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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완벽한 취향저격의 B급 사지절단 스플래터 무비 <렌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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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렌필드>

 

영화 <렌필드> 포스터. ⓒUPI 코리아

 

오래전 부동산 전문 변호사였던 렌필드, 드라큘라의 성에 왔다가 그가 주는 막강한 파워와 불멸의 삶에 혹해 시종이 된다. 이후 오랫동안 시종으로 있으며 순결한 피를 갖다 바쳐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김없이 사냥꾼들이 찾아왔고 겨우겨우 퇴치한 후 다 죽어 있는 드라큘라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렌필드다. 하지만 그는 드라큘라와의 파괴적이지만 끊을 수 없는 관계로 힘들어한다. 모임에도 나가 보지만 쉽지 않다.

렌필드는 주인님께 받은 힘, 벌레를 먹으면 엄청나게 힘이 세지고 상처도 아무는 힘을 빌어 이렇게 저렇게 사람들을 기절시켜 데려 가지만 드라큘라의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술집에서 경찰 레베카와 조우한다. 그녀는 경찰 아버지를 도시의 유일무이한 범죄 조직에 잃고 분노에 차서 살아가던 와중에 그 조직의 후계자인 테디 로보 일당의 미움을 샀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당당했고 렌필드는 그 모습에 반하고 만다.

벌레 먹은 렌필드와 레베카는 얼떨결에 로보 일당을 일망타진한다. 로보는 조직의 보스인 엄마한테 도움을 청하고, 보스는 경찰을 움직여 레베카를 위협하려는 한편 렌필드를 추적한다. 렌필드는 레베카에게 감명 받고 모임에 나가 힘을 얻어 완전히 바뀌려고 다짐한다. 하지만 드라큘라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과연 렌필드와 레베카는 다가오는 위협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렌필드는 드라큘라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드라큘라 백작 아닌 렌필드

 

'드라큘라 백작'은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1897년작 <드라큘라>의 주인공이자 메인 빌런으로, 세계 문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캐릭터다. 더불어 공포 영화에 가장 많이 묘사된 캐릭터로 일찍이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독일의 거장 무르나우 감독이 1922년에 내놓은 <노스페라투>가 최초의 드라큘라 영화로 기록되어 있지만,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드라큘라의 전형을 확립시킨 영화는 토드 브라우닝 감독의 1931년작 <드라큘라>다.

이후 100편이 훌쩍 넘는 영화에 드라큘라가 출연했고 TV 드라마까지 하면 수백 편에 이른다. 그리고 2020년대가 한창인 지금, 또 한 편의 드라큘라 영화가 나왔다. 크리스 맥케이 감독이 연출하고, 니콜라스 홀트와 니콜라스 케이지와 아콰피나가 열연한 <렌필드>다. 왜 '드라큘라'가 아니고 '렌필드'냐고? 이 영화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드라큘라의 시종 렌필드이기 때문이다.

시대는 현대, 지금 이 순간 미국 어딘가가 배경이다. 로보 조직이 범죄계를 점령한 것도 모자라 경찰력까지 완전히 장악하며 도시를 무법천지로 만들어 놓은 가운데, 드라큘라에게 순결한 제물을 가져다 바치고자 고군분투하다가 거대 조직 범죄 사건에 휘말리는 렌필드의 이야기를 중심에 뒀다. 원래 무지막지하게 강한 드라큘라와 벌레를 먹으면 엄청 강해지는 렌필드이기에 사지가 잘리는 액션이 난무하는데, B급 감성이 충만하다.

 

사지절단 보다 무서운 가스라이팅

 

영화 <렌필드>는 사지가 절단나고 잘린 머리가 나뒹구는 스플래터 무비를 표방한다. 그러나 마냥 공포스럽지는 않은 게 B급 감성 충만한 유머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의 무서움과 두려움을 담당하는 빌런 드라큘라 역의 니콜라스 케이지가, 마치 그가 출연한 최근 다른 영화들과 멀티버스를 형성하는 듯 보기만 해도 웃기다. 무섭게 하려 하면 할수록 웃기고 또 웃긴 만큼 잔인하다. 눈으로 잔인하고 마음으로 웃긴 것이다.

정작 마음 깊이 두렵고 무서운 건 따로 있다. 그 대상 역시 드라큘라인데, 그가 렌필드에게 시전하는 가스라이팅이다. 렌필드에게 끊임없이 주입하는 바, "넌 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고, 나만이 널 보살피고 챙겨 줄 수 있으며, 우리는 함께 해야만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말한다. 아니 주문을 넣는 수준이다. 드라큘라가 렌필드를 힘으로 조종하고 있어 보이지만 사실 정신적으로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단순히 소개글에 나와 있는 것처럼 악덕 고용주에게 취업 사기를 당한 피고용자의 퇴사 프로젝트로만 보지 않는다. 이런 관계는 비단 회사에서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찾아볼 수 있다. 렌필드가 파괴적인 관계를 끊으려는 사람들의 모임에 나갔다가 추천받아 읽게 된 책이 나르시시스트에게 대처하는 법에 관한 책이었는데, 자아도취적 인격장애를 가진 나르시시스트는 특별대우를 받고 싶어 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키길 바라기에 가스라이팅을 서슴없이 시전한다. 일방적인 착취 관계의 시발점일 것이다.

 

완벽에 가까운 취향저격

 

<렌필드>는 만인의 사랑을 받을 만한 영화는 아니다. 이런 류의 피칠갑 코믹 액션, 이를테면 <데드풀> 류의 스타일을 멀리하는 이들도 많을 테다. 당연히 청소년관람불가이니 대상 관객층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말이다. 그럼에도 확실한 타깃 관객층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완벽에 가까운 취향저격 스타일로, 이런 걸 두고 (병맛) 코드가 맞다고 하면 맞을까 싶다. 즐거움을 선사할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마냥 즐겁게만 볼 수 없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앞서 주지한 드라큘라와 렌필드의 파괴적인 관계, 범죄 조직에게 경찰력까지 점령당한 도시, 드라큘라의 가스라이팅을 이용해 먹으려는 범죄 조직,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코믹하게 죽어 나가는 사람들 등이 웃고 즐기는 와중에 얼굴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게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드라큘라가 아닌 렌필드이기에 심어 놓을 수밖에 없는 추가 장치들일 것이다.

니콜라스 케이지와 니콜라스 홀트, 이 조합 꼭 다시 보고 싶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과도한 듯한 연기톤이 잔인한 듯 웃긴 드라큘라와 찰떡궁합이고, 니콜라스 홀트의 허허실실 연기톤이 소심한 듯 강단 있는 렌필드와 딱 맞았다. 입체적인 두 캐릭터가 함께하니 단둘만으로도 충분히 꽉 찬 듯하다. 참고로, 드라큘라와 렌필드에 대해 잘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잘 알면 알수록 촘촘한 재미를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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