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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종교적 이너서클이 주는 우월감과 안락함에 취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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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 포스터.

 

과거 길거리 복서였던 주드 신부는 재수 없는 부제의 턱을 후려친 후 다행히 파면은 면하지만 침니록이라는 시골의 작은 성당 보좌 신부로 유배당한다. 하지만 그곳의 본당 신부 제퍼슨 윅스는 완전히 미친 자였고 신도들은 하나같이 고이다 못해 썩어 있었다. 주드는 사명을 다할 수 있는 기회라며 오히려 반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드러나는 모습은 주드로서는 어찌해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성당의 안주인 격인 마사가 말해 주길, 윅스의 조부 프렌티스가 성당을 세웠는데 ‘음탕한 창녀’라 불리는 딸 그레이스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다가 8천만 달러에 달하는 유산을 숨긴 채 숨을 거둔다. 그레이스는 성당에서 깽판을 쳤지만 유산을 찾지 못했고 얼마 후 죽었다고 한다.

주요 신도 그룹은 정해져 있었다. 성당의 모든 일을 관리하는 마사, 마사의 연인이자 알코올중독자였던 정원사 샘슨, 변호사 베라와 그의 이복동생 싸이, 의사 냇과 SF 소설가 리, 은퇴한 첼리스트 시몬까지. 매주 새로운 신도를 찍어 공격하는 윅스의 전도 방식은 기존 멤버의 결속을 더욱 공고히 했다.

그러던 성금요일 미사 때 사건이 벌어진다. 열렬한 강론을 마친 윅스가 재단 옆 작은 창고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다가 갑자기 쓰러지더니 사망하고 만 것이다. 현장에 가장 빨리 들어간 주드 신부가 주요 용의자로 몰리는 가운데, 유명 사립탐정 브누아 블랑이 나타나 주드의 무고함을 시사하고 본격적으로 사건 해결을 위한 행동에 들어간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왜 그런 일을 벌인 것인가?

 

이번엔 밀실 살인 미스터리다

 

라이언 존슨 감독의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는 2019년 극장 개봉작으로 시작했다. 영원한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를 전면에 내세워 ‘고전 추리물의 완벽한 부활’이라는 평을 받음과 동시에 제작비 대비 8배에 달하는 흥행까지 이룩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직후 넷플릭스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 배급권을 구입했다.

3년 후 2탄 격인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이 나왔다. 전편만큼의 평가는 받지 못했으나 엄청난 흥행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다시 3년 후 3탄 격인 <나이브스 아웃: 웨이크 업 데드 맨>이 공개되었다. 1편보단 못하나 2편보단 훨씬 괜찮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 정도 평에 동의한다. 시리즈다 보니 내부 비교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 등장한 사건의 양상은 ‘밀실 살인’이다. 20세기 초 가스통 르루의 <노란방의 비밀>이 최초의 밀실 살인 미스터리 소설로 유명한 가운데, 극 중에서도 언급되는 존 딕슨 카가 그 부분의 그랜드 마스터로 통한다. ‘아무도 드나들 수 없는 완벽한 밀실에서 수많은 목격자가 있는 가운데 어떻게 살해당할 수 있을까?’

추리물이니 만큼 당연한 말이겠지만, 밀실 살인 미스터리가 이 작품의 한 축을 이룬다. 이 트릭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한편 후반부에서 부제와 연관되는 또 하나의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이 일어나니, 재미가 한껏 부풀어 오른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 범인과 불가능 따윈 없다고 선언하는 브누아 블랑이다.

 

종교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개인적 욕망

 

이 작품이 사건이나 추리 자체에 천착하는 이른바 ‘본격 추리물’은 아니다. 그러니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보다 ‘누가, 왜’에 천착한다. 캐릭터성이 부각되고 온갖 사연들이 따로 또 같이 얽히고설킨다. 우선 누가, 왜 일을 저질렀는지 알아야 사건의 진상에 정확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종교'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이 있다. 특히 윅스의 경우, 성당을 사유물처럼 생각하고 신도들을 사족처럼 부린다. 하느님의 말씀을 빌려 본인의 입맛에 맞는 이들, 토박이들만 이너서클화하고 외지인은 철저히 배척한다. 그렇게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너서클 신도 그룹의 경우, 따로 또 같이 힘들고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종교에 진심으로 마음을 의탁한다. 덕분에 나아지고 있고 결국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종교 이상의, 윅스의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너서클이 주는 상대적 우월감과 안락함에 취하고 만다. 종교라고 할 수 있는가?

영화는 사건과 추리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더 깊이 다방면으로 펼쳐진다. 주드 신부나 마사의 이야기만 따로 떼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 가히 ‘이야기의 성찬’이라고 할 만하다. 시리즈 아닌 영화로 느낄 수 있는 최상의 환희다. 3년을 기다린 보람이 충분하다. 다시 3년 뒤에 4번째 이야기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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