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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차별의 반복'으로 구분하고 적을 만들고 군림한다, 영화 <디트로이트> [리뷰] 영화 지난 2010년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진귀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의 캐서린 비글로우가 아카데미 82년 역사상 처음으로 감독상을 차지하였는데, 인류 역사상 최고의 흥행 역사를 쓴 의 제임스 카메론을 제치고 얻은 수확이었다. 캐서린 비글로우는 오래 전 한때 영화감독으로보다 제임스 카메론의 아내로 더 명성이 높았다. 그녀는 1981년에 장편 데뷔를 하여 지금까지 3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작 10여 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대단한 과작인데, 90년대 초반 를 찍고 주가가 폭등한 뒤 내놓은 대작들을 연달아 실패하고 참으로 오랫동안 영화를 내놓지 못했던 이유도 있을 거다. 하지만 필모를 들여다보면, 그냥 과작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캐서린 비글로우는 예전부터 선 굵은 액션과 압도적인 .. 더보기
삶도 죽음도 치열한 청춘들의 이야기, 영화 <수성못> [리뷰] 영화 대구 수성구 수성유원지 수성못에서 오리배 아르바이트를 하며 편입 공부를 병행하는 오희정(이세영 분), 그녀는 집안의 도움 없이 홀로 치열하게 분투한다. 어떻게든 이곳을 떠나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가기 위해서다. 그러던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손님도 없고 해서 쏟아지는 잠을 감당 못하는 사이 중년 남성 한 명이 무단으로 오리배를 탈취해 수성못으로 나아간다. 그러곤 곧 투신자살을 시도한다. 희정은 오리배 담당자로서 당연히 지급해야 했던 구명조끼를 조느냐고 깜빡했다는 걸 사장이 알게 되면 잘리게 된다는 사실에 질겁한다. 당일 야밤에 몰래 구명조끼를 수성못에 버리려다가 때마침 촬영을 하고 있던 차영목(김현준 분)에게 들킨다. 그는 자살시도자들을 촬영하고 있었던 것. 영목은 희정의 비밀을 빌미로 .. 더보기
최고의 실력, 그러나 부적격자 토냐 하딩을 위한 변명 <아이, 토냐> [리뷰] 아주 어렸을 때부터 피겨스케이팅에 관심을 갖고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토냐 하딩(마고 로비 분), 극악한 엄마(앨리슨 제니 분)의 폭력적인 관심과 가르침으로 두각을 나타낸다. 반면, 그 때문인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출중한 성적과 함께 성격과 행동의 돌출적이고 폭력적인 끼를 숨기지 못했다. 토냐는 우연히 만난 제프 길롤리(세바스찬 스탠 분)와 격렬한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다. 하지만 그는 폭력적이기 짝이 없는 광인이었다. 지옥 같은 엄마와의 일상에서 빠져 나와서 정착한 곳이 또 다른 지옥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들한테서 사랑을 느꼈다. 문제는, 삶을 파괴할 게 분명한 그의 폭력이 끝없이 되풀이 된다는 것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미국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킬 정도의 출중한 실력은 대중의 .. 더보기
세계 역사를 바꾼 위대한 언론과 여성 <더 포스트> [리뷰] 스티븐 스필버그의 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일간지 , 일명 . 가 1971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은 '펜타곤 문서' 보도로 미국에 '치명적이고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입히며 명성을 떨친 것처럼, 는 이듬해 1972년 역시 전 세계를 뒤흔든 '워터게이트' 진상 보도로 명성을 떨쳤다. 영화 는 어느 신문사의 어떤 보도를 다루는가. 는 큰 틀에서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 명백한 메시지로 점철된 그것들은, 당연한 '언론'과 의외의 '여성'이다. 영화는 가 아닌 의 '펜타곤 문서' 보도를 다룬다. 왜 의 '펜타곤 문서' 보도일까. 최초의 보도로 세상을 뒤집은 건 인데 말이다. 또한 발행인 캐서린의 선택이 중요하다 못해 절대적이다. 그녀의 선택은 왜 특별히 중요한 것일까. 할리우드의 신 '.. 더보기
결국 '여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딸에 대하여> [서평] 일찍 남편을 보내고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나', 남편이 유일하게 남긴 유산인 집에 서른을 훌쩍 넘었어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대학교 시간강사로 살아가는 '딸애'를 들인다. 딸애는 7년 간 사귀어 왔다는 '그 애'와 함께다. 나로선 정녕 상상하기도 싫고 어려운 그들과의 동거지만, 딸애의 부탁을 져버릴 순 없지 않은가. 서로를 그린과 레인으로 부르는 그들은 레즈비언 커플이다. 딸애는 안 그래도 어렵게 살아가는 시간강사의 삶 위에 학교를 상대로 시위를 하는 삶을 얹혀 놓았다. 딸애처럼 레즈비언 시간 강사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기 때문인데, 나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의 일로 딸애가 그러는 걸 이해할 수 없다. 그건 내가 요양원에서 보살피는 무연고 치매노인 '젠'을 보면.. 더보기
입체적 인물 캐서린의 체제 전복 <레이디 맥베스> [리뷰] 온몸을 뒤덮는 베일을 쓴 한 소녀, 불안한 눈빛으로 두리번 거린다. 보이진 않지만 옆에는 남편될 사람인 듯하고, 뒤에는 늙은 남자와 흑인 여자가 서 있다. 결혼식이다. 뭔가가 빠져 있는 결혼식. 곧이어 첫날밤, 모습을 드러낸 남편은 소녀 캐서린(플로렌스 퓨 분)에게 벗으라고 명령하고는 혼자 침대로 들어가 몸을 돌려버린다. 이해할 수 없는 첫날밤. 일반적인 결혼식과 첫날밤의 모습이 아니다. 19세기 영국, 알고 보니 캐서린은 탄광을 소유한 명가에 팔려온 이였다. 남편은 원하지 않았고 남편이 극도로 싫어하고 증오하는 아버지가 사온 것. 일련의 이상함들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캐서린이 이 집에서 할 일은 없다. 집에서 나가지 말고 가만히 성경이나 읽고 있으면 된다. 여자로서의 본분을 지키면 되는 것이.. 더보기
단 하루로 보여주는 여성의 인생 <디 아워스> [오래된 리뷰] 1923년 영국의 리치몬드 교외,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먼 분)는 소설 을 쓰며 주인공에 대한 생각에 광적으로 가득 차 있다. 런던에서 언니네 가족이 놀러 왔다가 오래지 않아 돌아간다. 얼마 후 울프는 집을 뛰쳐나가 런던행 기차를 타기 위해 역에서 기다린다. 곧 남편이 그녀를 뒤따라 설득한다. 사실 그들은 울프의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해 런던에서 리치몬드 교외로 왔던 것이다. 1951년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둘째 아이를 임신한 로라 브라운(줄리안 무어 분)은 첫째 아들 리차드와 함께 남편 생일 파티를 준비하며 케이크를 만든다. 그녀가 버지니아 울프의 을 즐겨 읽는 와중에, 친하게 진하는 친구가 놀러온다. 얼마 후 브라운은 리차드를 보모에 맡기고 자살하고자 호텔로 향한다. 하지만 결국 자살.. 더보기
한국현대사에서 철저히 배제된 주변부 이야기 <민주주의 잔혹사> [서평] 대학 시절, 1학년 때는 영문과였다. 당시 교육정책으로 1학년 때는 과를 고를 수 없었기에 임의로 그렇게 된 거였다. 2학년 때 비로소 과를 고를 수 있었다. 나는 중문과를 지원했다. 지원동기는 지금 생각하면 매우 황당하기 그지 없다. 중국의 황제가 그 이유였다. 황제라는 궁극의 존재가 멋져보였던 거다. 사실 중학교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다. 역사상 수많은 나라의 흥망성쇠와 수많은 위인들의 분골쇄신이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지금에야 깨닫고 있지만, 그건 완전히 '잘못된' 시선이다. 그저 알려진, 승리한, 주류의 이야기들만으로 역사를 좋아하고 잘 안다고 설치는 꼴인 것이다. 지금에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면에서 대학교 2학년 때 들었던 교양 수업이 큰 충격으로 남아 있다. 교수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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