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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정신> 우리는 무슨 책을, 어떻게, 왜 읽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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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책의 정신>


<책의 정신> ⓒ알마

인터넷이 점점 우리네 삶을 잠식해 들어갈수록 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중요성을 설파하기 위해 각종 독서운동, 도서관운동 등 책에 관련된 활동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가시적 성과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독서 활동 인구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고, IT 활동 인구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현재의 추세로 보건데, 이 둘 사이의 격차가 점점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독서보다 인터넷(인터넷과 관련된)이 더 재미있고 손쉽다. 평균 300쪽이 넘는 책을 읽기 위해선 하루에 40~50쪽을 읽는다손 처도 약 일주일이 걸리고 또 엄청나게 집중할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며 읽는 내내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처절한 생존 게임에 처한 현실에서 책이나 보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고 말이다. 


반면 인터넷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 안에는 무궁무진한 정보와 지식들이 들어 있다. 검색만 하면 책에서 보다 훨씬 많은 '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질'의 차이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너무 많은 양에 압도되어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전자책인데, 여기서는 전자책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다. 개인적으로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상관없다고 본다. 먼저 온전히 '책'에 대해 논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우리는 무슨 책을, 어떻게, 왜 읽어야 할까?


우리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까? 왜 책을 읽어야 할까? 강창래의 <책의 정신>(알마)은 그 답을 명쾌하게 말하고 있다. 저자의 말을 빌려 간단히 말해보자면, '내가 읽고 싶은 책'이라면 무슨 책을 읽든 상관 없다. 주어진 책이 아닌 스스로가 선택한 책이라면 말이다. 어릴 때부터 많이 봐왔던 독서권장목록들이 생각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1~3학년생(저학년)용 독서목록, 4~6학년생(고학년)용 독서목록, 중고등학생용 독서목록, 대학생용 독서목록까지. 심지어 직장인도 년차마다 독서목록이 다르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정해놓은 것일 테지만, 여기서 자신이 진정 읽고 싶은 책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억지로 읽게 되는 책은 아무리 좋아도 좋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나? 저자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하나는 비판적으로 읽기, 다른 하나는 앞의 것과 이어지는 방법으로 비교하며 읽기. 저자는 이 세상 모든 책은 다 하나의 편견이므로,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 어떤 생각을 접했을 때는 그 반대되는 생각도 반드시 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편견은 수많은 편견으로 해소가 되고, 비로소 오롯이 자신의 것이 된다. 그리고 이들의 생각을 끊임없는 건설적 비판으로 바라봄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토론하는 건 꼭 필요한 행위로, 책 읽기의 노하우 중 필수이다. 


자, 책은 왜 읽어야 할까? 사실 이 질문이야말로 이 책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바일 것이다. 저자는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작금 100세 시대에서는 책이 아닌 곳에서 올바른 답을 얻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진리이다. 


책 읽기의 즐거움과 충격적 진실


이 책은 저자의 이런 생각들이 올곧이 투영되어 있다. 그가 제일 먼저 생각하고 내세우고 있는 건 '책 읽기의 즐거움'이다. 그건 책의 도발적인 소재와 주제에 깊은 관련이 있다. 그는 책에 관련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명제를 가져와 우리 앞에 던져 놓는다. 그리고 온갖 자료에 근거한 사례와 사실로 파헤친다. 예를 들자면, 프랑스대혁명은 포르노소설 때문에 일어난 것이고, 과학혁명은 아무도 읽지 않는 책에서 시작되었으며, 소크라테스와 공자에 관련된 사실들 중 아주 중요한 부분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책 <책의 정신>을 읽는 즐거움을 얻는 동시에, 책에 대한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던 일반적인 사실에 대한 충격적 진실을 얻게 된다. 그 충격적 진실을 파헤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희열과 즐거움을 느낀다. 통쾌하기까지 하다. 이는 책을 읽는 방법을 넘어서, 올바르게 사고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그건 책의 4장에서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본성과 양육'이라는, 과학(뿐만 아니라 육아학, 심리학, 사회학 등에서도)의 양대 축에 대해서 책의 1/3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저자의 책읽기 방법론과도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위에서 말했던 비판적 책읽기와 비교하며 책읽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면서도 오묘히 얽히고 섥혀 있는 본성과 양육의 두 축에 대한 수많은 생각들과 책들이 팽팽하게 마주보며 대립하고 있다. 저자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 둘 중 어느 하나의 편도 들지 않는다. 대신 무수히 많은 이론과 그에 관련된 생각과 책들을 소개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비판적 책읽기를 느끼게 하고 실천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사라진 책의 역사>(동아일보사)와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알마),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넥서스)를 주요 메타북으로, 책의 학살을 깊이 있게 다룬다. 책에 대한 무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권력자들의 책 학살 이야기,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책의 매력 또한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에 책 자체를 사랑하고 아꼈던 책 학살 권력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도서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읽기의 즐거움으로 가득차있다.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하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최소한 두 가지의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첫 번째는 이 책 <책의 정신>을 읽는 즐거움이 충만했다는 것. 상당 부분 처음 들어본 이야기들이고 또 어려운 단어나 인물들과 이론들과 책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지루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실 정반대라고 할까. 그건 아마도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강의식 문체 덕분일 것이다. 


두 번째는 통상적 책 읽는 방법을 제시해 책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 것에서 나아가 사고하는 방법을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몇몇 사실들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도록 도와주었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것으로 저자가 바랐던 바는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세상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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