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완벽한 이웃의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 평범한 주택가를 집어삼킨 비극의 진실

반응형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완벽한 이웃>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완벽한 이웃> 포스터.

 

2023년 6월 초, 미국 플로리다주 오칼라시의 한 주택가에서 총성이 울린다. 어느 백인 중년 여성이 닫힌 현관문을 두드리는 젊은 흑인 여성에게 총을 발사한 것이었다. 총을 쏜 이는 체포되었고 총에 맞은 이는 사망하고 말았다. 평화로워 보이는 주택가에서 이 무슨 비극인가. 사망한 이는 홀로 네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명성을 떨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완벽한 이웃>은 2023년 오칼라시 주택가 총격 사건의 전말을 다룬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의 육하원칙을 충실히 따라가다 보면 비극의 전말이 드러나고 논란의 한가운데 다다른 스스로를 느낄 것이다.

이웃 간의 분쟁은 결코 최근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정 지역의 문제만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총’이 들어가고 ‘인종’이 들어가면 많이 좁혀진다. 여러모로 미국일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 사건 역시 주지했다시피 미국에서 일어났다. 비극의 시작은 2022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들의 바디캠 영상들이 현실감을 더한다. 

 

"아이들이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오칼라시의 주택가, 단층 주택들이 쭉 이어져 있는 그곳은 주로 저소득층 백인과 흑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2022년에 전입 온 수전 로린츠라는 이름의 중년 여성은 전례 없는 일을 하기 시작한다. 길 건너편에 사는 흑인 아이들이 자신의 집 인근에서 왁자지껄, 우당탕탕 노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자연스레 아이들의 부모들과 시비가 붙었고 경찰에 신고하기에 이른다.

그녀가 말하길, 처음에는 경고했고 말을 안 듣자 ‘무단 침입 금지’ 팻말까지 세웠지만 아이들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개를 산책시키며 사방에 똥을 싸지르기도 했단다. 급기야 누군가와는 다툼이 있었고 그가 그녀를 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작 당사자에게 가서 확인하면 말이 확연히 달랐다.

이후에도 경찰들을 주기적으로 신고를 하는 수전의 요청에 따라 이듬해까지 수차례 출동한다. 그때마다 수전은 이대로는 도무지 살 수 없다며 경찰로 하여금 아이들의 행동 변화를 촉구한다. 그때마다 경찰은 의무적으로 맞은편 신고 대상들의 이야기를 듣지만, 하나같이 수전의 이야기와는 완연히 다르다. 그들은 수전이야말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한다.

 

평화로운 동네에 스며든 균열, 그리고 총성

 

그중 한 아이들의 엄마 아지케 오웬스가 수전과 크게 부딪힌다. 수전이 오기 전까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아도 재지하는 이 하나 없었는데, 그녀 혼자만 심지어 본인의 사유지도 아닌 곳에서 노는 아이들을 재지하려 했다고 황당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지케는 아이가 수전에게 검둥이 소리를 듣는 것도 모자라 태블릿까지 빼앗기자 참지 못하고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수전은 아이들 때문에 이미 신고를 했고 현관문을 주먹으로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겁이 나 다시 신고를 한다. 전화가 끊어지고 난 2분 만에 그녀는 총을 들어 현관문 밖의 사람에게 발사한다. 그렇게 아지케는 죽고 수전은 경찰서로 향한다. 졸지에 네 아이들은 엄마를 잃었다. 수전은 얼떨결에 일어난 일에 정신이 반쯤 나가 보였다.

그녀는 신문 과정에서 ‘문 밖에 있는 여성이 나를 죽이려고 해서 너무 두려웠다. 나도 모르게 총을 집어들어 쐈다.라는 식으로 답변했다. 그러니 전혀 의도가 없이, 아무런 계획도 없이, 신변에 심각한 위협을 느껴, 반자동적으로 정당하게 스스로를 방위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경찰로선 그녀를 바로 기소할 수 없었다. ‘Stand your ground law’, 즉 정당방위법 때문이었다.

 

정당방위라는 이름의 그림자

 

경찰은 더 철저히 조사하고 신문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조사와 신문의 사실 관계에서 이격이 있다는 걸 알아냈고 기소할 수 있었다. 수전은 범죄를 계획하지 않았는가? 상대를 죽이려는 의도가 없었는가? 정당방위법에 대해 알고 있었는가? 아지케는 수전을 죽이려 했는가? 아지케의 행동이 수전으로 하여금 죽음의 공포에 이르게 할 정도였는가?

조사 결과 수전은 위의 모든 것의 반대에 해당했다. 1급 살인죄로 기소되어 25년형을 언도받기에 충분했다. 다분히 계획적으로 의도된 범죄였던 한편, 아지케의 행동이 죽음의 공포에 이르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서 다시 2022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이들은 원래 왁자지껄하다, 그래야 한다. 그래서 그렇게 했고 재지하는 어른은 없었다. 그런데 수전만이 유일하게 아이들을 재지했고 어른들 간의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경찰이 수차례 출동했으나 어찌해 돌 도리가 없었다. 그저 서로 조심해 달라는 얘기를 전할 뿐. 한쪽에 확실하게 쏠린 잘못이 아니었다.

수전도, 아이들도 나름대로 불편한 점들이 많았을 테다. 문제는 수전이 돌이킬 수 없는 선을 확실히 넘었다는 것. 그녀의 말마따라 자신도 모르게 일을 저지른 게 아니라 계획적으로 의도한 짓이라는 것. 사소하다면 사소한 분쟁이 결국 살인 사건의 비극으로까지 나아가고 말았다는 것. 그 이면에 상대적으로 흑인에게 불리한 정당방위법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