 합세한 궁극의 캐스팅까지 당최 기대를 하지 않을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문제는, 다분히 극장 스크린에 안성맞춤으로 기획되고 만들어졌을 영화라는 점. 과연, 안방극장에서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 줄 것인지? 과연 할리우드 역사를 함께 했던 수많은 우주 SF 영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

 

2092년 병들고 황폐해진 지구엔 모든 생물이 사라지고 사람들만이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갈 뿐이다. 우주 개발 기업 'UTS'는 지구를 피해 우주의 위성 궤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세워 지구의 인류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선택된 5%의 시민들만이 살 수 있었고 나머지 95%의 비시민들은 지구에 남아 힘겹게 살아가거나 우주에서 역시 힘겹게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우주쓰레기를 청소하는 이들이 대표적인 우주 노동자인데, 한국의 '승리호'가 타국 청소선들을 제치고 월등한 실력을 자랑한다. 

 

승리호엔 전 UTS 소속의 천재적인 실력의 소유자들인 선장 장현숙(장선장), 조종사 김태호가 타고 있고 몇 년 전까지 지구에서 마약 밀매조직 수괴이자 갱단 두목이었던 기관사 박경수(타이거 박)와 군사용 로봇으로 설계되었다가 장선장과의 인연으로 탑승하게 된 작살잡이(?) 업동이도 타고 있다. 이중 특히 김태호에겐 사연이 있는데, UTS 기동대장으로 있던 당시 뜻밖의 정으로 데려다 키우게 된 '딸' 순이를 순간의 실수로 영영 잃어버리게 되었다. 태호는 순이의 시신이라도 회수하고자 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빚만 늘어나던 그들 앞에 어느 날 강꽃님이라는 어린 여자아이가 나타나는데, 언론지상에서 외형만 인간이지 고성능 수소폭탄이니 조심하라고 떠드는 도로시였다. 처음엔 도망다니며 난리를 치더니 문득 깨닫고는 큰돈을 만질 절호의 기회임을 간파한다. 결국 도로시를 빼돌렸다고 알려진 테러 단체 검은여우단과 조우해 큰돈으로 맞바꾸기로 한다. 하지만, UTS 수장인 설리반이 본인의 궁극적인 목적을 실현하고자 지구의 완전한 파멸이 가능한 유일한 카드인 도로시 즉 꽃님이를 찾고 있다. 과연, 승리호는 어떤 선택을 할까? 꽃님이와 지구의 앞날은? 

 

터무니 없기 짝이 없는 스토리

 

영화 <승리호>는 크게 두 측면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이 지점에서 호불호가 완벽히 갈리다시피 할 텐데, 내면이라고 할 수 있을 '이야기'와 외형이라고 할 수 있는 'CG'가 그것이다. 앞엣것은 불호로,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의 괴상한 각본이었다고 감히 확신할 만하다. 반면 뒤엣것은 호로,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훌륭한 그래픽이었다고 감히 확신할 만하다. 그러니, 영화를 보고 또 대하는 방식이 아주 간단하고 단순하다. 재밌게 즐기며 환호하든, 재미없게 보며 욕을 하든 말이다. 

 

우주에서 펼쳐지는 모험이 주된 소재가 되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를 차용한 만큼 세계관은 굉장하다. UTS라는 초국적 초거대의 온리 원 우주 개발 기업이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를 독식하고 있는 와중에, 도로시라는 지구 파멸이 가능한 나노봇 인간을 둘러싼 모험과 전쟁이 펼쳐지니 말이다. 그런데, 큰 이야기를 큰 스케일로 이끄는 게 아니라 큰 이야기 속 자잘한 이야기들로 잽을 날리듯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모양새가 그리 와닿지만은 않았다.

 

계급, 환경, 다양성 등 수많은 영화를 통해 진지하고 크게 다뤄졌을 문제의 메시지를, 단타로 처리하며 모양만 갖추려고 했다는 이미지가 짙게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제목이기도 할 정도로 크게 부각되어야 마땅할 청소선 '승리호'만의 서사가 부족한 점이나 영화의 유일한 빌런이라고 할 만한 UTS 수장 설리반만의 서사가 부족한 점, 무엇보다 극을 이끄는 네 캐릭터의 따로 또 같이 서사 그리고 꽃님이와의 조우 이후 서서히 탄탄하게 쌓아올려지는 연대의 서사가 부족했다는 점 등이 크게 다가왔다. 관객 입장에서, 갑자기 툭 튀어 나온 알 수 없는 이야기 속으로 한순간에 빨려 들어가 정신 없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만 하고는 빠져나온 느낌이지 않았을까.

 

말도 안 되는 업적의 그래픽

 

주지했듯 CG라는 측면만 보면 말도 안 되는 업적을 이룩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제작비가 24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정도의 퀄리티를 할리우드에서 구현하려면 2400억 원의 제작비는 들여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주연 배우의 높은 출연비를 포함 우리나라보다 대체적으로 높을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1:10으로 무 자르듯 할 순 없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월등한 그래픽 기술을 보유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승리호>는 그 집약체와 다름 아니었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핵심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오밀조밀 유기적이고 납득이 가면서도 안타깝기까지 한 모험 활극에 있을 텐데, 그만큼 핵심적인 게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누가 적군이고 누가 아군인지 식별하기 힘들 복잡한 전투 장면이다. 어수선한 듯 꽉 차 보이는 화려하고 웅중한 우주 공간 전투를 이 영화가 완벽에 가깝게 보여 줬다. <스타워즈>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기조 상으로 다분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연상되었다. '느낌'만으로 <승리호>를 따라가다 보면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테다.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다. 처음으로 가는 길이 제대로 닦여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그럼에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단 이 영화는 한국 영화계 역사에 길이남을 게 분명하다. 큰 시도였고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되었을 것이다. 비록 반쪽의 성공을 이룩한 듯보이지만 말이다.

 

좀더 큰 서사의 일환으로 보면, 한국 우주 SF 영화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보는 게 맞다고 본다. <승리호>를 두고, 기술력은 충분하고 이제 상상력만 충족하면 되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기술력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만 상상력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그런데, 그동안 충분하지 못한 기술력 때문에 상상력이 스스로를 제한하고 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이제 기술력이 충분해졌다는 게 명약관화하니 상상력이 스스로를 제한하지 않고 마음껏 날개를 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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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와 함께 집단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가족의 이야기 <펭귄 블룸>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1. 2. 1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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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펭귄 블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펭귄 블룸> 포스터. ⓒ넷플릭스

 

호주의 블룸 가족, 아빠 캐머런 블룸과 엄마 샘 블룸과 큰아들 노아 그리고 두 작은아들까지 거의 모든 게 완벽했던 그들은 2013년 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괜찮았던 태국 여행, 하지만 한순간에 가족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느 관광지 옥상에서 난간에 기대 있던 샘 블룸이 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T6라고 부르는 등 한복판 척추를 다쳐 그 아래로 마비가 되어 쓸 수 없게 되었다. 

 

호주로 돌아와 일상을 영위하는 가족, 1년이 지났건만 회복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사고 전 활동적이기 그지 없었던 샘은 육체적·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으며,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노아가 해변에서 위기에 처한 새끼 까치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온다. 높은 둥지에서 떨어져 다쳐서는 그냥 뒀으면 죽었을 것이었다. 엄마의 반대를 무릎쓰고 '펭귄'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주며 보살피는 노아, 그러며 하루종일 실의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엄마를 그리워한다. 

 

트라우마는 더 이상 아이들의 엄마일 수 없다는 자책으로 이어지고 삶의 희망을 이어가기 힘들 정도가 되어 간다. 그녀를 극진히 간호하며 세 아이들까지 챙기는 캐머런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아이들도 그녀에게 삶의 이유를 되찾아 주진 못한다. 그런 와중에,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펭귄을 보살피며 조금씩 살아지게 되는 샘이다. 과연 샘은, 아니 블룸 가족은 집단 트라우마를 잘 이겨 내고 다시 예전처럼, 아니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을까? 펭귄은 어떤 도움을 줄까?

 

집단 트라우마에 걸린 가족의 고통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펭귄 블룸>은 2017년 4월에 출간된 캐머런 블룸의 동명 베스트셀러 포토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다. 날개를 다쳐 날지 못했던 까치 '펭귄'을 데려와 2년여 동안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게 한 블룸 가족의 감동 어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심금을 울렸다. 비록 펭귄은 자연으로 갔지만 종종 블룸 가족을 찾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감동 어리고 따뜻하기만 한 것 같은 이야기의 이면엔 치명적이다 못해 절망적이기까지 한 이야기가 곁들여 있다. 바로, 블룸 가족의 사연인데 엄마 샘이 불의의 사고 때문에 더 이상 두 발로 설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인간이 한순간에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진 것도 모자라, 사고의 순간에 함께 있던 평범하게 화목하고 행복했던 한 가족이 한순간에 불행의 구렁텅이로 떨어져 버렸다. 

 

'집단 트라우마'에 고통받게 된 블룸 가족, 그때 왜 하필 태국으로 여행을 가서 왜 하필 그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으며 왜 하필 그 난간에 기댔을까... 사고 후 가족 모두가 한순간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다. 물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덜 힘든 사람이 힘든 사람을 보살펴야 하는데 블룸 가족은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모두 피해를 입었기에 누가 누구를 보살펴 주기가 힘들다. 육체적으론 도와 주고 보살핀다 해도, 정신적으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피폐해질 뿐이다. 

 

까치 펭귄에게 애정을 쏟게 된 이유

 

집단적 고통을 해결하는 건 결국 외부의 힘이 작용해야 한다. 내부에서 해결하려 할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가능성이 아주 농후한 것이다. 극중에서 사고 당사자 샘을 제외하곤 큰아들 노아가 가장 큰 트라우마를 겪는데, 샘으로 하여금 그때 그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게 한 이가 노아였기 때문이다. 노아는 샘이 사고를 당해 절망적으로 힘들어 하는 게 오로지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엄마가 더 이상 예전처럼 자신을 찾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으며 보살피지도 않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노아가 가족 누구보다도 펭귄에게 애정을 쏟는 게 이해된다. 애정은 일방적이지 않는 법, 엄마에게서 사랑을 받으며 자신 또한 엄마에게 사랑을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펭귄에게 사랑을 쏟고 자신 또한 펭귄에게서 사랑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그 결과, 펭귄은 노아뿐만 아니라 블룸 가족 전체를 치유하기에 이른다. 샘은 사고 후 복잡한 심정으로 가족을 대할 수밖에 없을 테고 그래서 예전처럼일 수 없었다. 하지만, 펭귄은 그렇지 않다. 부담 없이 보살피며 사랑을 주면, 부담 없는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블룸 가족은 펭귄을 새장에 가두고 자유롭지 않으며 일방적인 보살핌과 사랑을 주지 않았는데, 물리적으로 그럴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거니와 그들이 야생동물을 대하는 방식이었을 테다. 그러했기에 펭귄은 나름의 자유의지로 블롬 가족과 자연을 오갔고, 독립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블룸 가족은 펭귄에만큼은 한 몸 한 뜻이 되었다. 펭귄이 처음 날게 되었을 때 진심으로 응원했고, 타 지역에 함께 갔다가 영역다툼으로 다쳤을 땐 진심으로 아파했다. 펭귄을 향한 이 모든 건, 그들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식으로 치환되었다.

 

트라우마 극복기

 

성공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나, 다치면 도태되어 죽고 마는 자연 생태계의 섭리를 무시(?)하고 보살핀 블룸 가족에게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성공의 순간을 선사한 까치 펭귄을 보고 특히 샘이 큰 깨달음과 힘을 얻는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너무 흔하지만 지극히 어려운 명제를 말이다. 그녀는 비록 두 다리를 쓸 수 없지만, 튼튼한 두 팔이 있지 않는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건 마주하는 것밖에 없다.

 

샘은 먼저 노아와 얘기를 나눴다. 노아가 샘의 사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샘은 노아의 말을 듣고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진심 어린 말을 건넸다. 그리고 여전히 엄마 '샘'이 필요한 노아의 진심을 알았다. 이후 그녀는 사고 이후 상태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시작한다. 물론, 주위 사람들의 강력한 권고로 마지못해 시작했지만 말이다. 사고 전 서핑을 즐겼던 그녀로 하여금 물 위 카약을 홀로 타게 만드려는 것이었다. 한없이 좋아했지만 할 수 없게 되어 애써 피하던 바로 그것에 정면으로 마주한 것. 

 

샘의 인간 승리 지점이 감동의 하이 포인트일 테지만, 영화는 제목답게 펭귄의 승리 지점에서 진정한 감동을 선사한다. 펭귄이 날개를 펴고 날 때 울컥했고, 펭귄이 영역다툼에서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을 때 울컥했으며, 완전히 떠난 줄 알았던 펭귄이 돌아왔을 때 울컥했고, 펭귄이 블룸 가족들과 어우러져 일상을 영위할 때 울컥했다. 실로 오랜만에, 개인적으론 난생 처음으로 느끼다시피 하는 감동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까치 펭귄에서 눈을 떼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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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극복, 까치, 보살핌, 사고, 슬픔, 아픔, 집단트라우마, 펭귄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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