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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 필모 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파벨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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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파벨만스>

 

영화 <파벨만스> 포스터.&nbsp;ⓒCJ ENM

 

스티븐 스필버그는 수많은 이의 '최애' 감독일 것이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감독 딱 한 명만 고르라면 그가 떠오르니 말이다. 10대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1950년대 후반이었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든 건 1970년대 초로 이때부터만 해도 50년이 넘도록 영화를 만들었다. 10년마다 그의 대표작이 곧 할리우드의 대표작이었는데, 1970년대 <죠스>, 1980년대 <E.T.>, 1990년대 <쥬라기 공원>, 2000년대 <A.I.>, 2010년대 <더 포스트>, 2020년대 <파벨만스>까지.

필모를 일별해 보면 알겠지만 흥행력과 작품성, 꾸준함과 창의성까지 갖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다. 그는 2020년대에도 벌써 2편의 영화를 연출했는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파벨만스>다. 이중에서도 <파벨만스>는 매우 특별한데, 그의 필모상 <A.I.>와 더불어 유이하게 제작, 연출, 각본을 도맡아 한 작품이다. 더불어 그의 어린 시절을 거의 있는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파벨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루지만, '영화'라는 게 누구에 의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만들어지는지 유려하게 전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도구로 영화의 힘을 보여 주려 했다. 한편 그럼에도 영화는, 영화가 아무리 위대해도 현실을 100% 반영할 수 없다는 걸 보여 준다. 그야말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모든 것이자 '영화'의 모든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을 있는 그대로

 

1950년대 초 미국 뉴저지, 버트 파벨만과 미치 파벨만 부부는 아들 새미를 데리고 <지상 최대의 쇼>를 보러 영화관에 간다. 기차 충돌 장면에서 충격을 받은 새미는 집으로 돌아와 몇 날 며칠 기차놀이에 빠진다. 곧 <지상 최대의 쇼> 기차 충돌 장면을 재현해 미치의 절친한 동료 버트 로위의 8mm 카메라로 촬영하기에 이른다. 새미는 옷장 속에서 엄마 미치를 데려다 놓고 촬영분을 보여 준다. 그의 인생 최초의 영화이자 제1호 관객이다.

버트가 더 좋은 일자리를 소개 받아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이사 간다. 베니도 함께 간다. 시간이 지나 훌쩍 큰 새미는 보이스카우트 친구들과 돈을 모아 촬영 장비를 구매해 나름 본격적으로 영화 촬영에 나선다. 제2차 세계대전에 관한 영화이기에 할 게 많다. 특히 특수효과 측면에서 고민할 게 많다. 새미는 훌륭하게 타파한다. 얼마 후, 파벨만 가족과 베니는 함께 캠핑장으로 놀러 간다. 새미는 캠핑장 곳곳을 촬영한다.

캠핑을 다녀온 얼마 후 미치의 엄마가 돌아가신다. 버트는 우울해하는 미치를 위해 새미로 하여금 캠핑 영화를 만들게 한다. 새미는 전쟁 영화 스케줄을 뒤로하고 캠핑 영화 편집 작업에 들어가는데, 믿지 못할 장면을 보고 만다. 미치가 베니와 단순한 다정함을 넘은 스킨십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불륜인 게 확실했다. 새미는 어떻게 해야 할까? 파벨만 가족은 어떻게 될까?

 

스티븐 스필버그 가족만의 비밀 어린 치부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영화를 즐기지 않는 이라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접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다. 나아가 영화를 즐기거나 즐기지 않거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기 힘들 테다. 20세기 하반기에서 21세기 현재까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들은 정녕 모든 이의 영혼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 스티븐 스필버그의 회고담이라면, 그것도 영화적 회고담이라면 관심 갖지 않을 수 없다.

<파벨만스>는 허구의 '파벨만' 가족 이야기를 건네는 바 주지했듯 스티븐 스필버그 가족 이야기가 거의 있는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럼으로써 영화는 현실과 다르다는 정설을 맞받아치는 것 같다. 그야말로 그 정설을 만든 장본인일 텐데, 현실에서 결코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나고 도대체 어떻게 했을지 모를 신기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니 현실과 다를 수밖에 없을 텐데, 이 영화로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보여 주려 한다.

그러다 보니 가족만의 비밀 어린 치부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꺼릴 테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는 꺼릴 게 없었다. 유대인 가문, 유복한 가족, 천재 공학자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잦은 이사, 아버지의 절친과 바람 핀 어머니, 이혼하는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오로지 영화에 빠져든 새미는 이 거의 모든 걸 촬영해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만천하에 내보였다.

 

스티븐 스필버그 필모 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영화는 힘이 세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줄 수 있고, 말로 하기 힘든 바를 전해 줄 수 있으며, 현실과 상관없이 한 사람을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하거나 혹은 누구나 선망할 만한 대상으로 격상시킬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 새미는 영화와 인생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다른 무엇도 아닌 영화로 성장하는 어린 시절의 스티븐 스필버그, 하여 그는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보다 감독이 되길 원했다.

인생의 감독이 된다는 걸 어떤 의미일까. 한 발 물러서 내 인생을 조망하고 설계하고 편집해 내 맘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까. 그러기 힘들다는 걸 영화를 만드면 만들수록 더 잘 알 것이다. 영화 속 새미, 그러니까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저 영화가 너무나도 좋았을 뿐이다. 거기에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 왔다. 더 많은 이가 보고 기억에 오래도록 남으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다. 영화를 도구화시키지 않았다.

<파벨만스>가 특별한 건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인생 최초로 영화를 도구화시켰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조차도 영화를 너무 사랑해 영화를 위해서다.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가족 이야기였기에 대단하다. 게다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세상을 뜬 이후 만들었다. 수십 년간 지녀온 내밀한 이야기를 이토록 아름답게 폭로할 수 있는지, 말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로이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폭로다.

<파벨만스>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하다. 위대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만 볼 수 없고, 아무도 모르는 가족 이야기를 폭로하는 것으로만 볼 수 없고, 영화라는 매개체로 성장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만 볼 수 없고, 영화 같지 않은 인생과 인생 같은 영화의 전복을 보여 주려 했다고만 볼 수 없다. 이 모든 걸 따로 또 같이 자연스럽고도 완벽하게 보여 줬다. 최소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필모 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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