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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

이 시대 공동체에 진정한 어른이 필요하다 <오토라는 남자> [신작 영화 리뷰] 아내 소냐와 사별한 지 6개월, 회사에서도 등 떠밀려 퇴임한 중년 남자 오토(OTTO)는 동네에서 꼬장꼬장하고 까칠하기로 유명하다. 그의 눈엔 동네 모든 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 번, 두 번, 세 번, 아니 매일같이 말해도 도무지 들어먹질 않으니 말이다. 그것도 똑같은 말을. 그건 그거고 그가 무심하게 실행에 옮기려 하는 일이 있다.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다.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그의 모든 것이었던 소냐가 세상을 등진 게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 때마다 그를 방해하는 이가 있다. 얼마 전 맞은편에 이사를 왔다는 마리솔과 지미 가족, 특히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한 멕시코 태생 마리솔이 결정적인 방해꾼이다. 쉴 새 없이 .. 더보기
세상을 조망하는 마틴 맥도나의 시선이 경이롭다 <이니셰린의 밴시> [신작 영화 리뷰] 1923년 4월 1일, 아일랜드 외딴섬 이니셰린에 소소한 사건 아닌 사건이 일어난다. 섬마을 사람 모두가 잘 아는 절친 사이 파우릭과 콜름이 멀어진 것이다. 아니 콜름이 일방적으로 파우릭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파우릭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을 두고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섬에 유일하다시피 한 유흥거리인 펍에서 맥주 한잔을 하며 수다를 나눴더랬다. 콜름을 몇 번이고 찾아가니 그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파우릭이 그냥 싫어졌다며,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니 이름을 남길 뭔가라고 하려면 쓸데없이 수다 떠는 일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콜름에겐 파우릭과 수다 떠는 게 인생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었고, 이젠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을 붙잡고 있지 않으려 한다. 본토에서 음대.. 더보기
반지의 제왕 세계에 불시착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던전 앤 드래곤> [신작 영화 리뷰] 에드긴은 한때 '하퍼스'라는 조직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자기 한몸 사라지 않고 싸웠다. 보수도 받지 않았기에 더없이 영예로웠다. 하지만 아내와 딸을 건사하기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레드 위저드에게 아내가 죽임을 당하고 하퍼스의 명예를 저버린다. 홀로 딸을 키우는 도중에 홀가를 만났고 합심해 도적단을 꾸린다.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부활의 서판을 훔치려다가 다른 멤버들은 탈출하지만 에드긴과 홀가는 붙잡히고 만다. 2년간의 옥살이 끝에 탈옥에 성공하는 에드긴과 홀가, 붙잡히기 직전 딸을 부탁한 포지를 찾아간다. 그런데 그 사이에 포지는 도적단의 동료였던 위저드 소피나를 자문에 두고 네버윈터 영주 자리에 있는 게 아닌가? 에드긴의 딸에겐 부활의 서판을 재물의 서판이라고 세뇌해선 아빠를.. 더보기
'양심적인 죄수의 선행'을 둘러싼 욕망의 덩어리들 <어떤 영웅> [신작 영화 리뷰] 아쉬가르 파라디, 이란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자파르 파나히와 함께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지고 또 인정받고 있다. 2002년에 장편 연출 데뷔 후 2010년대 왕성하게 활동하며 등 걸작들을 쏟아냈다. 심리와 갈등 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21년에 내놓은 으로 2020년대에도 건재하게 활동을 이어갈 거라고 공표했다. 전작 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내듯 제74회 칸 영화제에서 과 공동으로 2등 상에 해당하는 그랑프리(심사위원대상)를 수상했다. 세간에 이후 최고작이라는 평가가 자자했다. 2, 3년마다 빠짐 없이 작품을 내놓았으니 조만간 차기작이 나올 게 확실시된다. 은 돈을 갚지 못해 교도소에 갇혔다가 우연과 작은 거짓말로 영웅이 된 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 더보기
홀로 기차 여행 중 소울메이트를 만나면? <6번 칸> [신작 영화 리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인 핀란드인 라우라, 그녀는 러시아 현지인 여교수 이리나와 사귀고 있다. 몸을 섞는 사이이기도 하니 꽤 깊은 관계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고대 암각화를 보기 위해 무르만스크까지 머나먼 여정을 떠나는 건 라우라 혼자다. 원래 이리나와 함께 가기로 했는데 이리나에게 일이 생겨 같이 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흔들리는 관계의 라우라와 이리나다. 라우라는 무르만스크행 기차 6번 칸을 배정받았다. 2명이서 한 칸을 같이 써야 하니, 원래 이리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웬 민머리의 남자가 있다. 그런데 그가 다짜고짜 무례하게 말을 시키고 함부로 행동하는 게 아닌가. 참다 참다 못 참게 된 라우라는 대놓고 칸을 바꾸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다. 괜히 남자에게 밑 보인 것 같다... 더보기
연대로 인한 적대로 맞받아친 학폭의 복수 <더 글로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드라마의 제왕'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는 필로를 쌓아온 '김은숙' 작가, 2003년 데뷔 후 20년 동안 정녕 수많은 화제작을 써 내려왔다. 개인적으로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챙겨 보지 않았는데, 을 필두로 등이 작품 내외적으로 그야말로 전국민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대와 2010년대 드라마계를 넘어 문화계를 화려하게 수놓은 것이다. 2020년대에도 계속되는 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로 해냈다. 단순 화제작 급을 넘어 신드롬을 일으킬 만한 반향을 이끌어 냈다. 로 완벽하게 합을 맞췄던 송혜교와 다시 한번 완벽하게 호흡을 맞췄다. 총 16부작을 일도양단해 전반 8부를 part 1이라는 이름으로 2022년 12월 30일에 공개했고 후반 8부를 part 2라는 이름으로.. 더보기
특수와 보편이 만나 거장이 된 신카이 마코토 <스즈메의 문단속> [신작 영화 리뷰] 이번에도 여지 없이 3년만에 신작 애니메이션을 들고 찾아온 ‘신카이 마코토’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2000~2010년대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을 호소다 마모루와 양분하다시피 하다가 최근 들어 비평과 흥행 면에서 모두 앞서가는 분위기다. 특히 화제성에선 비할 바가 신카이 마코토가 월등히 앞서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이야기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입히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리라. 작년 2022년 11월에 일본 현지에서 개봉해 와 함계 일명 쌍끌이 흥행으로 화제를 뿌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이 4개월 만에 한국에 상륙했다. 후술하겠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비롯해 일본의 각종 재난이 영화의 주요 소재로 나오는 바,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국 개봉일이 2023년 3월 8일로 불과 3일 .. 더보기
구원은 스스로 쟁취하는가 타인이 부여하는가 <더 웨일> [신작 영화 리뷰] 대런 애러노프스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너무나도 어둡고 염세주의적이며 자극적이어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앞으로도 그런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는 고통에 신음하는 주인공에게 집착하듯 집중하곤 하는데, 덕분에 주연을 맡은 배우들이 하나같이 한계를 뛰어넘는 연기를 펼쳐 보였다.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최신작 도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스타일이 살아 있다. 어둡고 염세주의적이고 자극적이며 주인공에 집착하듯 집중한다. 덕분에 주인공을 맡은 배우의 인생 연기를 볼 수 있다. 이번엔 '브랜든 프레이저'다. 15년 전 로 미키 루크가 암흑기를 뒤로 하고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듯 브랜든 프레이저도 그럴 거라 예상된다. 그도 그럴 것이 죽어가는 272kg의 거구 연..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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