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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선

정반대 성격의 두 사촌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나눈 '진짜 고통' [영화 리뷰]   데이비드 카플란과 벤지 카플란은 3주 차이로 태어난 사촌지간이다. 유대계 미국인인 그들은 어렸을 적에는 친형제처럼 지냈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멀어졌다. 오랜만에 만나 폴란드로 패키지 여행을 떠나는데, 할머니가 남겨 주신 돈으로 '홀로코스트 투어'를 떠난 것이었다. 그런데 둘의 성격이 정반대로 보인다.데이비드가 수줍음이 많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편인 반면 벤지는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말하면서도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둘은 영국인 가이드, 다른 4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바르샤바, 루블린, 마이다네크 등의 홀로코스트 유적지를 돌아본다. 전형적인 패키지 여행의 모양새를 띄는 것 같지만 벤지의 말과 행동이 도무지 예측불가능하다.유대인 봉기 기념비에선 동상의 자세를 따라 하며.. 더보기
일개 개인의 욕망으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영화 리뷰]   이런 말이 있다. "이탈리아에는 2개의 종교가 있다. 하나는 가톨릭이고 다른 하나는 페라리다"라고 말이다. 이탈리아에서 종교급으로 추앙받는 것들이라 하면 축구, 피자와 파스타와 커피, 패션 등이 있을 텐데 다 제치고 '페라리'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생각해 보면 자동차는 독일, 일본, 미국 등이 소위 알아주는 곳들인데 페라리가 독야청청 이탈리아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있다.페라리는 1947년에 설립된 고급 스포츠카 생산 기업이지만 근본적 태생은 1929년에 설립된 F1 레이싱팀인 '스쿠데리아 페라리'다. 설립자 엔초 페라리는 본인이 레이싱 드라이버이기도 하면서 알파 로메오 산하에서 근무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하지만 1939년 관계가 틀어지면서 회사를 나왔고 자신만의 회사이자 팀을 만든다. 시.. 더보기
일상이 예술이 되는 순간, 비로소 스스로를 구할 수 있었다 [영화 리뷰]   리지는 다가올 월요일 전시를 준비 중이다. 작품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집중에 집중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보일러가 고장 나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집주인이자 동료인 조에게 물어보니 그녀 자신도 곧 전시가 있다며 당장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 당황스럽지만 리지로서도 어찌해 볼 방도가 없다.아버지한테 전화해 전시에 오라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 집에 웬 중년 커플이 들어앉았다. 1년에 두어 번 해외를 꽤 오랫동안 돌아다닌단다. 그러는 와중에 아버지 집에 왔는데 언제 나갈지 알 수 없다. 리지는 그들이 꼴 보기 싫지만 아버지는 흥미로워하는 듯 별생각 없는 듯하다. 리지로선 전시가 코 앞인데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그런가 하면 리지가 다니는 예술 학교의 학과장인 어머.. 더보기
타인의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보조 연주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전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수많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상설 관현악단)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어디일까.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이 유럽, 그중에서도 오스트리아와 독일인만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단연 최고로 뽑는다. 빈의 구스타프 말러, 베를린의 카라얀, 그리고 양쪽 모두의 푸르트벵글러.그리고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한때 위의 두 집단과 더불어 세계 3대로 뽑혔다. 토스카니니, 번스타인, 메타가 지휘자로 재임했던 시절이지 않나 싶다. 바로 그때, 그러니까 번스타인이 재임한 시절에 뉴욕 필하모닉 역사상 최초의 여성 단원 오린 오브라이언 이 입단했다. 1966년이었다. 180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으니 만큼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었.. 더보기
개개인의 재능을 집단의 성공으로 이끄는 법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00년대 이후 전 세계 축구계를 뒤흔든 건 항상 '돈'이었다. 2000년대 초반 레알 마드리드가 시행한 '갈락티코스' 정책은 전 세계 수많은 슈퍼스타를 한 자리로 불러 모았다. 그런가 하면 2017년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역대급 퍼포먼스를 선보이던 네이마르 주니오르를 카타르 자본을 등에 업은 파리 생제르망이 2억 2천만 유로를 들여 영입했다. 지금까지도 축구 역사상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2022년 말 사우디 프로페셔널리그의 알 나스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전격적으로 영입한다. 그에게 기본 연봉으로 7,5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여타 상업적 계약까지 하면 2억 달러에 다다른다. 한 팀이 아닌 한 사람에게 주는 액수이니 이전까지와 차원을.. 더보기
역대 최고의 흥행력... 불평등한 사회 구조의 전복 시도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는 2020년 4월 부터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1년 반 정도 후 2021년 9월 이 선보였고 오래지 않아 전체 순위 1위를 찍더니 11월 초까지 한 주를 빼곤 1위를 이어갔다. 이듬해까지도 흥행을 이어간 결과, 넷플릭스 역사상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시청수 1위와 시청 순위 1위(2023년 6월 이후 집계 변경)와 시청 가구 순위 1위(2021년 10월 이후 집계 변경)를 이룩했다.  그 영향력과 파급력은 역대 최고의 미드로 칭송받는 을 능가할 정도였고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6관왕을 차지하며 명실상부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이미 골든 글러브, 미국 배우조합상, 크리스틱 초이스 등에서 다양하게 수상하며 에미상 수상을 점쳤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더보기
25년 전 대만의 처절한 청춘이 지금 우리에게 건네는 말 [영화 리뷰]   대만의 거장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2015년 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차기작을 준비 중이었으나 치매 진단을 받고 코로나-19까지 확진되면서 포기하고 말았다. 그는 에드워드 양, 차이밍량, 그리고 이안과 더불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대만 감독 나아가 아시아 감독으로 이름이 드높다. 1980년대 '성장기 4부작', 1990년대 '현대사 3부작', 2000년대 '현대 3부작', 그리고 2010년대가 이다. 이중 '현대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 가 특별한 건 비단 서기와의 인연이 시작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역사를 다루는 묵직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들을 선보이다가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를 건넸기 때문이기도 하다.2001년에 내놓은 는 새천년의 흔들리고 불안하고 무력하고 권태로운 청춘의 면면을 .. 더보기
죽은 사람을 온전히 보내주는 그녀만의 방법 [영화 리뷰]   1995년 최초 개봉 이후 족히 10번 가까이 우리를 다시 찾아온 '일본 영화'의 전설, '재개봉'의 전설, '설원'의 전설 는 불과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나카야마 미호의 소식으로 다시 한번 화제를 뿌렸다.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한 그녀의 소식에 많은 이가 탄식을 금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며 를 다시 찾지 않을 수 없다.일본 오타루의 설원이 주요 배경이지만 무지 춥다기보다 오히려 마음 따뜻하게 하는 감성이 뚝뚝 묻어난다. 초중반까진 '뭘 말하려는 걸까?' '왜 이렇게 뚝뚝 끊기는 느낌일까?' 하는 생각으로 집중하기조차 힘들지만 중반부쯤에 뚝뚝 끊기는 이유가 해소된 이후부턴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감성 터치에 가슴이 촉촉하게 스며 들어갈 뿐이다.이토록 호불호가 갈리는 '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