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고찰명: 중국 도시 이야기>
<고찰명: 중국 도시 이야기> ⓒ문학동네
학창시절에 배우기를, 도시(都市)는 정치적인 의미와 경제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했다. 말인즉슨, 왕궁의 소재지인 도읍(都邑)과 저잣거리 시장(市場)의 역할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촌락이나 마을과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자본주의의 영향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는 인공적인 의미라고 하였다.
이와는 별개로 다른 나라를 방문하게 될 때의 신기하지만 당연한 경험이 있다. 당연한 듯 하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면 신기하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떤 나라를 방문하게 될 때나 심지어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을 때나, 사실은 나라가 아닌 어느 도시만을 방문하고 어느 도시에서만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여기에서 도시는 촌락과 마을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그 곳의 지명이다.)
우리는 한국에 살고 있지만 사실은 어느 도시에 살고 있는 것이며, 어느 나라를 방문했지만 사실은 어느 도시를 방문한 것이다. 이는 큰 나라일수록 더 하다. 미국을 방문한 사람은 누구나가 미국의 '00'이라며 지명을 대고, 이는 러시아나 호주도 마찬가지이다. 지방분권이 강한 나라인지 아닌지의 개념을 떠나서, 워낙 땅이 크기 때문에 곳곳이 전혀 다른 특색을 지니는 것이다. 땅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도 완연히 다른 특색을 보이는데 오죽하겠는가?
하나의 중국을 설명하기 위해 도시들을 보다
그런데 조금 다른 특색을 보이는 나라가 있다. 중국이다. <고찰명 중국 도시 이야기>(문학동네)의 저자는 중국 속 25개의 '작은 나라'를 소개하며, 하나의 중국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지역적 특색이 뚜렷한 중국이지만, 그럼으로써 오히려 그 전부를 잘 알아야 하나의 중국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현재의 중국이 최소한 정치적으로는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수천 년의 시간동안 같은 문명문화권에서 살아온 역사가 생생히 숨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비록 문제가 많은 단어이긴 하지만, '중화(中華)'로 설명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저자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도시들을 들어 설명하고 있을까?
중국에는 4개의 직할시와 22개의 성, 그리고 5개의 자치구가 있다. 물론 4개의 직할시(우리나라의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하고, 22개의 성과 5개의 자치구 안에는 무수히 많은 시(市)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이 책은 25개의 주요 도시를 돌아볼 고(顧), 살펴볼 찰(察), 밝힐 명(明)의 세 파트로 나누어 조명한다. 즉, 중국의 5000년을 돌아보는 도시와 100년을 살펴보는 도시, 그리고 20년 앞을 밝힐 도시를 조명하는 것이다.
또 다른 도시 이야기를 기다리며
5000년 돌아보기의 도시에는 시안, 난징, 뤄양, 베이징, 항저우, 지난, 하얼빈, 창춘을 들고 있다. 지리적으로 볼 때 주로 중국의 내륙과 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아마도 제일 자주 접해봤을 이름일 것이다. 100년 살펴보기의 도시에는 우한, 창사, 톈진, 광저우, 충칭, 선양, 구이린, 하이커우, 홍콩을 들고 있다. 지리적으로 볼 때 주로 중국의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중요 도시들이다. 20년 밝혀 보기의 도시에는 상하이, 선전, 다롄, 청두, 우루무치, 라싸, 쿤밍, 타이베이를 들고 있다. 지리적으로 볼 때 중국의 동쪽, 서쪽, 남쪽에 두루 자리잡고 있다. 현대 그리고 미래의 중국을 대표할 도시들이다.
개인적인 식견으로 봤을 때, 여기서 조금 바뀌었으면 하는 도시들이 있다. 하얼빈과 창춘의 경우, 100년을 살펴보는 도시에 적합할 듯 하다. 두 도시는 약 100여년 전 러일중 사이의 최대 격전지였지만, 그 전까지는 중국의 변방에 속하지 않았는가? 반면 우한과 창사와 충칭이 5000년을 돌아보는 도시에 적합할 것 같다. 세 도시는 고대부터 중국의 주요 도시에 속해왔지만, 현대에 들어와 혁명과 함께 현대의 주요 도시가 된 케이스이다. 그래서 100년 살펴보기의 도시로 포지션시킨 것 같은데, 오히려 그 때문에 5000년 돌아보기의 도시로 적합한 것이다. 이 밖에 20년 밝혀 보기의 도시들은 모두 적합해 보인다.
저자의 문체가 참으로 간결하고 깔끔하다. 방대한 중국을 설명하기에 딱 좋다. 중국 관련 책이 대부분 상당히 두껍고 지루하기까지 한 것에 반해 이 책은 상당히 얇은 편이고 지루하지 않다는 것은, 그 문체의 영향이 커 보인다. 지금 한창 시리즈로 출간 중인 김명호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한길사)가 생각나게 한다. 해당 책의 문체는 구어체로써 굉장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단문이다. 이 책 또한 그런 면이 두드러진다. 복잡하고 방대한 중국을 쉽게 이해시키고자 하는 저자와 출판사들은 이 점을 고려하심이 좋겠다.
이 책은 수많은 중국의 도시들 중에 제일 큰 도시들만을 다루었다. 독자들로 하여금 편하게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식상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보고 접해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번에 다루지 못한 2선, 3선 도시들을 앞으로 방문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곳에서의 이야기는 분명 처음 들어보는 생소함이 있을 것이다.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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