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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

왕가위와 박찬욱을 연상시키는 감각적 중국 영화의 현재 <열대왕사> [신작 영화 리뷰] 1997년 중국, 열대야가 극심한 어느 여름 밤에 에어컨 수리기사 왕쉐밍은 여자친구를 만나러 차를 몰고 가던 도중 누군가를 친다. 이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망가 버린다. 그러곤 다시 와서 시신을 유기하는데, 잠도 못 잘 정도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경찰서에 가서 자수하기로 한다. 하지만 겁에 질려 자수하지 못하고 돌아선다. 대신 왕쉐밍은 그가 차로 치어 죽인 이의 아내 후이팡에게 사실을 이실직고하는 걸 선택한다. 우연히 후이팡이 남편의 실종 전단지를 붙이는 걸 봤었고 그녀의 집이 어디인지 알아 놨던 것이다. 하지만 왕쉐밍은 그마저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후이팡의 주위를 서성일 뿐이다. 에어컨 실외기 냉매를 빼서 찬바람이 안 나오게 하고, 남편 빛으로 협박하러 온 남자들과 싸우기.. 더보기
무엇이 그녀를 화나게 만들었는가 <불도저에 탄 소녀> [신작 영화 리뷰] 19살의 작은 소녀 혜영은 왼쪽 팔을 가득 채운 용 문신을 팔토시로 가린 채 신경질난 얼굴로 욕설을 퍼붓고 다닌다. '다수의 폭력에서 약자를 보호하고자' 폭력을 행해 나름 억울하게 법정에 서기도 했지만 '정도는 미약하나 폭행을 계속'하니 그녀의 성향을 알 만하다. 혜영에겐 중국집을 운영하는 아빠 본진과 어린 남동생 혜적이 있는데, 본진과는 도무지 부녀지간으론 보이지 않는 관계이고 혜적과는 여타 남매지간보다 훨씬 애틋함이 묻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본진이 중국집에서 요리 도중 화상을 입더니 보험 3개를 한 번에 갱신하고 다음 날 사고를 쳐 병원에 실려간다. 남의 차를 훔쳐 타 인적 드문 곳에서 누군가를 들이박았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 경찰에게서 본진이 폭력을 휘둘렀다는 말도 들었다. .. 더보기
진실과 거짓이 뒤엉킨 메마른 그곳에서 <드라이> [신작 영화 리뷰] 호주 멜버른의 고층 아파트, 연방수사관 에런은 뜻밖의 연락을 받고 20여 년 전 떠났던 고향 마을 '키와라'로 향한다. 어린 시절 친구 루크의 장례식이 열린다고 했는데, 그가 아내와 첫째 아이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남겨진 루크의 부모는 마을 사람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으면서 루크의 갓난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에런에게 사건을 좀 들여다봐 줄 것을 말한다. 사건 개입을 꺼려 하는 에런에게 루크의 아빠는 20여 년 전 사건을 들먹인다. 루크도 거짓말을 했고 에런도 거짓말을 했다면서. 안 그래도 고향에 돌아온 에런에게 향하는 마을 사람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그가 연관되었던 20년 전 사건 때문이었는데, 에런과 루크 그리고 그레첸과 엘리는 단짝 친구로 함께 어울려 놀곤 .. 더보기
영화로 일상의 심리를 안전하게 투사하는 방법 <영화관에 간 심리학> [신작 도서 리뷰] 2시간 남짓에 불과한 영화 한 편을 보고 인생을 논한다는 건 자못 어불성설해 보인다. 100세 시대인 만큼 100년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867000시간이니, 2시간이면 인생에서 433500분의 1에 불과한 것이리라. 단순 수치상으로만 봐도 어이 없을 정도로 하찮지 않은가. 그럼에도 '영화'가 건축·조각·회화·음악·문학·연극·사진·만화와 더불어 인류의 9대 예술 중 하나로 자리잡은 데 이유가 있을 테다. 그렇다, 영화에는 산술적으로만 단순화시킬 수 없는 무엇이 있다. 2시간이 아니라, 20분짜리 단편에도 말이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 찾는 지난한 작업이 영화 보기 또는 영화 읽기일 것이다. 영화 만든이나 영화 평론가가 하는 일이 그런 일들일 텐데,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는 이.. 더보기
이 결혼, 이 사랑은 시작부터 잘못된 걸까?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신작 영화 리뷰] 영국 남부의 작은 해안도시 시포드, 시 선집을 엮는 그레이스와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에드워드는 29주년 결혼기념일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레이스는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반면 에드워드는 소극적이고 조용한 듯하다. 그때쯤 오랜만에 찾아온 아들 제이미, 부모님 댁이 그리 반갑지는 않은 눈치다. 그런데 하필 그때 사달이 난다. 다그치는 그레이스와 반응이 없는 에드워드 그리고 반응이 없는 에드워드가 답답한 그레이스와 계속 몰아부치는 그레이스를 피하고 싶은 에드워드 말다툼을 벌인 것이다. 그레이스는 에드워드를 자극하고자 에드워드에게 손찌검을 하고 아침 밥상을 엎어 버린다. 에드워드는 자리를 피한다. 제이미는 아빠를 몰아 세우고 손찌검까지 하는 엄마를 이해하기 힘들다. 그레이스가 성당에 간 사이.. 더보기
가난한 이들에겐 죽음조차도 사치일 수 있겠구나... <축복의 집> [신작 영화 리뷰] 젊은 여성 해수는 공장에서 온몸이 땀에 쩌들 만큼 일하곤 빠르게 어디론가 향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며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는다. 어느새 그녀는 식당에서 불판을 닦고는 잔반을 정리한다. 일을 끈내곤 늦은 밤 다시 빠르게 어디론가 향한다. 이번엔 집앞이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선뜻 들어가지 못한다. 집 근처 계단에서 다시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어 보지만 받지 않는다. 집으로 들어선 해수는 녹물이 충분히 나오게끔 한 후 샤워를 한다. 다음 날 아침 현금을 두둑히 챙겨 집을 나선다. 그녀가 사는 동네는 지구 전체가 재개발이 한창인 듯하다. 일을 하러 가지 않고 의사를 찾아가 25만 원을 주고 시체검안서를 뗀 해수, 어느 중년 남성의 차에 올라 타 집으로 향한다. 집에는 해수 어.. 더보기
"진정으로 소중한 건 쉽게 얻을 수 없어" <피그> [신작 영화 리뷰] 슬럼프는 누구에게 언제든지 어떤 모습으로든 찾아오기 마련이다. 소위 '잘나간' 사람일수록 슬럼프의 파동이 크게 느껴질 것이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상업 영화배우의 경우, 잘 나가는 것도 한순간이지만 슬럼프에 빠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세상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어느새 아무도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는 것이다. 여기, 아주 적절한 배우가 한 명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 할리우드 최고의 로얄패밀리라고 할 만한 '코폴라' 가문 출신으로 1980년대 영화계에 얼굴을 내민 뒤 오래지 않아 스타덤에 오른다. 1990년대 중반 로 골든글로브와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연기파 배우로도 우뚝 선다. 이후 액션, 드라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족족 흥행에 성공하며 광폭 행.. 더보기
전설의 테니스 자매를 키운 아버지의 78페이지 도박 <킹 리차드> [신작 영화 리뷰]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지난 한 해 전 세계 영화계의 주인공 중 하나로 설 만한 자질을 보여 준 영화 , 단독 주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리차드 역의 윌 스미스가 기어코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날아 올랐다. 윌 스미스로서는 2002년 와 2007년 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생애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위업을 이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로 오랜 숙원을 푼 이후 이전과는 또 다른 행보를 보여 준 것처럼 윌 스미스 또한 차기 행보가 기대되는 한편, 의 또 다른 포인트가 눈길을 끈다. 테니스 팬이라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은 실화, 바로 테니스 역사와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 윌리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