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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시한부 판정 받은 영혼 없는 공무원의 진정한 자아 찾기 <리빙> [신작 영화 리뷰] 제2차 세계대전의 화마가 휩쓸고 간 지 오래되지 않은 영국 런던시청 공공사업부. 부서를 이끄는 윌리엄스는 암암리에 '미스터 좀비'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전형적인 공무원 마인드로 살아가는데, 이를테면 골치 아픈 민원이 들어오면 다른 과로 보내 버리고 다시 돌아오면 한쪽에 처박아 버린다. 손에 닿을 거리에 두지만 절대로 손을 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6개월 정도. 부서 사람들한테는 물론 아들내미 부부한테도 말하지 못한다. 그래도 이대로 떠나기는 싫으니 뭐라도 하려 한다. 바닷가로 훌쩍 떠나 생전 처음 보는 젊은 친구한테 하루를 온전히 맡겨 보기도 하고, 부서의 홍일점이었던 생기발랄한 해리스와 하룻 나절을 함께 보내 보기도 .. 더보기
인생 최악의 날이 전성기의 순간일 수 있으니... <봄날> [신작 영화 리뷰] 어느 장례식장, 가족이 모였다. 8년 만에 출소한 큰아들 호성,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작은아들 종성, 몸을 좋지 않은 엄마 정님,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호성의 큰딸 은옥과 작은아들 동혁까지. 호성은 조직의 큰형님이기도 한데, 조직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가서 8년 만에 돌아와 보니 설 자리가 없어졌다. 조직에서는 2인자가 1인자 자리를 꿰찬 것 같고, 가족에서는 동생 종성이나 큰딸 은옥이나 작은아들 동혁이나 다 호성을 별 볼 일 없는 존재이자 꼴보기 싫은 존재이자 꿔다 놓은 보릿자루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도 엄마 정님은 호성을 여전히 어린아이 취급하며 걱정한다. 그런 와중에 은옥이 남편 될 사람을 소개시켜 주는데, 호성으로선 딸에게 해 줄 게 없으니 그만이 할 수 있.. 더보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의 질문을 던지게 하는 청춘 로맨스 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첫사랑'에 대한 콘텐츠를 차고 넘친다. 러시아의 대문호 투르게네프의 소설 은 제목부터 첫사랑을 드러내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단편소설 중 하나인 황순원의 도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영화 중 하나인 나 2000년대 이후 최고의 청춘 로맨스 영화일 도 첫사랑이 핵심이다. FT아일랜드의 데뷔 앨범이자 첫 정규 앨범에 라는 희한한 제목의 노래가 담겨 있는데, 그만큼 남자에게 첫사랑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으나 사실 남녀노소 누구나 첫사랑은 상대적으로 큰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테다. 대체로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기에 이루지 못하고 그만둔 것에 대한 기억이 더 크게 남을 것이고, '처음'에 대한 기억은 강렬할 수밖에 .. 더보기
지난한 삶이냐, 자유로운 듯 화려한 삶이냐 <이지 걸>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프랑스 칸, 16살 생일을 맞이한 소녀 나이마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무료하게 지내는 중이다. 얼마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선, 방학을 맞이해 게이 친구 도도와 자주 어울리며 함께 연기 오디션을 준비하기도 하고, 엄마가 일하는 호텔 조리실에서 인턴으로 일해 볼까 싶기도 하다. 그러던 와중, 파리에 사는 사촌 언니 소피아가 나이마의 생일도 축하할 겸 놀러왔다. 어린 시절 함께 놀던 언니라 너무 반가웠다. 그런데 소피아는 조금 달라 보였다.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고 딱히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는 나이마에게도 명품 가방을 생일선물로 주는 것이었다. 성형 티가 많이 나는 얼굴과 노출 심한 옷차림으로, 나이마와 함께 거리를 활보했다. 해변에서는 반나체.. 더보기
인생이라는 체스를 사는 불우한 천재 소녀 이야기 <퀸스 갬빗>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50년대 후반 미국 중남부 켄터키주의 어느 보육원, 아빠 없이 살다가 엄마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곤 혼자 살아남은 9살 소녀 엘리자베스 하먼(이하, '베스')은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흑인 친구 졸린이 그녀와 함께해 준다. 그곳에선 아이들이 매일매일 두 가지 약을 먹었는데, 초록색 약은 온화환 성품을 주황갈색은 튼튼한 몸을 길러준다 했다. 불시에 혼자가 된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완벽한 식단을 챙겨 주지 못하기에 약으로 보충하려는 의도인 듯했다. 베스는 어느 날 지하실에 내려갔다가 관리인 샤이벌이 두는 체스에 관심을 가지고 곧 초록색 약, 즉 신경안정제의 효능으로 체스에 비상한 능력을 뽐내게 된다. 신경안정제만 먹으면, 잘 알지도 못하는 머릿속 체스 게임이 천장에 .. 더보기
올곧은 신념을 입체적 에피소드에 담아낸 수작 로드무비 <낙엽귀근> [신작 영화 리뷰] 공사판에서 4년 동안 함께 일하던 친구 리우콴유가 운 없게도 술을 마시다가 죽자 시체를 짊어지고 그의 살아생전 고향으로 향하는 중년 남자 라오자오, 사장을 비롯 주위 사람들은 당연히 화장할 것을 권유하지만 그는 친구와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다. 꼭 고향 땅에 묻혀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수중엔 500위안뿐 사장이 리우콴유에게 준 5000위안은 건드릴 수 없다. 그런가 하면, 그들이 일하는 '선전'에서 리우콴유의 고향 '충칭'까지는 장장 1400km나 되는 대장정의 거리이다. 라오자오와 리우콴유는 앞으로 벌어질 수많은 우여곡절을 시작한다. 버스에 타서 잘 가고 있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강도 무리의 습격을 받아 돈을 몽땅 빼앗길 위기에 처하지만, 죽은 친구를 향한 의리에 감동한 강.. 더보기
내 삶을 바꿔 왔고 앞으로도 바꿀 거대 서사시 <삼국지: 극장판> [오래된 리뷰] 드라마 '삼국지'를 모르는 이 없겠지만, '삼국지'를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한 이 많지 않을 것이다. 삼국지가 너무 유명한 탓에 수없이 많은 콘텐츠로 재탄생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다양한 경로로 삼국지를 접해 왔던 바, TV만화, 만화책 게임, 소설, 영화, 드라마까지 끝이 없다. 그중 처음부터 끝까지 접한 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대부분의 콘텐츠가 삼국지 전체가 아닌 일부를 다루기에 한계가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또 접한 삼국지는, 실제 역사에 기반한 3세기 진수의 역사서 가 아닌 14세기 나관중의 역사소설 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하여,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과도하게 드라마틱한 캐릭터와 사건 진행 양상을 보인다... 더보기
나는 누구인가? 누구여야 하는가? 누구일 수 있는가? <사라진 시간> [신작 영화 리뷰] 영화배우가 제작을 겸하거나 제작만 하는 경우를 이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영화배우가 감독을 겸하거나 감독만 하는 경우는 흔히 접하기 힘들다. 제작, 감독, 배우를 놔두고 보았을 때 제작을 제외한 감독과 배우가 상충하는 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연기력과 흥행력을 보장하는 배우들이 왕왕 감독으로 나서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배우로선 신선하지 않지만 감독으로선 신선하기 그지없다. 할리우드에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대표적이랄 수 있겠고 로버트 레드포드, 멜 깁슨, 벤 애플렉, 안젤리나 졸리, 조지 클루니 등이 뒤를 따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 두드러지는데 하정우, 문소리, 김윤석 등의 배우들이 장편 감독으로 데뷔했다. 두드러진 성적을 이뤄내진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평가를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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