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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개봉 시기가 아쉬운, 추석용 영화 <미쓰 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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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미쓰 와이프>



영화 <미쓰 와이프> 포스터 ⓒ메가박스 플러스엠



본래 50만 명을 넘기 힘들었을 터인데, 입소문만으로 기어코 100만 명을 가까이 관객을 동원하며 같이 개봉했던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협녀, 칼의 기억>을 2배 이상 차이로 보내버린 영화가 있습니다. 개봉 주차에는 흥행 실패, 2 주차에는 반등의 조짐, 3 주차에는 역주행의 모습을 보이며 저력을 발휘했죠. 엄정화, 송승헌 주연의 <미쓰 와이프>예요. '판타지+코미디+감동'의 적절한 조화를 보여주었어요. 


그럼에도 관객수에서 아쉬움이 남는데요.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130만 명이라고 해요. 손익분기점도 그렇지만, 이 영화가 받은 호평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지 많다는 것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1년 중 최성수기인 8월에 개봉했기 때문이겠죠. 배경이 거의 겨울이고 또 온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을 영화라서, 추석 지난 비수기에 개봉했으면 훨씬 많은 관객분들께 가 닿을 수 있었을 텐데요. 아쉽네요. 


그럼에도 손익분기점에 거의 다다른 걸 보니 영화도 보기 전에 입소문, 개봉 시기, 마케팅 등의 영화 외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네요. 영화 산업 공학이라고 할까요. 잘 만들고 잘 파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현대 사회의 산업 세계에서는 이 두 가지가 여전히 제일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한편 350만 명이 손익분기점인 <협녀, 칼의 기억>이 1/10 수준인 43만 명만 동원했다는 사실이 무섭게 다가옵니다. 


믿고 보는 엄정화, 최대의 수확 송승헌


각설하고, <미쓰 와이프>는 사실상 엄정화 여주 원 톱에 송승헌, 김상호, 라미란, 서신애 등이 받치는 체제입니다. 언젠가부터 여주 원 톱으로서 훌륭히 제 몫을 하게 된 엄정화는 이 영화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요. 특히 이번에는 카리스마 넘치고 실력 좋지만 권력에 빌붙어 나쁜 짓을 서슴지 않는 변호사 역과 가난하고 억척스럽지만 따뜻하고 배려심 많고 똑똑한 아줌마 역을 해냅니다. 


여기에 생각지도 못한 송승헌의 모습은 이 영화 최대의 수확입니다. 항상 딱딱하기 그지 없는 정극스러운 연기만 보여줬던 그였는데, 이번엔 그런 모습을 훌훌 털어버립니다. 아픔 아닌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유머러스하고 스마트하고 자상하고 사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빠로 열연했죠. 김상호와 라미란은 과연 명불허전의 '씬 스틸러'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해냈습니다. 없으면 안 될 존재들입니다. 



영화 <미쓰 와이프>의 한 장면. ⓒ메가박스 플러스엠



영화의 내용은 식상하다면 식상하다고 할 수 있고 엉성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잘 나가는 최고의 변호사 이연우(엄정화 분)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게 되는데, 천계에서 실수를 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천계는 원래 살아 있어야 할 그녀에게 제안합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한 달 간 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 다른 사람은 한 달 뒤에 죽을 운명인 애 둘 딸린 가난한 집의 아내이자 엄마였죠.


당연히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한 달은 버텨내야죠. 똑똑하고 씀씀이 큰 본래의 영혼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분수에 맞지 않는 예전과 다른 모습을 계속 보입니다. 그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남편, 큰 아이, 작은 아이, 동네 아줌마 친구들, 악질 부녀회장, 남편 회사 상사 등과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벌어지죠.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변합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고 혼자를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그녀였지만, 많은 사람들 특히 자신을 사랑해주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하다 보니 사랑을 깨달은 거죠. 


여지 없이 한 달의 시간이 다 가고 말았습니다. 남편과 두 아이를 두고 속절 없이 떠나야 하는 그녀, 그것도 외로운 원래의 변호사 삶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그녀의 선택이 받아들여 질까요. 전반의 코미디와 후반의 감동. 그녀가 선택을 하는 부분이,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부분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동시에 감동이 최고조로 올라가는 부분입니다. 


다소 엉성하지만 괜찮다


영화는 그야말로 웃다가 울게 만듭니다. 그러다가 다시 웃다가 울게 만들죠. 마지막에는 미소 짓게 만듭니다. 아, 처음에는 찡그리게 만들더군요.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의 변화를 상당히 잘 표현해낸 것 같습니다. 타이밍 적절하게 포인트를 넣었어요.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그냥 영화가 이끄는 데로 따라갔을 뿐입니다. 



영화 <미쓰 와이프>의 한 장면. ⓒ메가박스 플러스엠



다만, 영화가 크게 바뀌는 부분의 디테일에서 엉성한 부분이 많았어요. 오히려 감정선의 디테일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즉, 스토리에서는 불합격점을 연기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겠네요. 단번에 2000년에 나온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패밀리 맨>를 생각나게 할 만큼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설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설정을 실행에 옮길 때는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억지스럽지 않게 말이에요. 또한 그녀가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 싫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도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계속 이어지는데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이 에피소드들을 총체적으로 묶어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했으면 더욱 극적으로 짜임새 있게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인데 말이에요. 그랬으면 엉성한 느낌이 훨씬 덜 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재밌네'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걸 보니, 최소한 나쁘지 않은 영화인 건 분명해요. 개봉한 지가 조금 지나 아쉽지만, 이번 추석 때 온 가족이 모여 보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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