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남자의 종말>
<남자의 종말> ⓒ민음인
'종말'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흥미롭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이 단어가 상당히 많이 쓰였다. 대표적으로 노스트라다무스의 1999년 종말론이 있을 테고, 최신에는 2012년 12월 21일 종말론이 있었다. 마야달력에 이 날 이후가 없다는 논거이다. 비록 흔한 가십거리로 넘어간 느낌이 들지만, 그럼에도 그 단어에서 오는 파급력에 인간의 본성이 질 때가 많다.
이런 힘을 이용해 유명해 지고 싶은 것이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다음 세대로 넘어가고자 하는 것이든, 그동안 '종말'이라는 단어를 쓴 거대 담론이 출현했던 것은 사실이다.
종말 시리즈의 대표격인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로, 호소력있는 현실 비판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내논 바 있다.
<빈곤의 종말>로 유명한 제프리 삭스는 경제 현실 비판으로, 진정한 인간적 가치 추구를 위한 경제적 실천을 강조해 왔다.
이밖에도 <역사의 종말>, <질병의 종말> 등의 책이 나와 있는데, 상당히 위험하고 폭발적인 주장이기 때문에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다. 지금 소개하는 책인 <남자의 종말>(민음인)도 미국 출간 후 여론의 반응이 찬성과 반대로 극명하게 갈렸다고 한다.
남성 우위 시대의 종언 선언
2009년은 미국에서 특별한 해라 아니할 수 없다. 최초로 미국 노동 인구 중 여성 비율이 남성을 넘어선 것이다. 약 20만년 동안 남성 위주였던 역사가 저물고 그 자리를 여성이 차지하게 된 것.
이듬해인 2010년 <애틀랜틱>에 '남자의 종말'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칼럼이 실린다. 이 칼럼은 미국의 대학 입학률, 이혼율 등을 예로 들며 남성 우위 시대의 종언을 냉정히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칼럼을 쓴 '해나 로진'은 관련된 칼럼, 주장, 취재 등을 종합해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들, 거시적인 이론과 주장 같은 추상적이고 상투적인 콘텐츠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통한 분석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하고 있다. 또한 억측이나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은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지난 40년간 어떤 부분에서, 노동시장은 신체적 크기나 힘에 대체적으로 무관심해졌고, 그 이후 남자 노동자들은 더 이상 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와 정보 경제에서 가치 있는 것은 사회적 지능과 열린 소통, 차분히 앉아서 필요한 자격증을 얻을 때까지 충분히 오래 집중하는 응력이다. 이 모든 영역에서 여자들은 남자들과 적어도 동등하며, 많은 부분에서 남자들을 능가한다. 기술은 남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 시작했고, 육체노동은 한물갔다고 여겨지며 경제학자들이 '대인관계 기술'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가치 있는 능력이 되었다."-본문 중에서
남성이 월등히 유리했던, 힘의 '전쟁'과 '노동'의 시대는 퇴조하고 있다. 반면 '정보'와 서비스' 경제 시대에서 중요한 의사 소통력, 사회적 지능, 차분히 집중하는 능력은 동등하거나 많은 여성이 낫다고 말한다. 미래의 직업은 여자의 몫이 될 것이며, 남자들은 적응이라는 과제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기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다. 현재의 상태가, 정상의 자리는 영원하고도 굳건히 남성의 차지로 남을 것임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혹은 곧 사라질 시대의 마지막 숨결을 드러내는 진실된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가 이 문제를 표현하는 방식조차도 최정상 권력을 움켜쥔 남성의 지배가 느슨해지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본문 중에서
여성 우위 시대로의 전망
분명한 건 있다. 적어도 비율로 따졌을 때, (평균적으로) 현재까지는 남성의 임금이 여성보다 높고 최고경영자, 국가원수, 국회위원 등 각계각층의 고위급 성비율에서도 남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앞서 언급했던 요직의 여성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욱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남성 위주'는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교육에서는 이미 여성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27개국에서 여성 대졸률이 남성보다 높다고 한다. 소위 여성의 눈이 높아져 멀지 않아 '시소 결혼', 즉 지금의 통념 상에 있는 결혼 모델이 반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성이 전유물이다시피 던 주요 직업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상당히 가부장적인 한국이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란다. 추락을 거듭하는 남자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최근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저서 <남자의 물건>에서 저자는 한국 남성에게 습관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그들의 가부장적인 형태는 사라져 가는 유물이다."-본문 중에서
남자와 여자, 그 본연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책이다. 언제나 나오는 비판인 몇몇 사례로 성급한 일반화를 한다는 비판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종말'이라는 과감한 제목을 들어나온만큼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힐 거대담론 조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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