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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헝거게임의 뒤를 잇는 틴에이저 파워 콘텐츠 <메이즈 러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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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메이즈 러너 시리즈>





십 대야말로 세상의 중심이다. 십 대야말로 희망이며 세상을 바꾼다. 영화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미성숙한 존재로 치부 되기 일쑤인 십 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조금은 어설프지만 다이내믹한 파워를 분출해 시선을 잡아 끈다. 중량감에서는 조금 달려 보이지만,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헝거게임> 등의 뒤를 잇는 틴에이저 파워 콘텐츠라 할 만하다. 은근히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꿀 것인가,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영화는 토마스라는 십 대 소년이 영문도 모른 채 '글레이드'란 곳으로 가게 되면서 시작한다. 그곳엔 토마스와 비슷한 또래의 십 대 소년들이 수십 명 있다. 그들은 이름 외에 아무런 기억이 없이 살아간다. 글레이드 사방엔 어마어마한 높이의 장벽을 자랑하는 미로가 존재하고 그 미로는 매일 변한다. 일명 '러너'들이 매일 아침 문이 열리는 미로 속으로 탐험을 떠나는데, 그곳엔 글리버라는 괴물이 득시글거려 탐험이 결코 쉽지 않다. 자칫 문이 닫히기 전에 돌아오지 못하면 그는 죽음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토마스는 미로에 남다른 호기심을 보인다. 그러며 어느 누구보다 그곳에서 나가고 싶은 열망을 품는다. 다른 소년들이 적응하며 살아가는 걸 먼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 때문에 그는 죽을 뻔하기도 하고, 수장급 러너인 갤리 등에 의해 매도 당하기도 한다. 그의 너무 큰 호기심이 글레이드의 삶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갤리 등은 글레이드의 삶에 이미 적응이 되었고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변화를 매우 두려워하는 편이다. 오랫동안 구축해온 것이 소용없어지는 게 싫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과정이 싫고 그 이후에 적응하는 것 역시 싫기 때문이다. 두렵기도 하지만 귀찮고 짜증 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분명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온다. 그건 아마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 또한 있기 때문일 텐데, 그들이야말로 세상을 바꾸고 바뀐 세상에서 구 세상은 악으로 폄하 되기 일쑤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그만큼 너무 어려운 일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갤리 등은 지난 3년 동안 글레이드를 지켜온 건 오직 '룰'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틀리지 않은 말이다. 자신을, 가족을, 집을, 모두를 지키는 방법을 알아내고자 희생을 치르고, 그렇게 얻어낸 필생(必生)의 규칙은 결단코 그들의 목숨을 지켜줄 것이다. 토마스는 그것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기어코 미로를 나가고자 한다. 이 둘의 대립, 선택은 정녕 쉽지 않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당연한가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들이 왜 그곳에 있는지 밝혀진다. 태양이 세상을 파괴했다. 모든 게 불타 사라지고 인류는 지하로 내려간다. 더 끔찍한 게 그들을 괴롭혔으니, 플레어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을 일종의 좀비로 만든다. 이에 '위키드'라는 단체가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테스트를 실시한다. 플레어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세대가 태어났는데, 그들의 면역성을 시험에 들게 하고 통과된 이들을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한다. 글레이드에 보내진 이들이 바로 플레어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세대의 대표들인 것이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것이 위키드의 신조이다. 그렇게 그들은 끊임없이 면역이 있는 세대들을 테스트하고 통과한 이들로 치료제를 개발한다. 개발에 이용되는 아이들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영원히 있을 것이다. 위키드의 수장이 말하는 것처럼 그들의 희생은 결코 허무맹랑한 것이 아닌 '대의적'이라면, 그 대의에 그들은 들어 있지 않다는 말인가 싶다. 


다수의 의견 때문에 소수의 의견이 깨끗이 무시 당하는 것도 문제 삼아야 할 진데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 당해야 한다니, 어패가 있고 말도 안 되는 신조이다. 그럼에도 이에 관해 완벽한 딜레마에 빠졌을 때는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왓치맨>에서 오지맨디아스가 행한 그야말로 완벽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제3차 세계 대전이 불 보듯 뻔 한 상황에서 미국의 거대 도시를 송두리째 날려버림으로써 전쟁이 멈추고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리게 함으로써 전 세계 태반의 인구를 구한 그 행동을 말이다. 이 딜레마를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1편보다 못했던 2편, 3편에 기대를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2편보다 1편에서 훨씬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또한 훨씬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파리대왕>을 생각나게 하는, 성숙하지 않은 십 대들 만의 갇힌 세계가 주는 스릴감이 풍부하다. 나가고자 하는 자와 안주하고자 하는 자의 치열한 정치 싸움이 주는 희열 또한 수준급이다. 다만 액션 영화 치고는 액션이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특히 미로 속에서의 액션은, '미로' 만이 줄 수 있는 감정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 듯하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보여준 미로 액션이 그리웠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미드 <워킹데드 시리즈>를 생각하게 한다. 다른 콘텐츠에서는 느낄 수 없는 <워킹데드>만의 질감과 분위기가 있는데, <메이즈 러너>가 상당 부분 닮아 있었다. 고립, 깨달음, 죽음, 진격, 실망, 탈출, 도망, 배신, 전쟁 등. 일련의 과정부터 전체적인 색감까지 꼭 빼닮았다. 개인적으로 다른 틴에이저 콘텐츠보다 더 애착이 가고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되는 이유인 것 같다. 


이제까지의 모든 틴에이저 콘텐츠처럼 이 시리즈도 마지막 3탄에 가서는 대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괜찮은 1탄과 별로인 2탄을 지나야 한다. 그리고는 3탄에서 모든 게 끝날 텐데 바로 그 점 때문에 걱정이 된다. 1, 2탄을 봤을 때 이 영화는 액션에서 상당한 단점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것들을 많이 취했으니, 3탄에서는 그동안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액션을 제대로 보여주길 바란다. 부디 그것이 제작자와 감독의 의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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