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책 다시읽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악의 근원에 맞서 희망을 외치는 휴먼 스토리 <몬스터> [지나간 책 다시 읽기] 우라사와 나오키의 뇌리에 박혀 한 장면, 어쩌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지 모르는 한 장면, 누구에게나 그런 한 장면이 있을 테다. 나에게도 여러 장면이 있는데, 그 중 한 장면이 만화책에 관한 것이다. 여전히 만화책은(만화가 아닌 만화책이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바, 그 장면이 종종 생각난다. 막 중학생이 되었을 때 쯤이었나, 그때는 아직 동네에 도서대여점이 성행 중이었다. 반경 500미터 안에만 족히 5개는 있었을 것이다. 여하튼 당시 내가 주로 보는 장르는 학원물, 스포츠물, 판타지물 등이었다. 그야말로 그 나이에 걸맞는 장르가 아닌가. 그런데 한두 살 정도나 많은 형이, 당시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전혀 보고 싶지도 않은 장르의 만화책을 빌려가는 .. 더보기 위대한 추리소설,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무엇이? <바스커빌가의 개> [지나간 책 다시읽기] 소싯적에 추리소설 한번 읽지 않은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추리소설 접한 사람치고 한번 푹 빠져 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아마 그 시작은 대부분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시리즈'일 텐데, 그 시리즈는 하나의 통과의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전래 동화에 버금가는 친화력으로 무장해 수많은 이들에게 압도적인 영향력을 자랑했다. 물론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나도 소싯적에 추리소설에 한번 푹 빠진 적이 있다. 그때는 의 '3대 추리소설'이니 '10대 추리소설' 따위를 열심히 찾아보곤 했었다. 그래서 오히려 셜록 홈스 시리즈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단 하나의 소설만 빼고. 그건 다름 아닌 셜록 홈스 시리즈 최고의 소설로 통하며, '10대 추리소설' 중 하나에 들곤 .. 더보기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힘있는 인간의 인격" <제노사이드> [지나간 책 다시읽기]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출간된 때가 2012년이니까 4년 반 동안 읽고 싶었던 책이 있다. 일본의 일급 엔터테인먼트 소설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 그 표지와 두께에 압도 당해, 무엇보다 '제노사이드'라는 단어에 압도 당해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그래서 먼저 얼마 전 그의 데뷔작이자 역시 읽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로 압도 당해 읽지 못했던 을 독파하고 이 작품으로 넘어 왔다. 명불허전. 다카노 가즈아키는 '추리 소설가'로서 명성이 자자한대, 는 장르를 완전히 초월해 버리는 나아가 단일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지식의 한계까지 초월해 버린다. 치밀한 조사로 뒷받침되는 무궁무진한 자료들과 그에 뒤지지 않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치지 않게 해주는 필력은 여전하다. 그의 팬이 되어버리기에 충분한.. 더보기 나쁜 인간은 범한 죄에 걸맞게 올바르게 심판받고 있는 것입니까? <13계단> [지나간 책 다시읽기] 최고의 데뷔작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제도 폐지' 국가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형 판결은 내려지고 있는 바, 유형철, 강호순, 조두순, 김길태 등 최악의 흉악 범죄가 벌어질 때마다 사형 제도 존폐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때문이다. 첨예한 대립 속에서 집행을 하지도 폐지를 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판결은 내리고 집행을 하지 않는 양상이 20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 그 와중에 가까운 나라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일본도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2012년 아베의 재집권 이후 17명의 사형수에게 사형 집행을 내렸다. 당연히 첨예한 논란과 대립이 있지만, 피해자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가해자의 인권보다 사회 정의 발현 목소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겠다. 개.. 더보기 사랑, 인간, 문학이라는 가깝지만 먼 개체들의 소용돌이 <은교> [지나간 책 다시 읽기] 박범신 소녀는 데크의 의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었다. 이적요 시인은 소녀에게 낯선 감정을 느낀다. 그건 저돌적이기 그지 없는 '욕망'. 그는 우주의 비밀을 본 것 같다고 말한다. 소녀의 이름은 '은교', 머지 않은 곳에 사는 17살 아이다. 그 아이는 이적요의 서재를 청소하게 되었다. 소설 (문학동네)의 모든 건 은교의 출현에서 비롯된다. 소설은 이적요 시인이 남긴 노트와 그의 제자 서지우 작가가 남긴 일기, 그리고 시인의 후견인이라 할 수 있는 Q변호사의 현재 시점이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은교의 시점은 끝내 비춰지지 않는다. 시작은 '시인이 마지막 남긴 노트'인데, 이곳에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사건 전체가 담겨 있다. 소설은 시작하며 그 모든 걸 .. 더보기 이 '만화'가 최고의 콘텐츠인 이유, 다시 보는 이유 <마스터 키튼> [지나간 책 다시 읽기] 만화책을 처음 보기 시작했던 중학교 2학년, 등이 주는 '노력이 모든 걸 압도한다' 식의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류의 비현실적인 소년 만화는 조금 뒤에 받아들였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콘텐츠를 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재미'와 '감동'이 된 게 말이다. 무엇보다 캐릭터에 나를 이입할 수 있는 걸 원하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지금은 나에게 있어 최고의 만화가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는, 오랫동안 나의 만화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심각하고 우울하며 재미와 감동과는 거리가 먼 듯한 그의 만화에 관심을 둘리 만무했다. 다 때가 있는 걸까. 어른이 되고서야 그의 만화를 접했고, 나의 모든 콘텐츠 리스트 중 최상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등 영화도 이런 영화가.. 더보기 인간 정약용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지나간 책 다시 읽기] 지금으로부터 4000여 전인 기원전 1700년 경의 수메르 점토판에는 자식에게 '제발 철 좀 들어라'라는 말이 적혀 있고, 2500여 년 전인 기원전 425년에는 소크라테스가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했다. 그밖에 상상도 되지 않는 옛날에 아비는 자식을 혼내고 스승은 제자를 나무랐다. 물론 거기엔 진심어린 사랑과 관심이 있었다. 인간 정약용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학자로 뽑히는 정약용. 그는 40세인 1801년 천주교 교난 때 천주교와 관련된 혐의로 유배를 당해 1818년까지 올라오지 못한다. 관료가 나랏일을 하지 못했기에 그 시기는 암흑기였을지 모르지만, 학문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18년 동안 연구와 저술, .. 더보기 도망치더라도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면... <무진기행> [한국 대표 소설 읽기] 주인공 윤회중은 서울의 복잡한 일을 피해 고향 '무진'을 찾는다. 배경 좋고 돈 많은 부인과 제약회사 사장인 장인, 그 회사에서 전무 승진을 위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귀찮고 복잡하고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을 피해서였다. 속물 근성이 판을 치는 속세를 떠나 잠시 머리를 식히러 왔다고 하면 맞을 것이다. 무진은 윤회중이 나이가 든 뒤로 몇 차례 찾았던 곳이다. 서울에서의 실패로부터 도망쳐야 할 때나 새출발이 필요할 때였다. 그렇지만 무진이라고 하면, 윤회중은 어둡던 청년 시절이 생각나곤 했다. 긴장이 풀리고 느슨해지지만 말이다. 여행으로 전근대와 근대의 대립을 느끼고 성장을 한다 누구나의 고향이 다 그럴까. 떠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 나의 고향은 무진과 비슷하다. 30년 가까이 지낸 ..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