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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자유와 평화에의 갈망이 선물하는 액션종합선물세트 <존 윅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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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존 윅 4>

 

영화 <존 윅 4> 포스터.&nbsp;ⓒ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매트릭스> 시리즈의 스턴트 코디네이터를 비롯해 키아누 리브스의 스턴트 더블(전속 스턴트맨)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오다가 2014년 <존 윅>을 통해 전격적으로 연출 신고식를 치른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 이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조감독으로 멋드러진 액션 시퀀스를 탄생시켰다. 21세기 초를 대표할 만한 액션 거장의 탄생이다.

채드는 <존 윅>을 잊지 않았으니 2017년에 후속편을 가지고 돌아왔고 다시 2년 뒤 3편으로 돌아왔다. 갈수록 커지는 세계관과 재미, 그리고 액션 수위까지. 1편에서 이미 넋이 나갔는데 2, 3편 계속될수록 '이보다 더 정교하고 자극적인 액션은 없을 것 같다'라는 확정적인 생각을 깨부숴 버렸다. 비록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서사 또한 어설프게 추가되어 액션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아이러니도 함께 존재하지만.

존 윅은 죽지도 않고 어김없이 <존 윅 4>로 돌아왔다. 이번엔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어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죽일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와중에, 이번이 <존 윅> 시리즈의 마침표가 될 거라고 한다. 이미 TV 시리즈와 스핀오프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그럼 아무 생각 없이 존 윅의 마지막을 마음껏 즐기면 될까?

 

존 윅은 자유와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바워리 킹에 의해 구조되어 비밀 은신처에서 수련 중인 존 윅, 그는 중동의 사막으로 가 최고회의 수장인 장로를 죽여 버린다. 그는 즉각적인 자유와 평화를 원했지만 장로는 죽음만이 존 윅에게 자유와 평화를 줄 거라고 했다. 장로의 죽음으로 최고회의는 발칵 뒤집히고, 곧 프랑스의 빈센트 그라몽 후작에게 전권을 줘 존 윅을 처리하게끔 한다.

그라몽 후작은 우선 뉴욕 컨티넨탈 호텔을 폭파시키고 컨시어지를 죽인다. 지배인 윈스턴으로선 존 윅이냐 최고회의냐를 선택해야 한다. 한편 그라몽은 존 윅의 옛 동료인 케인을 불러 그의 딸을 인질로 잡고 존 윅을 암살케 한다. 그런가 하면 역시 존 윅의 옛 동료인 코지가 지배인으로 있는 오사카 컨티넨탈 호텔을 급습한다. 코지가 존 윅을 보살피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이었는데, 사실이었다. 존 윅은 처절한 싸움 끝에 간신히 도망쳐야 했다.

존 윅을 암살하려는 이는 또 있었는데, 뛰어난 실력의 현상금 사냥꾼 미스터 노바디다. 그는 존 윅의 현상금이 오르길 기다리며 그의 곁을 맴돌다가 결국 그라몽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존 윅은 윈스턴과 조우해 그라몽 척결을 선언하는데, 윈스턴이 오랜 전통의 '최고회의 1 대 1 결투'로 그라몽을 죽이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고 일려준다. 과연 최고 회의 소속이 아닌 존 윅은 그라몽과의 최고회의 결투를 성사시켜 그를 죽이곤 자유와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각지에서 몰려올 킬러들과 케인, 미스터 노바디, 그리고 그라몽의 부하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

 

세상 온갖 액션의 업그레이드판 총집합

 

존 윅은 시리즈를 거듭하며 수없이 많은 킬러들의 직접적인 위협을 받았다. 전설적인 킬러로 업계에서 완벽히 매장되다시피 했기에 몸값이 무진장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살아남으니 몸값도 계속 높아졌고 킬러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4탄에 이르면 일반 킬러들뿐만 아니라 케인, 미스터 노바디, 그라몽 후작의 최측근 등 네임드 킬러들의 실력도 높아졌다.

덕분에 <존 윅 4>에선 그야말로 세상 온갖 액션의 업그레이드판 총집합 격인 씬들을 감상할 수 있다. 기억에 오롯이 남는 씬만 5개는 될 텐데, 이 영화의 거의 모든 액션 씬이 기억에 남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몸, 칼, 쌍절곤, 총, 불 붙는 산탄총, 자동차 등으로 오사카 컨티넨탈, 개선문 앞, 건물 안, 계단 등에서 사무라이, 카레이싱, 게임, 무협, 서부 등의 장르로 액션이 펼쳐진다. 액션 종합선물세트.

러닝타임도 액션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2시간 30분이 넘어가는데, 정말 쉬지 않고 숨가프게 액션이 진행되니 이쯤 되면 '존 윅'을 사랑해 준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존 윅은 언제나 그랬듯 터덜터덜 걷다가 뒤뚱뒤뚱 뛰다가 헐레벌떡 도망다닌다. 사람을 죽일 때도 멋짐은 저멀리 던져 버리고 처절하게 고군분투하며 망가진다. 여타 액션 영화에서 보기 힘든 느낌이다. 온갖 액션을 오마주했지만 디테일에서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인 것이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공수래 공수거

 

<존 윅 4>는 시작부터 가야 할 길을 명확히 한다. 존 윅은 자유와 평화를 원하고 장로는 그가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 존 윅은 지금까지 복수를 위해, 즉 타인을 위해 살았지만 이젠 자유와 평화를 위해, 즉 자신을 위해 살고자 한다. 말인즉슨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모든 걸 제자리로 돌리기 전까진 절대 죽을 수 없다.

'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말이 있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존 윅은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얻고자 죽으려 한다. 그는 결국 살 것인가? 그렇지만 존 윅은 어떻게든 살아남아 자신 때문에 엉망이 된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 그는 결국 죽을 것인가? <존 윅 4>는 그동안 안정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쳇바퀴 돌 듯 끊임없이 위협을 받으면서 어떻게든 살아남았던 존 윅의 삶의 이유를 들여다보고 정리한다.

은퇴했던 존 윅이 다시 업계에 발을 담그며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위협에서 벗어나면 또 다른 위협이 기다리고 있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이 이와 다를 것인가? 똑같다. 매일매일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의 굴레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존 윅이 수없이 많은 이를 죽임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짠해 보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공수래 공수거',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듯 죽을 때 빈손으로 간다는 뜻이다. 존 윅은 업계로 돌아왔을 때 빈손이었다. 업계에서 다시 발을 뺄 때도 빈손이지 않을까. 그렇게 남겨진 이름 '존 윅'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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