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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책 다시읽기

스파이, 국가 전복 사태 때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베리아의 전갈> [지나간 책 다시읽기] 2, 3년마다 겨울 시즌이 시작될 때 쯤에 어김 없이 돌아오는 영화 '007 시리즈'. 이번 겨울 초입에도 로 돌아왔다. 2006년부터 10년 간 4편의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로 열연한 다니엘 크레이그가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찍지 않을 거란 루머가 도는 가운데, 지난 2012년 이 기록한 007 시리즈 역대 흥행 기록을 경신할 지 관심이 간다. 올해 유독 스파이 영화가 많이 선보인 것 같은데, 까지. 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좋은 평가와 함께 부족함 없는 흥행을 맛본 작품들이다. 요즘 나오는 스파이 영화들은 예전과 완연히 다르다. 예전에는 지령을 받은 일급 스파이가 비밀스럽게 임무를 완수한다는 게 기본 골자였다. 반면 요즘은 그런 일급 스파이가 기관에 의해 내쳐지거나 배신을.. 더보기
이윤기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책, 여러 모로 괜찮다 <조르바도 춤추게 하는 글쓰기> [지나간 책 다시읽기]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그리스인 조르바』 등의 번역서,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의 신화서, 그리고 동인문학상을 탄 『숨은 그림 찾기1』와 대산문학상을 탄 『두물머리』까지. 번역과 신화와 소설 어느 한 분야에서도 모난 게 없는 업적을 이룬 이 사람은 누구일까. 지난 2010년 타계한 고 이윤기이다. 그의 저서를 처음 접한 건 대학에 갓 입학해서이다. 다름 아닌 내 인생 최고의 소설 중 하나인 『장미의 이름』. 정말 오랫동안 힘들 게 읽었지만 영원히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그 이후 접한 게 그의 신화서인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내가 알던 그 이윤기 번역가의 저서가 맞는 지 의심이 갈 정도로, 기존과 완전히 다른 지식 세계를 보여주었다. 아쉽게도 그의 소설을 접한.. 더보기
영웅도 모범인도 군신도 아닌 인간 이순신 <난중일기> [지나간 책 다시 읽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우리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존재입니다. 한국의 반 만년 역사에서 이만큼 유명한 위인이 없죠. 그는 한국 역사에서 제일의 위기이자 치욕인 ‘임진왜란’(1592년~1597년)이라는 국란(國亂)을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구국(救國)의 영웅이죠. 더불어 그는 나라에 대한 충성과 부모님에 대한 지극한 효성에 지극하였고, 지아비로서의 의미를 다하며 유교 사상의 기본 강령을 완벽히 수행한 시대의 모범인(模範人)이었습니다. 또한 완벽에 가까운 전략·전술로 23전 23승 무패의 승리 신화를 이룩한 군신(軍神)의 칭호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이순신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인간을 초월한 신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우리는 이순신을 이렇게 알고 .. 더보기
여러 모습과 생각 거리를 보여주는 완벽한 히어로물 <왓치맨> [지나간 책 다시 읽기] 때는 냉전 시대. 장소는 미국. 세계를 소련과 양분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던 시절입니다. 과거 나치 그리고 공산주의와 싸우며 나라를 지켜내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던 히어로 중 한 명인 '코미디언'이 죽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했죠. 한때 히어로였던 그를 죽일 만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심히 의문입니다. 또 다른 히어로 '로어셰크'는 그의 죽음 뒤에 분명히 더 큰 무엇이 있다고 의심하고 여기저기 캐고 다닙니다. 동시에 다른 히어로들을 찾아가 위험신호를 보내요. 하지만 그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죠. 은 로어셰크의 추리와 활동이 한 방면을 차지합니다. 히어로의 추락, 그 상징과도 같은 인물인 로어셰크는 국가(경찰)의 추격을 받으며 숨어서 생활하고 있는데요. 그들이 아닌,.. 더보기
짊어지지도 짊어지지 않을 수도 없는 전쟁의 비극 <아베의 가족> [한국 대표 소설 읽기] "황량한 들판에 던져진 그 시든 나무들의 꿋꿋한 뿌리가 돼줄는지도 모를 우리의 형 아베의 행방을 찾는 일도 우선 그 무덤에서부터 시작할 생각이었다." 전상국의 소설 이 한국 분단 문학에서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60년이 넘도록 여전히 한반도에 깊이 아로새겨진 한국전쟁의 폭력성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분단의 비극을 능수능란하게 여과 없이 그리고 알아듣기 쉽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만으로도 충분한데 이 총체적 비극의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거기서 이 소설은 분단 문학을 넘어 한국 문학에서도 특별하게 되었다. 이 소설이 전하는 한국전쟁의 폭력성, 분단의 비극 그리고 비극 해결 모색을 들여다보자. 이를 들여다보는 건 한국전쟁을 이해하는 데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한국 사회와 한국인.. 더보기
우리네 직장살이가 꼭 이럴까 <오후, 가로지르다> [한국 대표 소설 읽기] "사람 키 높이의 간이 벽으로 막아서 칸막이 사무실을 만든 것을 큐비클이라고 하는데, 인텔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 첨단 기술 회사들은 큐비클에서 일한다." ('삼성과 인텔', RHK) 어느 책 덕분에 '큐비클'이라는 단어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회사는 일을 하러만 다닌다는 투철한 신념과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오직 나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과학적인 고찰이, 회사에 큐비클을 들여놓게 했나 보다. 옛날에는 이런 식이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열린 공간 안에서 다 같이 일을 하며, 상급자일수록 뒤에 배치되어 하급자를 감시할 수 있게 하였다. 상명하복 문화의 연장선상이라고 할까. 물론 큐비클 공간에서도 상급자는 뒤쪽에 배치되어 있을 것이다. 또는 그만의 다른 공간이 있겠지.. 더보기
메마르고 음습한 시대를 담백하게 헤쳐나갔던 김근태를 그리다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지나간 책 다시 읽기] 한국 근현대사는 참 재미있는 것 같다. 마치 삼국지처럼 대단한 인물들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낭만과 격이 다른 처절함으로 시대를 창조하고 해체하고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리라. 그 풍부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박진감를 선사해주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 이면에는 '나와는 동떨어진' 그러나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이야기의 모순이 자리잡고 있다. 마냥 편안하게 그리고 재밌게 접할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이겠다. 그 박진감을 마냥 재미로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얼마나 재밌겠는가? 그들끼리 치고박고 죽고죽이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이야기들. 그들만의 이야기들. 난 3자의 자세로 보고 즐기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 더보기
하층민이야말로 역사의 주체이다 <깃발> [한국 대표 소설 읽기] 5월이 되면 설렌다. 근로자의날부터 시작해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석가탄신일까지 유독 기념일이 많기도 하거니와, 1년 중 가장 결혼을 많이 한다는 달인 만큼 가장 완벽한 환경을 뽐내는 달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이 포근해지게 하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푸른 5월을 피로 물들인 사건이 있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건이다. 때는 1980년 5월, 장소는 광주다. 1979년 말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 당하며 18년 간의 긴 군부독재가 끝나고 1980년 이른바 '서울의 봄'이 찾아왔다. 물론 12.12 쿠데타로 신군부가 정권을 잡는 모양새였지만, 전국에서 휘몰아치는 민주화 시위를 저지할 순 없어 보였다. 민주화..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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