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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선

다시 그 시절로 데려가는 기적 같은 한 장의 편지 [영화 리뷰] 2018년 네이버웹툰에 '작품'이라고 할 만한 웹툰이 하나 공개된다. 8월부터 10월까지 선보인 여름 특선 10부작 단편이었는데, 반응이 폭발한다. 전무후무한 압도적 평점으로 완결했고, 완결 이후에도 그 감성을 느끼고자 수많은 이가 다시 찾고 있다. 도대체 이 짧은 단편에 무엇이 들었는지?이듬해 5월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단 한 권으로 나왔어서 아쉬울 뿐이었다. 작업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된 편인데, 아무래도 단편이라 초반과 후반의 그림체가 크게 다르지 않을 테고 이야기 구조나 캐릭터가 무너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야기가 더 오래 계속되었으면 작품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시간이 한참 흐른 2025년에 드디어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되었다. 요즘에는 웹툰이 영화.. 더보기
사무라이의 마지막 불꽃,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피 냄새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보신전쟁 10년 후, 신정부의 근대화 정책으로 사무라이는 특권과 업을 잃었다. 2년 전의 폐도령으로 검은 더 이상 필요없어졌다. 호열자(콜레라)까지 발병해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사무라이 사가 슈지로의 처자식도 심각한 상태, 전포에 들러 간신히 먹을 걸 얻어올 수 있었다. 그는 결국 아이를 잃는다. 와중에 우연히 소식을 듣기를, 교토에 십대는 먹고살 수 있는 10만 엔을 얻을 기회가 있다고 한다. 이른바 무예 대회. 5월 5일 자정, 교토 텐류지에서 모인다고 했다. 사가는 뭐라도 해야 하는 심전으로 ‘코도쿠’라는 이름의 무예 대회에 참가한다. 하지만 그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었으니, 보신전쟁에 참가했다가 다 이긴 전투에서 생각지도 못한 폭격을 맞아 전멸당한 경험이 있었.. 더보기
수학으로 세상을 보는 소년, 수학으로는 풀 수 없는 ‘관계의 방정식’ [영화 리뷰] 16살 소년 형주는 어딜 가든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케이드보드에 몸을 실는다. 스케이드보드 천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그런데 정작 그가 진심인 데는 따로 있는데, 수학이다. 그는 “나는 수학을 믿는다. 교과서뿐만 아니라 온 우주는 수학으로 설명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수학을 향한 진심을 풀어낸다. 하지만 동시에 수학은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어느 날 그에게 충격적 소식이 들린다. 엄마가 유전병 신장질환인 다낭성 신부전으로 세상을 등졌다는 것. 형주는 수학 천재답게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에 달한다는 걸 알고, 도무지 닮은 데라곤 찾을 수 없는 아빠를 의심해 친자 검사를 받는다. 결과를 받아보니 친자 확률이 채 0.1%도 되지 않다고 한다. 형주는 신장 공여.. 더보기
사막, 의족, 안대... 의심으로 굴러가는 지옥의 로드무비 [영화 리뷰] 세 가족이 차를 타고 밤길을 나섰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와중에 차가 덜커덩해 내려 보니 개를 치고 말았다. 딸이 아빠를 추궁하듯 하니 아내가 나서서 “신의 뜻이야, 그저 사고였을 뿐.”이라고 대꾸한다. 가족은 근처 정비소를 찾는데, 정비공 바히드가 남자의 의족 소리를 듣고 확신한다. 과거 자신을 고문한 정보관이라는 걸. 그는 남자를 납치해 사막 한가운데로 가 생매장시키려 하지만, 남자가 발뺌하며 작년에 다쳐 의족을 달았다고 하는 게 아닌가? 정말 정보관이 맞을까? 바히드는 남자에게 수면제를 먹여 재우고 안대를 씌운 채 꽁꽁 묶어 트렁크 공구박스에 넣는다. 그러곤 과거의 동료들, 그러니까 함께 고문받은 이들의 정신적 지주를 찾아간다.바히드는 그가 남자의 얼굴을 확인해 주길 바랐다. 하.. 더보기
크고, 대담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잊히지 않는 여행의 초대 [영화 리뷰] 데이비드는 지인의 결혼식에 가려는데 자동차가 불법주차되어 당장 사용할 수 없다. 하여 렌터카를 찾았는데 어딘가 수상해 보인다. 그는 특이한 내비게이션이 달린 1994년형 새턴 SL을 렌트한다. 그렇게 향한 결혼식에서 우연히 사라와 만난다. 결혼식 이후 우연히 다시 만난 둘은 운명처럼 데이비드의 차를 타고 함께 여행 아닌 여행을 떠난다. 이상한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그들이 다다른 곳에는 '문'이 하나 덩그러니 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완전히 다른 세상, 그러니까 데이비드 혹은 사라의 지나간 옛 시절의 한때에 가 있다. 그곳의 사람들은 그때 그 시절 그대로이고, 데이비드 혹은 사라를 그때 그 시절로 인식한다. 신비로운 체험.그들은 그와 같은 체험, 기억을 온전히 따라가는 체험을.. 더보기
바람이 머문 자리, <미러 넘버 3>가 던지는 상실의 얼굴들 [영화 리뷰] 베를린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대학생 라우라는 남자친구, 그의 친구 커플과 함께 시골로 여행을 떠난다. 오픈카를 타고 가니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다. 애초에 내키지 않았던 라우라는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고, 남자친구가 차를 태워 기차역으로 데려다주는데, 사고가 나고 만다. 그렇게 남자친구는 즉사하고 라우라는 기적적으로 별 탈 없이 살아난다.사고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던 베티는 당연한 듯 라우라를 집으로 데려와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라우라도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일을 보고 귀가한 베티의 남편과 아들은 어딘지 불편해 보인다. 라우라에게 매너 없이 구는 것이다. 베티에게 한 소리 듣고 난 후 라우라에게 잘해 주는 그들. 라우라는 며칠 더 머물기로 한다.그렇게 라우라와 베티의 가족은.. 더보기
두 마녀의 운명이 노래로 폭발한다, 신화가 된 뮤지컬의 황홀한 재탄생 [영화 리뷰] 미국의 소설가 그레고리 맥과이어가 1995년에 출간한 연작 소설 는 1900년에 나온 고전 판타지 소설 의 프리퀄 격이다. 하지만 정식은 아니기에 2차 창작이랄 수 있는데, 2003년 시작된 뮤지컬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오리지널리티를 부여받았다. 미국 브로드웨이 역사상에 남을 흥행을 기록하고 있으니 말이다.의외로 오랫동안 영상화되지 않았는데 2024년 존 추 감독이 신시아 에리보,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 영화 를 들고 나왔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4차 창작물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뮤지컬 의 작사 작곡을 맡은 스티븐 스워츠를 데려와 음악을 맡긴 만큼 확실한 외형을 갖췄다.1편은 대성공, 전 세계 7억 5천만 달러 이상을 벌여들였고 크리스틱초이스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1.. 더보기
완벽한 이웃의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 평범한 주택가를 집어삼킨 비극의 진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23년 6월 초, 미국 플로리다주 오칼라시의 한 주택가에서 총성이 울린다. 어느 백인 중년 여성이 닫힌 현관문을 두드리는 젊은 흑인 여성에게 총을 발사한 것이었다. 총을 쏜 이는 체포되었고 총에 맞은 이는 사망하고 말았다. 평화로워 보이는 주택가에서 이 무슨 비극인가. 사망한 이는 홀로 네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명성을 떨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은 2023년 오칼라시 주택가 총격 사건의 전말을 다룬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의 육하원칙을 충실히 따라가다 보면 비극의 전말이 드러나고 논란의 한가운데 다다른 스스로를 느낄 것이다.이웃 간의 분쟁은 결코 최근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정 지역의 문제만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