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죽음은 섬광처럼>

1880년 미국 오하이오, 오랫동안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는 한편 농장주로 살아가는 제임스 가필드에게 누군가 찾아온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후보를 뽑기 위한 전당 대회가 열릴 예정으로, 제3세력 존 셔먼 측에서 그에게 추천 연설을 부탁한 것이다. 그는 시카고로 가서,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셔먼을 위한 연설로 모두의 심금을 울린다. 위대한 연설이었다.
애초에 율리시스 그랜트가 유력했고 제임스 블레인이 2순위, 존 셔먼이 3순위였으나 30번이 넘는 재투표 끝에 뜬금없이 제임스 가필드가 후보로 등극한다. 선거총괄본부장이 된 블레인은 당권자이자 정적이자 돈맥이기까지 한 콩클링계의 체스터 아서를 러닝 메이트로 추천한다. 타의로 대통령 후보가 된 가필드는 미국 제20대 대통령에 등극할 수 있을까.
한편 찰스 기토는 석방 후 시카고의 누나 집에서 기거한다. 그는 사기꾼에 거짓말쟁이, 허영심 가득한 욕망덩어리로 특히 정치에 관심이 많은 듯 정치인만 보이면 사족을 못 쓴다. 우연히 공화당 전당 대회에 들렀고 얼결에 가필드 팬이 된다. 이후 자신이 정계에서 일하고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사기를 치고 다닌다.
뿐만 아니라 누나 집에서 많은 돈을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이후 연설문을 작성해 배포하는 등 나름 가필드의 대통령 선거 운동에 참여한다. 그렇게 정치인들과도 가까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거절을 당하곤 무슨 짓을 하려는 것처럼 총을 구입하는데… 그는 무슨 짓을 하려는가?
한 발의 총성과 민주주의의 취약한 순간들
미국은 1789년 조지 워싱턴 포함 47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중 암살당한 대통령은 4명에 달하는데, 에이브러햄 링컨, 제임스 가필드, 윌리엄 매킨리, 존 F. 케네디다. 앞선 3명이 19세기 사람이고, 케네디만 20세기 사람이다. 미국의 19세기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혼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1860년대 남북전쟁으로 노예제를 둘러싼 치열한 정치 대립이 있었고 이후로도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런데 암살된 4명의 미국 대통령 중 제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의 경우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도 그렇고 대통령이 된 후 6개월도 안 되어 암살당했으니 더욱 그렇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죽음은 섬광처럼>은 역사에서 지워지다시피 했던 사람들을 우리 앞에 불러 세운다. 그 이름, 제임스 가필드와 찰스 기토다. 한 명은 미국 제20대 대통령이고 다른 한 명은 그를 암살한 무뢰한이다. 그들은 잊혔으나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할 것이다.
연설 하나로 탄생한 대통령, ‘원하지 않았던 권력’
미국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화당 측에선 남북전쟁의 영웅이자 재선 대통령 그랜트가 유리했다. 그의 뒤에 뉴욕 세관을 꽉 잡고 있는 콩클링이 버티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의원들은 대놓고 말은 못하나 새로운 사람을 원하고 있었다. 그때 나타난 이가 바로 가필드다. 그는 진심 어린 연설로 세간을 감동시키고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특별한 건 다름 아닌 ‘용기’였다. 모두 잘 알고 있지만 권력자에게 잘 보이고 싶고,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으니 쉬쉬 하고 있던 차에 누군가 대신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해줬다. 하지만 정작 그는, 가필드는 꿈에도 대통령이 될 마음이 없었다. 그러니 정녕 만인의 추대로 ‘선출’된 것이다.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가장 심도 있게 박차를 가한 게 선출직 공무원 제도 개혁이었다는 게 이해되는 지점이다. 아울러 그는 파벌 혁파에 심혈을 기울였다. 정치 권력의 화신 콩클링계가 공화당, 정계, 나아가 나라 전체를 구덩이로 떨어뜨린다고 생각했고 혁파하는 데 성공한다.
이 시리즈는 미국의 단명한 대통령, 철저히 잊힌 그 이름 제임스 가필드를 되살려 냈다. 6개월 남짓의 짧은 임기지만 긍정적인 면만 보일 정도다. 그의 신념 어린 방향성과 철두철미한 전략전술을 보고 있노라면, 임기를 가득 채웠을 때의 확연히 달라진 미국이 상상된다.
정치의 주변부에서 태어난 광기, 찰스 기토라는 존재
대통령 선거뿐만 아니라 선거가 있을 때마다 온갖 사람이 ‘선거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후보자를 돕는다. 그중 대다수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마음이겠지만 종종 불순한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 극 중 찰스 기토처럼 말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으나 자진해서 후보자를 돕고 선출되니 자기 일처럼 기뻐하지만, 이후의 행보는 매우 황당하다.
마치 자기가 대통령을 만든 것처럼, 킹메이커인 것처럼 행동하며 떠벌리고 다니니 말이다. 물론 그의 말이 100% 거짓말이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아주 미약하나마 당선에 일조했을 테니까. 그럴 때 선출된 이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모두의 말을 일일이 다 들어주며 함께할 것을 약속해야 할까.
정답은 성숙한 ‘소통’에 있지 않을까. 선출직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어 국민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존재이니까. 그러니 국민을, 그중에서도 특히 자신을 지지해 준 이들을 홀대하면 안 될 것이다. 여론을 살피고 의견을 수렴해 일을 진행하되 휘둘려선 안 된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개인적으로 소통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말도 안 되는 논리와 이유로 잘하고 있는 대통령을 시해한 찰스 기토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 했으나 역사에서 철저히 지워졌다. 그의 행동은 대의, 하다 못해 개인적 신념에 의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난다는 이유였다. 달라졌을 미국이 그 한 사람에 의해 주저앉았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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